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 도현신 지음/시대의창 |
전쟁과 관련된 음식들 및 해당 음식과 요리의 역사적 배경을 함께 소개해 주는 식문화사 서적이자 일종의 미시사 서적입니다.
전쟁 때문에 비롯된 음식들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리라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전쟁으로 전파되거나 전쟁에서 요긴하게 사용되었던 음식과 요리들 소개가 없는건 아닌데, 억지로 끼워 맞춘 음식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예를 들면 바이킹이 뷔페와 샌드위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음식을 조리해 놓고 알아서 덜어 먹는 문화가 과연 바이킹만의 것이었을까요? 예전에는 다 그렇게 먹었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심지어 전쟁과 전혀 관계가 없는 요리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의 청어잡이는 청어가 돈이 되어서 잡았던 겁니다. 전쟁과는 관련이 없어요. 실제로 전쟁과 직접 관련되어 만들어진 음식은 오스만 제국을 물리친 기념으로 제빵사 피터 벤더가 초승달 모양을 본떠 만든 크루아상 정도 뿐입니다.
또한 다른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내용이 많이 실려 있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예를 들면 스팸 이야기는 너무 많이 접해 지겨울 정도지요. "오무라이스 잼잼"에서도 이미 충분히 다루어졌을 정도로요.
그래도 워낙 많은 음식들이 소개되기 때문에 건질 게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소설과 애니메이션 "보물섬"에서 묘사된, 당시 선원들이 럼주를 마실 수밖에 없었던 이유 - 물 보관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 - 라던가, 나치 독일에서 콜라를 구할 수 없게 되자 "환타"를 만들었다는 등의 이야기는 흥미로왔어요.
처음 알게 된 사실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알라모 전투 이후 몰락해 미국에 망명한 산타 안나가 사진작가 토마스 애덤스에게 치클을 알려준게 껌의 기원이었다, 프렌치 프라이는 프랑스가 아니라 벨기에에서 시작되었다'가 그러합니다. 벨기에 뫼스 계곡 사람들은 원래 작은 물고기를 튀겨 먹었는데, 강물이 얼어버려 물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되자 감자를 길게 썰어 튀겨 먹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이는 세계 최초의 감자튀김이기도 하고요.
또한 탕수육이 청나라 말기에 외국인을 접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은 진위 여부를 떠나 그럴듯했고, 채만식의 "태평천하"에도 언급될 정도로 탕수육이 일제 강점기 때 이미 널리 알려진 음식이었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었어도,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정말로 "전쟁"에 얽힌 음식들만 심도 있게 파고들었더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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