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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7

굿뉴스 (2025) - 변성현 : 별점 2.5점

일본 여객기가 테러조직 적군파에 의해 하이재킹되었다. 테러범들은 평양으로 향할걸 요구했지만, 이 소식을 들은 중앙정보부장 박상현의 지시로 박상현의 수족 아무개와 관제사 서고명 중위가 활약하여 여객기를 김포 공항에 착륙시키는데 성공했다. 김포를 평양으로 착각하게 만들 속셈이었지만, 라디오에서 팝송이 흘러나오는걸 알아챈 테러범들이 속지 않자 대치가 시작되었고, 결국 시간 내 평양행이 결정되지 않으면 자폭하겠다는 테러범들의 최후 통첩이 전달되는데....

작년에 공개된 넷플릭스 전용 한국 영화입니다. 별다른 사전 정보없이 감상하였습니다. 꽤 진지한 테러범과의 협상 중심의 영화일줄 알았는데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작품이라서 의외였네요.

블랙 코미디에 어울리는 재기발랄한 연출이 눈에 먼저 들어왔습니다. 설명이 필요한 지점에서 말로만 밀어붙이지 않고, 화면을 그 설명에 잘 어울리는 상황에 맞춰서 가볍게 웃음을 끌어내는 방식이 꽤 자주 나옵니다. 일본 여객기 통신망을 북한보다 먼저 잡아내는게 핵심인 초반부 작전에서, 이를 서부극에서의 일대일 결투로 묘사하는 식으로요.
이런 연출을 비롯해서 전반적으로 한 번에 빵 터뜨리는 개그를 의도했다기 보다는, 피식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계속 이어지는데 타율이 꽤 괜찮은 편입니다. 실제 '요도호 사건'의 내용을 충실하게, 하지만 코믹하게 변주한 각본도 나쁘지 않아요. 평양 공항으로 위장한 김포 공항에 착륙한 비행기 안의 테러범들이 평양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무개' 등과 벌이는 상황들 - 공항 건물에서 테러범이 햄버거를 먹는 흑인을 보고 따지자 서고명 중위는 '소련인'이라고 대꾸하고, 비행기 기장은 푸시킨도 흑인이었다고 말하는 등 -이 대효적인 예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습니다. 특히 중앙정보부장 역의 류승범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충청도 사투리로 뺀질대고 깐족거리는 톤을 유지하면서도, 웃기기만 한 인물이 아니라 잔인성과 권력의 냄새를 슬쩍 끼워 넣는 균형이 꽤 좋습니다. 유머러스한 악역이라는 말이 딱 맞는데, 과장되지 않게 리듬을 타는 방식이라 장면을 끌고 가는 힘이 있었습니다. 능력있는 군인에서 출세에 눈이 먼 야망가, 거기서 다시 인질들 생명에 대한 책임감으로 괴로워하는 서고명 중위의 연기도 돋보였어요. 홍경이라는 처음 보는 배우가 연기했는데,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일본 테러리스트들, 비행사, 정부 고관 역할을 맡은 일본 배우들도 대체로 안정적입니다. 특히 "백야행"의 야마다 타카유키가 한국 영화에서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하는 건 개인적으로 꽤 뜻밖이었는데, 연기도 좋았습니다. 거의 유일한 인격자(?)지만, 막판에 흥분하는 장면에서 제대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영화가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잘 알겠더군요. 중반까지는 여객기를 김포 공항에 착륙시키기 위한 작전을 나름대로 치밀하게, 그렇지만 일본, 한국, 북한, 테러범들 모두 바보스러운 모습을 극대화하며 블랙 코미디를 잘 섞어서 그려내는데 그 이후는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탓이 큽니다. 급작스럽게 인도주의자로 거듭난 서고명의 딜레마 - 출세냐, 인질들의 생명이냐! -를 그리는 건지, 각자의 이익과 유불리에만 골몰하는 인간 군상을 다루는 사회 풍자물인지(누가 봐도 윤석렬-김건희 부부가 떠오르는 영부인의 등장까지 포함해서) 잘 모르겠더라고요.

비행기가 평양으로 간 뒤에 이야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마무리되었으면 그래도 깔끔했을 텐데, 이후의 내용은 완전히 군더더기처럼 느껴집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서고명 대위를 “완전한 영웅으로 만들지 않겠다” 같은 의도를 넣으려 한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까지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생각되거든요. 이외에도 어색하게 메시지나 사상을 끼워 넣으려는 듯한 부분들은 모두 영 별로였습니다. 별로 웃기지도 않고요. 차라리 코미디로 계속 밀어 붙였더라면 더 나았을텐데, 괜히 러닝타임만 잡아먹을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아무개'의 존재입니다. 중앙정보부장이 뭐가 아쉬워서 신원도 불분명한 이런 인물을 국가간 외교가 얽히는 거대한 작전에 핵심 인물로 기용할까요? 북한 출신이라는 등의 설정도 억지스럽고, 아무개가 뉴스까지 조작하며 진실을 대충 숨긴다 어쩌구 하는 메시지도 잘 와 닿지 않습니다. 무언가의 전문가로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배우 설경구의 연기도 별로였고요. 이 인물을 빼고, 중앙정보부장과 서고명 중위, 테러범들을 중심으로 하여 블랙 코미디 하이재킹 군상극으로 만들었어야 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재기발랄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는 장점이지만, '아무개'라는 존재의 무리수와 후반부 사족, 그리고 전반적인 영화 톤을 제대로 잡지 못해 러닝타임이 늘어진건 단점입니다. 그래도 가벼운 마음으로는 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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