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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 - 고마츠 사쿄 / 이동진 : 별점 1.5점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 - 4점
고마츠 사쿄 지음, 이동진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노노무라는 은사의 친구 반쇼야 교수가 발굴했다는 기묘한 모래시계 때문에 탐사여행을 떠난다. 모래시계는 어느 방향으로 뒤집든 끊임없이 모래가 떨어지는 4차원적인 구조를 가진 물체. 그러나 발굴현장인 고분을 탐사하던 모든 일행과 관계자가 잇달아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와중에 노누무라 역시 시속 70킬로미터로 달리던 택시 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저자인 고마츠 사쿄는 호시 신이치츠츠이 야쓰타카와 함께 이른바 일본 3대 SF 작가 중 한명입니다. 그러나 다른 두명에 비하면 국내에서의 인지도나 대접이 시원치 않아서 영화로 더 잘 알려진 <일본침몰> 이외에는 소개된 적이 없었죠. 그래서 소개만으로도 무척 반갑고 기쁠 뿐더러 이 작품은 그야말로 일본 SF 최대 걸작 중 하나로 이런저런 매체에서 항상 소개되고 있는 탓에 기대가 무척 컸었습니다.

그러나... 도대체 뭘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더군요. 저의 짧은 이해로는, 노노무라는 이른바 신에게 선택받은 자이지만 우매한 인류에게 지혜를 전해주려다가 신에게 쫓기게 되고 최후의 순간에 신에게 가까이 다가서지만 결국 추락하여 평범한 인간이 되어버린다는 타천사 루시퍼 이야기의 변주로 보이기는 했습니다만... 여기에 진화와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복잡하게 꼬여있거든요.

물론 끝없이 떨어지는 모래시계, 모래시계가 발굴된 고분의 기이한 구조, 모래시계와 고분 탐사에 관련된 인물들에게 벌어진 기묘한 사건이라는 초반부만큼은 이해하기도 쉽고 굉장히 흥미롭기는 했습니다. 노노무라 - 사요코 커플의 장대한 러브스토리 역시 인상적이었고요. 


그러나 뒤의 이야기는 이해와 몰입을 저해할 뿐이었습니다. 곧바로 이어지는 초과학 연구소에서 일어난 폭발사건, 태양의 이상현상으로 멸망이 닥친 지구에 찾아온 외계인들, 외계인들에 의해 분류되는 인류, 이어지는 습격과 추격 등은 모두 토막나 있어서 제대로 연결되는 것 같지도 않고 앞뒤의 인과관계도 불명확하거든요. 게다가 반쇼야 교수는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외계인들이 찾아온 뒤에 지구가 멸망한 것인건지 아닌건지, 엘마와 한스 마리아 후민은 어떻게 되었다는건지, 애초에 대립하는 두 단체의 성격과 대립의 과정은 무엇인지 등과 같이 뿌려놓은 복선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고요. 심지어 모래시계의 정체를 일종의 발신기라고 설명하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이래서야 모래시계는 작품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그냥 흥밋거리 소도구에 불과하죠. 그야말로 전형적인 맥거핀, 흥미거리 떡밥이랄까요. 여튼, 작가의 욕심만 지나칠 뿐 이야기를 제대로 정리하고 마무리짓는 힘이 부족했습니다...
게다가 쓸데없이 복잡합니다. 시공간을 4차원 축으로 놓고 어쩌구 한다는 이론은 작품 이해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작가가 나 이만큼 똑똑해! 라고 현학적 능력을 과시한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어요. 이러한 현학적 과시의 대표적인 예는 네안네르탈인 집단에 던져진 호모 사피엔스 생존자를 묘사하던 부분인데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피해자가 한다는 말이 "1930년에 발굴된 이스라엘 카르멜 산 동굴 기억하나?" 어쩌구라니 오버도 정도가 있어야죠.

차라리 초반부 이야기만 더 깔끔하게 정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시간 이동에 대한 SF 멜로는 <민들레 소녀>가 이미 한 정점을 찍기는 했지만 이 작품은 물리적인 시간 이동과는 조금 다르게 설명되기 때문에 평행 우주 이론을 살린다던가 하는 식으로 다른 방식도 가능했을 것 같거든요. 모래시계가 발신기라는 작중 아이디어를 더하여 다른 시공에 있지만 모래시계의 한쪽 끝이 연결된 사요코에게 모르스부호와 같은 신호를 보낸다던가 하는 식으로 모래시계도 적절하게 이용해가면서 말이죠. 

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서 좋은 별점을 준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로저 젤라즈니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작가의 생각을 잘 전달하는 작품은 쎄고 쎘죠. 예를 들어 불멸의 삶과 그에 따른 진화, 생명에 대한 고찰은 <불새 우주편>이 훨씬 쉽고 재미있었어요. 그 어렵다는 <쿼런틴> 조차도 이 작품에 비하면 차라리 재미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나이가 든 탓에 쉽게 쉽게 읽히는 간단한 독서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으나 뭔가 있어보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 좋은 대접을 받았던 시대의 유산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고마츠 사쿄라는 작가의 작품을 접한 기쁨은 크지만 널리 권할만한 작품은 아니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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