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 - 하야미 라센진 지음, 진정숙 옮김/이미지프레임(길찾기) |
1~2차대전 당시를 주무대로하여 가공의 국가와 병기를 선보이는 <마차마전기>가 150여 페이지 분량이 실려있는 것을 필두로 암즈매거진 연재 카툰칼럼
<마차마 전기>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잡상노트>, 문효섭의 <강철의 대지>와 굉장히 유사한 가공의 밀리터리 역사만화입니다. 실제로 있었음직한 병기 - 두프르카프루 왕국의 왕립 장갑 코끼리 부대, 장갑취사차, 남미 소국의 늪지 장악을 위한 장갑갤리선, 아프리카 바오밥부대의 펄스제트 전투기 플라밍고, 이라크전에 참전한 장갑3륜차 등 - 와 그 일화들을 그럴듯하게, 그것도 인간미넘치는 유머러스함으로 그려낸 점에서 그러하죠.
하지만 앞선 두 작품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그림도 인물과 무기들 묘사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오타쿠다운 디테일과 고증이 아주 돋보였습니다. 1, 2차대전 지식은 관련된 서적 몇권 읽어본 것이 전부인 저같은 풋내기 매니아에게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수준임에는 확실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상의 제도왕국 - 서방공화제 설정의 이야기보다는 실제의 2차대전 등을 무대로 한 이야기가 훨씬 좋았습니다만 모든 이야기들이 평균이상은 되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는 TRPG 리플레이 만화는 게임의 소개라는 취지에도 적합하지만 만화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는, "소개" 만화의 왕도를 잘 걷고 있는 작품들이라 만족스러웠어요. <아스테로이드 퀘스트>라던가 <바바리안 킹>같은건 게임 자체에도 꽤 흥미가 갔습니다. 재미있겠더라고요. 이런류의 스토리텔링 창작 게임들은 창작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말이죠.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그림 좀 그리는 오타쿠가 자신의 관심 분야를 궁극으로 구현한 결과물입니다. 게임도 즐기고 돈까지 번다니 이 만화가 한없이 부러워지기도 하는데 정말 좋아하면서, 즐겨서 그렸구나 싶은 생각이 읽는 내내 드는 즐거웠어요. 아... 저도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사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부럽네요.
번역도 아주 좋아서 오역없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 없으며 (번역가 진정숙씨에게는 고료를 2~3배를 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빼곡한 글들을 번역한 정성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손글씨를 한글화한 수준도 높기에 제 별점은 4점입니다. 중간중간 페이지 낭비스러운 짤막한 일러스트 등이 잉여스럽기에 약간 감점했지만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해요. <잡상노트>가 이렇게 번역된다면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그렇지만 추천드리기에는 좀 난감하기는 합니다. 밀리터리나 TRPG 쪽에 관심이 별로 없다면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책이거든요.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이 있다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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