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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7

계간 미스터리 2011.가을 - 청어람M&B 편집부 엮음 : 별점 3점

 

계간 미스터리 2011.가을 - 6점
청어람M&B 편집부 엮음/청어람M&B

국내 최고의 추리소설 커뮤니티 "하우미"에서 진행한 이벤트로 당첨된 도서입니다. 먼저 이벤트를 주최한 황금펜클럽 편집부와 하우미 담당자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드립니다.

계간 미스터리는 국내 유일의 추리문학 전문 잡지이며 제목 그대로 계간지인데 이번호 특집은 김내성 선생님에 대한 새로운 연구자료들과 선생님의 미발표 논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다시, 김내성" 이라는 제목의 자료입니다. 이 자료 하나만으로도 이번 계간 미스터리에 대한 만족도는 아주 높았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단편들과 연재작이 실려있는데 한 작품씩 차례대로 소개해보자면,

제일석간 - 김내성
거금 2천원의 분실사건에 얽힌 유쾌한 연애물. <연문기담>과 유사한 일상계 로맨틱코미디 추리물로 볼 수 있습니다. 단서가 너무 명확하고 우연이 많이 개입된다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범인(?)의 행동에 대한 이유, 동기가 확실해서 깔끔하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변격물이 유명했던 김내성이라는 작가의 새로운 면을 느낄 수 있었던 수작입니다. 귀여운 악녀 이미지의 미망인 전혜봉 여사 캐릭터도 인상적이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킬힐 (Kill Heel) - 정석화
시체와 함께 발견된 여인과 그녀를 취조하는 형사, 두명의 대화와 심리묘사로만 전개되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설정은 평범하나 사소해 보이는 단서를 통해 의표를 찌르는 맛이 잘 살아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작위적인 알리바이 트릭, 경찰 수사로 비교적 손쉽게 드러난 범인들의 관계, 반전이기는 하나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아버린 진짜 동기 등 자잘한 부분에서 정교함이 약간 아쉬웠어요. 진짜 동기가 밝혀진 뒤가 특히 그러한데 <디아볼릭> 등 수십년 된 작품과 유사했기 때문이죠.
또 오타가 굉장히 많은데 거슬리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우리 동네 살인마 - 정명섭
동네에서 벌어진 한 일가족의 집단 음독사건을 수사하는 청년백수의 모험담.
추리소설가를 꿈꾸는 추리애호가이자 청년백수인 탐정 캐릭터와 더불어 시종일관 유쾌한 전개가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국내에도 이런 작품이 존재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즐거운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이번 계간 미스터리의 베스트 단편으로 별점은 3.5점입니다.
딱 한가지, 진범의 정체가 드러나는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게 단점인데 작품 길이를 늘리더라도 이 부분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게 좋았을 것 같네요.

막다른 골목 - 김이제
한적한 시골마을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이 있다... 라는 설정에서부터 시작되는 작품.
문제는 설정은 그럴듯한데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겠죠. 한국적 이차원 판타지랄까요? 나름 의미를 부여하자면 여러가지 있겠지만 장르문학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네요. 재미도 그닥이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The Whisper of blood - 미지의 속삭임 (2부)
1부를 읽지 않아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세계 지능체와 엮여 고생길에 접어드는 주인공을 그린 sf입니다.
독특한 이세계 지능체 캐릭터는 괜찮았는데 세계관이 이런 류 작품치고는 많이 뻔한 편이었어요. <기생수>를 비롯한 근미래 SF에서는 많이 보아온 설정이었거든요.
그러나 아직 완결된 것도 아니고 일부만 읽었기에 속단하기는 이를 것 같습니다. 별점은 완독할 때까지 유보합니다.

위험한 호기심 - 홍성호
펜션에서 발견된 두구의 시체. 살인사건 수사가 시작되고 형사 준영은 펜션에서 사라진 충전기에 주목하는데...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당선작입니다. 전개와 결말이 이치에 맞고 몇가지 단서를 통해 추리를 거쳐 수사해나가는 과정이 괜찮은 범죄-수사 스릴러물로 첫 작품이라는 것이 놀랍네요.
하지만 아쉬웠던 점도 있습니다. 일단 지나친 성적 묘사가 거슬렸어요. 뭐 이거야 사건이 성적인 관계에 기반한 만큼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 외에도 우연이 많다는 점 (의도하지 않은 알리바이의 작위성 등), 주인공 형사 캐릭터가 그야말로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점은 감점요소겠죠.
그래도 데뷰작이기도 하고 아이디어와 전개는 좋았던 만큼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정태원 추모글
한국 추리문단에 큰 공헌을 하신 고 정태원 선생님에 대한 추모글입니다. 소개된 선생님의 저작만 해도 정말 엄청나서 다시금 고개가 숙여집니다. 평이나 별점을 남길 글은 아니죠.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알리바바의 주문 - 도로시 세이어즈
피터경의 부고기사에서부터 시작되는 충격적인 전개를 보여주는 피터 웜지경 시리즈 단편인데 <검은별>과 너무나 판박이였습니다. 설정부터 전개가 똑같아요.
덕분에 추리물이 아니라 모험물로 보일 뿐더러 추리적인 요소가 거의 없고 아동취향의 수준낮은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작가의 명성과 시리즈의 후광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작품으로 차라리 <검은별>을 읽으시길 권해드립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그 외 노원 선생님의 장편 연재작은 연재물이라 이번권만 읽어서는 이해가 힘들어서 뭐라 평가하기 어렵네요. 스케일이 큰 작품인데 디테일이 잘 살아있어서 재미있을것 같더군요. 추후 단행본이 나오면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별점은 그때까지 유보합니다.

이러한 단편들을 포함한 총 별점은 3점입니다. 국내 유일의 추리문학 전문지답게 미발표 외국 단편이 한두편 정도 더 소개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약간은 들긴 하나 앞부분 김내성 선생님의 다양한 글들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기에 큰 흠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한국 추리문학을 사랑하시는 몇안되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뒷부분 신간소개에 경성탐정록이 없더군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음호에는 소개되었으면 좋겠네요. 책 소개뿐만이 아니라 작가로서 참여하게 된다면 더욱 좋겠고요. 어쨌건 한국 추리문학의 건투를 진심으로 빕니다.

2011/11/23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 - 하야미 라센진 / 진정숙 : 별점 4점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 - 8점
하야미 라센진 지음, 진정숙 옮김/이미지프레임(길찾기)

1~2차대전 당시를 주무대로하여 가공의 국가와 병기를 선보이는 <마차마전기>가 150여 페이지 분량이 실려있는 것을 필두로 암즈매거진 연재 카툰칼럼 , TRPG 리플레이 만화, 기타 칼럼과 일러스트로 구성된 작품집.

<마차마 전기>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잡상노트>, 문효섭의 <강철의 대지>와 굉장히 유사한 가공의 밀리터리 역사만화입니다. 실제로 있었음직한 병기 - 두프르카프루 왕국의 왕립 장갑 코끼리 부대, 장갑취사차, 남미 소국의 늪지 장악을 위한 장갑갤리선, 아프리카 바오밥부대의 펄스제트 전투기 플라밍고, 이라크전에 참전한 장갑3륜차 등 - 와 그 일화들을 그럴듯하게, 그것도 인간미넘치는 유머러스함으로 그려낸 점에서 그러하죠.
하지만 앞선 두 작품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그림도 인물과 무기들 묘사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오타쿠다운 디테일과 고증이 아주 돋보였습니다. 1, 2차대전 지식은 관련된 서적 몇권 읽어본 것이 전부인 저같은 풋내기 매니아에게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수준임에는 확실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상의 제도왕국 - 서방공화제 설정의 이야기보다는 실제의 2차대전 등을 무대로 한 이야기가 훨씬 좋았습니다만 모든 이야기들이 평균이상은 되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는 TRPG 리플레이 만화는 게임의 소개라는 취지에도 적합하지만 만화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는, "소개" 만화의 왕도를 잘 걷고 있는 작품들이라 만족스러웠어요. <아스테로이드 퀘스트>라던가 <바바리안 킹>같은건 게임 자체에도 꽤 흥미가 갔습니다. 재미있겠더라고요. 이런류의 스토리텔링 창작 게임들은 창작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말이죠.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그림 좀 그리는 오타쿠가 자신의 관심 분야를 궁극으로 구현한 결과물입니다. 게임도 즐기고 돈까지 번다니 이 만화가 한없이 부러워지기도 하는데 정말 좋아하면서, 즐겨서 그렸구나 싶은 생각이 읽는 내내 드는 즐거웠어요. 아... 저도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사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부럽네요.

번역도 아주 좋아서 오역없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 없으며 (번역가 진정숙씨에게는 고료를 2~3배를 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빼곡한 글들을 번역한 정성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손글씨를 한글화한 수준도 높기에 제 별점은 4점입니다. 중간중간 페이지 낭비스러운 짤막한 일러스트 등이 잉여스럽기에 약간 감점했지만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해요. <잡상노트>가 이렇게 번역된다면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그렇지만 추천드리기에는 좀 난감하기는 합니다. 밀리터리나 TRPG 쪽에 관심이 별로 없다면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책이거든요.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이 있다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2011/11/20

클라인의 항아리 - 오카지마 후타리 / 김선영 : 별점 2.5점

클라인의 항아리 - 6점 오카지마 후타리 지음, 김선영 옮김/비채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청년백수 우에스기에게 찾아온 기회. 그것은 한 잡지에 응모한 게임북 시나리오 <브레인 신드롬>이 입실론이라는 회사의 새로운 가상현실 게임기 K-2에 채택된 것이었다. 그로부터 1년 반뒤, 우에스기는 K-2 시운전 모니터 요원으로 참가하게 된다. 너무나도 압도적으로 현실적인 K-2의 세계에 도취된 우에스기와 같은 모니터 아르바이트생 리사. 그러나 K-2 내부에서 들려오는 의문의 목소리에 뒤이어 리사가 실종되고 우에스기는 리사의 친구 나나미와 함께 K-2와 입실론의 정체를 밝히기위한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일본의 컴비작가 오카지마 후타리의 마지막 발표작품. 이런저런 리스트에 포함되는, 대표작 중 한편이기도 하죠. 국내에는 어째서인지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컴퓨터의 덫> 과 컴비 해산 이후 컴비 중 한명인 이노우에 유메히토가 발표한 작품인 <메두사> 이렇게 딱 두편만 소개된 낯선 작가입니다. 그러나 추리애호가로서 명성만큼은 익히 잘 알고 있었기에 이 작품의 출간은 무척 반가왔어요.

일단 1989년이라는 발표 시기를 감안한다면 "가상현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설정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구미에서의 사이버펑크 유행 이후라 아주 참신하다고 하기는 어렵고 지금 읽기에는 낡아빠진 소재이나 당시로서는 시대를 앞서간 듯한 Klein-2 (K-2)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은 꽤 그럴싸하거든요. 1테라 메모리로 완벽한 가상현실을 구현한다는 시스템이라서 설득력이 많이 약한, 꿈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 외의 설정과 묘사는 괜찮았습니다. 하긴 스티븐 킹이 말했듯 무엇이 로켓에게 움직일 힘을 주느냐 하는 것은 과학잡지가 따질 문제일테니깐...
그리고 이 기계에 얽혀있는 음모를 밝혀낸다는 모험담 그 자체로는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라는 점도 확실합니다. 정통추리물은 아니지만 리사의 실종, 나나미의 등장에서부터 전개되는 과정이 긴박해서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기 때문이죠. 마지막의 현실과 비현실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 모호한 결말은 웬지 <메두사>를 연상케 만드는데 독자에게 여운을 남기는 측면에서 아주 효과적이었고요.

그러나 단점 역시 확실해요. 설정부터 이야기하자면 K-2에 대한 설정 이외에는 부실한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CIA가 언급될 정도의 거대 시스템 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겠죠. 게다가 게임소설 한권 써본 청년 백수가 달랑 며칠 조사해서 진상을 꿰뚫는다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보이지는 않았고요.
"가상현실" 을 이용한 중간부분의 트릭, 즉 현실을 속이고 건너뛰게 만든다는 것이 너무 쉽게 드러나는 점은 비슷한 류의 가상현실 SF를 많이 본 탓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꽤나 중요한 떡밥으로 사용된 (하도 많이 등장해서 "클리셰" 라고도 할 수 있는) 모모세 노부오의 경고가 단지 경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당황스러운 점이었습니다. 메가존23의 이브처럼 직접적인 행동은 하지 않더라도 뭔가 도움은 줄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 외에도 이 기계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결국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나 이노우에의 엔딩이 실질적인 클리어가 아니라는 것 (여기서 이노우에가 더 큰 의문을 가지고 행동을 벌이게 되니깐) 등 세세한 디테일도 아쉬움이 좀 남습니다.

그래도 흥미와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추리적으로는 별게 없고 가상현실을 이용한 이야기가 워낙 많이 있기에 신선함은 떨어지나 흥미진진한 모험담으로서는 충분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왠지 영화나 만화 쪽에 더 잘 어울렸을 것 같긴 하네요.

마지막으로 컴비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99%의 유괴>가 번역되기를 기대해봅니다.

2011/11/17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 쓰쓰이 야스타카 / 김은모 : 별점 2점

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 4점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검은숲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상당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하여 주세요>

8살때 친구 때문에 허리를 다쳐 하반신 불구가 되고 더이상 성장하지 못한 시게키는 어렸을 적 살던 로트레크 저택에 친구와 함께 방문한다. 그들이 아름다운 아가씨들, 멋진 그림과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은 곧이어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으로 악몽으로 돌변하게 되는데...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잘 알려진 천재 중의 천재라는 (그러나 개인적으로 솔직히 이해하기는 어려운) 쓰쓰이 야스타카의 몇 안되는 본격 추리물. 명성은 익히 들어왔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리스트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고 예전에 이런 글을 남겼을 정도로요.

작품은 확실히 명성에 값하긴 합니다. 쭉쭉 읽히는 재미는 확실해서 한번에 읽을 수 있었어요. 무려 3건의 살인사건이 벌어져서 지루할 틈도 없을 뿐더러 호흡과 길이가 적당하기 때문이죠.
무엇보다도 출판사 비밀 홈페이지에서 밝혔듯 나름 공정하면서도 디테일한 여러 장치들이 공들여 짜여져 있기에 본격물로서의 가치가 아주! 높은 편입니다. 약도를 비롯한 디테일들을 되짚어 보면 정말 감탄이 저절로 나올 정도에요. 예쁜 만든 책의 만듬새도 좋고 곳곳에 삽입된 로트렉 작품 컬러 화보 등의 디테일도 마음에 들고요.

하지만... 아쉽습니다. 국내 출간이 너무 늦었어요. 인칭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전형적인 서술트릭 작품인데 정확하게 트릭을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초반의 도입부부터 "아, 이렇게 독자를 속이려고 하는구나"라는게 티가 팍 났거든요. 이 모든게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살육에 이르는 병><통곡>오리하라 이치의 <도착 시리즈> 등 후대의 서술트릭물에 너무 많이 길들여진 탓입니다.
또 이러한 서술 트릭의 걸작들에 비교하면 진범을 숨기려는 노력이 너무 작위적이라 거슬리기까지 했어요. 분명히 한명이 더 있는데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묘사의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공정한 느낌이 전혀 들지가 않더라고요.

국내에서는 친숙하지 않은 일본 이름을 이용한 전개도 불만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이름을 이용할 것이었다면 차라리 <십각관의 살인>처럼 결정적 트릭으로 써먹었더라면 모르겠지만 하마구치 - 시게키 - 구도라는 등장인물의 호칭이 성인지 이름인지를 불명확하게 흐린 점은 서술트릭을 위한 꼼수일 뿐이잖아요.

최소한 다른 트릭이나 장치가 한개 정도 더 있더라면 좋았을텐데 사건 자체의 수수께끼나 트릭은 없고 결국 경찰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추리적으로 본다면 서술트릭 이외에는 점수를 줄 부분이 거의 없다는 것도 감점요소였습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트릭만 놓고보면 시대를 앞서간 좋은 작품이기는 하고 나름 정교한 부분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20년, 아니 10년만 먼저 출간되었더라도 꽤 충격을 가져다 줄 수 있었을텐데 안타까울 뿐이네요.

여러 서술트릭 작품을 많이 읽지 않으신 독자분들께는 추천하지만 그렇지않은 추리애호가분들에게는 좀 심심한 작품일 수 있다는 점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그러고보면 아이디어에 의존하는 작품의 아이디어가 퇴색하는 순간 작품 자체가 빛을 잃는다는 예술사 고유 명제를 증명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2011/11/15

서스피션 - 데즈카 오사무 : 별점 3점

 


<더 크레이터>를 읽고 좌절했지만 이게 끝이 아닐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읽은 데즈카 오사무의 또 다른 단편집. 원서를 구하게 되어 읽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이 작품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주로 심리 서스펜스 - 호러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심리묘사가 상당히 탁월해서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거든요.

특히 <서스피션>이라는 표제로 연재되었다는 세 작품이 발군입니다.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첫번째 작품인 <파리채>는 로봇을 이용한 살인계획과 뒤이은 반전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헨리 슬레서의 단편 <헬로 자스민>이 연상되는 작품인데 비교적 짧은 길이임에도 불구하고 범행에 대한 깊은 고뇌를 묵직하게 그리는 것에 더하여 비교적 현실적인 반전이 인상적인 그럴 듯한 SF 범죄 스릴러였습니다.
<벼랑의 두남자>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쫓아 인적없는 깊은 산속에 도착한 뒤 벌어지는 치밀한 심리 서스펜스물로 심리묘사가 정말 최고에요. 일종의 갇힌 공간이고 인적이 없다는 점에서 폐쇄형 스릴러물 느낌도 강한데 후쿠모토 노부유키 등의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의 긴장감을 선사하거든요. 결말이 너무 뜬금없다는 것은 좀 아쉽긴한데 차라리 조금 더 끌어서 주인공 채무자가 외려 살인죄를 뒤집어 쓰게 된다는 에필로그라던가 시점을 바꿔 의외의 진상을 드러낸다는 식으로 그려졌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작품인 'p4의 사각>은 바이러스 SF물입니다. 그런데 홀로 갇히게되는 실험체(?)의 비애라는 흔한 설정도 그닥이지만 반전이 너무 작위적이라 셋 중 가장 처지는 작품이었어요. 심리묘사가 더 들어갔어야 할텐데 여러모로 아쉽네요. 데즈카 오사무보다는 디테일과 현실감이라는 측면에서 압도적인 호시노 유키노부에게 더 잘 어울렸을 것 같기도 한데 이 작품만 놓고보면 그냥저냥 평범한 수준입니다.

이외에는 블랙잭과 유사한 캐릭터가 프로 곤충채집가로 등장하는 <인섹터> 시리즈와 풍자, 블랙코미디, 시사성 짙은 무난한 작품들이 이어지다가 정통 호러 서스펜스 스릴러 <요리하는 여자>로 마무리됩니다.
이 마지막 <요리하는 여자>도 앞선 <서스피션> 시리즈 못지않은 물건으로 노인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노인 실종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뻔한 이야기이긴 하나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디테일하게 잘 살아있고 반전을 잘 숨겨서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전개되기에 무척 만족스럽게 독서를 마치게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화룡정점이랄까요. 극화를 섞어 디테일을 강조한 그림도 상당히 잘 어울렸고 말이죠.

이곳 저곳에 실린 단편들을 모아놓은 것이라 작품들의 편차가 좀 있다는 점, 그리고 호흡조절에 약간은 문제가 있다는 단점은 있으나 전체적으로 별점 3점은 충분해 보입니다. 최소한 <서스피션> 시리즈 3작품과 마지막에 실린 <요리하는 여자> 는 장르물 애호가분들께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2011/11/08

더 크레이터 2 / 3 - 데즈카 오사무 : 별점 1점 / 1.5점

The Crater 더 크레이터 2 - 2점 데즈카 오사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The Crater 더 크레이터 3 - 4점 데즈카 오사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1권을 읽고 실망한 나머지 더 읽지 않으려고 했는데 관성으로 결국 읽게된 2, 3권입니다.
그런데 1권과 동일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더군요.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시대를 뛰어넘는 아이디어, 설정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이야기의 장르적 속성이나 전개 방식에도 많은 의문점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수준 이하라고 생각되었어요.

각 권마다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자면, 2권은 쌈장 고딩 오쿠친을 주인공으로 한 3편의 이야기 <오쿠친의 기괴한 체험>, <운이 좋은 계절>, <오쿠친과 위대한 괴도>로 시작하는데 도라에몽의 청소년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유령과의 이상한 거래나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 미래에서 온 또다른 나라는 설정과 과학적인 근거나 배경설명 없이 밑도 끝도 없는 대소동이 일어난다는 전개가 유사하거든요. 그러나 도라에몽처럼 작정하고 아동 - 개그물로 나간 것도 아니고, 나름 진지한 복선을 깔고 있으면서 결밀이 뭔가 석연치 않다는 점에서 이도저도 아닌 듯한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차라리 작정하고 즐겁게 달려주었더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토모에의 가면>은 초-중반은 진지한 괴담류의 호러물인데 마지막 결말은 개그에 불과한 당황스러운 작품으로 디씨에서 봄직한 썰렁 호러개그 수준의 졸작입니다. 좋은 점을 찾는다게 힘들 정도로요.
<3명의 침략자>는 데즈카 오사무가 중요한 배역으로 등장하여 스스로의 희생으로 분위기를 호러스럽게 만들기는 하나, 이후의 결말이 개그스러울 뿐 아니라 독자의 상상의 범주 안에 머무르기에 역시나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나름의 반전이 있다는 점 하나는 괜찮았기에 <토모에의 가면>보다 살짝 좋은 정도랄까요? 어차피 별 차이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이긴 합니다.

3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팔각형의 저택>은 두명의 내가 있다는 전형적인 패러렐 월드물인데 설득력없는 전개에 더하여 급작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결말은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생각하기가 귀찮아서 대충 마무리한 느낌마저 들어요.
<브룬넨의 수수께끼>는 지금 읽기에는 낡아빠진 뻔하디 뻔한 판타지 멜로 + 크리처물인데 미지의 미녀와 그녀의 애인, 우연히 사건에 휩쓸린 주인공과 그들을 위협하는 미녀와 관계있는 크리쳐라는 시작부터 끝까지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놀랐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한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지...
<추락기>는 독특한 반전 블랙코미디 장르물이기는 하나 역시나 지금 읽기에는 너무 오래된 소재와 설정, 전개였습니다. 더 웃겨줬더라면 점수를 줄 만 했는데 조금 아쉽긴 하네요.
상당히 묵직한 정통 SF <크레이터의 남자>도 발상과 전개, 주제의식은 좋았으나 지금 읽기에는 핵전쟁의 공포가 만연했던 냉전시대의 흔해빠진 SF물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물론 2권에서의 <두개의 드라마>는 어이없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결말의 반전으로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건 나름 명쾌한 맛이 좋았습니다. 3권의 <풍혈(風穴)>은 설정이 황당하고 전개도 설득력이 없기는 하나 결말이 깔끔해서 마음에 들은 심리 호러물이었고요. 복잡한 인간군상이 폐쇄된 비행기 안에서 대형 독거미로 갈등을 일으킨다는 <졈보>도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완성도는 확실한 편이라 읽을만 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분량에 비해 좋은 점수를 줄만한 부분은 많이 빈약한 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네요.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솔직히 그린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킨 느낌이에요.
별점은 2권은 1점이고 그나마 읽을만 한 작품이 더 많은 3권은 1.5점입니다. 역사적이고 자료적인 가치 이외의 다른 장점을 찾기는 어려웠고 가격도 많이 비싼 편이니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작가의 팬이 아니시라면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1/11/05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 - 아서 코난 도일 외 / 정태원 : 별점 3점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 - 6점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태원 옮김/비채

제목 그대로 빅토리아 시대 셜록 홈즈의 인기로 촉발된 20세기 초반까지의 단편 추리소설과 시리즈 탐정물 전성기에 발표되었던 작품들을 엄선하여 싣고있는 단편 앤솔러지입니다. 고 정태원 선생님의 유작이기도 해서 고전 단편 본격 추리물의 애호가로서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던 책으로 출간과 동시에 구입하였으나 여러모로 사정이 있어 완독에 시간이 좀 많이 걸렸네요.

일단 690여페이지, 모두 10명의 작가 - 30편의 작품이 실려있는 방대함은 독자를 압도할만 합니다. 번역도 훌륭하고 각종 주석도 공들여 삽입되었으며 당시 삽화도 충실하게 수록되는 등 책의 만듬새도 무척 뛰어나고요. 심지어는 서표용 끈이 검은색, 빨간색 두개가 달려있는 부분에서는 역시 추리 애호가가 만든 책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더군요. (이러한 앤솔로지 형태 단편집에서는 처음부터 차분히 읽기 보다는 여러 작품을 동시에 읽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려있는 작품들이 지금 읽기에는 지나치게 낡았다는 어쩔 수 없는 단점이 존재하며 기대보다는 국내 초역된 작품이 적다는 것은 감점요소겠죠. 기존에 소개되었던 작품들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번역 덕에 신선함을 느낄 수 있기는 했지만 감점은 감점이에요... 아울러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던 오스틴 프리먼의 또다른 필명 클리포드 애시다운의 작품이나 어네스트 윌리엄 호넝의 '괴도 래플스' 시리즈가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것은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방대하다는 수식어가 적합할 정도로 많은 작품이 실려있기에 눈에 띄는 작품도 아래와 같이 제법 됩니다.

캐서린 루이자 퍼키스의 여탐정 러브데이 브룩 시리즈 중 한편인 <문간의 검은 가방>.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가방과 그 속의 메모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시대적 배경과 절묘하게 결합되어 합리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여류작가다운 꼼꼼함이 이러한 전개과정에서 빛나기도 하고요. 조금 작위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나 이 정도면 충분히 홈즈의 라이벌로 평가받을만 하죠.

아서 모리슨의 마틴 휴이트 시리즈인 <포갯 살인사건>, <딕슨 어뢰 사건>.
<포갯 살인사건>은 작품 서두에 언급되는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특징이라는 주제를 시대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증명하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굉장히 낡은 설정과 캐릭터이고 추리도 별게 없는데도 덕분에 꽤 재미있었어요.
<딕슨 어뢰 사건>. 사무실에서 없어진 어뢰설계도에 대한 이야기. 이 당시 작품들에 왜 이렇게 비밀무기 설계도 이야기가 많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설계도 도난 사건 장르물(?)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작품입니다. 설계도를 살짝 빼돌리는 아이디어도 좋지만 범인을 옭아매기 위한 마틴 휴이트의 활약이 대단해서 이야기의 끝까지 긴장감을 갖게 만드는 전개 역시 일품이거든요.

재크 푸트렐의 생각하는 기계 밴 듀슨 시리즈인 <녹색눈의 괴물>은 국내 출간된 단편집 <13호 독방의 문제>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이라 반가왔는데 내용도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럴듯한 일상계로 지금 읽어도 낡지 않은, 영원히 한결같을 여성심리를 이야기 속에 녹여낸 독특한 작품이거든요.
딱 한가지, 밴 듀슨 교수 캐릭터도 잘 살아있지만 그닥 뛰어난 풍모를 보이지 않는 것 하나는 좀 아쉽네요. 여자에 대해 잘 모를 교수 캐릭터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브레트 하트의 <사라진 시가상자>는 패러디물인 햄록 존스가 등장하는 작품린데 한마디로 최고입니다. 셜록 홈즈 패러디로는 그야말로 일급으로 이른바 셜록 홈즈식 귀납법 추리의 오류와 문제를 너무나 진지하게 풀어나가면서도 어떤 점이 개그의 포인트인지를 잘 짚고 있기 때문이에요. 추리물로도 패러디로도 개그로도 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수작으로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추리애호가들은 닥치고 읽어야하는 작품!

시대를 초월하기 힘든 부분은 있기에 감점해서 별점은 3점입니다만 저와 같은 고전 정통 추리소설 애호가분들에게는 정말로 좋은 선물과 같은 단편집임에는 분명합니다. 이 작품들 이외의 작품들도 일독할 가치는 분명 있고 말이죠. 고전 정통 추리소설 애호가가 아니시더라도 최소한 <사라진 시가상자>는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고 정태원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리뷰를 마칩니다.

2011/11/01

CMB 박물관 사건목록 15 / 16 / 17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에서 1.5점

 

CMB 박물관 사건목록 15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 박물관 사건목록 16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 박물관 사건목록 17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오랫만에 그동안 읽지 못했던 후속권을 몰아 읽어습니다. 세권이나 더 나왔다니!

그런데... 결과적으로 추리적으로는 건질게 단 한편도 없다는 놀라운 사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각 권당 4편씩 이야기가 들어가서 내용은 풍성한데 오로지 신라의 캐릭터와 다양한 박물학적 지식과 유물들에만 의지하고 있을 뿐이거든요. 가뭄에 콩나듯 있는 비교적 괜찮은 설정이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에피소드들도 작가가 전개면에서 실패하거나 무리하게 박물학적인 설정을 녹여내려다 실패한 것만 눈에 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고요.

좋아하는 작품이고 시리즈인데 난감합니다. 이래서야 왜 <Q.E.D>하고 구분해서 전개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결론적으로 15, 16권은 별점 2점, 17권은 별점 1.5점입니다. 추리물로 접근하는게 무리라면 설정을 잘 살려 <갤러리 페이크> 처럼 박물학적인 지식 쪽에 보다 촛점을 맞추는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이래서야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돈만 아까운 결과물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그나마... 괜찮았던 에피소드를 꼽아보자면

15권
<낚시>는 신라가 학교 친구들과 낚시를 갔다가 우연찮게 마약밀매 사건을 목격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 추리적으로는 억지가 심하고 어차피 경찰 수사로 밝혀졌으리라 생각되는 점이 많아 별로 건질건 없지만 나름 코믹한 전개가 인상적이라 꼽아봅니다. 신라가 사건해결을 위해 '경이의 방으로 안내'할 때 억지를 부리지 않고 상식적인 선에서 타협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퀼트 한조각을 가지고 옛 친구의 마지막 메시지를 풀어낸다는 <퀼트>도 괜찮았어요. 솔직히 과정의 설득력은 거의 없어서 추리물로 보기도 힘들고 잘 짜여졌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마지막 장면 하나만큼은 멋있었거든요. 신라가 조금은 어른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16권
<나스카의 지상화>는 고의성 없는 상황을 이용하는 트릭은 괜찮았어요. 동기 부분에서 설명이 부족해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감점요소지만 (과연 말 한마디로 살의를 느낄 수 있었을까요?) 추리적으로는 그런대로 점수를 줄 만 합니다.
<레야크>에서 볼만한 것은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을 전개에 결합하여 별볼일 없는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입니다. 물론 사건 자체가 뻔해서 별다른 추리의 과정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요.

17권
17권은 정말로 4편의 단편 모두가 함량미달이라 꼽기가 힘듭니다만 아주아주 평범한 일상계물로 시골 노인의 장난으로 인한 신라와 타츠키 일행의 재난을 다룬 <카쿠레자토>가 그나마 괜찮지 않았나 싶어요. 그 외의 단편들은 단순한 오해와 억지에 불과한 내용들이라 다 별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