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3/03/30

고종, 캐딜락을 타다 - 전영선 : 별점 2.5점

 

고종, 캐딜락을 타다 - 6점
전영선 지음/인물과사상사

전영선씨의 한국 자동차 역사를 다룬 미시사 서적. 이땅에 자동차가 처음 들어온 이후 이 책이 쓰여진 시점까지를 모두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있었던 자동차 관련 에피소드가 가장 관심이 있었던 부분이었는데 여러 사료를 통해 수집된 에피소드들이 다채롭게 소개되고 있어서 기대에 값합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관련 최초의 기록들 - 최초의 다꾸시, 최초의 여성 운전수, 최초의 여차장, 최초의 운수회사, 최초의 교통법규, 최초의 자동차 전용도로, 최초의 카라디오 등등 - 이 있겠죠. 또 자동차 관련 인물들 소개도 확실한데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성공한 여성 운전수라는 이종옥씨 이야기라던가 조선인 자동차 판매왕 서용기씨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도판들도 마음에 들었고요.

이후 해방. 6.25에 뒤이은 시발 자동차부터의 한국 자동차 공업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부분도 관심 영역 밖이기는 하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시발 자동차와 함께하며 "엔진"을 만들었다는 엔진 기술자 함경도 아바이 김영삼씨에 대한 내용이라던가 국내 최초로 차량 (버스)을 수출한 버스왕 하동환씨, 기아산업의 창업자 김철호씨 등 산업 초창기 인물들에 대한 내용이 흥미롭더군요. <청설모의 자동차 카툰>에서 접한 내용도 있지만 훨씬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나 각 에피소드별로 상황극처럼 대화를 통해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색할뿐더러 와닿지도 않아서 좀 뺐으면 싶었어요. 다큐를 보고 싶은데 <신기한 TV 서프라이즈>를 보는 느낌이더라고요. 왠지 모르게 책이 정리가 잘 안 되어 보인다는 것도 조금 단점이라 생각하고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자료적 가치는 높고 가볍게 읽기에 적합한 미시사 서적입니다. 한국 자동차 역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13/03/26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 히가시가와 도쿠야 / 현정수 : 별점 2점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 4점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요새 한창 인기인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 작품. 이전 작에 뒤이은 시리즈 2탄입니다.
만화같은 캐릭터를 제외한다면 정통 추리 단편집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럴듯한 트릭에 더해 호쇼 레이코가 모든 수사를 끝내고 단서를 가게야마에게 이야기하면 가게야마가 답을 낸다는 전개 전통적인 안락의자 탐정물이기에 공정한 독자와의 승부가 펼쳐지니까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아하는 장르라 아주 즐거웠어요.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전개 덕분에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보이고요.

그러나 문제도 명확합니다. 첫번째 문제는 앞서 말했듯 캐릭터성이 너무 지나치다는 점. 대재벌 호쇼 가문의 따님이 주인공이고 그의 상사는 자동차회사 가자마쓰리 모터스의 도련님이라? 거기에 아가씨를 쥐락펴락하는 독설 집사 캐릭터라니 이건 정말 만화에서나 봄직한 설정이죠. <부호형사>의 경우는 주인공이 형사로 일하는 이유라도 등장하지만 이 작품에는 그런것 하나 없이 그냥 캐릭터로만 존재할 뿐이기에 설득력도 없고요. 전편에서는 나름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두번째 작품이 되다보니 식상하더군요.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취향은 아니었어요.
두번째로는 작품들의 수준이 고르지 못하다는 점. 모든 추리 단편집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는 평작 정도 수준의 작품과 평작도 안되는 처지는 작품들이 섞여 있다는 점이 문제라 생각되네요. 한두편 정도는 아주 좋은, 별점 3점 이상의 작품들이 있어야 어느정도 균형이 맞았을텐데 말이죠...

때문에 전체 평점은 2점 정도밖에는 안될 것 같습니다. 트릭은 괜찮은 것이 있고 읽는 재미는 있는 만큼 추리 초심자 분들께 권해 드립니다.


첫 번째 이야기 - 알리바이 트릭물인데 트릭 자체는 대단한 것이 없으나 나름 기발한 상황에 대한 해석에 더해 범인의 대사에서 뽑아낸 상황을 중요 단서로 삼는다는 점이 괜찮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사건성을 주는 것도 좋았고요. 평작 수준은 되는 작품으로 별점은 2.5점.

두 번째 이야기 - 피해자 옷장에서 왜 모자가 없어졌을까?에 대한 수수께끼 풀이. 그러나 범인이 사용한 모자만 챙기고 남아있던 모자 아무거나 선반에 올려놓는게 더 상식적이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모자를 사용한 용도도 솔직히 이해하기는 좀 어려웠으며 한쪽 눈으로 운전하는게 그렇게나 큰 문제였을까 싶기도 합니다. 트릭을 위해 존재하는 작위적인 이야기이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새로운 캐릭터인 모자가게 아가씨가 통통튀는 매력을 선보이는 점 하나만 볼만했어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 - 의도된 트릭이 아니고 우연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건적인 측면의 재미는 덜한 작품. 알렉산드라이트의 특성을 이용한다는 단순한 소재 이용 트릭이 아니라 "서로 모르는 사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부각시키는 일종의 심리 트릭을 추가한 것은 좋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냥저냥한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네 번째 이야기 - 눈덮인 현장에서 탈출하는 방식에 대해 꽤 괜찮은 트릭이 선보이는 작품. 누군가의 눈에 띄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현실적인 요소가 배제되어 있어서 추리퀴즈같은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아이디어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건 현장과 주요 용의자에 대한 설명만 듣고 범인을 좁혀가는 가게야마의 소거법도 볼만했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 - 왜 피해자의 머리카락이 잘려있는지에 대한 의문 자체는 좋은 소재였으나 결말이 아주 아니더군요. 머리카락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요. 동기, 트릭, 전개 등등 모든 면에서 수준 이하이기에 별점은 1점입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 - <경성탐정록>에 써먹으려 했던 트릭이 비스무레하게 등장해서 조금 신경이 쓰인 작품. (물론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요) 허나 일제강점기가 아니라 21세기에 경찰 수사력으로 밝혀내지 못할 이유가 없었을 트릭이라는 점에서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군요.
게다가 상황 자체가 넌센스에요. 여자를 끌어들여 불륜 밀회를 하기 위한 비밀의 방을 만든다는게 말이나 될까요? 그냥 밖으로 나가는 비상구 정도로만 만들어서 여자 집에 가서 즐기면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가게야마의 추리는 여전히 볼만하나 그 외에는 건질게 없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2013/03/19

EBS 천년의 밥상 - 오한샘, 최유진 : 별점 1.5점

 

EBS 천년의 밥상 - 4점
오한샘.최유진 지음, 양벙글 사진/도서출판 Mid(엠아이디)

EBS 프로그램 <천년의 밥상>의 몇몇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

그러나 이야기가 전체 실려있는 것이 아니라 개요와 간단 레시피, 기타 토막상식 정도만 실려있습니다. 솔직히 돈주고 살 가치는 거의 없어요. 실제 <천년의 밥상> 내용보다도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라던가 제작시 있었던 에피소드, 후일담 등이 비중있게 실려있는 듯 싶고요. 아무래도 이 책의 출판의도 자체가 프로그램 애청자를 위한 서비스 측면이 강했던 것으로 보이네요.
이러한 측면에서는 <심야식당 X 단츄>와 유사하나 책 자체만으로도 매력이 있는 독립적 컨텐츠였던 <심야식당 X 단츄>에 비하면 너무나 알맹이가 없었습니다.

물론 인절미 이름의 유래라던가 밴댕이 젓이 별미라는 등의 몇몇 재미난 정보들이 실려있기도 하고 각 음식들의 효능을 설명하는 꼭지 등 자료적 가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허나 프로그램 동영상을 유료로 다운로드 받아 보는게 낫겠다라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별점은 1.5점. 프로그램의 굉장한 애청자가 아니셨다면 구태여 읽어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2013/03/17

매스커레이드 호텔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별점 2.5점

 

매스커레이드 호텔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현대문학

도쿄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피해자는 30세 전후의 회사원, 43세의 주부, 53세의 고등학교 교사. 사건 현장에는 수수께끼의 숫자가 남겨져 있었다.
45.761871, 143.803944
45.648055, 149.850829
45.678738, 157.788585
경찰은 이 숫자를 해독해내는데 성공한다. 숫자는 다음 범행장소를 예고하는 메세지였던 것. 메세지에 의해 다음 범행장소로 예고된 곳은 최고급 호텔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이었다.

경찰은 네 번째 살인을 막기 위해 호텔에 수사관들을 대거 급파하고 벨보이, 하우스키퍼, 투숙객 등으로 위장한 형사들이 잠복근무에 돌입한다. 닛타 형사도 호텔의 간판 부서인 프런트 직원으로 위장해 잠입 수사를 시작한다. 진짜 호텔리어처럼 보이기 위해 베테랑 호텔리어인 야마기시 나오미의 지도를 받으며 점차 둘은 사건 해결을 위해 함께 협력하게 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교적 최신 장편. 기둥 줄거리는 연쇄살인사건이라는 강력 사건이나 가운 절도, 장님인척 하는 할머니, 스토커에서 쫓기고 있다는 미인, 끊임없이 어이없는 클레임을 거는 손님이라는 일상계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는 구성이 독특한 작품.
또한 이 일상계 사건들이 모두 나름대로의 트릭이 존재하고 이 트릭들에서 힌트를 얻어 범행의 진상에 접근해 나간다는 전개로 단편 연작물 느낌을 주면서도 기둥 줄거리와 잘 엮어나가는 솜씨가 가가형사 시리즈 <신참자>를 연상케 합니다.

그러나 일상계물에 비하면 본편 이야기인 연쇄살인사건 이야기가 많이 별로라 아쉽습니다. 일단 상관없는 살인들을 연쇄살인사건으로 위장하여 진상을 흐리게 만든다는 설정부터가 ABC 살인사건 등 다양한 작품에서 이미 사용되었기에 뭔가 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했을텐데 그런게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호그 연속살인> 정도의 임팩트는 줬어야 했을텐데 말이죠.

그리고 암호부터도 억지스러워요. 연쇄살인처럼 보이게 하려면 "살인범X"같은 이니셜로도 충분했을테고 모방범죄가 우려된다면 특별한 폰트와 사이즈 정도만 써도 충분했을텐데 괜히 어렵게 꼬아놓기만 한 느낌이거든요. 호텔을 콕 집어 범행 장소로 지정할 이유도 명확하지 않고요. 경찰의 주목을 끌어서 유리한 점이 뭐가 있을까요?
그 외에도 각 사건별로도 어설픈 점이 많아요. 예를 들면 오카베의 알리바이는 억지스럽죠. 그때 옛 애인이 전화를 했으리라는 보장도 없을 뿐 아니라 경찰에서 통화내역을 조사했더라면 금방 진상을 알아내었을텐데 말이죠. 혼자만 PC를 사용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요.
결국 진상은 어딘가에서 본 듯한 내용이라는 것 (<낯선 승객>이 생각나네요), 범인의 동기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는 등도 점수를 주기 어렵게 만드네요.

물론 닛타와 야마기시 나오미의 밀땅도 재미나고 소소한 일상계 트릭들은 충분히 즐길만 했으며 호텔이라는 장소에서 일하는 여러 전문가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 등 장점도 많기는 합니다. 그러나 결론내리자면 범작 정도랄까요. 차라리 호텔을 무대로 한 일상계 추리물이었다면 아주 좋았을텐데 무리하게 장편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13/03/12

잠복 - 마쓰모토 세이초 / 김경남 : 별점 3점

 

잠복 - 6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모비딕

모비딕과 북스피어의 세이초 시리즈 중 단편 걸작선으로는 처음으로 간행된 단편집. 표제작 포함 총 8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세련된 책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깔끔한 번역, 명쾌한 해설 등 흠잡을데 하나 없는 시리즈의 한권으로 정통 추리물부터 순문학에 가까운 범죄드라마까지 실려있기 때문에 마츠모토 세이초의 진면목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책이라 생각되네요.

그러나 문제는 8편 중 4편이 이미 읽어보았던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3편은 나름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에 속해있는 것이라는 거죠. 이 단편집을 구해서 읽을 정도라면 미야베 미유키의 걸작 단편 컬렉션 정도는 모두 갖춰 읽었을텐데 중복되는 작품이 많은 것은 굉장히 아쉽습니다.

때문에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 이 책 자체만 놓고 본다면 4점도 충분하나 개인적인 아쉬움이 크기에, 어쩔 수 없는 반쪽자리 책이기에 약간 감점하였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읽지 않으셨다면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얼굴>
<Japan 미스터리 걸작선 1>에서 예전에 읽었었던 작품이나 이 책의 번역이 훨씬 좋아서 다시 읽는 맛은 충분했습니다. 이시오카에게 온 편지를 경찰이 의심하는 이유가 합리적으로 설명되는 등의 추리적인 요소도 담뿍 담겨있고요. 그러나 결말의 급작스러움은 여전히 조금 아쉽긴 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잠복>
한 강도사건의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그의 옛 연인이 결혼 후 살고있는 시골 소도시에 잠복 수사를 떠난 형사 유키의 이야기. 단순한 잠복 말고 별다른 내용은 없는 작품이라 추리물인지도 의심스럽지만 결혼 후 서서히 말라죽어가는 한 여인에게서 갑자기 불꽃이 튄다는 전개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워낙에 잘 쓴 글로 거장의 시작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작품이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귀축>
바람을 피우다 들통난뒤 3자녀를 떠안게 된 남자가 본처의 등쌀에 못이겨 3명을 제거해나간다는 내용인데 소름돋을 정도로 끔찍한,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의 "귀축" 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자기 아들 딸로 알고 있던 아이들을 버리고 죽일 생각을 한다는게 상식적으로는 와닿지 않는데, 이러한 잔인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굉장히 설득력있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더라고요.
추리적으로는 별로 언급할 부분이 없어서 막내아들의 사망사고와 마지막 큰아들 리이치가 가지고 놀던 돌과 인쇄소를 연결하는 부분 정도만 눈여겨볼만하나 범죄 드라마로서의 가치가 더 높은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투영>
시골 소도시의 부정부패에 맞서던 한 공무원의 사고사에 얽힌 진상을 추적해나가는 이야기.
나름 정교한 원격 살인 트릭이 등장하는 정통 추리물입니다. 그러나 술에 취했다고 해도 용접 불빛과 카메라 플래쉬, 외등을 착각하고 아예 방향을 반대로 잡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술에 취하면 착각보다는 몸에 익은 습관, 즉 원래 가던 방향으로 갈 것이라 생각됩니다.
때문에 추리적으로는 그냥저냥이지만 현실을 고발하는 사회파적인 분위기가 몰락한 신문기자 캐릭터인 주인공 다이치와 "요도신보" 관계자들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이 꽤 볼만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목소리>
실수로 강도살인사건 범인의 목소리를 들었던 전화교환수가 1년 뒤 범인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된 뒤 살해당한다는 내용의 작품.
앞선 작품과 같이 정통 추리물로 이 작품에서는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합니다. 트릭 자체는 굉장히 복잡하고 정교하게 짜여져 있어서 퍼즐을 풀어나가는 정통 추리적인 부분에서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에요.
그러나 도모코의 남편 시게오가 범인들과 엮인다는 설정부터가 작위적이며 피해자 도모코가 제발로 범인들에게 찾아간 이유도 석연치 않는 등 전개 자체는 그다지 정교하지 못한 느낌입니다. 게다가 범인들이 석탄을 이용하여 복잡한 알리바이 트릭을 만든 이유도 잘 설명되지 않고 말이죠. 별점은 2.5점입니다.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
<일년반만 기다려>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에 실렸던 작품들입니다. 좋은 작품들이죠. 두 작품 모두 별점은 3점.

<카르네아데스의 널>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중)>에 수록된 작품. 평가는 전과 동일합니다. 별점은 2점.
다시 읽어보아도 구무라라는 녀석이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알 수 없네요. 자기 말대로 협조해준 애인 스미코를 더렵혀졌다고 버릴 생각을 하다니...

2013/03/09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 다카기 아키미쓰 / 김선영 : 별점 2.5점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 6점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검은숲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야노코지 가문의 딸 유리코가 마술쇼를 위해 준비한 인형의 목이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난 뒤 무대장치인 길로틴에 의해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마술 협회 회원들이 모인 별장 지수장 근처 철길에서 마네킹이 열차에 치이고 이후 둘째딸 요시코가 열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명탐정 가미즈 교스케가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선다.

다카기 아키미쓰의 대표작 중 한편. 국내에 번역 출간된지도 얼마 되지 않은 작품으로 주간문춘 동서 미스터리 100에도 실려있기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다채로운 트릭의 향연이 펼쳐지는, 퍼즐 미스터리의 자존심? 이라고 할 수 있는 독자에의 도전이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완벽한 정통 본격물이라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무려 4건의 살인사건이 벌어지며 이 모든 사건이 나름의 트릭이 구사되고 있거든요. 특히나 두번째 사건의 트릭이 좋아요. 제목인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와 부합되는, 그야말로 상식을 깨는 멋진 알리바이 트릭이었습니다.
간단한 소실 트릭이나 현실적이고 "마술"을 테마로 한 작품에 어울리는 첫번째 트릭, 사건 전체 음모의 핵심이자 배경이 되는 바꿔치기 트릭인 네번째 사건 트릭도 괜찮았고요.

그러나 트릭적인 부분 이외의 부분은 모두 실망스럽더군요. 그간 읽어왔던 작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보아도 수준이 너무 낮아요.
일단 일본 굴지의 명탐정이라는 가미즈 교스케가 너무나 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나마의 추리도 스기우라와 나카타니 죠지가 전한 자료와 단서에 근거하고 있으니 이 둘보다도 추리력이 떨어진다는 뜻이잖아요? 결국 결말도 죽을 사람들은 다 죽고나서야 범인을 밝혀낸다는 것이니 이래서야 뭐가 명탐정인지 잘 모르겠어요.

또한 작위적인 전개와 설정이 짜증을 유발합니다. 예를 들어 스기우라가 진상을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글이 아니라 암호같은 문구로 글을 남긴 점은 추리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작위적 설정에 불과하죠. 기차 트릭 자체는 걸작이나 범행이 실패했다면 결국 요시코와 미즈타니가 결혼하여 아야노코지 가문의 재산을 얻을 기회는 영원히 없었으리라는 점에서 본다면 마찬가지로 작위적이었고요.
그 외에도 첫 사건에서의 마술 트릭 후 유리코가 보험에 가입한 이유라던가 나카타니 죠지의 정체가 무엇이며 무슨 꿍꿍이였는지, 요시코가 준비했다는 덫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사와무라가 진상을 눈치챘으나 왜 아무런 말도 안하고 혼자 겁에 질려있다가 살해당하는지, 등 설명되지 않는 것도 많아요.

마지막으로 마술이라는 소재를 도입한 것은 나쁘지 않으나 올드 블랙 매직 어쩌구라는 악마 미사까지 등장하면서 마법의 영역으로까지 분위기를 몰고가는 것은 지나쳤다 생각됩니다. 딕슨 카의 고딕 호러 스타일 추리물의 아류작이라는 느낌이거든요.
아울러 변격물의 분위기가 남아있는 낡은 스타일의 문체는 작품이 발표된 시기를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지금 읽기에는 많이 촌스러웠다는 것도 감점요소였습니다.

뒷부분에 실려있는 두편의 단편 <무고한 죄인>과 <뱀의 원>도 국내 초역이라는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두 작품 모두 가미즈 교스케가 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점과 동기나 전개 모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뱀의 원>에서 서로의 꼬리를 물고 맞물려 있는 두마리 뱀에 대한 이야기 정도는 괜찮았지만...

결론내리자면 평작이랄까요. 추리적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이나 작품으로서의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인형을 이용한 트릭을 먼저 떠올리고 억지로 장편으로 끼워 맞춘 듯한 작품이었어요.
고전 추리 애호가분들께는 출간 자체가 기쁜 소식이기는 하지만 지금 출간되기에는 너무 늦은 듯 싶습니다.

덧붙이자면, 띠지에서부터 일본 3대 명탐정 어쩌구하고 광고를 하는데 이런 리스트는 대체 누가 뽑는지 모르겠네요. 맥락도 없고 기준도 없고...

2013/03/03

본컬렉터 - 제프리 디버 / 유소영 : 별점 2.5점

본컬렉터 - 6점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약간 포함되어 있습니다>

UN 평화회의 개최로 축제 분위기에 젖은 뉴욕시. 순찰 경관 아멜리아 색스는 공터에서 살점이 모두 발라진 채 뼈만 남겨진 손을 발견한다. 그 주위에는 살인범이 자신을 쫓으라는 듯 남겨둔 증거물들이 있었다. 3년 동안의 침대 생활에 지쳐 안락사를 꿈꾸는 전직 뉴욕시경의 과학수사 국장 링컨 라임은 옛 동료가 내민 사건 현장 보고서에 탐정 기질이 발동하여 사건 의뢰를 수락하고 아멜리아를 파트너로 삼아 '본 컬렉터'와의 두뇌 싸움을 시작한다.


링컨 라임 시리즈의 기념할만한 제 1작. 덴젤 워싱턴과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를 먼저 감상했었기에 딱히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었으나 주간문춘 선정 동서 미스터리 100 리스트를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좋은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제일 먼저 전신마비의 천재 범죄학자 링컨 라임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다는 점을 들고 싶네요. 전신마비를 저주하며 죽음을 갈망한다는 설정이 그럴듯할 뿐더러 "방이 너무 추워지면 콧물이 흐른다. 이건 마비 환자에게는 고문과도 같은 일이다." 같은 묘사를 통해 입체적으로 잘 그려지고 있거든요. 또한 범죄학자로서의 전문가적 지식이 빛나는 범인과의 두뇌게임도 아주 볼만했어요. 범인이 고의로 남겨놓는 단서와 그것을 밝혀내는 과정이 치밀하면서도 합리적이니까요.
아울러 범인이 내 놓은 미션을 클리어하면서 하나씩 단서를 모아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마지막 보스전에 돌입한다는 점에서 흡사 게임과 같은 재미가 느껴지는 것도 좋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전개방식일 수 있으나 서스펜스가 느껴지도록 잘 짜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보스전에서 링컨 라임과 본 컬렉터의 한판 승부의 결말, 즉 링컨 라임의 스킬은 단 한개 뿐이지만 그것을 아주 유효적절하게 이용하여 역전 한판승을 거둔다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나 아쉽게도 단점도 제법 되는데 추리적으로는 사건의 전개와 동기가 너무 작위적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특히나 본 컬렉터가 희한한 단서를 남겨놓는다고 해서 경찰이 링컨 라임에게 사건 조사를 의뢰했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왜 그런 짓을 했는지부터가 납득이 되지 않으며, 미션 자체도 왠만하면 클리어하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체 레벨보정(?)은 어떻게 가늠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이래서야 정말 이야기를 위해 존재하는 설정일 뿐이죠.
게다가 본 컬렉터에 대한 중요 복선은 중반 이후에나 등장하나 그닥 와닿지 않으며 결국 밝혀지는 정체는 너무 뜬금없는 인물이었다는 것도 점수를 주기 어려웠습니다 앞선 단서에서 정체를 유추해 낼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어요. 그나마 정보라면 딱 하나, 슈나이더 - 테일러라는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거든요. 애시당초 왜 뼈를 모으는지도 설명되지 않고 말이죠.
그 외에도 꽤나 매력적인 링컨 라임에 비해 현장 감식가로는 초보자이지만 정의감과 행동력이 빛난다는 아멜리아 색스 캐릭터는 평범하고 진부하다는 것도 약점으로 느껴집니다.

결론내리자면 평작.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릴러로 평균 이상의 재미는 있으나 아주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려운 작품이었어요. 솔직히 행동의 제약이 있는 천재가 초보자라 할 수 있는 여성과 컴비를 이루어 연쇄 살인범을 쫓는다는 설정부터가 <양들의 침묵>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기도 하니까요. <양들의 침묵>을 읽었다면 구태여 읽을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