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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3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 - 하야미 라센진 / 진정숙 : 별점 4점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 - 8점
하야미 라센진 지음, 진정숙 옮김/이미지프레임(길찾기)

1~2차 대전 당시를 주무대로 하여 가공의 국가와 병기를 선보이는 "마차마 전기"가 150여 페이지 분량으로, 그 외 암즈 매거진 연재 카툰 칼럼, TRPG 리플레이 만화, 기타 칼럼과 일러스트로 구성된 하야미 라센진 작품집.

"마차마 전기"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잡상노트", 문효섭의 "강철의 대지"와 굉장히 유사한 가공의 밀리터리 역사 만화입니다. 실제로 있었음 직한 병기 - 두프르카프루 왕국의 왕립 장갑 코끼리 부대, 장갑취사차, 남미 소국의 늪지 장악을 위한 장갑 갤리선, 아프리카 바오밥 부대의 펄스제트 전투기 플라밍고, 이라크전에 참전한 장갑 3륜차 등 - 와 그 일화들을 그럴듯하게, 그것도 인간미 넘치는 유머러스함으로 그려낸 점에서 그러합니다.

하지만 앞선 두 작품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인물과 무기들 묘사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오타쿠다운 디테일과 고증이 아주 돋보였습니다. 1, 2차 대전 지식은 관련된 서적 몇 권 읽어본 것이 전부인 저 같은 풋내기 매니아에게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수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상의 제도 왕국 - 서방 공화제 전쟁 이야기보다는 2차 대전같은 실제 전사를 무대로 한 이야기가 훨씬 좋았습니다만, 이야기들 모두 평균 이상의 수준입니다.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는 TRPG 리플레이 만화는 게임 소개라는 취지에도 적합하지만, 만화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스테로이드 퀘스트"라든가 "바바리안 킹"은 게임 자체에도 꽤 흥미가 갔을 정도입니다. 이런 류의 스토리텔링 창작 게임들은 창작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말이죠. 여튼, 그야말로 "소개" 만화의 바이블이라고 불러도 좋겠네요.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그림 좀 그리는 오타쿠가 자신의 관심 분야를 궁극으로 구현한 결과물입니다. 정말 좋아하면서, 즐겨서 그렸구나 싶은 생각이 읽는 내내 드는 즐거운 작품이었어요. 아... 저도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살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부럽네요. 

번역도 아주 좋아서 오역 없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 없으며(번역가 진정숙 씨에게는 고료를 2~3배를 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빼곡한 글들을 번역한 정성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손글씨를 한글화한 수준도 높습니다. 제 별점은 4점입니다. 중간중간 페이지 낭비스러운 짤막한 일러스트 등이 잉여스럽기에 약간 감점했지만,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해요. "잡상노트"가 이렇게 번역된다면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다만, 추천드리기에는 좀 어렵습니다. 밀리터리나 TRPG 쪽에 관심이 없다면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책이거든요.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이 있다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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