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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30

무엇을 위한 해체? 엽기 토막 살인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들

* 자주 소개드리는 honto의 북트리 서비스를 통한 추리 소설 추천입니다. 이번에는 토막 살인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들로 대체로 좋은 작품들입니다. 하지만 <<데드맨>>보다는 이런 류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이나 <<문신 살인 사건>> 등을 포함시키는게 더 나았을것 같네요.


엽기 범죄의 대명사인 시체를 해체하는 토막살인. 추리 소설 작가들은 주로 "범인이 왜 일부러 시신을 토막내야만 했을까?"라는 동기에 주목하지요. 이 매력적인 수수께끼에 큰 속임수, 그리고 드라마를 숨겨서 독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전개를 보여주는 추리 소설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점성술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시마다 소지의 데뷔작이자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제1탄. 밀실 살인과 엽기적인 토막 살인, 관계자의 수기, 독자에의 도전장 등 본격 추리 요소가 가득한 작품. 일본의 쇼와 시대를 대표하는, 추리 소설에 빠져든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 명작.

<<치아키의 해체원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신체의 일부를 토막내고 해체하는 살인 사건을 다룬 9편의 단편이 수록된 보기드문 단편집. 수록작 모두 '왜 시신을 해체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동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퍼즐같은 정교함을 맛볼 수 있는 작품들로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데뷔작이자 '다쿠미 치아키 시리즈' 제1탄.

<<살인 방정식>> 아야츠지 유키토
신흥 종교의 교주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살해되고, 머리와 팔이 절단된 시체로 발견된다.누가, 왜, 그리고 어떻게? 라는 본격 미스터리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작품. 대담한 트릭과 의외의 진범, 완벽한 복선 회수를 통해 논리적으로 해결되는 수수께끼. 과연 아야츠지 유키토!라며 탄복할 수 밖에 없다. 속편도 추천.

<<망량의 상자>> 쿄고쿠 나츠히코
연쇄살인으로 시작되어 민속학, 요괴, 전기 소설 등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전개되는 작품. 화제가 되었을 정도로 두껍지만 질리지 않는 재미가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시작해보시길. 최고의 세계관에 푹 빠질 수 있는, 교고쿠 나츠히코의 대표작이라는 이야기도 많은 걸작.

<<데드맨>> 가와이 간지
신체의 일부가 사라진 6구의 시체.그리고 그 부품을 연결해서 만들었다는 '데드맨'으로부터 메일이 보내지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시마다 소지의 걸작 <<점성술 살인 사건>>에 오마주를 바친 작품. 의외의 전개를 통해 오락성이 강한 서스펜스 추리물이다.

외침과 기도 - 시자키 유 / 김은모 : 별점 2.5점

 

외침과 기도 - 6점
시자키 유 지음, 김은모 옮김/북홀릭(bookholic)

7개 국어에 능통한 사이키가 해외 동향을 분석하는 잡지사에서 일하며 겪는 여러가지 사건들로 구성된 연작 단편집. 시자키 유의 데뷰작으로 근래 찾아보았던 추리소설 랭킹에서 추천하길래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몰랐었는데, 작품이 발표되었던 2010년에 이런저런 상 - '주간 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2위, 2010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2위 등 - 을 휩쓸기도 했었네요.

읽어보니 과연 좋은 작품이더군요. 각 단편마다 독특함도 잘 살아있고 완성도도 높거든요. 특히 이국에 대한 서정적인 묘사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굉장히 고급진 느낌을 전해주거든요.
추리적으로는 편차가 있는 편이라 전체 평균한 별점은 2.5점입니다만, 몇몇 작품 (개인적으로는 <<얼어붙은 루시>>)의 수준은 높으니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각 단편별 상세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리뷰라는 점, 읽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막을 달리는 뱃길>>
사이키는 사하라 사막 한 복판에서 소금을 채굴하는 대상 일행에 합류했다가 일행이 하나씩 살해당하는 사건에 휘말렸다. 사막에서 소금길을 나아갈 뿐인, 몇 안되는 일행을 살해할 이유는 무엇일까?

사이키의 모험과 여행, 그리고 삶에 대해서 모험 소설과 추리 소설을 결합한 형태로 풀어주는 작품. 추리적으로도 괜찮았어요. 특히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동기 측면에서 눈여겨 볼 만 합니다. 대장이 급작스럽게 사고로 죽은 뒤, 달랑 세 명 - 사이키까지는 네 명 - 밖에 없는 일행을 죽일 이유가 무엇일까요? 만약 소금을 독차지하기 위해서였다면 차례로 죽인 이유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첫 범행인 켄부 살해 시 다 죽이면 됐으니까요. 만약 대장의 죽음이 사고사가 아니라서 복수를 위해서였다면? 범인을 지목하고 일행의 동의를 얻어 처단했다면 깔끔했습니다. 모두가 공범이었을 수는 있지만 그랬다면 마찬가지로 한 번에 다 죽이는게 합당했고요. 그렇다고 완전 범죄를 노리기에는 마지막 남은 사람이 범인인게 뻔한 그것도 아니고.....

그런데 동기는 '사막의 대상' 이라는 환경에 꼭 들어맞는 타당한 이유였습니다. 죽은 대장만이 사막에 난 길의 경로를 알고 있었던 탓입니다! 범인 바르보예는 자기가 모르는 소금 채굴 마을로 향하는 길의 이정표를 만들기 위해서 일행들을 죽였던 겁니다. 시차를 두고 차례대로 죽였던건, 시체를 죽은 자리에 두어야 했기 때문이지요. 바르보예는 전체 길의 일부만 모른다는게 앞서 소개되는 등 추리를 위한 단서 제공도 공정합니다.
대장이 아꼈던 어린 낙타 메챠보가 모든 길을 알고 있었다는 반전도 깔끔했어요. 이야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막과 대상 일행에 대한 묘사도 빼어나고요.

사이키가 왜 대상 일행에 합류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애매했고, 사이키가 메챠보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나는 장면은 조금 작위적이었지만 이 정도면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2008년,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제5회 미스터리즈! 신인상'을 수상했던 이력이 이해가 되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덧붙이자면, GPS를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지금 시점에서는 조금 낡은 소재일 수는 있겠습니다.

<<하얀 거인>>
사쿠라는 대학 친구 사이키, 요스케와 함께 1년 전 연인과 이별했던 마드리드 근처 레엔쿠엔트로 마을에서 휴가를 보내게되었다. 1년 전, 연인 아야코는 마을의 하얀 풍차 안에 들어간 뒤 사라져 버렸었다....

사쿠라는 풍차 주인이 아야코를 살해하고, 풍차의 돌절구를 이용하여 그녀를 분해(!)했다고 추리하지만 진상은 그냥 아야코가 사쿠라 눈 앞에서 떠났던게 전부입니다. 온통 하얀 옷, 그리고 모자까지 하얀 색이었던 탓에 사쿠라는 눈치채지 못했던 거지요. 풍차가 하얀색이었기 때문이랍니다....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던 트릭입니다.
'사쿠라'는 별명으로, 화자의 정체는 스페인인 세레소였다는 서술 트릭 역시 그렇게 잘 짜여져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어요. 정보도 부족했고, 사쿠라의 정체가 이야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닌 탓입니다. 딱히 반전이라고 볼 수도 없었고요.

이야기도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아야코의 귀국은 레엔쿠엔트로 마을에서 급작스럽게 결정된건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그녀가 세레소에게 호감이 있었다면, 당연히 사유와 연락처를 진작에 알려줬을거에요. 눈 앞에서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면,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의도였다는게 타당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이 작품에서처럼 세월이 지난 뒤 다른 유학생들을 통해 찾는다는건, 다른 목적이 있다고 밖에는 생각이 안 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추리적으로도 그닥일 뿐더러 이야기의 설득력이 낮고 공감하기 어려워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얼어붙은 루시>>
사이키는 러시아 정교회의 우라디미르 사제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수도원에 방문했다. 죽은지 250년이 지났지만, 썩지 않고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리자베타 수녀의 성인 인정 절차를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확인한 유해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사람 같았다.
우라디미르 사제가 사흘 동안 유해와 함께 있고 싶다고 한 부탁을 수도원장에게 허락받은 뒤, 사이키는 '성인'이라는게 무엇인지 수도원장과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일반적인 3인칭 시점과 리자베타 수녀를 신성시하는 스코냐 수녀 시점을 오가는 전개는 복잡하기만 할 뿐이라 생각했는데, 이는 스코냐가 수도원장을 살해했다는걸 추리할 수 있도록 잘 짜여진 구성이더군요. 읽으면서 실로 감탄했습니다. 스코냐가 수도원장, 우라디미르 사제와 사이키간 대화를 어딘가에 숨어서 듣는 묘사는, 이후 스코냐가 사이키에게 실수로 그 사실을 드러낸 뒤 스코냐가 리자베타 수녀의 유해인 척 했다는 사이키의 추리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곳에는 숨을데가 없었거든요.
수도원장이 기도실에서 나오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살해당했고, 스코냐가 리자베타 수녀의 유해인 척 수도원장의 유해를 관에 넣어 두었다는 추리도 기가 막혔고요.

이 사건이 스코냐 수녀의 그릇된 신앙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도 주목해 볼 만 합니다. 스코냐 수녀가 수도원장을 살해한건, 시성 (성인인증)을 받기 위함이었다는 겁니다. 수도원장은 앞서 시성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단지 성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고 싶다는 취지에서 시성을 요청했을 뿐인데 말이지요. 수도원장은 '살아있는 성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앙심이 깊어서, 리자베타 수녀의 유해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거라 여겼다는 추리는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마지막에 사이키가 스코냐에게 물었던, '그렇다면 리자베타 수녀의 유해는 그럼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답도 인상적이었어요. 리자베타 수녀는 부활했기 때문에 유해가 사라졌다는데.... 와 정말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딱 한가지 이해가 안되었던건, 수도원장은 시성을 위해 스코냐가 리자베타의 유해 대역을 소화하는걸 묵인했던게 분명합니다. 이는 시성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수도원장의 말과는 배치됩니다. 스코냐가 우리디미르 사제와 사이키가 조사를 나왔을 때 급작스럽게 대역을 소화했다는 묘사도 없고요. 다른 수녀들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입을 다문건지 설명되지 않아서 답답했습니다.

그래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이야기였다는건 분명합니다. 추리적으로도 볼만했고요. 이 단편집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싶네요. 제 별점은 3.5점입니다.

<<외침>>
사이키는 의료 봉사를 하는 영국인 의사 애슐리 카슨과 함께 아마존 오지의 데뮤니 촌락으로 향했다. 잡지 취재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마을은 에볼라 바이러스와 비슷한 전염병으로 거의 절멸의 위기에 처한 상태였다. 살아있는 사람 중 감염되지 않은건 장로, 전사 아리밀리, 통역 역할을 하는 다니 정도였다. 그러나 외부로 도움을 청하려다 실패하고 돌아온 사이키는 그나마의 생존자들도 누군가 살해했다는걸 알게 되었다. 누가 곧 죽을 사람들을 일부러 살해했을까?

아마존 오지에서의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에 대한 묘사는 빼어나며, 사이키와 애슐리가 서로가 범인이라며 펼치는 추리 대결이 특히 볼만했던 작품입니다. 에볼라는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니 편하게 죽게 도와주었을거다, 그들은 보균자가 될 수 있으니 화를 없애기 위해 먼저 제거했을거라는 동기에 대한 각자의 주장이 설득력이 높은 덕분입니다. 사이키가 챙겼던 비옷 등 앞서 소개되었던 정보를 토대로 펼치는 추리도 괜찮았고요.

그러나 정작 진상은 황당했습니다. 범인은 전사 아리밀리였어요. 동기는 데무니 마을 사람들에게는 살아 있다는건 굉장히 중요했고, 데무니 마을만이 유일한 세계였기에 마지막 생존자는 세계의 마지막 역사에 남는, 최고의 영예라는 원주민의 세계관 때문이었고요. 이는 다니 등 다른 원주민들의 언행을 통해 살짝 드러나기는 하나, 추리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이렇게 일반 상식으로는 떠올릴 수 없는, 다른 세계관으로 동기를 해석해야 한다면 추리 소설로는 반칙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기도>>
찾아가기도 힘든 밀림 속, 높이 10m되는 바위산에 천연 동굴을 파 낸 '고아.도아', 우리말로 '기도의 동굴' 이라는 곳이 있다. 동굴 안 쪽 벽에는 모두 이런저런 그림이 새겨져 있었고, 뒷 쪽 출구는 바다로 인접한 낭떠러지에 위치했다. 이런 동굴이 '기도의 동굴'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까닭이 무엇일까? '나'는 친구 모리노가 낸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이런 저런 조사에 나서는데...

동굴은 감옥이었다는게 '나'의 답이었습니다. 고위층을 유배했고, 그들을 출구를 통해 자살하게끔 유도했다, 동굴 안 조각들은 그들이 새긴 절망과 저주였다는겁니다.
그러나 '나'가 동티모르에서 폭동에 휩싸인 뒤, 측두엽성 기억상실에 빠진 사이키라는게 밝혀지고, 이 답은 사이키 자신의 처지를 빗댄거라는게 드러납니다. 사이키가 멀쩡했을 때, 그는 동굴은 말 그대로 기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했었거든요. 물고기를 잡으러 나간 배의 무사 귀환을 바라기 위한 장소로 바다가 보이는 출구를 만들었고, 동굴 안에 이런저런 기도 목적의 그림을 새겼다고 추리했었으니까요.
정답은 없지만 이러한 '기도의 동굴' 명칭에 대한 추리는 괜찮았습니다. 현재 사이키 상태와 연결되어 다른 답이 나온다는 구성도 좋았고요.

그런데 기억상실 설정은 다소 뜬금없는 편입니다. 전체 단편집 맥락과 잘 맞지도 않았고요. 다른 단편들은 여행, 그리고 그곳에서의 사건으로 삶과 생존, 인생과 사랑 등에 대해 생각할거리를 던져주지만, 이 이야기는 여행과는 무관하며, 내용도 자아성찰에 가까운 탓입니다. 차라리 여행지에서 물리적인 감금 상태에 놓였다고 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이 설정에서 빚어지는 다소 모호한 1인칭 시점 묘사도 그닥이었고요.
책 소개를 보니 '세계 속에 넘치는 이야기들, 그 신비하면서도 미스터리한 경험들을 전달하고자 하는 '여행자'의 바람은 작품의 마지막에 이르러 전체 에피소드를 하나로 아우르는 강력한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데 무슨 말인지 당쵀 모르겠네요.

하여튼, 별점은 2.5점입니다.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작품치고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2022/10/29

리피트 - 이누이 구루미 / 서수지 : 별점 2.5점

리피트 - 6점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북스피어

<<아래 리뷰에는 진상과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학생 모리는 지진을 예언하는 기묘한 전화를 받았다. 예언이 실현된 뒤, 전화를 건 주인공 가자마는 모리를 비롯한 9명의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10개월의 시간을 점프할 수 있는 '리피트'에 대해 알려주며 리피트에 동참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경마 등으로 부자가 되거나, 이미 알고 있는 입시를 다시 치루어 도쿄대에 입학하는 등의 소망을 품고 그들은 과거로 향했다. 여행은 성공했고 모리는 함께 리피트한 미녀 시노자키와 커플이 되지만, 전 연인 유코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뒤 다시 리피트할 계획을 세웠다. 마침 리피트한 동료들이 차례로 살해당했기 때문에, 가자마도 두 번째 리피트를 허락해 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노자키의 임신으로 모리는 고뇌에 빠지는데....


<<이니시에이션 러브>>로 유명한 이누이 구루미의 장편.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서술 트릭의 수작이지만 이상하게도 작가 이누이 구루미의 작품은 국내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지요. 이 작품과 <<이니시에이션 러브>>가 유이합니다. 이 작품의 존재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모처의 랭킹에서 소개해주어서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작이더군요.

10개월을 뛰어넘어 과거로 돌아가는 '리피트'가 핵심 설정인데, 이렇게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은 정말 많습니다. 작중에서도 켄 그림우드의 <<리플레이>>라는 작품이 비슷한 내용이라고 소개될 정도죠. 시간 여행을 본격적으로 활용하여 추리적으로 잘 풀어낸 작품도 <<타임 리프>>라던가, <<나만이 없는 거리>> 등이 있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과거로의 이동은 주인공의 능력이 아니라는 점이 독특했습니다. 수수께끼의 인물 '가자마'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리피터' 들 9명을 모아서 과거로 이동하게 도와주었던 것이니까요. 순수한 선의의 발로이며 그들이 선택된건 단순한 우연이었다는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서 받은 사람들) 가자마의 말에 주인공 모리를 비롯한 9명은 얼떨결에 과거로 향하게 되지요. 가자마만 과거로 리피트 할 수 있는 검은 오로라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으며, 오로라로 이동할 수 있는 헬기 조종사였다는 설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요.

과거에서 특이점이 발생할 경우 미래가 바뀔 수는 있지만, 아무리 미래가 바뀌어도 결국 정해진 미래는 바꿀 수 없다는 결말은 정해진 미래, 특히 죽음은 바꿀 수 없다는 영화 <<데스티네이션>> 설정과 동일하지만, 이 작품에서 리피터들은 자기들이 죽는다는걸 몰랐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덕분에 다카하시, 요코사와, 쓰보이가 차례로 죽자 생존한 리피터들은 이 범행은 리피터를 노린 누군가의 짓이라 여기고 범인에 대해 아래와 같이 다양한 추리를 펼치게 되고요.
  • 범인은 리피트에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면 안되는 가자마일까? 하지만 가자마는 위험해져도 10월 30일까지만 버티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되는데?
  • 리피터들을 죽이기 위해 과거로 초대했던 걸까? 그랬다면 원래 세계에서 서로 모를 때 죽였을거야. 서로 모르면 남은 사람들은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았었을텐데, 리피터라는 연결 고리가 생겨서 경계 의식을 품게 되었으니까. 게다가 가자마는 계속 리피트할 생각이었는데, 그러면 리피트한 과거에는 다시 9명은 생생하게 살아 있어, 살인을 반복할 이유는 없다고.
  • 한 번 리피트 한 사람들은 데리고 가지 않겠다고 한 가자마에게, '생명이 위험하니 다시 리피트하게 해 달라'고 설득하기 위해 덴도가 저지른 범행일까? 덴도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만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으니까.
  • 가자마가 다른 누군가에게 예언을 알려준 뒤, 너가 리피트하려면 다른 리피터를 먼저 죽여라고 시켰던걸까?
  • 이전 리피터 중 누군가 헬기로 뒤를 쫓아 리피트한게 아닐까?

이러한 여러가지 추리들은 상당한 재미를 선사해줍니다.

리피터 연쇄 살인 사건 외에도 리피터 시노자키가 모리의 아이를 임신한 것도 흥미를 끕니다. 모리는 옛 연인 유코를 살해한 탓에 리피트가 절실했는데, 시노자키는 임신때문에 다시 리피트를 할 수 없게 되어버렸거든요. 다시 리피트한다면, 아이가 없는 임신 이전 상태로 되돌아 가 버리고 마니까요. 그래서 극적 긴장감이 발생하게 됩니다. 시노자키의 예정된 죽음 - 헬기 추락에 의한 사고사 - 을 가자마로부터 전해들은 모리가 그녀를 죽게 내버려두고 혼자 리피트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장면에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고요. 그녀를 살게 해 주면, 모리의 리피트를 막을게 뻔하잖아요? 아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습니다. 임신 이야기를 들은 덴도가 이야기한, 갓 태어난 아이를 리피트시키면 폐 호흡을 하다가 양수로 돌아가버리는데 어떻게 될까? 라는 것도 사소하지만 꽤 생각해 볼 만한 주제였어요.

진상도 꽤 기발했습니다. 우선 리피터인줄 알았던 이케다도 가자마와 같이 리피트를 반복했었던 오리지널 리피터였습니다. 둘은 사고로 생명을 잃었을 사람들을 구해준 뒤, 그들과 함께 과거로 돌아거서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즐기려고 했던 겁니다. 리피트를 반복하다 심심해졌던 탓이죠. 그리고 가자마와 이케다가 손을 써서 원래 세계에서 죽지 않았던 리피터들은 리피트한 세계에서는 운명대로 죽고 만 것입니다. 유코에게 살해당할 운명이었던 모리만 먼저 유코를 살해해서 죽음에서 벗어났고, 덴도는 이러한 진상을 추리해내서 가자마와 이케다가 구해준 덕분에 생명을 건질 수 있었고요.

하지만 이야기 전개가 아주 매끄럽지는 않습니다.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은 탓입니다. 우선 모리가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미래의 이야기를 적어두었던 노트를, 문단속을 잊은 탓에 방에 들어온 유코가 발견해서 리피트를 눈치채자 살해했다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비교적 주인공다운 모습을 보여주던 모리라는 인물상과도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모리가 유코에게 죽는게 운명이었다면, 미리 흉기까지 준비했다면 유코가 맥없이 살해당하는건 이치에 맞지 않으니까요. 목이 졸릴 때 당연히 칼을 꺼내 찔렀어야죠. 왜 이 부분에서만 정해진 운명이 다르게 흘러갔는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과거를 바꾸는 특이점이 생기면 미래가 바뀌어서 이런저런게 바뀔 수 있다는 전제도 사실 해석하기에 따라 애매한 말입니다. 경마로 큰 돈을 버는 것도 특이점이잖아요? 리피터들을 죽인건 정의 구현에 한계를 느낀 미친 경찰관이었다는 것도 작위적이었고요.

결말도 많이 아쉽습니다. 덴도가 미국에서 헬기 면허를 따 왔다는거야 그럴싸했는데, 그 뒤부터는 정말 막 나가더라고요. 이케다와 덴도가 서로에게 총을 쏴서 죽는다는게 특히 그러했어요. 총이라는 비현실적인 소재도 이상하지만, 이케다만 리피트 지점을 알테니 그 지점만 알아내고 강제로 헬기에서 쫓아내겠다!는 덴도의 계획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총이건 뭐건 이케다가 그렇게 순순히 물러날리가 없잖아요?
둘 다 죽은 뒤 모리 혼자서 헬기를 조종해 오로라로 들어갔다는 것도 별다른 고민없는 작위적인 전개였습니다. 리피트에 성공한 모리가 곧바로 차에 치어 죽는다는 결말도 뻔했을 뿐 아니라 <<데스티네이션>>과 다를게 없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흔한 소재에 약간의 변주를 가해 흥미를 유발하게끔 만든건 좋은데, 아주 독특하고 새롭지는 않았기에 감점합니다. <<이니시에이션 러브>> 만큼의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2022/10/22

수학자는 행운을 믿지 않는다 - 애덤 쿠하르스키 / 정훈직 : 별점 3.5점

수학자는 행운을 믿지 않는다 - 8점 애덤 쿠하르스키 지음, 정훈직 옮김/북라이프

여러가지 도박에 대해 수학적으로 연구된, 여러가지 이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주는 책.
리처드 파인만의 책 도입부 일화부터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파인만은 도박은 잃을 수 밖에 없다는걸 계산을 통해 알고 있었는데, 프로 갬블러를 만나고 혼란에 빠집니다. 수학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프로 갬블러 닉은 파인만에게 “베팅 판에 돈을 거는 게 아니라, 베팅 판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돈을 거는 것." 이라는 비결을 말해 주었답니다. 암요, 호구는 타짜의 먹잇감에 불과하지요.

뒤이어 각종 도박 및 베팅에 대해 수학자들이 연구한 방대한 사례들이 소개되는데, 뭐 하나 빼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신기했습니다. 맨 먼저 소개되는 무작위여야 할 룰렛에서 거금을 땄던 일화부터 말이죠. 룰렛이 마모 등의 사소한 결함으로 특정 숫자가 다른 숫자들보다 자주 나온다면, 상황이 갬블러에게 유리하게 바뀔 수 있다는게 비결입니다. 하지만 바퀴가 문제가 있어도 어느 숫자에 돈을 걸어야 하는지 알아내는게 문제인데, 물리학에다가 컴퓨터까지 동원해서 최대 20% 정도의 적중률을 확보했던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임의의 배팅일 경우의 확률은 2% 미만이라니 그 차이가 실로 엄청나네요. 휴대폰 등을 이용해서 2004년에도 130만 파운드를 따 간 일당이 있었다고 하고요. 이런 계산을 할 수 있을 사람이라면 저 돈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여튼 대단합니다.

운이 지배한다고 생각했던 복권에서도 수학자들의 성취는 눈부십니다. 제일 간단한건 로또에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구입하는 비용이 상금보다 적을 경우 모든 숫자를 다 사버리는 '브룻 포스 공격'법입니다. 문제는 모든 조합을 구매하는 수고, 그리고 공동 당첨자가 있을 때 상금을 나눠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는건 정말 큰일일거에요.
경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학적인 예측으로 거액을 벌어들이는 조직이 있으며, 그 적중률이 높다는 것에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포인트는 잘하는 말은 배당이 낮고 못하는 말은 배당이 높아서 공정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에요. 사람들이 못하는 말의 확률을 후하게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말의 예상 성적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고요. 이건 어떻게 보면 당연합니다. 고배당으로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잘하는 말에 돈을 거는 것 만으로 돈을 무조건 딸 수는 없겠죠. 수수료 문제도 있고요. (이 책에 의하면19%) 그래서 여러가지 수학 기법이 적용된 경마 우승 확률 분석 프로그램이 많이 나타났는데, 대체로 프로그램 결과와 현재의 배당률을 조합하여 베팅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축구 경기도 수학 기법이 도입되는건 마찬가지입니다. 1970년대에 몇몇 학자들은 축구 한 경기는 거의 전적으로 우연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예측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적도 있었답니다. 그러나 수학의 발달로 이런 제약도 무너져버리고 말았는데, 예를 들어 팀이 골을 넣는 실력, 골을 얼마나 못 막는지를 뽑으면 골을 넣을 확률을 다음과 같은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군요.
홈팀의 공격 능력 × 원정팀의 수비 취약점 × 홈그라운드 이점
이를 기반으로 만든 모델을 통한 예측 결과가 베팅 업체 배당률보다 10퍼센트 이상 가능성이 높았다니 놀랍습니다.
이렇게 모든 스포츠 도박은 이제 과학적인 분석 대상이 되었기에, 심지어 투자 회사까지 생겨 투자 개념으로 접근한다는 것도 놀라왔어요. 주식과 다를바 없다는건데, 이 정도로 고도화된 분석에 따른 결과라면 수긍할 만 합니다. 물론 저는 제 돈을 이런데 투자하지는 않겠지만요.

책은 이런 수학 이론들을 통해 인공 지능 단계까지 나아가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포커에서 블러핑까지 구사한다는건 놀랍습니다. 이는 냉정한 논리에 따른, 최적의 포커 전략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술이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경기나 룰렛에 돈을 거는 행동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포커 선수들은 베팅으로 게임의 결과를 바꿀 수 있어서 선수인 셈이니까요.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은 절대로 지지않는 포커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있다고 하네요. 온라인으로 포커 게임을 하면 절대로 안되겠습니다.

블랙잭과 카드 카운팅은 많은 책에서 소개되어서 새로운건 없었지만, 카지노가 유리한 이유는 기억에 남습니다. 참가자의 차례가 항상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참가자가 카드 한 장을 쓸데없이 더 요청했다가 목표치를 넘어가면, 딜러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이기니까요. 그래도 딜러의 카드 숫자가 작으면 딜러가 카드 몇 장을 더 뽑아야 할 가능성이 높아져서 합계가 21이 넘어갈 위험이 커진다고는 합니다. 예를 들어 딜러의 카드가 6이면 딜러 쪽이 21을 넘어버릴 확률이 40퍼센트라는군요! 10의 경우에는 그 확률이 반으로 줄어들고요. 따라서 딜러가 6을 갖고 있으면 자신의 카드 합계가 작더라도 가만히 있어야 결과가 좋을 수 있다는군요. 잘 기억해 두어야겠어요.

곁들여 소개되는 이런저런 정보들도 흥미롭습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징크스’처럼요. 이 잡지의 표지에 나온 선수들은 종종 그 후 성적 하락을 겪게 된다는데, 통계학자들은 실제로는 징크스가 아니라고 합니다. 선수들이 잡지 표지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대체로 그 선수들이 특이하다 싶을 정도로 좋은 시즌을 보냈기 때문인데, 이는 진정한 실력보다 비정상적인 변동에 의한 것으로 이듬해 성적 하락은 단순히 원래 실력으로 돌아간 것 뿐입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이현곤 선수의 타격왕 획득같은 경우겠죠.
갬블, 베팅에 관련된 정보도 많습니다. 카지노와의 대결에서 정해진 액수만큼 더 벌 수 있다고 기대될 때 걸어야 할 최적의 액수는 얼마일까요? ‘켈리 기준’이라고 알려진 수학 공식을 따르면 됩니다. 기대 수익을 이기면 받게 될 액수로 나눠서 나온 비율을 전체 자금에도 적용해서 그만큼의 액수를 걸어야 한다는군요. 예를 들어 동전 던지기에서 뒷면이 나오면 2달러를 주는 내기가 있다고 한다면, 켈리 기준은 기대되는 당첨금 50센트를 이겼을 때의 액수인 2달러로 나눈 것이다. 계산 결과는 0. 25로, 이는 이용 가능한 자금의 4분의 1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론상으로는 이만큼을 걸면 적절한 수익이 보장되는 동시에 자금 손실의 위험성이 제한된다는 겁니다.

이런 류의 책답게 번역이 그렇게 좋지는 못하고, 아무래도 내용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도판은 아예 없다시피하고요.
그래도 재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도박을 좋아하고, 이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읽는다고 따라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다양한 각도로 맛보는, 서로 다른 느낌의 걸작 시간 미스터리 소개

* 이전 소개드렸던 honto의 북트리 서비스에서 추천하는 시간 미스터리 소설들

시간 여행, 루프 등 SF의 정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간물'. 거기에 미스터리를 더한 '시간 미스터리'. 시간 미스터리라고 해도 유머러스하거나, 감동적이거나 서스펜스가 넘치는 등 소설별로 그 느낌은 천차만별입니다. 다양한 시간 미스터리 중 각각의 느낌별로 걸작들을 소개해드립니다. SF나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한때 잡화점이었던 폐가. 그곳에 과거로부터의 고민 상담 편지가 도착한다. 폐가에서 하룻밤을 지새게 된 3인조 빈집털이범이 그 편지에 답장을 쓰면서 현재와 과거가 연결되고, 마침내 훈훈한 결말을 맞이한다. '시간 미스터리 x 감동물' 걸작.

<<리피트>> 이누이 구루미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 주인공 모리는 여러 동행자와 함께 과거로 돌아간다. 미래를 아는 것으로 약속되었을 성공. 그러나 동행자들이 차례대로 죽어가고, 그 죽음은 시간이 갈수록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왜 그들은 죽었는가? 다음에는 내 차례가 아닐까? '시간 미스터리×서스펜스'의 걸작.

<<일곱번 죽은 남자>> 니시자와 야스히코
드물게 하루를 7회 반복해 버리는 체질을 가지는 나, 그리고 반복한 그 날 돌아가시는 할아버지. 원래의 하루에서는 죽지 않았던 할아버지가 왜 돌아가셨을까? 죽음을 다루면서도 코믹하고, 피식 웃을 수 있는 소설. '시간 미스터리×유머' 걸작.

<<삭제 보이스 0326>> 가타바미 다이시 (국내 미출간)
과거의 일을 없던 일로 만드는 장치 KMD. 주인공 소년은 가장 친한 친구의 사고, 형의 자살을 막기 위해 그 장치를 사용한다. 그러나 불화가 점차 생겨나고 소년은 그에 맞선다. 그리고 이야기는 씁쓸하면서도 상쾌한 결말을 맞이한다. 읽은 후 애틋한 여운이 남는 이 책은 '시간 미스터리X청춘'의 걸작이다.

<<공허의 상자와 제로의 마리아>>
1만 번 이상 같은 때를 반복하고 있는 소녀와 시간이 루프라는 것을 깨닫는 '나'. 고등학생인 '나'와 전학온 그 소녀가 시간 루프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무릎을 치는 전개, 치밀한 설정, 정교한 구성이 결합된 '시간 미스터리×라이트 노벨'의 걸작.

2022/10/21

인기없는 블로그이지만...

이글루스 블로그 자체가 잊혀져가고 있고, 이 블로그는 대중적인 글 보다는 개인적인 리뷰를 올리는 공간이라 원래 조회수가 높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조회수 0은 좀 충격이네요.

제 블로그가 인기 없는건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니긴 하지만, 이래서야 이글루스 블로그가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아예 검색에 노출되지 못한다는 뜻이니까요.

이제와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힘들고, 백업도 어려운 만큼 오래오래 버텨주었으면 하는데 과연 어떨지... 다른 이글루스 이용자 분들의 현황과 근황이 갑자기 궁금해지는군요. 모쪼록 모든 분들 다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2022/10/20

매혹 -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 김상훈 : 별점 2점

매혹 - 4점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지음, 김상훈 옮김/열린책들

<<아래 리뷰에는 반전 및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폭탄 테러로 일부 기억을 잃은 그레이에게 수잔이라는 여성이 나타나 과거 그의 연인이라고 말했다. 수잔을 통해 프랑스에서 그녀와 함께 했던 추억, 그리고 수잔의 남자 나이얼 때문에 헤어지게 되었던 기억을 재구성하지만, 그는 프랑스에 간 적이 없었다.
그런 그레이에게 수잔은 이별의 진짜 이유는 그녀가 '불가시인'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녀는 특별한 '구름'을 만들어내어 다른 사람들로부터 안 보이게 될 수 있었고, 나이얼은 그런 불가시인 중 가장 뛰어난 능력자로 그레이와 수잔이 있는 곳에 항상 함께 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믿지 못하는 그레이에게 수잔은 불가시 능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고, 마지막에 나이얼이 썼다는 글을 건네 주었다. 몇개월 전 쓰여졌다는 그 글에 쓰여있던건 테러 이후 그레이에게 일어났던 일 들이었다.


영국 작가의 SF, 판타지 메타 픽션. 400페이지를 조금 넘는 분량이기도 하고, 작가의 유명세를 전해 들은바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초, 중반부는 상당히 지루했습니다. 수잔과 그레이가 사랑에 빠졌지만, 전 남자친구 나이얼에게 휘둘리는 수잔의 행동과 그러한 수잔의 행동에 사사건건 반응하는 그레이의 행동 묘사가 대부분인데 그레이의 쪼잔함, 사랑한다면서도 나이얼을 놓지 못하는 수잔 모두 짜증만 불러 일으겼던 탓입니다.
분량도 많지는 않지만, 좁은 행간으로 페이지를 온전히 글자로만 빼곡히 채우고 있어서 글 자체의 분량은 다른 장편들 못지 않아서 읽기가 좀 버거웠어요.

그러나 수잔이 나이얼을 벗어날 수 없는 이유였던 '불가시인'이라는 정체가 드러나면서부터는 대단한 몰입감을 선사해줍니다. '불가시인'에 대한 설정이 디테일하며 흥미로운 덕입니다. 다른 사람 눈에 띄이지 않던 왕따가 일종의 투명 인간이 되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손에 넣는다는 만화를 어디선가 보았던 것 같은데, 여기서 '불가시인' 능력은 타고 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도 눈에 뜨이지 않았고, 결국 자연스럽게 사라져 버리는 거지요.
정체가 드러난 이후는 수잔 시점의 경험담 위주인데, 불가시인들은 서로를 볼 수 있어서 자기들끼리 무리를 짓게 되며, 당연히 직장을 다닐 수 없으니 능력을 이용하여 모든걸 훔치면서 살아가고, 병원에 갈 수 없어서 치아는 물론 전체적인 건강이 좋지 않다는 등 상세하면서도 설득력있는 설정들이 굉장히 흥미로왔습니다. 이 능력을 수잔이 "glamour"라고 부르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수잔을 지배하는 나이얼은 불가시인 중에서도 최고의 능력자로 심지어 불가시인도 볼 수 없었다는건 가장 빼어난 아이디어였습니다. 수잔이 나이얼을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한데, 둘이 여행을 하는 자동차에 몰래 타고 있었다던가, 심지어 사랑을 나눌 때에도 끼어들었다는 이야기에서는 충분한 설득력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레이는 나이얼이 만들어낸 이야기에 먹혀버렸다는, 즉 그레이의 모든 기억은 나이얼이 만들어낸 픽션이라는게 드러나는 마지막 결말은 황당했습니다...... 나이얼이 모든걸 창조했다고 독자에게 직접 이야기하고 있어서 '메타 픽션'이라고 불리우는 듯 한데, 저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기억이라는건 그렇게 신뢰할 수 없고 알고보면 픽션과 다를게 없다는 개념 자체는 좋습니다. 그러나 작품 속 나이얼의 말처럼, 아니면 수잔의 부모님처럼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 모두 기억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아픈 기억도 기억이고 추억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극단적으로 자기 자신의 기억을 조작, 왜곡하는건 비현실적인 '불가시' 능력처럼 드물지만 있을 수는 있겠지요. 문제는 이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지금처럼 나이얼 (혹은 작가)의 말 한마디로 떼우는건 "아 x발, 꿈!" 한마디와 다를바 없습니다. '불가시' 능력처럼 기억 조작 방법이 뭔가 말이 되는 것처럼 설명되었더라면 SF 소설로 충분한 가치가 있었을텐데, 지금은 '메타 픽션'이라는 말로 떼울 뿐이라서 많이 아쉽네요.

그래서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2점. 불가시인 이야기만 썼더라면 훨씬 재미있었을텐데, 기묘한 사랑 이야기에 기억 조작, 거기에 메타 픽션 설정까지 우겨넣은건 영 별로였습니다..딱히 구해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2022/10/16

오재원 선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얼마전 두산의 캡틴이었던 2루수 오재원 선수의 은퇴식이 있었네요.
근성, 허슬 BQ, 그리고 수비로 대표되는 선수로 두산 왕조의 주역이었지만, 에이정 커브와 부상으로 인한 기량 쇠퇴는 이기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시즌은 1군에서도 거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두산도 지난 왕조 시절과는 다른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는건 아쉽지만 그래도 우승도 여러번 했으니 후회도 없고 미련도 남기지 않았을 완벽한 선수 생활을 보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앞길에 무운 가득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저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오재원 선수 명장면을 소개해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유명한 도쿄 대첩 빠던과 송창식 선수 벌투 사건 당시의 삼진은 뺐습니다.)

1. 오재원, 류지혁 선수의 환상 수비


2. BQ가 돋보였던 홈스틸


3. 3점슛 세레머니


4. 14구 커트 끝에 홈런


2022/10/15

이별의 수법 - 와카타케 나나미 / 문승준 : 별점 2.5점

이별의 수법 - 6점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내친구의서재

<<아래 리뷰에는 많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랫동안 근무하던 탐정사무소가 폐업한 탓에 빈둥거리다 미스터리 전문서점 ‘살인곰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하무라 아키라. 위험한 구석이라곤 없는 서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그녀의 불행은 멈추지 않는다. 뇌진탕과 갈비뼈 골절, 폐 손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말기 암으로 입원해 있던 왕년의 스타 배우와 같은 병실을 쓰게 된다. 얄궂게도 그녀는 하무라 아키라에게 20년 전 가출한 자신의 딸을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하무라는 실종 직후 딸의 행방을 좇았던 탐정을 찾아가지만, 그 탐정 또한 20년 전에 실종되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의뢰인의 6촌 조카는 교살당했으며, 의뢰인의 집에서 일했던 두 명의 가정부의 행방마저 묘연하다. 왕년의 배우를 둘러싼, 우연의 일치라기엔 너무 잦은 살인과 실종 사건들. 20년 전 실종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사건들 사이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그리고 탐정은 왜 사라졌을까? 하무라 아키라는 20년이라는 긴 시간의 터널을 지나 오래된 비밀과 마주한다. (출판사 제공 소개)


와카타케 나나미의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장편. '살인곰 서점' 시리즈가 국내에 출간된지는 꽤 되었는데, 이 작품이 살인곰 서점 시리즈 중에서는 첫 작품입니다. 해설을 읽어보니 시리즈 연착륙을 노리고 단편집부터 발간했던게 이유였다는데, 독자로서는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는 처사입니다.

작품은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답게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소설 스타일 그대로입니다. 별 것 아닌 의뢰로 보였는데, 조사가 진행되면서 의외의 사건으로 발전해 나가며 그 와중에 거친 (?) 액션이 폭발한다는 이야기거든요. 일반인들, 그리고 평범한 일상속 이야기가 많았던 다른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와는 다르게 정통, 본토 (?) 하드보일드 냄새를 물씬 풍긴다는 점이 조금 특이했습니다. 과거 유명 여배우이자 유력 정치인의 접대부 (?)였던 의뢰인, 의뢰 대상인 실종된 여배우의 딸은 유력 정치인의 손녀 + 강간 피해자 + 연쇄 살인범, 딸이 저지른 연쇄 살인의 끝은 어머니 살해라는 내용이니까요. 스케일은 본토 못지 않아요. 제목부터가 <<기나긴 이별>>스러웠는데, 알맹이도 만만치 않았던거지요.

다행히 이런 스케일 크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잘 그려내고는 있습니다. 하무라 아키라와 그녀가 조사하는 인물들이 현실적으로 잘 묘사된 덕입니다. 전개도 매끄러우며 하무라 아키라의 조사 과정도 아주 현실적이에요. 경찰이 아닌 일반인 탐정이 가능했을 조사의 최고점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추리적으로도 괜찮습니다. 남다른 하무라의 눈썰미와 추리력은 여전하고, 사소한 단서들로 진상이 드러나는 구조도 잘 짜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본 사건 외에 함께 진행되는 사건들의 완성도도 높아요. 후부키가 하무라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계기가 되었던, 백골 발견 사건처럼요. 살아있는 줄 알았던 아내 에이코가 알고 보니 변장한 남편이었고 백골이 에이코였다는 트릭인데 꽤 그럴듯했기 때문입니다. 사라진 탐정 이와고 사건의 진상도 설득력 높아서 마음에 들었고요. 장편 속에서 지나가는 사건으로 등장하는게 아니라 하나의 단편으로도 충분했을, 완성도 높은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하무라 아키라 2기 살인곰 서점 시리즈의 막을 여는 작품답게 백곰 탐정사 설립 유래도 등장하고, 도야마 점장의 미스터리 소개 등 팬으로 즐길거리도 많아서 500페이지가 넘는 대장편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읽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2016년 발표 당시 이런저런 리스트에서 베스트 10 안에 포함된건 - 주간문춘 베스트 미스터리 10위, 고노미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6위 등 - 당연하다 생각되네요.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전개 중간중간마다 억지스러운 부분이 눈에 걸리는 탓입니다. 우선 후부키가 하무라에게 딸 시오리를 찾아달라고 의뢰한 것 부터가 억지입니다. 과거 시오리가 사라졌던건 후부키가 시오리의 살인 행각을 알고난 뒤 시오리를 죽이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 뒤 후부키는 시오리가 죽었고, 충직한 비서 야마모토가 사체를 처리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녀 주변에 시오리를 닮은 누군가 (알고보니 진짜였지만)가 출몰했기 때문에 그 진상을 알기 위해 사건을 의뢰했다는데, 이건 말도 안됩니다. 20년 전에 시오리를 처리했다는 충직한 비서 야마모토는 건재했으니까요. 그냥 야마모토에게 연락해서 진상을 알아보면 될 일이었어요!
야마모토가 시오리와 관계를 가진 탓에 미안해서 연락을 못 받았다는 묘사가 있지만, 그랬다면 의뢰는 비서를 찾아달라는걸로 족합니다. 시오리를 찾아달라고 의뢰한다면, 탐정의 조사를 통해 과거의 연쇄 살인이 드러날지도 모르잖아요. 20년 전 처럼 시오리 친부가 누구인지에 대한 소동이 일어날 수도 있고요. 실제로 하무라는 시오리의 부친이 누구인지는 물론이고 그녀가 사라진 이유 등 모든 진상을 알아내는데 성공했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억지스러운 의뢰였습니다.

시오리의 연쇄 살인도 하무라의 조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지만, 급작스러울 뿐더러 비현실적인 사건이라는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했습니다. 이건 시오리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다시피해서 그녀의 캐릭터가 제대로 구성되지 못한 탓입니다. 고등학교 때 성폭행을 당했었다는 과거 언급이 전부인데, 이 아픈 기억이 연쇄 살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전혀 설명되지 않고, 범행에 대한 묘사도 전무하기 때문이지요. 그나마 야마모토의 여동생 유코는 그녀가 시오리를 도발했다는 말이라도 나오는데, 가정부와 이모 할머니는 대체 왜 죽인건지도 모르겠어요.
후부키가 시오리의 최종 목표였다는 것도 의문입니다. 그럴거라면 과거에 가정부와 이모 할머니를 살해했을 때 같이 죽이려 했어야지요. 또 시오리가 입원 중이었던 병원을 몰래 빠져나온지도 3주 정도 지났다고 설명되는데, 왜 주위만 맴돌고 진작에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을까요?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뚱뚱한 시오리가 후부키를 덥치고, 그걸 막는 하무라와의 사투는 지나칠정도로 전형적이면서 크리쳐물을 연상케 할 정도로 과장되어 있어서 현실감을 느끼기 어려웠고요.
매니저 야마모토의 복수 - 성폭행을 저질러 시오리를 연쇄 살인마로 만든 안자이에 대한 - 도 뜬금없었고, 20년 전 1990년대에 이렇게 많은 죽음이 제대로 조사되지 못한 이유도 설명이 부족합니다. 단순 실종이나 자연사로 위장한 이모 할머니 사건이야 그렇다쳐도 명확한 살인 사건이었던 하나 사건, 유코 사건은 경찰 수사가 이루어졌을텐데 그 경과는 대충 넘어갑니다.

또 곁가지 사건 중 친구인 줄 알았던 악녀 마미가 얽힌 사건은 비중은 제일 큰 반면 내용은 별게 없어서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이벤트를 가장한 불법 카지노 운영 방식에 대한 추리는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순진한 사기 피해자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하무라를 속여넘긴 프로 범죄자이자 일종의 생활밀착형 사이코패스 마미 묘사만큼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에 계속 등장하는 민폐 캐릭터의 확장형이기도 한데, 이후 시리즈가 생활밀착형으로 방향을 전환하게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재미만큼은 분명합니다. 단점을 잔뜩 언급하기는 했지만 읽는 동안에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나쁜 토끼>>의 비현실적인 세계관에서 생활밀착형 하드보일드인 살인곰 서점 시리즈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하는 작품으로 작가의 스토리텔러로서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22/10/10

외눈박이 원숭이 - 미치오 슈스케 / 김윤수 : 별점 2.5점

 

외눈박이 원숭이 - 6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들녘

<<아래 리뷰에는 진상과 트릭,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청 전문 탐정 미나시는 다니구치 악기가 의뢰한, 구로이 악기가 디자인을 표절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던 중 우연히 살인 사건 순간을 엿듣게 되었다.
미나시는 피해자 무로이가 만나기로 했었던 여성 '다바타'가 파트너 후유에이며, 후유에가 7년 전 지인 아키에 자살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걸 알게 되는데....


미치오 슈스케의 장편. '트릭이 굉장하다!'는 랭킹에 선정되어 있기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워낙 고전 스타일, 본격 추리물을 좋아하는 탓에 트릭이 굉장하다니 도저히 안 읽어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읽어보니 '트릭이 굉장하다!'라는 말은 어폐가 좀 있더군요. 일단 이야기의 핵심인 무로이 살인 사건은 별로 볼게 없습니다. 범인은 다니구치 악기의 간부이자 미나시를 고용했던 가리타였습니다. 거액을 횡령한걸 악덕 탐정사 요쓰비시 에이젼시에게 들켜서 협박을 당하다가, 요쓰비시 에이젼시의 클라이언트인 구로이 악기의 무로이를 살해하고 죄를 요쓰비시 에이젼시 탐정 다바타 후유에에게 뒤집어 씌울 계획을 짜 냈던게 진상이지요.
동기는 말이 되는데, 아쉽게도 별다른 트릭은 없습니다. 거짓 정보를 미나시에게 주고 범행 시간에 도청하게 만든게 유일하다시피 합니다. 그리고 '귀'로만 도청하고 있던 미나시에게 범인이 여자인걸 알리기 위해 ,가리타가 하이힐을 신고 구로이 악기 건물에 침입해 살해했던 정도에요. 변장 트릭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데 '눈' 대신 '귀'가 사용되었다는게 독특했고 나름대로 현실적이라는 점에서는 마음에 듭니다만, 기발하거나 새로운 맛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가리타가 범인이라는걸 입증할 증거가 전무하다는 겁니다. 흉기가 들어가 있던 봉투에는 후유에 지문이 묻어 있었고, 미나시의 지시로 후유에가 구로이 악기 사무실에 잠입했던 탓에 그녀 지문이 현장에서 발견되는 등 후유에가 범인이라는 증거만 넘쳐납니다. 증거도 없이 추리쇼를 펼친 미나시에게 가리타가 진상을 줄줄 털어놓을 이유는 없었습니다. 미나시가 이를 몰래 녹음했는건 더 억지스러웠고요. 가리타의 불륜 상대였던 마키노가 이 때 미나시를 살해하려 했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체를 대체 어쩔 셈이었을까요? 이렇듯 이 사건만 놓고 보면 별점 2점도 과하다 싶을 정도에요.

이런 점을 놓고 본다면, 아무래도 '트릭이 굉장하다!'는건 작품 전체에 사용된 일종의 서술 트릭을 이야기하는게 아닐까 싶네요. 그 정도로 서술 트릭만큼은 일품이었거든요. 비현실적인 여러가지 설정, 그 중에서도 미나시와 그가 거주하는 맨션 로즈 플랫 주민들에 대한 설정 - 귀에 특이한 문제가 있는 '천리귀' 미나시, 눈에 문제가 있어서 항상 선글라스를 끼지만 먼 곳을 볼 수 있는 듯한 '천리안' 후유에부터 시작해서, 제대로 발음을 하지 못하는 미나시의 스승이었던 전(前) 탐정 노하라, 샴 쌍동이같이 행동하는 도우미, 마이미 자매, 뇌에 문제가 생겨 언어 능력을 잃은 대신 트럼프로 예언을 할 수 있게 된 도헤이 등 - 이 현실이라는게 밝혀지는 반전에는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등장인물들 모두가 제목의 '외눈박이 원숭이' 처럼 뭔가 결여되어 보였던건 진짜!였다는건데 억지스럽지 않게 잘 짜여져 있으니까요. 예를 들자면 노하라 할아버지 발음 문제는 그가 과거 매독에 걸려서 '코'를 잃었기 때문이었고, 둘이서 게임 패드 하나로 게임을 하는 쌍동이 자매는 알고보니 각각 왼손, 오른손을 사고로 잃은 아이였다는게 밝혀지는 식입니다. 진상을 중반부에 도헤이의 카드 예언으로 드러내는 전개도 본격 추리물의 '독자에의 도전' 같아서 좋았습니다.
미나시의 도청은 귀에 특별한 능력이 있는게 아니라, 단순히 도청기를 통한 것이었다는 진상도 현실적이며, 어린 시절 눈에 파묻혔던 사고로 귓볼이 떨어져 나갔다는 이유도 작 중에서 여러번 이야기하는 경험이 바탕이라는 것도 구성과 복선이 치밀하게 짜여져 있다는걸 의미하지요.

서술 트릭은 7년 전에 자살했던 아키에 사건 이야기에서도 잘 써먹고 있습니다. 악덕 탐정 사무소 요쓰비시 에이젼시는 자신들이 손에 넣은 불륜과 같은 범죄 정보를 이용하여 당사자들을 협박하는게 주요 영업 수단이었는데, 그들이 7년 전 여자 화장실 몰카로 아키에가 남자였다는걸 알아내어 협박했던게 자살의 원인으로, 아키에가 남자라는걸 진상이 드러날 때 공개해서 독자를 놀라게 만들거든요.
또 이 진상을 통해 그녀가 자살했을 때 긴 머리를 대충 짧게 자르고 새 것인 운동복을 입고 있었던 이유, 가방이 발견되지 않은 이유가 깔끔하게 설명되는 것도 좋았습니다. 자신이 여장을 하고 지냈다는걸 부모에게 알리지 않으려는 목적이었다는건 충분히 말이 되니까요.

초반에 후유에가 지하철에서 혼자 큭큭 웃고, 심지어 먼 곳의 비행기 추락을 본 '천리안' 같다는 설정의 진상에 대한 추리처럼 추리적으로 볼 만한 부분도 제법 있어요. 작 중에 계속 반복되는, 미나시가 자주 듣는 아침 방송과 후유에도 좋아한다는 이탈리아 호러물이 단서가 된다는게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공정함' 측면에서는 더할나위 없는 셈이지요.
참고로 진상은 그녀는 라디오를 들으며 웃었고, '오치루 (떨어지다)' 는 라디오 퀴즈를 위해 이탈리아 감독 '루치오 폴치'의 이름을 거꾸로 읽었다는 것으로,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약간 모험물, 액션물 성격도 있습니다. 요쓰비시 에이젼시를 그만두려는 후유에를 구하기 위해 로즈 플랫 거주자들이 총 출동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화끈하고, 달릴 때 달려주는 미덕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기대했던 것 만큼 트릭이 대단한 본격 추리물은 아닙니다. 그래도 재미도 있고, 서술 트릭과 소소한 디테일에서 재미 요소가 많으므로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덧붙이자면, 독특한 인물들과 비현실적인 설정, 세계관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이 모든게 '현실' 이라는게 드러나면서 의외의 진상, 반전이 드러난다는건 작가의 다른 작품인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해바라기가 피는 여름>> 쪽에 더 점수를 주고 싶네요.

2022/10/08

거울 속 외딴 성 - 츠지무라 미즈키 / 서혜영 : 별점 2점

거울 속 외딴 성 - 4점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코로는 중학교 입학 직후, 반 친구의 왕따 때문에 등교 거부를 하다가 방의 거울을 통해 기묘한 외딴 성으로 갈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 곳에 모인 일곱 명의 아이들 앞에 늑대 머리 탈을 쓴 소녀가 나타나 오늘부터 내년3월까지, 성 안에서 소원의 방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보상은 어떤 소원이라도 이루어 준다는 것. 다만 매일 성이 열리는건 일본 시간으로 아침 아홉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뿐이며. 그 이후까지 성에 누군가 남아있으면 그날 성에 왔던 다른 아이들 모두가 늑대에게 잡아 먹히는 무서운 벌칙을 받게 된다는 조건이었다.
중학교 1학년 ~ 3학년 사이의 아이들은 서로 친해지면서 그들 대부분이 똑같은 중학교 학생이며, 등교 거부를 하고 있다는 등 서로의 비밀을 하나 씩 알게 되는데....


신간을 취급하는 서점 직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꼽는 '서점 대상'이라는 상이 있습니다. 다른 상들보다는 '재미'가 어느정도 뒷받침되어야 하는, 비교적 일반적이고 공정한 시각의 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 작품은 2018년 서점 대상 1위를 2위와 300점 넘는 차이를 보이며 수상했다는 점에서, 2018년 출간 소설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고,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소개해드렸던 모 랭킹에서 최고의 초보자용 미스터리 중 한 권으로 추천하기도 했었고요. 츠지무라 미즈키는 과거 한 권 밖에 읽어보지 않았었고 평가도 딱히 높지 않았지만 다른 여러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 작가이기도 해서, 겸사겸사 연휴를 맞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특별한 곳으로 이동하여 미션을 수행한다는 설정의 작품은 많습니다. 왕따를 겪던 아이가 모험을 통해 성장한다는 성장기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아이들 캐릭터가 잘 묘사되어 있고, 약간의 추리적이면서도 의외의 요소들이 설정에 녹아들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리온이 알고보니 하와이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는 것 처럼요. 이들 각자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도 흥미로왔고요.
아울러 고코로에게 닥쳤던 왕따 행위에 대한 이야기는 딸 아이 아빠로서 감정 이입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모자 미오리, 담임 이다 선생의 뻔뻔하고 무책임한 언행에 대해서 저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게 만들기도 했어요. 이에 대한 기타지마 선생님의 이야기도 새겨 들을 만 하더군요. 그 중에서도 왕따 가해자 미오리가 고코로에게 뜬금없이 편지를 보낸 뒤, 그 편지에 대한 답을 받지 못해 무시당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에 분개하던 고코로에게 '미오리의 생각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고코로가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마무리도 멋졌습니다. 누구나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전학생 리온이 고코로에게 인사를 건네는 장면인데, 서두에서부터 수미쌍관 식으로 이어지는 멋진 마무리였어요. 애니메이션이 발표된다고 하는데, 이 장면만큼은 기대가 크네요. <<너의 이름은>>의 마지막 장면 느낌이 들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냐?면 그렇지는 못합니다. 여러 명이 폐쇄된 장소에서 특정 미션을 수행하고 1등은 그에 따른 보상을 얻는다는 전형적인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물 설정을 갖추고 있지만. 정작 내용과 전개는 그런 장르적 속성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는 탓에, 추리 소설이나 이쪽 장르물로 보기는 힘든 탓입니다.
우선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긴장감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거울 속 외딴 성에 오고 가는건 순전히 개인의 자유이며, 미션을 성공하지 못해도 아무런 벌칙이 없는 탓입니다. '열쇠'와 '소원의 방'을 찾아야 한다는 미션 자체도 그렇게 비중있게 언급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이를 찾는 묘사는 아이들의 말 뿐, 극중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을 정도에요. 그렇게 절박하게 찾는 아이들도 딱히 없고요. 오히려 아이들은 성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나누기만 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오징어 게임>>에서 게임은 안하고 서로 대기만 하다가 이야기가 끝나는 셈이에요. 갇힌 것도 아니고, 미션에 실패해도 죽는게 아니니 긴장감이 생길 턱이 없지요.

미션 자체의 흥미도 떨어집니다. '열쇠'와 '소원의 방'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별 볼일 없기 때문입니다. 아키가 돌아가지 않아서 늑대에게 잡아 먹히게 된 리온이 마지막으로 고코로에게 했던 '빨간 모자가 아니야' 라는 말 하나로 해결될 정도로 말이죠. 이 성은 <<늑대와 일곱 마리 어린 양>> 이라는 동화의 세계였고, 그래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어린 양이 숨었던 벽시계속에 열쇠, 그리고 소원의 방 입구가 있었다는게 전부거든요. 뭔가 고민하거나,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그냥 이 동화 자체가 너무나 직접적인 해답입니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쉬워요. 이렇게 동화를 소재로 삼을 경우, 복잡한 설정을 간단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그에 더한 고민은 전무해서 아쉬웠습니다.
게다가 벽시계 안에 있는게 전부라면, 사실 동화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도 됩니다. 그냥 성 내부를 샅샅이 뒤지기만 했어도 충분히 찾아낼 수 있었을테니까요. 이를 열심히 찾아보았다는 아키 등이 발견하지 못한건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동화의 정체를 미리 알고 있었던 듯한 리온이 진작에 찾아내지 않은 이유도 모르겠고요.
외딴 성의 정체가 리온의 누나 미오가 만들어낸 공간이라는 진상도 뜬금없었습니다. 유이한 단서는 전기만 들어오는 인형의 집과 7의 배수로 소환된 아이들 사이에 빠져있던 미오의 나이가 전부입니다. 추리의 여지가 없으며, 미오가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어 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어서 작가가 마지막에 대충 추가한 설정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어요.

그나마 추리적으로 눈여겨 볼만했던건 약간의 서술 트릭스러운 구성입니다만, 이 역시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아요. 아이들 대화를 통해 서로가 사는 세계가 미묘하게 다르다는건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스바루가 듣는 워크맨, 마사무네가 가지고 노는 차세대 게임기, 기타지마 선생님에 대한 시각이 미묘하게 다른 등 정보가 너무 많으니까요. 게다가 서로 같은 중학교에 다녀서 모두 근처에 살 텐데 서로 본 적이 없다면? 아이들이 사는 시대가 다를 수 밖에 없다는건 너무 뻔하지요. 주어진 정보를 시각화하기 어려운 책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모를까, 명백하게 다른 사물들을 직접 보고 느꼈을 작품 속 아이들이 진상을 빨리 깨닫지 못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아울러 아이들이 학교, 그리고 기타지마 선생님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기타지마 선생님이 미래의 '아키'일 것이라는 짐작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고코로가 여러가지 아픔이 있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왕따를 극복해 나가는 성장기로 보기에도 조금 애매했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타인의 언행에 신경쓰며 소심한 탓에 읽는 내내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고코로의 행동이야 왕따를 당했던 경험때문에 그렇다 쳐도, 정작 왕따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외딴 성과 친구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거든요. 극복의 핵심은 모에가 해 주었던 '그래봤자 학교'라는 말이었으니까요. 즉, 고코로가 왕따를 극복하는데에는 기타지마 선생님과 친구 모에만 있었다면 충분했습니다. 외딴 성과 친구들은 필요가 없었어요. 오히려 아키가 기타지마 선생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외딴 성에서의 경험 덕분이었다는 측면에서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들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의 왕따와 등교 거부에 대한 과거도 대체로 전형적이라 딱히 새로울게 없었고요. 특별히 재능이 우위에 있지 않은데도 엄마가 사력을 다해 피아노를 치게 한 후카 이야기 정도만이 기억에 남을 뿐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허나 기대했던 추리물로의 가치는 전무하기에 감점합니다. 이쪽 장르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점수를 준다면 더 줄 수도 있겠지만, 왕따 소녀의 성장기에 청춘 모험물을 더한 이야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네요.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곧 개봉할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하기를 권해드립니다.

2022/10/03

긴장감 넘치는 줄다리기는 참을 수 없다! 법정 추리 소설의 고전 걸작들.

* 이전 소개드렸던 honto의 북트리 서비스에서 추천하는 법정 추리 소설들


법정 추리 소설의 고전 걸작들을 소개해드립니다. 1950~60년대 작품들이지만, 검찰측과 변호측이 증인을 서로 심문하며 진실은 어디에 있는지, 피고인은 무죄인지 유죄인지를 다투는 긴박감, 관계자들을 둘러 싼 복잡한 인간관계 등 작품의 핵심 매력들은 시대가 지났어도 전혀 퇴색되지 않았습니다. 읽을 가치가 충분한 명작들이니, 한 번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사건>> 오오카 쇼헤이 (국내 미출간)
19세 소년이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 처음에는 단순한 사건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법정에서 조금씩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일본의 재판 제도와 절차가 상세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치밀한 르포르타쥬로 보이기도 하는, 읽을만한 법정 추리 소설.

<<파계 재판>> 다카기 아키미쓰
일본 법정 추리 소설의 원점이라고 불리우는 걸작. 전편에 걸쳐 법정 장면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으로, 피고의 무죄를 믿는 변호사와 검사가 엮어내는 진검승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조금씩 수수께끼가 밝혀지면서, 여러 복선이 회수되어 클라이막스로 이르는 과정은 꼭 한 번 읽어볼 가치가 있다.

<<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외국 추리 소설 번역가로서 활약했던 저자의 데뷔작. 애거서 크리스티의 <<검찰측 증인>>을 의식하여 쓰여졌으며, 다카기 아키미쓰도 절찬했다는 법정 추리 소설. 과연 변호인 측 증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50년 전에 쓰여졌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교묘한 복선과 트릭은 지금 읽어도 선명하게 그 가치를 내뿜는다.

<<검찰측 증인>> 애거서 크리스티
남편이 살인 혐의로 재판받는 법정에 증인으로 서게 된 아내. 그 곳에서 아내는 뜻밖의 증언을 하기 시작한다.
원래 희곡으로 쓰여진 작품답게 전편이 대화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으로 마치 연극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도 전해준다. 숨쉴틈없이 휘몰아치며 결말로 향하는 진행으로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걸작.

<<유다의 창>> 카터 딕슨
'밀실의 거장'으로 유명하지만 법정 추리 소설도 집필하고 있었던 저자가 밀실물과 법정 추리 소설을 결합하여 만든 작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피고의 무죄 판결을 위해 헨리 메리베일 경이 파헤치는 진실은 무엇인지? 재판을 통해 상세하면서도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가설을 내놓고, 이를 입증해 나가는 과정이 훌륭하게 묘사된 본격물.

2022/10/02

미로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 권일영 : 별점 3점

미로관의 살인 - 6점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한즈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진상과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리 소설계의 거장 미야가키 요타로는 환갑을 맞아 자신의 저택 '미로관'에 제자 작가 4명과 평론가, 담당 편집자, 친한 추리소설 애호가를 초대했다. 그리고 미로관에 모인 그들에게 미야가키의 비서 이노 미쓰오가 요타로가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함께 공개된 유언장에는 4명의 제자 중 한 명에게 거액의 유산을 줄 생각인데, 그 한 명은 앞으로 닷새 동안 미로관에서 그들이 각각 쓴 추리 소설을 함께 참석한 편집자, 평론가, 애호가들의 심사로 결정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람이 죽기는 했지만, 워낙 거액이 걸려있는 탓에 작가들과 심사 위원들은 요타로의 유언을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작가 중 한 명인 스자키가 살해당했으며 나머지 생존자들 모두는 미로관에 갇혔다는걸 알게 되었다. 유일하게 사라진건 비서 이노였다. 작가 중 한 명인 기요무라는 이노가 범인이라며, 유언에 따른 추리 소설 창작 대결을 속행할 것을 주장하는데....


신본격의 탄생을 알렸던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세 번째 작품. 일본에서는 1988년에 출간되었던 작품이지요.
사실 이 작품은 나름대로는 비교적 빠르게 국내에 소개되었던 편입니다. 1997년에 학산 문화사에서 정식 출간되었었으니까요. 하지만 절판은 더 빨랐었습니다. 이유는 인터넷이 발달했던 시대가 아니어서 정보가 전달되고 소개되는게 많이 늦었던 탓입니다. 저 역시 추리 소설 애호가를 자처하고 있었지만 이 시리즈가 출간되었던 것 조차 잘 알지 못했던, 그런 시대였거든요. 인터넷 서점도 거의 없었고요.
그래서인지 오히려 절판 이후 인기가 폭발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 덕분이지요. 덕분에 중고책 가격도 꽤나 올라가게 되었었고요. 그러고보면 이러한 프로세스 '1. 국내 출간 -> 2. 광속 절판 -> 3. 인터넷 등으로 유명세, 가치 상승 -> 4. 중고가 상승'을 거친 책들이 1990년대 후반에 꽤 많았었습니다. <<점성술 살인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그래도 저는 절판 직후 연이 닿아서, 2000년대 초반에 <<십각관>>, <<수차관>>, <<시계관>>, 그리고 <<인형관>>을 구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내용도 대체로 기억나고요. 그런데<<미로관의 살인>> 만큼은 이상하게도 내용이 전혀 기억 나지 않았습니다. 분명 읽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러던 차, 추리 소설 관련 정보를 조사하다가 한 랭킹에서 마지막 한 줄의 반전이 빼어난 작품으로 <<미로관의 살인>을 꼽고 있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호기심도 생겼고, 오래된 숙제를 마치는 기분도 느낄 겸 해서 알라딘 전자책으로 구입하여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 오래 전에 읽지 않았던 작품이 맞더군요. 모든 내용이 새로왔기 때문입니다. 당초에 왜 읽었다고 생각했을까요? 사람의 기억이라는게 얼마나 오류가 많은지 다시금 느끼게 되네요.

각설하고 작품에 대해 소개해드리자면, 이야기는 '시마다'가 시시야 가도미라는 작가의 <<미로관의 살인>>을 선물받아 읽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미로관의 살인>>이라는 소설 속 소설이 곧바로 이어지는, 일종의 액자 소설같은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미로관의 살인>>은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가 만든 '미로관'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고요. 시마다 기요시가 다른 시리즈들과 마찬가지로 탐정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로관의 주인이자 추리 소설계의 거장인 미야가키 요타로가 자살하면서, 4명의 제자 중 가장 뛰어난 인물에게 유산을 넘겨줄 생각으로 그들을 미로관에 불러 모았다는 도입부부터 시선을 확 잡아 끕니다. 이들을 닷새 동안 미로관에 가두고 작품을 쓰게한 뒤, 같이 초대했던 평론가와 편집자, 추리소설 애호가에게 심사 위원 역할을 맡길 셈이었다는 계획은 꽤 그럴싸해 보였거든요. 뛰어난 신진기예 작가들의 실력을 극한으로, 하지만 공정하게 뽑아내기 위해서는 이만한 방법도 없을테니까요. 물론 공정함을 위해 현장에서 동일한 주제 - 무대는 미로관이며 피해자는 작가 본인으로 할 것 - 를 주기는 했지만, 작가 중 누구라도 자기가 쓰려고 했던 다른 작품에서의 획기적 트릭을 유용할 수 있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 실제로 다이잉 메시지를 쓰려고 했던 작가가 있었는데, 이는 장소와 피해자가 누구라도 상관없는 트릭이니까요 - 아주 공정했다고 보기는 힘들긴 하지만요.
이후 4명의 제자들이 각자 작업했던 작품에서처럼 살해당한다는 전개도 무척 흥미로왔습니다.

추리적으로도 볼 만 합니다. 피해자들이 살해당한 현장 등 여러가지 단서들과 정보들 모두가 화자격인 우타야마를 통해 독자들에게 공정하게 제공되는 덕분입니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진상 역시 합리적이고요.
조금 상세히 설명드리자면, 가장 처음 살해당했던 스자키는 목이 거의 떨어져 나간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목 부분에는 소 머리 박제가 놓여 있었고요. 하지만 왜 머리를 아예 잘라 놓거나, 아니면 간단하게 박제 머리를 올려놓지 않고 이렇게 어중간하게 현장을 만들었을까요? 시마다 기요시의 추리는 범인이 현장에서 피를 흘렸기 때문에, 피를 피로 덮기 위해서 목을 잘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나중에 사실로 판명되고요.
마찬가지로 하야시는 입구에 바리케이트까지 쳐 놓았을 정도로 준비가 철저했었는데, 왜 범인은 쉽게 방 안으로 들여 보냈는지? 후나오카가 살해당한 방은 빗장까지 걸린 완벽한 밀실 상태였는데 범인은 어떻게 도주한 것인지? 에 대한 답은, 미로관의 각 방은 비밀 통로가 있었다는 추리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야시가 남겼던 다이잉 메시지, 후나오카가 죽기 직전 거울을 가리켰던 행위로 비밀 통로의 존재는 밝혀지고, 이로써 진범은 죽은 줄 알았던 미야가키 요타로였다는게 드러나게 됩니다. 그는 살인이 하고 싶어서 4명의 제자를 죽였다는 유서를 남기고 비밀 통로로 이어지는 방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지요.
이렇게 기묘한 현장 조작과 밀실 살인, 원격 조종 살인 등이 함께 펼쳐져 추리의 여지가 많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냥 이 정도로 마무리되었다면, 이 작품이 그렇게까지 추리적으로, 그리고 반전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을 겁니다. 워드프로세서의 키보드 배치 문제, S가 하나 더 표기된 MINOSS 왕의 철자, 지속적으로 나카무라 세이지가 만든 건축물은 특별한 장치가 있다며 시마다 기요시가 비밀 통로에 대해 수차례 언급하는 등 다이잉 메시지와 비밀 통로에 대해서는 정보가 많이 주어지고 있어서 아주 대단한 추리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비밀 통로'는 트릭으로서는 반칙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작품 내에서도 반칙이라고 언급될 정도지요.
기요무라를 살해한 트릭을 제외하고는 '미로관'이라는 말 그대로 미로를 이용한 트릭이 부족한 것도 조금은 실망스러웠던 부분입니다. 기요무라 살해 트릭도 우타야마의 입을 통해 '통로에서의 위화감'이 계속 언급되고 있어서 특별히 대단한 추리가 필요하지도 않았고요. 아울러 기요무라가 가면이 아니라 평면도를 통해 이동해서 함정에 걸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했을지 등 상세한 내용 설명이 부족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하지만 에필로그를 통해 드러나는 반전과 또다른 진상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작품 전체에서 당연히 남자인줄 알았던 사메지마가 여자였다는 서술 트릭이 사용되었던 겁니다! 이로써 스자키의 목을 잘랐던건 시마다 기요시의 추리가 맞았다는게 판명됩니다. 당시 현장에서 그 누구도 출혈을 일으킬만한 상처가 없어서 범인을 알아내지 못했었는데, 사메지마가 갑자기 생리가 터졌던게 출혈의 원인이라는게 밝혀지거든요. 그녀와 미야가키의 오래된 인연, 장애가 있는 그녀의 아이 등 사건의 동기 역시 모두 공정하게 설명되고 있고요. 자살을 위장해서 미야가키 요타로만 살해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유산의 전부나 일부가 미야가키 요타로가 만들려고 했던 추리상 기금으로 사용될 수 있었으니 그를 살인범으로 몰아 죽게 만들었다는건 충분히 합리적이었습니다. 연쇄 살인마가 만든 추리상을 받고 싶은 작가는 없을테니까요. 액자 소설 형태를 취했던 이유도 알고보니 이 서술 트릭을 위해서였는데, 상당히 깔끔하게 마무리 되고 있어서 완성도도 높고요.
서술 트릭물답게 성별은 물론, 여성이라고 짐작 가능하게끔 사메지마의 이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는 등 알고보면 억지가 없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납득할 만 합니다. 이는 에필로그의 대화를 통해 '일부러 그렇게 썼다'는 작가의 말로 재치있게 빠져나가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사건의 무대인 미로관과 사람이 죽어나가는 중에 벌어지는 추리 소설 창작 대결 등 비현실적인 소재가 많다는 등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라나 신본격의 중흥을 이끌었던 작가의 당시 대표작다운 재미는 충분합니다. 추리적으로도 기본 이상은 해 주며 그리 길지 않다는 미덕도 크고요.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해드립니다.

2022/10/01

변덕쟁이 로봇 - 호시 신이치 / 윤성규 : 별점 1.5점

 

변덕쟁이 로봇 - 4점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지식여행

호시 신이치는 신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핵으로 논리적인 줄거리와 함께 기상천외한 의외의 결말이 있는 초단편, 이른바 '쇼트쇼트'의 제왕입니다. 저도 좋아하는 작품을 여럿 발표했고요.

하지만 문제라면 워낙 다작이었던 탓에 작품들 수준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또다른 쇼트쇼트 거장 아토다 다카시와 비교해 보아도 호시 신이치 작품 수준 편차가 훨씬 큽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발표되었던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모음인 '플라시보 시리즈'도 쉽게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대체로 지뢰작 모음일 가능성이 높다는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실제로도 그러했는지 시리즈는 금방 절판되고 말았지요. 그래도 이 시리즈 중 <<봇코짱>>은 괜찮은 작품이 많이 모여 있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 일컬어지고 있어서 인기가 많습니다. 저도 한 권 구입해서 소장하고 있으며 리뷰도 올린 적이 있는데, 소문대로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 <<변덕쟁이 로봇>>이 <<봇코짱>>과 더불어 최고의 작품집으로 선정하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확실한 근거라기 보다는 어딘가의 리스트에 국한된 선정이기는 하지만, <<봇코짱>>이 워낙에 괜찮았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절판된지 오래고, 인터넷 중고가가 비교적 높게 형성되어 있는 책이라 쉽게 구하지는 못했는데, 우연찮게 알라딘 온라인 중고 매물로 최상급 책이 정가의 절반 가격으로 등록된걸 발견하고 바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쇼트쇼트 단편집답게 무려 50편이나 되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중후반부까지는 전형적인 쇼트쇼트인데, 마지막 몇 편은 10 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단편들이었고요. 수록작은 제목처럼 로봇이 등장한다던가, 과학자가 (대체로 F 박사나 N 박사) 이상한 약이나 기계를 만들거나 와계인이 이상한 장치를 가지고 벌이는 소동 등 SF 설정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조금 특이했던건, 엉터리 발명품이 오동작을 일으켜서 사고가 발생한다는 전형적인 이야기보다는 발명품이 생각대로는 작동하는 이야기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의외의 발명품으로 의표를 찌르거나, 아니면 생각대로 작동하는 탓에 문제를 일으키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전자는 화재를 없애기 위해 불이 있는 쪽으로 날아가는 새를 만들었는데, 태양으로 날아가버리고 말았다는 <<불조심>>, 자면서 학습이 가능한 수면 학습 베개로 배운건 잘 때만 효과가 있다는 <<신 발명품 배게>>가, 후자는 벌레잡는 풀꽃을 만들어냈지만, 먹이를 줘야 해서 벌레를 키워야 한다는 <<편리한 풀꽃>>, 소리를 없애는 장치를 만들어 도둑질을 하려고 했지만 비상벨과 경찰차 사이렌 소리도 없앤 탓에 체포되어 버리는 <<실패>>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발명품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사람이 고양이를 돌보는게 아니라, 고양이가 사람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다는, 이른바 '집사' 분들의 현실을 (?) 유쾌하게 그려낸 <<고양이>>, 그리고 불사신이 되었다고 믿었지만, 정신만 살아있는 좀비가 되어버린 사람의 이야기인 <<뼈>> 는 꽤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생각되고요.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이야기 전개와 반전이 기발한 작품을 찾기 힘들었던 탓이 큽니다. 책 뒤 후기를 보니 어린 아이들을 위해 쓴 작품이 많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다소 유치하고 말장난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봇코짱>>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 이하의 작품들로, 고가로 구입하지 않은게 다행일 뿐입니다. 통상적인 중고가가 제가 구입한 가격보다 높기도 하니, 투자 개념으로 그냥 가지고 있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