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 |
일본의 고위 관료를 응징하는 독립투사 각시탈의 정체는 주재소 사환으로 일하는 이강토였다. 각시탈 체포를 위해 일본은 검술의 달인 사까다 소위를 소환하는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출판사 (주)거북이북스와 함께 진행하는 한국만화걸작선의 열일곱 번째 작품.
"각시탈" 시리즈는 아주 어렸을 때 이런저런 단행본 등을 통해 몇 번 접했지만, 각시탈의 탄생을 그린 1화는 본 적이 없었기에 무척 반가웠습니다.
일단 허영만 화백의 작화는 명불허전이네요. 오래된 작품이라 투박한 펜과 붓으로만 이루어졌음에도 컷 하나하나의 짜임새와 액션의 역동성 등 뭐 하나 빠뜨릴 수 없을 만큼 대단합니다. 초기작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요. 동지가 각시탈 대신 죽어간다는 서사 구조나, 사까다와의 마지막 결투에서 얼음 위였기 때문에 사까다가 패배한다는 설정 같은 이야기 구성도 매우 뛰어납니다.
또 허영만 화백이 일찍이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것인지 영화적 컷 구성과 연출이 많이 보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마지막 사까다와의 대결이 대표적입니다. 닫힌 공간인 매운탕집에서 호수로 이동하는 과정, 사까다 머리에 주먹을 날릴 때 수박이 깨지는 그림과의 교차(몽타주), 사까다가 물에 빠져 사라지고 뒤집힌 얼음에 꽂힌 칼끝이 드러나는 디테일 등 장소를 입체적으로 넘나드는 전개와 구도 및 세세한 묘사가 정말로 영화적이거든요. 그냥 이대로 영상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캐릭터가 정말 뛰어납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대항하는 독립운동을 하는, 이른바 애국심 넘치는 히어로는 캡틴 아메리카가 원조 격이겠지만, 각시탈은 그보다 노골적이지 않고, 흰색 두루마기를 비롯한 정체 은폐용 복면 각시탈이라는 코스튬, 특수능력인 태껸 등으로 정말 있음직한 우리의 슈퍼히어로를 구현해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디어만으로도 백만 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습니다. 수십 년 세월을 뛰어넘어 얼마 전 TV 드라마로도 제작된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우리 만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임은 분명합니다.
물론 각시탈이 몸을 숨긴 잉어 매운탕집을 사까다가 우연히 방문한다거나 하는 다소 어설픈 설정은 있습니다. 일본군 중위가 조선에 와서 혼자 잉어 매운탕을 먹으러 간다는건 아무리 맛집이라 해도 이상하니까요. 고증도 조금 애매한 편이고요.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은 느낌이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허나 단점은 사소할 뿐, 각시탈이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오히려 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은, 단 한 권만 복간되었다는 점입니다. 시리즈 후속작도 계속 출간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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