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하버쿡 젭슨의 진술 -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송기철 옮김/북스피어 |
코난 도일의 출세작인 표제작을 포함한 네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단편집. 사실 홈즈 시리즈를 제외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본 경험에 따르면 지금 읽기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만.... 표제작도 그동안 궁금했던 작품일 뿐더러 마이클 더다의 <코난 도일을 읽는 밤>에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소개된 <북극성 호의 선장>, <249호 경매 품목>이 함께 실려있어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예상대로였어요. 지금 읽기에는 모두 낡아버린 소재와 전개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재미와 현재의 가치만 따지면 별점은 2점입니다.
물론 코난 도일 경을 경애하고 있으며 고전 추리문학 애호가이기도 한 저같은 사람에게는 소장할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하며 출간된 것 만으로도 반가운 일이죠. 앞으로도 북 스피어와 임프린트 에스프레소 노벨라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J. 하버쿡 젭슨의 진술>
선박 관련 사건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사건이라 할 수 있는 "메리 셀레스트호 사건"을 픽션으로 재구성한 작품. 작품에서는 "마리설레스트호"라고 등장하고 있습니다.
J 하버쿡 젭슨이라는 꽤나 그럴듯한 이력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가 마리설레스트호의 유일한 생존자이며 죽기전 진상을 고백한다는 설정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긴 하나 내용만 놓고보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배에 남겨진 모든 것들이 너무나 평온했다는 사건에 비해 작품 속 진상은 거의 선상 반란에 가까운 것이라 굉장히 억지스럽거든요.
그러나 디테일한 설정에서 볼만한 것이 많아요. 코난 도일이라는 작가의 시작점인 작품답게 말이죠. 처음 하퍼쿡 젠슨이 흑인 노예에게서 받은 운석이 재료인 사람 귀 모양의 조각이 있는 기묘한 돌에 대한 묘사와 이 돌이 그의 목숨을 구해주게 된다는 설정도 괜찮았지만 무엇보다도 사건의 흑막인 혼혈아 고링 캐릭터가 아주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첫 등장부터 손가락이 없는 손이라는 묘사를 통해 오싹함을 전해주고 이후 사건을 저지르게 된 계기인 복수와 흑인들의 국가를 세우겠다는 이상도 아주 와 닿더군요. 전형적인 백인의 사고방식으로 악의 화신으로 매도하고는 있지만 충분히 일국을 이끌만한 영웅임에는 분명하겠죠.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실제로 관계된 사람이 많은 작품을 이렇게 가상의 픽션으로 다루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역시나 빅토리아 시대인 덕일까요? 지금 시점에 "천안함 제대병이 이야기하는 천안함의 진상!" 뭐 이런 제목으로 UFO가 나타나 배를 파괴했다는 소설을 쓰면 잡혀가지 않을까 모르겠네요.
<가죽 깔대기>
거대한 가죽으로 만들어진 깔대기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작품. "기묘한 맛" 류의 작품입니다. 브랑빌리에 후작부인을 등장시킨 역사 추리물스러운 분위기가 괜찮았어요.
그러나 역시나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았습니다... 예를 들면 깔대기 주둥이에 있는 이상한 자국의 정체는 쉽게 눈치챌 수 있었거든요. 또 강력한 염원이 있다면 그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다는 잔류사념 아이디어는 시대를 고려하자면 대단한 발상이기는 하나 허황되고 장황한 설정으로 너무 길게 끈 감이 있어요. 특히나 깔대기의 정체가 드러난 이후에도 너무 길게 끌고간거 아닌가 싶네요.
결론적으로는 평작.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한데 시대를 초월하지는 못했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경매품 249호>
동양 사상에 정통한 음침한 친구가 구입한 경매품 249호 미이라. 그 친구의 원수에게 기묘한 습격이 일어나고 같은 건물에 살던 스미스 등은 그 친구의 방에 또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분량은 가장 길긴한데 그러한 분량을 갖출 필요가 있었을지 의심스러웠던 작품. 누가 봐도 미이라를 조종해서 음모를 꾸민 것이라는 것이 명확한데 이것을 대단한 서스펜스마냥 길게 끌고나가는 순진함이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뭐 이건 작품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대의 문제겠지만요.
그래도 긴 분량에 걸맞게 도드라지는 영국스러운 디테일은 그런대로 볼만하기는 했습니다. 보트대회라던가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 말이죠. 특히나 흑막 벨링엄을 찾아가 정중하게 협박하여 미이라를 비롯한 모든 관련 물품을 불태운다는 결말이야말로 굉장히 영국적인 결말이었다 생각됩니다.
그러나 지금 읽기에는 시대착오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북극성호의 선장>
포경선 북극성호가 빙원에 고립된 후 유령과 조우하여 벌어진 기묘한 사건을 그린 작품.
다른 선원들의 목격담이나 동요도 있지만 주로 선장에게 일어난 변화 중심으로 서술된 작품. 지금 읽기에는 일종의 순애보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고유성 화백의 대표작인 <복제인간>도 연상되고 말이죠.
허나 선장의 심리묘사 외에는 내용이 별다른게 없고 딱히 재미나 가치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마이클 더다가 왜 그리 극찬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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