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임팩트 17 - 스즈키 나카바 지음, 정선희 옮김/서울문화사(만화) |
골프에 관심을 둔 친구가 많아져서 이런 저런 작품을 읽다가 만나게 된 작품. 완결된지 10년도 더 넘게 지났네요.
그런데 골프만화는 아니고 전형적인 왕도형 배틀 판타지 만화더군요. 초등학생이 400야드가 넘는 드라이버샷을 날린다던가 수십미터짜리 버디 퍼팅과 칩인 어프로치를 당연하게 성공시키는 판타지 설정에 더하여 “기프트”라고도 불리우는 각자의 필살기 (“라이징 임팩트”, “샤이닝 로드”…) 가 존재하며 주인공이 아무리봐도 초등학생같지 않은 라이벌들과 싸워 나가고, 그 라이벌들과 한팀이 된 이후 다른 라이벌 팀과 싸워 나가고, 그 라이벌 팀과의 싸움이 끝난 뒤 진정한 라이벌 팀이 나타나고… 하는 식의 전형적인 소년만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니까요. 한마디로 만화에서 골프는 단지 소재일 뿐입니다. 골프시합은 성투사들과의 전투, 라이징 임팩트는 페가사스 유성권으로 바꿔도 이야기는 성립할겁니다.
허나 아쉽게도 가면 갈수록 인기가 떨어진 탓일까요? 카멜롯과 그렐 킹덤과의 최종 결전에서 “자 이제 승부를 시작해볼까!”라는 말과 함께 바로 10년 후로 넘어가 후일담이 이어지는 어처구니없는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그야말로 편집부의 압력 ("당장 집어쳐!")이 느껴지더군요. 그나마 후일담에서 거의 모든 등장인물에 대해 정리해주는게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물론 “점프”에서 단행본 17권 분량까지 연재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왕도형 배틀 판타지로서의 재미는 갖추고 있긴 합니다. 다양한 홀의 구성과 환경에 맞춰 서로의 필살기를 펼쳐나가는 것이 꽤 그럴듯하거든요. 몇몇 장면에서는 두뇌싸움을 보는 맛도 약간 느껴지고요. 또 천연계 주인공 가웨인 캐릭터는 이런 류의 만화에서는 보기 드문 캐릭터라는 점에서 차별화되기는 합니다. 갈수록 너무 뻔해진다는 것과 다른 캐릭터들이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은 아쉽지만 말이죠.
여튼 기대와는 전혀 달랐던 전형적인 소년 만화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중년에 접어든 제가 읽기에는 너무 유치했어요. 킬링타임용으로 오래 기억될 작품은 아니네요.
덧붙이자면 주인공은 가웨인에 라이벌은 란슬롯, 끝판왕은 트리스탄, 다니는 학교는 카멜롯인 등 아더왕 전설에서 모티브를 따 오기는 했으나 그냥 그뿐입니다.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끝판왕은 모드레드에 모르가나 정도는 나와줬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요. 일본이 무대인 만화에 왜 억지로 이런 이름을 가져다 붙였는지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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