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넘도록 연애한번 못해본 노총각 대학 영문과 강사 황대우. 우연찮게 다친 허리통증과 짝사랑한 후배와 친구와의 교제를 알게 된 후 외로움에 몸부림 치다가 아래층에 새로 이사온 여인 이미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점차 애정이 깊어질 수록 미나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결국 미나가 미대생이며 독서를 좋아한다고 했던 모든 이야기가 거짓임을 알게되는데 사실 그녀에게는 더욱 큰 비밀이 있었으니...
이 영화는 꽤 유명한 배우인 박용우가 나오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저예산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정된 셋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컬트성 짙은 괴작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사실 "김치냉장고가 다 망쳐놨어" 라는 멘트가 인상적이었던 예고편을 너무 재미나게 봐서 꼭 보고싶었던 차에 연휴를 기회로 보게 되었네요.영화를 보고 난 감상은 한마디로 "박용우 최고!" 입니다. 원래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심스러울 정도로 멋없고 지루한 노총각 황대우라는 캐릭터와 정말로 하나가 된 듯한 모습이 영화 전편에 걸쳐 보여지는데 그 캐릭터 재현도는 "올드보이"의 최민식씨와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내 여자친구가 사실은 연쇄살인범"이라는 기본 아이디어 자체가 워낙 탁월하고 그것을 코믹한 구성의 시나리오로 옮긴 솜씨가 정말 대단합니다. 어떻게 보면 심각하고 잔인한 상황이며 전부 4명을 살해한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거부감 없도록 절묘하게 전개하는 구성덕에, 또한 장면장면과 대사가 너무나 웃겨서 영화 보는 내내 정말 즐거웠습니다.
아울러 살인이라는 범죄가 등장하고 시체 은닉에 대한 한국적 발상 등 범죄영화적인 측면에서도 볼거리가 많아서 추리 매니아로서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추리-스릴러 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완전범죄에 대한 이야기로 허술하긴 하지만 문제가 많지 않게끔 제법 잘 짜여져 있기도 하고요. 하드보일드처럼 하나의 살인이 살인을 부르는 연쇄 구조 역시 친숙하지만 설득력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이미나 역의 최강희씨의 연기가 너무 처져서 몰입이 조금 힘들었던 것과 조금 어설픈 결말과 에필로그 장면이었습니다. 결말은 나름의 해피엔딩을 어떻게든 구현하려는 감독의 의도로 보이기는 하지만 너무 밋밋해서 영화 전편에서 느껴지던 기발하고 신선한 느낌이 많이 퇴색된 것 같고 에필로그는 정말 사족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 같으면 황대우가 신혼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이미나와 조우하고 이미나가 또다른 살인(?)을 암시하는 결말로 찍지 않았을까 싶은데 좀 약하고 아쉽더군요.
그래도 몇몇 결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본 국내 영화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영화 중 하나임에는 분명합니다. 저예산인 티가 좀 나면서 완성도 면에서는 약간 부족해 보이기도 하지만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연기로 만들어진 볼만한 영화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 명대사는 :
"운전면허도 없는 년이 사람은 왜 죽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