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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8

미스터 크롤리 - 금기진 : 별점 3점

미스터 크롤리 - 6점
금기진 지음/동방미디어

오지 오스본의 노래로 친숙했던 "미스터 크롤리", 알레이스터 크롤리의 평전으로 악마교단의 창시자 정도로 알고 있었던 별 관심은 없었던 인물인데 본가에 갔더니 형이 사다두었기에 얇은 두께에 혹해 빌려 읽게 된 책입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꽤 재미있더군요. 일단 한국인이 썼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저자가 저보다 어린데도 불구하고 1999년 동방성당 기사단에 입단하여 마법과 비전을 전수받은 분이라고 하는데, 요쪽 세계에 발을 담근 사람답게 꽤 자세하게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많은 자료를 토대로 글을 썼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두께에 비하면 충실한 평전이었습니다. 크롤리의 출생은 물론 그의 학창 시절과 마법과 은비학에 대해 몸을 담게 되는 과정과 관련 조직들에 대한 내용들이 상당히 자세한 편이거든요.

단 1장부터 4장까지만 그러하고 5장 이후 크롤리가 마법의 경전이라는 "리베르 레기스"를 쓴 다음 부터는 크롤리의 교리와 그의 사상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만 등장합니다. 아울러 객관적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크롤리 위주로 쓰여진 책으로 크롤리가 예언자로서 신의 비전을 받아 저술했다는 책을 발표할 때 마다 벌어진 세계적인 사건이라던가, 크롤리가 행했던 다양한 범죄행각을 크롤리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쓴 티가 팍팍 나는 것은 좀 웃기기도 하고 애절하기도 하더군요. 무슨 음모이론 책 냄새도 살짝 나고 말이죠.

그래도 이 책을 통해 크롤리라는 인물이 알고 있던 것 만큼 해롭거나 광신적인 사교의 우두머리가 아니라 나름의 철학적인 바탕과 깊은 사고를 통해 하나의 종교를 펼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독서의 성과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정말 마법사였다고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는 않지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일단 자신의 파산부터 막았겠죠) 그런대로 똑똑하고 모험심 강한 인물이었다는 것은 확실하니까요. 그리고 제가 만약 종료를 믿는다면 크롤리의 종교를 믿고 싶어질 정도로 교리 ("원하는 것을 행하라")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단지 사교로만 치부하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이더군요. 신보다는 인간 내면의 욕망을 중시한 아주 솔직한 종교라 생각되거든요. 어떤 종교의 틀을 쌓아올리고 그 종교의 철학적, 사상적 토대가 완벽하다면 사교나 사이비라고 비하할 필요가 전혀 없겠죠. 단지 그 종교를 몇명이 믿느냐의 차이일 뿐 아니겠어요? 

알레이스터 크롤리에 대해 국내에 나온 책 중 이 책만한 책은 없으니 자료로서의 가치도 있고 내용도 그런대로 재미있어서 별점은 3점입니다. 책은 현재 절판상태이고 내용도 정상적인 내용과 장광설이 1:1의 비율로 섞여 있지만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구해서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 싶네요.

2008/09/26

사또 인 다 하우스 1 - 김진태 : 별점 3점

 

사또 인 다 하우스 1 - 6점
김진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로빈슨 크로스를 비롯한 그의 일행은 조난으로 낯선 조선땅 학산에 표류하게 된다. 학산현감 차철수의 배려로 기거할 집을 얻게된 그들은 여러가지 사건에 휘말리며 서서히 낯선 문화와 땅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호텔 캘리포니아" 이후 긴 공백기간 끝에 새롭게 출간된 김진태의 신작입니다. 김진태 작가의 팬을 자처하는 저로서는 안살 수가 없는 책이었죠. 오랫만에 접한 신작이지만 유쾌한 난장판이 펼쳐지는 김진태월드는 여전하기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김진태 특유의 지적이며 현학적인 설정이 빛나는 점이죠. 외국인 로빈슨 크로스와 그의 노예 짐, 신비주의 학자 오베르마스가 조선에 표류하며 겪는다는 기본 설정을 실존인물 하멜과 벨테브레의 이야기를 가져온 것부터 시작해서 퓨전사찰 "육탄사"에 대한 표현. 짐이 소박맞은 여자와 살림을 꾸리는 이야기나 오베르마스와 한국 무당의 점보기에서 시작된 판타지(?) 대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름의 상식적 기반에서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교묘하게 결합되고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역시 김진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일종의 데즈카 식 올스타 캐스팅같은 전작들과 연계되는 다양한 캐릭터들(황가두-바티스투타-스님 / 한호색-뺀-로빈슨 등) 을 보는 재미도 컸고요.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라면 과장된 상황에 의존하는 슬랩스틱이 불필요할 정도로 너무 많아서 정상적인 이야기 진행을 방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민쾌걸"의 풍자나 "호텔 캘리포니아"의 다양한 패러디와 같은 요소없이 설정에 의존하여 캐릭터들이 마음대로 날뛰는 상황이 너무 많아서 항상 진화나 새로움을 보여주었던 전작들에 비한다면 약간은 부족한, 산만한 내용으로 보였거든요.
또한 예로 든 작품들보다 각 에피소들의 길이가 긴 편인데 긴 이야기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진행되는 부분에서는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기도 합니다. 좀더 개개의 에피소드를 짧게, 주요 이야기에만 내용을 집중적으로 할애했더라면 하나하나의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았을텐데 말이죠.
그리고 풀컬러로 인쇄된 책 자체의 퀄리티는 괜찮지만 덕분에 가격도 비쌀 뿐더러 책의 장정과 디자인이 영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지나치게 싼티가 난달까요. 김진태의 작품은 대상연령이 조금 높기 때문에 보다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훨씬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표지를 너무 못 그리는 김진태 탓도 없잖아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워낙 설정이 좋기에 나름의 재미는 분명한, 김진태 팬으로서는 즐길거리가 많은 작품임에는 분명했습니다. 책 가격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 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만 사실 오랜 팬으로서 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앞으로도 꾸준한 작품활동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간만의 도서 구입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죠. 알라딘에 가지고 있던 중고 도서를 판매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확보한 돈으로 정말 오랫만에 책을 구입했습니다.


구입한 책은

부랑청년 전성시대 - 소영현
샤라쿠 살인사건 - 다카하시 가츠히코
이누가미 일족 - 요코미조 세이시
커피견문록 - 스튜어트 리 앨런
하얀토끼가 도망친다 - 아리스가와 아리스
인사이트 밀 - 요네자와 호노부
사랑이 없어도 먹고살수 있습니다 - 요시나가 후미
연애의 시대 - 권보드래
통곡 - 누쿠이 도코로
사또인다하우스 - 김진태
악마의 정원에서 - 스튜어트 리 앨런


입니다.

"부랑청년전성시대"와 "연애의 시대" 는 경성탐정록 자료 조사차 구입한 책. "커피견문록"과 "악마의 정원에서"는 저의 또다른 취미인 음식문화관련 저서라 구입한 책. "사또인다하우스"는 제가 흠모해 마지 않는 김진태 작가의 신작이라 구입하였으며 나머지는 다 추리관련 도서들입니다. "사랑이 없어도 먹고살수 있습니다"는 중고샵에서 팔길래 반쯤 충동구매한 책이고요. 거의 30권에 가까운 책을 판매했는데 신간 구입은 10여권으로 그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10월까지는 뿌듯하게 즐길 만한 수량이라 무척 만족스럽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만화책부터 독파해 나가야 겠습니다.

2008/09/24

도쿄겐지 이야기 - 아기 타다시 : 별점 2점

 

도쿄겐지 이야기 - 4점
아기타다시 지음/서울문화사

Act 1 나비의 장송 :
어렸을때부터 친구와 부모님이 살해당하는 등 주위에 죽음을 몰고다니는 겐지 (별명). 그녀는 자신의 메일 친구인 아게하의 남자친구로부터 그녀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Act 2 사신의 키스 :
친구 린과 함께 인기 그룹 "기요틴"의 라이브를 찾아간 겐지는 "기요틴"의 보컬 토우야의 목소리에서 묘한 기지감 (旣知感)을 느끼게 된다. 토우야의 초대로 자리를 함께 하지만 먼저 자리를 뜬 겐지는 토우야를 제외한 기요틴 멤버들에게 연락을 받고 린이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Act 3 장미의 낙인 :
메일 친구 유리의 연락을 받고 그녀를 만난 겐지는 그녀에게서 자신의 언니가 연쇄 살인범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Act 4 냉혈의 론도 :
연쇄 강도 살인사건이 발생하던 와중의 어느날, 겐지는 후배 쥰을 우연히 만나고 그가 자신의 애인을 소개해 주는 자리에 따라가게 된다.

Act 5 만화경의 개미 :
후배 쥰이 주워온 만화경을 보던 겐지는 갑작스럽게 과거의 사실을 알게되고, 과거 친구의 살인사건의 조사를 위해 고향을 찾아간다.


40여일만의 추리 소설 관련 포스팅입니다.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차에 이글루스 렛츠 리뷰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네요. 리뷰에 앞서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신 이글루스와 서울 문화사에 감사 드립니다.

이 책은 "신의 물방울" 로 국내에서의 지명도를 크게 높인 만화 원작가 아기 타다시(필명)의 소설입니다. 추리 애호가들에게는 김전일의 원작가 "아마기 세이마루 (필명)" 으로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죠. 총 5편의 단편이지만 서로 이어지는 일종의 연작 소설집으로 심리 서스펜스와 추리물이 뒤섞여 있습니다.

일단 만화 원작가로서의 작가의 경력을 읽으면서 계속 느낄 수 있었는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쉽고 빠르게 읽힐 수 있다는 점이겠죠. 1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독파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머리속으로 이미지를 그릴 수 있음직한 묘사 방법도 괜찮았습니다. 주인공 겐지의 왜곡된 기억에 관련된 이야기는 얼마전 읽었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에 접했던 내용이라 왠지 반갑기도 했고요.

그러나 단점 역시 존재합니다. 인물 설정부터 굉장히 만화적인데 주인공 겐지의 독특한 분위기 감지 능력, 그녀의 "사신" 인 파트너 토우야가 초미소년에 천재 음악가이자 격투의 달인이라는 등의 설정이 그러하고 피해자나 용의자들의 설정 또한 설득력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더군요. 그리고 트릭들이 왠지 "그림" 에 더욱 어울릴 것 같은 것들도 많았다는 것과 그다지 참신한 트릭이나 이야기가 없다는 것도 단점이고요. 예를 들자면 그나마 트릭이 등장하는 "Act 2 사신의 키스" 는 경찰의 첫 현장 수사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미흡했을 뿐더러 현대의 과학수사로 충분히 범행 증거를 밝혀낼 수 있는 사건으로 생각되거든요. 3번째 단편 "장미의 낙인"과 4번째 단편 "냉혈의 론도" 는 일종의 서술 트릭물로 볼 수 있긴 합니다면 별로 새로운 것도 없고, 서술트릭에 사용하기에는 서술이 부족할 정도로 짤막한 단편이라 설명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라이트 노벨과 추리물의 경계선상에 있어보이는 쉽게 읽히고 나름 자극적인 묘사가 담긴 추리 성향의 캐릭터물로, 본격물로 보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심리 스릴러로 보기에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없는 알맹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겐지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괜찮았는데 관련된 내용만 장편화했더라면, 아니면 차라리 만화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작 단편 소설로서 자립할 만한 가치를 느끼기 어렵더군요. 고어 요소를 덜어낸 "GOTH"라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인데 단점 역시 비슷하네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만큼 평가가 많이 나뉠 것이라 생각되는데 저에게는 단점 쪽이 더 눈에 들어온 책이었습니다. 비록 좋은 기회를 통해 공짜로 얻어 읽게 된 책이지만 리뷰는 냉정해야죠.... 별점은 2점입니다.

2008/09/23

[NDSL] 역전재판 4

역전재판 1
추석 연휴때 회사 후배에게서 빌린 NDSL로 간만에 즐긴 게임입니다. 플레이 감상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1, 2에 비하면 무척 지루했습니다. (3는 플레이해보지 못했습니다)

일단 전작의 캐릭터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네요. 그나마 새롭게 등장했다면 뭔가 다른 점이 있어야 할텐데 새 캐릭터인 신참 변호사 오도로키와 조수 역인 나루호도의 양녀(?) 미누키는 왜 캐릭터를 바꾸었는지 모를 정도로 성격이 판박이라 전작 팬으로서 실망스러웠어요. 나루호도의 망가진(?) 모습도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왔고요.

그리고 정통 추리물을 게임으로 잘 구현했다고 생각된 전작들에 비한다면 추리적으로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동기, 단서, 이야기 전개 모두 합격점을 주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졌거든요. 게임 조작 방식도 이전의 불편했던 것들은 그다지 나아진 것 하나 없었고, NDSL의 기기적 특성을 이용할만한 요소도 추리와는 별 상관없는 터치와 마이크를 이용한 잔재미(지문 채취, 혈흔 감식, 발자국 채취 등)에 불과하여 새롭다는 인상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추후 오도로키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하여 시리즈는 계속 발표되리라 예상되지만 매너리즘에 빠진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나루호도가 등장하는 만화나 다시 보면서 아쉬운 맘을 달래야겠네요^^

2008/09/21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2007) - 김상진 : 별점 2점

 


텐도 신의 "대유괴"
를 원작으로 국내에서 제작한 코믹 범죄 영화. 원작에 대한 애정 때문에 개봉때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영화도 흥행에 실패하고 평도 별로 좋지 않아 흘려 넘겼다가 이번 추석에 TV에서 보게 된 작품입니다.

원작 팬으로서 좋은점과 나빴던 점을 짚어보자면, 일단 좋았던 점은 3인조 유괴범에 대한 묘사나 주인공 권순분 여사에 대한 묘사가 잘 되었다는 점입니다. 가난한 농촌 총각으로 결혼 사기를 당한 유해진 캐릭터나 국밥집으로 거부를 이룬 권순분 여사 같은 경우는 정말 한국적으로 잘 표현되었더군요. 권순분 여사의 자녀들 캐릭터도 그럴듯 했고요. 아울러 전체적으로 크게 튀는데 없이 각색하는데 성공해서 원작 팬으로서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해피엔딩도 각색이 잘 된 부분으로 생각되고요.

그러나 나빴던 점으로는, 먼저 결정적인 거액의 몸값 요구에 대한 설명이 원작에 비하면 좀 부족했던것 같아요. 원작에서는 거액의 상속세 때문이라는 부가 설명때문에 확 와닿는게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단지 아들 딸들에 대한 분노(?) 로만 포장되었기 때문이죠. 원작에서는 나름 중요한 의미가 있는 부분인데 말이죠...
또 권순분 여사의 캐릭터도 원작에 비하면 묘사의 일관성도 부족하고 설명이 별로 없어서 뛰어난 두뇌와 행동력에 대한 설득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 부분은 너무 설명적일 수도 있었겠지만 과거 회상 장면같은 것을 통해 국밥집을 키우는 과정을 보여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또 앞서 말한 캐릭터 표현 부분에서 유괴단의 두목인 강성진 캐릭터는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그려졌을 뿐더러 강성진 가족 이야기는 완전 사족일 뿐이었습니다. 
가장 나빴던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클라이막스인 돈을 빼돌리는 과정의 묘사였습니다. 스케일이 원작에 비해 너무 커졌을 뿐더러 경찰의 철저한 감시망 속에서 행한 작전 치고는 너무 허술해 보였고 현실성이 떨어졌습니다. 원작처럼 한두명의 수고에 의해 처리하는게 보다 나았을텐데 말이죠. 게다가 CG가 너무 별로여서 허술함에 숟가락을 더 얹더군요...^^;;

이렇게 제가 보기에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고, 전체적으로 보기에 추리물로 보기에는 허술하고, 코미디로 보기에는 많이 웃기지 않아서 흥행에 실패한것이 아닌가 싶네요. 텐도 신의 "대유괴" 가 국내에 인지도가 높은 작품도 아니고 말이죠.  어쨌건 보고 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재미는 있지만 극장에서 보기에는 아까운" 레벨이었습니다. 개인적인 별점은 2점입니다.

2008/09/19

9.19 두산 대 롯데 사직대첩 1차전 관전기

 당연히 사직구장에서는 못보고 TV로 봤지만 너무나 재미있던 경기라 관전기를 안 적을 수가 없네요. 제가 응원하는 두산이 이겨서 좋기도 하지만 정말 야구의 진수를 보여준 멋진 경기였습니다.


두산 팬인지라 두산 입장에서만 적었고요, 편의상 내용은 반말입니다.^^

최고의 투수 : 선발 김선우 선수. 메이저리거의 자존심을 보여줬다. 6과 1/3 이닝 1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하기도 했지만 1실점도 포수 채상병의 송구 미스로 인한 도루 허용 이후의 실점인 것을 감안한다면 거의 철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최고의 타자 : 5타수 2안타 2타점의 김현수 선수도 좋았지만 9회초 두점 뒤진 상황에서 상대 마무리 코르테스를 상대로 동점 투런 홈런을 친 유재웅 선수를 꼽을 수 밖에 없다.

최악의 투수 : 이재우 선수. 군대 가기 직전해였던 2005년에도 시즌 내내 잘하다가 막판부터 부진하더니 가을 잔치에서 심하게 털렸었는데 올 시즌도 그때의 반복 같다. 체력적 문제인지 심리적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쉬었으면 한다. 정재훈 선수도 부진했지만 에러에 무너진 측면이 강하므로 평가하기는 좀 이른듯. 에러만 아니었어도 역전은 허용하지 않았을 것 같다.

최악의 타자 : 오재원 선수. 빠른발을 활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출루조차 실패하며 수비와 타격 모두 경쟁자인 최준석-정원석 선수보다 나은점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내일은 아마도 선발 라인업에 못 들겠지.

좋았던 점 : SK에게 황당한 역전패를 당한 직후에 비슷한 상황으로 역전당해 절망적인 상황이었음에도 뚝심과 끈기로 동점, 그리고 재 역전을 이루어 낸점. 아울러 최근 그다지 좋지는 못하지만 임태훈 선수를 아낀 것도 좋았으며, 타격에서도 좋은 안타가 많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집중력이 보인 점과 외야로 꽤 멀리 날아가는 공이 많았던 것은 내일 타격에 기대를 갖게 만든다.

나빴던 점 : 마무리 투수가 이렇게 어려운 자리였던가? 믿었던 이재우 선수의 연이은 부진으로 인해 김경문 감독의 시름이 깊어질 듯 하다. 끝까지 경기를 책임지며 마무리한 이승학 선수도 무자책으로 잘 막기는 했지만 롯데의 결정적 실수 (삼진 및 도루 실패)의 덕이 컸으며 공이 전반적으로 높이 형성되는 등 그다지 좋지 못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내일의 마무리도 역시 돌려막기가 될 공산이 크다.

가장 나빴던 점 : 야구 팬들과 선수들의 잔치이자 올 시즌 최고의 경기 중 하나를 예능(?)으로 전락시킨 KBS 1박2일팀. 그 친구들 노는거 보면 씨름과 축구밖에 안나오던데 야구 발전을 위해 한것도 없으면서 한창 좋은 분위기에 편승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클리닝타임때 공연한 곡이 한화 이글스의 응원곡 "무조건" 이라는 것이 최고의 개그. 롯데 선수들이 덕분에 힘이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좋아했던 프로인데 사장이 바뀐 탓인가? 하여간 앞으로 절대 보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2008/09/17

고독의 구루메 (孤独のグルメ) - 久住 昌之 / 谷口 ジロー : 별점 3점

 

추석 연휴 기간동안 간만에 서울역 북오프에 가서 구입한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혼자서 여러 식당에서 밥을 먹는 이야기가 내용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담백한 만화네요.

하지만 심심하지 않도록 여러가지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데, 일단 술은 전혀 마시지 못하고 뭔가 운동을 한 듯한 (격투기?) 사연많아보이는 주인공의 설정이라던가 주인공이 홀로 밥을 먹는, 그것도 미식과 상관없는 거리의 식당 등에서 먹는 상황과 심리 묘사가 치밀합니다. 또한 이 만화에서 "음식"은 소재의 하나일 뿐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신선하고요. 맛있는 음식은 맛있을 뿐 음식을 통해 사건이 전개되지 않는다는 점이 여타 미식 만화하고는 차별화된 요소로 보였으며 무척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맛없는 음식이 소재의 하나로 등장한다는 것도 미식 만화하고는 다른 점이겠죠. 심지어는 편의점 음식까지 등장하니까요.

무엇보다도 다니구치 지로의 엄청나게 치밀한 그림이 굉장히 매력적인 만화입니다. 실제 일본의 거리와 존재하는 가게를 그대로 구현해 놓은 듯한 공간과 음식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작가의 필력을 느끼게 해 줄 뿐더러 정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구하기는 쉽지 않은 책이겠지만 맛있는 음식에 눈물을 철철 흘린다던지 음식 하나로 모든 인간관계와 문제가 정리되는, 또는 배틀물로 전락해버린 기존의 미식 만화에 식상한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별점은 3.5점입니다. 그림만으로도 3점은 충분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2008/09/11

올시즌 프로야구 감독들과 2차대전 장군들

 얼마전 2차대전 관련 도서를 읽은 탓인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적어보았습니다.

야구는 올 시즌 위주로 대충 대충 재미로 걍 생각해 본 것입니다. 아무래도 좋은 쪽만 생각하려 해서 그런지 단점은 많이 빠져있는 편이긴 한데, 뭐 재미니까요.

김성근 감독 - 구데리안 (독)
최고의 유닛들을 최적으로 조합하여 전술을 펼치는 전략가. 대세를 크게 보며 승부사적인 기질이 있으며 항상 차선책을 고민한다.

김경문 감독 - 롬멜 (독)
무조건 앞으로 달린다. 유닛은 부족해도 앞으로 달린다. 성공시에는 큰 타격을 적에게 입힌다. 단점은 작전에 대안이 별로 없으며 만성적인 유닛 부족에 시달린다는 점. 아울러, 윗사람들 (구단?) 과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으며 가끔 위에서의 작전 지시를 쌩까기도 한다.

로이스터 감독 - 추이코프 (소)
별다른 전력 보강 없이도 연전연패하던 팀을 바꾸어 놓았다. 분위기를 탈 줄 안다. 압도적인 민중(?)의 지지를 받고 있는 영웅이기도 하다.

선동렬 감독 - 발터 모델 (독)
방어전에 뛰어난 "총통의 소방수"
뛰어난 방어를 바탕으로 위태위태한 팀을 어떻게든 유지는 시키는 중. 마지막 대 공세가 성공할 지 궁금하다.

김인식 감독 - 되니츠 (독)
신뢰에 바탕을 둔 노련한 지략가. 하지만 고질적인 병력의 부족, 하나둘 씩 무너지는 노장들, 믿었던 신무기의 늦은 공급과 실패 등으로 어려운 전투를 벌이게 된다.

조범현 감독 - 베이강 (프)
필요한 핵심 상황을 꿰뚫고 있었고 괜찮은 능력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여 전력 보강 및 수성에 실패했다. 그러나 부하들의 무능도 존재하였으며 운이 좀 없는 편이기도 했다.

이광환 감독 - 야마모토 이소로쿠 (일)
전력도 화려하고 능력도 인정받지만 상부에서의 지원 부족과 병력 부족으로 이길 수 없는,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래도 초반엔 괜찮았다...

김재박 감독 - 우고 카바렐로 (이)
본인은 명문가 출신의 과거의 영웅. 온갖 애를 써서 그런대로 전선을 유지하긴 했으나 숫적으로도 열세에 작전 수행 능력이 부족한 병사들은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다.

부록 : 김응룡 삼성 사장 - 아이젠하워
빛나는 전력을 바탕으로 최고 자리에 오르다.

2008/09/10

퀴리 가문 - 데니스 브라이언 / 전대호 : 별점 3점

 

퀴리 가문 - 6점
데니스 브라이언 지음, 전대호 옮김/지식의숲(넥서스)

각주 및 주석을 제외하더라도 70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퀴리 가문 -마리와 피에르 퀴리 부부, 이렌 퀴리와 졸리오 부부를 중심으로-의 약 4대, 100년에 걸친 역사를 다룬 그린 평전이죠. 

방대한 분량에 걸맞게 퀴리 가문이 발견하고 발전시킨 물리학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당대의 실제 역사와 맞물려 치밀하게 묘사되는 것은 물론 마리와 피에르의 둘째 딸이었던 이브 퀴리의 언론인으로서의 활동 등 숨겨진 퀴리 가문의 이야기, 거기에 마리와 랑쥬벵의 불륜으로 의심되었던 우정이라던가, 졸리오의 레지스탕스 경력과 공산주의자로 활동한 이력 등 가쉽에 가까운 이야기까지 담겨 있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으며 여러 자료들 역시 충실하게 삽입되어 있어 이해를 돕습니다. 그 외에도 라듐에 관련된 여러가지 에피소드 (방사능이 위험을 몰랐던 때 벌어진 치명적인 사건들) 도 재미있었고요.

이러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어렸을 때 "세계의 위인들" 류의 책에서 짤막하게 접했던 퀴리 부인의 이야기가 전부였던 저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것들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장모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사위 졸리오가 실질적으로 현대 핵 물리학의 토대를 세운 인물이라는 것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단지 천재 장모와 아내 덕을 본 인물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외려 장모와 아내보다도 실질적으로 현대 과학에 기여한 인물이더군요.

어쨌건 천재 가문의 역사를 자세하게, 재미있게 다루고 있으며, 공평한 시각의 평전이라는 점에서 길고 방대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리학, 특히 핵물리학이나 19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의 유럽 역사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별점은 3점 입니다.

PS : 그나저나, 요새 통 추리소설을 읽을 일이 없네요. 돈도 없고... 리뷰는 성심성의껏 쓸 자신이 있는데 추리소설 제공해 주실분~! 물론 공짜로요...^^;;

2008/09/08

Numb3rs : 별점 3.5점


"수학은 매일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기 예보에.... 시간을 알리기 위해... 돈을 관리하기 위해.. 또한 범죄 분석에도  사용됩니다. 규칙성을 발견해서 행동을 예측하는거죠. 숫자를 이용하면 알려진 가장 이해하기 힘든 사건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요새 흠뻑 빠진 미국 드라마입니다.
2005년에 시즌 1이 발표되었고 2007년 시즌 4 까지 이어졌네요. 제가 본 것은 일단은 시즌 1입니다. 엡스 형제 -FBI요원인 형과 천재 수학자인 동생- 가 여러가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옴니버스 스타일의 작품으로 동생이 천재 수학자라는 설정 답게 모든 사건에 수학을 대입시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아주 이색적이고 참신한 작품이었습니다.

TV 용 드라마이기 때문인지 아주 복잡한 수학 공식이나 이론이 등장하지는 않는데 나름 설득력있게 사건과 연결시켜 그럴듯한 영상으로 뽑아내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더군요. 예를 들자면 연쇄 성폭행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범인이 범행 장소와 자신과의 연관성을 숨기기 위해 무작위적으로 범행 장소가 바뀌지만 이러한 무작위는 외려 작위적인 수열을 형성하므로 그 시작점을 수학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 라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식이죠. 그 외에도 근본적인 추리 자체가 괜찮은 에피소드도 있고 지문 감식의 허상을 꼬집는 등 다양한 부분에서 기발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도 있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엡스 형재의 캐릭터가 가져다 주는 매력도 괜찮았고요.

수학과 추리의 조합을 이만큼 잘 드러낸 작품은 없어 보이기에 별점은 3점 반입니다. 막 시즌 1을 마쳤는데 시즌 2도 무척 기대가 되네요.

2008/09/04

전격전의 전설 - 칼 하인츠 프리저 / 진중근 : 별점 3점

 

전격전의 전설 - 6점
칼 하인츠 프리저 지음, 진중근 옮김/일조각

간만에 읽은 전쟁관련 독서군요.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전술로 유명해진 전격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특히 전격전의 시작과 그 확립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전 초기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는 이른바 서부전선의 "지헬슈니트 작전" 에 대해 각종 도표와 그래프, 지도 등으로 상세하게 다루면서 전격전이라는 전술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거의 600페이지나 되는 책 내용의 대부분을 이 작전 하나에 할애하였다는 점에서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더군요.

두께는 제법 되지만 전격전의 실체와 알려진 것과 사뭇 다른 서부전선의 양상,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 장군들에 대한 묘사와 손에 잡힐 듯한 전장에서의 여러가지 이야기들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군인 롬멜의 서부전선에서의 활약상을 이렇게 자세하게 묘사한 책은 정말이지 처음이네요. 프랑스 군에서도 드골 등 이름만 알고 있던 장군의 실제 활약이라던가 프랑스 부대의 일부 활약상과 용맹성을 묘사하고 있는 등 균형을 잘 맞추고 있고요.

무엇보다도 예전에 읽었던 이대영씨의 "알기 쉬운 세계 제 2차 대전사" 에서 후루룩 지나간 서부전선 이야기에 대한 실상을 알게되어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 전쟁이 원래는 히틀러의 침략 야욕으로 불거진 전쟁이 아니라는 점 (미리 선전포고를 받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 과 실제로 전술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몇몇 뛰어난 독일군 장군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진 전술이었다는 점, 그리고 프랑스 군이 무능했다기 보다는 모든 병력과 병기에서 앞서는 상황이었지만 프랑스군을 지배했던 구세대적 마인드에 의해 패배한 전쟁이었다는 점, 아울러 독일군 승리에는 정말로 많은 행운이 작용했다는 점 등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거든요.

아울러 지헬슈니트 작전과 1차 세계 대전때의 슐리펜 계획과의 자세한 비교 및 전격전이 확립된 서부전선의 결말과 그 역사적 의의 -거의 성공할 뻔 했지만 히틀러 때문에 실패한, 성공한 전쟁이 아닌 작전술의 승리였을 뿐이라는 결론- 등을 설명한 것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워낙 자세하게 설명을 해 놓아서 머리에 쏙쏙 들어오긴 하지만 전쟁사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전격전의 실체를 파헤치는 학술서에 가깝기 때문에, 정말 두껍고도 무거운 엄청난 책이라 읽는데 고생이 좀 되기도 했습니다. 양장본이라 더욱 무겁기도 했고요. 무게와 두께가 흉기에 가까운 것은 정말 이 책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었습니다. (책 가격이 4만원에 육박하는 것은 단점이라기 보다는 두께를 고려한다면 당연한 가격이겠죠)

한마디로 말하자면 2차 대전에 대해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번역도 딱딱하지만 정확한 편이고요. 개인적인 별점은 3점입니다. 3점 반을 주고 싶지만 조금 지루한 점과 두께는 아무래도 좀 걸리네요^^

2008/09/02

피스보트 - 이정용 : 별점 1.5점

 

피스보트 Peace Boat - 4점
이정용 지음/넥서스BOOKS

피스보트는 일본에서 교과서 개정 등 극우적인 사고가 팽배했던 1983년, 일본의 젊은이들이 자성을 담아 2주간 동남아 각 지역을 여행한 것이 시작이라고 하는군요. 이후 여행 코스가 확대되어 세계를 돌게 되었고, 주제도 분쟁과 갈등뿐 아니라 환경, 인권, 빈곤, 여성 등 지구촌이 직면한 모든 문제들을 아우르게 되면서 '지구촌 시민을 위한 자유로운 연대와 교류를 추진하자'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세워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한겨례"의 사진기자 이정용씨가 피스보트를 타고 동남아시아를 비롯, 아프리카, 유럽, 남미 등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며 관련된 내용과 단상을 스케치처럼 담고 있는 여행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의 불쌍한 사람들, 많은 분쟁지역과 그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 그것을 극복한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단상이 이어지는데 솔직히 전혀 와 닿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런걸 보고 뭔가 느끼고 자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여행에 들일 비용으로 그런 사람들을 돕는 재단 활동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거든요. 물론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된 데에는 신변잡기가 대부분이었던 여행기 자체도 한몫하고 있긴 합니다. 사진기자 치고는 사진도 별반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요.

아울러 이 피스보트라는 여행 자체가 선거철에 버스타는 정치인들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순수한 의도로 시작했다고 생각은 되지만 일본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니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더라고요. 놀고는 싶은데 뭔가 의미는 두고 싶고, 남들한테 내세우고 싶은 튀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자기 만족, 자기 위안을 위한 퍼포먼스에 불과한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한마디로 흔해빠진 인터넷 블로그 수준의 글 모음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차라리 인터넷 블로그였다면 검색이라도 됐을텐데 아쉽네요. 이런저런 이유들 때문에 별점은 1.5점입니다. 솔직히 1점을 주고 싶지만 어차피 공짜로 읽은 책이고 전 관대하니까요.

2008/09/01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2006) - 별점 3.5점

 


이 작품은 핀란드에서 일본의 가정 요리를 제공한다는 식당 카모메 식당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따뜻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실제로 핀란드에 존재하는 식당으로, 이 영화 덕분에 핀란드에 관광가는 일본 아줌마들이 늘었고 실존하는 카모메 식당도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하는 영화 소개에 관심을 가지던 차에 국내 개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다할 기승전결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큰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색감이 잘 살아있는 화면들이 너무 좋더군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수필같은 영화라고나 할까요? 무대가 핀란드라서 핀란드의 뭔가 웅장한 풍광이나 겨울을 묘사하는 장면이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런것 전혀 없이 식당과 식당 아줌마들을 중심으로 담담하게 에피소드들을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식당 주인인 사치에를 비롯하여 눈감고 지도를 찍어 핀란드로 여행왔다가 식당에 눌러앉은 미도리, 일본 오타쿠인 핀란드 청년 토미 등 각 인물들에 대한 디테일하면서도 여백이 있는 묘사도 마음에 들었고요. 맛은 잘 모르지만 요리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식당이 주 무대인 탓에 등장하는 요리들 역시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특히 "시나몬 롤" 은 무척 땡기더군요.

여백과 느긋함이 느껴지는 영화로 추천합니다. 핀란드 관광청 홍보 영화로 지정해도 좋을 정도로 핀란드에 대한 호감이 생기는 것은 보너스죠. 별점은 3점 반입니다.

대일본인 (2007) - 마츠모토 히토시 : 별점 3점

 


코미디언 출신인 마츠모토 히토시의 영화로, 전기 충격을 받으면 거대 영웅으로 변신하여 정체불명의 괴수들과 싸우는 이른바 "대일본인"의 활약을 페이크 다큐 형태로 만든 영화로 히어로물의 웅장함과 거대 액션의 쾌감 대신에 찌질한 대일본인의 실제 삶을 통하여 현재 일본, 그리고 일본인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 입니다.

전기 충격의 고통을 받고 괴수들과 싸우지만 나라에서 받는 쥐꼬리만한 연금, 국민들도 민폐라고 생각하고 가족들도 창피하다며 그를 버리고 홀로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대 일본인의 모습은 현재의 일본인의 모습 그대로를 나타내고 있으며 할아버지인 이른바 "4대째" 에 대한 회고, 그때가 정말 좋은 시절이었다~ 는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향수를 은연중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의 허접한 미국 슈퍼 히어로 가족의 도움은 그야말로 천박한 미국의 도움 없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일본의 모습 그 자체이고요. 그 외에도 매스컴에 의해 좌우되는 여론, 넘쳐나는 광고에 대한 풍자 등 삐딱하지만 코믹한 풍자가 전편에 넘쳐납니다. 이러한 풍자를 과거 특촬물의 형태로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고요. 그러나 썩 재미있지만은 않고 지나친 풍자로 영화적인 완성도나 기승전결이 무시된 감이 없잖아 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뭐 그냥저냥 볼만 했달까요.

아울러 비록 감독 자신은 엄청난 풍자를 통해 일본의 현재 모습을 자조하고 있지만 이러한 풍자 블랙 코미디가 그럴듯하게 만들어 질 수 있는 일본 사회는 외려 부럽기만 합니다. 그나마 개인의 자유 의견이 보장되는 국가로 보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면 아마도 미친놈 취급을 받거나 빨갱이 취급을 받을 것이라는 현실, 더군다나 이제부터는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현실이 더욱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