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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0

황금의 랑데뷰 - 알리스테어 맥클린 / 이재중 : 별점 4점

미국 정부의 무기 개발 연구소에서 국지전용 핵폭탄 "트위스터"가 개발자인 캐롤라인 박사와 함께 사라지고 당시 출항했던 호화 여객선 캄파리호가 의심을 받아 수색을 당하게 된다. 캄파리 호의 불렌 선장의 짜증에도 불구하고 카리브해의 기항지 카라시오에서 무사히 마지막 승객과 화물을 싣고 출항한 캄파리 호. 그러나 1등 항해사 카터의 앞에서 급사장의 실종과 무선실장의 피살 등 연이은 괴사건이 벌어지고 카터의 추리와 활약으로 범인의 꼬리를 잡는데에는 성공하지만....

"여왕폐하 율리시즈 호"의 작가 알리스테어 맥클린의 모험 활극입니다. 맥클린의 장기로 알고 있었던 밀리터리 계열이 아니라 일단 신선하더군요. 거기에 "민간인" 이 주인공인 설정 또한 맥클린 답지 않은 새로운 모습이었고요. 그러나 전공이 아니라서 작품의 수준이 낮다는 편견은 역시나 버려야 할 모습이겠죠?

오히려 이 작품은 캄파리호라는 호화 유람선과 수송선을 겸한 배가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을 토대로 손에 땀을 쥐게하는 사건과 모험의 연속 등 모험 활극의 기본이 될 만한 모든 요소를 갖춘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제한된 공간이라는 설정과 시간 제한이 있는 승부, 거기에 거의 맨몸으로 수십명의 악당과 맞서는 카터의 활약은 흡사 영화 "다이하드" 1편을 연상시키는 흥분이 넘치며 워낙 박진감있는 전개와 묘사덕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던 책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몸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단순한 모험 활극 정도였다면 흔하디 흔한 뻔한 이야기일 뿐이겠죠. 우선 앞부분에 등장한 국지전용 핵폭탄 "트위스터"라는 아이템이 극중에서 아주 적절하게, 합리적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통 이러한 무기가 등장하는 소설은 테러리스트의 테러 기도에 쓰이는 이야기 전개가 많은데 평범한 발상에서 벗어난 독특한 사용성(?)이 돋보입니다.

거기에 더해 주인공 카터의 기민한 두뇌를 이용한 추리를 바탕으로 한 앞뒤가 꼭 들어맞는 이야기 전개가 펼쳐지는데 카터의 추리에 따라 사건 자체의 진상이 밝혀질 때마다 일종의 반전과도 같은 놀라움을 주는 요소가 효과적으로 삽입, 묘사되고 있어서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는 정말이지 단순한 모험 활극의 수준을 넘어서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맨 마지막 장면인 카터의 재치에 의한 반전이 정말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제한된 공간탓에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많지 않아 캐릭터 성이 조금 약하다는 단점과 그나마 등장하는 인물들도 약간은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의 인물로 구성되어있다는 점에서는 조금 쉽게 간 것이 아닌가 싶긴 하지만 (특히 여주인공격인 수잔 베레스포드라는 캐릭터가 너무 뻔합니다) 작품 자체가 워낙 재미있고 또 카터라는 주인공의 존재가 특출난 탓에 전혀 문제될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여왕폐하 율리시즈 호"와 "하얀장미"는 솔직히 말해 작가나 작품의 명성에 비한다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었는데 이 작품을 읽어보니 그간의 편견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네요. 진작에 읽은 작품이지만 다시 읽어도 여전한 흥분을 가져다 주는 1급 모험소설로 별점은 4점입니다. 단 번역이 약간 매끄럽지 못한 점은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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