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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31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8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7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전통의 시리즈. 세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Q.E.D> 50권처럼 원서로 미리 읽고 리뷰 남깁니다.

키짐나
오키나와의 정령인 키짐나가 눈에 보인다는 남자의 이야기.
그는 어린 시절 키짐나가 사람을 목졸라 죽이고 잡아먹은 것을 목격한 뒤 카잠나가 항상 보이게 된다. 그래서 나쁜 짓을 할 수 없는 바른 생활 인생을 보내는데, 오키나와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곤충 채집을 나온 신라 일행을 만나 어린 시절 목격한 내용의 진상을 깨우친다는 내용.
과거 목격한 것이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는 주제는 Q.E.D에서도 제법 많이 등장했던 것입니다. 이 작품은 본인이 의도하지 않게 왜곡된 기억을 바로잡는다는 점에서는 Q.E.D 25권에 수록된 <여름의 타임캡슐>과 비슷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왜곡된 기억으로 성인이 된 뒤에까지 영향을 받을 정도의 나이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노숙자의 변사가 정령 키지무나가 교살된 시체를 먹는 것으로 기억이 왜곡되는 과정이 설득력있게 설명되지 않아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박물학적 지식 전달 측면에서도 딱히 특별한게 없고 말이죠. 별점은 1.5점입니다.

빈 집
신라에게 수집한 도검류를 팔려는 수집가, 그리고 근처 빈집에서 발견된 노숙인의 죽음을 연결하는 작품.
개인화가 진행된 사회에서 누군가의 대역을 수행한다는 내용은 Q.E.D 48권의 <대리인>과 일치합니다. 때문에 신선하지도 않을 뿐더러 수집가 우치다가 실제로는 노숙자 키지마였음을 밝히는 부분은 비약이 심해 보였어요. 애초에 우치다로 가장한 키지마가 사망한 노숙인이 누구인지를 현장에서 밝히는 장면도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그래도 소도(小刀) 와키자시를 지갑 대신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설정은 재미있긴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로 소모되기 아까울 정도로 말이죠. 요거 하나 플러스하여 별점은 2점입니다만, 여전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네요.

홀리데이
아프리카 쟌가 공화국 외무차관 질 사이먼은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UX 안전보장이사회에 정전명령을 안건으로 내밀고, 상임 이사회 국가를 설득하기 위해 이집트 벽화가 그려진 채 발견된 유적의 공동 조사를 떡밥으로 제시하는 등 여러 작전을 꾸미는데...

상 / 하편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긴 호흡의 이야기이기는 한데 딱히 대단한 내용은 없습니다. 여러 작전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질 사이먼의 감동적인 연설이라 왜 이런 고생을 하나 싶었거든요.
또 이런 위험하고 어려운 국제 외교에 신라를 등장시키는 것도 영 설득력이 없어요. C.M.B 반지의 주인이라고는 하지만 그것 자체가 어떤 권위를 주는 것으로 묘사되지 않을 뿐더러 정작 하는 것도 없으니까요. 유적에 플라티나 광맥이 있다는 것을 독자에게 알려주는 역할 뿐 실제 이 외교 작전에서 맡은 역할은 전무하죠.

그나마 신라가 자신이 이동한 층을 속이는 장치 트릭과 UN의 의사결정 과정, 플라티나에 대해 약간의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 정도만 건질만 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전체 평균 별점은 반올림해봤자 2점.... 영 기대에 미치지도 못했고 왜 C.M.B여야 하는지 잘 모를 작품 뿐이었습니다. 시리즈를 나누어 연재하는 것이 한계에 부딪힌 느낌인데 다음 권은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일단 지켜보겠습니다.

2015/07/29

펠루시다 1/2 -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 박들비 : 별점 1.5점

펠루시다 1 - 4점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지음, 박들비 옮김/새파란상상
펠루시다 2 - 4점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지음, 박들비 옮김/새파란상상

아주 오래전,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여튼 그때쯤 <지저세계 펠루시다>라는 제목으로 읽었던 작품. 내용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파충류가 사람을 잡아먹는 장면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 기억이 더욱 생생했더랬죠. 작년에 재간 소식을 듣고 호기심이 가던 차에 우연히 기회가 되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뻔하고 지루할 뿐더러, 완성도마저 낮아서 실망스럽네요. 일단 주인공 데이비드 이네스가 페리 할아버지와 지저 세계로 모험을 떠난 후, "펠루시다"라는 지저세계에서 파충류 인간 마하족과 그들의 수하인 야수인간 사고스족에 대항한다는 내용은 한치의 오차도, 반전도 없이 진행됩니다. 모든 드라마와 극적 긴장감은 순전히 "우연"과 "사고", 그리고 주인공 데이비드 이네스가 다이앤을 단신으로 찾아내려는 욕심과 실수로 생길 뿐이에요. 이 작자가 얼마나 황당할정도로 잘 사로잡히고 위험에 빠지는지는 보면서 실시간으로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또 데이비드가 지상에서 가져온 지식을 활용하여 사리족, 메조프족등 펠루시다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세력을 규합한 뒤, 결국 모든 악을 물리치고 제국을 세운다는 전개도 너무 부실하고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에요. 역시나 우연과 운에 의지해서 아무런 긴장감없이 술술 풀리기 때문이죠. 인생사가 이렇게 쉽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잖아요. 게다가 초반에는 몇십명 단위의 습격이 이어지는데 마지막 후자와의 대결전에서는 만명 이상의 적군과 맞서 싸운다는 식으로 파워 밸런스 조절도 실패하는 것도 문제에요. 그냥 동네 싸움이 마지막에는 전국 군웅들의 대전으로 급작스럽게 넘어가는 느낌인데, 전혀 와닿지 않더라고요.
이 모든 문제는 1인칭으로 이야기가 구술되는 형태 탓에 더 커진 듯 싶기도 합니다. 동네 아저씨가 생각나는대로 주워섬기는 군대이야기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내가 있잖아, 왕년에 군대에서 월드컵나가 골을 넣었고 어쩌구~" 같아요. 현실성, 설득력은 전무하고 극적 긴장감을 느끼기 어려운 허황된 이야기말이죠.
덧붙이자면, 내용면에서 유치함으로 인해 아동용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어린 시절 읽었을 때 충격받았던 마하족의 식인 잔치라던가, 산채로 해부와 같은 고어한 묘사가 등장하는 것도 황당했던 점입니다.

그나마 1부가 조금 낫기는 합니다. 일단 펠루시다에 대한 묘사와 설정이 비교적 탄탄한 덕분이에요. 중심의 핵이 일종의 태양처럼 변해서 해가 지지않으며 다양한 고대 생물들이 공존하는 "현재"의 세계 펠루시다. 그곳의 주민들인 파충류 마하족과 고릴라인간 사고스족, 인간인 샤리족과 메조프족 및 데이비드가 다이앤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등장하는 그곳의 관습, 문화 관련 설정 및 묘사는 확실히 볼거리거든요. 데이비드가 맨몸이라 마하족, 사고스족을 상대하기 위해 활과 화살같은 무기를 만드는 수준의 레벨업도 괜찮았고요.
허나 데이비드가 총을 비롯한 지상의 물건을 한가득 가지고 돌아가는 2부는 정말이지 건질게 전무해요.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여 자신과 자신의 제국에 거역하는 모든것을 힘으로 찍어누른다는, 전형적인 식민주의자 마인드가 엿보여 불쾌하기까지 했습니다. 작가도 양심은 있었는지 뒷부분에 모든 생산물은 제국에 귀속되고, 돈이라는 것을 만들지 않고 오로지 원주민들의 가열찬 노동력에 기댄 허황된 이상향을 묘사하긴 했지만 뭐, 잘 될리가 없죠. 이미 작중에서도 최초의 제국은 부족간 싸움으로 와해되었다고 나오니 설득력이 있을리 없잖아요?

한마디로 지금 읽기에는 시대가 너무나 지난, 왠만한 초등학생이 쓴 것보다도 못하다 여겨질 정도의 유치하고 조잡한 작품입니다.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지금의 양판소는 이 작품에 비하면 거의 삼국지급이 아닐까 싶네요. 하기사 지금 읽은 제가 잘못이지 누굴 탓하겠습니까... 별점은 1.5점입니다. 장르문학의 대단한 팬이 아니시라면 구태여 찾아 읽으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시리즈라고 하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후속권이 출간될 확률이 낮다는군요. 당연한 일이겠죠. 잊혀진 작품을 복간해준 출판사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지금 시점에 당쵀 팔릴 이야기는 아니에요...

2015/07/28

제비뽑기 - 셜리 잭슨 / 김시현 : 별점 2.5점

제비뽑기 - 6점 셜리 잭슨 지음, 김시현 옮김/엘릭시르

고딕 호러의 대가라는 셜리 잭슨의 단편집. 이전에 <우리는 예전에 성에 살았다>를 읽기는 했지만 솔직히 제 취향은 아니었죠. 그래도 제가 좋아라하는 단편집이라 서슴없이 집어든 책입니다.

25편의 작품이 4개의 목차로 구분되어 수록되어 있으며, 대부분이 사회와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의 심리를 작가 특유의 디테일로 천천히, 그렇지만 섬찟하게 잡아낸 작품들로 주인공들은 노처녀, 주부와 같이 대부분 여성이며,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불편함과 불안함이 모종의 이유로 촉발된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결혼빙자 사기범에게 속아 넘어간 노처녀가 그 남자를 찾아 해멘다던가, 자신의 집을 깔끔하게 꾸며온 깔끔남이 집을 불청객에게 내 준다던가, 키우던 개가 동네 닭을 물어죽인 뒤 개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를 강요받게 되는 식이죠.
본인이 가해자, 혹은 광기의 중심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한 주부가 새로 이사온 이웃집과 친해지지만 그 집 미망인이 흑인과 관계를 맺게 되자 차별에 동참하게 된다던가, 안 팔리는 작가 에이전트 노처녀가 남자를 초대한 뒤 기묘한 환상을 꿈꾼다던가, 뉴욕으로 관광온 시골 주부가 뉴욕이 붕괴한다는 망상에 휩싸인다던가, 치통에 시달리던 중 결국 자신만의 광기로 진입한다는 이야기들이 그러합니다.
그 중 화룡정점은 표제작이기도 한 <제비뽑기>입니다. 지금 읽기에는 좀 낡았고 결말이 예상가능하긴 합니다. 하지만 집단 내 고립과 편견, 집단에서 행하는 차별과 집단의식에 의한 폭력을 "제비뽑기"라는 행사를 빌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은 지금 읽어도 대단함을 느끼게 해 주네요.

그런데 인간이 얼마나 연약하며, 주위의 영향을 받아 쉽게 붕괴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탓에 한편, 한편이 읽고나면 굉장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딱히 서늘한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닌데 심리 묘사만으로 이만큼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다니, 역시나 거장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편하고 불쾌해도 다음 작품을 어떻게든 읽게 만드는 힘 역시도 거장의 위력일테고 말이죠.

문제는 불편함때문에 읽기 힘들었다는 점이죠. 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1주일이 넘어 걸렸네요. 아울러 기대했던 추리나 스릴러, 호러적인 요소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웠습니다. 퍼트리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여사의 순문학 단편집들이 연상되는 작품들로 수준은 높습니다만... 제가 기대했던 이야기들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그래도 디테일한 심리묘사에 더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맛 하나만큼은 최고임에는 분명한 만큼, 이런 류의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읽으면서는 눈치채지 못했던 설정을 알려주는 해설이 아주 좋더군요. 제임스 해리스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각 단편별로 불안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설정인데 혼인빙자 사기범, 집을 찾아온 불청객 모두 제임스 해리스이고 다른 단편들에 등장하는 불안을 불어 일으키는 촉매재 역시 제임스 해리스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니 놀랍습니다. 이런 장치 때문에 작품들이 연작으로 보이기까지 하네요.

2015/07/27

100대 유물로 보는 세계사 - 닐 맥그리거 / 강미경 : 별점 4점

100대 유물로 보는 세계사 - 8점
닐 맥그리거 지음, 강미경 옮김/다산초당(다산북스)

최근 산 책 중 가장 두껍고 무거운 책. 대영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중 인류의 과거에서부터 현재를 꿰뚫는 대표적인 유물 100개를 엄선하고, 해당 유물로 알 수 있는 역사적, 문화적, 인류학적 정보를 전해주는 책입니다. 인류가 처음 등장하여, 처음으로 도구를 만들고, 농경 생활을 시작하고, 목축을 시작하고, 문명이 생기고, 조직이 커져 나라가 되고, 종교가 등장하고... .등의 과정이 그 시기를 대표하는 유물을 통해 상세하게 알려주는 식입니다. 매일 자기전 몇개씩 읽었는데 드디어 완독하게 되었네요.

유물 하나당 길지 않은 분량 (5장 안팎)으로 구성되어 있어 쉽게 읽을 수 있을 뿐더러, 처음 보는 신기한 유물도 많고 분량에 비하면 담고 있는 내용과 시각이 새롭고 독특한 것이 많아 좋더군요. 석기를 가지고 농경 생활이 시작되고, 사람들이 지역에 따라 2차 가공이 필요한 곡물을 재배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그러합니다. 바로 "가공"의 필요성 때문에 다른 동물들과 경쟁을 할 필요가 적다는 점 때문이라는데 무릎을 칠 만 했어요. 당시 인류는 거의 헐벗은 상태로 별다른 도구도 없었을테니 왠만한 초식동물과의 경쟁도 힘겨웠을테니까요.
다기 세트를 가지고 당시 영국을 분석하는 발상도 굉장히 새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차가 맥주를 제치고 국민 음료로 부상하면서 영국이 바뀌어 갔던 그 시점을 다기 세트로 설명해주는데, 예를 들면 다기세트 중에 우유 단지로 도시 거주자가 우유를 마신다는 것은 교외 철도망이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설명하는 식이에요.
17세기 시아파 이란의 아바스 1세가 보기 드문 정치적 식견, 종교적 실용주의를 지닌 대단한 통치자였다는 것은 처음 알게된 사실인데 그야말로 대단한 리더더군요! 자신의 영지에 기독교 성당까지 지어주다니! 게다가 지금 서방과 날선 대립을 보이고 있는 현재의 이란 헌법도 모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니... 놀랍기만 할 따름입니다.

그 외에 인상적이었던 것을 몇가지 더 꼽아보면, 18세기 경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북을 우선 꼽고 싶습니다. 가슴 아픈 과거의 유물로 아프리카 노예가 유럽인의 배를 타고 영국령 북아메리카에 도착한 뒤, 고향을 추억하는 유일한 물건으로 애지중지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흥미롭게도 북을 덮고 있는 재료는 북아메리카산 사슴 가죽으로 원주민, 즉 인디언과의 거래를 통해 입수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것은 18세기 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 흑인과 원주민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증명하는 것이라는군요. 그들 사이에는 결혼을 비롯한 활발한 교류가 있었다고 하거든요. 흑인 노예가 영국 땅에서 인디언과 결혼하다니, 뭔가 대하 서사극 배경 설명같지 않나요? 그냥 드라마가 한편 그려질 정도에요.
쿡 선장이 선물로 받았다는 하와이의 깃털 투구도 기억에 남습니다. 하와이에서는 깃털이 가장 귀한 원료였고 새 한마리당 네 개만 구할 수 있는 깃털이 1만개 가까이 필요하다니, 대체 이게 돈으로는 얼마나 할지 감도 안 잡히네요.
호쿠사이의 작품인 <거대한 파도>가 독일에서 개발된 합성안료로 제작되었다는 것, 즉 일본인들이 외세의 위험을 인식하지만 작품은 실용적인 목적으로 외세의 기술이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일본이 제국으로 변모한 과정에 대한 어떤 시사점 같은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리고 영국에서 발견된 황금 망또는 그 시기를 대표하는 유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착용한 인물이 나이가 어리거나 여성이었을 것이다라는 것을 크기, 그리고 청동기 시대 당시에는 평균 수명이 25살도 안되었을 것이기에 그것을 착용할만한 리더도 어렸던 것이 확실하다!고 해석하는 부분에서 추리적인 발상이 엿보여서 좋았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계열의 유물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반면에 "세계"라는 시각에서 볼 때에 딱히 큰 의미라고 할 수 있나?라고 생각되는 영국 출토 유물이 몇몇 보인다는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대영 박물관 기준이기에 어쩔 수 없는 점이겠지만요.
또 취향, 그리고 성격 문제겠지만 고대에서 중세, 근대, 현대로 올수록 책의 재미가 점점 떨어진다라는 것은 문제입니다. 뒤로 갈 수록 별 관심도 없고 의미도 없고 재미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책의 컨셉과 지적인 흥분을 안겨다주는 내용 및 만든 완성도 모두 뛰어난 책입니다. 도판도 최고 수준이고요. 원작이라 할 수 있는 BBC의 다큐멘터리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2015/07/23

큐이디 Q.E.D 50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큐이디 Q.E.D 49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아직 국내 출간되지는 않았습니다. 우연찮게 원서로 읽게 되어 리뷰 남깁니다.
이번 권에는 두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관측>
토마의 MIT 공대 시절 동기 샐리 브라이스는 졸업 후 실험 관측장치를 제조하는 브라이스사를 세운다. 그러나 납품한 냉각장치의 연이은 고장으로 궁지에 몰리자 토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원통 구조의 터널에서 양쪽 입구로 추적대가 진입하였는데 범인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에 대해 현실적이면서도 참신한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 실제로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을 수 있지만 그 상황에 대한 설득력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 재미있었습니다. 관측에 대한 상세한 설명 및 CCD, LHC가 무엇인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학습만화로서의 가치 또한 높고요. 토마의 과거사를 약간이나마 더 알게된 것도 오랜 팬에게는 선물같은 부분이겠죠.
그러나 추리만화라기보다는 샐리가 부모님의 속박을 끊고 날아오른다는, 일종의 성장기 만화로 보는게 더 타당하긴 합니다. 때문에 재미가 없지는 않지만 대폭 감점하여 별점은 2점입니다.

그나저나... 마지막 장면에서 샐리가 토마에게 뭐라고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추후 가나의 라이벌로 다시 등장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지네요.

<탈출>
한 소년이 밀실과 마찬가지인 창고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범인은 기발한 방법으로 탈출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16년 후, 가나에게 이스케이프 게임을 제작해달라는 의뢰와 함께 설계도와 20만엔이 보내진다. 게임을 완성한 가나와 토마 앞에 게임에서 우승하면 100만엔의 상금을 주겠다는 전단을 받은 5명의 손님이 나타나고, 가나와 토마는 함께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특정 장소를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퍼즐을 풀어야 한다는 전형적인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장르물. 다른 유사 장르물과의 차이점은 이 작품은 정말로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16년 전의 범행을 밝혀내기 위한 일환으로 상황을 긴박하게 몰고가기 위한 일종의 함정이 등장하기는 하지만요.

여튼, 이런 장르물에서는 그전 리뷰에서도 계속 이야기했지만 퍼즐, 수수께끼가 어떤 것인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다행히 이 작품에서의 퍼즐은 꽤 재미있어요. 특히 "今"을 오른쪽으로 돌려놓은 암호문, "A"가 가리키는 색깔 같은 퍼즐은 아주 그럴싸했습니다. 중간 중간의 대사, 장면을 복선으로 활용하여 과거의 진범을 드러내는 전개도 기가 막히고요.

그러나 소년이 아무리 트라우마가 있다한들, 본인 돈으로 거대한 장치까지 꾸민 채 범인을 도발하여 옭아매려 한다는 동기는 쉬이 납득이 가지는 않더군요. 또 목적이 명확하다면 앞선 퍼즐은 사실 나올 필요가 없고 마지막 밀실로 바로 이동해도 상관없잖아요? 무엇보다도 핵심 트릭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밀실에서 탈출하는 방법이 별로라 아주 실망스러웠어요. 문에 아무런 상처가 나지 않았을지, 경첩이 안전했을지, 뒤로 받쳐둔 나무토막이 제대로 눈에 안 띄게 떨어졌을지 등 문제가 한두개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많이 허술했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2점. 주변요소는 재미있지만 핵심이 미흡한, 그런 작품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그래서 두 작품 평균한 전체 별점은 2점. "50"이라는 권수도 의미가 있는 만큼 기대가 컸는데 영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특유의 일상계스러운 이야기가 없는 것도 아쉽고요. 다음 권을 기대해봐야 겠습니다.

2015/07/21

쥬라기 월드 - 콜린 트레보로우 : 별점 2.5점


딸아이 유치원에서 여름 캠프를 한다기에 정말 오랫만에 낮에 시간이 남아 와이프하고 둘이서 감상한 영화. 둘이서 데이트 할 때 추억을 떠올리며 보았습니다. 본지는 2주도 넘었는데 리뷰가 늦어졌네요.
영화는 뭐 전형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입니다. 기본적으로는 크리처물 속성이지만 테마 파크를 덮치는 일종의 자연재해? 라는 점에서는 재난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여튼, 숨쉴틈없이 위기가 연속되어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또 전체적으로 전작을 많이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서, 1편을 인상깊게 감상했던 90년대 학번으로 더욱 즐길거리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허나 이야기 전개가 깔끔하거나 합리적인건 아니에요. 아무리 조카들을 구해야만 한다고 해도 여성 행정요원이 공룡 공원으로 뛰어들어간다는 것 부터 말이 안되죠. 그 와중에 죽어가는 공룡을 보고 측은지심을 발동하는 것도 어처구니 없고, 악당놈은 렉터를 풀어서 뭘 어쩌려 했는지도 모르겠고, 주인공 꼬마 가족의 이혼 이야기는 완전 곁가지고... 무엇보다도 마지막장면, 티라노가 적 공룡을 제압하고 얌전히 돌아간다는건 황당무계의 극치랄까요? 이럴거면 진작에 풀어서 괴수대결전을 성사시키는게 훨씬 피해가 적었을거잖아요. 사장도 안 죽었을테고.

그래도 여름의 킬링타임 무비로는 손색없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런 영화에서 스토리의 합리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겠죠. 큰 화면으로 생생한 공룡을 즐긴 것으로도 본전은 충분히 뽑은 느낌이에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그런대로 착한 포지션인 인도인 재벌 총수가 직접 헬기를 몰고 나갔다가 죽는 장면과 상황실 주요 요원이 인도인이라는 점에서는 인도 시장을 노린게 아닌가 싶더군요. 대단하다 인도!

2015/07/20

체육관의 살인 - 아오사키 유고 / 이연승 : 별점 2.5점

체육관의 살인 - 6점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제가오카 고등학교의 밀실과도 같은, 체육관의 암막이 쳐진 무대 뒤에서 방송부 부장 아사지마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탁구부 부원 유나는 존경하는 선배 사가와 부장이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자 누명을 벗기기 위해 학교 제 1의 천재 우라조메 덴마에게 사건 해결을 의뢰한다.
10만엔을 받고 사가와의 누명을 벗겨준 우라주메는 추가요금 5만엔으로 사건을 해결해 줄 것을 약속하고, 사가와와 유나는 그것을 수락하는데...


"헤이세이의 엘러리 퀸"이라는 별명으로 더욱 유명한 신진작가 아오사키 유고의 데뷰작. 아유카와 데쓰야 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죠. 작년에 출간되어 이런 저런 곳에서 평이 좋기에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고전 황금기 본격물의 엄청난 팬이기도 하고요.

일단 작가의 별명이 허명은 아니더군요. 저는 본격물이라면
  1. 근사한 트릭이 등장해야 함
  2.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공유되는, 일견 사소해보이는 단서들로 사건이 해결되어야 함
  3. 트릭과 사건의 해결은 탐정의 추리를 통해야 함
정도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내용면에서 이러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정도로 상당히 그럴듯한 본격물 얼개를 갖추고 있거든요.
특히 탐정인 우라조메가 정말로 사소해보이는 단서들 - 화장실에 버려진 우산, 젖지 않은 포스터, 주머니에 넣었을 때 균형이 맞지 않는 유류품, 바로 재생되는 DVD 플레이어 등등등 - 로 추리하는 과정이 대단합니다. 논리적일 뿐 아니라 이치에 합당해서 무릎을 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에 관계자들을 모두 모아놓고 벌이는 추리쇼 역시 고전 본격물에 등장하는 그것이고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밀실 트릭도 현실적이고 그럴싸해서 재미를 더해 줍니다. 장벽이라고 생각했지만 원래는 운송수단이다! 라는 것인데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어요.
앞부분 프롤로그에서 일종의 서술 트릭과 같은 재미를 주는 것도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백합니다. 우선 사건의 현실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게 큰 문제에요. 고등학교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죠. 또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컨닝한게 들켰다고 사람을 죽인다는 동기부터가 설득력이 떨어져요. 범인이 아사지마를 살해하고 증거를 회수했다 치더라도 아사지마가 누군가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리라는 보장도 전무하고요. 대표적으로 작중에서도 아사지마가 이전에 하리미야의 범행을 촬영한 것은 부원들이 모두 알고 있었잖아요?
게다가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밀실 및 기타 증거는 계획적인게 아니라 대부분 우연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밀실이 된 것은 미호가 아사지마의 부탁으로 오른쪽 공간에 숨어있던 것이 시발점이었고 (하필이면 가장 약한 미호에게 부탁한 것도 에러고), 연극부가 일찍 도구를 옮겨 오지 않았다면 성립되지 않는 밀실이죠. 아울러 미호가 문에서 나와 문을 두드리고 달아나는 것을 사오토메가 목격했다는 마지막 증언도 맹점이에요. 만약 미호가 숨어있지 않았다면 그 문으로 마사키가 나오는 것을 사오토메가 목격했을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래서야 완전범죄도 뭐도 아니죠. 이러한 점에서 정교하게 잘 짜여진 느낌이 들지 않더라고요. 처음에 사가와가 미호를 알아채지 못한 것 역시 구태여 사건을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

덧붙여 캐릭터의 매력도 많이 부족해요. 우라조메가 천재 오타쿠라는 것은 특이할 수는 있지만 그래봤자 수십년 전에 등장했던 재수없는, 잘난척하는 천재 명탐정과 다를게 하나도 없거든요. 예컨데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이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읆는 것과, 우라조메가 만화 대사를 인용하는 것의 차이는 출처의 차이일 뿐 동일하다는거죠. 이런 천재형의 잘난척 대마왕 명탐정은 정말 싫어하는데 2010년 이후 또 보게될줄은 몰랐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고전 본격물의 얼개에 만화적인 설정을 덧붙여 꽤나 그럴듯한 본격물을 창조해낸 역량과 아이디어는 대단하지만 잘 만들어진 본격물이라고 보기에는 앞서 말했듯 단점도 많습니다. 그래도 고전 본격물의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그야말로 "정통" 추리물이니까요. 데뷰작인 것도 감안해야 할 테고요. 후속작을 기대해 봐야 겠네요.

2015/07/16

인사이드 아웃 (2015) - 피트 닥터 : 별점 5점



픽사의 신작. 딸아이가 좋아할 것 같아서 선택한 영화. 더운 여름 집에만 있는 것도 뭐하고 해서 지난 주말에 가족 나들이용으로 감상했습니다. 딸아이가 좀 크니까 좋네요. 딸아이를 위해서 당연히 더빙판으로 봤죠.

솔직히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의외로 완전 대박! 어떻게 이런 것을 상상할 수 있는지 정말 놀랐습니다. 감정을 의인화하다니... 이러한 감정이 실제 사람들의 행동과 엮이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라일리의 머릿 속 관련 설정도 디테일하기 그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감정을 "섬"으로 표현한게 개중 압권이었어요, 그 외에도 머릿속에 시도때도없이 흥얼거리는 CM송이나 잊혀진 기억들, 꿈 공장, 상상속 친구 등에 대한 이야기도 세세하게 갖추어져 재미를 더하네요. 아트웍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아름다운건 물론이죠.

또 단순히 감정 의인화에 그치지 않고, 라일리의 이사에 따른 변화 때문에 머리 속에서 기쁨이와 슬픔이가 이런 저런 장소를 넘나들며 컨트롤타워로 돌아가려고 노력한다는 내용도 모험담으로 손색없을 정도로 잘 짜여져 있습니다. 웃기는 장면에서 확실한 웃음을 주는 것과 함께 "슬픔"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마지막 장면도 좋았고 말이죠.

한마디로 왜 픽사가 픽사인지를 알려주는 걸작. 아이도 좋아했지만 어른도 모두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별점은 5점입니다.

2015/07/15

각시탈 - 허영만 : 별점 3점

각시탈 - 6점 허영만 지음/거북이북스

주재소 사환으로 일하는 이강토의 정체는 일본의 고위 관료를 응징하는 독립투사 "각시탈". 그를 체포하기 위해 일본은 검술의 달인 사까다 소위를 소환하는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출판사 (주)거북이북스와 함께 진행하는 『한국만화걸작선』의 열일곱 번째 작품.
각시탈 시리즈는 아주아주 어렸을 때 이런저런 단행본 등을 통해 몇번 접했지만 각시탈의 탄생을 그린 1화는 본 적이 없었는데 무척 반갑네요.

일단 허영만 화백의 작화는 명불허전, 오래전 작품이라 투박한 펜과 붓으로만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컷 하나하나의 짜임새와 액션의 역동성 등 뭐 하나 빼놓을게 없을만큼 대단합니다. 초기작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에요. 동지가 각시탈 대신 죽어간다는 서사 구조나 사까다와의 마지막 결투에서 얼음 위였기 때문에 사까다가 패배한다는 설정과 같은 이야기 구성도 아주 일품이었고요.
또 허영만 화백께서 일찍이 영화에 관심이 많으셨는지는 영화적 컷 구성과 연출이 많이 보이는 것도 볼거리에요. 마지막 사까다와의 대결이 대표적이죠. 닫혀있는 공간인 매운탕집에서 호수로 이동하는 과정, 사까다 머리에 주먹을 날릴 때 수박이 깨지는 그림과의 교차 (몽타쥬), 사까다가 물에 빠져 사라지고 뒤집힌 얼음에 꽂힌 칼 끝이 드러나는 디테일 등 장소를 입체적으로 넘나드는 전개와 구도 및 세세한 부분의 묘사가 정말로 영화적이거든요. 그냥 이대로 영상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캐릭터가 정말 대박이죠.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대항하는 독립운동을 하는, 이른바 애국심 넘치는 히어로는 "캡틴 아메리카"가 원조격이겠지만 캡틴만큼 노골적이지도 않고, 흰색 두루마기를 비롯하여 정체를 감추기 위한 복면 "각시탈"이라는 코스츔, 그리고 특수능력 "태껸"으로 정말 있음직한 우리의 슈퍼 히어로를 그려낸 아이디어는 백만점을 주어도 부족하지 않아요. 수십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얼마전 TV 드라마 된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 만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임에는 분명합니다.

물론 각시탈이 몸을 숨긴 잉어 매운탕집을 사까다가 우연히 방문한다던가 하는 식의 어설픔도 존재합니다. 일본군 중위가 조선에 와서 혼자 잉어 매운탕을 먹으러 간다? 제 아무리 맛집이라도 많이 이상하죠. 고증도 좀 애매한 편입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좀 뭐하지만 지금 읽기에 많이 낡은 것도 사실이기는 해요.

허나 단점은 사소할 뿐, "각시탈"이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오히려 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은 한권만 복간되었다는 점이죠. 시리즈 후속작도 계속 출간되길 바랍니다.

2015/07/13

공허한 십자가 - 히가시노 게이고 / 이선희 : 별점 3점

공허한 십자가 (보급판)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자음과모음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카하라는 딸이 살해당한 후 아내 사요코와 이혼한다. 그리고 5년 후 그녀마저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전 장인, 장모를 통해 사요코가 남긴 원고를 전해받은 나카하라는 그녀의 죽음이 단순한 강도살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알라딘 이벤트로 무료 대여해 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일단 이 작품은 수수께끼 풀이가 핵심인 추리물은 아닙니다. 사람을 죽인 자는 죽음으로써 죗값을 치뤄야 한다는 신념이 생긴 사요코가 그 신념으로 무리한 추궁을 하다가 본인이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으로, 죗값과 사형제도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 봄직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죠. 이러한 메세지를 사요코의 죽음이 단순한 강도 살인이 아니라 그녀의 신념과 관계된 범행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추리적 서사속에 녹여내어 그리고 있는데 치밀하면서도 잘 짜여져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과연 베스트셀러 작가다운 솜씨였달까요? 그 외에도 생명이 얼마나 큰 무게를 가지고 있는지와 청소년 피임에 대해서도 확실한 주의를 해 준다는 것도 좋았고요.

그러나 사요코 사건이 단순 강도사건이 아니고 다른 의도가 있었으리라는 것이 초반에 밝혀지고, 진상이 드러나는 과정이 작위적이라는 것은 좀 아쉽네요. 나가하라가 지즈코를 우연히 장례식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진상을 밝혀내는 것이 불가능했으리라는 점 등이 그러합니다. 아무래도 메세지 전달에 치중해서 디테일을 좀 놓친게 아닌가 싶어요.
또 사요코 죽음의 원인이 된 신념이 딸아이의 죽음이라는 원인이 있다손 치더라도 너무 극단적이라는 것도 와닿지 않더군요. 여중생이 몰래 낳은 아이를 죽였다는 것은 심각한 범죄이지만 1. 사리분별 못하는 아이들이 벌인 범죄, 2. 애초에 공소시효도 훌쩍 지났음, 3. 중절과 다를게 없는 상황임, 4.사오리는 사는게 지옥인 상황으로 인생 자체가 망가져버림 등을 놓고 보면 딱히 속죄고 뭐고 할게 없는데 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재미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전해 준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작품입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무료로 읽어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만....

참고로 죗값, 사형제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작중 나카하라의 입을 통해 "사람을 죽인 자는 어떻게 속죄해야 하는가, 아마 이 의문에 대한 모범 답안은 없다" 라고 설명됩니다. 이것도 정답일 수는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사형 제도에 찬성합니다. 무기징역같은 처벌로 제 세금을 흉악범들에게 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역시나 작중에서 설명되듯 감옥 안에서 반성하거나 갱생하는걸 기대하는 것도 말도 안되고요. 제목 그대로 "공허한 십자가" 일 뿐이죠.
아울러 저 역시 딸아이 아빠라 작중의 사건처럼 어린 딸이 무참하게 살해당했다면 더더욱 용서할 수 없었을겁니다. 실제로 부모라면 이런 경우가 일반적이지 않을까요?

사형 제도의 문제라면 <데이비드 게일> 등에서 지적하듯,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13계단> 등에서 지적하듯 결국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행위도 또다른 살인이라는 딜레마인데 그 누가 봐도 확실한 범인, 그것도 모두에게 공분을 사는 흉악범에게 확실하게 적용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예를 들면 강호순, 유영철 같은 사형수들 말이죠. 제발 이런 인간들은 사형 좀 빨리 집행되면 좋겠어요.


작품에서 사요코가 쓴 책의 마지막 문장으로 마무리합니다.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한다 — 이 판단의 최대 장점은 그 범인은 이제 누구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5/07/10

오무라이스 잼잼 박스 세트 유감

오무라이스 잼잼 1~5 박스 세트 - 전5권 - 2점
조경규 글.그림/씨네21북스


<1권 리뷰>
<2권 리뷰>
<3권 리뷰>
<4권 리뷰>
<5권 리뷰>

제목 그대로. 1권부터 한권한권 차곡차곡 사 모았는데 이제와서 박스 세트가 나온다니 당황스럽네요. 예전에도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출판사들의 마케팅은 확실히 많이 구리군요.
알라딘 댓글보니 저같이 생각하는 독자가 많은 듯 한데, 기존 독자들을 위해서 박스와 특전만이라도 별도 판매를 한다던가 하는 조치가 아쉽습니다.

하긴 이런 만행에 비한다면야 양반이라고 생각하는게 속 편할지도?

2015/07/08

영국식 살인 - 시릴 헤어 / 이경아 : 별점 3점

영국식 살인 - 6점 시릴 헤어 지음, 이경아 옮김/엘릭시르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병약한 워벡경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친지들을 초대한다. 초대된 사람들은 아들인 로버트, 가까운 친척이자 재무장관인 줄리어스 워벡, 로버트와 연인이었던 백작가의 딸 레이디 커밀라, 오래된 지인 카스테어스 부인. 그리고 워벡홀에서 사료를 연구하던 보트윙크 박사가 함께 하게된다. 
그러나 참석자들 간의 갈등이 여러가지 이유 - 정치적 견해 차이, 로버트의 무례함 등 - 로 심화되던 중 크리스마스가 되는 자정에 로버트가 모두의 앞에서 독살당하는데....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누누이 이야기한대로 저는 정통 고전물의 팬입니다. 허나 고전 퍼즐 미스터리의 팬일 뿐이지 이른바 "영국식" 스타일은 취향이 아니에요. 신사 숙녀라고 불리우는 귀족과 부르조아들이 등장하여 딱히 재미있지도 않은 유머로 예법이다 뭐다 하면서 장황하게 기이한 가식과 가증을 떠는 분위기가 싫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잘난척"이 보기 싫달까요. 그래서 피터경 시리즈 역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이러한, 제가 싫어하는 정통파 영국식 스타일의 종합 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무대부터 전통있는 워벡 가문의 오래된 저택입니다. 그것도 정통 영국식 추리소설답게 눈으로 고립된, 클로즈드 써클 상황이죠.
범행 현장에 있던 인물도 워백 가문의 후계자, 가문의 친척인 재무장관, 오래된 친구인 정치가의 아내 (이자 부유한 숙녀), 그리고 후계자에게 연심을 품고 있는 백작 가문의 딸, 충직한 집사, 마지막으로 워벡 가문에 연구차 방문해있던 보트윙크 박사라는 구성입니다. 귀족, 신사, 숙녀, 하인에 손님까지! 정말 완벽한 파티죠. 게다가 하나같이 영국식 귀족, 부르조아 예법에 쪄들어 있는건 물론이고요. 덕분에 첫 피해자로 워백 가문의 후계자 로버트가 독살당했을 때에는 쾌재를 부를 정도였어요. 그 정도로 재수없고 짜증나는 극우 파시스트 귀족 떨거지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건 이러한 정통 영국식 스타일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영국식 스타일이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이야기 전개의 핵심 장치로 사용된 덕분입니다. 예를 들자면 집사 브리그스가 자신의 딸과 로버트의 결혼사실, 손자의 출생을 손님들에게 철저하게 비밀로 하는 것이 대표적이죠. 브리그스의 함구는 정통 영국식 부르조아 예법 덕에 완벽한 설득력을 갖추었으면서도 사건의 동기, 전개, 결말이자 파국을 완벽하게 만드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 탐정역인 보트윙크 박사가 외국인이자 역사학자라는 설정도 빼어난 편이에요. 외국인이라 이러한 영국식 관습의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좌충우돌하면서 깨닫는 과정도 재미나지만 사건의 핵심 동기가 과거 영국에 실존했던 사건과 동일하다는 것을 바로 간파해 내는 것에 굉장한 설득력을 부여해주기 때문이죠.
별다른 단서나 증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단한 탐정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윌리엄 피트라는 실존인물이 관련된 실제 역사를 가지고 있음직한 사건을 그려냈다는 점에서는 역사 추리물같은 느낌도 전해주네요. 아울러 동기가 정말로 "영국식" 이라는 점에서 기대에 부합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문제도 확실합니다. 바로 카스테어스 부인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독약병이 워벡 저택에 있었던 물건이라는 것을 볼 때 범행은 즉흥적인 결심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재무장관이 경호차 형사까지 대동한 상황에서 "독살"을 결심하고 감행할 이유는 전혀 설명되지 않아요. 그것도 저택이 고립된 상황이라 어차피 방 안에 있는 누군가가 범인인게 분명하다면, 그리고 누가 득을 보게 될 지가 결과로서 설명되면 빠져나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잖아요? 그나마 유일하게 "배신" 이라는 동기가 있는 레이디 커밀라 쪽으로 뒤집어 씌우려고 한 것일 수도 있으나 범행 시점에는 그러한 사실을 몰랐기에 설득력이 없어요. 줄리어스를 설득하여 자살로 몰아가는 것도 작중 등장하듯 잘 되었을 것 같지도 않고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작위를 이용한 복잡한 상황을 이용하느니 줄리어스를 직접적으로 독살하고 정치적으로 날선 대립을 보인 파시스트 로버트에게 뒤집어 씌우는게 더 현실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게 더 당연한 사람의 심리겠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영국식 설정을 작품에 녹여낸 솜씨가 탁월하여 무척 재미있게, 시간가는줄 모르게 읽은 작품이기는 하나 상기의 단점 역시 명확하기에 감점합니다. 그래도 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영국식"이라는 설정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알려준 작품임에는 분명해요. 고전 추리소설 애호가 분들이시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2015/07/07

완전범죄 - 박현빈 : 별점 2.5점

완전범죄 - 6점 박현빈 지음/연두m&b

국내의 대표 미제사건 28건에 대해 짤막하게 기록한 책. 범죄 관련 논픽션은 그간 많이 읽어왔지만 국내 미제 사건을 다룬 책은 드물어 그간 관심이 가던 차에 마침 기회가 되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수록된 사건들 모두 지금 읽어도 충격적이고 공분을 일으킬 뿐더러, 사건 자체의 수수께끼 역시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사건답게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더군요.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비교적 널리 알려진 사건들 - "전주 여대생 실종 사건", "문경 십자가 변사 사건",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  "춘천 파출소장 딸 살인 사건", "청주 물탱크실 주부 변사 사건", "수원 가출소녀 살인 사건" 등 - 도 수록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로 처음 접했던 사건도 제법 되는 편이기도 하고요.

개중 인상적인 사건을 몇개 꼽아본다면, 집 안에서 여대생이 살해 당한 "광주 여대생 테이프 살인사건"을 우선 꼽겠습니다. 디지털 도어락이 파손되지 않은 상태를 볼 때 면식범의 소행이 분명함, 그런데 범인의 흔적이 집 안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라는 사실, 없어진 것은 현금 1만3천원 외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전부, 휴대전화의 마지막 위치정보는 광주 어떤 병원 인근이었다라는 것 등의 증거만 남기고 아직 미해결 상태라고 하는데 어떻게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는지가 너무 궁금합니다.
"서천 카센터 방화 살인사건"도 놀라왔어요. 상가 건물 화재 후 카센터 자리에서 3구의 시체가 발견되고, 카센터 주인의 아내와 자녀로 보였지만 성인 여성의 사체는 이웃 농기계 가게 주인의 아내였다는 것이죠. 동기, 정황 모두 수수께끼인 사건으로 오래 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했다고 하는데 꼭 찾아보고 싶네요.
무엇보다도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어린이들이 연쇄 살해 당하는데 피해 아동들 배에 사인펜으로 범인의 메시지가 적혀있었다는 <부산 어린이 연쇄살인사건>입니다. 75년도에 발생한 사건이라 널리 알려지지 못한 듯 싶은데 이 사건이야말로 매체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 이런 사건의 범인이 마음 편히 활보하고 다닌다는 것은 정말이지 말도 안되니까요. 이런 범죄에는 공소시효가 없어져야 마땅할테고요.
그 외의 사건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놀랍고 충격적인 것들이라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과거 비슷한 류의 서적이나 자료는 "화성 연쇄살인", "개구리 소년", "그놈 목소리 사건" 등 처럼 80년대~ 90년대 초반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비교적 근간, 즉 90년대 이후, 2000년대 발생한 미제사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도 좋았어요.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대부분 10여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고 - 전체 분량도 320여페이지에 불과 -그나마도 앞 한두페이지는 저자의 단상으로 채워져 있어 사건은 개략만 훝어보는 정도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국내 미제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범죄 논픽션을 기대한 저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물이었어요. 책에 수록된 정도는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도 다 나오는 이야기들이고, 결국 제대로 파고들려면 자료를 따로 모을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죠.

그래서 별점은 2.5점. 상기의 단점으로 감점하지만 미제사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순기능은 분명합니다. 이런 류의 도서에 관심있으시다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자면, 책을 구입할 때는 전혀 몰랐는데 요새 유명한 김리뷰씨가 저자더군요. 잠깐 조사해보니 짧은 기간동안 인터넷 상에서 흥망성쇠를 다 겪었던데, 사과가 진심이기를 바라며 앞으로 건승하길 기원하겠습니다.

2015/07/02

이글루스 12주년 축하드립니다.


저는 2003년, 이글루스가 오픈하던 해에 이글루스에 블로그를 개설한 그야말로 터줏대감입니다.
이글루스 블로그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Best 10 안에 들어가기도 하고요.
때문에 이글루스 서비스가 무궁하게, 오래도록 계속되었으면 합니다.
비록 방문객이나 조회수는 미미한 먼지같은 블로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소중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운영진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앞으로도 오래도록, 문제없이 별탈없이 서비스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덧붙이자면, 이글루스 기네스를 보니 도서분야 블로그 중에서는 제가 4위군요. 단지 관련글을 많이 썼다 뿐이지 포스트의 퀄리티나 가치와는 무관한 누적기록일 뿐이지만 나름 뿌듯하군요. 올 한해도 더 열심히 읽고, 글을 올려야겠습니다.

알라딘 16주년, 나의 기록

http://www.aladin.co.kr/events/eventbook.aspx?pn=150701_16th_records&amp;custno=249021

16년간 쌓아올린 16개의 정보를 알려줍니다. 핵심은 아래와 같네요.

16년간 알라딘에 쓴 금액 488만원 - 589권, 최근 1년간 106권 구입.
구입한 책 중 104권이 절판되었다는 것은 좀 놀랐습니다. 구입한 책의 20%에 육박하니까요.

여튼, 알라딘 이용자라면 한번쯤 이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