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발로 반에서 인기가 많은 토가시 앞에, 항상 달리기만 하는 전학생 코미야가 나타났다. 토가시는 코미야의 재능을 알아보고 더 빨라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시간이 흐른 뒤 한동안 달리기를 피했던 토가시는 고등학교에서 다시 육상에 복귀해 전국 대회에 출전했지만, 그곳에서 다시 만난 코미야에게 완패하고 말았다.
성인이 된 토가시는 회사 소속 선수로 뛰다가, 슬럼프에 빠져 기록은 나오지 않는 중 부상을 입고나서야 처음으로 ‘왜 자신은 달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마주했다. 그리고 전 일본 육상대회 100미터 결승전에서, 다시 한 번 코미야와 같은 트랙 위에 서는데...
단거리 육상, 그중에서도 100미터라는 아주 짧은 거리를 통해 인물의 시간과 감정을 그려낸 독특한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넷플릭스로 감상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실험적이면서도 개성 있는 연출입니다.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촬영 기법이 적극적으로 사용되며, 특히 비가 내리는 트랙 위에 선 선수들을 카메라가 패닝으로 훑는 장면은 엄청났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정말 대단하네요.
음악 활용도 좋고, 작화 역시 뛰어납니다. 손으로 그린 배경들은 여러 스타일로 변주되며, 상황에 맞게 잘 어우러집니다. 한 마디로 완성도 높은 잘 만든 애니메이션입니다.
이야기는 특별한건 없습니다. 대부분 성장기에 가까운 스포츠물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만의 매력도 존재합니다. 명확한 성장을 보여주고, 교훈을 또렷하게 제시하기보다는 여운을 남기는 점입니다. 경기 결과를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는 장면들이 반복되고, 마지막 최종 결전마저도 같은 방식으로 끝맺거든요. "러프"에서의 마지막 장면 같은데,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진지한 성장기라는 차이점만 있을 뿐이지요.
그러나 스토리의 맥락이 잘 잡혀 있지 않다는 명확한 단점은 있습니다.
우선 토가시의 시점에서 보면, ‘달리는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의미가 초등학교 때와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토가시가 부상과 나약함을 극복하고 달리기와 마주하는 일종의 인간 찬가로 보기도 어려워요. 부상이 어떻게 정리되었는지, 마지막 경기의 결과가 어땠는지 끝내 알려주지 않는 탓입니다.
코미야의 시점으로 달리기밖에 없는 절박한 아이의 성장기로 보기에는, 코미야의 절박함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어요. 초반 이후에는 이미 완성된 강한 선수처럼 묘사되어 성장기의 느낌도 약하고요.
그렇다고 토가시와 코미야의 청춘을 그린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학창 시절의 비중이 너무 짧고, 토가시의 육상부 부활 이야기는 진부한 클리셰의 반복일 뿐입니다. 자이츠나 카이도 등 다른 선수들의 서사도 이야기를 풍부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복잡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도, "100미터를 누구보다 빨리 달리면, 어떤 문제도 다 해결된다"는 작품의 명제도 참 별로입니다. 그게 뭐든, 누구보다 우수하면 대접받는게 당연하니까요. 이걸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 처럼 풀어놓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단점은 명확하지만, 결과물 자체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워낙 완성도가 높아 추천할 만 합니다.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애니메이션을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일 테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이야기 맥락보다는 시각적인 새로움을 원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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