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이단자의 사랑"입니다. 이 작품은 일본 유학 시절이던 1934년에 단편 "타원형의 거울"로 데뷔한, 국내 최초의 본격 추리소설 작가 김내성의 단편입니다. 저는 절판된 지 오래된 단편집 "비밀의 문"을 통해 이 작품을 접했는데, 다행히 최근 복간되어 이제는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전자책으로도 출간되었으니 참고하세요.
의사 김철하는 애련과 약혼했지만, 1년에 한 번만 그녀를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조건을 걸고 그녀를 시인 추강에게 양보합니다. 추강이 그녀의 첫사랑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련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추강은 그녀의 묘 위에 복숭아나무를 심습니다. 애련의 살과 피로 자라난 복숭아 열매를 김철하가 보는 앞에서 홀로 독점해 맛보기 위해서였지요. 추강은 김철하가 찾아오는 날마다 복숭아를 따 먹으며 그의 앞에서 자신의 승리를 과시합니다.
이 장면은 추강의 광기 어린 독점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묘사가 정말 일품입니다. 탐미적이면서도 에로틱하고, 변태스러우면서도 그 과즙이 입안에 흥건하게 고이는 느낌을 줄 정도로 사실적이기 때문입니다. 미녀의 무덤에서 자란 과일로는 복숭아만 한 게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복숭아는 원래 미녀를 상징하는 과일이기도 하니까요.
복숭아는 본래 "손오공"에 등장하는 천도복숭아처럼 장수의 상징이자 귀신을 쫓는 신령스러운 과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언제가부터 농밀한 여인의 이미지가 덧붙여졌는데, 복숭아의 특성과 맛 때문일 겁니다. 맛있는 복숭아를 뜻하는 '수밀도'라는 단어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껍질이 얇고 살과 물이 많으며 달콤한 맛'이라는 뜻이 미녀와 연결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니까요. 뜻 뿐만이 아니라, 높은 당도에도 불구하고 저칼로리에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트에 좋고, 비타민도 많아서 피부 미용에도 좋으며, 피부의 멜라닌 생성을 촉진하는 타이로시나아제라는 성분을 억제해서 피부 미백 효과도 볼 수 있다니, 미인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과일입니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추강은 한여름 날 복숭아를 따서 껍질째 먹는데, 이 방식이야말로 복숭아를 제대로 먹는 방법입니다. 껍질에 비타민 E 등 유익한 성분이 많고, 높은 온도에서 단맛이 더욱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추강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김철하는 복숭아를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이 가져온 고래고기 통조림만 먹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고래고기의 정체를 알아챈 추강에게 김철하가 "고래고기다!"라고 외치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이 작품이 발표된 1943년은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였던 시절입니다. 당시 고래고기는 가장 싸고 대중적인 고기였습니다. "맛의 달인" 등에서도 전쟁 전후에 고래고기가 저렴한 서민 음식으로 자주 언급되지요.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이전에는 포획량이 많아 흔한 음식이었습니다. 지금은 포경 금지로 인해 귀하고 비싼 음식이 되었지만요.
고래고기는 육고기와 생선의 중간 맛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회나 수육으로 먹었고 일본에서는 스테이크나 꼬치 요리로도 소비되었습니다. 외국 사례를 보면 "모비 딕"에서는 스테이크로 먹는 묘사가 등장하고, 아이슬란드에는 고래고기 꼬치가 전통 요리 가운데 하나라고도 하네요.
콜레스테롤 없는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고, 온갖 비타민도 골고루 들어 있어 영양가도 뛰어나지만, 특유의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갈립니다. 철 성분이 많은 고래의 피가 썩으면서 나는 냄새인데, 고래는 죽자마자 바로 피가 부패되기 시작합니다. 육지 동물보다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은 탓이지요. 헤모글로빈은 단백질이라 곧바로 썩거든요. 그런데 고래는 정식으로 잡을 수 없어서 그물에 걸려 죽은 경우 등에 한해서만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피를 곧바로 뺄 수 없어서 냄새가 나게 됩니다.
작품에서처럼 통조림으로 만들 때는 냄새가 심한 싸구려 고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진한 양념을 사용해 냄새를 잡고 맛을 균일화하는 조림 방식으로 만듭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야마토 조림' 고래고기 통조림이 있습니다. 설탕, 생강, 간장 등으로 조린 이 요리는 냄새를 잡고 고기를 부드럽게 만듭니다. 다만 고기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짐작하시듯, 작품 속 고래고기 통조림 속의 고기는 고래고기가 아닙니다. 조리 방식도 장기 보존을 위해 소금에 절인 뒤 말렸을 뿐이지요. 같은 재료,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육포는 야마시로 아사코의 "엠브리오 기담" 수록작 "지옥"에도 등장합니다. 산적들에게 잡힌 주인공이 구덩이에 갇혀, 산적들이 던져 준 육포로 연명하다가 함께 갇혔던 신혼부부 중 신부가 도망친 날, 신선한 고기가 던져졌다는 내용이 압권이지요. 지옥 구덩이에서 주인공이 탈출에 성공해 산적 일가를 구덩이에 가둔 뒤 벌어진 참상도 상상을 초월하고요. 참고로 야마시로 아사코는 "ZOO"와 "GOTH"의 작가 오츠 이치의 또 다른 필명입니다. 작품도 과연 오츠 이치구나 싶어요.
"이단자의 사랑"은 지금 기준으로 뛰어난 작품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에로그로' 코드가 과도하고, 에도가와 란포의 영향이 짙으며, 흔한 삼각관계 치정극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시인과 과학자의 대결 구도도 다소 부자연스럽고요. 그러나 반전만큼은 강렬합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약 50년 전에 이 작품을 읽으셨는데도 이 반전을 아직도 기억하실 정도입니다. 반전을 위해 사용된 복숭아와 고래고기의 대조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복숭아는 농밀하고 탐미적인 에로스를, 고래고기는 거칠고 냉혹한 그로테스크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에로그로'라는 키워드를 음식으로 명확하게 보여 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리메이크한다면 어떤 통조림이 적합할까요? 저는 골뱅이 통조림을 떠올렸지만, 고기 형태가 너무 달라 쉽게 들통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통조림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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