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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8

J. 하버쿡 젭슨의 진술 - 아서 코난 도일 / 송기철 : 별점 2점

J. 하버쿡 젭슨의 진술 - 4점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송기철 옮김/북스피어

코난 도일의 출세작인 표제작을 포함한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단편집입니다. 홈즈 시리즈 외의 다른 작품을 읽어본 경험에 따르면 지금 읽기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만, 표제작부터 그동안 궁금했던 작품일 뿐더러 마이클 더다의 '코난 도일을 읽는 밤'"에서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소개한 "북극성 호의 선장", "249호 경매 품목"이 함께 실려 있어서 구매하게 되었네요.

그러나 역시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예상대로였습니다. 지금 읽기에는 모두 낡아버린 소재와 전개의 이야기들입니다. 재미와 현재의 가치만 따지면 별점은 2점 이상 주기 어렵습니다.

물론 코난 도일 경을 경애하고 있으며 고전 추리문학 애호가이기도 한 저 같은 사람에게는 소장할 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하며, 출간된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입니다. 앞으로도 북스피어와 임프린트 에스프레소 노벨라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수록작별 간단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J. 하버쿡 젭슨의 진술"

선박 관련 사건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인 "메리 셀레스트호 사건"을 픽션으로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작품에서는 "마리설레스트호"라고 등장합니다. 'J. 하버쿡 젭슨'이라는 꽤나 그럴듯한 이력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가 마리설레스트호의 유일한 생존자이며 죽기 전 진상을 고백한다는 내용이지요.

워낙 유명한 사건을 다룬 작품이긴 하나, 이야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배에 남겨진 모든 것들이 너무나 평온했다는 실제 사건과 달리, 작품 속 진상은 거의 선상 반란에 가까워 억지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코난 도일이라는 작가의 시작점을 엿볼 수 있는 상세한 설정은 인상적이에요. 하버쿡 젠슨이 흑인 노예에게 받은, 사람 귀 모양의 기묘한 돌에 대한 묘사라던가 이 돌이 그의 목숨을 구해준다는 설정은 흥미로웠거든요. 사건의 흑막인 혼혈아 고링도 돋보였어요. 첫 등장부터 손가락이 없는 손이라는 묘사로 오싹함을 전하고, 고링이 설파하는 복수와 흑인들의 국가를 세우겠다는 이상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던 덕분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실제로 관계된 사람이 많은 사건을 픽션으로 다룬 것이 가능했던 것은 빅토리아 시대라서였을까요? 지금 시점에 "천안함 제대병이 이야기하는 천안함의 진상!" 같은 제목으로 UFO가 배를 파괴했다는 소설을 쓴다면 아마 잡혀가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지요.

"가죽 깔대기"

거대한 가죽으로 만들어진 깔대기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기묘한 맛"류의 작품입니다. 브랑빌리에 후작부인을 등장시켜 역사 추리물스러운 분위기를 전해주는 점도 좋았고요.

그러나 역시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았습니다. 깔대기 주둥이에 있는 이상한 자국의 정체는 쉽게 눈치챌 수 있었고, 강력한 염원이 있으면 그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다는 설정도 시대를 고려하면 대단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허황되고 장황했어요. 이렇게 길게 끌 필요는 없었습니다. 특히 깔대기의 정체가 드러난 이후에도 전개가 늘어진 점은 아쉬웠습니다.

결론적으로는 평작.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임은 분명하지만 시대를 초월하지는 못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경매품 249호"

동양 사상에 정통한 음침한 친구가 경매품 249호 미이라를 구입한 뒤, 그 친구의 원수에게 기묘한 습격이 일어나고, 같은 건물에 살던 스미스 등이 그의 방에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분량은 가장 길지만, 그러한 분량을 갖출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누가 봐도 미이라를 조종하는 음모라는 게 명확한데, 이를 대단한 서스펜스처럼 길게 끌고 가는 순진함이 다소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그나마 긴 분량에 걸맞는, 영국스러운 상세 묘사는 그런대로 볼만했습니다. 보트 대회라든가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 특히 흑막 벨링엄을 찾아가 정중하게 협박하여 미이라를 비롯한 관련 물품을 불태우는 결말은 굉장히 영국적인 결말이었다고 생각되니까요.

그러나 지금 읽기에는 시대착오적인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북극성호의 선장"

포경선 북극성호가 빙원에 고립된 후 유령과 조우하여 벌어진 기묘한 사건을 그린 작품입니다.

다른 선원들의 목격담이나 동요도 있지만, 주로 선장에게 일어난 변화를 중심으로 서술됩니다. 지금 읽기에는 일종의 순애보 같은 느낌도 들었고, 고유성 화백의 대표작인 "복제인간"도 연상되었습니다.

그러나 선장의 심리묘사 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어, 재미나 가치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마이클 더다가 왜 그렇게 극찬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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