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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3

공허한 십자가 - 히가시노 게이고 / 이선희 : 별점 3점

공허한 십자가 (보급판)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자음과모음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카하라는 딸이 살해당한 뒤, 아내 사요코와 이혼했다. 그리고 5년 후 그녀마저 살해당했다는걸 알았다. 이전 장인, 장모를 통해 사요코가 남긴 원고를 전해받은 나카하라는 그녀의 죽음이 단순한 강도 살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알라딘 이벤트로 무료 대여해 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수수께끼 풀이가 핵심인 추리물은 아닙니다. 사람을 죽인 자는 죽음으로써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신념이 생긴 사요코가 그 신념으로 무리한 추궁을 하다가 본인이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으로, 죗값과 사형제도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 볼 만한 메시지를 전달하는게 핵심이거든요. 이러한 메시지를 사요코의 죽음이 그녀의 신념과 관계되어 있다는걸 추리적 서사를 통해 밝혀내는 과정 안에 잘 녹여내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과연 베스트셀러 작가다운 솜씨에요. 그 외에도 생명이 얼마나 큰 무게를 가지고 있는지와 청소년 피임에 대해 확실한 주의를 주는 점도 좋았고요.

그러나 사요코 사건이 단순 강도 사건이 아니고 다른 의도가 있었으리라는 것이 초반에 밝혀진 후 진상이 드러나는 과정은 작위적입니다. 나카하라가 지즈코를 우연히 장례식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진상을 밝혀내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 등이 그러합니다. 아무래도 메시지 전달에 치중한 나머지 디테일을 놓친 느낌이 있습니다.

또한 사요코 죽음의 원인이 된 신념이, 딸아이의 죽음이라는 계기가 있다손 치더라도 너무 극단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중생이 몰래 낳은 아이를 죽였다는 것은 심각한 범죄이지만, 사리분별 못하는 아이들이 벌인 일이라는 점, 공소시효가 훌쩍 지난 점, 중절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인데다가 사오리는 살아 있는 것이 오히려 지옥일 정도로 인생 자체가 망가졌다는 점 등을 놓고 보면, 속죄나 정의를 실현해야 할 만큼의 죄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든 느낌이에요.

그래도 재미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전해 준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작품입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무료로 읽어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참고로 죗값과 사형제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작중 나카하라의 입을 통해 "사람을 죽인 자는 어떻게 속죄해야 하는가, 아마 이 의문에 대한 모범 답안은 없다"라고 설명됩니다. 이것도 정답일 수는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사형 제도에 찬성합니다. 무기징역 같은 처벌로 제 세금을 흉악범들에게 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작중에서도 설명되듯, 감옥 안에서 반성하거나 갱생하는 걸 기대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목 그대로 공허한 십자가일 뿐이죠. 아울러 저 역시 딸아이 아빠로서, 작중 사건처럼 어린 딸이 무참히 살해당했다면 결코 용서할 수 없었을 겁니다. 실제로 부모라면 이런 경우가 일반적이지 않을까요?

사형 제도의 문제라면 "데이비드 게일" 등에서 지적하듯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13계단" 등에서 말하듯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행위 역시 또 다른 살인이라는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범인에게, 그것도 모두에게 공분을 산 흉악범에게는 확실하게 사형을 적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예를 들면 강호순, 유영철 같은 사형수들 말입니다. 제발 이런 인간들은 사형이 빨리 집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품에서 사요코가 쓴 책의 마지막 문장으로 마무리합니다.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한다 — 이 판단의 최대 장점은 그 범인은 이제 누구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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