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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9

아웃 1,2 - 기리노 나쓰오 : 별점 4점

아웃 1 - 8점
기리노 나쓰오 지음/황금가지

도시락공장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4명의 여인 마사코와 요시에, 야요이, 쿠니코는 서로 팀을 짜서 일하는 관계. 그러던 어느날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야요이가 마사코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정통 추리물도 아니고 특별한 반전도 없는 만큼 대단하진 않지만 염두해 주세요.

정말 끔찍한 작품입니다! 그야말로 더 이상 갈 곳 없는 막다른 막장의 심리를 이보다 잘 표현한 소설이 있을까요? 읽는 내내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요. 다른 작품들에 비해 뒷맛이 개운치 못한 탓에 더더욱 끔찍한게 아니었나 싶네요. 기리노 나쓰오 작품은 세편 ("얼굴에 흩날리는 비""내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부드러운 볼)""암보스 문도스") 만 접해보았지만 사람 마음을 후벼판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습니다.

끔찍하고 인상적이었던 이유를 들자면 첫번째로는 등장 인물들의 도를 넘는 이기주의와 자기 합리화를 들고 싶네요.
자신이 자초한 회사내 왕따(?)로 인해 회사도 잘리고 가정에서도 남편과 아이 모두에게 소외된 주인공 마사코는 회사에서나 가정에서나 절대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려 노력하지 않습니다. 바람나고 도박에 빠진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야요이 역시 남편과 어떻게 잘해보려는 의지는 작품내에서 전혀 보이지 않고요. 시어머니와 딸에 치여 사는 요시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터무니없는 과소비로 빚더미에 눌려사는 쿠니코는 뭐 말할 필요도 없죠.
즉 본인 스스로들이 세상의 모든 고민과 불행을 지고 사는 것 처럼 묘사는 되지만 원인 자체부터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은 대부분 망각되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벗어나거나 개선하려는 의지는 눈꼽만큼도, 1mg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그야말로 극단적 이기주의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야요이와 마사코는 이혼과 같은 현실적 방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요시에는 무너진 가정을 홀로 지탱할 뿐 딸에 대해서는 전혀라고 할 정도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거의 "짐"으로 여겨질 만큼요. 엄청난 민폐 캐릭터지만 상황을 현실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며 본능에 의해서 움직이는 쿠니코가 차라리 인간적으로 보일 정도였어요.

두번째 이유는 지옥행 급행열차에 대한 묘사를 들고 싶습니다. 어려운 상황만 당장 벗어나려 발버둥치려는 현실이 결국 지옥으로 향하는 전개는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보아왔지만 이 작품의 처절함은 수준이 다르더군요. 처음에는 어쨌건 "선의"였을 수 있는 친구 남편 시체를 토막내어 유기하는 행위가 우정의 파탄과 더불어 협박, 또다른 시체 유기와 같은 단계를 거쳐 결국 살인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과정이 디테일하면서도 너무나 적나라하거든요. 때문에 중반에 등장하는 "시체처리 부업" 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는 깜찍하고 재미있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절대 절망 엔딩입니다. 알거지가 된 야요이는 그래도 나름 미모가 있으니 조금 나은 편이고 마지막에 사다케에 의해 만신창이가 될 뿐 아니라 결국 모든것을 잃고 그야말로 "홀로" 남겨지는 마사코의 결말도 비참한 수준이나 그래도 그녀에게는 현실에서의 탈출과 거금이라는 보상이 있는 반면 친구들에 의해 토막나 버려지는 쿠니코와 가족에게 버림받고 마지막에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는, 결국 뭘 위해서 시체 토막까지 했는지 알 수 없게 된 요시에의 엔딩은 정말이지 죽을때까지 맞고 한대 더 맞는 기분이 들 정도로 씁쓸했습니다.

어쨌건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너무나 인상적이고 재미있었으며 읽는 내내 손에서 떼기 힘들정도의 박력과 흡입력, 거기에 무엇보다도 대단한 심리묘사가 어우러진 대단한 작품입니다. 추리소설로 부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어차피 고전적인 정통 추리물을 기대한 것은 아닌 만큼 만족스러운 독서였어요. 때문에 별점은 4점. 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에 다시 읽게될 것 같지는 않네요.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여성을 중심으로 한 디테일한 심리묘사와 일상속의 지옥도, 남자 캐릭터들은 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사다케를 빼면 하나같이 머저리같은 인물로 그려진 등의 점이 미네트 월터스 (그 중에서도 "냉동창고") 작품과 비슷하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미네트 월터스 작품은 나름 해피엔딩들이라는 차이점은 있습니다만....

2009/10/27

좋은 외국인 선발투수 2명, 있으면야 좋지만....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109&article_id=0002060683

http://kr.news.yahoo.com/sports/baseball/view?aid=20091027101627333c4

김경문 감독님이 한이 많이 맺히셨나봐요. 외국인 선발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시는군요. 하지만 리오스 - 랜들이라는 둘이 합쳐 30승+를 해 주었던 두 선수가 있었음에도 결국 우승에 실패했던 과거와 더불어 저런 언론 플레이를 하더라도 결국 투자를 하지 않을 프런트를 생각한다면 걍 잊고 지내는게 속 편할거 같네요.

어차피 현재 국내 리그 팀들을 보더라도 SK는 국내파로만 선발진을 구성할 수 있는 저력의 팀이며 기아 역시 두 외국인 투수가 일본행을 택한다 하더라도 윤석민 - 양현종 - 곽정철 - 이범석 이라는 젊은 선수들과 더불어 서재응, 이대진 선수등 후보들이 차고 넘치죠. 롯데야 뭐 올시즌에도 선발투수 왕국이었으니 말할 필요도 없고요. 결국은 아무리 외국인 선수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결국 국내 선수들이 강한 팀이 결국 강팀이 아닐까 싶습니다.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성공한다는 것도 거의 로또성이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2010 시즌은 순위보다는 투수를 키우는 쪽에 주력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물론 두산의 선발투수진은 형편없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김선우 - 임태훈 - 금민철 - 홍상삼 선수 등을 붙박이로, 정재훈 - 이재우 - 김상현 선수 및 기타 등등을 5선발로 테스트해가며 꾸준히 돌린다면 올해의 홍상삼 선수와 같은 선수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거든요. 사실 두산도 젊은 투수들의 수준은 타 구단에 비해 그다지 떨어지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또 모르죠. 내년에 성영훈 - 진야곱 선수가 와장창 터져줄지...

두목곰의 나이를 볼 때에는 내년이 우승에 도전할 적기로 보이기는 하지만 저렴하더라도 국내 선수들에 비하면 기량에 비해 턱없이 높은 연봉을 받는 외국인 선수들을 로또처럼 골라 쓰느니 차라리 내년 시즌은 마음을 비우고 제대로 된 리빌딩의 한해로 삼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외국인 선수는 어케 하냐고요? 과거 LG의 카라이어처럼 중간계투 마당쇠를 싼맛에 2명 쓰는게 현실적일것 같습니다. 어느정도의 속구가 뒷받침되는 투피치 투수면 그나마 싸게 구하기 쉽지 않을까 보여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100이닝 넘기는 노예등판 -.- 뭐 순전히 제 생각이긴 합니다만...

PS : 임태훈 선수는 반드시 선발로 가야하는 것이 전제조건입니다.
PS2 : 김명제 선수는 군대 안가나요? 괜히 희망고문하지말고 빨리 병역이나 해결하는게....
PS3 : 이원재 선수는 요새 뭐하나요? 복귀가 힘들면 역시나 빨리 병역을 해결하는게....

2009/10/26

나는야, 오타쿠 샐러리맨 : 일희일비편 - 요시타니

나는야, 오타쿠 샐러리맨 : 일희일비편 - 6점
요시타니 지음/미우(대원씨아이)

나는야, 오타쿠 샐러리맨 - 요시타니

전편에 이은 2권째. 주말에 형한테 빌려 읽은 책입니다.

1편이 그냥 그래서 그다지 땡기지는 않았는데 훨~씬 재미있어졌더군요! 웃음의 코드만 잘 짚어나가는 느낌이랄까요? 1편에서 불만스러웠던 요소, 즉 제목처럼 강렬한 오타쿠 냄새가 풍기지 않던 부분을 대폭 개선해서 일상생활 속에서의 오타쿠 생활과 더불어 오타구 역사가 시작되었던 과거의 일까지도 끄집어내어 오타쿠라는 소재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제목 그대로 "오타쿠 샐러리맨"의 모습을 1편보다 더욱 잘 드러내고 있더군요.

아울러 샐러리맨 생활 이야기 역시 굉장히 리얼하게 그려지는데 유사 업종 종사자로서 공감이 많이 가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오타쿠 코드말고 이 샐러리맨으로서의 요시타니의 삶, 그러니까 리얼하게 그려진 일본 IT 종사자의 삶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선진국(?)이라 생각한 일본에서도 근로자의 혹사를 바탕에 깐 프로젝트 진행이 이루어지고 있다라는 것은 놀라움 그 자체였거든요. 주구장창 야근에 주말 출근이 당연시 되고 있어 어이가 없었습니다... 어디가나 IT 종사자만 죽을 노릇이네요... 쩝

어쨌건 전편에 비하면 만족스러웠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제 추천 에피소드는 요시타니의 재수생때의 모습을 다룬 에피소드 (반다나의 놀라운 용도!)와 "꾸미기" 에피소드 (아키하바라에서의 좌충우돌 멋쟁이되기!)입니다. 호리에몬 이야기도 웃겼어요.^^

PS : 1편의 히트 이후 이런저런 방송을 탄 모양이네요아까짱님 블로그에 저자 사진이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클릭! 그런데 생각보다 아주 멀쩡하게 생긴 청년이라 놀랐습니다.

2009/10/24

타임 리프 1/2 - 타카하타 쿄이치로 / 키누타니 유 : 별점 3점

타임 리프 1 - 6점
타카하타 쿄이치로 지음, 키누타니 유 그림/대원씨아이(단행본)

평범한 여고생 카시마 쇼우카는 어느날 잠에서 깬 뒤 분명 "월요일" 이어야 하는데 그날이 "화요일" 이라는 사실을 알고 당혹해한다. 그런 그녀가 찾은 것은 자신의 일기장. 기억에 없는 "월요일"에 쓴 일기는 지시한다. 이 일에 대해 같은 반 동급생 와카마츠 카즈히코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일본 플레이보이지 선정 "미스테리 - 철야본을 찾아라!"
위 포스트에서 언급한 일본 미스테리 올타임 베스트 100에 무려 18위! 라는 순위로 올라와 있는 작품. 국내에서는 라이트노벨 대표 브랜드인 NT 노벨을 통해 2004년도에 발간되었습니다. 이 리스트를 통해 알지 못했더라면 절대 구입할 일이 없었겠지만, 이런 리스트에 워낙 잘 낚이는터라 혹해서 구입하게 되었네요. 
그런데 감상문에 앞서 구입 과정을 꼭 언급하고 싶습니다. 정말 드라마틱했거든요. 국내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아낸 뒤 인터넷을 여러날 뒤졌지만 구하는 사람은 많은데 책 자체는 도저히 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불과 5년밖에 안 지난 책을 이렇게 구하기 힘들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제가 절판본 구하는데는 상당히 유능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루트를 총 동원한 끝에 내린 결론은 "포기"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지난 주말 방문한 북오프 신촌점 판타지소설 서가에 이 책이 두질이나 떡하니 꽂혀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거 참 황당하기도 하고 좀 어처구니도 없고 기쁘기도 하고... 그야말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것이겠죠.

책도 어렵게 구한만큼 상당히 재미있게 읽어서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생각했던대로 본격 미스터리의 요소가 많은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몸은 그대로 있고 정신만 시공을 넘나드는 "타임리프"라는 설정 자체도 독특했고, 이러한 공상과학같은 이야기가 지구와 우주가 걸려있는 거창한 세계관이 아닌 실제 있음직한 고등학교를 무대로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설득력있는 소품이라는 것, 그리고 "타임리프의 원인"과 "잊혀진 일요일에 벌어진 사건의 진상" 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했기 때문이죠.
특히 이 책을 광의의 미스터리의 영역에 위치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는 이 타임리프로 시공간을 오가는 이야기가 일요일에서 토요일까지의 딱 6일간으로 깔끔하게 정리되고 있으며 모든 이야기들이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도록, 퍼즐처럼 씨줄과 날줄같이 잘 짜여져 있는 등 치밀함이 돋보이는 것이 한층 재미를 더합니다. 전개과정에서도 복선과 여러 단서가 절묘하게 이어지는 것은 물론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수학시험이나 편지, 호신술 같은 장치도 이야기의 설득력을 더하며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거창한 이름의 리스트 상위권에, 무려 18위에 위치하는 만큼의 재미는 보장하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그간 저 역시 라이트노벨이라는 쟝르를 무시해 온 경향이 없잖아 있는데 반성해야 겠더군요. 어렵고 무겁고 진지하게 쓴다고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죠. 쉽고 재미있게 쓰면서도 쟝르 자체의 재미만 제대로 보여준다면 충분히 가치있는 작품이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 책입니다.

단, 어디서 본듯한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것 (시간을 달리는 소녀 부터 시작해서...) 과 너무 어린 취향의 책 디자인과 삽화는 마음에 들지 않은 탓에 약간 감점하여 별점은 3점. 그래도 재미는 있었던 만큼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있다는데 꼭 구해봐야겠습니다. 역시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겠죠.^^

2009/10/21

의뢰인은 죽었다 - 와카타케 나나미 / 권영주 : 별점 3점

 

의뢰인은 죽었다 - 6점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북폴리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 "네 탓이야" 로 친숙한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의 신작 단편집으로, "네 탓이야"의 주인공이었던 프리터 하무라 아키라 주연의 단편 9편이 실려있습니다.

읽고난 감상으로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은 생각하고는 많이 달랐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단편집은 제가 기대했었던 "추리물"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체적으로 볼 때 이야기의 전개나 구조는 추리물적인 성격이 강하고, 대체로의 내용들도 범죄와 호러를 근간에 깔고 있는 등 광의의 의미로서 추리물이라고 부르기에는 전혀 문제는 없습니다. 그래도 범죄가 등장하고 그 범죄를 파헤쳐서 숨겨진 진상을 알아낸다던가, 교묘한 범인의 트릭을 간파해서 진범을 찾아낸다는 등 전통적인 추리의 영역을 벗어나 있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죠. 작가의 전작을 통해 이러한 추리적인 요소를 많이 기대했던 저에게는 정말 뜻밖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대하고 달랐다고는 해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유는 당연히 작품들이 재미있었기 때문이죠.

먼저 전통적인 추리적인 면만 놓고 본다면 표제작이기도 한 "의뢰인은 죽었다"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갑자기 날아온 난소암을 알리는 통지서에 당황하던 여자가 우연찮게 알게된 하무라에게 관련된 내용을 물어본 뒤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어 하무라가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통지서라는 존재 자체가 좀 작위적이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동기"와 일련의 과정이 아주 합당하면서도 설득력있게 짜여져있는 좋은 작품으로 충분히 기대에 값합니다.
그리고 두번째 단편인 "시인의 죽음"에서부터 등장하는 하무라의 친구 아이바 미노리가 탐정역을 소화하는 이색작 "여탐정의 여름 휴가"도 제목 그대로 여름휴가를 보내는 호텔에서 벌어진 실종사건을 다룬 이야기로 설정부터 완전 고전 영국식 추리물 티가 팍팍나는, 단순하지만 "복선"과 "단서", 그리고 "트릭"이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추리물로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재미있던 것이, 이러한 추리물을 포함해서 이 단편집의 작품들은 일관되게 "자살"이라는 죽음을 주요 테마로 삼고 있다는 것과 이러한 자살 행위 뒤에 "인간의 악의"가 굉장히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들고 싶네요. 그것도 친족이 관련된 사소하지만 무서운 악의를 말이죠. 정도가 지나쳐서 작가가 친족에게 큰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어쨌건, 이러한 악의가 사소한, 또는 일상속에 묻힌 사건 배후에 깔려있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살짝 소름이 돋는 내용들로 짜여져 있기에 굉장히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앞서 언급한, 친구 아이바 미노리의 약혼자였던 공무원이자 시인이었던 인물의 자살 사건 뒤에 감추어진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아버지의 속셈을 그린 "시인의 죽음"과 한 평범한 주부가 의뢰한 그녀 친구의 급작스러운 자살사건에 대한 이야기인 "내 조사에 봐주기는 없다"가 대표적으로 이 두 작품은 그야말로 일상계 악의 범죄소설이라 명명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의 사소한 악의가 타인에게 어떻게 작용되는지를 철저하게 표현하고 있거든요.

그 외에도 은인과 불륜관계에 빠진 아내를 데리고 귀향한 화가에 대한, 조금은 뻔한 내용이지만 충분히 설득력있는 일상계 호러물 "철창살의 여자"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작위적인 무대장치와 작중에 "수없이 많은 모델이 견디지 못해서 교체되었다" 라는 설정이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사건의 진상을 모델들이 알 수 밖에 없으니까요) 충분히 공포를 안겨다 주는 작품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경우는 실제 등장하는 그림이 비쥬얼로 보여지는 영상물로 작업된다면 정말 모골 송연한 전연령(?) 호러물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드라마화라도 되면 좋겠는데....
작가 특유의 인칭과 시점을 오가는 묘사력이 잘 표현된 "아베마리아"도 좋은 작품이었고요.

아울러 주인공 하무라의 독특함. 그 어떠한 일이라도 방관자적이면서도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내 조사에 봐주기는 없다"같은 집요함도 재미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전작 "네 탓이야"와 비교한다면 단독 주연(?) 이면서 연륜이 쌓인 덕인지 훨씬 캐릭터가 확실해지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정말 실존할 것 같은 여탐정 캐릭터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단, 일종의 스토리라인을 설정한 듯 첫번째 작품인 "짙은 감색의 악마"와 마지막 작품 "편리한 지옥"이 서로 연결되며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무리되는데 이 두 작품이 단편집과 너무나 이질적으로 느껴진 것 하나는 아쉽습니다. 평범한 일상속에서의 악의라는 테마를 일관되게 끌고나갔더라면 좋았을 것을, 일종의 "마인"과도 같은 악역의 생뚱맞은 등장으로 일상성과 평범함, 그리고 악의라는 중요 이야기축이 통째로 무너져 버려서 혼란스러워지더군요. 예를 들자면 그런대로 괜찮은 추리물이었던 "케이조쿠" 에서 "아사쿠라"라는 마인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 그대로였어요. 그냥 하무라라는 캐릭터와 일상에서의 악의만 가지고도 충분히 이야기가 가능했는데 왜 이러한 악역이 등장해서 이야기에 개입했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이름값은 하는 작품이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다음 작품은 하무라 아키라가 등장하는 첫 장편이라는데 특유의 일상성을 잘 살린 작품이면 좋겠습니다.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2009/10/18

봇코짱 - 호시 신이치 / 윤성규 : 별점 3점

 

봇코짱 - 6점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지식여행

일본 플레이보이지 선정 "미스테리 - 철야본을 찾아라!"


일본 플레이보이지가 선정한 올타임 일본 미스테리 베스트100에 당당히 선정된 작품으로, 리스트를 접한 뒤 곧바로 구입한 책입니다. 호시 신이치 작품은 20여년전에 읽었던 "신선함을 드립니다" 이후에도 많은 단편 앤솔로지를 통해 접할 기회가 많긴 했지만 장단점이 너무 명확해서 선뜻 구입하기는 망설여졌었는데 제가 귀가 얇은 탓인지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이런 류의 리스트에 약해서 선뜻 지갑을 열게 되었네요.

하지만 작품은 역시나, 장단점이 너무나 명확한 호시 신이치의 전형적 작품들로 이루어진 책이었습니다.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뭐니뭐니해도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크겠죠. 이른바 "쇼트쇼트"라는 콩트 형식으로만 수록 작품들이 이루어져 있기에 부담없이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작가 특유의 의표를 찌르는 반전과 이른바 "기묘한 맛" 류의 독특함이 잘 살아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SF, 추리, 범죄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쟝르를 선보이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너무 많은 작품을 써내려가다보니 생긴 일이겠지만 유사한 분위기와 설정의 작품이 너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작품의 주제도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진상" 이나 "끝을 알 수 없는 인간의 욕망" 을 그린 작품이 대부분이기도 하고 말이죠.... 또한 뒷끝이 좀 허무하고 씁쓸한 작품도 적지 않다는 것도 다작의 탓이 아닐까 싶네요. 덕분에 작품들의 편차도 제법 큰 편입니다.

그래도 간만에 접한 쇼트쇼트 작품집으로 충분히 쉽고 재미있게 읽었기에 나름 만족합니다. 책도 아주 이쁘고 나와서 마음에 들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왜 "일본 미스테리 올타임 베스트 100"인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모든 작품이 쟝르문학이긴 해도 추리 성향을 띈 작품은 정말 몇개 안되거든요. 저처럼 추리쪽을 많이 기대하고 읽으신다면 실망하시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작품 몇개를 소개합니다.

"봇코짱" - 표제작으로 바텐더가 만들어 가게 홍보에 사용한 미녀 로보트와 그녀에게 반한 남자, 그리고 예상을 깨는 결말을 다룬 이색 SF입니다. 굉장히 짤막한 쇼트쇼트임에도 너무나 단순한 남자의 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봐, 나와!" - 한 마을에 생긴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구멍, 그리고 그 구멍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너무나 끝없이 사용하는 인류 앞에 섬뜩한 반전이 펼쳐지는 SF로 "일본 SF단편 올타임 베스트" 에 선정되기도 한 좋은 작품입니다.

"살인청부업자입니다" - 추리성향의 쇼트쇼트로 이색 살인청부 비즈니스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범죄" 자체를 확인할 수 없고 때문에 "범죄"로서도 성립하지 않는 너무나 완벽한 살인청부 비즈니스! 주인공의 직업이 드러나며 밝혀지는 진상과 반전이 깔끔한 작품입니다.

"포위" - 누군가 나를 죽이려한다는 것, 그래서 그 배후를 쫓는 주인공을 그린 쇼트쇼트입니다. 스릴러물에 흔하게 등장하는, "위기에 처한 주인공"에서 시작해서 주인공이 진상을 추적하는 과정까지는 뻔하게 흘러가는데 진상과 반전이 굉장히 이색적이더군요.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통념을 깨는 결말이었거든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죽이고 싶어한다" 는 것. 충분히 설득력있고 무서운 내용이었어요.

"더위" - "더위"를 참지 못하고 여름마다 곤충 등을 죽이며 겨우겨우 버텨온 남자가 나이를 먹으면서 죽음의 대상도 업그레이드 되어 간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기묘한 맛" 류의 섬뜩한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이러한 쟝르 전체를 놓고 따져보더라도 굉장히 높은 점수를 줄만한 명작이죠. 호시 신이치 작품 안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년축하손님" - 친구의 어려움을 무시한 한 부자에게 친구가 마지막으로 "환생"을 언급한다는 이야기. 짤막하지만 무난한 수준의 반전이 깔끔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친선키스" - SF와 SEX가 결합한, 농담같은 이야기입니다. 지구인과 흡사한 외모의 외계인들을 만난 우주선 승무원들이 지구의 인사라 속이며 키스를 난무하는데 결국 마지막이 되어서 알게되는 사실은 무엇일까요? 웃기면서도 황당한 결말이 아주 놀라운 작품이었어요.

"추월" - 과거 자신에게 버림받고 자살한 여인의 모습을 보는 한 남자. 추리물 성향을 띄고 있는 쇼트쇼트로 이른바 트릭이라 할 수 있는 자살한 여인의 정체가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된 작품입니다. 짤막하지만 복선도 확실해서 설득력도 풍부한 등 이쪽 쟝르물의 교과서적인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PS : 위 작품들 말고도 "이키가미"의 원조와도 같은 "생활유지청"이나 인간 욕망의 끝없음을 극명하게 드러낸 "거울" 같은 작품도 다른 매체에서는 걸작이라고 많이 소개하고 있더군요. 그 외에도 좋은 작품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2009/10/17

일본 플레이보이지 선정 "미스테리 - 철야본을 찾아라!"

신촌 북오프에서 구입한 일본 플레이보이지 2008년 1월호에 실린 특집입니다. 평론가 5명이 선정한 일본 미스테리 올타임 베스트 100을 시작으로 여러가지 추리소설 관련 기획이 실려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베스트 10까지만 소개해봅니다. (100작품 중 국내 출간된 작품은 추후 따로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1. 야마타 후타로 메이지소설전집 7 / 메이지단두대 - 야마타 후타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작품은 국내에는 소설은 소개된 적이 없는 야마다 후타로의 메이지 초기 시대를 무대로 한 단편집입니다. 정교한 트릭과 당시 시대상이 잘 결합된 좋은 작품이라고 하네요.

2. 화차 - 미야베 미유키
말이 필요없는 작품이죠.

3. 마이너스 제로 - 타다시 히로세
-도쿄 대공습의 날, 행방불명되었던 이웃집 딸이 18년 뒤 당시 모습 그대로 주인공 청년 앞에 나타난다-는 줄거리의 작품이네요. 일본 SF 미스테리사에 빛나는 타임 트러블 소설 불후의 명작!으로 하야카와 SF 매거진 선정 올타임 베스트 SF 일본편 4위에 선정되기도 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국내 소개된적은 없는데 이정도 명성이면 언젠가 나와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네요.

4. 텐도 신 추리소설전집 6 / 죽음에의 초대 - 텐도 신
"대유괴"로 유명한 텐도신의 작품입니다. 5인의 남자에게 살인 초대장이 온다는 이야기라는데 무척 궁금하군요. 재미있을 것 같은데...

5. 달팽이에게 물어봐라 - 츠즈키 미치오
아버지가 통신교육으로 킬러를 양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주인공이 그 유산의 청산을 위해 여러 킬러들과 싸워나간다는 액션 모험소설로 시리즈이기도 하고 영화까지 등장했던 당대의 인기작. 국내 출간 가능성은 제로가 아닐까 싶군요...

6.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 아와사카 츠마오
추리 애호가들에게는 잘 알려진 아아이이치로 시리즈의 데뷰작인 본격추리 단편집. 국내 출간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7. 봇코짱 -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의 개척자로 유명한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 단편집.

8. 고향을 등지다 - 시미즈 다츠오
작품을 읽지 않아서 제목이 이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건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작가와 작품으로 모험소설에 가까운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9. 점성술 살인사건 - 시마다 쇼지
미타라이의 데뷰작인 유명작품.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10. 황토의 분류 - 이쿠시마 지로
국내에는 "끝없는 추적" 정도만 소개된 이쿠시마 지로의 "황토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다이쇼시대의 중국을 무대로 한 모험소설입니다. 일본 모험소설 불후불멸의 금자탑이라고 소개되고 있네요.

2009/10/16

도서실의 바다 - 온다 리쿠 / 권영주 : 별점 2점

 

도서실의 바다 - 4점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북폴리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읽고 호감이 생견 차에 알라딘 중고책으로 싸게 팔길래 구입한 책입니다. 사실 꼭 사고싶었다기 보다는 다른 책을 사는데 어차피 배송비를 내야 하길래 판매자의 다른 책을 더 살까 하고 보다가 충동적으로 구입한 책이죠.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읽고나니 실망이 더 큽니다. 충동구매를 하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금 알려주는 책이랄까요.

일단 "봄이여 오라", "수련", "노스탤지어" 같은 작품들은 내용을 일부러 이해하기 어렵게 꼬아놓은 듯 한데 영 적응이 되지 않더군요. 이야기의 맥락은 둘째치고서라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조차 감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책을 꼼꼼하게 읽으며 행간을 파악하려 하지 않는 제 잘못도 있겠지만 일부러 혼란스럽게 하려는 의도가 지나쳐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요.
본편을 읽지 않으면 별다른 재미를 느끼기 힘든 외전격의 작품인 ""수련", "도서실의 바다" 역시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작품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성립하기는 하지만 세계관을 명확하게 알지 않으면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습니다. 원체 "리세"라는 캐릭터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장편의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는 "피크닉 준비"는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수준의, 작품이라고도 할 수 없는 글이었습니다. 세상 어디에서 예고편을 돈받고 판답니까? 똑같이 예고편격인 "이사오 오설리반을 찾아서"는 그나마 다행스럽게 이야기로 성립을 하기는 하지만 역시나 돈주고 사서 읽기에는 힘든 성격의 작품이라 생각이 되네요. 이런 작품이 실려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제게는 크게 실망스러웠습니다.

물론 이 책의 꾸준한 인기를 대변하듯 작가의 잔잔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실려있어서 지나친 비판이 온당한 것은 아니지요.
예를 들어. "어느 영화의 기억"이라는 작품은 주인공이 작은아버지 장례식을 마친 뒤 "청환기"라는 영화와 더불어 초등학교시절 겪었던 바닷가에서의 숙모 익사사건을 떠올린다는 이야기로 "청환기"라는 실존하는 작품을 잘 인용하는 것과 더불어 정통 추리물의 형식을 띄면서도 독특한 작가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트릭이 현실성이 약간 떨어져 보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하죠. 비극적인 모자의 이야기로 실존한다는 "청환기" 영화와 소설도 보고 싶어지더군요.
그리고 "국경의 남쪽" 이라는 작품은 과거 한 카페에서 10년간 일하며 물에다가 비소를 풀어 손님들에게 대접한 웨이트리스에 대한 약간은 섬뜩한 이야기인데 치사량은 아니지만 많이 마시면 죽는다는 것, 그래서 웨이트리스가 "서비스"를 하면 할 수록 해당 손님은 죽어간다는 이율배반적인 설정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와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묘사력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별점을 매기자면 2점. "삼월은 붉은 구렁을" 처럼 반 정도는 마음에 들고 반 정도는 그렇지 않았는데 문제는 마음에 안드는 반이 너무 심하게 마음에 안 들어서 전체적인 점수가 많이 낮아졌네요. 어쨌건 좋은 작품은 분명히 제 취향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셈이니 다음번에는 꼭! 이 작가의 장편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PS : 장편 중 제 취향으로 보이는 작품 추천 부탁드립니다. 제 취향은 아무래도 추리물이겠죠?^^

2009/10/14

1년중 가장 슬픈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

 

<두산베어스의 여신 한채영! 파울볼 유저 Epilogue님의 사진>

네... 물론 아직 한국 시리즈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올해 야구시즌은 모두 끝났네요. SK에게 3년 연속 당하며 이번에는 플레이오프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SK 정말 강하네요. 김광현 - 송은범 - 전병두 - 박경완 선수가 없어도 두터운 선수층과 탄탄한 기본기, 그리고 끈질긴 집념을 보여주는 팀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보여주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제가 김성근 감독님의 SK야구를 굉장히 싫어하긴 하지만 인정할건 인정해야죠. 

플레이오프 기록에 남는 대패라고 하는데 4차전 지고나서 별 기대를 안했고, 금민철 선수가 비교적 괜찮았던 어제 경기가 비로 날라가는 등 두산에게 운이 없기도 해서 여러모로 아쉬움은 덜해서 다행입니다. 세데뇨 선수가 SK 상대로 두게임 연속 잘 던질것이라는 기대는 애시당초 하지도 않았거든요. 어쨌건 회의때문에 야근을 해서 중계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제가 보기 시작할 때에는 이미 게임이 기울어져 버려 있더군요. 폭죽처럼 맞아나간 투수진은 가슴아프지만 뭐 이정도면 잘 한거죠. 변변한 선발진 없이 이만큼 버틴게 어디 쉬운일이 아니잖아요. 이왕 지는 경기 노경은 선수가 좀 나와줬으면 했지만 임태훈 선수 얼굴 안 본 것으로나마 만족스럽습니다.

하여간 감독님과 코치님들, 그리고 모든 선수들 수고 많았습니다. 올 한해도 팬으로서 즐겁고 기뻤습니다. 겨울에 착실하게 준비해서 내년에 보다 멋진 모습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프런트도 제발 괜찮은 외국인 투수좀 찾아오길. 많은것도 안바란다. 둘이 합쳐 15승만 해 주면 된단 말이다!

그럼 두산 팬님들도 수고 많으셨어요~ 파이팅 허슬!두!

2009/10/12

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감상 및 개인적 단상

 

<두산베어스의 여신 한채영! 파울볼 유저 Epilogue님의 사진

2승으로 분위기를 잡아가던 두산이 잠실에서의 2연패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 되었습니다. 투수진은 그런대로 제 몫을 해 주었는데 엇박자 타선에다가 이유를 알 수 없는 계투작전으로 4차전을 진 것이 뼈아프네요.

윤길현 - 임태훈 선수로 대표되는 양팀의 주축 불펜투수가 모두 소모된 상황인데, 솔직히 이렇게 이겨서 코리안시리즈가면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임태훈 선수의 4경기 연투를 보면 정말이지 복장이 터지거든요. 이럴거면 김상현 - 이재우 - 노경은 선수는 왜 뽑았는지 모르겠고요. 벤치가 추워서 덥히려는 의도였나? 김경문 감독님의 뚝심은 좋지만 중요한 순간에서 철저하게 공략당한 타자 상대로 임태훈 선수를 밀어붙히는 의도도 이제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네요.

어차피 이겨봤자 결국 본전치기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는데 이왕 이렇게 된거,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큰선수가 될 선수"를 밀어주는 차원에서 5차전을 운영하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선발 금민철 선수에 세데뇨 선수를 땡겨서 한 5이닝 던지게 한 뒤 노경은 - 지승민 - 이용찬 선수로 이어지는 계투로 마무리하는거죠. 뭐 좀 지면 어떻습니까. 이러면서 크는거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도 임태훈, 고창성 선수는 무조건 쉬게 해줘야 하고요. 아! 이런 라인업이라면 선발 좌익수 정수빈 - 우익수 민병헌 선수도 괜찮겠네요. 1루수 김현수 - 3루수 이원석 선수로 가고요. 지명타자는 이블성렬 선수!

팬으로서 전력의 열세를 딛고 여기까지 해 준 팀과 감독님에게는 진심으로 감사드리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선수의 혹사를 바탕으로 한 무리한 시리즈 운영은 제발 하지 않아주었으면 좋겠네요. 코리안 시리즈에 나가면 좋기야 하겠지만 임태훈 선수를 또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임태훈 선수는 제2의 윤석민, 그리고 앞으로 10년간 베어스의 미래란 말입니다!

덧붙여, 김선우 선수가 5이닝만 책임져 줬어도 4차전은 두산이 가져올 수 있었을겁니다.... 아무리봐도 연봉과 경험에 어울리는 투구가 되지 않을 뿐더러 두산에도 이원재 - 성영훈 선수 등 우완 정통파 투수 유망주는 제법 있는만큼 내년 시즌에는 트레이드 블록에 올리는게 어떨까 싶군요. 임태훈 선수를 선발로 좀 올리면 되잖아요. 물론 김선우 선수가 내년에 각성해서 20승 투수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 보기에는 김명제 선수보다도 미래의 기대치가 떨어지네요.

2009/10/10

경성탐정록 -무가-

 http://navercast.naver.com/literature/genre/1248

네이버캐스트에 실렸습니다.
투기꾼 신타로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설홍주의 이야기입니다. "탐정소설"이라고 올라왔네요? 흠.... 고전적이라 좋긴 하지만...

여튼, 이 이야기는 처음의 제 시놉에서 뽑아낸 단편적인 아이디어를 제외하고는 저희 형이 거진 다 써서 별로 할 말이 없네요. 원래는 설렁탕 국밥 국물이 주요 단서가 되는 정통 추리물 비스무레한 시놉이었습니다만 저희 형 취향대로 약간 하드보일드 느낌이 강해진 듯 싶기도 하고요. 어쨌건 좋은 작품이니만큼 즐겁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경성 어느 골목길에서 자수성가한 부호 조선인 "신타로"의 타살체가 발견된다.
신타로는 빈한한 머슴 출신으로 학교도 가지 못한채 일자무식으로 겨우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다가 대한제국 말기인 12살에 가출, 그 뒤 인천의 일본인 상인 밑에서 일하다 눈에 띄어 양자와 같이 입적된 뒤 미두시장에서 단번에 거금을 벌어들인 입지전적인 인물. 또한 그는 대표적인 친일파이기도 하여 식민지 정부의 일부 인사와도 신망이 두터운 사업가로 통하고 있었다. 그러한 신타로가 사업차 인천에서 경성으로 상경, 그 뒤 저녁에 예정되어 있던 약속시간까지 동행과 헤어져 산책을 나간 뒤 행방이 묘연하였다가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신타로의 사건 당일의 행적은 사업차 도쿄에서 돌아온 뒤 저녁에 예정되어 있던 약속시간까지 동행과 떨어져 산책을 나간다고 한 뒤 밝혀진 것이 없으며 신타로의 사인은 두부 골절상으로 둔기에 얻어맞은 것이 치명상. 사건 현장은 경성의 으슥한 빈민가 골목으로 의복은 대체로 깔끔했고 유일한 단서는 지갑속 지폐 뭉치 중 맨 앞에 있는 피묻은 지문이 찍혀있는 1원.

레이시치 경부는 피묻은 1원권은 비국민 범죄단체의 서명과 같은 것이라 단언하고, 비열한 비국민 무리가 의로운 천황의 신민을 살해하고 떠벌이려는 작태라 단정짓고 수사에 착수한다. 그러나 피해자와 원한관계에 있는 인물들은 대부분 일본인이라는 점 때문에 수사에 난항을 겪으며 결정적으로 명확한 동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결국 피묻은 지폐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 결국 수사는 미궁에 빠진다.

사건을 의뢰받은 설홍주는 사건 현장을 탐방하고 사건 자료를 요청하여 열람한다. 이미 사건이 발생하고 시일이 지난지라 현장 조사를 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몇장의 문서와 그림, 그리고 피해자가 남긴 유류품으로 사건을 추리할 수 밖에 없는 상태...

스시수첩 - 사카모토 가즈오 / 이은경

 

스시 수첩 - 6점
사카모토 가즈오 지음, 이은경 옮김, 안효주 감수/우듬지

총 94종의 스시를 사진과 짤막한 설명으로 수록한 책입니다.

일단 미려하게 찍은 사진이 일단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제목과는 다르게 만화로는 "초밥왕"이 아니라 "어시장 삼대째" 가 연상될 정도로 일단 생선 쪽에 보다 비중을 둔 정보를 전해주고 있는데 제게는 더 마음에 드는 부분이기도 했고요. 
또한 이러한 생선 설명은 물론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맛있는 초밥에 대한 짤막한 설명, 가장 맛있게 먹는 제철, 원산지 등도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 짤막하긴 하지만 스시에 대한 기본 정보를 알려주는 데에 충실하기 때문에 간단한 식용 생선과 스시의 입문서 및 가이드북으로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친숙한 도미, 참치, 광어 등은 물론이고 초밥관련 만화 등에서나 보아왔던 학꽁치, 쑤기미, 금눈돈, 눈볼대 등 생선들과 초밥의 설명을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 재미있고 즐겁더군요. 언제쯤 이런 초밥을 제대로 한번 먹어보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를 대비해서 공부나마 열심히 해 놔야 겠습니다.^^ 읽기 편하고 재미도 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 음식관련 밸리로 보낼까 고민도 되긴 하지만 일단은 도서니까... 도서 밸리로 보냅니다.

2009/10/07

에이트리 LED 스탠드 Cube / Cube-Dock

요새 LED가 대세죠. 이런 저런 제품이 참 많이 나오더군요. 에이트리에서도 오늘 LED 스탠드 Cube와 Cube-Dock을 출시했습니다.

이 중 Cube는 일반 스탠드이지만 Cube-Dock은 국내 최초의 아이팟 / 아이폰 도킹 시스템을 갖춘 LED 스탠드로 개발된 제품입니다. 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슬림 디자인도 특징이죠. 완전히 접었을 경우는 이름 그대로 Cube가 됩니다. (물론 정육면체는 아닙니다만..^^)
지금 에이트리 홈페이지에서 예판 중이니 참고하세요~ (http://www.atree.com/shop/shop_index1.asp)

2009/10/05

준플레이오프 마음대로 분석 및 플레이오프 마음대로 전망

 

<두산베어스의 여신 한채영! 파울볼 유저 Epilogue님의 사진>

3승 1패로 두산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1차전 패배로 마음을 비우고 관전했는데 2~4차전은 솔직히 너무 쉽게 이긴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풀린것 같아 롯데 팬들에게 죄송하기까지 하더군요. 사실 롯데가 선발진 하나만큼은 두산에 압도적으로 앞선다고 누구나 생각했는데 그러한 강점을 너무 살리지 못했어요. 적시에 작렬했던 에러들과 더불어 두산 투수들을 공략하지 못한 야수진 - 타선의 탓도 크겠죠. 뭐 요약하자면 "큰경기"에 대해 여러가지로 준비가 부족했던 롯데의 완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로이스터 감독님의 대인배스러운 모습이 왠지 한국의 "큰경기"와는 안맞아 보이기도 했고요.

어쨌건 두산선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개인적인 준플레이오프 MVP는 김현수 선수이며 (김동주 선수도 대단했지만 꾸준함 면에서 김현수 선수를 주고 싶네요) 투수 최고 수훈갑은 금민철 선수를 꼽고 싶습니다.

아울러 플레이오프에서는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했던 SK를 상대하게 되었습니다. 자타공인 역대 KBO 최강팀이라고도 할 수 있는 SK는 경험과 실력 모두 넘기 힘든 큰 산입니다. 특히 투수진은 확실히 SK가 두산에 앞서고 있죠. 그나마 두산이 내세울만한 것은 테이블세터와 클린업정도인데 이나마도 압도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박빙의 레벨이기 때문에 두산의 전망이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태까지의 한국시리즈 전적도 김경문 감독님에게는 부담이 될테고요. 그래도 단기전은 아무래도 기세와 분위기라는 것도 중요한 만큼 섣부른 단정은 이르겠죠? 애시당초 확실한 선발이 없는 두산에 비해 1선발 에이스와 전천후 에이스가 이탈한 SK쪽이 마이너스 요소가 조금 더 커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래도 두산보다는 훨~씬 강하지만. 쩝.

시리즈를 전망해 보자면, 항상 그렇듯이 1차전이 제일 큰 승부처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1차전을 두산이 잡는다면 3승1패로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않을까 생각되며, 1차전을 SK가 잡는다면 3승 무패로 SK의 싹쓸이 한국시리즈 진출 예상합니다. 3승 무패로 SK가 이긴다면 또다시 한국시리즈도 우승하지 않을까 싶네요. 기아도 강한 팀이지만 왠지 SK는 모든 한계를 뛰어넘는 극강 최종 보스같은 이미지인지라....

하여간 파이팅 허슬!두! 지더라도 멋진 승부를! 이기면 더 좋고!

2009/10/01

성폭행과 피해여성을 다룬 추리만화 짤막한 감상

최근 아동 성폭행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관련된 내용이 담긴 끔찍한 만화도 굉장히 많이 있을텐데, 저는 여성입장에서의 성폭행과 피해자를 다룬 추리만화 두편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심리수사관 아오이 3 - 6점
미노 미즈호 지음/세주문화

제목 그대로 "심리수사관"인 프로파일러 쿠보테라 아오이가 엘리트 카야마 경부와 함께 "특별조사부"에 소속되어 여러 사건에 대한 심리분석을 통해 범인을 밝혀내는 내용으로 국내에는 이 작품 하나만 정식 발간되다가 중단된 미노 미즈호의 작품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는 기타무라 카오루 원작의 "복면작가" 가 있죠. "복면작가"는 해적판으로 구입해서 읽었었는데 일상계 미스터리의 거장인 기타무라 카오루의 원작답게 그다지 무거운 이야기대신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들이 많았던 반면 이 작품은 굉장히 무겁고 진지한, 그리고 무서운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는 등 큰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나 여성 작가답게 여성의 입장, 그것도 피해자인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에피소드가 많은 것이 특징인데요, 때문에 "성폭행"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가슴에 와닿는 에피소드를 꼽자면 2권의 "범행동기" 와 3권의 "단장취의"입니다.

"범행동기"는 직장내 성추행에서 시작된 악연이 살인으로 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자기중심적 인간 쓰레기에 의해 성추행당한 것을 고발했다가 오히려 무고죄로 몰려 모든 미래와 꿈이 박살난 여성의 이야기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남성중심적, 권위주의적 풍토가 남아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성추행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물론 그나마 나아지고 있습니다만) 편인데 이 작품을 보면 사소해 보여서 묵인되는 성추행이 얼마나 해당 여성을 상처입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어딘가에서는 성추행을 저지른 인간이 국회의원까지 당선되는게 현실인데 그 동네에 이 만화를 복사해서 뿌리고 싶어지더군요. 그나저나 그 동네 주민들은 딸자식들이 없나요? 아니면 뇌가 없는건가....

그리고 "단장취의"는 9세 여아의 성폭행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범인이 아이를 유인하는 미끼가 "귀여운 애완동물" 이었다는 발상도 놀랍고 폭행후 교살한다는 범행 이야기도 끔찍하지만 범인이 스스로를 자기합리화하는 모습이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로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작품이죠. 해충보다 못한 이런 범인들을 단지 "체포"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림이 뛰어난 편은 아니고 지나치게 여성중심적인 시각, 특히 아오이라는 캐릭터의 사고방식은 공감하기가 좀 힘들기는 하지만 상당히 우수한 수준의 추리물임은 확실한만큼 추천하고 싶네요.


여검시관 아스카 1 ~ 4 핫타 로우 / 이데 치카에

회사 동료가 보던 네이트 제공 서비스를 통해 보게된 만화입니다. 조사해봤는데 정식 출간은 되지 않은 작품인 듯 싶군요. 제목 그대로 냉정하고 명석한 두뇌의 미인 검시관, "부검실의 천사" 아스카가 활약하는 검시추리물입니다.

그러나 설정이 유치하고 순정만화의 인물들이 극화에서 활동하는 듯한 그림도 영 취향이 아니라 썩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웠습니다. 추리적으로는 2권의 "임상과 검시" 편의 청산가리 자살 사체에 대한 검시 의견과 4권의 "사쿠라타 형사의 우울"에 등장하는 위속의 소화물을 통해 밝혀내는 사망 추정 시각 등의 이야기 정도가 눈에 뜨이긴 하지만 별로 대단한 수준은 아니고요. 하지만 전편에 걸쳐 여성의 심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성폭행 관련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눈에 뜨입니다.

특히 3권의 "열상"과 4권의 "출소한 남자", 이 두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성폭행 당한 여성의 심리를 그리고 있는데 이 두편은 확실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열상"은 성폭행 피해자 여성이 범인인 남자가 계속 자기를 주시하고 산다는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이야기를, "출소한 남자"는 성폭행으로 복역한 남자가 출소한 뒤 예전 자신이 검거되게 만든 피해여성을 다시금 노린다는 이야기로 두 에피소드 모두 강간범들이 결국 재범을 저지르다가 살해당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 범인이 죽어야 피해자들이 비로소 안심할 수 있다라는 결말이 씁쓸했습니다. 하지만 만화에서처럼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영구히 지속될뿐 아니라, 확실히 반복적인 습성이 강한 범죄라는 것이 입증된 만큼, 범인에 대해서는 영구 격리나 거세와 같은 처벌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되더군요.

그림이나 전개가 추천작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