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말" 등 만담가 '엔시 씨와 나'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 일상계 추리물의 창시자 기타무라 가오루(카오루)의 또다른 시리즈 작품입니다. 제목 그대로 필명이 복면 작가인 이중인격 아가씨 니이즈마 치아키와 편집자 오카베 료스케 컴비가 여러가지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지요. 국내에는 아직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았는데, 작가의 팬인 탓에 원서를 번역해서 읽어보았습니다.
특징이라면 기타무라 카오루 작품답지 않은 가볍고 만화적인 설정입니다. 엄청난 가문의 영애로 미모와 추리력, 거기에 집 밖을 나서면 성격이 야성적으로 변하는 이중 인격 탐정 니이즈마 치아키 설정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 설정은 아주 많이 별로였습니다. 다른건 다 그렇다쳐도, 집 밖으로 나서자마자 성격이 변한다는건 납득하기 힘드네요. 설득력도 없고 현실적이지도 못하며, 작품에서 별로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니까요. 그냥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귀한 집 아가씨라는 설정의 안락의자 탐정물로 만드는게 훨씬 더 나았을 겁니다.
추리적으로도 평범합니다. 사소한 정보와 단서에서 진상을 끌어내는 전개 솜씨는 여전하나, 동기면에서 설득력을 가져가고 있지 못한 탓이 큽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영 기대에 미치지 못했네요. 국내에 정식 소개되더라도 시리즈를 더 찾아 읽어볼 생각은 없습니다. 미노 미즈호의 만화가 조금 유명한 듯 한데(제 기억에 해적판으로 오래전에 소개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만화로 소개되는게 더 나을 듯 합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트릭, 진상 및 진범에 대한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복면작가의 크리스마스
잡지 '추리세계' 편집자 오카베 료스케는 신인 작가 ‘니이즈마 치아키’를 만나러 갔다. 치아키는 엄청난 집의 아가씨로 귀족적인 외모에 섬세한 감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문을 나서는 순간 전혀 다른 인격으로 변해버리는 특징이 있었다.
그 무렵, 근처 여고 기숙사에서 한 여학생이 살해당한다. 단서는 딱 하나, 피해자가 선물받았지만 사라져버린 ‘토끼 오르골’이었다. 치아키는 오르골 포장이 뜯어져 있었는지에 주목한 뒤, 범인을 밝혀낸다.
편집자 오카베 료스케, 쌍둥이 형이자 경찰인 오카베 유스케, 그리고 복면작가 치아키 등 주요 등장인물과 치아키의 기묘한 특징이 소개되는 시리즈 첫 작품입니다.
추리적으로도 나쁘지 않았어요. 료스케와 치아키가 처음 만났을 때 나누었던, 어떤 여성이 가지고 있던 검은 트렁크 안에서 채찍이 나온 이유에 대한 추리는 좋은 일상계물이라고 해도 무방하며, 기숙사 살인 사건에서는 핵심 단서인 '오르골의 포장이 뜯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상자 째 사라진 이유는?'를 통한 치아키의 추리 결과 - '포장된 선물이 방 안에 흩어져 있었다면, 산타클로스가 범인이라는걸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 -가 합리적으로 설명되는 덕분입니다. 이 여고 기숙사는 산타가 돌아다니며 선물을 나눠주는 전통이 있었고, 산타가 범행을 저지를 때 선물이 흩어져 그걸 주워 담다가 피해자의 개인적인 선물까지 가져갔다는 것이지요. 사소한 단서에서 진상을 끌어내는 과정은 설득력 높고, 모든 정보는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소개되어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범행 동기가 너무 사소했다는 문제는 있지만 일종의 사고같은 밤행이기도 하니, 이 정도면 별점 2.5점은 충분합니다. 수록작 중에서는 최고입니다.
잠자는 복면작가
오카베 료스케는 치아키에게 원고료를 주기 위해 수족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늦고 말았다. 그런데 그곳에는 인근에서 유괴당한 아이 수사를 하고 있던 오카베의 쌍동이 형 유스케가 있었고, 서로의 오해가 겹쳐 치아키가 범인으로 의심받게 되었다.
다행히 아이는 무사히 돌아왔고, 이후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전해들은 치아키는 유괴 사건의 진실을 알아낸다.
초반, 치아키가 잠복 중이던 유스케를 료스케로 착각하고 '돈 내놔'라고 이야기해서 유괴범으로 오인된다는 전개는 제법 웃겼습니다. 치아키는 원고료를 달라는 말이었는데, 유스케는 몸값으로 오해했던 거지요.
유괴범이 유괴당한 유우코의 언니였다는 진상, 그리고 아빠의 재혼으로 새로 생긴 의붓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는 동기도 괜찮았어요. 이에 대한 정보 제공도 충실하고요.
하지만 유괴 당일 언니가 쿠키를 따로 가져갔다는 등의 정보는 너무 과했습니다. 이를 통해 범인이 쉽게 드러나 버렸어요. '불에 태워버린다' 등의 이상한 협박과 특수 효과(?)를 이용한 불타는 소리같은 정보는 아예 쓸데가 없었고요.
무엇보다도 아이들 장난이라지만, 유괴라는 중대한 범죄를 가볍게 마무리하는 결말은 영 별로였습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복면 작가는 두 명 있다
료스케의 선배 사콘의 언니가 일하는 가게에서 연쇄 CD 도난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유스케는 치아키가 집 밖에 나오면 성격이 변하는게 아니라, 자기들처럼 쌍둥이 두 명일 거라고 추리했다. CD 도난 사건과 치아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료스케는 치아키를 데리고 사콘 선배를 만나기로 했다.
'치아키가 사실은 두 명이 아닐까?'라는 추리는 료스케가 치아키와 함께 집 밖으로 나오면서 손쉽게 드러납니다. 수수께끼라고 할 수도 없어요. CD를 훔친 방법은 범인들이 사전에 걸리지 않는 '동선 확인'을 했다는게 진상이라서 영 실망스러웠고요. 이를 위해 스티커만 몰래 빼돌렸다는 등의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기는 하나 딱히 정교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수록작 중에서 가장 처집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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