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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30

피자의 지구사 - 캐럴 헬스토스키 / 김지선 : 별점 2.5점


피자의 지구사 - 6점
캐럴 헬스토스키 지음, 김지선 옮김, 주영하 감수/휴머니스트
휴머니스트의 '~의 지구사' 시리즈 중 한권입니다. 이전에 읽었던 <<치즈의 지구사>>는 많이 실망스러웠었기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이 책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피자라는 음식의 발상에서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발전하여 세계화가 되었는지를 통사적으로, 시대순으로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거든요. 각 시대별 대표 피자와 주요 변곡점도 확실하게 체크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제목 그대로 이 책 한권만 읽어도 피자의 역사에 대해서는 대충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피자의 시작과 초기 발전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요.
최초의 피자는 단순한 음식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재료를 얹어 구워서 만드는 납작한 빵은 신석기 시대에서도 둥그런 반죽을 구워 먹었다고 할만큼 흔한 것이니까요. 그러나 고대에 누가 먼저 둥글납작한 빵을 그릇으로 만들어 그 위에 소스를 얹거나, 다른 음식을 담는다는 발상을 한 것인지는 모릅니다. 그나마 비슷한 것이 고대 그리스의 빵 '플라쿤토스'로 토핑을 바로 빵 위에 올려 굽는 것이라고 하네요. 빵을 접시나 그릇으로 사용하여 요리를 담아낸다는 기본 개념은 피자와 같죠.
이후 이탈리아에 토마토가 재배되고, 18세기에 드디어 피자에 토마토가 쓰이기 시작합니다! 나폴리에서 19세기에 빈민들을 위한 음식으로 인기를 끌게 되고요. 그리고 드디어 이탈리아 국왕 움베르토 1세의 아내 마르게리타 여왕이 나폴리에 방문해 '마르게리타' 피자를 대접받은 후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여 드디어 2차대전 후 인구 이동과 함께 이탈리아 전역에 퍼져나게 된 것입니다. 초기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보잘것 없는 음식이었지만 이민과 관광이 붐을 이루며 널리 전파된 것이죠.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토핑으로 변주가 일어나자 피자의 기원을 자처한 나폴리의 전통 피자 요리사들이 정통 나폴리 피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통나폴리피자협회 (VPM)를 결성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VPN이 인정하는 정통 나폴리 피자는 마르게리타, 마리나라, 마르게리타 엑스트라 피자 뿐이라는데 엄격한 지침을 따라서 만들어야 한다니 꼭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2장에서는 미국으로 이주한 나폴리 이민자들을 통해 피자가 미국에 뿌리내리며 대중화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2차대전 이후 군인, 이민자들에 이해 미국에서 피자 소비가 대중화되고 피자헛과 같은 피자 체인점과 냉동 피자가 속속 등장하면서 거대 산업을 이루게 되는 과정이 그것이죠. 더 이상 이탈리아 전통 에스닉 푸드가 아니라 미국이 사랑하는 음식이 된 것으로, 이민자 요리들을 자체적으로 재조형하여 미국 음식을 만들어 낸 솜씨가 피자에 제대로 발휘된 것입니다. 산업화되며 대량생산, 규격화, 지속성이라는 3대 원칙을 포함해서 말이죠.
하지만 1장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고 피자헛, 도미노 등 체인점과 냉동 피자 산업 등 산업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소개됩니다. 그래도 '시카고 피자'의 유래는 기억에 남네요. 텍사스 출신 아이크 슈얼이 오픈한 레스토랑 '우노'에서 선보인 딥디시 피자가 최초라고 하는데, 예전 삼성동 KOEX 우노에서 먹어본 적이 있기 때문으로 덕분에 아주 오래전 옛 추억이 잠시 떠올랐답니다.

3장은 피자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피자헛의 세계 진출, 각 지역별 특별식, 엔터테이먼트 (<<닌자 거북이>>와 같은)와 결합하여 피자 자체가 유행이 되는 과정 등이 소개됩니다.

마지막 4장은 피자의 미래라는 제목인데 별 내용은 없습니다. 토핑 재료에 제한이 없는 한 피자는 영원할 것이다, 그 독특한 특성과 함께가 전부니까요. 페이지도 10페이지가 안 될 만큼 짤막합니다. 딱히 언급해드릴 내용이 없네요.

그리고 주영하씨의 <<피자, 한국 정복의 역사>>가 부록처럼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목처럼 한국에 피자가 진출한 과정을 통사적으로 상세하게 소개한 글입니다. 책 성격에도 부합할 뿐더러 내용도 충실하여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형적인 주영하씨 음식관련 미시사 글이었어요.
뒤에 실린 진짜 부록인 다양한 피자 레시피도 집에서 만들기는 힘들겠지만 읽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내용이었고요.

이렇듯 재미도 있고, 자료적 가치도 있으면서도 식욕까지 불러일으키는 좋은 책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3장, 4장 내용이 좀 부실해서 감점하지만 피자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읽고나서 가장 안타까운건 우리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피자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산업화한 미국식 피자라는 것입니다. 저렴하고 빠른, 패스트푸드 측면에서 피자 체인점의 역할은 분명 있겠지만 나폴리 사람들이 사랑한, 여왕에게 마친 마르게리타 피자만큼은 쉽게 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한식 요리점에서 퓨전 한식만 팔고 정작 김치는 내어놓지 않는 것과 다를게 없잖아요?

2017/03/26

전자 출판에 대비하는 나의 자세

 저는 전자 출판에 대해 환영하는 편입니다. 물론 아직 책이 보유한 가치는 유효합니다. 소유만으로도 즐겁고, 인쇄 기법과 다양한 종이, 재료를 활용하여 시인성과 가독성을 높이며 눈을 편안하게 해 주니까요. 헌책 판매 등 재화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하지만 공간과 무게를 차지하며, 시간이 지나면 낡고 훼손된다는 단점도 명확합니다.

전자 출판은 책과는 반대로 휴대와 소유가 간편하고 시간의 흐름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검색과 메모 추가가 용이하며 독서와 관리에 있어 다양한 설정이 가능하다는 것도 매력적이죠.
단점도 책과는 정반대입니다. 우선 그림이 많은 책은 디자인과 구성이 종이 책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집니다. 디자인의 기준이 종이책에 있는 탓으로, 덕분에 팝업북같이 종이책의 특성을 살린 편집은 전혀 살릴 수 없습니다.
포맷도 ePub, PDF로 나뉘어져 있으며, DRM이 판매 서점별로 적용되어 개인별로 하나의 플랫폼을 쓰도록 강제하는 것도 단점입니다. 책은 어느 서점에서도 구입하더라도 하나의 책장에 꽂아 놓고 누구나 볼 수 있는데 전자 출판된 서적은 서점별로 혼자서만 볼 수 있는 책장을 구성해야만 합니다.
저만해도 소소하지만 그동안 알라딘에서 약 50~60권, 리디북스에서 그 절반 정도 되는 전자 출판물을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이 두 서점에서 구입한 책을 하나의 뷰어에서 관리하고 읽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결국 하나의 플랫폼, 서비스 (제 경우는 알라딘)로 갈 수 밖에 없어요. 자신만 읽을 수 있기에 대여나 공유, 증여, 재판매도 불가하고요. 이러한 문제는 관리의 불편함과 함께 소장에 대한 만족감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아울러 플랫폼 종속은 플랫폼 존폐 여부에 따라 개인 소유 전자책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IT 진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낡은 포맷이 되어 읽기 힘들거나 읽기가 불가능해 질 수 있다는 또다른 문제를 야기합니다.
무엇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가격입니다. 제작원가, 유통 등 비용을 모두 감안하면 종이책 정가보다는 40% 이상 저렴해야 하지 않을까요? 앞서 말씀드렸듯 전자 출판물은 구입 후에 재화로서 일체의 기능을 할 수 없으니까요. 물론 전자책은 각종 이벤트가 종이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이벤트를 할거면 정가를 싸게 내 놓으란 말이죠.

이렇듯 장, 단점이 서로 명확하여 아직 어느쪽에 더 힘이 실린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거의 전국민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시대이니 만큼, 전자책이 보다 확산되리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디지털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들이 성장하면 할 수록 더욱더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적절한 가격에 더해 독자가 구매한 컨텐츠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된다면 전자책 확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전자 출판된 컨텐츠 판매자들이 개인에게 ePub 형태로 판매하고, 개인 인증이 된 단말에서만 사용하는 정도로만 DRM 정책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말이죠. 이 경우에는 앞서 말씀드린 플랫폼 종속에서 벗어나 어디에서 구입한 것이건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결합된다면 거의 게임이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저렴한 가격, 합리적인 관리 방법이 선행되지 않으면 당장 확산되기는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저만해도 현재 시점에서 모든 도서 구입을 전자 출판된 것으로 대체하는 것은 무리에요. 제가 원하는 책이 모두 전자 출판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책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는 시기가 왔고, 언젠가는 전자 출판으로 이동할 것은 분명하기에 나름 준비를 좀 해 보려고 합니다. 생각하고 있는 방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번째는 종이책 선구매 후 개인적으로 데이터화(예)하는 것입니다. 제 것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현존 유일한 방법이죠. 완벽한 텍스트 형태 추출이 불가하다는 문제는 있지만 이 부분은 데이터화만 하면 언젠가는 되리라 생각합니다. 유일한 문제는 시간 정도입니다.

두번째는 개인적으로 데이터화가 힘들고, 엄청난 분량이 예상되는 책들은 하나의 인터넷 서점 플랫폼을 정한 후 (제 경우는 알라딘입니다) 이벤트와 쿠폰을 적극 활용하여 구매한다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만화책이겠죠.

일단 이렇게 책장의 디지털화를 꾀할 생각인데, 보다 미래에는 모든 책들이 전자 출판으로 동시 출간되고, 전자 출판물을 구입하면 어떠한 플랫폼과 서비스에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합니다. 내가 돈 주고 산 내 책이니까요!

2017/03/25

삼체 - 류츠신 / 이현아 : 별점 2.5점

삼체 - 6점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단숨

나노 공학자 왕먀오는 경찰에게서 오래전 흠모해왔던 여성과학자 양둥의 자살과 소식과 함께 그녀가 속했던 단체 '과학의 경계' 조사를 부탁받는다.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이후 갑자가 왕먀오 눈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카운트다운이 보이는 현상이 일어난다.
왕먀오는 알 수 없는 현상을 밝히기 위해 온라인 게임 '삼체'에 접속하여 플레이하는 한 편 양둥의 어머니 예원제를 찾아가 과거 중국이 만들었던 '홍안'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는 중국산 SF.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중국산 추리물 두편 -<<13 .67="">>, <<기억나지 않음, 형사>> -이 괜찮았던 기억도 한몫했고요.

이야기는 크게는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첫번째는 양둥을 비롯한 '과학의 경계'에 소속된 세계 석학들의 잇단 자살 사건, 그리고 눈 앞에 기묘한 카운트다운이 펼쳐진 나노 기술 과학자 왕먀오가 경찰 스창등과 함께 진상을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온라인 게임 <<삼체 (theree body)>> 플레이가 상세하게 설명되고요.
두번째는 여성 과학자 예원제를 주인공으로, 그녀가 문화대혁명 기간 박해를 받다가 우연히 '홍안' 시스템에 근무하게 된 후 외계와 교신에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마지막 세번째 부분에서는 모든 수수께끼가 밝혀지고, 이후 삼체인들의 지구 침공 계획이 상세하게 드러나며 마무리됩니다.

작품 전체에 걸쳐 탄탄한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놀라운 상상력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으로 묘사와 깊이가 실로 대단합니다. 특히 수학적으로 꽤 오래된 문제라는 '삼체 문제'를 활용한, 세 개의 태양이 불타는 센타우루스성 알파 삼중성계의 삼체 문명을 그려낸 묘사와 이 삼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게임에서 각종 해법을 제시하는 부분이 돋보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가지를 꼽으라면 진시황의 3천만 군사를 이용하여 컴퓨터를 만드는 장면을 꼽고 싶네요. 컴퓨터를 인력으로 대체하는 아이디어인데 그야말로 대국적인 발상과 과학이 잘 결합된 어마무시한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상상만해도 웅장하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압도적이었어요. 영상화가 기대될 정도로 말이죠.
그 외의 디테일들도 실제 과학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예원제가 우연히 태양이 전파 증폭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어 삼체인과 통신이 가능했다는 핵심 설정 역시 이런저런 과학적 이론을 곁들여 그럴듯하게 설명해주고 있거든요. 마지막에 큰 활약을 하는 나노 소재 '비도'도 마찬가지고요.

또 중국산 SF답게 중국적인 설정이 듬뿍 담겨있습니다. 예원제가 겪은 문화 대혁명에 대한 묘사가 대표적입니다. 홍위병이 예저타이를 핍박하는 과정의 묘사부터 섬찟합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과학을 철학과 사상으로 포장하려는 헛된 노력도 눈물겹고요. (물리학은 잘 모르지만 빅뱅이론이 신의 존재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정말이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단순한 중국적인 배경 설명에 그치지 않고, 문화대혁명의 병폐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통해 예원제가 삼체인을 불러들이게 된 핵심 이유인 '인간에 대한 실망감' 이라는 것에 굉장한 설득력을 더해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아울러 모든 이야기의 발단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이 외계 문명과의 교신을 위해 1960년대 이미 전파를 송출하는 안테나를 설치했다는 배경 설정도 그럴싸했습니다. 정말 그랬음직하다!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홍위병, 문화 대혁명에 대한 비판이 엄청나다는 것은 좀 신기하네요. 그만큼 엄청난 과오이자 실책임에는 분명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중국 내에서 이렇게까지 비판적인 작품이 나올 정도인지 좀 의문이거든요.

삼체인과 지구인의 관계도 잘 설명되고 있습니다. 삼체 반군이 '인류 사회는 이미 자신의 능력으로 자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광기를 억제할 수 없기에 주께서 강림해야 한다. 주께서 사악한 인류에게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전 인류 멸망이 소망인 강림파와 어떻게든 삼체의 움직임을 밝혀내어 삼체인을 구원하려 하는 구원파로 나뉜다는 설정부터 괜찮아요. 사실 강림파 쪽아이디어는 제법 많이 보아 왔지만 (기생수의 히로가와도 비슷한 인물이죠), 구원파쪽은 확실히 신선했거든요. '주'라고 불리울 정도로 전능한 존재가 스스로도 구원하지 못한다는 것도 아이러니컬한데, 그들이 벌레로 부르는 미약한 존재들이 '주'가 살아날 수 있도록 노력을 한다니 이래저래 재미있는 관계라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삼체인이 지구의 과학을 무너트리려고 획책한다는 발상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들의 기술력으로도 지구에 도착하기까지는 400여년 걸리는데, 그 사이에 지구인이 맞서 싸울 수 있는 과학력을 보유할 수도 있으니 그걸 원천봉쇄하자는 생각은 충분히 합리적이죠. 그것을 위해 '지자'를 만들고, 이런저런 작전으로 과학자들이 자살하게 만드는 등의 과정도 특유의 묘사력을 발휘하여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고요.

그러나 이러한 상상력과 묘사를 뺀다면 과연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일단 앞서 말씀드린 세가지 항목이 잘 엮여져 있지도 않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삼체인이 '지자'를 만들어 지구 침공에 활용한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겉돕니다. 앞부분은 현재의 지구를 기준으로 벌어지는 수수께끼에 대한 장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갑자기 외계인 기준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으니까요.
차라리 현재의 왕먀오, 과거의 예원제 이야기를 가지고 현재의 수수께끼를 밝혀내는 이야기를 1부로, 2부는 삼체인 시점으로 지구 침공 작전을 다룬 이야기로, 3부는 400여년 후 지구에서 두 세력이 자웅을 겨루는 방식의 3부작 구성이 더 나았을 것 같아요. 제목과도 잘 어울리잖아요. '삼체 삼부작'.

또 현란한 설정으로 포장하고는 있지만 이야기가 진부하다는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핵심 내용은 외계인의 지구 침공에 불과하니까요. 조금 깊숙히 들어간다 해도 외계인과 통신하며 지구 문명 멸망을 바란 삼체 반군을 처단하고, 400년 후 도착할 삼체인과 맞서 싸우기 위한 결의를 다진다가 전부입니다. 이게 애니메이션이라면 도입부에 불과하죠. 앞서 말씀드렸듯 3부작의 1부에 해당할 뿐이에요.
외계인이 생존을 위해 지구를 침략한다는 내용도 쎄고 쎘습니다. 그들 행성이 모종의 이유로 절멸의 위기를 맞는다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이 작품에서 '삼체'를 가지고 조금 더 과학적으로 그럴듯하게 그려내었을 뿐 설정 외의 새로운 점은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삼체인에 대한 설정도 극단적으로 생존만을 위해 모든 것을 억압하고 말살했다는 점에서 진부합니다. 젠트라디와 별로 다를것도 없더라고요. 이래서야 지구에 침공하더라도 민메이 어택에 쓸려나갈지도 모르겠어요.

삼체 게임을 통해 설명되는 알고리즘 역시 현란하기는 하지만 이야기와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이른바 '구원파'가 삼체인을 구원하기 위해 세개의 태양 움직임 예측을 어떻게든 밝혀내기 위한 게임이라는 설정인데 지구보다 과학이 훨씬 발전한 삼체인에게 지구인이 무언가 해결 방법을 내 놓는다는 것은 모순이죠. 같은 물리적 세계관을 지녔다는 설정이기에 더더욱 그러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모순관계를 그려낸 설정이라고 이해는 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비중이 컸어요.

결론내리자면 재미있고 괜찮은, 신선한 SF라는건 맞습니다. 재미도 있고요. 무엇보다도 자국의 아픈 역사와 하드 SF를 결합한 아이디어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뻔한 이야기를 과대 포장한 느낌도 지우기는 힘드네요. 중국이 무대가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이 무대였다면, 아니면 일본을 무대로 한 애니메이션 작품이었다면 이렇게 신선하게 느껴지지도 않았을테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2017/03/24

서평 쓰는 법 - 이원석 : 별점 2점


서평 쓰는 법 - 4점
이원석 지음/유유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평도 괜찮길래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많이 달랐습니다. 아니, 실망스럽네요. 왜냐하면 제목 그대로 서평을 잘 쓰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이 소개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은 탓입니다.
1부 <<서평이란 무엇인가?>> 부터 그러합니다. 서평을 쓰기 전, 무엇을 쓰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서평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 거창하게 포장했어요. 자신의 내면을 파악하여 자기 성찰을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네요. 전 그냥 책을 읽고 난 감상을 잘 적고 싶을 뿐인데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
그나마 제대로 된 정의인지도 의심스러워요. "독후감은 정서적이고 서평은 논리적이다. 독후감은 독자가 없어도 되지만 서평은 독자와의 대화다."라고 구태여 독후감과 서평을 구분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고, "평가는 기준이 필요하고, 서평은 다른 책들과 사이에서 관계를 정립하게 해 주는 맥락화의 일환이다"라는 말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왜 다른 책들과 비교하여 평가를 해야 하나요? 제 마음 속의 잣대로 기준을 세워 평가하면 안되는 이유가 있는걸까요? 물론 다른 책들과 연계, 비교하면 근거가 탄탄하여 논리를 뒷받침하는데 용이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건 학술적인 부분이라면 모를까 창조적인 부분에 적용되기는 힘들죠. 서태지 첫 데뷰 당시 음악 평가하는 프로그램에서 기존에 없었던 음악이기에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는 일화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이와 같은 이론과 장황한 소개가 실제 '서평을 잘 쓰는 방법'보다 분량이 많은 것도 문제입니다. 서평을 잘 쓰는 방법은 전체 분량의 1/3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잘 정리되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워요. 인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고요.

아울러 본인 스스로 어려운 말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지만 내용에는 어렵고 장황한 말 투성이입니다. 공시적 맥락화, 범박하다, 메타적으로 등등... 읽으면서 사전을 찾아봐야 하는 말이 많더군요. 저자는 일상적으로 쓰는 말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서평이 '독자와의 대화'라고 정의했다면, 자신의 글부터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용어를 쓰는게 옳은 자세가 아닐까 싶어요. 흡사 드레스 코드가 없는 파티라고 해 놓고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 손님들 앞에 혼자 턱시도 풀셋을 차려입고 나타난 주인을 보는 느낌입니다.

다행히 건질 내용도 몇개 있긴 합니다. 서평은 요약과 평가로 이루어지며 특히 좋은 서평을 위해서는 요약이 중요하다는 것, 자신의 삶과 경험을 비추어 서평을 쓰라는 것, 하나의 문단에는 하나의 생각이 담겨야 한다는 문단 구성 방법 등은 괜찮았어요. 공부도 많이 되었고요. 하지만 제 기대와는 너무 달랐습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서평을 잘 쓰는 방법론, 설명서였는데 이 책은 서평에 대한 에세이에 가깝거든요. 때문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책에 나온대로 보다 명확하게 책의 가치를 정한다면, 서평을 잘 쓰기 위해 읽을 필요는 없는 책입니다. 저와 같이 블로그에 읽은 책에 대한 간단한 감상이 목적이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서평을 잘 쓰는 방법론은 <<책장의 정석>>에 짤막하게 소개된 글 쪽이 훠~얼씬 낫습니다. 그림 하나 없는, 200페이지도 안되는 반양장 책에 만원이라는 과격도 과하고요. 이 리뷰가 별로인 것은 이 책에서 그만큼 얻은게 없기 때문입니다...

덧 : 도서출판 유유에서 나온 책들은 기획은 대체로 마음에 들지만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책이 많은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네요. 가격이 과하다는 단점도 동일하고요. 작은 출판사라 응원해주고 싶기는 한데 이래서야 또 구해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017/03/20

2016년 내 이글루 결산

 

2016, 내 이글루 결산. 결산기간 2016. 01. 01 ~ 2016.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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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검색어유입수
  1. 1박찬욱 도끼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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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3슈퍼맨 둠스데이434
  4. 4분노의 늑대371
  5. 5만화 분노의 늑대363
  6. 6무협 별호344
  7. 7그것이 알고싶다 화성연쇄260
  8. 8기지살인사건254
  9. 9탈명검204
  10. 10장르소설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