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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6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


드디어 애인이 생긴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가 이제 연애를 시작한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바로 꿈 속에서나 나의 애인이 되어 줄 것 같은 완벽한 남자 '마크(콜린 퍼스)'. 그의 품에 안겨 달콤한 사랑에 푹 빠져있는 브리짓은 여전히 술과 담배를 사랑하고, 날씬함과는 거리가 먼 아줌마 몸매로 끝나지 않는 살과의 전쟁을 계속한다.

하지만 매력적인 외모에 잘 나가는 변호사인 마크에게 뻗치는 유혹의 손길. '얼짱'에 '몸짱'인 마크의 인턴은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리며 그에게 접근한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브리짓은 그녀와 마크와의 관계를 의심하고, 연애 사업은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바로 이때 그녀의 눈 앞에 거부할 수 없이 매력적인 섹시 가이 '다니엘(휴 그랜트)'가 다시 나타난다. 못 말리는 바람둥이였던 다니엘은 이제 믿음직한 남자가 되겠다며 브리짓의 마음을 또 한번 뒤흔드는데... '완전 모범 남친' 마크와 '초절정 바람둥이' 다니엘 사이에서 고민하는 브리짓. 정말 사랑은 몸 따로 마음 따로 인가?

크리스마스 특집 영화랄까... 3년전처럼 여자친구와 같이 보게 된 속편입니다.

일단 영화 자체는 전작처럼 브리짓 존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다룬 가벼운 영화입니다. 하지만 전작만큼의 웃음과 재미를 가져다 주지는 못하더군요. 르네 젤위거의 원맨쇼는 유쾌하고 에피소드도 재미있는 편이지만 점점 현실성이 떨어져서 마지막 태국의 마약 밀매 사건에 이르러서는 거의 환타지에 가까운 상황전개로 돌변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주는 재미가 너무 희석된 것 같아 아쉽네요. 1편에서처럼 좀 현실적이고 와닿는 이야기가 적어진 느낌입니다.

또한 전작에 비한다면 너무나 살이 찐 르네 젤위거는 부담 그 자체였습니다. 클로즈업 씬에서는 정말 숨이 막히더군요..... 결과적으로 본다면 영국 남성들의 여성을 보는 취향에 깊은 의심을 가지게 만드는 영화랄까요? 잘나가는 2명의 엘리트 남성이 나이먹은 골빈 뚱뚱한 독신녀에게 반한다는 설정 자체를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결혼한다고 과연 그들이 행복할지도 의문이네요.

마크 다시와 다니엘의 격투 장면 등 음악과 화면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장면은 여전히 재미있었고 음악도 역시 굉장히 친숙하면서도 듣기 편했지만 전체적으로 전작만큼의 임팩트를 주기에는 굉장히 부족했던 영화입니다. 크리스마스에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는 적당하지만 1편의 재미에는 반도 못 미친것 같아 유감이네요. 역시 1편만한 2편은 나오기 힘들다는 정설에 동감할 수 밖에요...

2004/12/24

2004년 총 결산!

이제 2004년도 1주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마무리로 총 결산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제 블로그에 올라가 있는 포스트와 카테고리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금년에 읽고 감상하고 보았던 컨텐츠 전반에 대한 것만 포괄하고 있습니다.

2004년 베스트 추리 소설 : 로스 맥도널드 "소름"
>> 촌평 : 하드보일드의 진정한 걸작의 하나!

2004년 워스트 추리 소설 : 장용민, 김성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 촌평 : 종이가 아까움.

2004년 베스트 기타 쟝르 문학 : 로저 젤라즈니 "신들의 사회"
>> 촌평 : 신화와 환타지와 SF를 넘나드는 방대한 상상력의 산물

2004년 워스트 기타 쟝르 문학 : 그렉 이건 "쿼런틴"
>> 촌평 : 너무나도 어려운........

2004년 베스트 기타 독서 : 로저 코먼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 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푼도 잃지 않았는가"
>> 촌평 : 유머가 살아 숨쉬는 자서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필독 도서.

2004년 워스트 기타 독서 : 없음.

2004년 최고의 작가 : 기시 유스케 ("검은집")
>> 촌평 : 금년 새로 읽은 책들 작가 중에서 가장 인상적

2004년 최악의 작가 : 장용민, 김성범 ("작가"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다면)
>> 촌평 : 다행히 후속작은 나오지 않고 있음.

2004년 베스트 영화 : "범죄의 재구성"
>> 촌평 : 걸작까지는 아니지만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힌 치밀한 범죄 사기극.

2004년 워스트 영화 : "귀신이 산다"
>> 촌평 : Oh My God!

2004년 베스트 애니메이션 : "인크레더블스 (The Incredibles")"
>>촌평 : 말이 필요한가?

2004년 워스트 애니메이션 : 없음. 조금만 아니다 싶으면 바로 보다가 접었음.

2004년 베스트 만화 : 시마모토 가즈히코 "호에로 펜"
>> 촌평 : 만화가가 나오는 만화는 다 재미있다!

2004년 워스트 만화 : 굳이 꼽자면.... 구달 "야화도" (스포츠서울 "절찬" 연재중)
>> 촌평 : 국내 만화 수준을 80년대 세운상가 옥상 수준으로 끌어내린 문제작. 한 10회 보고 안봐서 요새는 어떨지 잘 모르겠음.(사실 관심 없음)

2004년 뉴스 베스트 : 정치 ) 대통령 탄핵 / 사회 ) 밀양 성폭행 사건 / 경제 ) 없음 / 문화 ) 욘사마 열풍 / 스포츠 ) 프로야구 병역 비리
>> 촌평 : 기쁜 뉴스가 거의 전무한 한해. 음.....

2004/12/23

철의 장미 - 브리지트 오베르 : 별점 2.5점

철의 장미 - 6점 브리지트 오베르/고려원(고려원미디어)

제네바 교외에서 평화롭게 사는, 겉으로는 SELECOM이라는 무역회사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르주 리옹은 사실은 전문 은행강도인 "4총사"의 멤버이다. 하지만 자기 몫으로 5백만 벨기에 프랑이 걸린 큰 건을 성공한 직후 집에 있어야 할 자신의 아내인 마르타가 브뤼셀에 나타난 것을 보고 아내의 배신을 직감한다. 아내의 이중생활을 추적하면서 4총사도 분열되어 한명씩 살해되는 와중에 조르주는 또다른 세력이 자신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의 생명을 노리는 조직을 추적하던 조르주는 모든 사건에 자신의 쌍동이 동생인 그레고리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동독 정보부에서 일하던 그레고리가 나치의 재산과 세력을 계승한 "철의 장미"라는 조직의 조직원 명단을 빼낸 후 사라진 사실과 동생을 쫓던 조직이 자신을 동생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마지막에 조직의 행동대장 격인 실베르만과 자신의 정신과 주치의였던 란즈만과 대면한 자리에서 마르타의 도움으로 빠져나오게 되며 그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간만에 읽은 프랑스 작가의 작품으로 이젠 너무 많이 나와서 고색창연하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는 "나치잔당"을 다룬 스릴러물입니다.

좋은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숨돌릴 틈 없이 읽게되는 재미 만큼은 확실했습니다. 특히 초반부의 은행강도 사건에서의 치밀함이나 조르주가 자신에게 닥치는 위험을 그때 그때의 기지로 넘기는 부분, "철의 장미"라는 조직이 자신의 동생과 자신을 착각하는 상황에서의 대처 등은 아주 흥미진진해요. 자신의 아내인 마르타가 동시에 여러 장소에서 출몰한다는 설정이나 주인공이 쌍동이라는 설정은 뻔하지만 유치하지 않게 이끌어나가는 작가의 필력 역시 감탄스럽고요.

하지만 "철의 장미"가 세계적인 조직이라면서 달랑 조직원 3명 정도만 등장하고 사소한 액션을 보여주는 정도로 별다른 스케일이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 막판에 정신과 의사였던 란즈만이 진정한 흑막이랍시고 한방 터트리는 부분은 조금 아쉽더군요. 약간 우연에 의지한 전개인것 같고 현실성이 너무 많이 떨어집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반전이 시시합니다. 상당히 공들인 전개와 설정이긴 한데 90년대 작품 치고는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쓰인 너무 낡은 반전이 아닌가 싶거든요. 차라리 반전 없이 그냥 가는게 괜찮았을 것 같아요.

그래도 그간 읽어왔던 프랑스 추리소설과는 좀 다른, 미국적인 느낌을 강하게 받은 작품으로 반담의 "맥시멈 리스크"를 보는 듯한 상황 전개와 설정은 상당히 설득력있고 재미있습니다. 이젠 이런게 흥행이 되는 시대겠지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04/12/22

백색살인 - 로스 토머스 : 별점 2점

상원 분과 위원회의 자문역으로 일하는 벤자민 딜은 살인과 형사로 근무하던 동생 펠리시티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10년만에 고향 텍사스로 돌아온다. 그녀가 살해당한 것을 알게 된 그는 살인 사건은 물론 출처를 알 수 없는 거금을 손에 쥔 사실 등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며 아울러 자신의 옛 친구 제이크가 관련된 국가적 차원의 부정 사건에 대한 정부 조사도 병행 진행한다.
제이크를 비롯한 여러 사람과 만나며 사건의 진상으로 접근하게 된 벤자민은 두개의 사건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데....

1985년도 에드가 상 최우수 소설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국내에는 70년대에나 나옴직한 싸구려 표지와 제목을 달고 출간된 점이 안타깝네요... 원제는 "Briarpatch", 원제는 소설 안에서 일종의 "이상향"으로 그려지는 "찔레밭(덤불)"의 의미로 원제목 그대로 출판되는게 훨씬 좋았을거에요.

작품은 전형적인 "헐리우드-스릴러"로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과도 약간 유사함을 느꼈습니다. 영화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는 물론이고 꽉 짜여지고 앞-뒤가 치밀하게 맞아 떨어지는 전개, 국제적이면서 국가적인 음모까지 곁들여지고 있거든요. 특히 두개의 사건이 맞물리는 전개를 위한 설정과 복선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설정 중 하나인 펠리시티가 몸까지 바쳐가며 스파이 노릇을 했다는 것이 단지 상관의 명령 때문이었다고 설명되는 부분이라던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이용해 먹는 친구와 상사 등의 존재 등이 그렇게 설득력있게 묘사되지는 못했으며 단순한 살인사건에서 점차 국제적 음모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도 그닥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쉽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에드가 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어느 정도의 재미는 보장합니다만 두번 읽게 될 것 같지는 않군요.

2004/12/20

독약 한방울 - 샬롯 암스트롱 / 김석환 : 별점 3점

독약 한 방울 - 6점 샬롯 암스트롱 지음, 김석환 옮김/해문출판사

55세의 독신남자인 케네스 깁슨은 시를 가르치는 교수로 동료 교수의 딸 로즈메리를 장례식에서 우연히 만나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불의의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후 동생 에셀도 같이 동거하게 되면서 생활은 점점 꼬여만 가고, 점차로 로즈메리에 대한 복잡한 감정과 운명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다가 자살을 결심한다.
이후 옆집에 살고 있는 화학자 친구인 폴 타운젠드의 연구실에서 독약을 훔치는 데 성공하나 독약이 든 병을 그만 잃어버리고 아내와 더불어 독약병을 찾기 시작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난 뒤 함께 독약병을 찾으며 서로의 감정과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상당히 유명한 작품으로 고전축에 드는 작품이지만 이제서야 뒤늦게 읽게 되었네요.

그런데 추리소설은 아니더군요... 미국 추리 작가 협회 최우수 장편상을 탄 만큼 세간에는 추리소설로 통하는 것 같지만. 주인공의 미묘한 환경과 심리의 변화의 와중에 발생한 독약 분실사건으로 인한 일종의 해프닝을 다룬것만 가지고 "추리"라는 쟝르명을 붙이는 것이 과연 어울렸을지 의문입니다. 사건의 전개도 긴박하지만 유머스러운 분위기라 몰입하기 어려웠고 말이죠.
그냥 밝고 유쾌한 서스펜스 드라마랄까요? 독약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점점 불어나는 과정과 그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잘 표현한 묘사는 좋지만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순수 문학에 가까운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작품이 연상되기도 하네요. 여튼 절묘하게 쟝르문학과 순문학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추리물은 아닐지라도 수상이력과 명성에 어울리는 재미는 확실합니다. "인생극장"을 보는 것 같은 독특한 맛이 좋았어요. 특히 독약을 결국 찾게되는 마지막 부분은 여러가지로 꽤 잘 짜여져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 저처럼 퍼즐 미스테리에 집착하지 않고 단순히 쟝르문학을 즐긴다면 유쾌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2004/12/18

블로그의 인기도를 테스트 해보자..

블로그의 인기도를 측정해보자~ 루리님글에서 트랙백 합니다.

feed meter 일본 사이트인데 자신의 블로그 주소를 입력하면 이것저것 정보를 알려주는군요.

그런데 기준을 잘 모르겠네요. 인기도 1.1은 그렇다 쳐도 갱신빈도가 0 이란 것은 대체 뭘까요? 다른 아는 블로거분들 주소를 쳐 넣어봐도 그렇게 차이가 나진 않더군요. (제가 너무 마이너급만 넣어 봤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사실 인기도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나날이 떨어지는 방문자 수에 좌절 모드일때에 상당히 바닥급의 수치가 나오니 좌절 2배입니다.^^ 보다 열심히 포스팅을 해야 겠네요.

2004/12/16

인크레더블즈 (The Incredibles) - 별점 5점!

[공식사이트!] 
개봉 첫날 회사 사람들과 같이 보러갔었습니다. 보고 난 감상은 그야말로 쵝오! 슈퍼 히어로를 좋아하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니 재미가 두배입니다. 정말 모두들 즐거워 하며 감상한 영화입니다.


인크레더블의 파워나 엘라스틴 걸의 신축 자재의 변형 능력, 프로즌의 냉기 공격, 딸 바이올렛의 방어막과 아들 대쉬의 스피드, 막내 잭잭의 변신(?)능력 등 다양한 슈퍼 영웅들의 능력을 감상하는 재미가 일단 큽니다. 특히나 현란한 프로즌의 능력이 인상적입니다.^^
악당 신드롬도 슈퍼 영웅들과 맞짱을 뜰만한 강한 존재로 부각되어 이야기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무게가 실리네요.

감독이 아이언 자이언트의 감독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거대 로봇의 표현이나 액션 장면도 박진감이 넘칩니다. 또한 픽사 특유의 스피드 넘치는 롤러 코스터 같은 질주 영상은 이번에 정말 제대로 보여줍니다. 등장인물 중 한명인 아들 대쉬의 시점으로 질주하는 추격신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감을 느끼게 해 주거든요.

각본도 상당히 좋은 편이라 과거의 영광을 그리며 일반 회사에 어울리지 않게 근무하던 인크레드블맨 밥이 미지의 조직의 유혹으로 다시 영웅의 삶에 발을 들여 놓았다가 위험에 처하자 가족들이 구하러 간다는 어찌보면 너무나 전형적인 내용이지만, 모든 상황을 긴박감있게 펼쳐놓아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슈퍼 히어로 들이 일반인들 속에 숨어 살게 된 과정이나 악당 "신드롬"의 설정도 상당히 멋졌으며 캐릭터 디자인과 여러 자잘한 디테일도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특히 슈퍼 영웅들의 의상을 제작하는 "E" 라는 캐릭터는 정말 압권이더군요. 특히 슈퍼영웅에게 "망토"가 왜 없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정말 꼭 봐야 합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5점! 이 작품만큼은 DVD로 소장하고 싶네요. 아울러 TV 시리즈 같이 후속 시리즈가 계속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한낮의 유괴 - 모리무라 세이이치 : 별점 2점


인기 탤런트 야기하시 노리코와 불륜관계인 도오토 대학 조교수 미야모토는 어느날 정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 아내 구미코의 시체와 함께 아들 미사오가 유괴된 것을 알게된다. 그는 노리코와 의논하여 아들이 돌아올 때까지 시체를 숨기고 유괴범과 접촉을 시도하며 아들을 돌려받기 위해 노력한다.
유괴범이 요구한 500만엔을 들고 접선을 시도하나 유괴범의 재치로 돈만 잃게 된 후, 호텔에 정통한 유괴범의 정체에 의문을 품고 해당 호텔의 직원 명부를 뒤진 뒤 여러 단서를 조합하여 용의자를 발견하나 용의자는 도주끝에 눈 앞에서 사고로 죽어버리고, 오히려 경찰에게 신고되어 노리코와 함께 경찰에 아내 살해 혐의로 체포되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이 사건 이면에는 미야모토의 아내와 불륜관계였던 인기작가 마키노 케이스케의 뺑소니 사건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작품으로 흔치 않게 "유괴"를 메인 테마로 다루고 있습니다. 조사해보니 1973년 작품이네요.(공식사이트 참조) 비교적 초기 작품이기 때문에 상당히 기대가 컸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초기 작품이 훨씬 좋거든요.
일단 대학 조교수 미야모토 부부의 2중 불륜사건 (미야모토-노리코 / 마키노- 구미코 )과 뺑소니 사건과 유괴 살인사건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작가 특유의 전개는 잘 표현되어 있더군요. 작가의 작품인 "죽음의 연립방정식"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중반부의 "유괴범"을 찾기위한 미야모토와 아키코의 활약까지만 재미있고 이후에는 지루합니다. 무엇보다 사건의 진상을 알려주는 살인범과 유괴범이 다르다라는 결정적 트릭이 너무 쉽게 드러난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에요. 불필요한 장면도 많아서 초반부의 코인로커의 열쇠에 대한 의문이나 열쇠를 삼킨 아이라는 설정, 이것들과 연결되는 마지막의 어이없는 에필로그는 대체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어요. 그렇잖아도 지루해진 작품을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아 황당할 뿐입니다. 이 정도 막장 전개에 비하면 "지유가오카"라는 지명을 "자유 언덕"이라고 번역하는 등의 오역은 오히려 애교로 보여지네요.
또한 불륜과 불륜이 겹친다는 지나친 통속소설류의 설정은 읽을수록 더 불쾌해지더군요. 왠놈의 정사장면은 이다지도 많은지... 이런 설정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게 스토리를 끌고 나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나마 유괴범과의 두뇌싸움은 꽤 흥미진진하고 특히 호텔맨 출신의 모리무라 세이이치 본인의 경험을 살린듯한 리얼한 호텔 묘사와 이른바 "3차원" 전달 방식이라는 기발한 몸값 전달 방법, 그리고 유괴범의 주소를 찾기 위한 일련의 단서들을 조합한 추리는 괜찮은 편입니다만 기대에 비하면 좀 많이 별로였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절판된 작품을 헌책방에서 어렵게 구해보 읽긴 했지만 두번 읽게될 것 같지는 않군요.

2004/12/15

대열차 강도 - 마이클 크라이튼 : 별점 3.5점

대열차 강도 - 8점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명지사

대열차강도

상류 계급의 신사로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는 에드워드 피어스의 정체는 사실은 범죄자이다. 그는 신사 생활의 친구인 은행 지배인 헨리 파울러를 통해 얻은 정보 등을 종합하여 크리미아 전쟁에 참전한 영국 군인들의 봉급으로 지불되는 금괴 1만 4천 파운드를 훔치려는 계획을 세운다. 계획의 성공을 위해 기관지가 좋지 않은, 하지만 뛰어난 열쇠 위조공인 에이거를 끌어들이며 금고의 열쇠 4개중 2개의 복제를 위해 "스네이크스맨" 클린 윌리를 탈옥시켜 합류시킨다. 
충직하며 잔인한 마부 바로우와 피어스의 정부이자 미인이며 뛰어난 배우인 여인 미리엄 등으로 이루어진 일당은 열쇠를 모두 복제하고 완벽한 계획을 세우지만, 다른 도난 사건으로 열차의 경비가 강화되게 되자 피어스는 스스로 위험을 짊어지고 모든 난관을 뚫고 계획을 성공시킨다. 하지만 윌리의 배신으로 결국 검거되게 되는데....

마이클 클라이튼의 초기작으로 실제 영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고 합니다.
흡사 영국 신사의 전형으로 보이는 주인공 에드워드 피어스 (80일간의 세계일주의 필리어스 포그가 생각나기도 하더군요) 의 치밀한 계획, 그리고 발생하는 여러 난관을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뚫고 나가는 담대함은 클라이튼의 흡입력 있는 구성으로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에요.

재미에 더해 빅토리아 왕조 시절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도 압권입니다. 철도 전성시대에 대한 자세한 해설 및 당대 최대의 도시였던 런던에 대한 묘사, 부르조아 계급 및 하층 계급에 대한 설명, 거기에 여러 세부적이고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지식까지 자연스럽게 집어넣고 있으며 (ex : 매독에 걸리면 숫처녀와 사랑을 하면 낫는다는 당시의 사고방식 등) 당시 크리미아 전쟁 및 인도 세포이 여단의 반란 같은 당대 대 사건들도 적절히 인용하고 있습니다. 당대에 쓰여진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에요. 이러한 묘사와 해설 덕분에 지적 만족감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고요.

하지만 거의 후반부까지 이르는 피어스 일당의 치밀한 계획 및 그 성공에 비해 체포 자체는 "제보"에 의한 것이 약간 시시했으며 검거 후 변호 활동이나 탈옥을 위한 노력은 별로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주인공 피어스의 재치와 위트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거든요.
그래도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승리하는 구도로 그려지는 결말은 만족스럽습니다. 유사한 구성으로 주인공의 범죄 계획에서 실행에 옮기는 단계까지를 숨가쁘게 그린 "앤더슨의 테이프"는 주인공이 결국 실패한다는 결말이 개인적으로 석연치 않았고 뭔가 아쉬웠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악당이긴 하지만 집요한 노력의 성과 덕분에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은 나름의 해피엔딩이라 생각되네요. 피어스는 이 계획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거나 하지도 않았으니까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3.5점. 탁월한 스토리텔러로서의 마이클 크라이튼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최근 SF쪽으로 많이 치우치고 있지만 범죄 스릴러에도 탁월한 만큼 앞으로는 이쪽 분야의 걸작도 계속 써 주었으면 합니다.

2004/12/11

부활하는 군단 1,2 - 웨난 / 유소영 외 : 별점 4점

부활하는 군단 1 - 8점
웨난 지음, 유소영 외 옮김/일빛
부활하는 군단 2 - 8점
웨난 지음, 유소영 외 옮김/일빛

"진시황이 즉위하여 여산에 치산 공사를 벌였다... 지하수를 세번 지날 만큼 땅을 깊이 파고, 녹인 구리를 부어 "곽"에 이르게 했다... 장인들로 하여금 자동으로 발사되는 기계 장치가 된 쇠뇌를 만들게 하여 접근하는 자가 있으면 즉시 발사되도록 했다. 수은으로 온갖 하천과 강, 바다를 만들고, 기계를 이용해 수은이 흐르게 했다. 인어 기름으로 초를 만들어 영원히 꺼지지 않게 했다... (사마천, 사기)"

중국의 최초의 진정한 황제라 할 수 있는건 시황제죠. 이 책은 진시황의 병마용갱을 발굴하며 얻어진 고고학적 성과를 자세히 고찰하면서도 당시 시대상황과 중국 고고학계에 던지는 메시지까지 담겨있는 저서입니다.
2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권은 병마용갱의 발견과 발굴에 이르는 숨가쁜 상황과 발견된 유물들을 자세히 분석하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각종 사료들, 발굴된 유물에서 유추한 당시 무기들과 군대 편제, 진법, 그리고 춘추 전국 시대와 진 왕조의 사회 구조와 법령 등 역사적 사실까지 고찰하고 유사 유물들과의 비교를 통한 해석을 덧붙여 책의 충실도를 높이고 있죠.

2권은 병마용갱의 또 다른 대 발견이었던 "동거마" 발굴에 관련된 일화와 동마에 관한 자세한 고고학적 연구 및 고찰이 전반부의 주요 내용입니다. 1권에 못지 않을 정도로 자료적 가치가 상당합니다.
중반부에는 병마용을 찾아왔던 각국 유명인사들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으며 (레이건과 닉슨 등), 후반부에는 2번에 걸쳐 발생했던 "장군용두"도난 사건과 도난 사건에 연루되었던 관계자들의 증언, 그리고 도굴과 문화재 밀반출이 심할 뿐 아니라 기껏 발굴한 유물도 도난과 관리 소홀로 인한 문제점 등의 중국 고고학의 현실과 병마용의 현실도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도굴및 유물 보존에 대한 문제점은 유흥준 교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지적한대로 국내에도 거의 비슷하게 적용될 것 같지만 하나 부러운 것은 용두 도난사건의 범인들에게 이례없는 중형 (사형, 무기징역 등) 을 선고한 중국 정부의 태도입니다. 너무 가혹하지 않나 싶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중형은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진시황릉 지하궁에 대한 각종 사료 조사 및 향후 발굴 계획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며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항우가 진시황릉을 불태우고 유물을 약탈한 등 여태까지의 사료에서 밝힌 도굴에 관한 것이 역사적, 과학적으로 볼때 거의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아직 발굴 계획은 없다고는 하나 사료적으로 밝혀진 여러 내용만으로도 지하궁에 대한 기대를 높여줍니다.

비록 2권 중반부의 방문한 사람들에 대한 묘사나 도굴에 대해 지나치게 길게 서술한 점, 너무 공산당 정부측 입장을 대변하는 것 처럼 보이는 후반 묘사는 분명 거슬리고 불필요한 부분이며 권당 12,800원이라는 가격도 부담되는건 사실이에요.

허나 역사와 고고학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그만한 가치를 가진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고고학-역사 관련 서적이 그다지 많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거의 독보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세한 도판과 해설이 곁들여져 지적 만족감을 충실하게 해 준다는 것 만큼으로도 높은 점수를 줄 만 하죠. 저자의 문장력도 상당한 편이라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재미까지 주기도하고요. 때문에 별점은 4점입니다.

이런 책만 출판해도 출판사가 버틸 수 있는 문화적 풍토가 국내에 조성되기 위해서라도 저자의 다른 책 "마왕퇴의 귀부인"도 구입해 봐야 겠습니다.

2004/12/10

석가의 페인터 8.0 - 석정현 : 별점 3점

석가의 페인터 8.0 - 6점
석정현 지음/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그동안 페인터라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써 본적도 없고 설치도 해 본적이 없습니다. 남이 쓰는 거나 옆에서 잠깐 보거나 흥미를 가진 정도였죠.

그런데 회사에서 자료로 구입한 이 책을 읽고 나니 페인터를 일단 빨리 설치하고 타블렛을 구입하고 싶어지더군요.
그동안 국내에서 출간되었던 이런류의 학습서적들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 수준이 떨어지는 도판과 샘플들이었는데, 이 책은 현직 만화가이기도 한 석정현씨가 차원이 다른 일러스트와 자세한 제작과정 설명을 해 줌으로써 창작의욕(?)을 마구 불러오거든요.
저도 비록 4년제 미대를 졸업했지만 뭔가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고 있지도 않고 그동안 진행한 것도 제대로 된 작업물 하나 없어서 왠지 아쉬웠는데 이 책은 바로 시작하면 뭔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을 전해주네요.

예전 버젼이 좀 낮을때 일본 일러스트레이터가 저술했던 페인터 책도 괜찮았지만 이 책은 현재 버젼에서는 최고봉의 위치에 오를 만합니다. 별점을 주기 애매한 실용서지만 당장의 가치로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2004/12/08

데자뷰 현상?



얼마전 같은 내용의 포스트를 올렸던것 같은데 다시금 치사량의 술을 먹고 하루종일 뻗어 있었습니다. 온몸이 다 아픈것은 물론이요 머리까지 띵하니 죽겠네요. 제가 학습능력이 제로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정말 연말되니아무래도 본의 아니게 술을 먹을 일이 생겨서 몸이 참 버티기 힘드네요. 이래저래 돈만 쓰고 몸만 축나는 것 같은데 왜 대한민국 영업은 술을 먹어야 하는 건지 나원 참.... (차라리 봉투를 주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하여간, 몸조리좀 잘 해서 주말까지 버텨야겠습니다.

2004/12/07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 안토니 비버 지음 : 별점 3점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안토니 비버 지음, 안종설 옮김/서해문집

관련글

이 책은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다룬 역사서입니다. 가격과 두께에 걸맞는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저널리스트의 시각에서 조망한 객관적인 기록으로 스탈린그라드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후일담까지 그려내고 있습니다.

저자가 영국인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양측 모두를 똑같은 수준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드네요. 스탈린을 중심으로 한 붉은 군대의 살벌하고도 무식한 전투 방식에 더불어 독일군 장성들의 이기주의와 기회주의 등도 잘 조망하고 있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독일군의 패전의 원인 중 하나로 만슈타인 원수의 기회주의적 사고방식을 꼽고 있는 것이 이채로왔습니다. 여태까지는 독일군 최고의 전략가이자 영웅같은 존재로 알았는데 의외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거든요.

당시 병사들의 편지와 일기를 많이 소개함으로써 양국의 전투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소련 병사들은 검열 때문인지 대체로 맹목적인 애국심을 보여주고 있지만 독일 병사들의 편지는 공개된 자료가 소련측에 회수된 내용이 많아서인지 의외의 허무주의와 우울증을 보여주는 내용도 많더군요.

무엇보다 그동안 세계 최강의 군대로 알았던 독일군의 환상을 깨는 많은 증거들, 기아로 죽어가는 병사들이 속출했음에도 자기 개에게 버터를 바른 빵을 주는 장교가 있었다는 증언을 비롯하여 탈주자와 배신자들의 이야기는 끝도 없어요. 오히려 소련군의 군기와 사기가 더 높았다는 것이 흥미롭네요. (조작된 내용도 분명 많았겠지만요)

그리고 항복 이후의 파울루스와 슈미트를 비롯한 장성들은 물론 각 병사들의 최후까지 그려내고 있는데 여기서 배신을 했건 안했건 고위층의 살아남는 퍼센트가 무척 높았다는 것에서 씁쓸함을 느낍니다. 역시 전쟁이란 불쌍한 병사들의 죽음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증거겠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번역이 약간 딱딱하고 지루한 것이 옥의 티이지만 전투방식의 묘사도 박진감이 넘치고 전편에 일관된 객관적인 시각은 이 책의 수준을 한껏 높입니다. 이전에 읽었던 김종화씨의 책에 비하면 훨씬 수준이 높은 만큼, 2차대전에 관심있으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04/12/05

즈베즈다(Zvezda / The Star, 2002) - 니콜라이 레베데프 : 별점 3점


(사진은 "스티븐의 전쟁영화 보고評"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트라브킨 중위가 이끄는 정찰부대에게 독일군 후방에 침투하여 첩보를 입수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트라브킨 중위와 고참병사 마르첸코 병장 외에 새로 보충된 4명과 부상에서 돌아온 1명, 총 7명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분대는 독일군 후방에서 각각의 특기를 발휘하여 (사격전문, 독일어 통역, 작전 지역 태생의 지리 전문가 등) 독일군의 대 공세의 일자 및 부대의 규모 등 비밀 작전의 전말을 알아내는데 성공하여 본부에 연락함으로써 소련군의 승리에 결정적 공을 세우지만 결국 전멸하게 된다.

2차대전을 무대로 한 정찰부대의 활약을 그린 전쟁영화입니다.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영화로 그간 미군이나 영국군 중심의 영화에 비하면 상당히 색다른 소재라 재미있게 봤습니다. 소련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Enemy at the Gate"이후 두번째이지만 러시아에서 만든 러시아어 영화는 처음인 것 같군요.

내용은 "전문가 집단인 소수 특공대의 활약"이라는 전쟁영화의 한 전형을 따라가고 있지만 재미와 액션 위주라기 보다 리얼한 묘사를 주로 하고 있어서 특이합니다. 리얼한 묘사에 더불어 첩보 부대라는 부대 특성 때문에 교전보다는 "회피"하는 전술을 주로 구사하므로 스케일이 최근 영화들에 비하면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초반 늪에서의 은신 장면이나 독일군 트럭을 몰래 타고 수송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정찰 장면 등에서 효과적인 연출로 표현한 긴박감은 대단합니다. 또한 폭격이나 총격씬 등도 적당한 수준으로 멋지게 표현해 주고 있으며 수준 역시 높아서 최근의 대작 영화들에게도 별로 꿀리지가 않네요.

지나친 충성심과 애국심, 헌신하는 조국의 병사들이라는 선전영화 스러운 분위기와 과장된 활약상을 보여주긴 하지만 전쟁영화라면 꼭 등장하는 내용이니 이 부분은 패스. 하지만 여성 통신병 "시마코바" 일병의 존재는 좀 불필요 했다고 보입니다.

그래도 각본 및 촬영, 편집이 상당히 좋고 재미도 있으면서도 적당히 감동도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러시아 영화의 저력을 잘 보여주고 있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적색등 - 마츠모토 세이쵸 : 별점 1.5점

청내신문의 기자 시마다가 타살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경찰은 택시에서 내려 시체를 유심히 지켜보았다는 사람이 있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택시회사에 연락하여 관련 인물과 운전사를 찾기 시작한다.
한편 해당 택시 운전사였던 미우에는 스스로 한 몫 잡을 생각으로 승객이었던 야마나카를 미행하여 도청 공무원인 야마나카와 후니야 정신병원의 사무국장 한다의 모종의 밀착관계를 파악하지만 병원 근처에서 우발적으로 한다의 애인이었던 묘코를 살해하게 된다.

경찰은 시마다와 묘코의 살인사건의 연관성을 알아내고 택시 회사의 주행 기록을 뒤져 미우에를 체포하나 증거 불충분으로 결국 석방하게 되고 이후 미우에는 실종되었다가 야마나카와 같이 변사체로 발견되는데...

일본 사회파의 거장 마츠모토 세이쵸의 장편소설. 하지만 사회파 특유의 사회 문제를 건드리는 맛은 없습니다. 단지 경찰 수사의 방식에 촛점을 맞추어 진행될 뿐이죠. 별다른 트릭도 등장하지 않고 사건 자체도 치밀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동기를 중시한 살인사건에 대한 묘사와 거기서 파생되는 복잡한 인간관계, 그리고 구와키 형사의 용의자들간의 관계 파악, 정황 증거 파악, 스스로의 육감에 의지한 정통적인 수사 과정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트릭이 거의 전무하고 꽉 짜여진 맛이 부족하며 돌발 상황, 우연한 상황의 잦은 발생 및 형사들의 육감에 의지한 조사 방법의 남용은 불만스럽습니다. 페이지는 거의 400여 페이지인데 너무 쉽게 쉽게 생각나는대로만 써 내려간 티가 역력하다는 것도 단점이고요. 용의자가 차례로 죽어나가 결국 다 죽어버리니 이건 추리고 뭐고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되거든요.
마지막의 진상과 진정한 흑막이자 진범을 밝히는 부분이 그나마 트릭적으로 괜찮기는 합니다만 (약간의 심리트릭이죠), 소설 전체의 얼개와는 상관없이 전혀 다른 독립적인 사건처럼 보일 정도로 처리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게다가 진범의 정체는 황당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에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점과 선"이나 "제로의 집점", "모래그릇" 과 같은 작품들에 비한다면 거장다운 품격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던 평균 이하의 작품입니다. 어느 정도의 복선이나 트릭은 등장하는 편이 보다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무려 3일에 걸쳐서야 겨우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지루했기에 도저히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더 페이지를 줄이더라도 사건들을 좀 정리하여 꽉 짜여진 느낌을 전해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고, 또 그런 능력은 충분히 있는 작가이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역시 마츠모토 세이쵸의 작품은 70년대 이전 작품이 제 취향에 그나마 맞는 것 같군요

크리스마스는...!

개그만화 "돌격 빳빠라대" 8권의 명대사입니다. "질투의 마음은 아버지 마음, 누르면 생명의 샘물이 솟는다! 봐라! 질투의 혼은 뜨겁게 타오른다!" 라는 질투단의 모임에서 시작하여 크리스마스 커플 응징 계획 (이름하여 "아마겟돈!")이 발동되는 명편이죠.

정말 원래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종교적 행사였을텐데 대체 언제부터 커플들이 연애하는 날로 바뀌었을까요? 그리고 기독교 축제인데 왜 범 세계적인 날이 되었을까요? 여러가지로 궁금합니다.^^

2004/12/03

시스템을 새로 까는 바람에....

개근하려는 목표가 깨졌군요.ㅠ.ㅠ

원래 설치한지 오래 되어서 서서히 문제가 생기고 있었는데 소문의 윈도우즈 SP2를 설치했다가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서 눈물을 머금고 하루 종일 새로 깔았습니다.

당분간 조심조심 설치하여 이번에는 좀 오래 써 봐야 겠습니다. 여러가지로 귀찮군요.

2004/12/02

스탈린그라드 전투 - 김종화 저 : 별점 2.5점


재미교포 김종화씨의 저술로 도서출판 세주에서 출간된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처음부터 끝까지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파울루스 장군의 독일 제 6군, 그리고 추이코프의 소련 제 62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죠. 초반부의 독일군의 파죽지세와 소련 62군의 소모전, 그리고 소련의 우라누스 작전에 따라 스탈린그라드에 포위되어 버린 독일 제 6군의 처절한 반격과 그 종말이 그려집니다.

일단 자료적인 가치가 상당하네요. 당시 독일 제 6군에 소속되었던 부대들의 마크에서 시작하여 독일군 지휘관 계보, 소련군 지휘관 계보로 그 뒤를 잇고 당시의 작전 계획과 비교적 상세한 지도들로 전술사적인 가치를 높여주고 있거든요.
또 대충의 간략한 이야기로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당시 상황을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자세히 설명하는 본문 역시 흥미진진하며 여러가지를 느끼게 해 줍니다. 이전에 읽었던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에 이 전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 놀라울 정도로 지휘관들의 고집과 무식함이 특출나다는 것도 인상적이에요. 그 중에서도 상명하복에 충실했던 예스맨 파울루스에게 거의 모든 책임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잘못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들과 그 후일담까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저는 33만 제 6군이 전멸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쨌건 5만 정도는 탈출, 12만 정도가 포로로 잡혔더군요. 포로중에 6천명정도만 결국 귀국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관심있는 분야라 상당히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제일 먼저 소련군의 비인간적이고 무식한 부분을 강조하며 승리의 요인 역시 물량과 인원이었다고 폄하하는 듯한 시각입니다. 전사도 역사의 일부인데 이러한 주관적인,편향적인 시각으로 저술하다니 저자의 수준이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아울러 전체적으로 균형잡히지 못한 논조에 더해 일본책을 그대로 번역한 듯한 읽기가 상당히 따분한 문체 역시 높은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책 자체의 수준을 낮추고 있습니다. 비교적 충실한 사료들과 증언, 증거들에 비해 도판의 수준이 많이 열악한 것도 아쉽고요.

그래도 간만에 읽은 2차대전사로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 준 책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나저나....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여기서 파울루스가 몇번에 걸친 기회를 전부 손에 넣어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했더라면? 그래도 소련의 우라누스 계획에 막혀 결국 전선을 내어 주었으리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전선이 너무 길어져서 그것을 방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겠죠. 전쟁이 더 길어질 수는 있었겠지만 제 3제국의 영광은 결코! 찾아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소설 "Fatherland"는 정말 꿈일 뿐이죠)

2004/12/01

위대한 개츠비 - E.S 피츠제럴드 : 별점 2.5점


미국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한편입니다. 사실 굉장히 예전에 로버트 레드포드가 개츠비로 나왔었던 영화를 이미 보았었지만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기에 소설을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해 왔습니다. 하지만 고등학생때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한창 빠져있을 때 "노르웨이의 숲"의 주인공이 굉장히 찬양하던 작품이라 눈길이 갔었고 그 이후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손을 떼고 있다가 겨우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햇수로 따져본다면 처음 영화로 접하고 거의 20년만에 읽은 것 같네요.

일단 이 소설에서 돋보였던 점은 개츠비라는 캐릭터입니다. 지극히 영화적이고 독특한, 묘한 인물인데 정말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거든요. 당대 미국인들의 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이죠. 야망과 입지전적인 스토리를 보면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드라이저의 "아메리카의 비극"의 클라이드와 유사하지만 개츠비는 단편적이지 않은 복잡 미묘한, 2000년대에도 여전히 먹힐 수 있는 현대적인 캐릭터라는데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또 하드보일드의 원형처럼 보이는 분위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왠지 루 아처 시리즈가 생각날 정도인데 과거사에 얽매여 꼬여있는 인간관계와 서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주인공들, 사소한 오해와 실수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살인 사건이 바로 하드보일드의 정취를 짙게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에요. 후대 하드보일드처럼 적나라하지 않고, 상류계층의 시각에서만 쓰여졌다는 차이가 있긴 하나, 간간히 보이는 물질 만능과 미국식 자본+퇴폐주의의 뒤에 숨어있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 역시 하드보일드 단골 소재니까요. 조사해 보지는 못했지만 초창기하드보일드 작가들에게 나름의 영향은 주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이런 작품도 하드보일드로 보이는 제가 이상한 것일지도....)

그러나 미국 상류층의 퇴폐적인 삶과 허무, 그리고 "미국의 꿈"이 얼마나 환상일 뿐인가를 알려준다는 작품평과 같은 느낌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예일대학, 옥스퍼드 대학 같이 출신 운운하며 파티만 즐기고 연애활동만 일삼는 상류사회에 대한 지나친 묘사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짜증이 날 정도였어요. 상류층에 대해 작가가 지나친 동경을 품고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또 단순히 설명적인 묘사, 사건 나열보다는 개츠비와 데이지의 교통사고에 얽힌 진상을 잘 포장해서 복잡하게 꾸미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그 편이 보다 소설적으로 흥미진진하게 접근할 수 있었을 같거든요.
아울러 개츠비 역시 멋지긴 했지만 이전 영화속의 로버트 레드포드에 비하면 그다지 인상적이진 못했습니다. 소설에서도 여러가지로 복잡하고 꿈과 잃어버린 과거를 동경하는 모습은 충분히 전해주지만 전성기때의 말쑥한 외모로 눈빛하나로 모든것을 말해주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모습이 20여년이 지났지만 더 기억에 남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시대를 뛰어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2004/11/30

주성치 신작 "쿵푸허슬" 예고편!

예고편
내년 1월 개봉이군요. 주성치가 미국시장 본격 진출의 야심을 품고 2000만불을 들였다는 전설적 화제작... 너무 기대됩니다!
미국 전국 개봉이 사실인 듯 세계 배급 자체가 컬럼비아 트라이스타네요.
"소림족구"는 파괴력이 약했지만 이 영화는 미국에서 대박나서 성룡에 이은 또다른 탑스타가 되길 바랍니다. (윤발이 형과 연걸이는 좀 약했죠...)
예고편만 봐도 흥미진진합니다. 퀵타임 사이트에서 제대로 된 화질로 다시 감상해 봐야겠습니다.

2004/11/28

지름신 강림까지는 아니지만...^^

벌써 5년째 쓰고 있는 가방이 많이 낡아서 요사이 가방을 관심있게 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는 와중에 걸린 제품은 바로 요거!
NAVA Design의 EGO 숄더백입니다. 펀샵에서 발견했죠.

제일 먼저 디자인이 깔끔하니 심플해서 마음에 들었고 제 업무 성격상 A4파일과 서류를 가지고 다닐 경우도 많은데 이 정도면 크기도 적당하고 캐쥬얼과 정장 다 어울릴 것 같습니다. 좀 더 작은 사이즈로 좀 더 싸게 팔기는 하지만 A4보다 작으므로 일단 패스!

원하는 스타일을 파악 했지만 가격이 부담되므로 좀 더 싸고 괜찮은 제품을 계속 찾아볼까 합니다. 사실 가방값에 10만원 넘게 지불하는 것도 좀 부담되더군요.

이래 저래 연말에 관심가는 제품만 눈에 많이 들어오니 큰일입니다. 내년에는 연봉이 좀 오르려나... 하아...

실화극장 죄와 벌 - 주병진 강간치상 사건 -

2000년 11월,(주)좋은사람들의 대표이사 겸 개그맨으로 유명한 주병진이 여대생을 강간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팬들은 물론 동료 연예인들로부터 존경과 부러움을 받았던 그는 이 사건으로 그 동안 쌓아왔던 명예를 하루아침에 잃고 말았다.


#여대생,개그맨 주병진에게 강간당해 경찰 신고
2000년 11월 19일 새벽,한 여대생이 개그맨 주병진에게 자신이 강간을 당했다는 신고를 했다. 경찰 진술서에서 강민지(당시 26세,실명)는 눈물로 호소를 했다.
H호텔 가라오케에서 평소 서로 알고 지내던 언니 김자영(예명),후배 신희수(예명)와 술자리를 갖던 중 민지는 호텔에서 나와 집에 가려는 자신을 주병진이 데려다주겠다며 호텔 주차장의 차로 끌고 가 뒷자석에 강제로 밀어 넣어 저항하는 자신을 폭행한 후 강간을 했다고 주장했다.

#벤츠 승용차 안에서의 진실
강간을 당했다는 강민지의 주장에 주병진 측은 다음과 같이 맞섰다. 자신의 차가 주차된 위치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호텔 현관 앞이었고, 또 강민지는 스스로 차 뒷자석에 탔으며 서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대립되면서 사건은 법정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강민지는 재판 중에 진술을 여러 번 번복하고 주병진에게 합의금까지 받았음을 폭로한다. 그녀는 주병진이 2억으로 합의를 요구, 강간이 아니었다는 진술을 하기로 했으나 무고죄가 두려워 모든 사실을 밝힌다고 말했다

#합의금으로 강간사실 무마,주병진 징영선고
사건의 쟁점이 강민지가 스스로 조수석에 타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느냐는 것, 또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갖고 주병진이 그저 뺨을 두드려서 생긴 상처인가 폭행을 한 후 강간을 한 것인가를 두고 법정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병진이 강민지에게 합의금을 준 사실은 결정적으로 불리한 작용을 했다. 실제 정액이 채취되지 않은 사실과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호텔 벨맨 등의 증언이 있었다.그러나 재판부는 강간치상에 대한 합의금 사실을 인정하며 주병진에게 징역2년6개월, 집행유예4년을 선고한다.

#순진한 여대생이 술집 여 종업원? 강민지 꽃뱀의 의혹
그러나 1심 판결 후 강민지에 대한 소문과 제보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날 변호사 앞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강민지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녀는 순진한 여대생이 아닌 술집 종업원이고, 현재 술집에 종사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에 주병진의 동료,선,후배인 이휘재,이성미,김자옥은 강민지를 잠복 추적하며 진실을 밝히려 한다. 결국 강민지는 룸살롱에서 이휘재와 마주치게 된다.

#강민지의 정체는 무엇인가?
주병진은 함소심을 준비하던 중 변호사로부터 강민지가 학생이 아닌 룸살롱 여직원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변호인 측은 자긴의 신원에 대해 거짓 진술 한 것은 신빙성이 없음을 주장하며 강민지가 소속되어 있다는 룸살롱을 찾아가 주인을 증인으로 신청한다. 이에 검사 측은 강민지가 학교에서 제적당한 것을 몰랐기 때문에 학생인 줄 알았고, 피해자가 술집에 나가는 것은 개인 사생활일 뿐이고 프라이버시임을 주장하며 첨예한 대립을 한다.

#궁지에 몰린 강민지,자신의 동생과 비슷한 수법 사용
변호인 측은 당시 사건 현장을 재현하며 상황을 예로 들며 차 뒷좌석에서는 강간을 당하기가 힘들다는 점, 그리고 강제로 강간을 당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옷이 찢어지지도 않은채 멀쩡했음을 증거로 들었다. 이에 검사 측은 피해자가 주병진과 동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면 가방을 맨 채로 있었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양측의 팽팽한 주장 가운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증인으로 출석한 한 룸살롱 주인 최범수(가명)의 증언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강민지의 동생(예명)에게 이와 같은 방법에 의해 강간범으로 몰렸다가 무명을 벗었다며 증언대에 섰다.

#재판정을 뒤흔든 충격적 폭로, 그리고 증거 조작
뿐만 아니라, 1심에서 증언을 했던 강민지 친구들의 증언 번복은 관계자를 놀라게 했다. 이들은 1심에서의 증언과는 달리, 피해자 강민지가 친구 신희수(예명)를 시켜 자신의 얼굴을 때리게 해 상처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강민지가 이 대가로 친구에게 이천만원의 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또한 강민지가 위장 자살을 계획했다는 새로운 증언까지 내놓았다. 게다가 강민지는 처음 주병진으로부터 받은 합의금 2억을 법정 증인으로 출석한 친구들과 분배,이태리 명품 여행에 모두 탕진한 사실이 드러난다. 결국 주병진은 무죄 판결을 받고 강민지는 해외 불법 체류로 행방이 묘연한 상태에서 지명 수배중이다.


집에서 주말에 뒹굴거리다가 우연히 케이블 TV를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2003년에 방송한 것이니 상당히 옛날 방송이군요.

1심과 항소심을 1, 2부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는데 상당히 드라마로서 긴박감이 있었고 실존 인물들이 실명으로 (물론 대역이지만) 등장하고 당시 자료화면을 많이 써서 사실감을 높인 것도 좋았습니다.

궁금했던 사건이었는데 결말을 잘 몰랐었기때문에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1차적으로 주병진이 거액으로 합의하려한 사실때문에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게 되었는데 항소심에서 여자측의 치밀한 작전이 서서히 드러나며 결국 무죄로 판명되게 되었습니다. 완전범죄(?)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여자측이 별로 득될것이 없었던 재판까지 끌고간 행동과 여자측의 숨겨진 과거가 밝혀진 것이 불리했고 결정적으로 친구들의 배신(?)이 치명타가 되어 버렸네요.

주병진의 문란한 사생활과 돈으로 해결하려한 처음의 행위는 분명! 잘못한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상황을 몰고가면 멀쩡한 사람 강간범 되는게 정말 순식간일 것 같습니다. 어쨌건 꽃뱀한테 잘못 걸린 주병진씨는 앞으로 액땜한 셈 치고 열심히 사시길 바랄 뿐입니다.

PS : 옛 듀스의 김성재 사건도 재 조명 되면 좋겠는데 말이죠... 전 아직도 그 애인이었던 여자의 범행이라 믿고 있습니다.

2004/11/26

치사량

간만에 근처사는 친구 만나서 생일파티 겸 해서 술을 먹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술이 달고 잘 받길래 좋았는데 이래저래 먹다보니 치사량을 넘어 버렸네요. 2병 먹은것 까지는 기억나는데.......

필름이 2년만에 끊겨봅니다. 확실히 나이드니 예전과 다르더군요. 덕분에 오늘은 저녁때까지 회사에서 정말 죽는줄 알았습니다. ㅠ.ㅠ

안경도 잃어버리고 속도 쓰리고 이래저래 속상하군요. 물론 술은 잘 먹긴 했지만 이제 좀 자제해야 겠습니다. 내일은 안경이나 새로 맞추러 가야 겠군요.

지하인간 - 로스 맥도널드 / 강영길 : 별점 3점

지하인간 - 8점 로스 맥도날드 지음, 강영길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루 아처는 우연히 6살짜리 소년 로니를 알게 된다. 로니의 부모는 이혼 직전으로 로니의 아버지 스탠리 브로더스트는 아들과 미인 여대생 수전 크란돌을 대리고 어머니 엘리자베스 브로더스트의 산장으로 여행을 떠난다.
산장 근처에서 산불이 나자, 로니의 어머니 진은 루 아처에게 로니를 데려와 줄 것을 의뢰하지만 산장 근처에서 스탠리의 시체가 발견된다. 스탠리가 평소 15년전에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간 아버지 리오의 행방을 쫓고 있었다는 것과 이 아버지의 행방이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됨을 깨달은 아처는 로니와 함께 사라진 수전의 행방을 뒤쫓으며 사건의 과거를 파고들어 진상을 알게 된다.


국내에 출간된 루 아처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말년인 1971년에 발표된 작품. 발표 당시의 평도 무척 좋았죠. 그동안 계속 벼르다가 형이 생일선물로 구입해 주어서 이제야 읽게 되었네요. 아래와 같은 전형적인 패턴의 루 아처 시리즈입니다.

루 아처 패턴 :
1. 우연히 루 아처가 사소해 보이는 사건을 의뢰받는다.
2. 루 아처가 사건 조사 중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3. 관계자들을 조사하니 서로 복잡한 과거의 사건에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4. 결국 진실이 밝혀지며 관계자 반 정도는 죽거나 다친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약하고 보호를 원할 뿐더러 원치않는 사건에 휩쓸려 자신을 잃게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연민을 표현하는 특유의 여성관과 정신 분석에 대한 깊이 있는 묘사 역시도 시리즈 다른 작품들과 유사했고요.
또 루 아처 시리즈의 장점인 인간의 야비하고 무서운 속성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스릴과 서스펜스 속에 잘 녹이고, 사건 자체에 대한 진상과 맥락을 치밀하게 정리하여 나름의 추리적인 만족감을 전해주는 점도 잘 살아 있습니다. 얼핏 보면 아무 관계없어 보이는 살인사건과 등장 인물들간의 연관성이 과거의 '한 사건'에 맞춰지며 그에 따라 모든 등장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를 통해 복선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죠. 항상 가정은 파탄나고 결딴다는 루 아처 시리즈 중에서는 유별나게도 나름의 안정(?)을 찾는 크란돌 가족이 그려지는 것은 좀 이색적이었습니다만...

그러나 아미스테드 부부와 제리 킬패트릭 같이 이야기 전개에 별 도움 안되는 불필요한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혼란스럽다는 점과 단서보다 정황에 의한 추리가 많다는 약점까지 전작과 비슷한 것은 좀 아쉽네요. 보다 단순화해도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미국 사회에 있는 일종의 정신적 공황과 부도덕, 범죄를 추리소설로 묘사하며 나름의 문학적 수준까지 끌어올린 루 아처 시리즈는 평균 이상의 재미를 항상 보장하는, 언제 읽어도 볼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PS : 비슷한 풍의 제임스 옐로이의 하드보일드와 비교하면 이 당시만 해도 참 순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무서워지기까지 합니다.......

2004/11/24

죽음의 사냥개 - 애거서 크리스티 / 정성희 : 별점 2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해문출판사
드디어! 크리스티 여사의 단편집 전권을 완독했습니다.
이 작품집은 11편의 단편이 수록된 작품집인데 코난 도일경처럼 말년에 심령현상에 심취했던 여사의 취향을 반영하듯 대부분 심령 호러물로 채워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목차와 쟝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죽음의 사냥개 - 심령 호러 (?)
  2. 집시 - 심령 호러(?)
  3. 등불 - 심령 호러
  4. 아서 카마이클 경의 기묘한 사건 - 심령 서스펜스 (?)
  5. 목련꽃 - 심리 드라마
  6. 개 다음에 - 드라마
  7. 이중 범죄 - 추리
  8. 말벌 둥지 - 추리
  9. 의상 디자이너의 인형 - 심리 서스펜스
  10. 이중단서 - 추리
  11. 성역 - 추리

그런데 호러와 서스펜스를 표방한 대부분의 작품이 21세기 독자의 시각으로는 참 심심하더군요.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해주지도 않으면서 공포의 실체조차 두리뭉실 표현해 버리는 점이 역시 빅토리아 여왕 시대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썰렁했어요.
포함되어 있는 4편의 추리물 역시 단편집 전체의 성격을 반영하듯 전체적으로 시시한건 마찬가지입니다. 포와로가 활약하는 "이중범죄"와 "말벌 둥지", "이중단서" 3편 모두 대단한 사건다운 사건없는 영국 시골에서 벌어지는 촌극 느낌이고, 마플양의 "성역" 역시 추리물적인 성격도 적을 뿐더러 마플양 작품 같지도 않거든요.
트릭적으로 본다면 그나마 "이중범죄" 쪽이 제일 추리 성향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닥 신선하지도, 흥미롭지도 않으며 "이중 단서"는 로사코프 백작부인이 처음 등장하여 포와로와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줄 만 하지만 그냥 그뿐이었고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전체적으로 크리스티 여사의 단편집으로 보기에는 기대 이하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차라리 심령 미스터리 쪽으로 가려면 더 화끈하고 더 무섭게 가는 것이 좋았을텐데 말이죠. 단편집을 완독했다는 성취감은 크지만 그 이상의 즐거움을 찾아보기는 어렵군요.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번째 작품인 표제작 "죽음의 사냥개"는 한 수녀의 고대로부터 전해진 일종의 초능력과 그 비밀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정직하게 흘러가다가 끝나는 것 같아 별다른 반전의 묘미가 느껴지지 않아 아쉽네요.

두번째 작품 "집시"는 사람의 운명을 예견하는 집시에 대한 이야기로 내용이 별로 설득력이 없을 뿐더러, 갑작스러운 마지막 해피엔딩이 당황스러운 작품입니다.

세번째 작품 "등불"은 저택에 살고있는 굶어죽은 아이의 유령과 새로 이사온 가족의 이야기인데 결국 새로 이사온 가족의 아이가 죽은 다음 유령이 2명이 된다..는 어떻게 보면 섬뜩한 이야기로 그나마 제일 무서울 만 한 작품입니다. (물론 현대 독자의 시각으로는 많이 썰렁합니다만)

네번째 작품 "아서 카마이클 경의 기묘한 사건"은 꽤 유명한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산 때문에 의붓아들 아서 카마이클 경에게 고양이를 대입시키는 묘한 최면을 거는 계모의 이야기죠.
줄거리 자체는 상당히 참신하고 결말 또한 제법 설득력 있지만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다섯번째 작품 "목련꽃"은 일종의 심리 드라마입니다. 한 여자가 남편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사랑했지만 남편때문에 배신한 다른 남자에게 찾아가 남편의 죄를 증명하는 서류를 받아오는 순간 자신이 남편에게도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는 내용으로 상당히 공감가는 이야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여섯번째 작품 "개 다음에"는 애견때문에 오히려 불행해져가는 한 여성이 개의 자살과도 같은 죽음 직후에 새로운 인생을 되찾게 된다는 드라마인데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심리 묘사는 탁월하지만 글쎄요....

일곱번째 작품 "이중 범죄"는 포와로 단편입니다. 포와로가 헤이스팅스와 같이 버스 여행 중 만난 아가씨의 귀중품 도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소품입니다. 사건이 소박한 만큼 내용도 그다지 멋진 트릭이나 전개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이 작품집중에서는 트리물 적인 요소가 강했다고 보여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멍청한 (?) 헤이스팅스를 잘 보여주는 부분만 재미있었습니다.

여덟번째 작품 "말벌 둥지"는 케이블 TV에서 이미 영상 버젼으로 감상한 작품으로 어떤 단편인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보게 되었네요. 한 남자의 자살-살인을 병행하려는 계획을 포와로가 미연에 방지하는 내용으로 영상 버젼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은 극적인 요소가 별로 없이 무미건조하게, 평이하게 흘러갑니다.

아홉번째 작품 "의상 디자이너의 인형"은 의상 디자이너들이 한 벨벳 인형에게 어느날 문득 공포를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그냥 그뿐입니다. "사랑받고 싶었다"라는 결론은 허무할 뿐이고요.

열번째 작품 "이중 단서"는 포와로가 보석 도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용의자도 4명뿐이고, 트릭도 러시아어와 영어의 알파벳을 이용한 트릭이라 대단치 않습니다. 그나마 포와로 작품에서 라이벌로 등장하는 백작부인의 첫 등장이라는 점에서만 점수를 줄 만 합니다.

마지막 작품 "성역"은 미스 마플이 깜짝 찬조 출연하는 작품인데 추리적 요소는 거의 전무합니다. 살인사건이 등장하지만 내용 자체는 도난 당한 보석에 관한 이야기로 소품이기도 하고요. 단서도 의뢰인이 다 찾은 것으로 마플양은 경찰을 부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어드바이저 정도의 역할 뿐입니다. 마플양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처져보인다는 것은 제 생각 뿐일까요? 

2004/11/23

바이센테니얼맨 - 아이작 아시모프 / 로버트 실버버그 : 별점 2.5점

바이센테니얼 맨 - 6점 아이작 아시모프 외 지음, 이영 옮김/좋은벗

인구가 점차 감소하며 로봇의 노동력이 부각되기 시작한 21세기, 우스름(USRMM)사의 양전자 두뇌 로봇 NDR-113이 과학 기술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실력자 마틴씨의 집으로 인도된다. 그는 앤드류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며 가정의 대소사와 아이를 돌보는 일에 주력하다가 어느날 미적 감수성을 깨닫게 되며 그날 이후 앤드류는 서서히 인간다움, 인간성에 대해 고민하며 연구를 통해 자기의 몸을 개조하고 인간에 가까워지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200년을 산 사나이, 아니 로봇 앤드류 마틴의 일대기입니다. 대작가 아시모프의 유작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로빈 윌리엄스의 영화로도 친숙한 작품이죠. 원래 영화로 먼저 알려졌는데 저는 영화는 좀 보다가 말아서 결국 소설로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모프의 그 유명한 로봇 3원칙을 바탕으로 하여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로봇의 이야기로 어떻게 보면 조금 낡은 소재일 수도 있는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을 던지는 책이죠. 

사실 지금 보면 조금 낡아 보일 수도 있는 주제라 생각되지만 나름의 감동과 재미는 충분히 전해줍니다. 특히 200년을 살아오며 가까운 인물들을 하나씩 떠나보내며 스스로를 개량하고 개조하여 점차 인간에 가까워지는 앤드류의 모습은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의 이야기에 더해 "불사의 존재"와 "평범한 인간"사이를 줄타기하는 내용까지 겹쳐져 흥미롭습니다. ( 다른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불사의 존재와 떠나가는 주변인들간의 애잔한 느낌은 별로 없이 건조하게 쓰여지긴 했지만 뭐 이건 아시모프 스타일이니 그렇다 치고요.) 

아시모프의 대부분의 작품이 그러하듯 소설적으로 썩 재미는 없었지만 과연 미래 세계에 인간이란 존재가 어떻게 정의될지에 대한 노작가 나름의 해답이라 생각되며 그 해답은 결말부분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앤드류의 모습에 겹쳐진다고 할 수 있겠네요. 별점은 2.5점. 영화도 마저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조국 (Father land) - 로버트 해리스 : 별점 3점


그들의 조국 - 6점 로버트 해리스/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1964년 독일이 유럽에 천년제국을 건설한 시대, 총통 히틀러의 75회째 생일을 1주일 앞두고 베를린 외곽 하벨 호수에서 발견된 신원미상의 시체에 대해 사법경찰 살인 담당 수사관 사비에르 마르크가 조사를 착수한다. 
시체의 정체는 폴란드 총독부의 고위 관료이자 SS 여단장 출신인 요제프 뷜러 박사로 밝혀지고 그의 수첩에 적혀있던 인물 중 빌헬름 스튜칼트 (내무성 장관 출신) 역시 살해되며 또다른 인물인 마틴 루터 (외무성 차관 출신)는 실종된다. 

 잇달은 과거 고위 관료들의 죽음과 실종 뒤에 모종의 흑막이 있음을 눈치챈 마르크는 살로트 맥과이어라는 미국 여기자와 함께 그들의 과거를 집요하게 추적하며 스튜칼트의 아파트 비밀금고에서 발견된 스위스 비밀은행 금고의 열쇠로 그 비밀을 알아내려 애쓴다. 
결국 어떤 비밀에 관련된 서류를 가지고 루터가 미국으로 망명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나 루터는 마르크의 눈 앞에서 저격당하고 마르크는 쫓기는 신세가 되어 버리는데... 

2차대전 관련 저술로 유명한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Fatherland" 입니다. 2차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승전하고 난 뒤 20여년이 지난 1960년대를 다룬 일종의 대체 역사물이죠.  
영국은 일종의 독일 속국이 되고, 처칠과 여왕은 캐나다로 망명가고, 러시아는 남부지방을 잃었지만 계속 동부전선을 유지하여 국지전을 벌이며 미국의 대통령 조셉 케네디는 독일과 일종의 "동맹"(데탕트)을 맺은 1964년이 무대입니다. 
실제 역사물을 보는 듯한 1960년대 승전국 나찌 독일에 대한 리얼한 묘사가 정말 대단하네요. 여객기는 보잉과 융커스 제트기가 함께 쓰이며 경찰도 군인편제로 제편된 군국주의 전체주의 국가. 비밀경찰 게쉬타포가 은밀히 지배하며 절친한 친구가 배신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배신하는 비인간적인 독재국가.

하지만 일반적인 대체 역사물이 아니라 작품 안에서 실존인물들과 2차대전 당시의 유태인 학살, 그리고 당시 주독대사였던 조셉 케네디 (존의 아버지죠)의 언행 등에서 유추하여 상상한, 거대한 국제적 음모가 등장하는 전형적 추리 스릴러의 포맷으로 진행됩니다. 특히나 수사 방법에 있어서 경찰 조직 자체가 재편되어 재구성된 사회에서 어떻게 수사를 진행하는 지 꽤 설득력있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부정축재에 대한 묘사의 상상력도 눈여겨 볼 만 했고요. 
읽고나니 일전에 소개해드렸던 러시아 형사 아르카디 렌코 시리즈의 러시아와 흡사함도 느껴지네요. 전체주의 사회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 하는 여러 인물들 및 설정, 특히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겉도는 주인공 (형사라는 직업까지 같은)에 대한 점은 정말 비슷하니까요. (아울러 번역이 좀 엉망인 점도 비슷...) 하지만 나름대로의 해피엔딩이나 후속작에 대한 여운을 계속 남기는 렌코 시리즈와는 달리 한편으로 완결된 구조라는 점은 큰 차이점이겠죠. 

불만이 있다면 흥행을 염두에 둔 듯한 미국인 여기자와의 로맨스는 사족인 듯 싶다는 점, 그리고 거대한 음모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단서인 서류를 너무 쉽게 찾아내는 등 디테일한 수사 과정에서 쉽게 지나간 듯한 부분이 눈에 띄는 점입니다. 아울러 번역이 조금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 역시 크고요. 

그래도 사소한 불만을 감안하더라도 상상력으로보나 완성도로 보나 대체역사 추리물이라는 흔치 않은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이 작품에 비한다면 아카가와 지로의 "프로메테우스의 딸"이나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그야말로 쓰레기죠. 아 이들은 SF던가?) 별점은 3점입니다. 

 조사해 보니 TV용 영화로 제작되어 국내에 "어둠속의 미스테리"라는 제목으로 비디오로 출시되었네요. 하하하! (다른건 몰라도 룻거 하우어는 정말 적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 헬싱 - 스티브 소머즈 (2004) : 별점 3점



로마 교황청 소속의 특수 요원 "반 헬싱"은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여 싸움에 뛰어든 전사로 그의 새로운 임무는 트랜실배니아의 드라큘라 백작을 해치우고 정통 왕위 계승자들을 보호하는 것.
하지만 이미 왕자는 늑대인간에게 습격당해 늑대인간이 되어 버린 상태이며 안나 공주의 목숨도 계속 위협받고 있었다. 늑대인간이 된 오빠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공주가 위험에 처하게 되고 반 헬싱의 활약으로 겨우겨우 탈출에 겨우 성공하지만 지하에서 우연히 프랑켄슈타인의 몬스터와 만나게 되고 드라큘라가 자신의 새끼들을 부화시키기 위해 몬스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결국 납치된 프랑켄슈타인의 몬스터를 구하고 드라큘라의 야망을 저지하기 위해 드라큘라 성의 비밀입구를 찾아내어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되는데.... 

올 여름을 강타했던 블록버스터 화제작. 드라큘라 소설의 설정만 살짝 가져와서 헐리우드 식으로 각색하여 액션영화를 만들어 내었다는 것에 보고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의외로 보고나니 흥행에 성공할 만 하더군요. 

일단 느낌은 그야말로 "블레이드+007"이라는 생각입니다. 주인공이 뱀파이어에서 늑대인간으로 설정이 바뀌었고, 007의 영국 첩보부가 로마 교황청으로 바뀌었을 뿐 두 영화에서 이미 친숙한 모든 요소들을 동원하여 영화를 끌어나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흥행에서 이미 검증된 요소들만 모아 놨달까요? 더군다나 원래 특수효과가 짬뽕된 과장된 액션을 잘 뽑아내는 감독의 영화답게 액션 장면은 과장되었지만 유쾌하고 흥미진진하게 연출되어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각종 고딕 호러의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초반에 잠깐 등장한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하이드를 비롯하여 프랑켄슈타인의 몬스터, 드라큘라와 그의 3미녀등의 캐릭터들은 설정도 확실하고 원작을 잘 구현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특히 프랑켄슈타인의 몬스터가 잘 표현되어 있더군요. 반 헬싱역의 휴 잭맨이나 수도사 칼 역의 데이빗 웬험, 공주역의 케이트 베킨세일, 그리고 드라큘라 역의 리처드 록스버그 모두 캐릭터에 딱 맞는 호연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의 최강 보스격인 드라큘라 백작과의 사투가 생각보다 무척 시시하다는 점과 몇몇 사소한 점의 의문을 제외한다면 킬링타임용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액션물로는 합격점을 충분히 줄 만 합니다. 그야말로 단순화끈 액션물로는 더말할나위 없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PS : 의문점이 몇개 생겼습니다. 중요하진 않지만..... 
  1. 늑대인간만이 드라큘라를 처치할 수 있다고 하는데 다른 늑대인간들은 맘대로 조종할 수 있는 드라큘라가 왜 반 헬싱만 조종할 수 없었을까요? 
  2. 마지막 사투에서 드라큘라는 그냥 밖으로 날아서 도망가 버리면 되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새끼들을 전부 부르던지... 
  3. 그럼 반 헬싱이 원래 대천사 가브리엘이었다는 이야기인가요?
  4. 마지막에 그 드라큘라의 소굴에서 어떻게 빠져나왔을까요?

2004/11/21

바람의 파이터 - 양윤호 (2004) : 별점 1점


솔직히 개봉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던 최배달의 일대기 "바람의 파이터"이지만 개봉 후 알게된 줄거리 때문에 보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이제야 보게 되었네요.
방학기의 만화 "바람의 파이터" 원작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화 초반의 큰 얼개 "최배달의 도일 - 항공학교 입학 - 종전 직후 미군을 혼내주는 의적활동 - 입산수도 - 가라데 도장 평정 - 승부에서 죽인 상대방 가족을 위한 봉사 - 무사시노의 대혈투"라는 줄거리의 요지만 가지고 온 완전히 다른 작품이거든요.

그러나 원작 대비 좋은 방향으로 각색되지 않아서 실망이 큽니다. 영화적 각색을 위해 친구나 애인을 가져다 붙인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요. 허나 차별받는 조센진 운운하며 극 초 중반까지 민족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고수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이해가 안되더군요. 21세기에 이런 주제로 흥행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니었을까요? 오히려 이 설정 때문에 이야기의 중심이 흔들리며 최배달의 캐릭터 -진정한 강함을 추구하는- 가 상당히 많이 묻혀져 버렸습니다. 최배달이 아무리 진정한 무술인이 되기 전이라지만 길거리 깡패들에게 협박받아 오줌을 싸다니 나원참...
더군다나 억지로 각색하며 캐릭터를 끼워맞춘 탓에 최고 라이벌로 등장하는 가토 7단을 비롯한 여러 무술인들의 캐릭터가 너무 만화적으로 그려지게 된 것 또한 황당합니다. 전쟁때에도 고위 장교였다가 전후에 일본 무술계를 통합하며 언제나 깔끔한 정장만 입고다닌다는 가토 7단의 인물 설정은 정말 왠만한 만화에도 등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치했어요. 한쪽 눈을 가리는 긴머리의 소유자 검객 료마의 캐릭터는 보기만 해도 우스울 정도였으니 할말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문XX군의 코즈프레인가 했습니다)

물론 양동근이 연기한 최배달의 연기는 좋았고 다른 조연들도 기본 이상은 해 주며 음악도 좋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무술"영화 답게 액션 장면에서의 연출과 편집, 효과 역시 뛰어나고요. 위의 결점만 보완했더라면, 즉 원작 그대로 단순명료하게 강함을 추구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생기는 대립만 가지고 이야기를 끌어나갔더라면, 걸출한 영화가 나왔을 것 같기만 해서 아쉬움이 더 하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점. 장점이 없지는 않지만 원작의 팬으로 2시간 가까운 실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최배달이라는 캐릭터를 "민족을 위한 영웅"과 "강함을 추구하기만 한 사나이"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엔딩 나레이션에서 몇마디 말로 끝내버리는 이 영화는 저 개인적으로는 최배달 일대기라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최배달 선생이 살아 있었다면 이 영화 각본가에게 정권지르기를 날려버렸으리라 단정할 수 있습니다. (즉, 죽여버렸을 거다... 이런 말입니다^^)

PS :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역도산"도 우려가 됩니다....

G.I. Joe: Valor Vs. Venom (2004) : 별점 2점

세계 각지에서 미궁의 실종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동물원이 갑자기 습격당하는 등 알 수 없는 위기가 서서히 닥쳐온다. 하지만 G.I Joe 대원들은 눈치 채지 못하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사령관 호크 장군이 납치당하게 된다. 이 모든 사건은 코브라 군단의 계획적인 사건으로 야생 동물의 DNA를 납치한 인간들에게 주입하여 "야수병사"를 만들어 세계를 정복하려는 작전이었던 것. 코브라 사령관은 야수군단의 사령관으로 G.I Joe의 대장 호크 장군을 최강의 야수병사로 만들어 이용하려 한다.
코브라 사령관과 그 심복들, 납치당한 호크 장군

또한 G.I Joe의 이동 미사일 기지를 장악하여 DNA 약물을 전 세계에 살포하려 하는 작전에 돌입하여 미사일 기지를 강탈하는데 성공한다.

가자!!!!! Joe!!!!!!!

이 모든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 듀크 이하 전 대원은 야수 병사를 인간으로 되돌리는 해독제를 개발하여 호크 장군의 구출과 지구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이동 미사일 기지로 돌격하여 코브라 군단과의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되는데....

유명 시리즈 G.I Joe의 최신 버젼 3D 애니메이션 입니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봤는데 의외로 아동용으로 깔끔하게 잘 만든 작품이더군요. 악당과 정의의 편 사이의 선악 배분이 확실하고 유머나 조크도 꽤 잘 살아 있으며 이야기도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과 전투, 결투로 이루어져 있어서 별달리 지루한 맛을 느낄 수 없습니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별 스토리도 없다는 것이 결점이겠지만요^^ 그래도 이런 아동물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재미는 전부 전해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는데 그다지 큰 제작비를 들이지는 않았는지 1대1의 격투 장면 같은 부분은 그다지 효과적으로 제작되지는 않았고 많은 인물이나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이 없어서 범 지구적인 위기를 다루는 크나큰 음모이지만 스펙터클한 맛이 떨어지는 게 조금 아쉽네요.그래도 잔재미가 상당히 살아 있어서 꽤 즐겁게 감상할 수 있던 소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G.I Joe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캐릭터들의 특징이나 이름 같은것이 잘 와 닿지 않았는데 팬이라면 더욱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아동용이라는 전재 하에서 봤을 때 말입니다만....) 물론, 소장가치는 없습니다만. 별점은 2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상당히 멋지다고 생각했던 닌자 캐릭터 카마쿠라의 액션씬을 소개해드립니다. 코브라 군단의 전투기와 맨몸으로 맞붙는 장면인데 편집이나 구도 같은 것이 상당히 괜찮았어요.

2004/11/20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 - 에릭 두르슈미트 : 별점 4점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 에릭 두르슈미트 지음, 강미경 옮김/세종서적

종군기자 출신의 에릭 두르슈미트가 저술한 전쟁 관련 역사서. 목차는

  1.  「하틴의 뿔」전투, 1187년7월4일 - 원칙에 대한 무관심
  2. 아쟁쿠르 전투, 1415년10월25일 - 승리에 대한 집착
  3. 카란세베스 전투, 1788년9월20일 - 콤플렉스와 자신감 부재
  4. 워털루 전투, 1815년6월18일 - 열정과 책임감의 상실
  5. 발라클라바 전투, 1854년10월25일 -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부재
  6. 쾨니히그래츠 전투, 1866년7월3일 - 실패에 대한 감정적 대응
  7. 스피온 콥 전투, 1900년1월24일 - 기술 발전에 대한 무지
  8. 타넨베르크 전투, 1914년8월28일 - 사적 감정에 대한 집착
  9. 탕가 전투, 1914년11월5일 - 정보에 대한 긴장감의 결여
  10. 아라스 전투, 1940년5월21일 - 시대 흐름에 대한 무관심 

입니다. 이 10개의 전투를 서술하고 그 내용 및 승, 패에 대한 요인을 분석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승전보다는 패전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거의 예외없이 전쟁을 수행하는 "리더"의 아집과 무책임 때문에 패했음을 지적하고 있죠.
각 단락마다 그다지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각종 정보를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저널리스트다운 능력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글로 드라마도 잘 살아 있어서 보는 동안 흥미진진하게, 쉬지 않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독일은 예상대로 이긴 내용이 많고 러시아는 1승 1패지만 영국군은 1승 3패 (연합군을 구성했던 전투를 뺀다면), 그나마 근대에 들어와서는 전패군요. 역사에 남는 강대국이라고 보기에는 뜻밖의 전과네요. 어쨌건 개인적으로 가장 웃기는 실패담은 역시 영국군의 "발라클라바 전투" 였습니다.^^ 

여튼, 전쟁 역사라는 쟝르를 좋아하고 상당히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렇게 실패한, 그것도 희대의 실패담만 모아놓은 전투 역사서는 처음 접해보네요. 실패에서 교훈을 얻자는 취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인것 같아요. 일단 "재미" 하나는 확실히 보장해주니까요. 서양 중심의 시각이라는 점으로 약간 감점하지만 재미는 물론이요 자료적인 가치도 충분하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각 전투별 간략한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번째의 십자군 전쟁에서 살라딘이 결정적 승리를 거둔 "하틴의 뿔" 전투는 그나마 유능했던 트리폴리의 레몽 백작의 조언을 정적들의 비판으로 채택하지 않은 "무늬만 왕"이었던 기 왕의 무능력과 무책임, 특히 식수가 없음에도 과감하게(!) 사막을 가로지르는 그 무모함을 냉철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두번째의 "아쟁쿠르" 전투는 100년 전쟁 초기에 헨리왕이 엄청난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수만명의 프랑스 군사를 무찌른 유명한 전투죠. 역시 병력 우위만을 믿고 상대편에게 유리한 진형을 내준 프랑스 지휘관들, 그리고 비 때문에 진흙탕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승리에 도취되어 무모한 돌격작전을 펼친 프랑스 기사들에게 전투 패배의 거의 모든 책임이 있다고 기술합니다. 물론 헨리에게는 기사를 제압하는 거의 유일한 무기였던 영국의 "장궁" 이 있었고 기사도에 위반하는 과감한 작전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패배 요인은 먼저 기술했던 요인에 있다고 보고 있네요.

세번째의 "카란세베스 전투"는 투르크와 오스트리아가 대치중이던 당시, 술 한 통을 둘러싸고 오스트리아군 병사끼리 말다툼 도중 한 보병이 "적군이 온다"고 외친 것 때문에 오스트리아군이 실제 전투도 없이 1만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거나 다쳐 패배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우연이 겹쳐져 일어난 어떻게 보면 불우한 사태이지만 근본적으로 지휘 역량이 없던 황제 요셉에게 모든 잘못이 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네번째의 "워털루 전투"는 사실 나폴레옹이라는 걸출한 천재의 패전의 이야기라 조금 아쉬웠습니다.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나폴레옹이 그다지 잘못한 것은 없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 즉각적 판단이 늦었다는 점, 그리고 휘하의 지휘관들이 무능했다는 점 정도가 나폴레옹의 실책이랄까요....

다섯번째의 "발라클라바 전투"는 위에 언급한 오스트리아 못지 않게 무능했던 러시아군을 상대로 더욱 무능했던 영국 지휘관 이야기입니다. 전설로만 남겨진 기병으로 포병을 향해 정면 돌격한 용감한(!) 영국 기병의 신화를 보여줍니다. 무능할 뿐만 하니라 근본적으로 멍청한 지휘관들때문에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전형적인 이야기인데 그 과정이 너무 황당하고 기막혀서 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여섯번째의 "쾨니히그래츠 전투"는 오스트리아가 패권을 잃게되는 기점이 되는 프러시아와의 전투를 다룹니다. 오스트리아의 장군 베네테크는 비록 용감하고 현실적인, 이 이야기에서 다루어진 지휘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능력이 있기는 했지만 (나폴레옹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대 병력을 통솔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야전 지휘관이었고 전방 부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할하지 못해 결국 숫적으로 열세였던 프러시아 군에게 전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하게 됩니다.

일곱번째의 "스피온콥 전투"는 전사에 길이 남은 유명한 전투는 아니지만 남아프리카 보어인들과 영국인의 보어 전쟁때의 이야기입니다. 역시나 용감한 영국군은 무모하고도 멍청한 작전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만 무식하고도 멍청한 지휘관이 거의 모은 승기를 스스로 포기하며 전투에서 결국 패하고 마는 역시나 전형적인 과정을 보여주네요.

여덟번째의 "타넨베르크 전투"는 1차대전때의 러시아 주력군이 무너지는 전투를 보여줍니다. 이 전투의 패인은 러시아 1, 2군의 지휘관이 서로 앙숙이라는 것, 그래서 1군이 무너질때 2군이 응원을 오지 않았다는 이유이고 지휘관들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하여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결과는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결국 이 전투는 1차대전에서의 참호전으로 인한 독일의 패배 (러시아 군을 막기 위해 프랑스에 진출한 병력을 이동시켰기 때문에 단기전으로 끝날 수 있었던 전투가 장기화 되며 결국 패배로 이어진 결과)를 불러왔고 러시아에는 혁명을 불러오게 된 세계사의 전환점이 된 전투라 할 수 있겠네요.

아홉번째의 "탕가 전투"는 동아프리카 탕가에서 1차대전 당시에 영국-인도 병사 8천명이 탁월한 독일 지휘관 파울 폰 레토브-포르베크 대령이 조련한 원주민 부대 250명(!) 에게 농락당하며 패배한 전투입니다. 총검으로 하는 전투는 끝났다는 사실을 보여준 전투이기도 하고 결정적 순간에 벌떼가 영국군에게 달려들어서 전황이 뒤바뀌는 세계 전사에 길이 남을 희극적인 상황까지 보여주기도 합니다.

마지막 "아라스 전투"는 2차대전때의 독일과 프랑스의 전투입니다. 프랑스가 무너지는 와중에 소수의 탱크로 반격하여 독일군 기갑부대에게 피해를 입힌 아라스 전투가 결국 총통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영국군이 덩케르크에서 무사히 잔존병력을 이끌고 탈출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 바로 그 전투죠. 일선 지휘관이었던 롬멜 등이 만약 명령에 계속 불복종하고 진격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역시 프랑스 지휘부의 무능함을 지적하고는 있지만 나름의 반격은 높이 평가하며 오히려 히틀러와 괴링 등의 무능함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2004/11/19

허어... 가문의 영광이네요.

이런데도 소개되다니 참 신기하네요. 여러분들이 자주 찾아주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요새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는데 이런 이벤트가 생기니 신선하고 기분전환이 되기도 합니다.

하여간, 금주에 있던 일 중에서는 제일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2004/11/17

꿈의 사도 - Riichi Ueshiba

"가면속의 수수께끼"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작가의 작품.

전작 "가면속의 수수께끼"는 주위의 매니아도 많고 볼 기회도 많았지만 저는 제대로 보기가 상당히 힘든 만화였습니다. 독특한 설정과 묘사들은 눈여겨 봐둘만 했지만 스토리와 주제 의식에서 공감을 느끼기는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 "꿈의 사도"도 특유의 성적인 상상력은 여전합니다. (장점이 될 수도 있겠고 단점이 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일단은 전작보다 유쾌한 액션물적인 성격을 많이 취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만 보면 여러명 있는 (9명이 있다고 묘사됩니다) "꿈의 사도"라는 "꿈의 힘을 다루는 자"들이 의뢰받은 괴사건을 해결한다는 흔한 전대 액션물의 설정으로 각 사도들이 각각의 특수 능력으로 악당들과 맞서 싸운다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평범한 내용입니다.

허나 흔한 액션물로 생각하고 본다면 대략 낭패! 이 작품은 오히려 야릇하고 이색적인 러브스토리(첫번째 편은 중학생 소녀들의 레즈비언 경향의 러브 스토리를, 두번째 편은 기계와 인간의 사랑)로 보는게 타당한 작품이에요.
사실 저는 첫번째 이야기부터 이 만화에 반해버렸습니다. 명문 사립 여자 중학교인 "하나비라자카 여학원"에서 발생한 24명의 소녀들의 상상임신 사건... 그 아이들은 이전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의 백합반 동창생들로 사건은 2년전 여자로 꾸미고 학교를 다녔지만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 남자아이 "요코"와 관련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좀 뻔한 이야기가 아닌가 했는데 일본의 "만엽집", "고사기"의 히루코 전설까지 엮어서 보여주는 이야기 전개가 정말로 탁월해요. 모든 이들이 영생하고 모든 이들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이 성취되는 "히루코의 나라"라는 큰 배경을 깔고 작가 자신이 추구하던 소년 소녀에 대한 야한 상상력 + 액션물의 성격까지 짬뽕하여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만든 능력에는 감탄밖에는 할게 없더군요. 특히 마지막에 밝혀지는 "히루코의 나라"의 정체가 돋보입니다.
위와 같이 특유의 지나칠정도로 집요한 디테일의 그림도 여전하고요.

두번째 작품 "광물의 성모"편은 "긴쥬"라는 주인공 소년이 아버지가 만들어 준 인형인 "루루"와 사랑을 엮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루루"에게 생명을 넣기 위한 "돌의 심장", 즉 "현자의 돌"을 노리는 집단인 "헤르메스 교단"이 등장하고 이들에게 "루루"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 "꿈의 사도"들의 도움으로 그들과 맞서던 긴쥬는 결국 아버지가 "루루"를 자신에게 만들어 준 이유를 알게 된다는 내용이죠. 요새 유행인(?) "현자의 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이지만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차용한 설정이나 무한의 사랑을 반복해 나가는 과정의 이야기가 좋습니다.

물론 아직 5편까지 밖에 나오지 않은 듯 해서 전반적인 품평을 하기는 아직 어렵긴 합니다.
또 앞서 장점만 언급했지만 딱! 한가지 지적하자면 탁월한 스토리텔링에 비하면 오히려 너무 만화적이고 작위적인 설정들로 이루어진 "꿈의 사도"들의 존재감이 희박해 보여 아쉽더군요. 심리학 이론에 근거한 여러 디테일하고 자잘한 설정들("상자 정원" 요법 등)이 등장하지만 이야기에 잘 섞이지가 않고 오히려 "만화 캐릭터나 완구의 무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라는 설정의 액션장면만 눈에 띄게 과장되게 묘사되어 겉도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그래도 작가 특유의 일러스트에 가까운 디테일한 묘사와 성적 상상력 (훗^^)에 덧붙여진 독특한, 재미있는 이야기 전개로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울러 보다 귀여워지고 다듬어진 캐릭터까지 있으니 흐뭇하네요. 별점을 주기는 아직이기는 하지면 여태까지는 3.5점입니다.

2004/11/16

If Only - 길 정거 : 별점 2.5점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사랑스런 로맨티스트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와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성공한 젊은 비즈니스 맨 이안(폴 니콜스). 둘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사만다는 일만 생각하고 자신은 자신은 뒷전인 이안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고, 이안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만다가 답답하다. 여러 우여곡절끝에 사만다의 졸업 연주회에 가는 길.. 이안은 '그녀가 있음을 감사하고 계산 없이 사랑하라'는 택시기사의 충고를 들으며 문득 그녀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졸업연주회가 끝나고 식사를 하던 두 사람은 그 동안의 쌓인 감정들 때문에 말다툼을 하고, 레스토랑에서 뛰쳐나와 혼자 택시를 타고 가던 사만다는 이안이 보는 앞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그는 믿지 못할 상황과 마주한다. 자신의 곁에는 그녀가 있고, 그녀가 떠나간 어제가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 이안은 어제의 일들이 단순한 꿈이길 바라며 그녀의 운명을 바꾸려 노력한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보며 그는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안에게 다시 주어진 사만다와의 마지막 하루. 이제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뿐! 그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사랑을 담은 최고의 하루를 선물하기로 하는데...

제니퍼 러브 휴잇 제작 주연의 멜로 영화입니다. 홍보가 부족한지 별다른 광고조차 보이지 않는 곧 잊혀질 영화 같지만 왠지 겨울에 잘 어울리기도 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내용은 왠지 예전에 보았었던 "사랑의 블랙홀"이 조금 연상되기도 하는 전개더군요. 하지만 "사랑의 블랙홀" 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오늘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 이라는 설정이 가장 큰 차이겠죠. 일단 새롭게 시작하는 하루의 일들이 "평행 우주론" 처럼 아주 약간의 오차가 있지만 결국 동일하게 반복된다는 설정은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가장 큰 약점이 드러납니다. 바로 시계가 깨진다던가 사만다가 손을 데는 부분 같은 사소한 일들보다 중요했던 실패한 계약을 새로운 하루에서는 성공한다는 큰 차이점이 생기는거죠. 이러한 큰 변화에 대해 주인공 이안이 전혀 의문시 하지 않고, 단지 사소한 일들의 반복으로 사만다의 죽음이라는 운명을 너무 쉽게 체념하듯 받아들인다는건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달라진 일과를 체크하면서 어떻게든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차라리 아예 같은 내용이 어쨌건 반복되게 되게끔 영화를 이끌어 나가서 이런 모순을 없애고 마지막의 죽음까지 일관되게 처리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 납득하기 쉬운 전개였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면 엔딩 부분의 감동이 훨씬 덜 했겠지만 말이죠. 

뭐 그래도 영화는 멜로물로는 손색없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무작정 울리는 것 보다는 이런 색다른 요소들이 있는 것이 더 재밌었달까요? 최루성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색다른 설정과 드문드문 등장하는 코믹한 장면, 그리고 제니퍼 러브 휴잇 자신이 직접 부른 엔딩 부분의 주제곡 장면 같은 멋진 장면들이 계속 나와주어서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았고요. 무엇보다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 "현재"의 중요성, "하루"의 중요성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몇몇 설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있었지만 멜로물로서 갖춰야 할 미덕에 색다른 설정이 주는 독특한 재미까지 갖춘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PS : 그런데 한때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재림"으로까지 일컳어졌던 제니퍼 러브 휴잇이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요? 영화에서 너무 후지게 나와서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PS 2 : 제니퍼 러브 휴잇이 범상치 않은 가창력으로 직접 부르기는 하지만 주제곡도 연출에 비하면 그닥 좋은 편이 아니어서 좀 아쉽더군요. 뭐 이건 제 개인 취향입니다만....

2004/11/15

야구만화 단상

"H2"의 히데오의 삼진 장면과 "메이저"의 시게노 고로의 명대사

몇번 글을 올렸지만 저는 야구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야구 만화도 무척 좋아하는 편이지요.

그동안 수많은 야구 만화를 봤습니다. 그동안 봐 왔던 만화에서 그래도 뭔가 열기가 느껴지는 것은 역시 고교야구 만화더군요. 아무래도 3년이라는 시간 제한과 하나하나의 승부에 귀중함을 부여하는 토너먼트 제도의 특성 탓이겠죠? 

하지만 간만에 아다치의 "Touch"와 "H2"를 보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청춘 고교 야구 만화의 히트작으로 수많은 팬이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진정한 승부는 빠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Touch의 라이벌 니타 아키오는 중요한 지구대회 결승 시합에서 타석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서 우에스기 타츠야가 아닌 우에스기 카츠야의 볼을 기다린다며 볼을 흘려보내고 H2의 히데오 역시 사랑과 명예가 걸린 중요한 시합에서조차 히로의 볼을 직구만 노리고 변화구를 헛스윙합니다.
야구 시합이 1대1의 격투도 아니고 이런 팀과 동료들을 무시하는 행동이 어떻게 용납될 수 있습니까? 삼진당한 주제에 "진짜 너의 볼이 아니야" 어쩌구 하는 대사나 주워 섬기다니..... 그래서인지 "Touch"와 "H2" 두 작품 모두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진정한 고교 야구 만화로 보이진 않네요.

이런 무책임한 녀석들 보다는 다리가 부러지고 어깨가 작살나더라도 전력을 다하는 "메이저"의 시게노 고로나 "그래! 하자"의 에자키, 진통제를 맞아가면서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루키즈"의 아니야, 그리고 차리킴과의 승부를 위해 새로운 변화구를 계속 개발하는 "달려라 꼴찌"의 독고탁 쪽이 훨씬 멋있습니다. 지더라도 후회없는 승부를 해야죠. 상대가 어찌되었건 전력으로 상대해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스포츠 맨 정신이 아닐까요?

2004/11/14

두산은 내년 시즌의 진정한 "패거리들"이 될 것인가?

병풍연루 선수 신체검사 '공익'…주전공백 '비상'

흠 드디어 발표되었군요. 프로야구 병풍으로 타격받은 각 구단의 대략의 현황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주전 투수들 대부분이 군 입대하게 된 두산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됩니다. 이재영은 이미 구속중이지만 이재우, 이경필, 이혜천, 구자운, 노경은 등 올 시즌 1군 투수의 거의 반수가 군 입대를 하게 되는 군요. 정성훈선수까지 걸렸을줄은 몰랐습니다. 우려했던 박명환 선수는 어쨌건 재검 판정으로 전반기는 소화할 수 있게 되었지만 어떻게 될지... 차라리 빨리 입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체 1군 투수중에 누가 남는지를 세는게 빠르겠네요. 권명철 선수 정도?

SK도 만만치 않은 피해로 이미 구속된 조진호를 비롯 올시즌 타점왕 이호준과 건실한 내야 요원 강혁 선수가 입대합니다. 그나마 이름이 오르내렸던 히팅머신 이진영선수가 빠진 것이 다행이랄까요? 다음에 타격을 입은 팀은 한화, 주전 내야수 황우구가 일신상의 이유로 은퇴를 선언한 중에 주력 타자 이영우와 올시즌 투수진에서 짭짤한 활약을 해준 박정진 선수가 입대하게 되었군요.

그 외에 롯데는 사실상의 유일한 1군 주전 포수 최기문의 재검 여부에 내년 판도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삼성은 시즌 중 덜미가 잡혔던 선수들 이외에 별다른 추가사항이 없고 현대와 LG, 기아도 주력 선수의 이탈은 일단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상 1군의 와해로 인해 내년 시즌은 정말 신인들로 경기를 치루어야 하는 두산, 이상무의 "달려라 꼴찌"에 나왔던 고졸 선수들로만 이루어진 프로팀 "패거리들"이 되어 버렸네요. 11억을 쏟아부은 초고교급 투수 거물 신인 서동환과 김명제에게 독고탁급의 기대를 걸어야 할 듯.... 그나마 타선은 유격수 손시헌 선수를 빼면 그나마 거의 올 시즌 전력을 유지하니 다행입니다. 물론 김동주 선수의 빠른 복귀가 관건이겠죠.

내년 시즌 어쨌거나 꽤 기대가 됩니다. 팀 리빌딩을 위해서라면 타자쪽이 많이 빠져나갔어야 할 것 같지만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그래도 투수진의 피치못할 리빌딩으로 병풍 선수들이 복귀하는 2년 뒤에는 제발 막강 투수력을 갖추길 바랍니다.

아울러 서동환, 김명제 선수의 활약 또한 지켜 보겠습니다.

2004/11/09

병속의 미녀 - 정태원 엮음 : 별점 1.5점

병속의 미녀 - 4점 정원태/이성

다시 접한 정태원씨가 엮은 단편 앤솔러지. 헌책방에서 몇권 구입한 시리즈 중 마지막입니다. 목차는

  • 존 콜리어: 병속의 미녀 / 무서운 교배 / 잠자는 미녀
  • 클라이브 바커 : 수의의 고백 / 섹스와 죽음과 별빛 / 재클린 에스 / 마돈나
  • 아토다 다카시 : 여난 / 이상한 벌레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명의 작가, 9편의 작품의 구성이죠.

그런데 부제가 "미스터리 에로티카"고 책 소개도 에로틱한 미스터리 단편을 모아놓았다고 하는데 선정기준은 의심스럽습니다. 존 콜리어의 작품들은 그닥 에로틱하지도 않고 미스터리도 아니었고 클라이브 바커는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취향의 작품만 실려 있습니다. 그나마 아토다 다카시 작품들이 비교적 괜찮은데 너무 짧은 그야말로 꽁트 길이밖에 안되는 소품이라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더군요. 무언가 좀 부족하고 모호하달까요? 여튼 제 판단으로는 절대로(!) 미스터리는 아니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헌책방에서 구하는 앤솔러지 형식의 단편집은 보통 평균 이상 수준은 되지만 가끔 이런 괴이한 물건이 얻어 걸리곤 하죠.
클라이브 바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에 들었겠지만 저에게는 많이 아쉬운 단편집이었습니다. 그나마 "잠자는 미녀"와 "이상한 벌레"는 독특한 반전과 결말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비교적 추천할만 하지만 나머지 작품은 별로 언급할 필요를 못 느끼겠네요.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병속의 미녀"는 한 남자가 지니가 들어있다는 마법의 병을 사게 된 후 지니를 이용하여 온갖 향락을 즐기다가 병에 자신이 갇히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뻔한 동화의 뻔한 패러디죠...
"무서운 교배"는 한 농부가 시체를 묻은 밭에서 기괴한 호박을 캐내는 이야기입니다. 약간 섬찟하긴 한데 무섭지도 않고 그냥 기묘하기만 했던 작품입니다.

"잠자는 미녀"는 한 부자가 서커스에서 우연히 만난 몇년째 잠을 자는 여인이라는 존재에 마음을 빼앗겨 자신의 거의 전 재산을 동원하여 그녀를 소유하려 하고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잠에서 결국 깨어나게 만들지만 그녀가 깨어난 직후 바로 실망하게 되는 내용으로 외모 지상주의의 현대 사회에 비판을 가하는 듯한 탄탄한 줄거리와 이색적인 반전이 마음에 듭니다.

"수의의 고백"은 한 회계사가 포르노 사업가의 속임수에 빠져 가족과 생활을 잃고 복수를 꾀하다가 살해된 직후 자신의 수의에 빙의하여 마지막 복수를 완성하는 내용인데 클라이브 바커 특유의 디테일한 묘사는 빛을 발하지만 얄팍한 줄거리와 허무한 결말로 그냥저냥한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섹스와 죽음과 별빛"은 클라이브 바커의 다른 단편집 "피의 책"에서 이미 읽은 내용으로 연기에의 정열을 불태우는 일종의 좀비물입니다. 평작수준이라 보여집니다.

"재클린 에스"는 이 단편집에서 가장 특이한 작품입니다. 섹스에 대한 치밀하고도 기괴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기이한 초능력을 가진 마녀와 같은 여인 제클린 에스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잔인하고도 엽기적인, 변태적인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밖에 보이지는 않지만 최소한 그 상상력에는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제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더군요.

"마돈나"도 위의 작품만큼은 못하지만 특이한 작품입니다. 클라이브 바커의 "한밤의 지하철"이 연상되는 "초자연적인 절대자"와 "운명에 휩쓸린 평범한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보면 종교적으로, 하지만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뭐 이것도 그닥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여난"은 평생 여자에게 눌려살던 한 소시민이 자살 직전에 군중들의 이목을 끌고 잠시 다른 세상을 꿈꾸지만 군중들은 바로 미인 여성 자살자에게 이목을 돌리게 된다는 줄거리로 뭔가 공감이 가는 내용이더군요.^^ 짧지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상한 벌레"는 20페이지도 안되는 꽁트입니다. 플라스틱을 갉아먹는 벌레를 발견한 사나이의 이야기인데 짧지만 성형수술에 대한 비판을 담고있는 반전까지 괜찮은 완벽한(!) 작품입니다. 역시 단편의 제왕 아토다 다카시다운 면모를 보인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