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컬렉터 -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약간 포함되어 있습니다>
UN 평화회의 개최로 축제 분위기에 젖은 뉴욕시. 순찰 경관 아멜리아 색스는 공터에서 살점이 모두 발라진 채 뼈만 남겨진 손을 발견한다. 그 주위에는 살인범이 자신을 쫓으라는 듯 남겨둔 증거물들이 있었다. 3년 동안의 침대 생활에 지쳐 안락사를 꿈꾸는 전직 뉴욕시경의 과학수사 국장 링컨 라임은 옛 동료가 내민 사건 현장 보고서에 탐정 기질이 발동하여 사건 의뢰를 수락하고 아멜리아를 파트너로 삼아 '본 컬렉터'와의 두뇌 싸움을 시작한다.
링컨 라임 시리즈의 기념할만한 제 1작. 덴젤 워싱턴과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를 먼저 감상했었기에 딱히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었으나 주간문춘 선정 동서 미스터리 100 리스트를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좋은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제일 먼저 전신마비의 천재 범죄학자 링컨 라임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다는 점을 들고 싶네요. 전신마비를 저주하며 죽음을 갈망한다는 설정이 그럴듯할 뿐더러 "방이 너무 추워지면 콧물이 흐른다. 이건 마비 환자에게는 고문과도 같은 일이다." 같은 묘사를 통해 입체적으로 잘 그려지고 있거든요. 또한 범죄학자로서의 전문가적 지식이 빛나는 범인과의 두뇌게임도 아주 볼만했어요. 범인이 고의로 남겨놓는 단서와 그것을 밝혀내는 과정이 치밀하면서도 합리적이니까요.
아울러 범인이 내 놓은 미션을 클리어하면서 하나씩 단서를 모아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마지막 보스전에 돌입한다는 점에서 흡사 게임과 같은 재미가 느껴지는 것도 좋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전개방식일 수 있으나 서스펜스가 느껴지도록 잘 짜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보스전에서 링컨 라임과 본 컬렉터의 한판 승부의 결말, 즉 링컨 라임의 스킬은 단 한개 뿐이지만 그것을 아주 유효적절하게 이용하여 역전 한판승을 거둔다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나 아쉽게도 단점도 제법 되는데 추리적으로는 사건의 전개와 동기가 너무 작위적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특히나 본 컬렉터가 희한한 단서를 남겨놓는다고 해서 경찰이 링컨 라임에게 사건 조사를 의뢰했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왜 그런 짓을 했는지부터가 납득이 되지 않으며, 미션 자체도 왠만하면 클리어하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체 레벨보정(?)은 어떻게 가늠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이래서야 정말 이야기를 위해 존재하는 설정일 뿐이죠.
게다가 본 컬렉터에 대한 중요 복선은 중반 이후에나 등장하나 그닥 와닿지 않으며 결국 밝혀지는 정체는 너무 뜬금없는 인물이었다는 것도 점수를 주기 어려웠습니다 앞선 단서에서 정체를 유추해 낼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어요. 그나마 정보라면 딱 하나, 슈나이더 - 테일러라는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거든요. 애시당초 왜 뼈를 모으는지도 설명되지 않고 말이죠.
그 외에도 꽤나 매력적인 링컨 라임에 비해 현장 감식가로는 초보자이지만 정의감과 행동력이 빛난다는 아멜리아 색스 캐릭터는 평범하고 진부하다는 것도 약점으로 느껴집니다.
결론내리자면 평작.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릴러로 평균 이상의 재미는 있으나 아주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려운 작품이었어요. 솔직히 행동의 제약이 있는 천재가 초보자라 할 수 있는 여성과 컴비를 이루어 연쇄 살인범을 쫓는다는 설정부터가 <양들의 침묵>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기도 하니까요. <양들의 침묵>을 읽었다면 구태여 읽을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