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 아와사카 쓰마오 지음, 권영주 옮김/시공사 |
“아 아이이치로”라는 독특한 이름의 탐정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의 첫 단편집입니다. 여러 일본 미스터리 추천 리스트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설적인 작품으로,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징은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등장하며, 황당한 사건이 연이어 펼쳐지는 가운데 유머와 슬랩스틱을 연상케 하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두드러진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황당한 사건들에도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존재하며, 독자에게도 탐정 아이이치로와 동일한 수준의 정보가 제공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고전 본격 추리물의 원칙과 상당히 유사한데, 작품의 수준 역시 절대 뒤처지지 않습니다.
8편의 단편들은 심리 트릭, 밀실 트릭, 공간 이동 트릭, 암호 트릭, 원격 살인 트릭 등 다양한 유형의 트릭을 활용하고 있어 고전 본격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특히 매력적입니다. 잘생기고 번듯하지만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주인공 아 아이이치로도 독특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마치 현대에 환생한 브라운 신부와도 같은 느낌인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어 있으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방심할 때 의외의 한 방을 날리는 모습이 닮아 있습니다.
시리즈물이지만, 아 아이이치로를 제외한 모든 단편들이 각기 다른 공간과 장소에서 다른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을 내세운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상천외한 사건과 절묘하게 녹아들어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뛰어난 구성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70년대 후반 일본에서 새롭게 창작된 브라운 신부 파스티쉬 작품 같은 느낌입니다. 특히 과거의 이야기를 듣고 진상을 밝혀낸다는 설정은 “브라운 신부의 옛날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렇게 독특한 등장인물, 황당한 사건, 공정한 추리, 그리고 의외의 결말이라는 고전적인 요소들을 충실히 지키면서도 정교한 추리의 전통을 잇고 있다는 점에서 근래 보기 드문 좋은 작품집입니다. 고전 추리 단편집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며, 유쾌함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1978년에 발표된 작품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고전적인 느낌이 강해, 지금 읽기에는 다소 낡은 부분도 존재합니다. 솔직히 말해, 해설을 읽기 전까지는 2차대전 전 작품인 줄 알았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것이 작가의 의도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취향에 맞지 않는 독자라면 다소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별점은 4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