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4/11/21

바람의 파이터 - 양윤호 (2004) : 별점 1점


솔직히 개봉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던 최배달의 일대기 "바람의 파이터"이지만 개봉 후 알게된 줄거리 때문에 보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이제야 보게 되었네요.
방학기의 만화 "바람의 파이터" 원작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화 초반의 큰 얼개 "최배달의 도일 - 항공학교 입학 - 종전 직후 미군을 혼내주는 의적활동 - 입산수도 - 가라데 도장 평정 - 승부에서 죽인 상대방 가족을 위한 봉사 - 무사시노의 대혈투"라는 줄거리의 요지만 가지고 온 완전히 다른 작품이거든요.

그러나 원작 대비 좋은 방향으로 각색되지 않아서 실망이 큽니다. 영화적 각색을 위해 친구나 애인을 가져다 붙인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요. 허나 차별받는 조센진 운운하며 극 초 중반까지 민족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고수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이해가 안되더군요. 21세기에 이런 주제로 흥행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니었을까요? 오히려 이 설정 때문에 이야기의 중심이 흔들리며 최배달의 캐릭터 -진정한 강함을 추구하는- 가 상당히 많이 묻혀져 버렸습니다. 최배달이 아무리 진정한 무술인이 되기 전이라지만 길거리 깡패들에게 협박받아 오줌을 싸다니 나원참...
더군다나 억지로 각색하며 캐릭터를 끼워맞춘 탓에 최고 라이벌로 등장하는 가토 7단을 비롯한 여러 무술인들의 캐릭터가 너무 만화적으로 그려지게 된 것 또한 황당합니다. 전쟁때에도 고위 장교였다가 전후에 일본 무술계를 통합하며 언제나 깔끔한 정장만 입고다닌다는 가토 7단의 인물 설정은 정말 왠만한 만화에도 등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치했어요. 한쪽 눈을 가리는 긴머리의 소유자 검객 료마의 캐릭터는 보기만 해도 우스울 정도였으니 할말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문XX군의 코즈프레인가 했습니다)

물론 양동근이 연기한 최배달의 연기는 좋았고 다른 조연들도 기본 이상은 해 주며 음악도 좋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무술"영화 답게 액션 장면에서의 연출과 편집, 효과 역시 뛰어나고요. 위의 결점만 보완했더라면, 즉 원작 그대로 단순명료하게 강함을 추구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생기는 대립만 가지고 이야기를 끌어나갔더라면, 걸출한 영화가 나왔을 것 같기만 해서 아쉬움이 더 하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점. 장점이 없지는 않지만 원작의 팬으로 2시간 가까운 실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최배달이라는 캐릭터를 "민족을 위한 영웅"과 "강함을 추구하기만 한 사나이"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엔딩 나레이션에서 몇마디 말로 끝내버리는 이 영화는 저 개인적으로는 최배달 일대기라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최배달 선생이 살아 있었다면 이 영화 각본가에게 정권지르기를 날려버렸으리라 단정할 수 있습니다. (즉, 죽여버렸을 거다... 이런 말입니다^^)

PS :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역도산"도 우려가 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