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 - 박현빈 지음/연두m&b |
국내의 대표 미제사건 28건에 대해 짤막하게 기록한 책. 범죄 관련 논픽션은 그간 많이 읽어왔지만 국내 미제 사건을 다룬 책은 드물어 그간 관심이 가던 차에 마침 기회가 되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수록된 사건들 모두 지금 읽어도 충격적이고 공분을 일으킬 뿐더러, 사건 자체의 수수께끼 역시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사건답게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더군요.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비교적 널리 알려진 사건들 - "전주 여대생 실종 사건", "문경 십자가 변사 사건",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 "춘천 파출소장 딸 살인 사건", "청주 물탱크실 주부 변사 사건", "수원 가출소녀 살인 사건" 등 - 도 수록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로 처음 접했던 사건도 제법 되는 편이기도 하고요.
개중 인상적인 사건을 몇개 꼽아본다면, 집 안에서 여대생이 살해 당한 "광주 여대생 테이프 살인사건"을 우선 꼽겠습니다. 디지털 도어락이 파손되지 않은 상태를 볼 때 면식범의 소행이 분명함, 그런데 범인의 흔적이 집 안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라는 사실, 없어진 것은 현금 1만3천원 외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전부, 휴대전화의 마지막 위치정보는 광주 어떤 병원 인근이었다라는 것 등의 증거만 남기고 아직 미해결 상태라고 하는데 어떻게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는지가 너무 궁금합니다.
"서천 카센터 방화 살인사건"도 놀라왔어요. 상가 건물 화재 후 카센터 자리에서 3구의 시체가 발견되고, 카센터 주인의 아내와 자녀로 보였지만 성인 여성의 사체는 이웃 농기계 가게 주인의 아내였다는 것이죠. 동기, 정황 모두 수수께끼인 사건으로 오래 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했다고 하는데 꼭 찾아보고 싶네요.
무엇보다도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어린이들이 연쇄 살해 당하는데 피해 아동들 배에 사인펜으로 범인의 메시지가 적혀있었다는 <부산 어린이 연쇄살인사건>입니다. 75년도에 발생한 사건이라 널리 알려지지 못한 듯 싶은데 이 사건이야말로 매체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 이런 사건의 범인이 마음 편히 활보하고 다닌다는 것은 정말이지 말도 안되니까요. 이런 범죄에는 공소시효가 없어져야 마땅할테고요.
그 외의 사건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놀랍고 충격적인 것들이라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과거 비슷한 류의 서적이나 자료는 "화성 연쇄살인", "개구리 소년", "그놈 목소리 사건" 등 처럼 80년대~ 90년대 초반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비교적 근간, 즉 90년대 이후, 2000년대 발생한 미제사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도 좋았어요.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대부분 10여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고 - 전체 분량도 320여페이지에 불과 -그나마도 앞 한두페이지는 저자의 단상으로 채워져 있어 사건은 개략만 훝어보는 정도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국내 미제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범죄 논픽션을 기대한 저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물이었어요. 책에 수록된 정도는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도 다 나오는 이야기들이고, 결국 제대로 파고들려면 자료를 따로 모을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죠.
그래서 별점은 2.5점. 상기의 단점으로 감점하지만 미제사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순기능은 분명합니다. 이런 류의 도서에 관심있으시다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자면, 책을 구입할 때는 전혀 몰랐는데 요새 유명한 김리뷰씨가 저자더군요. 잠깐 조사해보니 짧은 기간동안 인터넷 상에서 흥망성쇠를 다 겪었던데, 사과가 진심이기를 바라며 앞으로 건승하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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