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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7

사가판 조류도감 / 어류도감 - 모로호시 다이지로 : 별점 4점 / 3점

 

사가판 조류도감 - 8점
모로호시 다이지로 글 그림, 김동욱 옮김/세미콜론

사가판 어류도감 - 6점
모로호시 다이지로 글 그림, 김동욱 옮김/세미콜론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작품은 <재괴지이>,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와 <서유요원전> 일부 정도만 읽어보았습니다. 국내 출간된 작품은 완독한 셈이지만 대표작이라는 <암흑신화> 등을 읽지 못했으니 팬이라고 하기도 쑥스럽고 작가에 대해 잘 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죠.
그러나 작가만의 '흉내낼 수 없는 기이함' 이 워낙에 매력적이라 국내 출간된 작품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번에 출간된 두편의 단편집을 같은 이글루스 블로거이신 '벨제뷔트'님의 도움으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읽고난 소감부터 이야기하자면 그야말로 '모로호시 다이지로 월드'를 만끽하기에 충분한 작품집이라는 것입니다. <조류도감>에는 6편의 작품이, <어류도감>에는 7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판타지와 SF는 물론 환상동화, 개그, 일상계 호러와 서스펜스에다가 전기-기담물까지 작가가 손댄 모든 장르가 망라되어 있어 내용도 풍성할 뿐 아니라 특유의 기이함이 전편에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두편 모두 작가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지만 구태여 구분하자면 <어류도감>쪽은 '기이함'보다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편한 구성의 작품이 많고 <조류도감>은 조금 더 매니아적이고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많다고 생각되네요. 저 개인적으로도 <조류도감> 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작가의 진정한 매력은 '호러' 쪽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저의 생각을 만족시키는 작품이 실려있기도 하고요.

제가 만족한 두편만 조금 더 상세하게 소개해보자면

<탑을 나는 새>
판타지에 속해있는 작품입니다. 거대한 탑으로 이루어진 세계, 탑의 층마다 다른 세계가 있고 외부의 탑들도 각각 또다른 세계, 외부를 멀리하며 탑의 바닥은 누구도 알지 못하고 나선계단으로 이동한다는 세계관도 독특하지만 (<계단을 오르는 남자>와 조금 유사하기도 하네요) 외부 세계를 동경하던 주인공이 '천사'일 수도 있는 새 소녀와 사랑에 빠져 인간세계를 버린 뒤 새들의 현실을 알게 되는 충격적 결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서늘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어요.

<새를 보았다>
두 소년은 거대한 새를 우연찮게 목격한 뒤 새를 관찰하기 위해 찾아간 건물 옥상에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다른 소년과 친구가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가 새의 정체를 나중에 알게 된다는 이야기로 '일상계 심리 서스펜스 호러' 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죠. 대단한 공포는 없지만 새의 정체를 둘러싼 긴장감도 좋고 마지막의 진상도 괜찮았어요. 일상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심리 서스펜스가 무엇인지를 잘 표현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그 외의 작품들 중에서는 전기-기담물인 <호무치와케>와 <어류도감>의 <교인>, 심리드라마 <물고기 꿈을 꾸는 남자> 를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결론내리자면 모로호시 다이지로를 좋아하신다면 적극 추천할 수 밖에 없는 작품집으로 별점은 <조류도감>은 4점, <어류도감>은 3점입니다. 팬이시라면 '닥바구' (닥치고 바로 구입!) 해야 되는 책이랄까요. 좋은 기회를 주신 벨제뷔트님에게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몰랐는데 학교 동문이시더군요. 기회가 된다면 학교근처에서 만나뵙고 싶습니다^^)

덧 : 리뷰를 읽으신 트위터 지인께서 진짜 도감인줄 아셨다고 하시네요. 생각해보니 모로호시 다이지로 월드안의 온갖 상상의 동물들을 실제 도감형식으로 꾸며놓아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런 도감이 실제로 나온다면 그 역시 '닥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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