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와 스탬프 2 - 하야미 라센진 지음/미우(대원씨아이) |
하야미 라센진의 밀리터리 판타지 신작. <<육해공 대작전>> 비슷한,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선보입니다. 대공국, 제국 연합군과 공화국 간 전쟁을 무대로 2차대전 비슷한 문명 수준과 분위기를 보여주는 세계거든요.
이 중 주역인 대공국군은 이름 - 마야코프스카야 (마르티나) 소위, 키릴 대위, 보이코 상사, 아네티카 병장 등등 - 이라던가, 무식해보이는 장비들, 보드카가 중요하게 (?) 등장하는 등 여러 면에서 러시아 느낌을 물씬 전해 줍니다. <<군화와 전선>>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작가가 2차대전 당시 소련군 팬인가 봅니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 느낌의 공화국도 상당히 이색적이고요.
이렇듯 분위기는 작가의 전작들과 유사하나 차별점도 확실합니다. 전투요원이나 전쟁을 중심으로 가져가는게 아니라 '병참부대원'을 주인공으로 하여 보급과 행정 업무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독특함에 비해 재미는 부족합니다. 보급물자를 빼돌리는 이야기가 반복되어 지루하고, 그림과 어울리지 않게 사람들이 많이 죽어 나가는 등 심각한 분위기 탓입니다. 기자단이 싸그리 죽어 나가는 것도 모자라 2권 뒷부분에 등장하는 이이다코 고지 사령관 파파에프 대위는 폭격으로 팔만 발견될 정도에요.
꽉 막힌 원리원칙주의자 마르티나가 주인공으로 매력이 부족한 것도 이유의 하나입니다. 주인공을 괴롭히거나 힘들게하는 상사 역할이 더 어울려요. 차라리 명문가 아들이지만 후방에서 대충대충 일하면서 SF 소설이나 쓰고 있는 키릴 대위나 헤프고 글도 못 읽지만 용감무쌍한 아네티카 병장 쪽이 더 주인공에 가깝습니다. 2권에서 키릴 대위의 동생인 코스챠, 이중스파이 시난 중위와 같은 새 캐릭터가 계속 등장하는데 작가도 마르티나 중심으로 드라마를 만드는게 힘들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덧붙이자면 족제비 '스탬프'도 귀엽고 아주 약간 활약이 있긴 하나 왜 나오는지도 잘 모르겠더군요. 최소한 제목에 등장할 비중은 절대 아닙니다. 물론 제목의 스탬프에는 '서류 작업'을 뜻하는 중의적인 의미도 있긴 합니다만.
아울러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인 그럴듯한 장비들, 병기들 묘사는 여전히 빼어나지만 작품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부수적 소재에 그쳐서 아쉽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중장갑전함 '평화호' 외에는 나와도 그만 안 나와도 그만이에요. <<육해공 대작전>> 만큼 참신한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팬으로서는 제법 만족스럽지만 전작들에 비하면 많이 처집니다. 다음권도 사 보기야 하겠지만 오래 이어질 것 같지는 않네요.
그리고 출판사가 이미지 프레임에서 미우 (대원)으로 바뀐 것도 그닥 긍정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군요. 판형이 조금 달라진 것도 짜증나지만 등장하는 장비, 병기를 에피소드가 끝나면 그대로 확대해서 양면 페이지로 수록한 것도 이유를 알기 어렵거든요. 한마디로 잉크 낭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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