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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8

미스터 3000 - 찰스 스톤3세 감독 / 버니 맥 : 별점 1.5점


뛰어난 타력과 함께 나쁜 매너로 팬들의 애증의 대상인 메이저 리그 야구스타, 스탠 로스는 3000번째 안타의 대위업을 달성한 즉시 은퇴해 버리고 이후 '미스터 3000'이라 이름붙인 각가지 개인사업을 시작, 승승장구한다. 문제는 7년의 시간이 흐른 후 발생하는데, 명예의 전당 측이 그의 안타수를 다시 계산한 결과, 그의 안타수가 3,000개가 아니고 3개가 모자란 2,997개였다고 발표한 것이다. 졸지에 '미스터 2997'이 되어버린 스탠은 남은 3개를 채우기 위해 밀워키 브루어스 팀으로 복귀하는데, 예전의 솜씨가 나올리 만무하다. 각가지 소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기 밖에 몰랐던 스탠은 팀웍의 중요성, 윤리, 사랑 등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되는데...

요사이 이런저런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버니 맥 주연의 코믹 야구 영화.
기본 설정만 보면 너무너무 재미있습니다. 기록원의 실수로 사라진 3안타를 되찾기 위해 7년만에 팀에 복귀한다는 설정은 정말 마음에 꼭 듭니다. 사실 야구, 아니 스포츠팬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왔단 설정이죠. 은퇴한 스타가 몇년 후에 다시 복귀하여 활약한다는.... 물론 영화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 스탠이 단 3안타를 더 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T-맥 등의 팀 동료들과의 이야기 등 곁다리 이야기도 풍성하며 스탠 로스의 치사하고 속좁은 모습과 대비되는 후반부, 특히 단 1안타를 남기고 팀을 위해 희생번트를 하는 마지막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고요. 무엇보다도 버니 맥의 코믹하면서도 뻔뻔한 야구스타 연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템포 조절에 실패하고 기본적으로 각본 자체에 미스가 있어서 설정의 재미를 극대화시키지 못한 실패작에 불과합니다.
일단 스탠 로스가 팀웍과 동료의 중요성을 알아나가는 과정은 설득력 제로에 작위성이 너무 짙어요. 예를 들자면 지구 최하위 밀워키 브루어스가 단지 지구 3위를 위해서 힘을 모은다는 설정은 무리죠. 또한 팀웍을 중요시 하면서도 정작 팀원들보다는 옛 친구와 연인이 더 등장횟수가 많고 캐릭터성이 짙은 것도 이해할 수 없으며, 스탠 로스의 주변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옴으로서 정작 야구장면에 대한 묘사가 적은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과거의 연인인 TV 리포터와의 로맨스는 도대체 왜 계속 비중있게 나와서 이야기의 맥을 끊어버리는지 알수가 없더군요. 그나마 팀이라도 좀 인기있는 팀이었다면 모르겠는데 하필이면 지금 누가 뛰는지도 가물가물한 밀워키라 영화에 몰입하기가 더욱 힘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1.5점. 기대했던 멋진 야구시합 장면도, 코믹하고 재치있는 장면도 무척 많이 부족해서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메이저리그" 정도의 재미는 가져다 줄 줄 알았는데...

2005/02/24

이 미스테리가 굉장해! 2005년판


음, 이번에 일본가서 구입한 책입니다. 평소 궁금하기도 했고 해서 과감히 사 보았죠.

제목에서 보다시피 2004년 한해의 추리계를 정리한 (물론 일본 기준으로죠) 책입니다. 가장 중요한 챕터는 앞부분의 2004년도 국내 / 국외 베스트 목록이고 기타 본격 / 호러 / 하드보일드 등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필자들이 선정한 챠트도 실려 있으며, 기타 저명인사들과 추리 커뮤니티의 나름의 한해동안의 베스트 5, 그리고 작가들의 근황 및 2005년도 계획, 유명 작가들의 대담 등 알찬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저의 일본어 실력이 거의 바닥 수준이라 내용을 완벽히 이해한것은 아니지만 여러 대담 (노리츠키 린타로와 기시 유스케의 대담은 주목할만 합니다)과 인터뷰, 다양한 재미있는 기획기사, 2004년도 각종 신인상 수상작에 대한 자세한 리뷰 및 평가 등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추리라는 쟝르의 잣대와 범위를 굉장히 넓게 잡고 있긴 하지만 (읽어보니 범죄 사건이나 경찰, 수사 과정이 등장하면 무조건 "미스테리"로 간주하는 것 같군요) 쟝르별, 간략한 스토리별로 자세하게 알려주는 자세가 좋았으며, 개인적으로는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가는 작가 노리츠키 린타로의 10년만의 시리즈 부활이라는 타이틀까지 걸려있는 2004년도 국내 베스트 1위 "살아있는 목에게 물어보라"와 역시나 간만의 관 시리즈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암흑관의 살인" 등에 관심이 가더군요. 호러-심리 서스펜스 작가로 알고 있던 기시 유스케의 본격 밀실 추리극도 탐나고요. 중국 홍루몽 시대의 살인사건을 다루었다는 독특한 역사 추리물같은 작품 "홍루몽의 살인"도 끌립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많은 책들이 소개되고 있어서 군침만 삼키게 되네요.

번역작품이야 국내에도 요사이 다빈치 코드의 대박때문인지 그런대로 소개되는 편이긴 하지만 이런 일본 본격물의 소개는 너무나 뜸해서 아쉽습니다. 이럴때 누가 저에게 돈을 좀 대준다면 일본의 정통 본격물 중심의 참신한 미스테리 문고본 기획 한번 내보고 싶긴 한데 말이죠. (저만 읽게 될 것 같아 두렵긴 합니다)
아울러 일본은 정말 추리 강국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국내 작품만으로도 눈에 들어오고,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 한두편이 아니며 해외 신작도 번역하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거의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또한 출판되는 책들도 신간들은 물론이요 과거의 고전들도 다시 복간되고 재번역되어 충실하게 소개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무엇보다 이런 책이 매년 나와 줄 만큼 매년 새롭게 풍부한 컨텐츠가 소개된다는 사실이 부러울 뿐입니다. 국내에서도 언젠가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으면 합니다.

2005/02/23

아가페이즈 - 야마다 레이지 : 별점 3점


비쥬얼 록밴드 "에로스"의 리더인 미즈키 유리는 천재 기타리스트 및 작곡가로 언더그라운드의 카리스마로 까지 불리우는 인기인이지만 16년동안 자신이 호모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된 불량조직 카르마 레인의 리더 우즈메는 유리에게 연민을 느끼고 유리가 짝사랑하는 야구부 스타 카네다 토라키에게 사랑 고백을 할 수 있도록 유리를 도와주고자 한다. 

하지만 얇은 선수층과 콩가루같은 팀 분위기라는 악조건에서 큐세이 고교를 갑자원에 진출시키기 위해 홀로 팀에서 고군 분투하는 토라키를 위해 유리가 야구로 도와줄 생각을 하고 전설의 풍수사 "세이메이"를 찾아가게 되면서 부터 모두의 운명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풍수마구 5행 5종을 익히게 된 유리는 마구를 하나 던질때 마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하나씩 잃게 된다는 계약을 하게되고 마구를 계속 던져간다. 기타 연주력, 작곡능력 등을 차례로 잃어가다가 최후의 마구 1개를 남기고 마지막 남은 계약대상인 유리의 목소리만이라도 지키기위해 우즈메와 토라키를 비롯한 팀원들이 힘을 합치지만 결국 지구대회 준결승에서 최후의 핀치에 몰린 유리는 토라키와의 대화끝에 마음을 정리하고 최후의 마구를 던지게 된다...

도대체 이 만화의 쟝르를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인어공주에서 모티브를 얻은 비쥬얼 호모 열혈 고교야구 청춘 애정 멜로 만화랄까요?

그동안 주류 만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모든 코드들을 조합해서 16세의 주인공들을 통해 보여주면서도 실제적으로 드라마의 무대는 고교야구 지구 예선으로 설정하여 진행하는 엄청난(!) 만화입니다.

읽으면서 저는 아다치 테츠의 만화 "세븐틴 러브"가 일단 연상되더군요.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들과 그들의 앞뒤 가리지 않는 문란한 사생활, 거기에 현란한 대사와 독백이 난무하는 것이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제대로 된 어른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각각 어두운 가정환경과 주위 환경에 시달리며 여러 비정상적인 생활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것도 비슷하네요. 그리고 대충 그린듯한 그림도요.

하지만 이러한 요소는 일부 막나가는 청춘물이나 성장물에서 끝없이 반복되어 왔던 점이라 이 작품만의 독특하거나 특별한 점으로 보기에는 힘듭니다. 결정적 차이점이자 이 작품만의 특징이 있다면 이른바 "청춘애정물"적인 성격이 강한 이 작품에서의 사랑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필연적인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풍수"와 "야구"라는 황당할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매개체를 통해서 말이죠.

이 작품에서 이질적인, 제대로 된 어른이 유일하게 붙어있고 재능과 어느 정도 행복한 가정이 있는 존재인 토라키(와 토라키와 연결되는 야무) 만을 제외한다면 작품안에서 크게 진행되는 두개의 사랑의 흐름, 우즈메->유리->토라키->야무->유리마츠오->다키니->류추다 라는 두개의 사랑 모두 당사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비극으로 귀결됩니다. 첫번째는 주 당사자인 유리는 호모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특히 토라키) 노멀이라는 것 때문에, 두번째는 다키니의 죽음 때문에 당사자들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게 되지요.

또한 진정 자신에게 소중했던 모든것을 토라키를 위해 버린 유리의 경우를 비롯하여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지불해야만 한다는 풍수의 이론 (등가교환의 법칙?) 때문에 모두들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잃어가는 전개는 이들의 상처를 더욱 깊고 암울하게 합니다. 이렇게 흡사 인과율의 법칙처럼 정해진 파국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전개는 파국의 정도 차이가 있을 뿐 결과적으로는 "베르제르크"와도 유사한 전개로 비슷한 전율을 안겨다 줍니다.

혹시 어디서 본듯한 설정이라고요? 최관->현지->오혜성->엄지->마동탁 이 생각나지 않나요? 무엇보다 최근에 거의 찾아보기 힘든 주인공인 유리, 즉 오로지 사랑때문에 자신을 파괴해가는 모습은 흡사 엄지를 위해 장님이 되면서까지 시합에 져주기 위해 발광하는 오혜성의 모습이 그대로 겹쳐집니다. 그러나 오혜성과 미즈키 유리의 차이점은 오혜성은 사실상 더 잃을것이 없었지만 유리는 사랑을 위해서 가진 모든것을 잃게 된다는 것, 그리고 동료들도 결국 진출한 갑자원 1회전에서 엄청난 점수차로 패배한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모든것을 희생하여 진출한 갑자원 1회전에서 무참하게 패하는 큐세이의 이야기는 현실적이고 당연했지만 너무나 어둡고 비극적인 끝맺음이었죠. 때문에 대충 그린듯한 그림체에 비현실적인 캐릭터와 설정에도 불구하고 더 비장하고 더 암울한 이야기를 보여주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마지막권에서 모든것을 잃게된 후 각자 스스로의 처지를 알게 되어 행복을 위해 다시 모인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자기 파괴적인 유리의 마지막 피칭로 끝나는 8권정도에서 끝맺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후의 전개는 에필로그-후일담 형식의 후반 이야기가 너무 길어 상당히 처지는 편이라서요. 차라리 음악을 포기하고 말없는 풍수 마구 투수로 프로를 재패하는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은데 음악에 대한 집념과 천재적인 음악성에 대한 묘사가 설득력이 부족해서 마지막 부분에서의 비장함이 약해 8권까지 꾸준히 달려주던 감성이 좀 무뎌지게 되거든요.

그래도 단점을 지적하기에는 너무나 독특한 고교 청춘 애정물이면서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전편에 걸쳐 명장면과 명대사가 계속 등장하고 있으며 심각한 대사와 전개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특유의 개그와 과장을 계속 선보여서 이질적이고도 해괴한, 하지만 작품에는 너무나 어울리게 구성하는 센스는 놀랍습니다. 아쉽게도 야구만화로서의 가치는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설정과 잘 조합된 마구의 특성과 던지는 법, 그리고 계속해서 등장하는 라이벌에 대한 설명과 묘사는 흡사 20여년전의 야구만화를 보는 것 같아 재미있더군요.

작품 자체도 스토리는 황당무계하지만 사람을 잡아 끄는 매력이 특출나서 몇번이고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작품이긴 하지만 저에게는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PS : 그림만 조금 더 좋았더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었을텐데 아쉽군요. 뭐 그나마 요새는 구하기도 힘든 절판도서가 되어버렸지만요... 

개인적인 명장면 베스트...최후의 투구를 앞두고 토라키와 유리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
"너 이 시합전에 자신이 게이라고 얘기했어.. 대답해 유리... 너...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싸워온거냐..?"
"핫 핫 하" 
[물론이야...] "바보-" 
[아주 좋아하고 있어] "시시껄렁한 소리 다 듣겠다" 
[너는...] "미안하지만..." 
[나의 전부야..]"내 타입이 아니야"

2005/02/21

Teen Titans!

토요일에 회사의 새로 들어온 가구때문에 간만에 근육을 쓰는 일을 하고 일요일 내내 집에서 몸져 누워있다가 우연찮게 보게 된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동안 미국의 슈퍼 히어로물의 팬이라 자부하고 있어서 이 작품의 방영여부를 여태 몰랐던 것에도 놀랐습니다. 홈페이지에서도 새로운 세대의 영웅이라 적극 홍보하며 벌써 시즌 5까지 등장한 인기 시리즈인 모양인데 말이죠....

무엇보다도 의외로 작품이 독특하여 푹 빠져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계속 보아왔던 워너의 DC코믹스 계열의 히어로물, 배트맨 시리즈라던가 슈퍼맨이나 저스티스리그 등과 유사하면서도 차별화 되는 점이 마음에 들더군요. 일단 유쾌하고 명랑하면서도 활기찬,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는 그러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 한편보고 평하기엔 이를까요?)

또 Producer인 글렌 무라카미가 배트맨 애니메이션 때부터 캐릭터 아트에 참가해 온 사람이라 워너쪽의 히어로물의 스타일은 따라가고 있지만, 그의 이름에서 짐작해 볼때 일본계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작품 전체적으로 상당히 일본 애니메이션 티가 많이 납니다. 특히 캐릭터쪽은 전형적인 미국 애니메이션 보다는 일본풍의 느낌이 강하며 액션 장면의 묘사나 표정묘사 등에서 그러한 감을 많이 느끼게 해 주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슈퍼 히어로로 치지 않는 로빈이 리더라는 점과 비스트보이라는 독수리5형제의 제비같은 약해빠지고 별볼일 없는 캐릭터가 팀에 포함되어 있는 점은 별로 호감 가지 않았지만 너무나 깜찍하고 귀여운 레이븐양과 스타파이어양때문에라도 계속 보게 될 것 같습니다.

하여간 간만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보았습니다.어떻게든 못본 편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봐야 할 것 같네요.

Teen Titans Cartoon Network 공식 사이트 : 괜찮은 플래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Teen Titans Animation Site : 정보는 이쪽이 더 많군요.

2005/02/18

최면 - 마쓰오카 게스케 : 별점 2점

최면 2 - 4점 마쓰오카 게스케 지음/룩스북

최면술사로 자칭하며 TV쇼 등에서 사기행각을 일삼는 가짜 최면술사 지츠소지 앞에 엄청난 미인 이리에 유카가 나타나 자신에게 걸려있는 최면술을 풀어줄 것을 요구한다. 거절한 지츠소지 앞에서 갑자기 그녀는 "우주인"으로 탈바꿈하며 독심술과 예지력을 보여준다. 지츠소지는 자신이 근무하던 하라쥬쿠의 "운명의 성"이라는 가게에 그녀를 소개하여 그녀를 "채널러"로 근무하게 하며 엄청난 손님을 끌어모으게 된다.

하지만 TV에 소개된 그녀를 우연히 보게된 도쿄 카운슬링 심리센터의 최면요법과 과장 사가는 그녀가 심각한 정신분열증에 다중인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녀를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지만 오히려 그녀가 받고 있는 이전 직장에서 2억엔이라는 거액의 횡령용의때문에 경찰과 대립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천만부가 넘게 팔렸다는 작품. 개인적으로 일본産 미스테리 스릴러 물을 좋아해서 구입해 보았습니다.

마음에 든 부분은 저자가 실제로 국가자격을 보유한 최면요법 카운슬러인 덕분에 최면요법에 대해서 굉장히 디테일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나간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런 전문가적인 내용을 아주 좋아하기도 하고요. 특히 일반인들이 흔히 알고 있는 '최면術' 이 아닌 '최면요법'으로 과학적이고 임상병리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여러 사례들을 소설의 에피소드들과 결합시켜 재미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드네요. 예를 들면 뇌수술 후 갑작스럽게 안면 마비가 온 환자의 치료를 위한 최면 요법, 외발자전거를 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최면 요법 등이 그러합니다, 또한 가위바위보 이론이나 동전 맞추기 트릭, 독심술 등을 실제 응용 가능할 정도로 자세하게 써 놓은 것도 흥미로왔습니다. 특히 가위바위보 이론은 한번 써먹어 볼 만 한 것 같더군요.

하지만 이러한 최면요법이나 독심술 등의 설명을 제외한 실제 소설 내용은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미안할 정도로 재미가 없습니다.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정말 간단해요. "주인공 사가과장이 이리에 유카의 정신분열증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 전부거든요. 미스테리의 요인이 될 수 있는 두가지 요소, 유카의 횡령사건과 다중인격이라는 요소도 횡령사건은 순전히 심증으로 이루어지는 추론으로 해결되고, 다중인격의 치료 역시 앞부분의 장황했던 설정에 비한다면 상당히 간단하게 끝날 뿐이라 실망스러워요.
그 외의 이야기들은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최면술이라는 것의 나쁜점만 모아서 가지고 있는 지츠소지라던가 사가의 애인 아사히나의 이야기, 사가의 상관 구라이시의 이야기 등이 있는데 모두 부수적으로 최면요법을 강조하기 위해 등장할 뿐이라 실제 주 스토리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사족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최면요법을 과학적으로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한 티는 무척 많이 나지만 외발자전거를 못타는 소녀에게 실시하는 최면요법처럼 최면요법의 효용을 강조해서 오히려 일반인에게 만병통치약과 같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도 다분히 있다고 보입니다. 이런 면에서는 흡사 최면요법협회에서 홍보용으로 만든게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들 자체도 위의 이유로 실제 스토리에 잘 섞이지 못한 것 같아요. 이럴바에야 "여의사 레이카"나 "사이코 닥터" 같은 정신과의사나 카운셀러가 등장하는 옴니버스 단편 만화보다도 격과 재미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마디로,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네요. 초반의 이리에 유카의 다중인격이 발동하는 장면에서의 충격은 약간 있지만 그 이외에는 별달리 언급할 내용도 없습니다. 뭐 그래도 소설 자체로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다양하게 등장해서 그런대로 읽히는 편이기는 하니 절반의 성공이랄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05/02/17

호텔 캘리포니아 - 김진태 : 별점 3점

만화 호텔 캘리포니아 - 6점
김진태 글 그림/열린책들

2천년 전통의 살인무술 "북두관자 찌르기" 전승자 달라스 웨스트코스트는 아버지의 원수 신시내티 키드를 죽이려다가 실수로 미네소타 키드를 죽이게 되어 콜린 교도소 - 통칭 "호텔 캘리포니아" - 에 수감되게 된다...

만화책을 엄청나게 구입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99년부터 2002년도까지죠. 이유는 직장생활을 새로 시작하여 월급도 생기고, 바쁜 탓에 다른 여가활동을 즐기기가 힘들어서였는데 어느 정도였나 하면 홍대앞 유명한 한양문고 사장님께 스카웃제의(?)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허나 그렇게 만화책을 사 모았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작가에는 눈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일본 코믹스를 모방한 캐릭터나 스토리도 싫었고 그나마 작가라 할 수 있는 몇몇 분들의 책은 워낙 귀할 뿐더러 신간이 자주 나오지도 않았기 때문인데 그 중 단 한사람! 제가 거의 전 작품을 사 모으려 노력하고 아직까지도 총애하는 작가가 있으니 바로 김진태입니다.

데뷰 초에는 그림체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억지성 짙은 스토리도 별로라 생각했지만 사회 풍자와 슬랩스틱을 교묘히 합성한 최초의 히트작 "대한민국 황대장"에서 부터 눈길이 가기 시작하여 후속작 "신한국 황대장"까지 저에게 구입하게 만들더니, 어마어마한 황당무계 SF "보글보글"로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그 이후 "체리체리 GoGo"와 "시민 쾌걸" 등을 통해 이른바 "김진태월드"를 완성하여 팬을 더욱 즐겁게 해 주었죠.
하지만 매일매일 반복되는 신문연재라는 제약조건 때문인지 "시민 쾌걸"의 기발한 개그도 점차 힘을 잃어가는 것이 눈에 보이던 차에 결국 연재가 완결되어 여러모로 섭섭하고 아쉬웠는데 마침 신간 단행본이 출간되어 사보게 된 것이 이 책입니다.

사설이 길었는데, 이 만화는 이전 작품 "왕십리 종합병원"과 유사하게 특정 장소와 직종에서 유발되는 일종의 캐릭터 코미디입니다. 비교해보자면 "왕십리..."는 에피소드들이 다른 연재작에 비하면 긴 편이라 밀도가 떨어지고 "한호색"처럼 김진태 만화치고는 단순한 캐릭터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등 특출난 점이 없는 평범한 작품에 불과하죠. 그러나 이 작품은 '북두관자찌르기'의 전승자 달라스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고는 있기는 하나 패러디 캐릭터로서의 약점때문인지 매 에피소드마다 달라스보다는 특색있고 개성있는 주변 인물들의 개그와 재치를 짤막한 길이로 압축하여 보여줍니다. 그래서 "왕십리.."보다는 주인공의 역할이 미미하나 너무나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달라스의 룸메이트 스티브 수세미나 컨트리 음악 애호가 교도소장, 흑인의 프라이드 힙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힙합듀오 어빙과 톰, 라틴 패거리의 보스 바티 스투타와 흑인 패거리 보스 말콤 S 등 개성이 넘치는 인물들이 한 꼭지씩 등장하여 한번씩 웃겨주는 식이라 오히려 캐릭터 코미디로서는 훨씬 좋은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국내에서 이런 완전 "교도소"배경의 만화는 처음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일반 흥행작에서 빠질 수 없는 "여성 캐릭터" 조차도 나름의 아이디어로 소화해 내어서 표현하는 김진태의 기발함에는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네요. ("규화보전"이라니!)
개인적으로 최고의 에피소드는 모두가 싫어하는 죄수 "조지 워런"이 등장하는 "Jailhouse Rock"편입니다. 내용 진행이 힙합듀오의 랩으로 이루어지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감칠맛 나는 대사들, 생체실험을 통한 극적인 반전 등 김진태 월드의 재미가 전부 담겨있는 명편이에요.

하지만 커버와 이런 저런 사설들을 빼면 실제 내용은 약 12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가격이 7,500원이라는 것은 좀 부담되긴 합니다. 페이지당 가격이 60원을 넘어가다니... 거기에 김진태 만화의 최대 단점인 "마무리가 약하다"는 여전하고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설정과 아이디어, 패러디를 이해할 수 있는 독자층이 상당히 좁게 느껴지는 것도 아쉽네요.

그래도 간만에 등장한 새로운 설정의 김진태 작품으로 책 자체도 상당히 괜찮은 디자인으로 책들을 만드는 출판사 "열린책들"답게 깔끔한 편집에다가 올 칼라, 그리고 커버도 마음에 들어 간만에 무척 마음에 드는 책을 구입한 것 같습니다. 또 놀랍우면서도 반가운 것은 이 책이 책 날개에 있는 것 처럼 장 자끄 상뻬등 해외 유명 작가와 같은 반열의 시리즈 책으로 나왔다는 것이지요. (진태님 만세!)
김진태 월드의 진가를 맛보기에는 좀 부족하지만 입문으로서는 손색없는, 저질 화장실 개그가 난무하는 개그만화계의 상큼한 한그루 상록수 같은 책으로 추천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05/02/16

밀랍 인형 (Wax Work) - 피터 러브시 : 별점 4점

밀랍인형 - 8점
피터 러브제이 지음/뉴라이프스타일

왕립 식물원이 있는 고급 주택가 큐 스트리트의 고급 사진 스튜디오에서 청산가리로 사진사 하워드 클로우머의 조수 퍼시벌이 살해당한다. 경찰은 조사 끝에 그가 사진사의 아내 미리엄을 협박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녀를 기소한다. 미리엄은 스스로, 협박당한 끝에 피해자가 즐겨 마시던 와인 카테터 안에 사진관에서 이용하던 청산가리를 주입하여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자술서를 제출하고 법원은 그녀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그러나 사형 집행이 며칠 안 남은 어느날, 형사부장 크리브에게 이 사건에 대한 엄중 조사 명령이 하달된다. 사실은 독약을 꺼낼 수 있는 금고의 열쇠는 피해자 퍼시벌과 남편만이 가지고 있었고 미리엄은 이 열쇠를 손댈 수 없었다라는 의외의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기 때문이며 크리브는 사명감을 가지고 사력을 다해 사건 수사에 나선다.
결국 크리브는 과거에 비슷한 형태의 자살-독살 사건이 미리엄의 주변에 있었던 사실과 남편의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음을 밝혀내는데 성공하지만 남편이 종적을 감춰버리고 크리브는 법으로 엄중히 금지되어 있는 사형수 미리엄과의 면회를 통해 진상을 밝힐것을 결심한다....

아래 감상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형사"와 "가짜경감 듀"로 접해 보았던 영국작가 피터 러브시의 작품. 원래 작가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도 있지만 이 작품에 대한 다른 여러분들의 호평을 인터넷 상에서 익히 접해왔기 때문에 헌책방에서 눈에 띄었을때 주저없이 구입하였습니다.

고전 황금 시대인 19세기 후반의 영국이 무대인데 이 작가 작품의 시대는 3편의 장편 모두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손에 잡힐 듯한 시대 묘사를 선보이는 것이 정말 대단합니다. 현대가 무대인 "마지막 형사"야 그렇다 치더라고 20세기 초엽의 "가짜경감 듀"나 이 작품 모두 창문 밖 거리를 보고 쓴 듯한 현실감 넘치는 묘사가 압권이거든요.
특히나 이 19세기 후반의 영국이라는 무대는 "적당히 수사와 재판 등의 조직이 살아 있으면서도 무언가 2% 부족한 듯한"  고전 추리소설적인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대라 생각됩니다. (작가가 그것을 의도하고 쓴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작품 속 탐정역의 크리브 형사 부장은 시리즈 캐릭터라고 하는데 다른 작품은 접해보지 않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상사에게 치여살며 만년 형사부장에 머물러 있는 궁상맞은 현실적인 모습과 함께 자존심도 있고 행동력, 추리력이 탁월한 능력있는 탐정의 모습도 잘 보여주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홈즈를 의식하진 않았겠지만 익히 알려져 있듯 무능한 인물만 있었던 것이 아닌, 당시 경찰에도 인물이 있었다는 설정은 (출세는 못하지만)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보여지네요. 뭐 레스트레이드도 우직하고 성실하다는 점에서는 능력있는 인물이겠지만요.

하지만 이 크리브 형사 부장보다 이 작품을 빛내는 인물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미리엄이라는 영국 스타일 "팜므파탈"이죠. 사형선고를 받았음에도 절대 무너지지 않은 굳은 마음과 치밀함을 가지고 시종일관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니까요. 비록 마지막 장면에서 결정적 실수를 범하며 무너지긴 하지만 주로 "몸"으로 승부하는 경향이 짙은 미국식 팜므파탈에 비교해서 상류계급의 귀부인이라는 사고방식, 엄숙하고도 단정하면서도 곧은 행동거지로 무장하고 약점과 눈물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치밀하고 독사같은 면모를 갖춘 독특한 악녀의 모습으로 자신만의 매력을 뽐냅니다. 그림과도 같은 아름다움 역시 갖추고 있고요.

이러한 매력적인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도 역시 스토리텔러로서의 피터 러브시의 진가를 잘 보여줍니다. 크리브 형사부장이 서서히 사건을 파헤치며 드러나는 과거의 또 다른 자살 사건, 그리고 과거 사건과의 이해할 수 없는 연관성에서 비롯된 추론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두 사람의 승부! 결국 마지막에 "일사부재리 원칙"이라는 결정적 법 조항을 바탕으로 밝혀지는 진범의 정체와 반전은 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독자를 서서히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가면서 나중에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준비하는 그 솜씨는 그야말로 대가의 솜씨에요. 제목 그대로 사형집행인과 타소 밀랍인형관의 이야기를 교차시켜서 보다 긴장감을 자아내며 당시 시대상을 느끼게 해 주는 연출 역시 발군이고요.

하지만 정통파에 가까운 추리소설답게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가장 큰 의문 "도대체 그 여자는 어떻게 자물쇠를 열 수 있었을까?"에 대한 답을 마지막 승부에서 크리브 형사부장이 이끌어내는 부분에서 약간 치밀함이 부족하여 (물론 이 사건에서는 증거를 제시할 필요는 없다는 나름대로의 전제조건이 있어서 좀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기는 합니다) 너무 해답 자체가 급작스럽게 돌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그래도 중편정도의 부담없는 길이에 상당한 수준의 트릭과 지적 흥분, 재미를 가져다 주는 책입니다. 별점은 4점. 추리소설사에 길이 남을만한 매력적인 팜므파탈이 등장한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PS : 그나저나 "마지막 형사"와 "가짜경감 듀"는 물론 엄청나게 재미있게 읽은 책이지만 좀 길었다고 느껴졌었는데 이 책은 깔끔하네요. 아무래도 이 정도 길이가 저한테는 딱 맞는 것 같습니다.

2005/02/15

말아톤 - 정윤철 : 별점 4점


자폐증을 앓고 있는 20세 청년 윤초원, 10Km 단축 마라톤에서도 3위를 할 정도로 달리기를 좋아하지만 42.195Km라는 풀코스는 초원에게 벅차고 힘든 거리.
자폐아 특수 학교에 음주운전으로 200시간 봉사명령을 받은 과거 마라톤 영웅 정욱이 부임하여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초원의 코치를 맡게 되고 서서히 정욱과 초원은 우정을 쌓게 되지만 초원을 뒷바라지 하느라 초원의 가정은 서서히 서로의 신뢰와 즐거움을 잃어가고 어머니의 초원을 정상인처럼 키우려는 노력은 어느새 집착으로 변해간다.

결국 코치와도 결별하고 도전했던 초원의 첫 풀코스 도전은 실패로 끝나며 결국 폭발한 어머니의 회한과 후회는 어머니에게 다시는 달리기를 시키지 않겠다는 결심을 남기지만 초원은 마라톤을 선택하여 춘천 국제 마라톤에 도전하게 된다...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아주 옛날 배창호 감독-안성기 주연의 "안녕하세요 하느님" 이후 처음인 것 같네요.

언뜻보면 절대로 흥행할 수 없을 것 같은 소재와 줄거리지만 웃음과 눈물을 결합시키는 특출난 각본으로 관객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동시에 전해줍니다. 초원의 아이와 같은 행동과 여러 에피소드들(특히 코치와 관련된)은 웃음을, 지하철에서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를 외칠 때나 춘천 마라톤 대회 출발 직전에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를 말하는 장면 등에서는 눈물이 핑 도는 찡한 기분을 전해주죠. 그 눈물도 여타 영화처럼 최루성, 눈물을 강요하고 짜내는 것이 아닌 정말 감정 저 한곳을 건드리는 듯한 것이고요.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라는것을 철저하게 표현하고 느끼게 해주는 후반부는 저도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보았네요.
화면과 음악도 일정 수준 이상이라 한국영화의 달라진 수준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음악은 간만에 CD구입의 충동을 불러 일으키기 까지 하더군요. 마지막 마라톤 대회에서 오버랩되는 초원의 시선에서 바라본 마라톤 장면은 정말로 좋았었던! 최근 보기 드물었던 명장면이었습니다. 초원의 스스로의 달리기에 대한 즐거움, 기쁨을 표현하는 장면인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무엇보다 조승우의 연기가 정말 대단합니다. 과거 안성기씨의 정신박약아 연기도 좋았었지만 조승우씨의 자폐아 연기는 정말 어느 한계를 뛰어넘은 듯한 열연이에요. 여러 명배우들이 장애인을 연기해왔지만 조승우도 그 반열에 오를 수 있게다 싶은 연기를 선보입니다. 과거 "안녕 UFO"에서 장님연기를 보여줬던 이은주의 연기가 얼마나 형편없는 것이었는지도 다시 한번 느껴지네요....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좋은 연기를 보여주던 코치가 중반 이후 급격하게 비중을 잃는다던가, 초원 가족이 서서히 행복을 찾는 부분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이 약간 아쉬운 부분도 몇가지 있지만 1피코그램정도 밖에 안되는 사소한 결점 몇개일 뿐으로 큰 흠은 아닙니다. 코치가 넘 맘에 들어서 계속 나와주었으면 하는 개인적 바램에 가깝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한 자폐아와 가정의 작은 인간 승리, 모두가 행복해지고 따뜻한 마음을 갖게되는 이런 영화를 전 무척 좋아합니다. 어쨌건 이 영화라면 세계에 통하지 않을까 싶네요. "제 8요일"이나 "여인의 향기"가 별거 있겠습니까?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니 기쁩니다. 관객 수준도 영화와 더불어 높아져 가고 있다는 증거겠죠? 무엇보다 좋은영화에는 관객이 몰린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알려주기도 하고요.
자폐아들에 대한 관심이나 시각이 이 영화 한편으로 조금이나마 달라진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PS1 : 상당히 저예산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는 훨씬 많은 돈을 썼더군요. 이왕 돈 들일거 정말 아프리카 한번 가서 찍어주는 것도 좋았을것 같은데 말이죠^^

PS2 : "슈퍼스타 감사용"도 비슷한 류의 드라마인데 왜 실패했는지 다시 생각해 보아도 의문입니다.... (주연배우 때문?)

2005/02/14

일본 여행기 둘째날

둘째날의 기록들입니다. 참 짧은 여행인데도 왜 이리 찍은 사진은 많은지....첫째날 이야기보다도 길어져서 보시는 분들 스크롤의 압박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죄송할 따름이지요...^^호텔에서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러 일단 내려갔습니다. 아침식사는 부페식인데 그다지 종류가 많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식-양식으로 구분된 점 하나는 특이하더군요. 주위의 일본인들은 거의 대부분 일식 아침 식사 (밥과 국, 간단한 반찬)를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서 저도 "낫토"라는 녀석을 처음 먹어보았는데, 뭐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그런대로 맞는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좀더 얼큰하게 간을 해서 먹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하여간 서둘러 아침식사를 끝내고 호텔 근처의 요츠야 역까지 걸어간 뒤 신쥬쿠로 이동할 계획을 세우고 이동했습니다.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나 좋아서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신쥬쿠! 여기는 정말 간판이 너무 와글와글 요란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그래도 도큐핸즈는 정말 쇼핑의 천국이었습니다. 특히 한국에 뭔가 선물을 사가려면 여기서 사는게 좋을 것 같아요. 싸고 예쁜 물건이 많았습니다. 또 다카시야마 백화점과 기노쿠니야 서점이 연결되어 있어서 거의 "원스탑"으로 쇼핑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음에 들었고요.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이 기노쿠니야 서점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제일 먼저 느낀것은 "한류스타" 열풍이었습니다. 제일 눈에 잘 띄는 코너 중 하나가 완전히 한국 스타들 코너로 꾸며져 있었거든요. (대체 여기 류시원이가 왜 포함되는 지는 미스테리...) 하지만 서점 자체는 기대보다는 작은 규모여서 약간 실망했습니다. 좀 넓고 쾌적하다기 보다는 아기자기하고 올망졸망하게 꾸며놓았다고나 할까요? 좁은 공간에 층으로 구분해 놓은 이런 구조보다는 국내의 대형서점들처럼 넓게, 한번에 볼 수 있게 꾸며놓은 것이 저는 더 마음에 듭니다. 대충의 아이쇼핑 후에 친구 엄사마^^와 점심약속을 잡고 약속장소인 스튜디오 알타로 이동하며 몇몇 샾을 더 둘러보았습니다. 그중 사진에 있는 브랜드샾 "Jounal Standard"는 추천장소입니다. 물건들이 다들 굉장히 예쁘고 고급스럽습니다. 다만 가격이 무지무지무지하게 비싸다는 것 빼고는 전부 마음에 들더군요.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지요..^^)
전날 너무 잘 얻어먹어 우리가 대접하기로 하고 같이 간 곳은 회전초밥집이었습니다. 가격은 싼것은 100엔부터 있고 제일 비싼게 350엔 짜리인 곳인데 엄상말로는 맛과 가격 모두 뛰어난 곳이라고 하더군요. 확실히 가격은 합리적이고 맛도 좋았습니다. 가격은 국내의 좀 괜찮다 싶은 초밥전문점 (스시히로바) 등과 비슷한 수준인데 기분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맛은 일본가게가 더 좋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엄상이 식후 디저트를 쏜다고 데리고 간 곳은 시부야의 엑셀호텔 커피숍.. 덕분에 거의 초밥가격과 맞먹는 가격의 식후 디저트를 먹게 되었네요.
그리고 서둘러 시부야를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젊은이들의 거리다운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특히 대형 가라오케가 엄청 많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에는 꼭 들려보고 싶었습니다. 이곳 저곳을 돌아보다가 관광 마지막즈음해서 대형서점이라는 "북1st"를 찾아가 보았는데 생각보다는 별다른 아이템이 없어서 살짝쿵 실망했지만 몇권의 추리서적을 구입했습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아쉬움이 남아 다시 하라쥬쿠로 이동하여 "북오프"에서 마지막 쇼핑을 했습니다. 저는 주로 105엔짜리 코너에서 몇권의 책을 구입했죠^^ 그리고 일본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하라쥬쿠에 있는 덮밥집에서 해결했습니다. 지나가다 눈에 띄어 들어간 곳인데 가벼운 마음으로 먹을만 합니다. 사진에 있는 "겨울덮밥세트"가 7500원 정도인데 약간 비싸긴 했지만 바로 튀긴듯한 바삭바삭한 맛에 특별한 소스가 곁들여져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깐의 아이쇼핑을 즐겼죠^^
이제 밤비행기를 타고 돌아갈 시간이므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에스컬레이터 옆의 손잡이 부분에 광고를 프린트 한 것은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 같아 한장 찍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모노레일을 타고 하네다로 이동한 다음 12시 출발의 전일본 항공 비행기를 타고 다시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길도 올빼미 관광이라 새벽에 도착해서 힘들고 지쳤지만 즐거웠어요. 짧은 기간이라는 것 때문에 무척 아쉬움이 많이 남은 여행이었습니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최소한 3박4일정도의 일정으로 좀더 여유있고 천천히 즐기다 와야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역시 여행은 "여유"겠죠?

중화 요리에 담긴 중국 - 고광석 : 별점 3점

중화요리에 담긴 중국 고광석 지음/매일경제신문사(매경출판주식회사)

중국 사람들은 개고기의 질을 평함에 있어서 개의 겉모습, 즉 털의 색깔로 등급을 달리한다. 즉 일황, 이흑, 삼화, 사백이 그것이다. 첫째는 누렁이, 둘째는 검둥이며 셋째는 얼룩이, 넷째는 흰둥이다. 필자는 인류에게도 그와 같은 평가가 근거가 있다(?)고 믿는 사람의 하나이다. 독일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빌헬름 2세가 당시 중국의 실권을 쥐고 있던 위안스카이에게 애완용 개 한마리를 선물했다. 얼마 후 위안스카이로부터 답장이 왔다. "맛있게 잘 먹었소이다"

홍콩과 중국에서의 10여년의 생활 경험이 있는 저자가 중국 음식을 4개의 요리 (광동 / 사천 / 상해 / 북경)으로 구분하여 각 요리의 특징은 물론 대표적인 요리와 그 요리에 얽힌 여러가지 이야기, 또 그 지방의 여러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쓴 일종의 요리 문화서입니다. 그리고 "궁중요리"와 "요리의 아웃사이더"라는 항목을 뒷부분에 추가하여 4대 요리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잘 알려져 있거나 언급할 만한 요리들을 소개하고 있고요.
개인적으로 "요리"라는 것에 관심이 많고 이런 좀 잡학스러운 책을 좋아해서 구입해서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위에 언급한 개고기 이야기를 비롯해서 저자거리의 돼지고기 장수가 장원급제를 하는 "급제죽"이야기나 뱀고기 이야기, 거지 닭구이 이야기 같은 에피소드나 손씻는 물, 동파육의 유래 등 실제 역사와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비롯하여 실제로 유명한 요리들의 유래, 그 맛에 대한 평가 및 분석, 유명한 가게에 대한 소개 등 실질적 정보까지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제목 그대로 저자가 중국을 크게 4개 지역으로 구분하여 요리와 더불어 각 지방을 분석하고 소개하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고 독특한 발상인데 꽤 그럴 듯해서 즐기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간접적이고 재미있게 우회하며 접근하는 것이 중국이라는 국가의 지방과 문화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각 요리에 대한 자세한 도판과 조리법이 빠져있는 것은 아쉽지만 (조리법은 아무래도 비밀스러운게 많겠죠?) "맛의 달인"과 같은 작품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상당히 유용하면서도 재미난, 값어치는 충분한 책이라 할 수 있겠네요. 무엇보다 저는 헌책방에서 구입했으니 만족 두배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05/02/11

일본 여행기 첫째날

이틀의 짧은 여행, 그 중에서도 하루분이라 별 내용도 없지만 나름대로 적을것도 많고 사진도 많이 찍어서 너무 길어졌네요^^
올빼미 관광이라 새벽 비행기를 타느라 고생좀 했습니다. 출발은 새벽 3시 30분, 도착하니 거의 6시가 다 되었더군요. 나름대로 두근두근 하느라 잠도 거의 못자서 컨디션은 좋지 않았지만 도착하니 기분 하나만은 무척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기내식은 정말 "퐈"였었고 평상시에는 그렇지 않았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귀울음 현상이 심해서 무척 괴로왔습니다. 밤새 여행한 탓인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걱정이되더군요. 하여간 하네다에 도착하니 상쾌했습니다. 인천 공항과 비교하여 초라해 보이는 공항에 약간 실망하기도 했고 입국 심사대에 있는 너무나 야쿠자 스러운 직원땜에 웃기도 했지만 어쨌건 무사히 일본에 도착, 입국했네요. 660엔 이라는 교통비의 압박은 있었지만 모노레일 >> 야마노테선으로 첫날 계획했던 하라쥬쿠로 이동!
공항에서 바로 도착한 하라쥬쿠! 시간이 아까운 탓에 서둘긴 했지만 너무 일찍 도착하니 정말 거리에 사람도 하나 없고 뭐 할게 없더군요. 어쩔 수 없이 카페에서 모닝셋트 (크로와상과 커피 한잔으로 이루어진 초 부실한 셋트!!!!) 를 먹으며 카페에서 기다리다가 상점들이 오픈하는 10시부터 하라쥬쿠를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캣 스트리트, 다케시타도리.... 넓긴 넓었지만 잼나게 돌아다니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점심은 모 여행 가이드에서 추천한 교자집(하라쥬쿠 교자)에서 먹었는데, 사실 추천할 정도의 맛은 아니더군요. 하지만 가격과 시스템은 꽤 괜찮았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오모테산도와 우라 하라쥬쿠를 돌아다녔습니다. 이곳은 한적하고 산책하기가 좋아서 무척 마음에 들더군요. 주택가와 상점가가 묘하게 뒤섞여 있는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고 특히나 여기 위치했던 아트 & 기프트 샵 "HH Style"은 상당히 제품들과 디스플레이가 괜찮더군요. 국내 얼리어답터류 사이트에서 많이 봤던 제품과 디자인 역사상 유명한 가구들, 또 유명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잔뜩 모여있는 멋진 샵이었습니다. 왠만한 소품 하나는 만엔을 넘어가는 가격의 압박에 좌절하긴 했지만 산책길에 꼭 한번 들러봄직한 가게였습니다. 싸이트도 있으니 관심있으시면 한번 들러 보시길....
그리고 잠깐 호텔로 돌아와 쉬면서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절친한 친구 "엄상"에게 전화연락하여 저녁 약속을 잡고 만난 곳은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무지무지하게 휘황찬란하고 비싸보이게 치장한 곳에서(엄상 말에 따르면 이곳 아파트 한달 월세가 600만원이라더군요 ^^;;) 엄청 비싼 저녁을 얻어먹었습니다. 도쿄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 "북해도"에서 저녁을 먹는 맛이란 정말.... (그것도 공짜로...) 사실 사진보다 얻어먹은 것이 훨씬 많지만 용량 문제로 두가지만 올립니다. 무엇보다도 저 회 옆의 와사비는 "맛의 달인" 에 나오는 것처럼 진짜 와사비를 갈아서 올려놓은 진짜여서 더욱 감동이었습니다~ (엄상 ~ 아리가또!) 이외에 인삼먹인 닭튀김과 이 가게 명물 "라면샐러드", 그리고 정통 "삿뽀로 라면" 등도 무지하게 맛있었어요. 제가 일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살짝 퓨전스러운게 입맛에 딱 맞더군요. (공짜로 얻어먹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저녁을 먹었으니 2차를 가야겠죠? 엄상이 안내한 곳은 외국인 아마츄어 밴드가 라이브하며 즐기는 바였습니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주로 한가한 일본인 여성들과 흑심품은 외국인 남성들이 만나는 곳이라고 엄상이 이야기했는데 대체 무슨 소린지..... 하여간 정통 생맥주와 함께 컨트리틱한 라이브를 즐기다 피곤하기도 하고 밤도 늦어 에비스의 밤거리에 아쉬움을 뒤로 한채 호텔로 돌아오며 첫쨋날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2005/02/05

파리가 잡은 범인 - M.리 고프 / 황적준 : 별점 3점

법곤충학은 요사이 영화들에서 접해보아서 그런지 별로 낯설지 않지만 의외로 미국에서도 증거로서 인정받고 법의학의 한 분야로 인정받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학문이더군요. 이 책은 여러가지 연구, 사례를 인용해 가며 법곤충학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일종의 소개서로 저자가 하와이에서 곤충학을 전공하다가 법 곤충학과 인연을 맺어 미국에 법곤충학회를 창설하는 등 법곤충학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 온 인물이라 그런지 이론적인 면에서 굉장히 충실하다는 것이 일단 마음에 듭니다. 법곤충학의 역사, 연구 방법, 그리고 방대한 자료 및 사례로 가득 차 있으니까요. 또한 저자의 법곤충학에 대한 애정이 많이 엿보여서 역시 좋아해야 잘 할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느끼게 해 줍니다.

특히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보여지는, 시체에서 발견된 곤충들과 유충, 번데기 등 각종 곤충들을 가지고 사후 경과시간을 추리하는 부분은 왠만한 추리소설 못지 않게 흥미진진합니다. 예를 들자면 서두에 나온 해변에서 발견된 변사체의 사후 경과시간 추정 - 금파리와 쉬파리의 구더기의 크기와 시체가 발견된 곳의 당시 기후와 온도, 시체가 있던 땅에서 채집된 각종 곤충들의 분석을 통해 사후 경과시간을 추정 -하는 부분부터 "코카인 등 마약을 흡입한 시체에서 발견된 구더기의 성장속도는 보다 빠르다" 등 여러가지 재미있고 흥미로운 사례들이 가득하여 독자를 사로잡는 재미가 충분하다 보여집니다.

가끔 너무 이론적이고 학술적인 부분이 나오기도 하지만 번역도 깔끔한 편이고 문제도 무난하여 전체적으로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서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법곤충학" 서적이며 (거의 유일무이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사건에 대한 인용도 많아 흡사 C.S.I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잘 살아있어서 학술서에 가까운 서적이지만 재미도 어느정도 보장된 추천작입니다.

2005/02/01

간만에 책 구입

인터넷 헌책방 훈민정음에서 주문한 책이 도착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고르는 것이 아니라 웹사이트의 리스트에서 제목과 작가만 보고 선택한 책의 포장을 뜯어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은 즐거우면서도 흥미진진, 스릴이 넘치는 작업입니다.

이번에 구입한 책들 소개를 하자면

먼저 피터 러브제이의 "밀랍인형", 이번 구매는 이 책 때문에 다른 책들을 구색 맞추기 식으로 구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초 기대작입니다. "마지막 형사"와 "가짜경감 듀" 단 두권만 읽은 작가이지만 항상 실망을 주지 않고 기대하게 만들었던 피터 러브제이의 작품이고 책 상태도 좋아서 무척 만족스럽네요. 빨리 읽어봐야겠습니다. (근데 피터 러브시가 맞는지 러브제이가 맞는지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마쓰오카 게스케의 "최면", 몇개의 서평만 보고 충동구매하듯 구입했는데 책 상태는 1,2권 모두 최상급이라 만족스럽네요. 기대도 조금 됩니다.

에버하르트 로사의 "심심풀이로 읽는 화학"은 그야말로 충동구매입니다. 하지만 약간 흥미가 가는 것도 사실이고 조금 넘겨봤는데 쉽고 재미있게 쓴 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쉽고 재미난 이론서적도 무척 좋아하니 만큼 즐겁게 읽을 수 있을것 같네요.

고광석의 "중화요리에 담긴 중국" 이 책은 서점에서 서서 띄엄띄엄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막상 사서 보기에는 조금 아깝다 싶던 차에 헌책방 리스트에 올라와 있어 구입했습니다. 대충 읽어본 바로는 꽤 재미있었는데 제대로 다시 읽어봐야죠.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두권은 실패작이네요.

마쓰모토 세이쵸의 "땅의 손가락", 이 책은 이미 가지고 있고 전에 포스트도 올린 "적색등"과 같은 작품이며 쓰치야 다카오의 "미완의 종지부"역시 전에 포스트 올렸던 "호메로스 살인사건"과 같은책입니다.

그동안 국내 번역된 세이쵸 작품은 거의 다 읽지 않았나 싶기도 해서 주저 주저 하다가 구입했는데 역시나였고 쓰치야 다카오 책 역시 마이너 작가이긴 하지만 치구사 시리즈의 다른 작품이 번역되었길 바라는 일말의 기대와 함께 선택했는데 아쉽습니다. (그러니까 의역하지 말고 원제를 번역한 제목만 쓰란 말이다!)

이 중 세이쵸의 작품은 거의 재난급이지만 쓰치야 다카오의 책은 상당히 재미있는 수작이니 만큼 필요하신 분께 드리고 싶네요.

그래도 당분간 무슨책을 읽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