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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30

교통사고!

금일 외부 미팅으로 회사직원의 차를 타고 다른 직원들과, 저까지 4명이 타고 분당으로 갈 일이 있었습니다.

분당 야탑 사거리에 있는 업체이기에 야탑 사거리에서 신호에 딱 걸려서 대기상태에서 서로 농담따먹기를 하던 중......!!!!

우회전 신호를 하던 아반떼를 한 아줌마가 운전하던 신호 위반하고 전력 질주하는 EF 소나타가 말 그대로 들이받아서 날려버리고 빙글빙글 돌면서 신호대기상태에 있던 차들을 통통통 받고 멈춰버렸습니다. 통통통의 맨 마지막이 저희가 타고 있던 차였고요.

백주 대낮에 이런 대형 사고를 눈 앞에서 보다니...(제가 조수석이었거든요) 두 차가 돌진하며 부딛히고  받은 EF 소나타가 빙글빙글 돌면서 저희쪽으로 밀려오는데 그 모든 상황이 슬로우모션으로 바라보이더라고요. 뒤에 있던 다른 과장이 "이과장님 빽!빽!"이라고 소리지르는 것도 슬로우로 들렸고요. 정말이지 엄청나게 생생하게 뇌리에 각인되어 버렸습니다.

받힌 후 약간의 충격으로 인한 패닉 상태에 빠진 듯 잠시 멍~해 지더군요. 멍한 상태에서 소나타를 보니 밑에 흥건히 뭔가 고이고 있는데 운전하던 이과장이 "이거 폭발하는거 아냐?" 라고 말하자 그때서야 정신이 들면서 차에서 후다닥 내리게 되더라고요. 참고로 흘러내린 것은 부동액이었습니다....

하여간 6중 추돌이라는 대형사고를 눈 앞에서 직접 목격하니 아직까지도 마음이 진정이 안됩니다. 그렇잖아도 운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느껴서 트라우마 생기겠더라고요. 저도 예전에 급정거하다가 빙글빙글 스핀 한번 한 적 있는데 당하는 것과 보는 것은 확실히 임팩트가 다르더군요. 당할때는 사실 경황이 정말 없고 정신이 없어서 오래 기억에 남지는 않았었는데 오늘같은 시각적 충격은 꽤 오래갈 것 같네요.

뭐 나름대로 좋은(?) 경험이었고 정말 마지막에 살짝 튕기듯 받혀서 다친곳도 없으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정통으로 받힌 아반떼 운전자 분도 큰 부상은 아니라 하시니 하늘이 도우셨다 할 수 밖에요. 저도 액땜한번 제대로 한 셈 쳤으니 이제는 좋은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도 제발 안전운전!
 
PS : 아줌마들 정말 운전 무서워요.... 이래서야 안전운전이 무슨 소용 있겠어요?

무영검 - 용대운

읽고도 화가 나서 줄거리는 대충 쓰겠습니다. 사실 줄거리는 한줄이니까요. "무림에 다시 출도한 12신마를 금마옥주 좌혼지가 소탕한다!" 입니다.

아래의 "태극문"과 같은 작가가 쓴 것은 작가이름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는데 왜냐면 작품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자신의 작품의 좋았던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끼고 스케일만 더 키운 어처구니 없는 소설이었기 때문이죠.

일단 태극문에도 등장하는 "평범한 초식이 고수를 제압한다"라는 아이디어와 "품검 대회"라는 가장 중요한 설정을 그대로 따서 작품을 진행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아이디어와 설정을 좀 더 교묘하고 세련되게 짜 맞추어도 고작 본전일 판에 아이디어와 설정은 이야기의 핵심과 따로 놀고 있다는 점입니다. "평범한 초식이 고수를 제압한다"라는 독특한 발상은 "태극문"과는 다르게 주인공 좌혼지의 강함을 설명하는 곁다리일 뿐이며 좌혼지 자신은 외려 무림 최고 수준의 무공을 몸에 익히고 있습니다. 결국 "평범한 초식"은 진정 극강한 무공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묵살하는 희한한 전개. 요걸로도 일단 마이너스 백만점.

게다가 "품검 대회"가 마인들을 끌어내기 위한 꼼수라는 전개는 설득력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일단 극강한 마인들이 3인이상이 모이면 좌혼지를 제압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정작 12명이나 있으면서 왜 더욱 고수가 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지에 대한 묘사가 없거든요. 나 같으면 12명이서 그냥 처들어 가서 쑥밭을 만들어 놓겠다. 3명씩 조를 짜서 제트 스트림 어택이라도 보여주면 될거야냐? 이거 역시 마이너스 백만점.

또 "태극문"의 단점이기도 했던, 왜 등장하는 지도 알 수 없는 여러 고수들은 정말 들러리(!)일 뿐입니다. 어디어디의 최고수, 어디어디의 넘버원이라는 작자들이 등장해서 진정한 마인들에게 일초에 피떡이 되는 장면은 한마디로 기가 막히는 수준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장면들이 정말로 수도 없이 계속된다는 점이죠. 이러한 어처구니를 쌈싸먹은 전개의 화룡점정은 이 최고수들을 일초만에 피떡으로 만드는 마인들이 주인공 좌혼지에게 일초만에 피떡이 된다는 전개인데 정말 소설 쉽게 쓰는구나.. 하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정말로 이 작품의 무공 대련 장면의 대부분은 "파파박" "크아악!" 이 두줄로도 다 쓸 수 있거든요.

아울러 좌혼지의 정사장면은 사족을 넘어선 작가정신이 의심되는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장면이 꼭 나와줘야 책이 팔린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무런 흑심없이 미모의 여인의 옷을 벗겨 치료하다가 눈이 맞아 떡을 친다는 구닥다리 발상은 찰리 채플린 시대에 사라진 줄 알았었는데....

이러한 무의미한 무공의 난무로 인해 단편 분량의 얄팍한 소설이 그나마의 미덕도 갖추지 못한채 품검대회라는 핑계로 질질 늘어지는 마이너스 삼백만점짜리 쓰레기가 되어 버렸네요.

어쨌건 최근 본 소설 중에서 가장 밑바닥 소설이었습니다. 솔직히 다른 작품을 모방하던 자기 작품을 모방하건 상관은 없습니다. 자존심을 버리고 이거저거 설정을 끌어왔으면 독자에게 최소한의 재미는 안겨줘야죠. 용대운이라는 작가가 요새 무얼 하는지는 모르지만 이 소설 하나만큼은 아무리 욕을 먹어도 무방한 소설이라 생각됩니다.

하나는 괜찮았고 하나는 밑바닥이었으니 "유섬검"과 "탈명검"을 읽어보고 작가에 대한 평가를 해 봐야 겠네요. 그나저나 "검" 시리즈는 거진다 쓰레기라는 평을 봤는데....

다빈치 코드 (2006) - 론 하워드 : 별점 2점

다빈치 코드 - 4점
론 하워드

예전에 원작 소설을 읽고 포스팅을 남기기도 했죠. 소설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어서 영화에도 관심가던 차에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감상은 한마디로 "기대 이하였다!"입니다. 일단 소설의 스토리를 제법 길긴 하지만 어쨌건 2시간 30여분이라는 시간에 우겨넣기 위해 축약이 너무 심합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다빈치 코드"는 등장인물들의 설명으로 대충대충 넘어가고 있어서 원작의 정교한 맛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솔직히 제목대로의 "다빈치 코드"는 거의 등장하지도 않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영상으로 이러한 소설의 내용을 구현하는대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리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생각외로 구현이 너무 대충대충이라 실망스럽더군요. 원작에 등장하는 여러 다빈치의 작품에 대한 묘사와 설정도 거의 다 스킵해버리고 원작에서 중요하게 묘사된 단서들 역시 마찬가지로 대충대충 넘어갑니다. 영화에서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소니에르가 제작한 "크립테스"일 뿐이죠. 때문에 "지적 스릴러"에 속했던 원작 소설에 비해 영화는 지적 감흥을 주는데에는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또한 원작 자체가 화려하게 보여줄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십자군, 성배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설명할때 등장하는 비쥬얼 등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쓴 티가 역력합니다. 덕분에 마지막 뉴턴의 무덤을 찾아가는 장면의 비쥬얼과 최후의 암호를 풀 때의 비쥬얼 등 몇몇 장면에서는 비쥬얼적으로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는 있지만 좀 생뚱맞은 느낌도 들더군요. 게다가 알비노 암살자 사일러스의 비중은 왜 이리 크답니까? 비중만 따지면 주인공 로버트 랭던보다도 큰 것 같더군요. 뭐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이놈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설명이 영화에서는 너무 지나칠 정도로 묘사된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물론 영화 자체로만 본다면 꽤 볼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썩 잘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흥미진진함과 현학적인 즐거움을 주는 요소들의 대부분은 없어지고 비쥬얼에 치중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본 "다빈치 코드의 진실"이라는 다큐가 더 잘 만든 것 같네요.

그냥 원작 소설이나 한번 더 읽어 봐야 겠습니다.

2006/05/29

태극문 - 용대운

무림에 갑자기 등장해 수많은 고수를 연파하여 무의 신으로 추앙받는 화군악. 그의 고강한 무공을 넘어설 수 있는 무공은 "태극문"의 무공밖에 없다는 이야기때문에 거의 폐문되다시피 한 태극문에 5명의 젊은 신진기수들이 모여든다. 각자 사부나 아버지, 형을 화군악과의 비무에서 잃은 원한을 품고 태극문의 무공을 익혀 그에게 복수하려 하나 태극문의 기초부터 익히는 수련방법에 회의를 품고 결국 조자건을 제외한 4명의 동문들은 떠나고 만다.

결국 몇년 후, 태극문의 동문 5인은 각자 새로운 신분과 대단한 무공을 얻어 승자에게 화군악과 대결할 자격을 주는 무림대회에서 마주치게 되는데 무림의 패자 자리를 놓고 각 세력이 격돌하는 싸움의 한복판에 놓이게 된다...

용대운의 신무협 작품 "태극문"입니다. 형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는데 상당히 새롭고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 조자건의 무공이 무림에서 가장 흔해빠지고 기초적인 초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발상입니다. 기초를 극한으로 연마하면 그 어떤 상승무공도 파해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나름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있어서 마음에 들더군요. 거기에 여러 등장인물들의 설정이나 묘사도 괜찮은 편이었고 주 스토리 안에 여러 갈래 이야기를 펼쳐놓아 페이지를 계속 넘어가게 하는 맛이 잘 살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심할정도로 비비꼬아놓은 스토리 전개는 재미에 비해서 썩 매끄럽지만은 않았습니다. 여러 조직과 세력이 충돌하는 와중에 서로 서로 배신과 복수의 칼을 가는 이야기이긴 한데 스케일에 비해 디테일하고 정밀한 설정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네요. 너무 고수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 역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요.

특히 가장 중요한 배신자의 정체가 밝혀지는 몇몇 장면이 왠지 맥빠지고 허술했습니다. 복선이나 단서따위는 거의 없고 대중앞에서의 폭로로 밝혀지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깜짝쇼" 스타일의 전개라 아쉽더군요. 조금만 더 고민했더라면 더욱 멋진 작품이 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또 무림의 절대 고수인 화군악에 대한 묘사가 너무 적고 비중 자체가 너무 없어서 좀 의아했습니다. 초고수이자 무림의 신같은 인물이 무림의 세력다툼에 무관심할 수 있다는 설정은 솔직히 좀 납득이 가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무공"이라는 측면에서의 새로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결국 중요한 것은 "노력"과 "인내" 랄까? 하여간 태어날때부터 고수의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이 등장하는 뻔한 내용보다는 훨씬 공감가는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물론 주인공 조자건도 "일협"이라 불리우던 초고수 조립산의 동생이긴 하지만...)

간만에 무협지를 읽어본 것 같은데 용대운의 작품은 처음 읽어 보았지만 몇권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는 작가였습니다. "무영검"을 읽어봐야 겠네요.

2006/05/24

우리 사주.... 제발 우리 회사 주식이여 높이 높이 날아라!

저도 살다보니 우리사주라는 걸 구입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되었네요.

뭐 어쨌건 금액적으로는 소액이지만 뿌듯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입니다.

1년 뒤에나 현금화 할 수 있다지만 최소한 2배는 뛰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은 좀 사정이 좋지 않지만 워렛 버핏의 투자이론대로 "가치에 투자하는" 현명한 투자로 판명되기를 기대해야죠.

어쨌건, 더욱 더 일을 열심히 해야 겠습니다.

2006/05/23

로고와 이쑤시개 (우리 삶을 엿보는 디자인 이야기) - 존 헤스켓 / 김현희 : 별점 3점

로고와 이쑤시개
존 헤스켓 지음, 김현희 옮김/세미콜론

우리 생활과 삶 속에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알기쉽게 설명한 책. 개념적으로는 대충 이해하고 있는 내용이지만, 자세한 설명과 도판으로 보다 쉽게 독자에게 이해시키면서도 앞으로의 미래까지 제시하고 있하는게 좋았습니다. 또한 주제별로 디자인 자체가 삶이나 생활을 바꾼 예들을 자세하게 수록하여 빠른 이해를 돕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예를 들면 제목의 "이쑤시개"는 일본의 이쑤시개로 이쑤시개를 중간에서 부러뜨려 젓가락 받침으로 사용하게끔 하는 방법을 예로 들며 "유용성과 유의성"이라는 주제를 설명하고 있는 식이죠.

디자인의 역사와 관련된 챕터 이외에 "유용성과 유의성", "사물", "커뮤니케이션", "환경", "정체성", "시스템", "컨텍스트" 등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는데, 디자인의 역사와 디자인의 현재, 미래를 담고 있으면서도 디자인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주제로 삼아 내용을 전개하는 셈이지요.

저도 디자인 전공자이긴 하지만 실제 학교에서 개념적으로 좀 좁게 접근될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일반론들을 명료하게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입니다. 또한 어떤 특정 분야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제품 디자인을 비롯하여 그래픽,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접근을 시도하는 점도 특출난 점입니다.

하지만 개념적으로는 좀 뻔한 이야기일 수 있어서 책의 내용이 지루해 지는 감이 있었으며 너무 쉽게 쓰려고 한 탓인지 표면적으로 스쳐지나가는 이야기들도 제법 있어서 입문서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도 합니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디자인 서적이라는 특성상 관련 예시와 도판이 좀 오래되었다는 단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아쉽긴 하고요. 무엇보다도 최근의 가장 화두가 되고 중심이 된다 할 수 있는 IT 쪽의 이야기가 전무하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이만큼 쉽고 재미나게 디자인이라는 것의 개념을 정리해 놓은

2006/05/20

황금의 랑데뷰 - 알리스테어 맥클린 / 이재중 : 별점 4점

미국 정부의 무기 개발 연구소에서 국지전용 핵폭탄 "트위스터"가 개발자인 캐롤라인 박사와 함께 사라지고 당시 출항했던 호화 여객선 캄파리호가 의심을 받아 수색을 당하게 된다. 캄파리 호의 불렌 선장의 짜증에도 불구하고 카리브해의 기항지 카라시오에서 무사히 마지막 승객과 화물을 싣고 출항한 캄파리 호. 그러나 1등 항해사 카터의 앞에서 급사장의 실종과 무선실장의 피살 등 연이은 괴사건이 벌어지고 카터의 추리와 활약으로 범인의 꼬리를 잡는데에는 성공하지만....

"여왕폐하 율리시즈 호"의 작가 알리스테어 맥클린의 모험 활극입니다. 맥클린의 장기로 알고 있었던 밀리터리 계열이 아니라 일단 신선하더군요. 거기에 "민간인" 이 주인공인 설정 또한 맥클린 답지 않은 새로운 모습이었고요. 그러나 전공이 아니라서 작품의 수준이 낮다는 편견은 역시나 버려야 할 모습이겠죠?

오히려 이 작품은 캄파리호라는 호화 유람선과 수송선을 겸한 배가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을 토대로 손에 땀을 쥐게하는 사건과 모험의 연속 등 모험 활극의 기본이 될 만한 모든 요소를 갖춘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제한된 공간이라는 설정과 시간 제한이 있는 승부, 거기에 거의 맨몸으로 수십명의 악당과 맞서는 카터의 활약은 흡사 영화 "다이하드" 1편을 연상시키는 흥분이 넘치며 워낙 박진감있는 전개와 묘사덕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던 책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몸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단순한 모험 활극 정도였다면 흔하디 흔한 뻔한 이야기일 뿐이겠죠. 우선 앞부분에 등장한 국지전용 핵폭탄 "트위스터"라는 아이템이 극중에서 아주 적절하게, 합리적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통 이러한 무기가 등장하는 소설은 테러리스트의 테러 기도에 쓰이는 이야기 전개가 많은데 평범한 발상에서 벗어난 독특한 사용성(?)이 돋보입니다.

거기에 더해 주인공 카터의 기민한 두뇌를 이용한 추리를 바탕으로 한 앞뒤가 꼭 들어맞는 이야기 전개가 펼쳐지는데 카터의 추리에 따라 사건 자체의 진상이 밝혀질 때마다 일종의 반전과도 같은 놀라움을 주는 요소가 효과적으로 삽입, 묘사되고 있어서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는 정말이지 단순한 모험 활극의 수준을 넘어서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맨 마지막 장면인 카터의 재치에 의한 반전이 정말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제한된 공간탓에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많지 않아 캐릭터 성이 조금 약하다는 단점과 그나마 등장하는 인물들도 약간은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의 인물로 구성되어있다는 점에서는 조금 쉽게 간 것이 아닌가 싶긴 하지만 (특히 여주인공격인 수잔 베레스포드라는 캐릭터가 너무 뻔합니다) 작품 자체가 워낙 재미있고 또 카터라는 주인공의 존재가 특출난 탓에 전혀 문제될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여왕폐하 율리시즈 호"와 "하얀장미"는 솔직히 말해 작가나 작품의 명성에 비한다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었는데 이 작품을 읽어보니 그간의 편견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네요. 진작에 읽은 작품이지만 다시 읽어도 여전한 흥분을 가져다 주는 1급 모험소설로 별점은 4점입니다. 단 번역이 약간 매끄럽지 못한 점은 아쉽군요.

2006/05/17

내 인생 최고의 명장면 - 영화

살아오면서 그동안 참 많은 영화를 보아왔고 지금도 기억나는, 머리속을 스쳐 지나가는 여러 명장면들이 있습니다. "러브 액츄얼리"의 종이를 넘기는 사랑고백, "Breathless"의 마지막 장면에서 암담한 현실과 절망 속에 록큰롤을 부르던 리처드 기어의 라이브, "열혈남아 (몽콕하문)"의 공중전화 키스신, "영웅본색1"에서 희망없는 싸움임을 알지만 뱃머리를 돌려 친구에게 돌아가는 마크 주윤발, "What a Feeling"과 함께하는 "Flash Dance"의 마지막 오디션 장면, "매트릭스1"의 건물에서의 한판 승부, "그랑블루"에서 침대에 누운 주인공이 물에 잠기는 환상을 묘사한 장면 등등.... 사실 본 영화도 많고 기억나는, 지금도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 장면도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 단 하나를 꼽으라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위에 있는 "불멸의 연인 (Immortal Beloved)"의 한 장면 입니다.

꼬마 베토벤이 아버지의 폭행을 피해 한밤중에 집을 뛰쳐나와 하염없이 헤메이다 지쳐 누운 호숫가 씬으로 하늘의 별이 호수에 반사되어 흡사 우주공간에 떠있는 듯한 비쥬얼과 함께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정말 절묘하게 그리고 웅장하게 흐릅니다. 음악과 영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정신없이 화면에 빠져들게 했던 이 장면만은 정말이지 최고였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지금은 이미 흐릿하지만 이 장면 하나를 본 것 만으로도 저에게는 평생 기억될 영화입니다.

물론 저 장면 자체가 영화에 큰 의미를 가져다 주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고 평이야 어찌 되었건 국내에서는 당시 흥행도 별로였던 나름 마이너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되지만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뭐 영화도 꽤 재미있고 괜찮았던 기억은 남아있을 뿐더러 저 장면의 임팩트는 아직도 생생하거든요.

저는 개봉당시 극장에서 제대로 된 화면으로 저 장면을 느꼈기에 감동이 더욱 오래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저 장면 하나만큼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네요. 생각난김에 베토벤의 음악을 다시 들어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다른 분들의 베스트 명장면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궁금해지네요.

2006/05/16

두산! 정말 리빌딩이 필요하다!

 

오늘은 야구가 쉬는 날이기에 곰곰히 생각해보고 몇자 적습니다. 이 블로그는 야구 블로그는 아니지만...^^

두산은 현재 6위죠. 뭐 현재 전력으로 6위라는 것은 분명 놀라운! 점도 있지만 7위가 훗날 전설이 될 것이 분명한 Fe의 LG이고 8위가 답이 안 나오는 롯데이니 만큼 놀라운 것도 아닙니다.

거두 절미하고, 두산의 현재 문제는 누가 보아도 공격력이죠. 리그 중상위권의 방어율과 선발 5인방이 모두 리그 40위권에 드는 방어율을 가지고 있는데에도 불구하고 6위라는 성적이 증명합니다. 리그 최 하위의 장타율과 7위의 타율은 동주곰의 공백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부분이기에 더욱 안타깝네요. 두산 타력의 전성기때 고작 6번을 치던 안경현 선수가 지금 부동의 4번타자라는 것으로도 두산 타격의 현 주소가 더욱 실감납니다. 물론 저도 존경하는 선수이고 두산의 차기, 혹은 차차기 감독으로 확실한 분이기에 더욱 아쉽습니다. 요새 몇몇 신인 선수가 눈에 띄이기는 하지만 (이종욱-고영민 선수 등) 그래도 평균 나이가 워낙 높기에 더더욱 리빌딩의 의지를 보여야 할 때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이왕지사 4위권 이상을 목표로 하기는 불가능한 올 시즌이기에 적극적인 트레이드를 해 보았으면 합니다. 두산의 에이스인 리오스 선수를 카드로 쓰는 것이죠. FA가 되는 박명환 선수와 김동주 선수의 미래가 불투명하기에 지금이라도 확실한 미래의 클린업트리오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됩니다. 만약 트레이드가 가능한 팀이라면 LG가 유력하겠죠. 팀 방어율 부동의 최하위기에 리오스같은 잠실 에이스 - 이닝이터는 분명 효용가치가 있으리라 생각되며 LG의 유망한 신예와의 카드로도 적합하리라 판단됩니다. 기아의 이용규 선수가 무척 탐나기는 하지만 기아에서 내줄리도 없고....

또 한명의 용병인 랜들 선수는 현재의 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은 만큼 두산에서 안고 가야 한다 보이고요. 두산에게는 레스라는 또 한장의 용병 카드가 있기에 더욱 더 트레이드를 적극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미래의 좌완 에이스 전병두 선수와 교환한 리오스이기에 당장은 아까울 수 있어도 향후 3~5년을 내다보는 팀 구상에서는 분명 젊은 강타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또한 보다 신인 선수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갔으면 하네요. 지난 주중 SK전은 위닝시리즈로 가져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까운 패전을 하였지만 최소한 일요일 경기는 제가 보기에는 진작 포기해도 무방한 게임이었으며, 이러한 경기에서 신인 투수와 야수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돌아갔어야 한다고 보였거든요. 물론 8회까지의 1점차 승부는 포기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 있지만 현실은 직시해야죠.

아울러 현 코칭스탭의 개편도 필요하리라 보입니다. 투수쪽이야 워낙 잘 해 왔고 실적이 증명하고 있지만 타격쪽은 아무래도 많이 부족하다 느껴지거든요. 최훈재 타격코치님의 정성과 노력은 잘 알겠지만 프로이기에 결과에 따른 인사이동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생각되네요. 이 타격의 침체는 1~2년 동안의 결과가 아니라 이미 예상된 것이기에 더더욱 그러하고요. 그동안이 사실 이상한 것이었죠...

뭐 팬으로 몇자 적긴 했지만 감독님이 알아서 더 잘 하시리라 생각되긴 합니다. 시즌 초의 강동우 선수의 영입같은 작품은 분명 의외였지만 반가운 일이었고요. 하지만 현재 두산의 타격은 내부 인원으로는 최대한의 결과를 끄집어 내고 있다고 보이기에 미래를 위해서라도 조속한 결단이 있기를 희망하는 바입니다. 언제까지 안경현 선수와 장원진 선수, 전상렬 선수를 보고 응원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문희성 선수를?

2006/05/15

에도가와 란보상 수상작가 걸작선 - 이경재 / 정태원 : 별점 2점

에도가와 란보상 수상작가걸작선
이경재 옮김/명지사

에도가와 란보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단편을 모아놓은 앤솔로지입니다. 총 11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니시무라 교타로와 니키 에쓰코의 작품이 2편씩 실려 있기 때문에 소개된 작가는 9명입니다.

그러나 에도가와 란보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작가들의 단편 (수상작이 아닌!)을 아무 생각없이 수록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작품 수준 편차가 심하고 작품들의 성격도 천차만별이더군요. 이렇게 소개할 바에야 실제로 에도가와 란보상을 수상한 작품을 시리즈로 하나씩 출간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또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 아닌 작품도 여러편 실려 있어서 신선함도 많이 떨어집니다. 그나마 그 작품이 모두의 공감을 얻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라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진슌신의 "얼룩 화필" 같은 작품은 이렇게 많은 앤솔로지에서 소개될 정도로 뛰어난 작품은 아닌데 솔직히 의외에요. 니시무라 교타로의 "친절한 협박자"역시 마찬가지고요.
무엇보다도 작품의 존재 의미를 알 수 없는 졸작들, 도가와 마사코의 "잠자는 추녀"라는 맥락 없는 어설픈 작품과 추리 퀴즈용 꽁트 수준으로 보이는 "홍콩 힐튼 살인사건" 이 두편은 정말이지 이런 앤솔로지에 속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고 생각되요. 도가와 마사코는 자기 자신이 좀 환상적이고 기묘한 설정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되는지 예전에 읽었던 "노란 흡혈귀"와 비스무레한 설정으로 작품을 써 내려간 것 같은데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발상과 전개를 보여줍니다. 이건 단지 제 취향과 맞지 않다고 보기 이전의 문제에요.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으니까요.
또 "홍콩 힐튼 살인사건"은 뭐 작품 자체가 말이 안되는 수준이니.... 이런 수준 이하의 작품들을 어거지로 끼워넣는 것은 독자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요?

그래도 니키 에쓰코의 "빨간 고양이" 는 정통 추리 단편의 전통과 설정을 잘 계승한 좋은 작품이라 생각되고 구사카 게이스케의 "꾀꼬리를 부르는 소년"도 섬세한 묘사와 더불어 이야기의 전개가 깔끔한 재미난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빨간 고양이"는 미스 마플의 일본판 재림을 보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는데 이 두 편이라도 최소한의 값어치는 해 주니 다행이었지 안 그러면 정말 화날뻔 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매니아와 일반 독자를 모두 노린 괜찮은 기획이긴 했지만 작품 수준이 어설퍼서 이도저도아닌 실패작이 된 듯 싶네요. 앞서 말한대로 란보상을 실제로 수상한 작품집으로 제대로 출간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니키 에쓰코씨의 데뷰작이자 란보상 수상작인 "고양이는 알고 있다"가 곧 출간된다고 하는데 이 작품이나 꼭 사 봐야 겠습니다.

PS : 이렇게 엄한 작품들이 하나둘씩 실려있는 앤솔로지보다는 추리 매니아들이 엄선한 단편만 실어놓은 앤솔로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갑자기 드는군요. 아니면 매니아들이 한편씩 번역해서 싣는다던가.... 제가 번역한 "긴 추락"은 어떨까요?^^

한밤중의 살의 - 오타니 료타로
불륜관계에 있던 남자의 아내를 죽였다는 혐의로 고민하던 주인공 가와베 유미코는 남자가 자신과의 정사 후 되돌아가 아내를 죽인 것이 아닐까 하는 단서를 포착하는데...

꾀꼬리를 부르는 소년 - 구사카 게이스케
지방신문 기자 오케다니는 한 남자의 살해혐의로 체포된다. 피해자는 자신이 예전에 쓴 기사로 인해 집안이 몰락한 병원 가문의 외동아들. 오케다니는 자신과 밀회하던 다구치 히사에의 아들 마사오에게 농담삼아 한 말로 꼬투리를 잡히지만...

수험 지옥 - 니시무라 교타로
기무라 마사히코는 T대의 입시 시험날 늦잠을 자게된다. 그는 시험 시작 시간에 도저히 맞추어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학교에 한통의 전화를 걸게 된다...

친절한 협박자 - 니시무라 교타로
이발사 신키치는 뺑소니 사건의 기억으로 괴로워 하던 중 그 사실을 목격한 한 남자에게 협박받게 된다...

수직의 함정 - 모리무라 세이이치
다카무라는 아들 신이치가 산악부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한다. 그 이유는 20여년 전 자신과 친구 에나쓰가 저지른 살인 때문이었던 것. 하지만 아들의 고집을 꺾지는 못하고 결국 아들이 20여년전의 친구 에나쓰의 아들과 위험한 등반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얼룩 화필 - 진슌신
조직 폭력배의 살인현장을 목격한 화가가 그들에게 자살을 가장하여 살해당하지만 그는 한통의 유서와 마지막 유작을 남기는데 성공한다...

빨간 고양이 - 니키 에쓰코
누마데 다카코는 어렵게 살아오던 중 한 노부인의 말벗으로 취직하는데 성공한다. 노부인 이쿠씨는 70대 중반으로 몸도 불편하지만 사실은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인물로 다카코의 어린 시절의 살인 사건의 진범을 알아내게 되는데...

엄마는 범인이 아니다 - 니키 에쓰코
어느날 엄마가 같이 사는 불량배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쓰고 경찰에 잡혀가게 되지만 "나"는 엄마가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잠자는 추녀 - 도가와 마사코
도망친 아내가 한 병원에서 의식 불명의 상태로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접한 구보다니 고지는 병원을 방문하여 기묘한 환경과 조우하게 되는데...

에노시마 비가 - 사이토 사카에
이시가미는 같은 아파트 단지의 직업 매춘부와의 관계를 끝내기 위해 그녀를 살해할 결심을 한다...

홍콩 힐튼 살인사건 - 도모노 로
추리소설 작가 이치무라 후미히데는 홍콩 여행 중 자신에게 실언을 한 호텔 직원에게 취중 폭언을 하게 되고 그 직원이 살해당하는 소설의 초고를 작성하지만 그 직원이 실제로 살해당하자 유력한 용의자로 몰려 체포당하게 된다...

2006/05/13

붉은 기억 - 다카하시 가츠히코 / 오근영 : 별점 3점

붉은 기억 - 6점
다카하시 가츠히코 지음, 오근형 옮김/이야기(자음과모음)

에도가와 란보상 등 각종 추리관련 상을 수상한 경력의 소유자인 다카하시 가츠히코의 단편집입니다. 이런저런 커뮤니티에서 평이 좋아서 구입해서 읽어보게 되었네요.

목차는

붉은 기억

뒤틀린 기억

말할 수 없는 기억

머나먼 기억

살갗의 기억

안개의 기억

어두운 기억

의 7편입니다. "...기억"이라는 제목의 "기억" 연작이라 할 수 있겠네요. 내용은 일관되게, 어떻게 보면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을만큼 과거의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커가는 공포를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을 떠올린 이후의 결과와 반전이 상당히 재미나고 충격적입니다. 기억을 위해 단서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추리적인 요소도 많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지만 기본적으로는 추리물보다는 심리 스릴러에 가깝다고나 할까요?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추리 단편집이 아니어서 간만에 추리 소설 리뷰하나 올리나 했는데 뒷통수 맞은 기분이... 그래도 나름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내용에서 작가의 고향인 이와테의 묘사가 계속 이루어지는 것도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식중독을 계기로 하나씩 단서를 추적해서 자신의 과거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되는, 추리적 재미가 꽤 살아있는 "살갗의 기억"이 가장 좋았고 나머지 다른 작품들도 적당한 재미와 적당한 반전으로 구성된 고만고만한 수준의 작품들입니다. 그런데 표제작인 "붉은 기억"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너무 뻔하달까... 유치하달까... 흔히 보아왔던 괴담류의 작품과 별반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뭐 과거를 추적하는 계기가 된 것이 "지도"라는 아이디어는 괜찮았지만...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7편의 단편의 포맷이 너무 유사해서 읽다보면 좀 지루하기도 하고 번역도 썩 잘된편은 아니라서 아쉽기도 하네요. 특히나 마지막 단편인 "어두운 기억"은 일종의 소설적 트릭이 돋보여서 괜찮긴 한데 마지막 결말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번역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작품만은 원서로라도 한번 읽어보고 싶더군요.

그래도 재미삼아 읽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 생각되는 만큼 별점은 3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글 쓰는데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되는 작가로 보이는데 다음에는 이 작가 다카하시 가츠히코의 추리작품이 번역되어서 출간되었으면 하네요.

2006/05/10

디지털이다 (being Digital) -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 백욱인 : 별점 3점

이 바닥의 권위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의 저서. "정보 초고속 도로에서 행복해 지기 위한 안내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뒤늦게 읽게 되었네요.

'이제는 "아톰"이 아니라 "비트"를 전송하는 시대'라는 대 전제를 가지고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진화해 나가는 생활에 대한 정의를 나름대로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견지명이 너무나 놀라와서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95년도 정도에 쓰여진 것으로 아는데 이 당시 이 책의 발상만 고민하여 연구하였어도 대박날 수 있었던 아이템이 너무 많더군요. 진작 읽을 걸.. 하는 후회가 가장 컸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 데스크탑"과 각종 위젯들이며, 그 외에도 익히 잘 알려진 P2P나 동영상 제공 서비스 등의 개념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터페이스 분야도 사용자 중심으로 제공되는 미래 지향적인 개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향후 발전 방향은 디바이스가 똑똑해지는, 개인 비서형태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라는 개념도 요새는 흔하지만 당시에는 분명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생각되네요.
이외에도 그래픽, 디스플레이 등 디바이스 전반에 걸쳐 전문적인 식견과 이론을 피력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뛰어난 혜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좀 낡은 것은 사실입니다. 책 속에서 미래 사회로 묘사된 거의 대부분이 현재 구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론적이고 원론적인 측면 외의 해결방안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웠고요. 독특한 사고로 발전시킨 몇몇 방안들은 분명 인상적이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그다지 특이할 것은 없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인터페이스 쪽의 미래가 궁금했는데 다른 책들에서도 볼 수 있는 상식적 수준의 접근으로 그치고 있어서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도 IT 기획자라면 한번쯤 꼭 읽어볼 만합니다. 재미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니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저자가 칼럼을 연재하는 WIRED라는 잡지는 잘 알고 있고 자주 보기도 하지만 사실 영어가 짧아 연재되는 칼럼까지는 내용 해독이 어려운 판에 이런 책이 나와주면 너무나 감사할 뿐입니다.

2006/05/07

달콤, 살벌한 연인

서른이 넘도록 연애한번 못해본 노총각 대학 영문과 강사 황대우. 우연찮게 다친 허리통증과 짝사랑한 후배와 친구와의 교제를 알게 된 후 외로움에 몸부림 치다가 아래층에 새로 이사온 여인 이미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점차 애정이 깊어질 수록 미나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결국 미나가 미대생이며 독서를 좋아한다고 했던 모든 이야기가 거짓임을 알게되는데 사실 그녀에게는 더욱 큰 비밀이 있었으니...

이 영화는 꽤 유명한 배우인 박용우가 나오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저예산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정된 셋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컬트성 짙은 괴작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사실 "김치냉장고가 다 망쳐놨어" 라는 멘트가 인상적이었던 예고편을 너무 재미나게 봐서 꼭 보고싶었던 차에 연휴를 기회로 보게 되었네요.

영화를 보고 난 감상은 한마디로 "박용우 최고!" 입니다. 원래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심스러울 정도로 멋없고 지루한 노총각 황대우라는 캐릭터와 정말로 하나가 된 듯한 모습이 영화 전편에 걸쳐 보여지는데 그 캐릭터 재현도는 "올드보이"의 최민식씨와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내 여자친구가 사실은 연쇄살인범"이라는 기본 아이디어 자체가 워낙 탁월하고 그것을 코믹한 구성의 시나리오로 옮긴 솜씨가 정말 대단합니다. 어떻게 보면 심각하고 잔인한 상황이며 전부 4명을 살해한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거부감 없도록 절묘하게 전개하는 구성덕에, 또한 장면장면과 대사가 너무나 웃겨서 영화 보는 내내 정말 즐거웠습니다.

아울러 살인이라는 범죄가 등장하고 시체 은닉에 대한 한국적 발상 등 범죄영화적인 측면에서도 볼거리가 많아서 추리 매니아로서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추리-스릴러 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완전범죄에 대한 이야기로 허술하긴 하지만 문제가 많지 않게끔 제법 잘 짜여져 있기도 하고요. 하드보일드처럼 하나의 살인이 살인을 부르는 연쇄 구조 역시 친숙하지만 설득력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이미나 역의 최강희씨의 연기가 너무 처져서 몰입이 조금 힘들었던 것과 조금 어설픈 결말과 에필로그 장면이었습니다. 결말은 나름의 해피엔딩을 어떻게든 구현하려는 감독의 의도로 보이기는 하지만 너무 밋밋해서 영화 전편에서 느껴지던 기발하고 신선한 느낌이 많이 퇴색된 것 같고 에필로그는 정말 사족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 같으면 황대우가 신혼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이미나와 조우하고 이미나가 또다른 살인(?)을 암시하는 결말로 찍지 않았을까 싶은데 좀 약하고 아쉽더군요.

그래도 몇몇 결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본 국내 영화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영화 중 하나임에는 분명합니다. 저예산인 티가 좀 나면서 완성도 면에서는 약간 부족해 보이기도 하지만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연기로 만들어진 볼만한 영화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 명대사는 :
"운전면허도 없는 년이 사람은 왜 죽여!!"

2006/05/04

마징가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 마에다 건설 판타지 영업부 / 김영종 : 별점 2.5점

실존하는 종합 건설회사 마에다건설이 "공상세계 대화장치"라는 가상의 기계를 통해 만화와 애니메이션 세계의 건축물을 수주받는 신규 부서 '판타지 영업부'를 만들어 4명의 직원을 투입, 첫 프로젝트로  마징가 Z의 지하기지 (실제로는 오수처리장 격납고)를 설계하고 견적 산출 후 발주하는 과정을 그린 책. 제목이 좀 이상하네요. "지하기지" 가 아니라 "격납고" 일텐데....

어쨌건 만화속에서만 존재하는, "공상과학대전" 등의 책에서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한 거대 로봇물에서 그나마 현대 과학기술로 구현이 가능한 격납고만이라도 재현한다는 프로젝트 취지 자체는 과거 팬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건설업계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도록 도판과 설명도 (지나칠 정도로) 충실하고요. 무엇보다도 여러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실제의 건축물의 충실한 실례를 들어가며 다양한 공법과 기술들을 자세하고 진지하게, 그리고 설득력있게 전개해 나가는 과정은 탄복을 자아냅니다. 예를 들자면 만화영화와 설정고를 참고로 한 기본설계를 마친 후, 연구소의 위치가 후지산 근처라는 설정을 통해 근처의 지질을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만화영화와 똑같이 구현하기 위한 슬라이딩 개폐부의 도입이나 유압식 엘리베이터 적용 여부 논의, 내진 설비를 갖추는 것에 대한 고민 등 등 모든 세세한 부분이 그러합니다. 판타지 영업부의 진지한 자세가 엿보였달까요. 마지막에 등장하는 1/100 실제 모형은 프로젝트의 화룡점정으로 손색이 없는 결과물입니다!

실제로 "마에다건설공업(前田建設工業) 주식회사는 1919년에 설립된 기업으로 자본금 234억 엔, 종업원 수 3,427명(2005년 3월 말 현재)에 달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초대형 토목건설 전문 업체로 20세기 최대의 프로젝트로 불리우는 도쿄만 아쿠아라인 인공섬을 비롯하여 도쿄도 청사, 요코하마 베이브릿지, 우나즈키 댐, 홍콩 신공항 여객터미널, 후쿠오카 돔(프로야구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홈구장) 등 일본 내외의 역사적 의의를 지니는 대공사를 다수 성공시키며 첨단 건설공법의 선두주자로 명성을 떨쳐왔다."라고 하는데 대기업 답지 않은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흥미진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데에 박수를 보냅니다. 뭐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이건 광고 차원이건 국내 대기업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놀라운 발상이라 생각되어 여러모로 부럽네요.

현실속의 프로젝트는 아니며 최종적으로 산출된 예산인 72억엔에 공기가 6년 5개월이라는 수치는 실제 구현될 확률도 굉장히 낮다고 생각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책 자체는 무척이나 참신한 시도로 보이며 대기업에서 고객 서비스, 홍보용으로 충분히 추진할 만한 재미난 기획이었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마에다 건설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읽을 수 있게끔 되어 있다고 하지만 한국어로의 번역도 충실한 만큼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단 만원이라는 가격은 좀 비싸보이지만요. 다음 기획이 무엇인지 벌써부터 궁금해 집니다.

덧 1 : 우리 회사에서도 비스무레하게 뭔가 할 수 있는게 없는지 곰곰히 한번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아 내 일만 늘어나려나?
덧 2 : "태권브이 기지를 만들어 보자!"라는 제목으로 수록된 부록은 한마디로 사족일 뿐, 책의 가치를 떨어트릴 뿐이라 가슴이 아픕니다.

밤 그리고 두려움 (Night & Fear) 1~2 - 코넬 울리치 / 하현길 : 별점 3점

밤 그리고 두려움 1
코넬 울리치 지음, 프랜시스 네빈스 편집, 하현길 옮김/시공사

격조했습니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한 여러 일이 겹친 탓입니다. 요새 책 몇권 구입했으니 부지런히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5월 리뷰의 첫 빠따(?)는 윌리엄 아이리쉬로라는 필명으로도 잘 알려진 코넬 울리치의 단편선입니다. 시공사에서 발간되었습니다. 1,2 권으로 분권되어 있는데 크기와 장정은 마음에 듭니다. 외모는 합격점!
내용 역시 알찹니다. 코넬 울리치 (윌리엄 아이리쉬) 특유의 분위기를 짙게 풍기면서도 재미도 있는, 우수한 단편들로 가득차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미발표 단편집이라 전부 초역된 작품들이라는 것도 마음에 든 점이고요.

1권에 8편, 2권에 6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개인적으로는 1권이 훨씬 좋았습니다. 긴박함과 스릴 가득하고 하드보일드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제임스 엘로이의 대선배라 할 수 있는 코넬 울리치의 진가가 잘 보이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거든요. 제임스 엘로이와는 다르게 경찰의 폭력이 독자의 공감을 얻게끔 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저는 이러한 권선징악적 요소가 외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특히 재미있게 읽은 작품을 꼽아보자면 1권에서는 앞서 말한 권선징악적 요소가 잘 드러난 "용기의 대가"와 하드보일드 모험소설에 가까운 색다른 느낌의 "요시와라에서의 죽음", 작은 사건이지만 서스펜스가 넘치고 심리묘사가 발군이라 거장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던 "앤디코트의 딸", 마지막으로 부정을 저지른 형사에 대한 이야기인 "윌리엄 브라운 형사" 였습니다.
2권에서는 경찰의 아들이 대사건에 뛰어드는 "유리 눈알을 추적하다"와 굉장히 이색적인 트릭이 겹치는 "죽음을 부르는 무대"가 마음에 들더군요. 특히 "유리 눈알을 추적하다"는 동화적인 요소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코넬 울리치의 색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그러나 편저자 프랜시스 네빈스가 밝히듯 본인의 다른 작품의 플롯과 분위기를 그대로 차용하여 재생산한 작품들은 모르고 읽는다면 괜찮겠지만 확실히 알고 읽으면 뭔가 속았다..라는 느낌도 들기는 합니다. "댄스 한번에 10센트 (춤추는 탐정)"을 그대로 베낀 듯한 작품이 특히 그러했습니다.

어쨌건 추리시장에 한줄기 단비같은, 코넬 울리치 탄생 100주념 기념 단편집이라는 부제에 걸맞는 멋진 단편집이었다 생각합니다. 저같은 단편 추리 매니아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선물이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2권 뒤의 실려있는 편저자 프랜시스 네빈스의 서문도 상당한 분량에다가 내용 또한 코넬 울리치의 삶과 작품세계를 잘 요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은데 여기 소개된 작품들 중 다양한 장편들, 특히나 Black 시리즈 작품군이 무척 땡기더군요. 코넬 울리치 명의이건 윌리엄 아이리쉬 명의이건 제가 읽은 장편이라고는 어린이용 "공포의 검은커튼"과 "환상의 여인"밖에 없으니 다시 제대로 번역되어 나왔으면 싶네요. 번역자 후기에 따르면 번역자도 번역하고픈 마음이 든다니 적극! 추진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