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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2

통곡 - 누쿠이 도쿠로 / 이기웅 : 별점 3.5점

통곡 - 6점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비채

일본 작가 누쿠이 도쿠로의 데뷰작으로 "일본본격추리소설 100선"에도 선정되기도 하는 등 워낙 평도 좋고 유명한 작품이라 출간되자 마자 곧바로 구입해서 읽게 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크게 두가지의 축으로 전개됩니다. 이 두개의 축을 가진 전개 방식이 좀 독특해서 사건을 수사하는 경시청 수사 1과의 사에키 경시와 유괴 범인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가 각 장마다 정확하게 번갈아 묘사되는 것이 포인트죠. 때문에 실제로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는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결합되는 터라 중반부까지는 전혀 상관없는 책 2권을 동시에 읽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러한 전개 방식은 다른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트릭이며 반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상당히 참신하고 신선하게 느껴지더군요.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작가의 데뷰작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소설 자체는 본격 추리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많이 따르네요. 본격 추리물로 보기에는 추리의 요소가 너무 없거든요. 무엇보다도 결국 먼저 벌어졌던 네건의 사건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다는 것에서 추리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습니다. 작품 안에서 결국은 사건이 완결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두가지 이야기를 교묘하게 겹치기는 하지만 작위적으로 이야기를 동일선상으로 끌고나가려는 작가의 의도가 들여다 보이는 것도 눈에 약간 거슬렸습니다. 덕분에 심리 묘사와 텍스트 (서술) 트릭에 의한 반전이 극대화되고 높이 평가되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제가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것 만큼의 정통, 본격적 요소는 전무해서 아쉬움이 남네요. 경찰이 범인의 꼬리를 잡는 단서가 결국 "투서" 때문이었다는 것도 너무 안일하게 느껴졌고요. 그 외에 사에키에 대한 이야기들은 좀 지루하고 길게 늘여쓴게 아닌가 싶었고 범인이 급작스럽게 흑마술에 빠지는 것 역시 썩 타당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작품에 대한 높은 평가는 충분히 이해할만 했고, 묘사 역시 상당한 수준이라 몰입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반전에 죽고 반전에 사는" 류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주제의식도 확고하고 작가의 자료 조사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의 노력도 읽으면서 계속 느낄 수 있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때문에 최근 읽은 소설들 중에서는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가장 높은 수준으로 별점은 3.5점 입니다. 4점을 주고 싶기도 한데 정통 추리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약간 감점이 되었네요.

재미와 반전 측면에서는 확실히 보장되는 작품이니만큼 "벛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라던가 "살육에 이르는 병", "이중구속" 스타일의 반전, 텍스트 트릭물을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반전의 맛은 뒤지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매력도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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