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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4

한잔의 맛 - 김양수 : 별점 2점

한잔의 맛 - 4점
김양수 지음/예담
피키캐스트 연재 당시 가끔 찾아보았던 웹툰. 단행본으로 나왔기에 구입해 보았습니다.
프리랜서 기자인 '나'가 인터뷰를 계기로 친해진 바텐더, 그리고 또 다른 손님들과 나누는 술과 잔잔한 일상이 어우러진 이야기들이 주로 펼쳐지는데 분위기는 <<바텐더>>와 똑같습니다. 그러나 <<바텐더>> 쪽 이야기가 더 깊이있습니다. 에피소드 한편 한편이 더 길며, 오랜 시간 연재하며 캐릭터 설명에도 많은 분량을 할애한 덕이죠.

하지만 일상툰 <<생활의 참견>>으로 알려져 있는 작가 특유의 개그 감각으로 떨어지는 깊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바텐더가 준비한 칵테일에 대해 "시원하게 창공을 가르는 오이 비행기같다고나 할까!", "(죠니워커) 블랙이 돼지갈비라면 더블 블랙은 숯불 바베큐 같은 느낌?" 등으로 촌철살인처럼 내뱉는 한마디가 키 포인트라고 할 수 있죠. 마스터의 표정도 볼거리고요.

술에 대한 정보 전달 측면도 나쁘지 않습니다. 싱글 몰트는 잠시 두었다 마시면 좋다던가, 진토닉에 오이를 넣어서 마시는 '헨드릭스 큐컴버' (헨드릭스 진이라는 진을 사용해야 하는 진토닉의 일종)나 '하이볼' 같은 다른 작품에서 보지 못했던 술과 칵테일이 소개되고 있으니까요. 저도 싱글 몰트를 블렌디드보다 좋아하는데 '라가볼린 16년'은 한번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격도 10만원 중반대면 적당한 듯?

그러나 딱 한가지, 중간에 등장하는 마스터의 과거를 다룬 에피소드는 아쉽습니다. 촉망받는 바텐더였지만 바텐더 대회에서 키우던 햄스터 출산 때문에 도전에 실패한 후 세계를 방황했다는 얼토당토 않는 개그가 장황하게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등장하는 라이벌 역시 어처구니 없는 것은 마찬가지고요. 작가가 자신은 개그 작가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같은데 작품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개그 작가로 진면목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일부 심각한 에피소드를 빼고 보다 즐거운 이야기로 전개하는게 더 좋았을겁니다. 몇몇 에피소드는 코미디 임에도 최루성 드라마를 삽입하여 눈물을 강요하는 한국 코미디 영화의 병폐가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전체적으로 읽기 편하고 그런대로 재미도 있지만 말씀드린 단점으로 감점합니다. 작가의 팬이 아니시라면 딱히 읽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가격도 분량에 비하면 비싼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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