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쟁이 로봇 -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지식여행 |
호시 신이치는 신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핵으로 논리적인 줄거리와 함께 기상천외한 의외의 결말이 있는 초단편, 이른바 '쇼트쇼트'의 제왕입니다. 저도 좋아하는 작품을 여럿 발표했고요.
하지만 문제라면 워낙 다작이었던 탓에 작품들 수준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또다른 쇼트쇼트 거장 아토다 다카시와 비교해 보아도 호시 신이치 작품 수준 편차가 훨씬 큽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발표되었던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모음인 '플라시보 시리즈'도 쉽게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대체로 지뢰작 모음일 가능성이 높다는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실제로도 그러했는지 시리즈는 금방 절판되고 말았지요. 그래도 이 시리즈 중 <<봇코짱>>은 괜찮은 작품이 많이 모여 있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 일컬어지고 있어서 인기가 많습니다. 저도 한 권 구입해서 소장하고 있으며 리뷰도 올린 적이 있는데, 소문대로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 <<변덕쟁이 로봇>>이 <<봇코짱>>과 더불어 최고의 작품집으로 선정하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확실한 근거라기 보다는 어딘가의 리스트에 국한된 선정이기는 하지만, <<봇코짱>>이 워낙에 괜찮았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절판된지 오래고, 인터넷 중고가가 비교적 높게 형성되어 있는 책이라 쉽게 구하지는 못했는데, 우연찮게 알라딘 온라인 중고 매물로 최상급 책이 정가의 절반 가격으로 등록된걸 발견하고 바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쇼트쇼트 단편집답게 무려 50편이나 되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중후반부까지는 전형적인 쇼트쇼트인데, 마지막 몇 편은 10 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단편들이었고요. 수록작은 제목처럼 로봇이 등장한다던가, 과학자가 (대체로 F 박사나 N 박사) 이상한 약이나 기계를 만들거나 와계인이 이상한 장치를 가지고 벌이는 소동 등 SF 설정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조금 특이했던건, 엉터리 발명품이 오동작을 일으켜서 사고가 발생한다는 전형적인 이야기보다는 발명품이 생각대로는 작동하는 이야기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의외의 발명품으로 의표를 찌르거나, 아니면 생각대로 작동하는 탓에 문제를 일으키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전자는 화재를 없애기 위해 불이 있는 쪽으로 날아가는 새를 만들었는데, 태양으로 날아가버리고 말았다는 <<불조심>>, 자면서 학습이 가능한 수면 학습 베개로 배운건 잘 때만 효과가 있다는 <<신 발명품 배게>>가, 후자는 벌레잡는 풀꽃을 만들어냈지만, 먹이를 줘야 해서 벌레를 키워야 한다는 <<편리한 풀꽃>>, 소리를 없애는 장치를 만들어 도둑질을 하려고 했지만 비상벨과 경찰차 사이렌 소리도 없앤 탓에 체포되어 버리는 <<실패>>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발명품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사람이 고양이를 돌보는게 아니라, 고양이가 사람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다는, 이른바 '집사' 분들의 현실을 (?) 유쾌하게 그려낸 <<고양이>>, 그리고 불사신이 되었다고 믿었지만, 정신만 살아있는 좀비가 되어버린 사람의 이야기인 <<뼈>> 는 꽤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생각되고요.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이야기 전개와 반전이 기발한 작품을 찾기 힘들었던 탓이 큽니다. 책 뒤 후기를 보니 어린 아이들을 위해 쓴 작품이 많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다소 유치하고 말장난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봇코짱>>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 이하의 작품들로, 고가로 구입하지 않은게 다행일 뿐입니다. 통상적인 중고가가 제가 구입한 가격보다 높기도 하니, 투자 개념으로 그냥 가지고 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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