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사냥개 - |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해문출판사
드디어! 크리스티 여사의 단편집 전권을 완독했습니다.
이 작품집은 11편의 단편이 수록된 작품집인데 코난 도일경처럼 말년에 심령현상에 심취했던 여사의 취향을 반영하듯 대부분 심령 호러물로 채워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목차와 쟝르는 다음과 같습니다.
- 죽음의 사냥개 - 심령 호러 (?)
- 집시 - 심령 호러(?)
- 등불 - 심령 호러
- 아서 카마이클 경의 기묘한 사건 - 심령 서스펜스 (?)
- 목련꽃 - 심리 드라마
- 개 다음에 - 드라마
- 이중 범죄 - 추리
- 말벌 둥지 - 추리
- 의상 디자이너의 인형 - 심리 서스펜스
- 이중단서 - 추리
- 성역 - 추리
그런데 호러와 서스펜스를 표방한 대부분의 작품이 21세기 독자의 시각으로는 참 심심하더군요.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해주지도 않으면서 공포의 실체조차 두리뭉실 표현해 버리는 점이 역시 빅토리아 여왕 시대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썰렁했어요.
포함되어 있는 4편의 추리물 역시 단편집 전체의 성격을 반영하듯 전체적으로 시시한건 마찬가지입니다. 포와로가 활약하는 "이중범죄"와 "말벌 둥지", "이중단서" 3편 모두 대단한 사건다운 사건없는 영국 시골에서 벌어지는 촌극 느낌이고, 마플양의 "성역" 역시 추리물적인 성격도 적을 뿐더러 마플양 작품 같지도 않거든요.
트릭적으로 본다면 그나마 "이중범죄" 쪽이 제일 추리 성향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닥 신선하지도, 흥미롭지도 않으며 "이중 단서"는 로사코프 백작부인이 처음 등장하여 포와로와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줄 만 하지만 그냥 그뿐이었고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전체적으로 크리스티 여사의 단편집으로 보기에는 기대 이하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차라리 심령 미스터리 쪽으로 가려면 더 화끈하고 더 무섭게 가는 것이 좋았을텐데 말이죠. 단편집을 완독했다는 성취감은 크지만 그 이상의 즐거움을 찾아보기는 어렵군요.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번째 작품인 표제작 "죽음의 사냥개"는 한 수녀의 고대로부터 전해진 일종의 초능력과 그 비밀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정직하게 흘러가다가 끝나는 것 같아 별다른 반전의 묘미가 느껴지지 않아 아쉽네요.
두번째 작품 "집시"는 사람의 운명을 예견하는 집시에 대한 이야기로 내용이 별로 설득력이 없을 뿐더러, 갑작스러운 마지막 해피엔딩이 당황스러운 작품입니다.
세번째 작품 "등불"은 저택에 살고있는 굶어죽은 아이의 유령과 새로 이사온 가족의 이야기인데 결국 새로 이사온 가족의 아이가 죽은 다음 유령이 2명이 된다..는 어떻게 보면 섬뜩한 이야기로 그나마 제일 무서울 만 한 작품입니다. (물론 현대 독자의 시각으로는 많이 썰렁합니다만)
네번째 작품 "아서 카마이클 경의 기묘한 사건"은 꽤 유명한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산 때문에 의붓아들 아서 카마이클 경에게 고양이를 대입시키는 묘한 최면을 거는 계모의 이야기죠.
줄거리 자체는 상당히 참신하고 결말 또한 제법 설득력 있지만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다섯번째 작품 "목련꽃"은 일종의 심리 드라마입니다. 한 여자가 남편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사랑했지만 남편때문에 배신한 다른 남자에게 찾아가 남편의 죄를 증명하는 서류를 받아오는 순간 자신이 남편에게도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는 내용으로 상당히 공감가는 이야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여섯번째 작품 "개 다음에"는 애견때문에 오히려 불행해져가는 한 여성이 개의 자살과도 같은 죽음 직후에 새로운 인생을 되찾게 된다는 드라마인데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심리 묘사는 탁월하지만 글쎄요....
일곱번째 작품 "이중 범죄"는 포와로 단편입니다. 포와로가 헤이스팅스와 같이 버스 여행 중 만난 아가씨의 귀중품 도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소품입니다. 사건이 소박한 만큼 내용도 그다지 멋진 트릭이나 전개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이 작품집중에서는 트리물 적인 요소가 강했다고 보여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멍청한 (?) 헤이스팅스를 잘 보여주는 부분만 재미있었습니다.
여덟번째 작품 "말벌 둥지"는 케이블 TV에서 이미 영상 버젼으로 감상한 작품으로 어떤 단편인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보게 되었네요. 한 남자의 자살-살인을 병행하려는 계획을 포와로가 미연에 방지하는 내용으로 영상 버젼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은 극적인 요소가 별로 없이 무미건조하게, 평이하게 흘러갑니다.
아홉번째 작품 "의상 디자이너의 인형"은 의상 디자이너들이 한 벨벳 인형에게 어느날 문득 공포를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그냥 그뿐입니다. "사랑받고 싶었다"라는 결론은 허무할 뿐이고요.
열번째 작품 "이중 단서"는 포와로가 보석 도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용의자도 4명뿐이고, 트릭도 러시아어와 영어의 알파벳을 이용한 트릭이라 대단치 않습니다. 그나마 포와로 작품에서 라이벌로 등장하는 백작부인의 첫 등장이라는 점에서만 점수를 줄 만 합니다.
마지막 작품 "성역"은 미스 마플이 깜짝 찬조 출연하는 작품인데 추리적 요소는 거의 전무합니다. 살인사건이 등장하지만 내용 자체는 도난 당한 보석에 관한 이야기로 소품이기도 하고요. 단서도 의뢰인이 다 찾은 것으로 마플양은 경찰을 부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어드바이저 정도의 역할 뿐입니다. 마플양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처져보인다는 것은 제 생각 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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