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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31

2014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2013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11차, 열한번째 블로그 결산 보고입니다.
2014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48 (58)권, 기타 장르문학 11 (3)권, 역사서 19 (21)권, 디자인 및 스터디 도서 5 (0)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0 (4)권, 기타 도서 17 (13)권으로 모두 110 (99)권입니다. (괄호는 작년)
결산의 기준이 될만한 10권 이상 읽은 분야는 추리 / 호러, 기타 장르문학, 역사서, Food 및 구루메 관련도서, 기타 도서 입니다. 작년 대비 고루고루 읽은 편이네요.
아울러 올해는 영화, 만화도 두루두루 보고 읽고 리뷰를 남겼기에 결산에 함께 포함시킵니다.

참고로, 하기 베스트 - 워스트는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4년 베스트 추리소설 :
<몰타의 매>
단평 : 단점은 조금 있으나 사소할 뿐 이 바닥의 영원한 고전, 원전임.
올해 추리, 호러 장르는 작년 대비 많이 덜 읽은 편인데 그래도 50권 가까이 읽었으니 적게 읽지는 않았죠. 하지만 역시나 읽은 양에 비하면 딱히 괜찮은 작품이 많지 않았던 한해입니다. 별점만 놓고 보면 별로였다는 작년보다도 흉작이니 말 다했죠. 어찌된게 매년 별점 평균이 내려가는데 제가 점점 별점이 짜지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작품들이 별로였던건지 조금 궁금해집니다.
여튼 올해 별점 4점짜리 작품은 이 고전이 유일하기에 단독 베스트. 뭐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2014년 워스트 추리소설 :
<하숙인>
단평 : 읽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별점 2점 이하의 작품도 제법 많지만 별점 1점짜리 책은 두권 존재합니다. 이 작품과 <탐정 취미>죠. 그러나 <탐정 취미>는 아마추어들의 습작 모음 형식이 강하므로 정당하게 평가하기는 무리이기에 이 작품을 단독 워스트로 선정합니다.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고전이 소개되었다는 것 외의 가치는 전무합니다.


2014년 베스트 기타 장르문학 :
<민들레 소녀>
단평 : SF에서 손꼽을만한 러브 스토리.
기타 장르문학은 한권으로 치기 어려운 단편 e-book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별점 3점 이상의 작품도 이 작품과 <지구의 마지막 날>뿐입니다. 때문에 베스트 선정이 좀 애매하지만 이 작품을 베스트로 꼽습니다. 단편집으로 평균 별점을 깎아먹은 작품이 있어 평점이 조금 내려가긴 했지만 몇몇 단편들은 꼭 한번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니까요. <지구의 마지막 날>은 시대를 앞서간 아이디어에 점수를 준 측면이 강하기도 하고요.

2014년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
단평 : 읽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2)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던 작품.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2013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유홍준의 국보순례>
단평 : 이런 책을 소장하지 않으면 무슨 책을 소장하랴.
역사서는 이 책 외에도 별점 3.5점 짜리가 두권 (1942 대기근 / 일본 근대의 풍경) 이나 있는 등 다른 카테고리보다 풍성한 한해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도판 하나만으로도 소장가치 높은 이 책을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물론 별점 3.5점을 받은 책들도 아주아주 좋은 책들입니다.

2013년 워스트 역사 도서 :
별점 1점대의 책이 없기에 워스트는 선정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별점 2점으로 워스트로 꼽힌다면 부당한 일일테니까요.


2014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관련 도서 :
<식탁 위의 한국사>
단평 : 재미는 물론 자료적 가치까지 최상급.
Food / 구루메 관련 도서는 기본적으로 음식 소개만으로도 풍성한 느낌을 전해주기에 아주 별로이기가 어렵죠. 제 주요 관심사이기도 해서 왠만하면 별점 2.5점, 별점 3점을 받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별점 3.5점을 받은 이 책을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이쪽 바닥에서는 바이블 대접을 받을만한 책이 아닐까 싶네요.

2014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관련 도서 :
상기의 이유로 워스트는 선정하지 않습니다. 별점 2점짜리 책이 두권 있기는 한데 나름의 가치는 있는 책들이니까요.


2014년 베스트 기타 도서 :
<바다 한가운데서>
단평 : 이게 바로 논픽션이다!
기타 도서는 올해 정말 좋은 작품이 많았습니다. 평균 별점이 3점을 넘어갈 정도로 말이죠. 그 중에서도 이 책이 군계일학이었습니다. 별점도 5점이죠. 여러 논픽션 관련 상을 수상했다는 이력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별점 4점으로 다른 카테고리였다면 너끈히 베스트로 꼽힐만한,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즐거울 수 밖에 없는 빅토리아 시대 말기의 수사와 재판과정에 더하여 황색 언론의 보도 경쟁까지 디테일하게 묘사된 수작 <타블로이드 전쟁>이나 귀엽고 푸근한 에세이 <3시의 나>가 아쉽게 되었네요.

2013년 워스트 기타 도서 :
<맨발의 청춘>
단평 : 단지 오래되었을 뿐.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아빠진 작품이었습니다. 고전이라기보다는 그냥 오래되었을 뿐, 당연한 말이지만 오래되었다고 다 좋은건 아니죠.

2014년 베스트 Movie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단평 : 아, 이런 영화를 너무 오랫동안 안 봤었나 보다.
추리 / 호러 영화는 딱 세편만 봤지만 출장이 잦았던 덕에 오랫만에 최신 영화를 10편 이상 감상한 한해였습니다. 대부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만 봤죠. 여튼 모든 감상 영화 통틀어 베스트는 바로 이 작품입니다. 너무너무 즐겁게 감상했어요. 제 취향을 그야말로 직격한 영화로 속편도 기대되네요.

2014년 워스트 Movie :
<로보캅>
단평 : 차라리 만들지 않는게 좋을 뻔 했다.
이 작품만 보면 그런대로 괜찮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일 수 있지만 원작과 비교한다면 봐주기 힘들 정도의 망작으로 올해의 워스트로 꼽습니다. 차라리 원작 그대로 리메이크를 하던가....


2014년 베스트 추리 / 호러 만화 :
<인터뷰>
단평 : 한국 웹툰의 힘.
올해 추리 / 호러 만화도 이럭저럭 스무권 가까이 읽었네요. 전통의 Q.E.D와 C.M.B는 물론 이시구로 마사카즈의 <외천루>와 같은 작품 등 좋은 작품을 많이 접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이 베스트였습니다. 미국풍 일러스트 느낌의 뛰어난 작화에 흥미진진한 스릴러가 잘 결합되어 있는, 완성도가 아주 높은 작품이었어요.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간만에 좋은 작품을 읽었네요. 아직 젊은 작가인데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더 원숙해지면 과연 어떤 작품이 나올까요?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2014년 워스트 추리 / 호러 만화 :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3 게임관 살인사건>
단평 : 제발 좀 끝내줘.
김전일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는 했지만 후기작은 차마 눈뜨고 봐줄 수 없는 수준의 작품들이 많았죠. 이 작품 역시 김전일 브랜드에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라는 트렌드를 억지로 우겨넣은 망작입니다. 완성도와 재미, 추리적인 부분 중 뭐 하나 건질게 없네요. 아직도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좀 끝내주었으면 합니다.


2014년 베스트 기타 만화 :
<군화와 전선 1>
단평 : 재미와 함께 지식욕까지 충족!.
올해 기타 만화 중 별점 4점짜리는 무려 세편입니다. 그 중 <기생수><죽음의 행군>은 이쪽 바닥에서는 잘 알려진 명실상부한 걸작이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작품을 베스트로 꼽아봅니다. 특정 장르 (밀리터리) 애호가 취향의 소재라는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만 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널리 알려지면 좋겠네요.

2014년 워스트 기타 만화 :
<라이징 임팩트 1~17>
단평 : 전형적인 왕도 배틀물.
올해의 워스트는 이 작품입니다. 사실 흥미로운 부분이 없잖아 있기는 한데 결말이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감점한 측면이 큽니다. 결말만 제대로 마무리 했더라도 워스트까지는 아니었을텐데....


결산평 :
전체적으로 열심히 읽고 리뷰를 남긴 한해였다 자평합니다. 한권으로 치기 어려운 단편 e-book이 포함되어 약간 거품이 있지만 총 권수가 작년대비 10% 증가하기도 했고 개인적 목표인 1년에 100권 읽기는 초과달성해서 뿌듯하네요. 추리소설은 작년대비 10권이상 덜 읽은 탓에 전체 리뷰 중 추리소설의 비중이 반 이하로 줄어들어 이 블로그의 정체성에 약간 문제가 생긴 것은 문제려나요? 그래도 행복한 한해였습니다. 이글루스도 줌닷컴에 인수된 후 크게 문제는 없어 보여 다행이고 말이죠. 검색 기능의 강화 및 백업 기능만 도입되면 더할나위 없을텐데....

여튼, 제 미미한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여러분들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성취하시는 한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제 블로그를 들러주실 정도라면 남들 관심 밖의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거에요. 사랑합니다~!

맥주별장의 모험 - 니시자와 야스히코 / 이연승 : 별점 1.5점

맥주별장의 모험 - 4점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행 중 불의의 사고로 해메게 된 닷쿠 일행 4명은 더위와 피로 끝에 마주친 별장에 넋이 나간채 불법으로 침입한다. 그런데 별장은 텅텅 비었으며 1층에는 침대 (싱글베드) 한 개만, 2층 붙박이 장 속 숨겨진 냉장고에 다량의 맥주가 보관되었다는 특이한 상황이었다.
일행은 피로와 배고픔이 극에 달했기에 긴급피난이라는 핑계로 별장의 맥주를 마시며 별장의 특이한 상황에 대해 각자 추리한 내용을 이야기하는데....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닷쿠 & 타카치" 시리즈 장편. 오하시 카오루의 만화로 먼저 접했었죠. 제목만 보고 제가 읽었던 만화책에 수록된 단편의 원작인가 싶었는데 아니더군요. 전작이 있는데 깜빡하고 두번째 작품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캐릭터 관련 소개가 약간 부실하지만 읽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보안 선배, 타쿠, 타카치, 우사코 4명이 특이한 상황에 대한 추리를 내놓는다는 설정으로 추리 동호인들의 수수께끼 풀이 수다를 소설로 옮겨놓은 듯 합니다. 사실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의 추리를 피력한다는 설정은 <독 초콜릿 사건>이나 <바보의 엔드크레디트>, 얼마전 읽은 <탐정 영화> 등 많은 작품에서 선보인 것이죠. 허나 다른 작품들과의 차이점이라면 이 작품은 각자가 정리된 추리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수다 레벨의 추리가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술자리 수다라 터무니없거나 헛점 투성이 추리가 속출합니다. 때문에 추리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고 하기 힘들고 작가도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좀 쉽게 작품을 썼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당연하겠죠. 엉터리 추리도 마구 끼워넣어 분량을 늘릴 수 있으니.....

뭐 수다야 아무리 말이 안되더라도 거기서 그럴듯한 진상만 잘 뽑아내었더라면 괜찮았을 겁니다. 다른 유사 작품들도 말도 안돼는 추리가 등장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문제는 진상도 터무니없고 비현실적이라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납치한 뒤 그가 혼자서 맥주를 먹으면서 잠들기를 기다린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제가 납치된 사람이었다면 일단 나갈 생각부터 했을 겁니다. 납치당한 판국에 맥주는 무슨 맥주. 게다가 범인들이 범행을 일으킨 이유도 결국은 명확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장치를 꾸밀 노력과 돈이면 보다 효율적이고 간단한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을텐데, 왜 이렇게 한 것일까요? 모종의 범행을 뒤집어 씌우려고? 하이고.... 차라리 사람을 고용해서 묻어버리는게 낫죠. 진상보다는 영화 세트장일 것이라는 초반의 추리가 더 현실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캐릭터 설정이 진부하기 그지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라이트 노벨이나 만화를 보는 듯 천편일률적인 무채색 캐릭터들이었어요. 술 좋아하고 허술하지만 사람도 많이 따르는 리더 보안 선배, 키크고 차갑지만 머리 회전이 빠른 츤데레 미녀 타카치, 키작고 딱히 남자답지 않지만 의외로 꼼꼼하고 추리력 좋은 타쿠, 이런 파티 구성에 빼 놓을 수 없는 마스코트 캐릭터 우사코로 구성된 4인 파티인데 정말 많이 본 설정이죠.

그래도 아주 건질게 없지는 않습니다. 산사태가 났다는 도로 표지판이 조작이었을 것이다라던가 퍼스트, 세컨드 (별장)의 위치는 어느 쪽 길을 향했어도 무방하게끔 배치된 것이다 등 추리가 번득이는 부분이 있기는 하고 두번째 별장과 같은 의외의 포인트는 읽는 재미를 주기는 하니까요.
수다라는 분위기 자체도 떠들썩하니 나쁘지는 않았어요. 술자리 마다하지 않고 술만 있다면 끝까지 달렸던 제 대학 생활 때가 떠오르기도 했고 말이죠.

하지만 내용에서 추리가 거의 대부분인 추리 소설에서 추리가 억지와 비약으로 점철되었을 뿐더러 진상 자체가 전혀 설득력이 없는데 점수를 주기는 어렵죠. 별점은 1.5점. 1점을 주려 했지만 약간의 건질만한 포인트 0.5점을 더합니다.

만화책 쪽이 7만배는 더 좋았는데, 차라리 만화 번역본이 출간되는게 더 낫지 않나 싶네요.

2014/12/30

요리코를 위해 - 노리즈키 린타로 / 이기웅 : 별점 3점

요리코를 위해 - 6점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포레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족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딸 요리코가 교살된 시체로 발견된다. 대학 교수인 아버지 니시무라는 범인을 직접 찾아 응징하기 위해 스스로 수사에 나선다. 그가 범인으로 지목한 인물은 요리코의 담임인 히이라기. 그는 히이라기를 살해하고 모든 것을 기록한 수기를 유서 대신 남긴채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운좋게 니시무라가 살아난 뒤 노리즈키 린타로에게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의뢰가 복잡한 의도와 함께 접수되고 노리즈키는 수기를 읽고 탐탁치 않은 점을 밝혀내기 위해 수사에 뛰어든다.


노리즈키 린타로의 초기 장편. 작가의 초기 대표작이라고 하는군요. 범죄 계획, 과정이 쓰여진 전체 분량의 1/5 정도 되는 수기에서 시작하여 노리즈키 린타로의 수사와 추리로 진상이 밝혀지는 구성의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초반의 수기 자체가 한편의 추리 소설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잘 짜여져 있을 뿐더러 그 자체가 완벽한 범행 계획이기도 하여 도서 추리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딸아이 아버지로 내용에 굉장히 깊이 몰입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죠. 니시무라를 응원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읽다보니 수기는 완전 범죄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충격적인 진상은 따로 있다는 결론인데 극적인 맛이 상당합니다. 수기 - 추리로 이어지는 구성의 승리이기도 하죠. 특히 요리코 아이 아버지의 정체와 그에 따른 진상, 반전은 발표된지 20여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충분히 충격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1990년이라는 발표 시점에 접했다면 깜짝 놀랐을 수도 있겠어요. 아이 아버지의 정체는 중요한 것은 아니고 일종의 도화선, 트리거 역할만 한 것이긴 합니다만.

그러나 신본격 작가의 작품임에도 정통 본격 추리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는 합니다. 노리즈키 린타로의 수사는 전형적인 관계자 탐문 인터뷰에 지나지 않고 이 과정에서 모든 단서가 밝혀지기 때문에 딱히 명탐정이 필요한 내용은 아니거든요. 동기가 우발적인 연쇄 성폭행범의 소행이 아니라면 유리코가 임신한 아이와 관련된 것이 분명하기에 용의자가 좁혀질 수 밖에 없고 어차피 구니코와 같은 최측근은 이미 진상을 눈치채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그러한데 개인적으로 이런 내용이었다면 차라리 구니코 (아니면 다카다군)가 탐정역을 수행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명탐정이 등장하는 것 부터가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등장하는 이유도 사이메이 학원 측에서 이 사건을 덮기 위해서 명탐정이 수사한다는 소문을 퍼트리려 한다!는 것인데 말도 안돼죠.... 아무래도 작가가 시리즈로 끌어가고 싶은 욕심이 너무 과했던게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등장했더라면 뭔가 명탐정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에요. 이 작품에서 노리즈키 린타로의 역량은 의심스러울 뿐입니다. 특히 니시무라의 자살을 방조한 것은 용서하기 어려운 행동일 뿐더러 딱히 이런 행동을 취할 이유도 없죠. 경찰 취조가 이어졌다 하더라도 니시무라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딱히 바뀔 것도 없고 니시무라는 이후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자살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또 범인이 적은 수기에서 발견된 사소한 오류, 고양이가 이미 죽어있었다는 것 정도는 증거로 보기에는 터무니없이 빈약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수기의 오류는 얼마든지 창작자가 고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이고 고양이 이야기는 너무나 불필요해서 외려 수기에 적은게 이해가 되지 않거든요. 이러한 점에 더하여 극적 반전에 많이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심리 스릴러로 보는게 타당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또 작위적이고 억지스러운 설정이 존재하는 것도 단점입니다. 경찰 수사가 허술한 것이 대표적인 예로 요리코가 다니던 명문 여학교 사이메이, 사이메이 이사장의 오빠인 중의원 의원 측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데 정도가 지나쳐요. 최소한 히이라기라는 쓰레기 교사의 정체 정도는 경찰 수사에서 덮여졌더라도 매스컴을 통해 충분히 밝혀졌을 터이기에 어차피 사이메이 학원의 평판은 바닥에 떨어졌을 것이 뻔하고요. 억지로 노리즈키를 엮어 넣기 위한 장치일 뿐이었어요.
사건의 핵심 동기라 할 수 있는 니시무라 증오의 원인, 즉 니시무라가 요리코를 미워했다는 것도 전혀 와닿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런 일 - 어린 딸아이의 돌발행동으로 임신한 아내가 차에 치어 불구가 되고 아이마저 잃었다 - 이 벌어졌더라도 무사히 한명의 아이라도 살아난 것을 감사했을겁니다. 아무리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라 하더라도 이건 너무 억지죠. 작가도 억지라는 것을 알았는지 니시무라와 우미에의 오래된 관계를 길게 설명하며 어떻게든 설득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 작가도 이 당시에는 어땠을지 모르나 결혼하여 애가 생겼다면 아마 생각이 바뀌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러고보니 요리코의 작전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군요. 히이라기와 관계를 가진 뒤 임신하지 못했다면 어쩔 셈이었을지 잘 모르겠어요. 임신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은 아닌데 말이죠. 아버지가 술에 취할 때를 또다시 노렸을까요? 참으로 복잡한 인생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미에가 이 모든 것을 조종했을 것이다라는 에필로그는 왜 나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에필로그없이 그냥 노리즈키가 병실문을 닫고 나가는 것으로 끝나는게 더 깔끔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불만과 단점을 잔뜩 써 놓기는 했지만, 읽는 재미는 충분하며 여러모로 생각해볼만한 거리도 많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노리즈키 린타로라는 작가의 역량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독자가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평이 갈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비슷한 내용, 설정의 작품을 어디에선가 본 것 같기도 한데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2014/12/29

대한민국 치킨전 - 정은정 : 별점 2.5점

대한민국 치킨전 - 6점
정은정 지음/따비


한국에서의 치킨이 무엇인지 역사 뿐만이 아니라 의미, 그리고 산업적인 부분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루고 있는 서적. 크게 아래의 5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치킨은 어떻게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되었나
2부 치킨집 사장으로 산다는 것은
3부 치킨은 무엇으로 사는가
4부 대한민국 치킨약전略傳 1
5부 대한민국 치킨약전略傳 2


개인적으로 음식 관련 서적이나미시사 서적을 좋아해서 읽게 되었는데 제 생각과는 좀 달랐습니다. 치킨에 대한 미시사적인 접근이 아니라 치킨을 소재로 한 문화 비평서라고 보는게 더 정확한 책이거든요.

물론 기대했던 미시사적인 접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목차에서 1부가 그러한 내용으로 치킨이 대한민국의 소울푸드가 된 과정 및 현재 대한민국에서 치킨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자세히 짚어주고 있습니다. 개신교의 영향과 미국 문화의 수입에 따른 축제 음식이 자연스럽게 끼니로 전환했다는 내용이 핵심이죠.
그리고 치킨의 계보도 자세하게 등장하여 만족스러웠습니다. 몰랐는데 치킨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후라이드 치킨도 시대별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하는군요.
1세대 후라이드 치킨은 엠보 치킨. 보드람, 치킨뱅이, 둘둘치킨, 림스치킨 등에서 파는 것으로 작은 닭을 '한방 염지'나 '야채 염지'라고 불리우는 염지액에 담근 뒤 파우더를 얇게 입혀 압력 튀김기에서 튀겨낸 것이라고 합니다. 물반죽 없는 건식 치킨이죠. 최근의 "또봉이 통닭" 역시 이 계열이겠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치킨입니다.
2세대 후라이드라 할 수 있는 민무늬 치킨은 물반죽 단계에서 바로 튀김기로 들어간 것으로 시장 통닭이 대표적이라고 하네요. 장점이라면 양념을 묻히기 쉽다는 것이고요.
3세대 후라이드는 크리스피 치킨, 즉 튀김가루를 묻히고 코팅효과를 주기 위해 베터믹스 (물반죽코팅)에 담갔다가 다시 튀김가루를 묻혀 튀기는 치킨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외에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사회 / 문화 비평서에 가깝습니다. 특히나 대한민국 현대사와 자본가-노동자의 관계를 치킨 시장에 빗대어 풀어낸 내용이 많아요. 대표적인 것은 프랜차이즈 치킨 사업과 양계 산업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죠.
프랜차이즈 치킨집 창업에 대한 부분은 "프랜차이즈" 사업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 거의 폭로 수준으로 적혀 있어서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며 이러한 폭로, 비평 외에도 치킨 사업 자체를 굉장히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기도 해서 이쪽 바닥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 분들께 필독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치킨이 정말 돈이 안남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데 예전 "통큰치킨" 사태 때 공개되긴 했지만 그 원가 구조는 지금도 유효한가 보더군요. 한마리 팔아봤자 한 2,000원 정도 남는 수준인데 하루에 50마리 팔아도 임대료 내기도 힘들것 같아요.
"하림"이라는 대기업의 지배하에 있는 양계 산업의 현실도 상당히 놀라왔습니다. 책에 따르면 거의 착취와 다름없어 보였어요. 그리고 기업형으로 닭을 길러야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가맹점에 공급하는 염지닭의 공급가가 4,000~5,000원선이고 이래야 우리가 먹는 치킨값 (만원대 후반) 이 유지된다는 것도 씁쓸합니다. <맛의 달인>에서 유우코 할머니가 살짝 치매가 왔을 때 맛있는 닭요리를 먹여 정신이 돌아오게 한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거기서 공장제 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그야말로 "방목" 해서 키운 닭이 최고라는 내용이었죠. 이런 닭이 맛이야 있겠지만 이런 닭을 먹으려면 치킨값이 한 4~5만원은 되어야 할 겁니다. 어떤 방향이 맞는 것일지... 고민을 하게 만드네요.

이렇듯 꽤나 재미있고 생각해볼만한 내용이 많기는 한데 아무래도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는 점, 아울러 책의 구성이 그닥이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군요. 치킨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치킨 계보가 나오고, 거기서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해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치킨이 어떻게 잘 팔리는지 CF와 스포츠와 같은 마케팅 관점에서의 이야기로 넘어간 뒤 마지막에 양계 사업 이야기로 끝나는데 역사면 역사, 이론이면 이론, 문제점은 문제점대로 묶어서 좀 깔끔하게 정리하는게 더 좋았을 것 같거든요. 차라리 프랜차이즈 사업 및 양계산업의 비양심적인 상황을 고발하는 르포르타쥬였다면 더 높은 점수를 줬을 텐데 지금은 그냥 현황 지적에 그쳤다는 것도 아쉬웠고요.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여러모로 예전에 보았던 MBC의 <닭큐멘터리 치킨>이 생각났는데 방송을 보는 것이 더 낫지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치킨집 창업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4/12/26

더 이퀄라이저 (2014) - 안톤 후쿠아 : 별점 3점



홈마트 직원인 로버트 맥콜은 새벽에 카페에서 책을 읽는 버릇이 있다. 이 버릇 때문에 어린 콜걸 테리와 친해지는데 어느날 테리가 포주인 러시아 마피아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해 입원한 것을 알게된다. 테리를 도와주기 위해 마피아를 직접 찾아가지만 실패하자 맥콜은 실력 행사에 나서는데...

<테이큰> 대박 이후 하나의 유행이 된 중/노년 액션 무비. 이번에는 딸같은 어린 소녀를 위해 왕년에 잘 나갔던 특수요원이 러시아 마피아를 결딴낸다는 내용입니다. <테이큰>의 아류작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외의로 80년대 인기 TV 시리즈가 원작이라고 하네요. 원작을 보지 않아서 얼마나 원작 느낌을 따 왔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여튼 좋았던 점이라면 제일 먼저 덴젤 워싱턴이 간만에 아주 멋지고 묵직한 캐릭터를 맡아 좋은 연기를 선사해준다는 점입니다. 저의 페이보륏 배우 중 한명인데 과거가 있고 독서가 취미인, 편집증이 있어 보이는 캐릭터를 특유의 매력으로 잘 살려주고 있어요. 소녀를 위해 싸움에 나선다는 것도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의 묘사는 충분히 보여주고 있고요. (<레옹>이나 <아저씨>에서 처럼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안톤 후쿠야의 감각적인 액션 연출도 좋았어요. 최근 본 영화들의 액션이 대부분 심심했던거에 비해 안구 정화 수준으로, 특히 처음에 슬라비 일당을 털어버리면서 맥콜이 자신을 드러내는 장면이 아주 좋았습니다. 맥콜이 상황을 파악하는 시점의 뷰, 음악과 함께 적절한 슬로우모션, 촬영과 대사가 결합되어 아주 그럴듯하게 표현되거든요. 맥콜의 집을 테디 일당이 덮쳤을 때의 교차 편집도 인상적이었고요.
아울러 마지막 결투씬이 맥콜의 근무지 홈마트에서 벌어진다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어요. 인력, 장비 모두 부족하지만 홈 그라운드의 잇점을 잘 살려 마트 내부 여러 시설 및 다양한 판매 상품을 이용해서 쳐부신다는 것이 괜찮았습니다. 약간 <맥가이버> 느낌도 나고 말이죠.

그러나 거의 끝판왕에 가깝던 마피아 행동대장 테디가 초중반부까지 보여주었던 포스에 비하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결말에서 시시하게 정리되는 등 약간 파워 밸런스에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 중반부까지는 맥콜과 독대를 하는 장면이 여러번 등장하는 등 1:1로 충분히 주인공 맥콜과 맞서 싸울만한 캐릭터도 묘사되는데 맥콜의 강대함이 업그레이드되는 것에 반해 맥콜 친구들이나 인질로 잡는 식의 찌질함으로 일관하다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뭐 하나 해보는 거 없이 박살나거든요. 인간이 아닌 것 같은 맷집의 덩치를 제외하고는 맥콜이 너무 강해서 수수깡과 다를 게 없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아쉬웠던 것은 맨디라는 테리의 친구 캐릭터였습니다. 유일하게 테리를 위해 울어주고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까지 했다가 살해당하는 기구한 캐릭터인데 맥콜을 비롯한 그 누구도 그녀를 위해 신경써 주지 않는다니! 테리 캐릭터는 클로이 모레츠라는 빅네임 배우가 맡은 것에 비하면 그다지 효과적으로 드러나지 못하고 비중도 적기에 차라리 맨디 캐릭터를 잘 살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맥콜 때문에 죽은 유일한 선인이기도 한데 참 아깝게 소비된 느낌이에요.

그래도 이 정도면 꽤나 괜찮은 액션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액션 화끈하고 권선징악 확실하고 결말도 해피엔딩인, 완전 제 취향 영화로 저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덴젤 워싱턴의 팬이시거나 <테이큰>류의 중노년 액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번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최근 부진했던 덴젤의 작품치고는 다행히도 흥행 성적도 괜찮은 편인데 앞으로의 시리즈도 기대해 봅니다.

2014/12/24

오무라이스 잼잼 5 - 조경규 : 별점 2.5점

 


<2권 리뷰>
<3권 리뷰>
<4권 리뷰>

4권 리뷰를 올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출간되어 구입한 따끈따끈한 신간! 4권은 출간되고 혹시나 가격 할인이 있을까 끝까지 버티고 버티다가 구입했는데 5권은 도서정가제 덕에 더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져 나오자마자 구입했습니다. 4권에서의 좋았던 기분이 계속 유지된 탓도 크고요.

"음식" 그림에 있어서는 국내 웹툰 중 최고가 아닐까 싶은 빼어난 그림과 더불어 재미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은 여전합니다. 별다른 내용 없이 <등교길의 소시지빵>처럼 처음부터 그냥 소시지빵 이야기만 나오는 단순 돌직구 이야기도 있지만 제가 사랑하는 매력적인 이야기도 많아요. 아이들과 디즈니 만화를 보다가 모든 캐릭터들의 손가락이 4개라는 것을 알고나서 살펴보니 다른 캐릭터들 (톰과 제리, 둘리 등등등)도 손가락이 4개더라! 이유는 디즈니가 하나라도 줄이면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금전적 이유 때문으로 시작된 것더라! 그러고보니 나도 음식 그림을 좀 쉽게 그리고 싶다. 그래서 이번 에피소드는 대충 빚어 그리면 되는 수제비다! 라는 <수제비 4개요~> 편이 대표적이죠. 심지어 이 에피소드는 뒤에 이어지는 서비스 페이지도 "물수제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식으로 전체적으로 뜬금없음이 가득해서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동춘 서커스를 찾아가 저글링 박의 공연을 본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과연 요리사나 식당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느냐? 는 것을 가장 완성도가 높은 요리 중 하나라는 북경오리를 소개하며 전개하는 <저글링 박 vs 오리구이>도 좋았고, <맥스와 나 그리고 캔스파게티>도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매드맥스 2>는 저도 인상적으로 감상했던 작품인데 작가가 이야기한 개사료 통조림 먹는 장면은 기억에 별로 남아있지 않군요. 하지만 중학생때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 작중에서처럼 "남자의 로망"으로 생각하고 살 수도 있을거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의 로망이라면 비밀기지로 통하는 책꽂이가 있는 서재입니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이사갈때는 아쉬우나마 비밀기지가 아니라 비밀 공간(?)이라도 확보해 놓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식빵은 오토 프레데릭 로웨더 씨가 만들었다> 역시 걸작 에피소드입니다. E.T를 딸아이와 감상하다가 E.T의 생김새에 대해 논하면서 김창완의 노래로 이어지고, 노래에서 식빵을, 그리고 식빵을 썰어서 포장해서 판매하는 기계를 만든 오토 프레데릭 로웨더의 일생 이야기로 넘어가다니 뜬금없기가 서울역에 그지없지만 무척이나 자연스러울 뿐더러 오토씨의 이야기와 E.T를 보던 저자의 딸 은영이의 감상이 겹쳐지는 엔딩은 정말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명장면이었어요.

그 외에도 다양한 패러디들도 역시나 반가왔습니다. 예를 들면 이탈리안 요리사 셰프 보얄디가 미국에 이민올 때의 컷은 <대부 2>에서의 한 장면이죠. (아래 이미지!)



커피 우유 이야기에서의 엄지와 오혜성 역시 아주 적절한 투입이었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단점도 여전합니다. 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구입했지만 무료로 볼 수 있는 웹툰과 비교할만한 가치가 여전히 부족하거든요. 책으로 만들면서 편집이 조금 바뀐 부분 및 책만의 서비스로 실린 만화와 기사들, 몇몇 레시피들은 꽤 인상적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오뚜기 스프를 만드는 사람들과의 인터뷰인 <업체 탐방 스프 연구원의 하루>, 앞서 말씀드린 물수제비의 모든 것을 다룬 이야기 등은 아주 재미있게 읽긴 했습니다. 그나마 가족 만화가 조금이나마 재미있어졌다는 것, 아이들 사진이 조금 덜 실린 것도 이전 권에 비하면 마음에 든 점이었고요. 허나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맛집 소개나 저자의 가족 관련 만화가 대부분이기에 이런 점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겠죠. 덧붙이자면 저는 초판 특전으로 "디저트 달력"을 받기는 했으나 딱히 필요하거나 관심이 가는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책 값을 깎아주는게 훨씬 와 닿았을거에요.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좀 뭐한데 인터넷에서 최근에 본 듯한 느낌이 많이 나는 작품이 다수 실려있다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목차로 따지면 중간 정도에 위치한 <맥스와 나 그리고 캔스파케티> 부터 뒤의 이야기는 모두 기억에 생생해서 왠지 손해보는 기분이었어요. 찾아보니 거의 올해 1월 부터의 연재분이더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4권처럼 나오고 한참 있다가 구입할 걸 좀 아깝네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작화는 물론 내용과 재미, 소개되는 요리의 가치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국내 요리 / 음식 만화의 대표작임에는 분명합니다만 웹툰으로 언제든지 공짜로 다시 읽기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구입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여전히 아리송합니다. 특히나 아직 기억이 휘발되지 않은 만화들일 경우 더더욱 의문이 들긴 하겠죠. 저는 구입에 큰 후회가 없고 요리 / 음식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권해드리는 만화이지만 이만한 금액을 지불할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본인이 선택하시길.

2014/12/23

캄프토사우루스 미식 기행 - 두걸 딕슨 / 장성주 : 별점3점

캄프토사우루스 미식 기행 - 6점
두걸 딕슨 지음, 장성주 옮김/함께읽는책

어렸을 때 읽었던 학습만화가 있습니다.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동네 꼬마 친구들이 로봇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이 살고 있던 쥐라기, 백악기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었죠. 너무 어렸을 때지만 공룡 멸망은 화산폭발 때문이고 위기의 순간에 겨우 탈출했던 결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바로 이 학습만화를 성인 버젼으로 새롭게 구체화한 작품입니다. 어디에 머무르는 것이 좋은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어디서 어떤 재료를 얻을 수 있고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어떤 식물을 먹을 수 있고 어떻게 먹어야 하며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어떤 곤충과 동물들이 있는지, 그리고 이 시기를 주제로 한 책이기에 당연하겠지만 어떤 공룡들이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화석과 사료 기반으로 아주아주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가 현실적인 관점에서 진지하게 쓰여졌기에 더욱 재미있었어요.
어렸을 때의 학습만화는 고생대, 중생대를 아우르고 있었지만 이 책은 방대한 시기와 장소를 개괄적으로 다루지 않고 특정 지역(모리슨 평야) 과 특정 시기 (쥐라기 후기)가 배경이라 어떻게 보면 좀 좁은 지역과 시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만큼 더욱 디테일하게, 진지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아마 저자가 이 당시, 이 지역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었을까 생각되네요.

책에 수록된 내용의 예를 들자면, 현재의 연구 결과를 통해 이 당시 모리슨 평야 어디에서 석회를 얻을 수 있고 어디에서 모르타르의 원료를 구할 수 있고 어디가 물을 구하기가 용이하다. 그래서 어디가 거주 환경에 적합하다고 알려준다던가, 공룡에 관련된 내용 역시도 오스니엘로사우루스라는 공룡을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는지를 설명해 주고 잡은 공룡을 어떻게 먹는게 좋은지 화석을 통해 복원한 공룡의 형태를 통해 분석한 결과로 통구이(!)가 적합하다는 식입니다. 그 다음에는 고기를 해체하는 방법과 어떤 부위를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도 설명해 주고 있고요. 당연히 실제 통구이 시의 레시피도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죠. (불 위에서 떨어지는 지방을 바르면 더 바삭할 것이다!) 제목에 있는 것 처럼 캄프토사우루스를 이용한 요리는 딱히 눈에 띄는건 없기는 합니다만...

이외에 저자가 직접 그렸다는 삽화, 특히 공룡의 세밀화도 수준이 높습니다. 공룡이 깃털로 덮여 있었을 것이라는 비교적 최근의 학설을 반영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었어요.

그러나 너무 진지한 나머지 대중적인 재미가 좀 부족한 것이 아쉽고 뭔지 잘 알 수 없는 제목 때문에 일반 독자가 찾기 힘든 것은 단점이기는 합니다. 조금만 더 재미있게, 최소한 도판이라도 더 많게 보강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많이 알려질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책 보다는 제대로 된 다큐멘터리로 영상화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이런 류의 모험소설을 쓴다며 꼭 참고해야 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최소한 저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반쯤은 비현실적인 주제를 진지하게 접근했다는 점에서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와 비슷하기는 한데 실제 화석 등을 통한 저자의 전문가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어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겠죠. 별점은 3점입니다.

굉장히 독특한 경험의 책이었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특이하고 다양한 책이 계속 출간되기를 바랍니다.

2014/12/22

탐정영화 - 아비코 다케마루 / 권일영 : 별점 3점

탐정영화 - 6점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포레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사 FMW의 대표이자 귀재로 소문난 영화감독 오야나기가 촬영 중인 최고의 추리 영화의 결말 촬영을 앞두고 실종된다. 영화사 직원과 스태프, 그리고 이 감독의 영화라는 투자까지 한 여섯 명의 배우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고, 다급해진 스태프들은 감독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지만 아무런 실마리도 얻지 못한다.
결국 그들은 감독이 찍어놓은 96분 분량의 필름을 전제로 범인을 추리해 영화를 완성하려 한다. 여섯 명의 배우와 세 명의 조감독, 그 밖의 스태프들은 십 분 남짓한 영화의 결말을 찍기 위해 시나리오 콘테스트를 열고, 누가 범인이어야 가장 그럴듯한 영화가 될지 고심한다. 그리고 제출된 시나리오들의 결함을 지적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시나리오를 선정하고 영화 촬영을 마치는데...


아비코 다케마루의 장편소설. 데뷔 이듬해에 썼다고 하는 비교적 초기작입니다.

결말을 모르는 상태에서 궁지에 몰린 스탭들이 스스로 결말을 짜내는 핵심 줄거리처럼 출연자와 제작진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추리가 펼쳐지는 전개가 인상적으로 동호인들끼리의 추리게임 같기도 합니다. 결말 직전까지만 감상하고 그것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낸다는 점에서 말이죠. 이런 점은 <독 초콜릿 사건>의 판박이기도 하죠. 미완성 영화의 결말을 추리해야 한다는 설정도 동일한 소재를 가지고 풀어낸 빙과 시리즈인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와 같고요. 하지만 읽다 보니 전개와 과정은 <허무에의 제물>과 같은 안티 미스터리의 느낌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이런 결말은 어떤가요?"라는 결말이 이어지는 <5인의 탐정가>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미스터리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핵심이니 광의의 의미로 볼때에는 작가 후기에 쓰여진 대로 메타 미스터리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떠오르지만 다행히 작품의 독특함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유는 "영화"라는 소재에 굉장히 충실하기 때문이에요. 특히 초반에 화자인 다치하라 (나) 가 출연진들과 이야기하면서 영화에 사용된 서술트릭에 대해 설을 푸는 장면이 괜찮았으며 그 외에도 영화관련 정보들이 곳곳에 삽입되는 것이 그럴 듯 했습니다.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썼구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추리적으로도 여러 관점에서의 재미있는 트릭들이 등장해서 풍성함을 전해주는 장점에 더하여 진짜 트릭인 극적인 서술트릭 - 첫 장면은 시점적으로는 영화 속 내용이 모두 흘러간 다음의 일이다 - 은 분명 기발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어 만족스럽습니다. 소설로도 가능하겠지만 첫 장면과 똑같은 화면에서 이야기가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영화"라는 장르에 아주 특화되어 있는 트릭이라 다른 데에서는 흉내내기도 힘들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그 외에도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 문제로 지적했던, 결말을 창작해내야 하는 상황의 설득력이 높았던 것도 좋았습니다. 출연자들이 결말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설득력이 높았어요. 자기가 "범인"이어야 영화에서의 비중이 높아지니 어떻게는 자기를 범인으로 만드는 각본을 들고 온다는 것인데 와 닿을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작품 속 추리는 진상이라고 부를 것이 없는 픽션의 영역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출연진이나 제작진 누구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찍더라도 작중에 표현된 대로 "가장 그럴듯"하면 되는 것일 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야부이 센조가 밖에서 사기누마 준코의 방문을 잠그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것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고요.
그리고 감독의 의도대로 편집, 완성된 결과물은 앞서 언급한대로 트릭 자체는 기발하나 그닥 공정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기는 했습니다. 외부에서 모든 제작 과정을 지켜본 "독자"라면 수긍할만 하지만 이 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반쯤은 반칙이라 여길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관객이라면 사기누마 준코가 죽는 시점에서 다쓰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무리한 서술 트릭을 사용하는 것 보다는 주인공 다치하라 (나) 의 아이디어나 배우 야부우치 젠조의 아이디어가 더 낫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아울러 감독의 실종이라는 상황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라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픽션이기 때문에 가능했지 감독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으리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최소한 조감독 한명 정도는 사긴의 의도를 알려줘서 의도대로 움직이게끔 하는 공작이 추가로 설명되었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앞서 말씀드린 다양한 추리가 펼쳐지게 만드는 아이디어는 좋았으며 작가의 초기작답게 젊은 청춘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에서도 좋았던 시절의 행복하고 따스한 이야기라 생각되고요. 추리소설 입문자분들께 추천하고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이런 작품을 쓴 작가가 <살육에 이르는 병>을 쓰다니 믿어지지 않네요.

2014/12/19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2014) - 제임스 건 : 별점 4점



1988년 피터 퀼의 어머니가 사망하고 슬픔에 가득 차 병원에서 뛰쳐나간 피터는 우주선에 납치된다.
26년 후, 라바저로 성장한 피터 퀼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고가의 오브를 확보하는데 성공하고 이것을 팔기 위해 잔다르로 향하지만 오브를 노리는 로난의 양딸 가모라, 피터에게 걸린 현상금을 노린 로켓, 그루트 컴비와 격투 끝에 모두 체포되어 우주 감옥으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만난 드랙스와 의기투합한 4인은 탈옥하여 오브를 고가에 팔 것을 공모하고 구매자가 있는 노웨어(knowhere)로 향하고 콜렉터에게서 오브가 무엇인지를 듣게 된다. 오브는 생명체를 파괴하는 무서운 무기였던 것. 노웨어로 로난이 쳐들어오고 결국 오브를 빼앗긴 일행은 라바져의 보스 욘두를 설득하여 오브를 탈환하기 위한 작전에 들어가는데...


드디어 봤습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마블 히어로 시리즈 최신작인 스페이스 오페라.
옛날 말로 "우주 활극"이라고 해도 어울릴 정도로 고전적이면서도 B급의 향취 가득한 작품이라 아주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우주해적 코브라>를 영화로 만들면 딱 이런 분위기일 것 같은데 정말이지 저같은 사람에게는 취향 직격하는 영화였어요.

먼저 2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적절한 전개가 좋습니다. <퍼스트 어벤져> 처럼 <어벤져스>를 위한 떡밥으로 사용되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러닝타임을 소비한 덕분이죠.
또한 캐릭터들도 아주 인상적입니다. 잘 알려져있지 않은 캐릭터들을 매력적으로 살리고 있어요. 초인은 아니지만 몇몇 특수 장비와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스타로드 피터 퀼은 <육화의 용사>의 아들렛 등과 겹치는 캐릭터 성을 가지고 있으나 마지막에 밝혀지는 반전 덕분에 차별화되며 입이 거친 터프가이 콤플렉스 덩어리 로켓 라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최강자 그루트는 더 말할 것도 없는 최고의 캐릭터들이었습니다.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보아왔던 츤데레 여전사 캐릭터의 스테레오 타입인 가모라와 비중 만큼의 강함,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드랙스는 조금 아쉽긴 하지만 역시 나름대로 액션, 개그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기는 하고요.
이들의 활약에 더불어 감독의 재능이 엿보이는 감각적인 연출, 곳곳에 숨어있는 잔혹하지만 웃기는 장면들과 깨알같은 명대사들도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특히 잔혹해 보이는 유머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필요도 없는 의족을 탈출에 쓸거니 가져오라고 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런 건 순전히 감독의 능력인 것 같아요.

아울러 다른 마블 영화와는 다르게 대놓고 "만화입니다!"라고 주장하는 듯한 화면 효과와 아트워크가 선보이는데 이 역시 완전 제 스타일이었습니다. 굉장히 과하고 쨍한 효과라 리얼리티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외려 영화와는 분위기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제가 80년대 키드이기에 "Awesome Mix"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요. 그런데 영화에서 기억에 남을 정도로 언급된 케빈 베이컨의 <footloose>가 나오지 않은 것은 의외이긴 합니다. 어른의 사정이 있던 걸까요?

물론 좀 막나가는 영화답게 전개에 헛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콜렉터의 시녀가 자살을 시도하지만 않았어도 콜렉터가 오브를 정상적으로 소유하게 되었을테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죠. 드랙스가 로난을 불렀어도 이미 피터 일행은 떠난 뒤였을테고. 피터 퀼 일행이 개입될 여지가 없으니까요. 그 외 가모라의 급작스러운 배신이나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욘두의 행동거지 등 전개에 급작스러운 것들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단점은 사소할 뿐 즐겁고 화끈하다는 영화 본연의 가치에 지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한마디로 즐거운 영화로 모든 분들께 추천하기에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는 한데 저는 대호 (大好)! 였습니다. 저와 같은 취향, B급 정서 가득하신 분들께는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덧붙이자면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 로난 앞에서 스타로드가 댄스 배틀을 벌이는 Scene은 <breathless>의 마지막 장면, 리차드 기어의 노래와 춤을 그대로 사용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확인 한번 해 보시길.


2014/12/18

잭 리처 (2012) - 크리스터퍼 맥쿼리 : 별점 2점



도심 한복판에서 의문의 저격으로 5명의 무고한 시민이 살해된다. 사건 현장의 증거를 통해 '제임스 바'라는 전직 군인이 용의자로 지목되나 그는 자백을 거부한 채 ‘잭 리처를 데려오라’는 메모만을 남긴다. 제임스 바가 호송 중 크게 다쳐 혼수상태에 빠진 뒤 나타난 전직 군 수사관 출신이지만 실제 정체를 아는 이는 누구도 없는 의문의 남자 ‘잭 리처’는 제임스 바의 변호사 ‘헬렌’과 함께 사건에 대해 수사에 나선다.

최근에 몸이 안 좋아서 그런지 영화만 찾아보게 되는군요. 이번에 본 영화는 개봉한지 조금 된 영화 <잭 리처>입니다. 원작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명성이 자자한 슈퍼 베스트셀러이기에 관심이 가던 차에 영화부터 감상하게 되었네요.

이 영화는 여러모로 어제 리뷰했던 <툼스톤>과 하드보일드 스릴러 장르의 베스트셀러 원작, 빅스타 주연, 주인공은 과거 전문가로 실력있는 수사관이지만 어쨌거나 현재는 명확한 직업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 등이 묘하게 닮아있습니다. <툼스톤>에 비해 더 헐리우드 액션 영화의 문법에 더 충실하기는 하지만요. 잭 리처가 정의감 넘치는 쿨가이라는 점은 전형적인 헐리우드 액션 영화 주인공과 판박이기도 합니다. <리썰 웨폰>의 마틴 릭스 느낌이랄까요.

그러나 단순히 뻔한 헐리우드 양산형 액션 스릴러는 아닙니다. 특히 베스트셀러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답게 주인공 잭 리쳐 캐릭터가 인상적이에요. 최고 실력의 군인이자 헌병 수사관 출신의 떠돌이라는 설정이 아주 괜찮았거든요. 운전면허와 자동차도 없이 버스로 떠돌아 다니며 옷도 필요할 때마다 한벌씩 사서 입고 버린다는 등 진정한 무소유가 뭔지를 보여주는데, 사실상 잃을게 없기에 당연히 겁날게 없다는 점에서 와 닿기도 했고요. 당연히 엘리트 군인으로서의 사격, 격투실력과 수사관 출신다운 추리력도 돋보이는 점이었습니다. 이야기 역시 잭 리처의 캐릭터에 많은 부분 기대어 전개됩니다.

허나 잭 리처의 캐릭터를 뺀다면 작품 자체는 기대 이하였어요 이야기 전개가 즉흥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중반부까지 중요한 실마리로 보였던 양아치들의 습격은 실제로는 잭 리처의 강함을 드러내기 위해 쓰였을 뿐 정작 사건 해결은 멍청한 미행자들이 대놓고 회사 차로 미행하는 실수 때문에 표면으로 드러나는 식이죠. 어차피 이 시점에서 잭 리처는 범행 동기를 눈치챈 것으로 보이기에 전부 불필요한 장치이기도 하고요. 불필요한 장치나 요소는 그 외에도 많아서 동네 깡패들의 습격이라던가 길고 지루하기만 했던 자동차 추격씬 등이 모두 그러합니다. 불필요했어도 잘 찍었더라면, 눈요기라도 되었다면 괜찮았을텐데 액션씬 모두가 최근 트렌드에 어울리지 않게 단조로와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요. 결정적인 클라이막스에서 악당이 동원한 부하가 10명도 안되는 스케일, 라이벌 격인 악당이 그다지 강하지 못한 상성관계 역시 실망스러웠던 부분입니다. 제작비가 6천만불이나 된다는데 제작비를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네요. 톰 크루즈 줄연료로 다 나갔나?
아울러 캐릭터도 낭비가 심합니다. 히로인인 변호사 헬렌이 대표적으로 잉여 캐릭터에 불과해서 아버지와의 갈등 말고는 작중에서 하는게 없다시피 합니다. 피해자들을 조사해보라는 잭 리처의 지시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모든 힌트가 드러난 다음에야 배후를 파악할 정도로 실력도 없고요. 이 작품에서 그녀의 유일한 비중은 큰 가슴밖에는 없습니다. 차라리 중간에 죽어버리는 샌디가 매력이나 작중 비중이 더 높아 보이니 말 다했죠.

정리하자면 영화의 핵심은 1. 잭 리처가 변호사에게 사격장 조사를 요청 -> 2. 사격장으로 찾아가 CCTV 및 증언 확보 -> 3. FBI에 관련 증거 전달 로 끝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되면 재미는 없었겠죠. 그래서 필요했을 드라마틱한 전개와 액션은 크게 튀지않게, 설득력있게 삽입되어 있죠. 예를 들자면 악당들이 잭 리처를 엮어 넣기 위해 샌디를 살해하고 잭 리처가 샌디의 죽음에 분개한다는 과정과 변호사를 납치한 뒤 이어지는 공사장에서의 클라이막스 액션같은 식으로요. 앞서 이야기했던 불필요한 장면을 조금 들어내고 핵심 내용과 이러한 영화적 전개를 잘 결합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은데 지금의 결과물은 스릴러적인 요소와 액션이라는 요소 두개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흥미로운 추리가 가미된 액션 스릴러물로는 괜찮을 수 있지만 전개가 지루하고 최근 트렌드에 맞지 않는 단조로운 액션 장면이 탓에 감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툼스톤> 쪽을 권해드립니다.

덧 1 : 중후한 노인으로 등장하는 로버트 듀발과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 보스 역의 베르너 헤어조크와 같은 왕년에 한가락한 인물들의 모습은 반가왔습니다.

덧 2 :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은 2억불을 넘은 나름 성공작으로 후속작이 기획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톰 크루즈가 캐릭터를 잘 살린다고 보기는 어려웠어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원작에서는 거구의 덩치여서 캐스팅 당시부터 말이 많았나보네요. 개인적으로는 비쥬얼적으로도 더 압도적인, 안티 히어로에 어울리는 배우가 연기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후속작에서는 WWE 출신 스티븐 오스틴을 추천해봅니다.

2014/12/17

툼스톤 (2014) - 스콧 프랭크 : 별점 2.5점



전직 형사 맷 (매튜 스커더)에게 마약상 케니가 찾아와 자신의 아내를 납치하고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을 찾아줄 것을 의뢰한다. 사건을 조사하던 맷은 유사한 사건들이 1년 사이에 연쇄적으로 벌어졌다는 것, 묘지 관리인 루건이 사건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데...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 중 한권인 <무덤으로 향하다>의 영화화 버젼. 감기몸살로 몸져 누워있는 와중에 IPTV로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테이큰>으로 꽃중년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신기원을 열은 리암 리슨이 주연을 맡았는데 이 영화의 장점 역시 리암 리슨이 구체화한 매튜 스커더 캐릭터에 대부분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테이큰>에서 처럼 슈퍼 액션 영웅은 아니고 우리 주위에 흔히 있음직한 평범한, 아니 평범하지는 않고 전직 경찰로서 어느 정도 예상된 활약을 해 주기는 하지만 평범에 "가까운" 중년 아저씨로 굉장히 현실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 총질은 여러번 해야 한발 맞는 수준이고 미행도 절름거리면서 쫓아다니는 수준, 악당이나 용의자들의 습격에는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해주는 식이죠. 또 원작 팬이 머리속에서 상상했던 매튜 스커더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비쥬얼, 연기 모두 최고였어요. 전문가이기는 하나 약간 구질구질한 느낌을 전해주는 나이 많은 동네 아저씨랄까? 여튼 저는 너무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원작에서의 잔인한 폭력 묘사를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묘사한 것 역시 괜찮더군요. 대놓고 보여주는 것 보다 더 끔찍했거든요. 악당 컴비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도 현실적이면서 끔찍한 캐릭터를 구체화하는데 큰 역할을 해 주고 있고요. 그리고 세기말인 1999년이 무대라는 것도 묘하게 잘 어울렸던 부분입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원작 팬이 아니라면 즐길거리가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원작에서의 매튜 스커더를 알고 있다면 모를까 영화만 본다면 매튜가 왜 이렇게 금주모임에 열성인지 알기 힘들겠죠. 더욱이 앞서의 이유로 <테이큰>과는 전혀 다른 영화라 <테이큰>을 기대했다면 당연히 실망할 수 밖에 없을테고요.

때문에 원작을 읽지 못한 관객을 위해 최소한 범죄 스릴러로서의 얼개는 충실히 갖추어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도 단점입니다. 비록 잔인함과 폭력이 강조되어 있기는 하나 나름 범인들의 정체를 알아내는 과정까지의 수사는 그럴 듯 했었던 원작에 비해 영화는 정교한 수사는 하나도 없이 우연, 운에 의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묘지 관리인 루건이 사건에 연루된 것을 알아내는 것이 대표적이죠. 범인들을 만나게 된 것도 수사와는 관계없는 범인들의 추가 범죄 때문이니 뭐라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매튜의 매너있으면서도 충실한, 덕분에 설득력 넘치는 탐문 수사 과정만 볼거리일 뿐이죠.
결말도 문제인게 찢어죽여도 시원치 않을 범인들이라 원작처럼, <왓치맨>에서 소녀 유괴범을 찾아낸 로어샤크와 같은 응징이 깔끔했을텐데 케니마저 죽고 매튜와 악당이 한판 대결을 벌인다니? 감독의 의도가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네요. 매튜 스커더 캐릭터가 앞서 말했듯 평범에 가까운 아저씨라 이런 역할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무리한 액션 클라이막스 연출 욕심에 좋았던 설정을 날려버린 것 같습니다.
액션을 넣고 싶었다면 잘 뽑기라도 하던가 액션을 너무 못 찍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에요. 정작 중요한 마지막 묘지에서의 총격전에서 금주모임의 계명과 교차 편집하는 효과는 욕심만 과했지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악당도 왜 총질이나 칼질이 아니라 번거로운 목조르기를 시도하는지 알 수 없고 말이죠.

마지막으로 T.J는 소설에서는 핵심 인물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사족에 불과하다는 것도 안타까운 부분이었어요. 후속편을 의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지 매튜 스커더의 인간미, 부성애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기에 이렇게 사용될거면 안 나오는게 나았을 같습니다. 무슨 병이 있다는 등의 배경 설명까지 해 줄 정도의 역할은 절대 아니었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주인공 탐정과 범인이 모두 설득력있게 묘사된 웰 메이드 하드보일드 범죄 영화지만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약간 설명이 부족할 수 있고 정교한 전개의 맛은 부족하며 액션 연출과 스토리라인은 지루하기까지 합니다. 원작 팬이시라면 살아 숨쉬는 매튜 스커더를 만나는 기쁨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딱히 찾아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리암 리슨 주연으로 다른 매튜 스커더 시리즈들도 영화화되었으면 하는데, 월드와이드 5천만불을 겨우 넘어 손익분기점에 간당간당 못 미친 흥행 결과를 보면 좀 힘들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2014/12/16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6점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의도는 아니지만 짝수권은 건너 뛰고 홀수권만 띄엄띄엄 읽게 된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 다섯번째 이야기.
(* 이글루스 검색이 이상하게 동작해서 1권3권 리뷰는 각각 링크를 겁니다)

모두 3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특정 고서와 얽힌 이야기를 탐정역의 시오리코가 풀어낸다는 잔잔한 일상계 단편입니다. 지에코가 시오리코의 주변을 맴도는 이유, 다이스케의 고백에 대한 답변 같은 긴 실타래가 하나씩 풀려 나가는 연작 구성이라는 것은 전작과 동일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다이스케의 고백, 시오리코의 답변을 정말 순진하고 착하고 예쁘게 묘사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서당을 무대로 한 작품다운 고풍스러운 묘사였어요. 덕분에 고우라 다이스케의 비중도 단순 화자보다는 조금 커진 것 같아 좋았고요. 그런데 이 정도면 애정이 아니라 거의 숭배에 가까운 것 같은데... 아닌가요?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답게 등장하는 책들에 대한 소개도 충실한데 이번 권에서는 지나가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오누마 단의 <검은 손수건>이라는 추리소설이 특히 땡기네요. 책 정보가 전혀 등장하지 않아서 더 궁금합니다.

허나 아쉬운 점이라면 추리적으로 특기할 만한 작품이 이번 권에서는 없다는 점입니다. 너무 일상적인 이야기거나 추리에 있어 비약이 심한 이야기들 뿐이었거든요.

그래서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작품의 재미가 부족한 것은 아닌 만큼 시리즈의 팬이라면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월간 호쇼>
고서와 고서점을 테마로 한 잡지 <월간 호쇼>를 팔러 다니는 노부인에 대한 이야기. 노부인이 잡지를 판 뒤 얼마 뒤 찾아와 다시 회수해 가는 이유를 밝혀내는 내용입니다.

수수께끼가 상당히 신빙성 있게 짜여져 있을 뿐더러 이전에 나왔던 책판매 노숙자 시다 씨가 중요한 역할로 나오는 것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시다 씨와 함께 다니는 노신사가 뭔가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이다가 밝혀지는 반전과 같은 진상도 마음에 들었고요. 특히나 시다 씨 첫 등장에 함께 나왔던 고야마 기요시의 <이삭줍기, 성 안데르센>이 다시 등장해서 반갑더군요. 그것도 그냥 등장한게 아니라 나름 역할이 있다는 점에서도 작가의 치밀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아울러 월간 호쇼라는 잡지가 있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무척 재미있어 보입니다. 과월호라도 구할 수 있으면 한번 구해봐야겠어요.

물론 추리적으로 공정하다고 하기는 어렵고 동기 측면에서도 비약이 심할 뿐 아니라 일본인만 알 수 있는 트릭이라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또 어렵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블랙잭>
햐~ 이 작품까지 나오다니! 저도 한국어 판으로 다 구입했을 뿐더러 작중 소개되는 양장본은 형이 학창시절 초판으로 구입했던 기억이 나서 더 반가왔습니다. (블랙잭을 실사처럼 묘사한 까만 커버) 작중 주요한 소재인 4권의 <식물인간>이야기도 다른 블로거분의 글에서 본 적이 있어서 익히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요.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것을 더 깊이 파고 들어가 이런 이야기를 창조해 낸 작가의 상상력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저도 창작자를 지향하는 사람이라서 많이 반성이 되네요.

이야기 구성도 어머니 임종 시에 구태여 책을 구입하려 한 아버지의 행동을 밝혀내는 것이고 그 의도가 무척이나 따뜻한 내용이라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그야말로 일상계의 왕도랄까요. <블랙잭>이라는 작품 테마에도 어울리고 말이죠.

아울러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답게 블랙잭의 다양한 판본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매니악한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똑같은 책이 2권이 있는 이유도 생각치 못했던 것인데 합리적으로 설명해주고 있고 아버지가 구입한 마지막 블랙잭 책 상태와 구입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 역시 추리적으로도 완벽했고요.

한마디로 이번권의 베스트 단편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나에게 5월을>
망나니 동생이 형의 임종 후 찾아와 형이 소중하게 여기던 귀한 책을 자신에게 유품으로 남긴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내용.

추리적인 부분은 별로 건질게 없었던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비약이 심할 뿐더러 미망인 히사에가 모든 수수께끼를 쥐고 있다는 것이 내용의 전부니까요.
이야기의 발단이 된 망나니 스미오의 행동도 딱히 합리적인 것은 아니며 고인이 죽기 전 진상을 파악했다라는 것도 근거가 없죠. 솔직히 평생 모르다가 죽기 직전에 알았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히사에가 전혀 관계도 없는 고서당 사람에게 평생 숨겨온 비밀을 털어놓을 이유가 있었을까요? 저 같으면 끝까지 부정했을 겁니다.

데라야마 수지라는 작가에 대해 관심이 생긴 것 정도만 수확일 뿐 작품 자체는 그냥 저냥한 평작이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14/12/15

반가운 살인자 - 서미애 : 별점 2점

반가운 살인자 - 4점
서미애 지음/노블마인

서미애 작가의 단편선. 일상계 범죄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들로 총 1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표제작이 영화화되기도 해서 궁금하던차에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영 제 취향은 아니더군요. 이야기들의 설득력이 부족해서 감정이입이 힘들었으며 거의 모든 작품들에서 천편일률적인 똑같은 심리묘사가 등장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은 점입니다. 누군가에게 살의를 품었다면 다른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똑같아요.
아울러 작품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도 잘 모르겠어요. 정통파 본격 추리물도 아니고, 기묘한 맛의 반전물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고... 구태여 분류하자면 범죄가 테마인 드라마가 대부분인데 그렇게 접근하기에는 묘사력이나 깊이가 많이 부족했다 생각되네요.
도진기 작가의 작품집에서처럼 최소한 한 두작품이라도 아주 뛰어난 작품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전체 평균 별점은 2점입니다. 정통 추리물이나 스릴러 애호가분들께 상기의 이유로 권해드리기는 좀 어려운데 몇 안되는 국내 작가의 추리소설 단편집이니만큼 이쪽 영역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반가운 살인자>
보험금때문에 사고로 죽어야 하는 가장이 자신을 죽여줄 연쇄살인자를 찾아다닌다는 이야기.
솔직히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내용이죠. 연쇄살인마가 어디서 나올줄알고 헤메고 다닌답니까... 그거 쫓아다니면 외려 운동이 되어서 더 오래 살겠네요.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당연히 사고로 위장한 자살을 연구하는게 빠르잖아요? 아울러 재미를 위해서라면 연쇄살인자의 정체라던가, 이야기의 흐름에서 반전이 한번정도 나와줬어야 하는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영화화가 된 모양이라 잠깐 조사해보았더니 이 작품과는 사뭇 다른 각색으로 제작된 것 같은데 잘 모르겠지만 연쇄살인마를 찾아다니는 백수가 연쇄살인마로 몰린다는 설정은 더 낫지 싶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남편을 죽이는 방법에 골몰하던 주부가 실제 남편이 죽은 것을 알고 당황한다는 이야기에서 완전범죄 이야기로 넘어가는 작품.
정신과의사와 주인공의 관계가 드러나면 쉽게 꼬리가 밟힐 것이기에 잘 짜여진 이야기라 생각되지 않았습니다만 나름 반전이 있다는 점에서는 그래도 조금 괜찮았어요. 추리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작품이랄까... 별점은 2.5점.

<냄새 없애는 방법>
냄새에 민감한 여주인공이 이웃집의 개 때문에 이성을 잃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
일단 주인공부터 정상이라 하기 힘들 정도로 예민해서 감정이입하기 힘들었습니다. 나중에 보면 거의 초능력 수준으로 묘사되거든요. 단순한 히스테리의 이유가 되기에는 아깝기까지 했습니다. 이럴거면 슈퍼히어로물을 만드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또 공동주택에 살면 어느정도 감수해야 할 것이 있는게 당연한 상식이죠. 단지 6개월치 월세를 선불로 주었다고 이사를 고려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피냄새를 지우는 방법을 알게 된 204호 남자가 덕분에 연쇄살인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내용도 그닥 대단한 반전은 아닙니다. 딱 하나, 남자의 이름이 "유영철"이라고 밝혀지는 것 정도만 괜찮았달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살인 협주곡>
부부가 서로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여행을 떠난 이야기. 앞서 이야기한 천편일률적인 심리묘사가 이어져서 지루할 뿐더러 미움의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왜 이혼같은 손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는지도 설명되지 않아서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차라리 블랙코미디로 풀어나가는게 어땠을까 싶기도 하네요.
무엇보다도 이전에 읽었던 "완벽한 부부"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완전범죄를 계획하다가 둘다 죽는다는 걸작 단편과 굉장히 유사한 것이 가장 큰 문제에요. 에필로그까지 완벽했던 해당 작품과 비교할때 완성도도 더 낮고요. 때문에 별점은 1점입니다.

<정글에는 악마가 산다>
파파라치로 돈을 벌려는 찌질이에게 닥친 가혹한 현실을 다룬 작품... 인데 최근 이슈인 수원에서 발견된 토막 살인 사건과 약간 겹쳐지는 부분이 조금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허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공통적인 문제는 여전하여 장기 밀매를 하는 범인들이 시체를 서툴게 처리한다던가 주인공이 사건의 핵심에 접근할때 무방비로 접근한다는 것 등이 전혀 설명되지 않더군요. 채팅 프로그램이 트리거가 된다는 아이디어 하나만 신선했을 뿐 건질게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숟가락 두 개>
평생 중 교도소 생활이 더 길었던 전과자와 벙어리 아가씨가 가족이 된 뒤 벌어진 가혹한 현실을 다룬 일종의 드라마. 김성종 선생님의 <어느 창녀의 죽음>과 비스무레한 스타일인데 아쉽게도 내용면에서는 약간 억지스러운 감동을 추구할 뿐 별다는 반전이나 극적 요소가 없어서 감히 비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너무 뻔하기도 했고요. 별점은 1.5점.

<그녀만의 테크닉>
친구가 자기의 남자를 빼았았다고 생각한 여인의 납치극으로 시작되어 다중인격 백합물로 끝나는 이색작. 이색적이기는 한데 아무런 복선없이 급작스럽게 진상이 드러나는 구성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광기 묘사도 별로 새롭지 않았고요. 차라리 완벽한 서술트릭물로 꼼꼼하게 작업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비밀을 묻다>
불륜 관계였던 친구 남편의 죽음을 파헤치려는 프리랜서 방송작가의 이야기. 촬영 테이프에 찍힌 자동차 번호판과 친구의 지인이 딱히 대단한 단서가 될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경찰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아내의 친구에 대해 손놓고 조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설명되지 않지만 그래도 추리적으로는 그나마 조금 괜찮았던 작품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경계선>
왕따와 원조교제 소녀의 기이한 교제와 학교 일진의 죽음에 얽힌 진상을 다룬 작품.
핸드폰을 숨겨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반전은 괜찮았지만 그 외의 요소는 사족에 불과합니다. 원조교제 소녀는 당쵀 왜 나왔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콩가루 집안의 설정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작품과는 별 상관도 없는 내용이었거든요. 가족관계의 회복을 그린 것도 아니고... 뭔가 다른 미디어믹스를 노린 티도 조금 나서 더 별로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별점은 1.5점.

<거울 보는 남자>
살인자의 관상이 따로 있다는 뻔한 아이디어를 현대적으로 풀이한 설정은 나쁘지 않았지만 전개의 비약이 너무 심했던 작품. 교수의 분노나 주인공의 범죄가 딱히 설득력있다고 보이기 어려웠어요. 좀더 짧고 임팩트있게, 서늘하게 써야 했을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14/12/11

게물랭의 댄서 - 조르주 심농 / 성귀수 : 별점 2.5점

게물랭의 댄서 - 6점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열린책들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 샤보와 르네 델포스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단골로 방문하던 캬바레 게물랭을 털 것을 계획하고 심야에 몰래 잠입한다. 그러나 그들은 캬바레 안에서 시체를 발견한 뒤 혼비백산하여 도주한다. 시체가 동물원 앞에서 유기된 채 발견되고 수수께끼의 사내에게도 미행당해 불안감에 사로잡힌 두 젊은이는 달리 마련한 돈을 처분하기 위해 다시 게물랭에 방문하였다가 장 샤보가 경찰에 체포되는데...

조르주 심농의 메그레 경감 시리즈 중 한권으로 1931년도 작품입니다. 연표를 보니 상당히 초기작이네요.
제가 읽었던 메그레 경감 시리즈 중 단연컨데 가장 이색적인 작품입니다. 다른 시리즈 작품과 차별화되는 점을 하나씩 열거해 보자면,
첫번째, 거의 책의 절반 분량까지 메그레 경감은 등장하지 않고 방탕한 청년 장 샤보의 시점으로 전개된다는 점.
두번째, 사건 발생 및 해결 모두가 벨기에의 리에주라는 도시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세번째, 일상 속 범죄, 현실 속에 감추어진 어두운 드라마가 중심이었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국제적인 첩보조직이 등장하는 등 약간은 모험소설같은 파격적인 설정.
네번째, 메그레가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유행했던 본격물 탐정들과 같은 대담한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
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중 추리소설 애호가로서 네번째 항목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피해자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그 다음에 경찰을 어떻게든 따돌리려 시도한 것에 대한 추리가 핵심인데 셜록 홈즈의 추리법이 연상되었기 때문이에요. 추리의 결과가 황당할 뿐 아니라 그것이 사실에 거의 부합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고요. 또 독자에게 비교적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역시나 고전 본격물스러운데 앞서 언급한 피해자의 기이한 행동, 담배갑을 델포스가 가지고 있다고 입을 맞춘 게믈랭 직원과 댄서의 증언으로 장 샤보가 늪에 빠지나 이후 진상이 밝혀진다는 디테일, 르네 델포스가 훔쳤다고 증언한 2천프랑의 출처 등이 대표적입니다. 피해자가 최초에 죽은 척 한 것이라는 일종의 트릭이 등장한 것도 마음에 든 점이고요. 심농이 다른 경쟁자들을 의식해서 나도 이런 거 쓸수 있다구! 라는 마음가짐으로 써내려간 느낌이랄까요.
심농 작품다운 심리묘사와 배경 묘사도 여전하여 특히나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로 생각되는)에게 쫓긴다고 생각하는 철부지의 심리묘사도 상당히 볼거리였어요. 적절한 분량이라는 미덕도 동일하고요.

하지만 약간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메그레 스스로 시체를 은닉했다는 중요한 정보를 나중에 알려주는 것은 공정치 못한 처사이고 마지막에 아델의 집으로 빅토르와 델포스가 잠입하여 물건을 회수하려 한 까닭도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은 주요 등장인물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놓고 메그레가 진상을 설명하는 추리쇼 형태로 진행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것 까지 다른 고전 본격물을 따라 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울러 피해자가 사실은 비밀첩보원에다가 암호로 된 편지까지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전 명작 중 잠수함 설계도를 다룬 작품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만 게물랭이 국제적인 첩보 조직에 속한 곳!이라는 설정은 많이 엉뚱했어요. 차별화되는 요소였을지는 모르나 설득력 측면에서는 많이 부족해 보이기도 했고요.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추천작. 메그레 시리즈의 일반적인 스타일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호오가 갈릴 수 있고 제 기대와도 약간 달라서 별점은 2.5점입니다만 추리 애호가라면 즐길거리가 많고 심농만의 장점도 여전히 유효한 독특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2014/12/09

파리인간 - 한스 올라브 랄룸 / 손화수 : 별점 2.5점

파리인간 - 6점
한스 올라브 랄룸 지음, 손화수 옮김/책에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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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당시 독일에 대한 저항군으로 활약했고 전후에는 고위 관직도 역임했던 하랄 올레센이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수사 총 책임자로 임명된 콜비외른 크리스티안센 경감에게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랑나르 보르크만 교수가 자신의 딸 파트리시아를 소개하여 수사에 대해 조언을 받을 것을 권하고, 그녀의 뛰어난 추리력을 알아챈 크리스티안센은 그녀와 함께 사건 해결을 위해 나아가는데....

노르웨이 작가의 추리소설. 원래 북유럽 쪽 추리소설은 취향이 아닌데 평이 굉장히 좋았기에 읽게 되었습니다.

이래저래 제 예상과는 많이 다른 특이한 작품인데 특이사항 첫번째는 정통 본격물 느낌의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북유럽 추리소설이라 <웃는 경관>이나 발란더 시리즈와 같은 묵직한 수사물이나 요 네스뵈로 대표되는 스릴러라고 예상했는데 의외였어요. 첫 사건인 하랄 올레센 살인사건에 사용된 밀실 트릭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현대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시대배경이 1968년이라 비교적 고전적인 추리가 사건 수사에 동원될 여지가 많았던 것 같네요.
두번째 특이사항은 탐정역의 천재 소녀 파트리시아 캐릭터입니다. 발로 뛰는 형사와 장애가 있어 칩거하는 천재 소녀의 조합도 전통적인 안락의자 탐정물 형식을 그대로 따른 것인데 불구의 천재는 링컨 라임이 독보적이기야 하겠지만 추리소설을 백여권 읽은 추리소설 매니아라는 설정이 독특해요. 같은 매니아로서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처음 만났을 때 책상에 놓인 책 중 한권은 스텐리 엘린의 작품이라는 디테일까지! (1968년은 <발렌타인의 유산>이 발표된 해이기도 하죠) 매니아답게 여러가지 추리소설을 응용하며 대화를 하는 것도 재미있는데 아이 울음소리를 불평한 주민이 있었는지를 물어보는 식으로 셜록 홈즈를 흉내내는 것 같은거 말이죠. 중반부에 공소시효가 끝난 뒤 벌어진 동일한 범죄를 다룬 조르주 심농의 작품을 언급한 것도 기억에 남는데 무슨 작품일까 궁금해집니다. 물론 추리소설 백여권 읽은 걸로는 매니아계에 명함도 내밀지 못할 수준이라 생각되기는 합니다만...
아울러 최근 작품에서는 보기 드물게 범인이 가짜 범인을 조작하는 과정이 등장한 것도 특이한 점입니다. 이런 점도 고전 정통 본격물 스타일이라 할 수 있겠죠. 그 외에도 여러 증언들을 정교하게 배치하여 진상까지 끌고가는 솜씨도 상당히 인상적이였어요.

이러한 고전적 추리 스타일에 더하여 전쟁영웅인줄로만 알았던 하랄 올레센의 과거가 아파트 거주민들을 통해 하나씩 밝혀지는 과정이 흥미진진해서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2차대전 중 국경지대 안내인이 자기 방어를 위해 두명의 유대인 부부를 사살한 후 무죄판결을 받았던 펠드만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데 역사학자라는 작가의 특징이 잘 발휘된 느낌이에요. 안데르손에게 듣는 하랄과 디어풋의 목숨을 건 탈출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이야기가 될 정도로 박진감이 넘치는 등 디테일도 상당히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데뷰작이기 때문일까요? 아쉬운 부분도 많이 보입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정통 추리물의 스타일을 따르고는 있지만 실제 추리적인 내용이 그렇게 잘 짜여져 있는 인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인물들이 하랄과 엮여있다는 작위적인 인간관계도 지나쳤으며 주요 인물들의 증언이 거의 모두 거짓이라 처음부터 공정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맛도 부족했고요. 처음에 등장하는 밀실 트릭은 레코드판이 아니라 테이프를 사용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유치한 수준에 그칠 뿐더러 반 다인의 작품 등에서 이미 선보였던 고전적인 트릭이라 참신성이 부족했습니다. 휠체어에 앉아있던 장애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마지막 장면도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가 출연했던 수작 스릴러 <서스피션> 등 여러 작품에서 숱하게 등장했던 것이죠.마지막에 모든 주요인물을 모아놓은 추리쇼와 같은 작위적 설정까지 고전적 스타일을 답습했어야 했는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또 비록 이십여년이 지났지만 사진까지 있는데 디어풋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범인이 왜 원래 계획대로 자살을 위장한 완전범죄를 벌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총도 새로 구해왔으니 모든 준비가 끝난거 아닌가요?
덧붙이자면 사라의 미모와 크리스티안과의 불륜은 지나치게 과하게 묘사된 듯 싶었어요. 할리퀸 로맨스 성인버젼을 읽는 기분이었으니 말 다했죠.

그래도 이 정도면 꽤 괜찮은 데뷰작인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추리적인 완성도가 미흡하여 별점은 2.5점입니다만 읽히는 재미만큼은 충분하므로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롯데, 보상선수 정재훈 지명

기사

장원준 선수의 보상선수로 롯데가 정재훈 선수를 지명했다는 기사가 발표되었네요. 두산의 명단은 과거 제 명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명단이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솔직히 롯데의 선택은 이해가 잘 되지 않네요. 현재 롯데의 전력을 보면 아무리 5등안에만 들면 된다지만 그것도 녹록치 않아 보일 정도로 유출선수도 많고 전력약화가 심해서 미래를 내다본 지명이 나았을것 같은데 말이죠. 제 명단과 다르게 오현택, 변진수, 김재환 선수가 모두 묶였더라도 긁어보지 못한 신인이나 차라리 소문대로 박건우 선수를 지명했더라면 더 유용하게 쓰이지 않았을까요?

여튼 정재훈 선수, 그간 많이 고생했었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누가 가도 아쉬웠겠지만 김경문 감독 시대를 상징하는 거의 마지막 남은 선수라 더 아쉬움이 크네요. 이왕지사 이렇게 된거, 롯데에서도 좋은 활약 계속 보여주어서 두번째 FA에서도 성과로 보상받기를 기원합니다.

2014/12/08

블로그 개설 11주년

블로그 개설 10주년

2003년 12월 7일에 시작한 hansang 블로그가 드디어 10년을 넘어 11년차가 되었습니다. 현재까지의 기록은 총 포스트 2,313개에 목표로 했던 추리소설 1,000권 읽기는 671권째, 그리고 방문객은 928,277분입니다.

아직도 백만명을 넘지 못하다니 마이너 중의 마이너죠. 하지만 11년간의 블로그 운영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며 이 블로그를 통해 맺은 여러분들과의 인연과 추억 역시 저에게는 무척 소중한 것입니다. 앞으로 추리소설 1,000권을 채울 때 까지, 그리고 20년이 되는 그때까지 무탈하게 잘 운영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여튼 그동안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종종 찾아주세요. 제발~

웨스턴 리벤지 The Salvation (2014) - 크리스티안 레브링 : 별점 3점



7년만에 만난 아내와 아들을 잃은 존은 가해자를 응징하나 가해자는 마을을 지배하는 악당 두목 델라루의 동생이었다. 사로잡힌 존은 죽기 일보직전의 상황에 처하지만 동생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동생마저 델라루 일당에게 살해당하고....

간만에 본 서부극. 원래 서부극이라는 장르를 좋아하기도 했고 이런저런 평이 괜찮은 편이라 보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서부극은 아니고 오히려 전통적인 서부극과 차별화된 부분이 눈에 뜨이는 작품입니다. 이러한 부분은 유럽 출신 감독과 배우에 의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촬영된 서부극이라는 제작형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네요.

대표적인 것은 설정, 즉 사람들이 폭력에 의해 지배된다는 설정과 그에 따른 암울한 전개입니다. 흔하다면 흔할 수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야 그렇다 쳐도 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시장과 보안관마저 굴복하고 오히려 앞잡이 역할까지 하는 영화는 처음 본 것 같아요. 돈과 지위로 사람들을 핍박하는 현재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아서 굉장히 설득력있게 다가오기도 했는데 서부극의 형식을 빌은 현실 비판 영화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풍자적인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 무법 천지에다가 수틀리면 어디론가 떠나면 되는 서부보다 더 굴종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실이 더 암울할지도?
그나마 주인공이 참고 인내하지 않고 직접 행동에 나서 악의 무리를 처단하기는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암울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비겁한 보안관 나부랭이들과 진짜 흑막인 다국적기업(?)이 건재하고 마을에 석유가 나는 이상 폭력적인 억압은 계속될 것이 뻔하기 때문인데 그야말로 꿈도 희망도 없는 내용이죠.

이러한 비참한 현실을 아내, 어린 아들, 동생에 나이어린 조력자마저 죽여버리는 전개와 현재를 강조한 각본 (덕분에 캐릭터와 내용에 있어 자세한 설명이 부족한 것이 눈에 뜨입니다), 날것 그대로의 느낌으로 현실감을 배가시키는 촬영 (그야말로 이글거리는 느낌) 및 배우들의 연기로 극대화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특히 존역의 매즈 미켈슨의 Cool한 연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단 한번도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눈빛과 표정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는 연기에는 탄복할 수 밖에 없었어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으나 독특한 영화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러닝타임도 짧아 부담도 없고요. 하지만 저에게는 영화가 현실을 반영해서 적나라하게 알려주는 것 보다 영화를 볼 때 만이라도 현실을 잊을 수 있는, 현실의 도피처 역할을 해 주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살기도 힘든데, 영화를 볼 때만이라도 즐겁고 행복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쉽게 추천드리기는 어렵네요.

덧 : 한국판 제목은 정말 최악입니다.

2014/12/05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 우치다 야스오 / 김현희 : 별점 2.5점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 6점
우치다 야스오 지음, 김현희 옮김/검은숲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쿄 신쥬쿠 중심가에서 한 남자가 갑자가 쓰러져 사망한다. 피해자 가와시마의 사인은 독살로 밝혀지지만 범인과 이유는 미궁에 빠진다. 유일한 단서는 그가 지니고 있던 삼각형 모양의 기이한 방울 뿐.
비슷한 시기, 노가쿠 명문인 미즈카미류의 후계자 가즈타카가 "도조지" 공연 중 사망한다. 심근경색으로 발표되지만 독살이 아닌가 의심되는 상황.
아버지 지인의 부탁으로 취재차 노의 본고장인 요시노와 덴카와 신사 근처에 머무르던 아사미 미츠히코는 우연히 미즈카미류의 종가 가즈노리 실종사건에 연루되어 사건에 뛰어들게 되는데.


1988년 발표된 우치다 야스오의 아사미 미츠히코 시리즈 23번째 장편

그동안 읽어본 아사미 미츠히코 시리즈가 심하게 기대 이하라 크게 기대가 되지는 않았었는데 이 작품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50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대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흡입력있게 읽힙니다. 명성과 인기가 이해되는 수준의 대중 소설로의 미덕은 충분히 갖춘 작품이었어요. 조금 지루해질만 하면 한개씩 사건이 벌어지는 전개 (가와시마 살인사건 -> 가즈타카 살인사건 -> 가즈노리 실종사건 -> 아사미 체포 -> 가즈노리 변사체 발견 ...)로 흥미를 유발시키는 솜씨도 일품이고 일본 전통 무용 노가쿠와 덴카와 신사와 엮어서 풀어나가는 이야기도 상당한 재미를 선사해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가쿠", "노", "노멘"이 핵심 설정이자 트릭의 한가지로 이용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그러고보니 일본도 전통 문화가 센 편이니 만큼 유사한 작품이 제법 있는데 <탐정 레이디 X 시리즈 - 거울 속의 나>가 일단 떠오르네요. 가부키, 고토 종가 가문의 후계자 다툼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설정 자체는 거의 판박이죠. "도조지" 공연 중 종 안에서 사람이 죽는다는 이야기는 <갤러리 페이크>가 떠올랐고요. (여기서는 일종의 사고였지만)
아울러 여정 미스터리의 대가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제목이기도 한 요시노 지방 및 덴카와 신사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도 아주 인상적이에요. 풍광이라던가 다양한 행사, 먹거리까지 꼼꼼하게 소개되는 것이 한편의 기행문이라 해도 손색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아사미 미츠히코 캐릭터의 매력도 볼만합니다. 인기 시리즈가 된게 이해가 될 정도로 독특한 맛이 느껴졌어요. 명문가의 훈남으로 당시 잘나가던 스포츠카 렉서스 소아라 (1세대겠죠?)를 타고다니는 멋쟁이인데 허술하고 보이는게 여심을 마구 자극하지 않았을까 생각되거든요. <바쿠만>에서 대박이 나려면 여성 독자가 읽어야 한다고 나왔었는데 왜 이 시리즈가 대박이 났는지 뭔가 조금 알것 같기도 하네요.

그러나 읽히는 재미에 비하면 추리적 완성도는 그닥입니다. 이유로는 첫번째 범행, 즉 가와시마 독살사건이 너무나 무책임하고 어이없는 탓이 커요. 협박범이 보낸 편지를 받았다고 우편배달부를 살해한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또 메신저를 살해했다면 바로 협박범도 찾아가서 죽였어야지 왜 진짜 협박범은 그냥 살려둔걸까요? 협박 당사자인 나가하라 도시코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 역시 이해 불가에요. 자기 대신 찾아간 사람이 죽었다면 겁이 나서라도 경찰에 신고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게다가 가즈타카가 죽은 시점에서 도시코가 가만히 있을 이유도 없으며 대관절 종가인 가즈노리가 도시코를 찾아가서 무슨 결말을 지었는지도 설명되지 않는 등 일련의 과정이 대충대충 진행되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가와시마 사건을 추적하던 경찰이 가즈노리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 시점에서 가와시마 살해가 가즈노리의 자살로 이어졌다는 당연한 추리와 수사를 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이렇게 되었더라면 가와시마 살해 동기를 본격적으로 밝혀서 보다 손쉽게 진상이 드러났을텐데 말이죠. 특히나 덴카와 신사의 미스즈로 인해 두명의 연결고리가 드러난 이상 이렇게 수사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작중 명탐정이라 불리우는 아사미의 활약도 거의 전무한 것도 아쉬운 점이에요. 작중에서의 아사미의 추리는 본인 스스로 "감"이라는 것에 의존할 정도로 비논리적인데 가와시마가 독살당한 사건에 "여자"가 관련되었을 것이다라고 추리하는 것이 대표적이죠. 살해방법인 노멘 가면에 발라놓은 독이라는 트릭도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되고 있어서 명탐정의 추리가 필요할 정도의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되었고요. 또 가즈노리 사건이 자살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아사미의 추리는 수사에 방해가 되었을 뿐이에요. 결국 죽을 사람이 다 죽은 뒤에나 진상을 알게된다는 점도 당황스러운데 이쯤되면 이건 일본 추리소설 속 명탐정들의 전통이자 특징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네요. 어차피 죽을 사람 다 죽으면 탐정이 무슨 소용인지....

그래도 가즈타카 살인사건 하나만큼은 동기도 명확하고 트릭도 나쁘지 않은 편이에요. 동기나 트릭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본격물스러운 맛을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주요 설정인 노가쿠를 효과적으로 사용한 트릭인 만큼 점수를 더 주고 싶네요. 차라리 가와시마 사건은 삭제하고 가즈타카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하는게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가와시마의 딸 치하루 시점에서 쓰여진 배경 묘사도 다 들어내는 식으로 정리하면 300페이지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되었을 것 같은데 여러모로 아쉽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맛은 있고 추리소설계에 이름을 남긴 명탐정 아사미 미츠히코의 매력 가득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추리애호가로서 "추리"라는 요소가 부족한 탓에 감점하지만 추리소설 초심자, 특히 여성분들이라면 꽤 즐겁게 읽으실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덧붙이자면 일찍이 영상화가 여러번 된 작품인데 (심지어 첫번째 작품은 가도카와 제작 - 이치가와 곤 감독이라는 상상이상의 컴비!)추리적으로는 간단하고 오히려 훈남 주인공과 주위의 미녀들, 아름다운 풍광 등이 부각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영상물로 감상하는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한번 구해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