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랑청년 전성시대 - 소영현 지음/푸른역사 |
한창 추리소설로 달리다가 숨을 좀 고를겸 예전에 구입한 자료용 도서를 꺼내어 읽게 되었습니다. 역사관련 도서는 오랫만이네요.
이 책은 부제의 “근대 청년의 문화 풍경”이라는 말 그대로 근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까지의 (주로 1900년대 전후반에서 1920년대에 걸쳐) 조선의 “청년” 들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문화적, 사상적 배경을 분석하여 다루고 있는 책으로, 주제는 크게 근대 청년 / 경성풍경 / 근대화와 여성들 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큰 주제를 지루하지 않도록 단락별로 짤막하게 구성하여 서술하고 있고요. 확실한 것은 최근 1~2년 사이의 "경성붐"에 편성한 책은 아닌, 제대로 된 책이라는 것입니다.
이른바 근대화와 근대적 청년이라는 것에 포커스를 집중하고 있기에 관련 내용이 굉장히 자세할 뿐더러, 해당 시대와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자료로서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기도 합니다. 근대 조선에서의 입신 출세를 위한 조선 유학생의 숫자라던가, 유학생들이 유학을 떠난 학교와 출신 지역은 어디인가 라던가, 근대 조선에서의 이혼율, 여성학교와 재학생 숫자와 같은 통계자료를 비롯하여 다양한 도판 및 인용된 당대의 많은 소설 및 시, 잡지 등의 기고문 등 자료만 해도 한 가득이거든요.
애초에는 창작중인 추리소설 “경성탐정록”을 위한 자료로서 구입한 책으로 재미를 위해 구입한 책은 아니었고, 책 내용도 아주 재미있다고 보기는 어렵긴 합니다. 하지만 인상적이었고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도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것은 근대 조선에서 에스페란티스토가 많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벽초 홍명희 선생이 에스페란티스토였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 말이죠. 다음 경성탐정록에는 에스페란토어 암호가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외에도 당대 청년들의 근대화 과정과 그들의 내면에 있는 고정관념과 근대화에 대한 딜레마, 예를 들자면 정혼자가 있거나 혼약한 상태에서 근대 교육을 받은 뒤 이혼을 결심하는 과정에 대한 자세한 해설 등도 재미있었습니다.
가격이 제법 되는 편이라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별 3개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자료적 가치가 더 크긴 하지만 예상외의 재미도 느낀 만큼, 사람에 따라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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