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라이벌 중 한 명인 러브데이 브룩 단편집입니다. 이전에 단편은 다른 앤솔로지(이거, 이거)를 통해 읽어본 적이 있지요. 그녀가 등장하는 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일곱 편이 그녀 시리즈의 전부인데, 저자 사후 70년이 지나 저작권이 만료된 덕분에 국내 소개된 것으로 보입니다.
주인공인 러브데이 브룩은 2025년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아도 독특한 매력을 뽐냅니다. 뛰어난 관찰력과 ‘여성’이라는 점을 활용한 활약이 지금보다 여성 인권이 확연히 낮았을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덕분입니다.
추리라기보다는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도 당시 시대에 잘 어울립니다. 실종된 아가씨 방을 둘러본 뒤, 이건 하녀가 정리한 솜씨라는 걸 눈치채는 장면처럼요.
그러나 좋은 작품들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고전 본격물이라고 보기에는 추리적으로 보잘것없는 탓이 큽니다. 러브데이 브룩이 관찰을 통해 수집한 정보와 단서는 독자에게 공정하게 제공되지 않아요. 그래서 독자가 추리할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자기만 아는 정보로 자기의 추리 결과를 진상이라고 마지막에 털어놓는 게 전부일 뿐입니다.
그나마 추리의 핵심인 러브데이 브룩의 관찰도 비약이 심합니다. “공주의 복수”가 대표적입니다. 러브데이 브룩이 집사가 수상하다는 걸 눈치챈 건 ‘눈빛’ 때문이었고, 결정적 단서인 모자 가게의 이름을 알아낸 것도 러브데이 브룩이 탐정이라는 걸 밝히자 그윈 부인이 모자를 쳐다보았기 때문입니다. 눈빛으로 수상한 사람을 알아챌 수 있다면, 추리가 왜 필요할까요?
트릭도 실망스럽습니다. 수록작 중 무려 네 편, “현관 앞 검은 가방”, “레드힐 수녀회”, “그려진 단검 사건”, “실종”에서 변장과 착각이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실종”에서는 죽은 어머니의 사체를 본 아버지가 딸로 착각하는 상황이 펼쳐지기까지 합니다. 아무리 둘이 닮았다는 설정이라도 쳐도, 이건 너무 말도 안되지요.
범행들도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레드힐 수녀회”에서 존 머레이는 자기 집에 세 들어 사는 수녀들이 강도단일지 모른다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이 그녀들에게 집중하는 사이 스스로 강도짓을 벌일 생각으로요. 하지만 그냥 강도짓을 벌였으면 사전에 주목도 받지 않았을 겁니다. 이게 무슨 헛짓거리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그 외에도 빅토리아 시대의 짜증 나고 이상한 사고방식도 가득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제 별점은 1점입니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지금 읽기에는 시대착오적인 망작입니다. 역시 잊혀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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