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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5

각시탈 - 허영만 : 별점 3점

각시탈 - 6점 허영만 지음/거북이북스

주재소 사환으로 일하는 이강토의 정체는 일본의 고위 관료를 응징하는 독립투사 "각시탈". 그를 체포하기 위해 일본은 검술의 달인 사까다 소위를 소환하는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출판사 (주)거북이북스와 함께 진행하는 『한국만화걸작선』의 열일곱 번째 작품.
각시탈 시리즈는 아주아주 어렸을 때 이런저런 단행본 등을 통해 몇번 접했지만 각시탈의 탄생을 그린 1화는 본 적이 없었는데 무척 반갑네요.

일단 허영만 화백의 작화는 명불허전, 오래전 작품이라 투박한 펜과 붓으로만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컷 하나하나의 짜임새와 액션의 역동성 등 뭐 하나 빼놓을게 없을만큼 대단합니다. 초기작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에요. 동지가 각시탈 대신 죽어간다는 서사 구조나 사까다와의 마지막 결투에서 얼음 위였기 때문에 사까다가 패배한다는 설정과 같은 이야기 구성도 아주 일품이었고요.
또 허영만 화백께서 일찍이 영화에 관심이 많으셨는지는 영화적 컷 구성과 연출이 많이 보이는 것도 볼거리에요. 마지막 사까다와의 대결이 대표적이죠. 닫혀있는 공간인 매운탕집에서 호수로 이동하는 과정, 사까다 머리에 주먹을 날릴 때 수박이 깨지는 그림과의 교차 (몽타쥬), 사까다가 물에 빠져 사라지고 뒤집힌 얼음에 꽂힌 칼 끝이 드러나는 디테일 등 장소를 입체적으로 넘나드는 전개와 구도 및 세세한 부분의 묘사가 정말로 영화적이거든요. 그냥 이대로 영상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캐릭터가 정말 대박이죠.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대항하는 독립운동을 하는, 이른바 애국심 넘치는 히어로는 "캡틴 아메리카"가 원조격이겠지만 캡틴만큼 노골적이지도 않고, 흰색 두루마기를 비롯하여 정체를 감추기 위한 복면 "각시탈"이라는 코스츔, 그리고 특수능력 "태껸"으로 정말 있음직한 우리의 슈퍼 히어로를 그려낸 아이디어는 백만점을 주어도 부족하지 않아요. 수십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얼마전 TV 드라마 된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 만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임에는 분명합니다.

물론 각시탈이 몸을 숨긴 잉어 매운탕집을 사까다가 우연히 방문한다던가 하는 식의 어설픔도 존재합니다. 일본군 중위가 조선에 와서 혼자 잉어 매운탕을 먹으러 간다? 제 아무리 맛집이라도 많이 이상하죠. 고증도 좀 애매한 편입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좀 뭐하지만 지금 읽기에 많이 낡은 것도 사실이기는 해요.

허나 단점은 사소할 뿐, "각시탈"이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오히려 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은 한권만 복간되었다는 점이죠. 시리즈 후속작도 계속 출간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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