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보급판)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자음과모음 |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카하라는 딸이 살해당한 후 아내 사요코와 이혼한다. 그리고 5년 후 그녀마저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전 장인, 장모를 통해 사요코가 남긴 원고를 전해받은 나카하라는 그녀의 죽음이 단순한 강도살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알라딘 이벤트로 무료 대여해 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일단 이 작품은 수수께끼 풀이가 핵심인 추리물은 아닙니다. 사람을 죽인 자는 죽음으로써 죗값을 치뤄야 한다는 신념이 생긴 사요코가 그 신념으로 무리한 추궁을 하다가 본인이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으로, 죗값과 사형제도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 봄직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죠. 이러한 메세지를 사요코의 죽음이 단순한 강도 살인이 아니라 그녀의 신념과 관계된 범행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추리적 서사속에 녹여내어 그리고 있는데 치밀하면서도 잘 짜여져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과연 베스트셀러 작가다운 솜씨였달까요? 그 외에도 생명이 얼마나 큰 무게를 가지고 있는지와 청소년 피임에 대해서도 확실한 주의를 해 준다는 것도 좋았고요.
그러나 사요코 사건이 단순 강도사건이 아니고 다른 의도가 있었으리라는 것이 초반에 밝혀지고, 진상이 드러나는 과정이 작위적이라는 것은 좀 아쉽네요. 나가하라가 지즈코를 우연히 장례식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진상을 밝혀내는 것이 불가능했으리라는 점 등이 그러합니다. 아무래도 메세지 전달에 치중해서 디테일을 좀 놓친게 아닌가 싶어요.
또 사요코 죽음의 원인이 된 신념이 딸아이의 죽음이라는 원인이 있다손 치더라도 너무 극단적이라는 것도 와닿지 않더군요. 여중생이 몰래 낳은 아이를 죽였다는 것은 심각한 범죄이지만 1. 사리분별 못하는 아이들이 벌인 범죄, 2. 애초에 공소시효도 훌쩍 지났음, 3. 중절과 다를게 없는 상황임, 4.사오리는 사는게 지옥인 상황으로 인생 자체가 망가져버림 등을 놓고 보면 딱히 속죄고 뭐고 할게 없는데 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재미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전해 준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작품입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무료로 읽어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만....
참고로 죗값, 사형제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작중 나카하라의 입을 통해 "사람을 죽인 자는 어떻게 속죄해야 하는가, 아마 이 의문에 대한 모범 답안은 없다" 라고 설명됩니다. 이것도 정답일 수는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사형 제도에 찬성합니다. 무기징역같은 처벌로 제 세금을 흉악범들에게 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역시나 작중에서 설명되듯 감옥 안에서 반성하거나 갱생하는걸 기대하는 것도 말도 안되고요. 제목 그대로 "공허한 십자가" 일 뿐이죠.
아울러 저 역시 딸아이 아빠라 작중의 사건처럼 어린 딸이 무참하게 살해당했다면 더더욱 용서할 수 없었을겁니다. 실제로 부모라면 이런 경우가 일반적이지 않을까요?
사형 제도의 문제라면 <데이비드 게일> 등에서 지적하듯,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13계단> 등에서 지적하듯 결국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행위도 또다른 살인이라는 딜레마인데 그 누가 봐도 확실한 범인, 그것도 모두에게 공분을 사는 흉악범에게 확실하게 적용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예를 들면 강호순, 유영철 같은 사형수들 말이죠. 제발 이런 인간들은 사형 좀 빨리 집행되면 좋겠어요.
작품에서 사요코가 쓴 책의 마지막 문장으로 마무리합니다.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한다 — 이 판단의 최대 장점은 그 범인은 이제 누구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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