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 - 허영섭 지음/채륜 |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는 과정을 '조선총독부' 건축의 역사와 연결시켜 풀어나간 미시사서적입니다. <경성탐정록> 자료로 쓸까 하고 읽은 책이죠. 단순하고 지루하게 역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 주제별로 재미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해 나가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예를 들면 조선총독부 건축 설계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설계를 최초로 진행했던 건축가 라란데는 프로이센의 식민지 폴란드 출신의 일본 건축가로 그의 아내 에디타는 라란데의 사후 일본 외무대신 도고 시게노리와 재혼했는데 도고 시게노리는 '박무덕'이라는 이름의 조선 도공의 후예였다... 라는 3국을 넘나드는 장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던가, 경복궁 철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고종이 독립운동 자금으로 모아놓았다는 비자금인 85만냥의 금항아리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비화를 풀어놓는 식이죠. 또한 ~카더라 수준으로 끝나지 않고, 고종의 비자금 출처가 북진금광의 사용료와 사례비를 모아 놓은 것이라는 구체적 출처까지 밝혀주는 것도 돋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선총독부라는 건축물의 규모와 시설 등에 대한 자료로서는 충분히 기대에 값합니다. 건축기간, 주요인물, 비용 및 설계와 내 / 외장에 대한 설명은 물론 마지막에는 전구와 설치된 시계의 갯수까지 망라하는 등 무시무시할 정도로 자세하거든요. '조선총독부'를 소재로 한 컨텐츠를 창작하려면 필독서로 느껴질 정도로 말이죠. 그 외에도 조선의 근대 건축에 대한 이야기도 상세하게 등장하는 등 자료적 가치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에피소드와 총독부, 근대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제외한 내용은 조선이 식민지가 되어가는 이야기의 재반복일 뿐이라 아쉽더군요. 차라리 건축물에 대한 에피소드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책을 내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문체가 미시사서적이라고 보기에는 저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된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었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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