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ter 더 크레이터 2 - 데즈카 오사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
The Crater 더 크레이터 3 - 데즈카 오사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
1권을 읽고 실망한 나머지 더 읽지 않으려고 했는데 관성으로 결국 읽게된 2, 3권입니다.
그런데 1권과 동일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더군요.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시대를 뛰어넘는 아이디어, 설정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이야기의 장르적 속성이나 전개 방식에도 많은 의문점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수준 이하라고 생각되었어요.
각 권마다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자면, 2권은 쌈장 고딩 오쿠친을 주인공으로 한 3편의 이야기 <오쿠친의 기괴한 체험>, <운이 좋은 계절>, <오쿠친과 위대한 괴도>로 시작하는데 도라에몽의 청소년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유령과의 이상한 거래나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 미래에서 온 또다른 나라는 설정과 과학적인 근거나 배경설명 없이 밑도 끝도 없는 대소동이 일어난다는 전개가 유사하거든요. 그러나 도라에몽처럼 작정하고 아동 - 개그물로 나간 것도 아니고, 나름 진지한 복선을 깔고 있으면서 결밀이 뭔가 석연치 않다는 점에서 이도저도 아닌 듯한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차라리 작정하고 즐겁게 달려주었더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토모에의 가면>은 초-중반은 진지한 괴담류의 호러물인데 마지막 결말은 개그에 불과한 당황스러운 작품으로 디씨에서 봄직한 썰렁 호러개그 수준의 졸작입니다. 좋은 점을 찾는다게 힘들 정도로요.
<3명의 침략자>는 데즈카 오사무가 중요한 배역으로 등장하여 스스로의 희생으로 분위기를 호러스럽게 만들기는 하나, 이후의 결말이 개그스러울 뿐 아니라 독자의 상상의 범주 안에 머무르기에 역시나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나름의 반전이 있다는 점 하나는 괜찮았기에 <토모에의 가면>보다 살짝 좋은 정도랄까요? 어차피 별 차이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이긴 합니다.
3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팔각형의 저택>은 두명의 내가 있다는 전형적인 패러렐 월드물인데 설득력없는 전개에 더하여 급작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결말은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생각하기가 귀찮아서 대충 마무리한 느낌마저 들어요.
<브룬넨의 수수께끼>는 지금 읽기에는 낡아빠진 뻔하디 뻔한 판타지 멜로 + 크리처물인데 미지의 미녀와 그녀의 애인, 우연히 사건에 휩쓸린 주인공과 그들을 위협하는 미녀와 관계있는 크리쳐라는 시작부터 끝까지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놀랐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한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지...
<추락기>는 독특한 반전 블랙코미디 장르물이기는 하나 역시나 지금 읽기에는 너무 오래된 소재와 설정, 전개였습니다. 더 웃겨줬더라면 점수를 줄 만 했는데 조금 아쉽긴 하네요.
상당히 묵직한 정통 SF <크레이터의 남자>도 발상과 전개, 주제의식은 좋았으나 지금 읽기에는 핵전쟁의 공포가 만연했던 냉전시대의 흔해빠진 SF물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물론 2권에서의 <두개의 드라마>는 어이없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결말의 반전으로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건 나름 명쾌한 맛이 좋았습니다. 3권의 <풍혈(風穴)>은 설정이 황당하고 전개도 설득력이 없기는 하나 결말이 깔끔해서 마음에 들은 심리 호러물이었고요. 복잡한 인간군상이 폐쇄된 비행기 안에서 대형 독거미로 갈등을 일으킨다는 <졈보>도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완성도는 확실한 편이라 읽을만 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분량에 비해 좋은 점수를 줄만한 부분은 많이 빈약한 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네요.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솔직히 그린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킨 느낌이에요.
별점은 2권은 1점이고 그나마 읽을만 한 작품이 더 많은 3권은 1.5점입니다. 역사적이고 자료적인 가치 이외의 다른 장점을 찾기는 어려웠고 가격도 많이 비싼 편이니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작가의 팬이 아니시라면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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