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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3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2015) - 드니 빌뇌브 : 별점 3.5점

FBI 요원 케이트는 CIA 작전 참여를 명령받고 책임자 맷과 정체불명의 남자 알레한드로를 만났다. 그녀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맷과 알레한드로의 수사에 위협을 느꼈지만, 사명감으로 작전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선을 넘은 소노라 카르텔을 응징하는게 아니라, 그 세력을 메데인 카르텔에게 귀속시키는게 목적이었다는걸 알게 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한 2015년작 범죄 스릴러 영화입니다.

명성만 익히 듣고 그동안 보지 않았었는데, 와 정말 잘 만든 영화더군요. 특히 연출이 압도적입니다. 특수 효과나 과도한 액션 없이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솜씨가 대단한 덕분입니다. 절묘한 구도 및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미장센, 배우들의 의상, 절정부 터널 진입 씬에서의 야시경 등 모든 디테일이 상황과 인물의 심리를 대변하며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고요. 그야말로 '삭막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건조한 멕시코 국경 지대 풍광 묘사도 좋습니다. 

맷과 알레한드로의 진짜 목적을 극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알레한드로의 복수심을 설득력있게 전개한 각본도 좋습니다. 정의롭지만 힘이 없고 방관자에 머무는 케이트, 강한 힘으로 불법이면서 강요된 정의를 행하는 맷, 힘을 이용하여 복수를 달성하는 알레한드로라는 등장인물별 설정도 잘 짜여져 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케이트 역의 에밀리 블런트는 임무에 충실하면서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정의로운 미국(?)'을 대표하는 인물로서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강한 마초 미국'을 상징하는 맷 역의 조시 브롤린도 냉소적인 현실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요. 무엇보다도 정의를 넘어선, 치외법권의 '시카리오(암살자)'인 알레한드로 역의 베니시오 델 토로는 복수심과 고독함, 그리고 전략가로서의 냉철함과 충분한 무력을 동시에 갖춘 인물을 강렬하게 표현합니다. 
알레한드로가 카르텔 보스 일가족을 모두 죽인 뒤, 케이트에게 나타나 모든게 정당했다는 서류의 서명을 강요하는 장면에서 두 명배우의 불꽃튀는 연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액션 쪽은 다소 심심합니다. 총격전이나 대규모 액션보다는 심리적으로 긴장하게 만드는 전개가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액션도 '상상력'에 의존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고요. 주인공 케이트가 관찰자이자 이용당하는 인물로 머무는 탓도 큽니다. 그녀의 능동적인 활약은 거의 찾아볼 수 없거든요. 때문에 액션에서 느껴지는 쾌감이나 재미는 전무합니다.

그리고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맷과 알레한드로가 케이트에게 작전 내용을 숨긴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작전이 불법이라서 숨겼다? 하지만 이 작전은 대통령급의 결정이라는 언급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현장 요원에게 정보를 주지 않는 설정은 말이 안됩니다. 결국 마지막에 반 협박으로 불법이 아니었다는 서류에 서명하게 만들기까지 했다면 더더욱요. 말 잘 듣는 FBI 요원에게 작전에 협력하라고 설득하는게 훨씬 쉬운 방법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임에도 예술성을 갖춘 보기드문 수작입니다. 마약 카르텔 소탕 작전이라는 뻔한 소재를 통해서 국가의 폭력성과 목적의 정당성을 묻는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데 놀라게 됩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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