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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31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 제임스 M 케인 / 박기반 : 별점 2.5점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 4점 제임스 M. 케인 지음, 박기반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영화로 더욱 유명한 고전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혹해서 구입하게 된 책입니다. 구입하고 알았는데 작가의 다른 작품인 "이중배상"까지 실려있더군요. "이중배상" 역시 영화가 엄청나게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죠.

일단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부터 이야기하자면, 제 기대하고는 전혀 달라서 실망스러웠습니다. 백수건달과 별볼일없는 샌드위치가게 안주인이 똑똑해봤자일테니 이게 현실적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범죄"가 치밀하지 않은 즉흥적인 범죄였기 때문이에요. 그나마 첫번째 범행은 난데없는 경찰의 등장으로 무산되기는 했으나 나름 계획이라도 있어서 그나마 나은데 두번째 범행은 정말이지 황당할 뿐이었습니다. 왜 콜라까지 동승해서 사고를 일으키는지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거든요. 그냥 과음을 시킨 뒤 운전을 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 아니었을까요?
또 배불뚝이 그리스인 남편과 같이 산다고 여자들이 다 살인자가 되는 것은 아닐텐데, 이 작품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그러한 과정을 그리고 있어서 좀 거슬리기도 했고요. 이 작품에서의 그리스인 남편은 정말이지 좋은 사람이었단 말이죠!

물론 범행 이후 재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혐의를 뒤집어 쓴 콜라를 무죄로 만드는 변호사의 작전 등이 법정드라마처럼 펼쳐져서 괜찮긴 하고 영화화되었을 만큼 매력적인 부분이 분명 있으며 막장 인생의 발버둥, 날것 그대로의 이글거리는 심리묘사, 서서히 수렁으로 빠져드는 설정과 전개 등 건질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허나 이러한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통속소설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어려운 작품이에요. 별점은 2점입니다. 저는 조금 더 정교한 소설을 좋아합니다. 덧붙이자면, 우편배달부는 역시나 나오지 않네요.

그리고 "이중배상". 이 작품 역시 추리적으로 높이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 월터는 보험 세일즈맨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훨씬 치밀하고 정교한 맛은 있습니다. "우편배달부..."에 등장하는 프랭크에 비하면 월터는 한니발 렉터 수준이죠^^;; 또 여주인공인 필리스가 희대의 악녀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피터 러브시의 "밀랍인형"에 등장하는 미리엄 급의 악녀로 작품 내내 생기와 매력을 뿜어내는 아주 독특한 캐릭터였어요. 이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았던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마무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사랑 때문에 결국 스스로 진상을 고백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쿨해보이기는 하지만 범죄 소설과는 어울리지 않는 마무리였다 생각되거든요. 하드보일드 같지 않은 말랑말랑함도 거슬렸고 말이죠. 차라리 필리스와 불꽃튀는 두뇌대결을 벌이다가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범인이 사랑때문에 두손을 들어버리니 희대의 악녀조차 그 빛을 잃어버리더라고요...
그래도 맨 마지막 결말의 묘사는 괜찮아서 다행이더군요. 희대의 악녀의 최후치고는 좀 약하지만 꽤 그럴듯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무난하고 평이한 수준의 작품입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좀 더 높은 점수를 줘도 좋겠지만 마무리부분의 전개와 "우편배달부..." 와 유사한 지나친 통속성이 발목을 잡았네요.

이렇게 해서 두작품 별점 평점은 2.5점 되겠습니다. 하드보일드의 고전이라는 명성만큼이나 대단한 작품인지는 솔직히 의심스럽고 기대에 비하면 실망스럽긴 했지만 범죄소설, 느와르의 원형을 접해본 것으로 만족해야겠습니다. 하드보일드 작품답게 명대사도 난무하는 만큼 고전 하드보일드 팬들이시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제 추천 명대사는 "나는 토끼가 방울뱀을 사랑하는 것 처럼 그녀를 사랑했다")

PS : 조금 조사해봤더니 원작자 제임스 M 케인은 "알콜중독"으로 사망했더군요. 이거 참, 어울린다고 해야 할지....

2009/07/30

"46번째 밀실"의 트레비스 타란트 시리즈에 대하여

 얼마전 읽은 "46번째 밀실"에 언급된 미국 작가 댈리 킹의 트레비스 타란트 시리즈가 너무 궁금해서 찾아본 결과입니다. (사실 원본 텍스트파일이나마 구할 수 없을까 하는 속셈도 있었는데 역시나 없네요)


46번째 밀실이 90년대 초반에 발표되었는데 이 작품의 번역출간이 2000년으로 되어 있으니 번역출간된데에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영향도 컸던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런 책까지 번역 출간된 일본 추리문학계가 참으로 부럽기 짝이 없지만 국내에서도 46번째 밀실이 잘 팔려준다면 이 책이 번역될지도 모르니 희망을 가져봐야겠어요.^^

어쨌건, 트레비스 타란트는 본격 황금 시대 후기에 활약한 미국작가 C.데일리 킹이 창작한 불가능범죄를 주로 다루는 아마츄어 탐정입니다. 단편집이 1935년에 발표되었더군요. 단편들은 뉴욕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타란트에게 화자인 친구 제리가 방문하여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형태로 되어있다고 하며, 그 외의 제리의 아내 발레리와 여동생 메어리가 중요 캐릭터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각 단편 사이의 연관성이 강해서 연작단편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것이 이채롭네요. 특히 타란트의 집사로 일본인 "가토" 가 등장한다고 하는데 이것이 일본에서 나름 환영받는 요인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린 호네츠인가?

아무튼 전 12편의 단편에서 활약하는 타란트의 유일한 출판물인 단편집 "타란트 씨의 사건부"에는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 4번째 작품이 46번째 밀실에서 언급된 "트멘트 4세호 에피소드" 입니다. 원제는 The Episode of the "Torment IV" 로 일본어 제목은 "제 4의 고문" 이네요. 일본어 제목보다는 46번째 밀실의 제목이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제목 그대로 "토멘트 4세호"라는 배에서 일어난 불가능범죄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거든요. 일본어 제목만 보면 고문 중심의 호러영화 "호스텔"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실제로 약간 호러적인 취향도 가미된 단편이라고 하네요.

작품의 줄거리는,
타란트가 배 안에서 사람이 돌연히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친구가 가까운 호수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이야기해줍니다. 그 사건은 호수에서 가족 3명이 타고 있던 배 "토멘트 4세호"가 좌초하고 즉시 구조작업이 시작되었지만 배 안에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는 사건이죠. 이후 양친의 시체가 호수에서 발견되고, 그들이 배에서 뛰어내렸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그러나 뛰어내린 이유는 전혀 없는 상태...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은 직후, 타란트와 친구들의 눈 앞에서 이 배를 인수한 부자가 똑같은 방법으로 배에서 호수로 뛰어들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라는 이야기인데 정말 궁금하고 읽고 싶어집니다. 줄거리만 봐도 흥미진진해요. 과연 어떤 트릭이었을까요? 배 밑에서 유령 소리를 내는 장치같은 걸 사용한 시한장치 + 기계장치 트릭? 아니면 독가스 같은 것을 연출하는 장치 트릭? 아... 정말이지 궁금해 죽겠습니다. 빨리 번역되기만을 바래야겠어요.

2009/07/29

중국사의 숨겨진 이야기 - 양페이, 종샤오밍 / 심규호 : 별점 3점

 

중국사의 숨겨진 이야기 - 6점
양페이.종샤오밍 지음, 심규호 옮김/파라북스

중국사에서 별 생각없이 지나치던 여러가지 것들을 디테일하게 파헤쳐 써내려간 일종의 "역사속의 미스테리" 류의 도서입니다.
총 7개의 테마로 책이 구성되어 있는데, 각 테마는

1. 아득히 오래된 연원을 찾아서
2. 아득한 역사 속으로
3. 묻혀 있는 진실을 찾아서
4. 감춰진 비밀을 따라가다
5. 신비한 부호를 풀다
6. 잃어버린 문명을 찾아서
7. 기묘한 풍속의 유래를 찾아서


입니다. 각 테마만 봐도 읽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 정도로 아주 흥미롭지요?^^ 물론 제가 중국사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모든 내용이 놀라운 것들은 아니라 조금 아쉽긴 했지만 워낙에 흥미로운 주제들이었기 때문에, 또 내용들이 짧고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었던 내용을 몇가지 꼽아보자면

"서복이 바다 건너 동쪽으로 간 곳은" : 진시황의 명령으로 불로초를 찾으러 떠난 서복이 결국 어디로 갔는지를 탐구하는 내용인데 일본으로 갔다에서 시작해서 심지어 "아메리카 대륙"! 으로 갔다라는 내용까지 나옵니다. 아메리카 대륙 이동설의 근거는 서복의 마지막 출항 시기와 마야문명이 시작된 시기가 일치한다는 것, 미국에서의 전서체 유물의 발굴 등인데 아주 재미있어요. 무슨 만화속 내용같기도 하고요. 인디언들이 중국인들의 후손일지도 모르겠네요.

"누가 진짜 태극권의 창시자 장삼풍인가" : 태극권의 창시자 무당파의 장삼풍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굉장한 미스테리가 얽혀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무협지에 한번 빠져본 적이 있는 저로서는 재미있게 읽을 수 밖에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화씨벽의 정체는 무엇일까" : 그 유명한 전국시대 최고의 보물 화씨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화씨벽은 청옥일 것이다" 같은 화씨벽의 정체에서부터 화씨벽의 운명이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까지 담겨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제 주목을 끌은 이유는 알고 있던 몇 안되는 소재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입니다만 어쨌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그냥 옥새로 영구불멸하게 썼더라면 지금도 화씨벽을 볼 수 있었을텐데, 정복자의 파괴를 통해 사라졌을 것이라 생각하니 참 아깝네요. 아무리 옥새라도 희대의 보물이면 표면만 갈아내고 다시 만들면 좋았을텐데요.

"한혈보마는 왜 피처럼 땀을 흘리는가" : 당나라때 조각 "마답비연"으로 유명한 "낮에 천리를 달리고, 밤에 팔백리를 달린다"는 서역의 명마 한혈보마에 대해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말이 어떤 종류였는지에서 시작해서 이름 그대로 말이 피처럼 땀을 흘렸는지, 만약 흘렸다면 그게 땀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 말은 정말 명마더군요^^

"누란 고성은 왜 갑자기 사라진 것일까" : 실크로드에서도 번성하던 누란 왕국이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를 다루는 역사속 수수께끼입니다. 아직도 그 이유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고 하는데 여러가지 학설, 예를 들어 나무를 급작스럽게 너무 많이 베어서 급속도로 사막화가 진행되었다... 같은 것을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이 이야기는 대하 소설이나 대하 만화의 내용으로 써도 꽤 재미있을 것 같은 내용이에요. 신비의 왕국이 급속한 사막화로 사라진다. 그 이유는? 아낙수나문을 찾는 이모텝이 이 왕국에서 부활했을지도 모르죠^^

이외에도 다양한 문물의 유래와 정체, 수수께끼들이 중국 및 서역, 북방의 여러 왕국과 민족들 뿐 아니라 심지어는 마르코폴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물론 역사에 대해 조예가 깊으신 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너무나 짤막하게 요약된 내용들이지만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재미있기까지 하니 별점은 3점!

고려나 조선 이야기가 등장했다던가 아니면 제가 아는 내용이 조금 더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재미 하나만큼은 충분하니만큼 다른 분들도 머리를 식힐겸 한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2009/07/28

46번째 밀실 - 아리스가와 아리스 / 최고은 : 별점 2.5점

46번째 밀실 - 6점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북홀릭(bookholic)

추리소설가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일본의 딕슨카라 불리우는 밀실 추리소설계의 거장 마카베 세이치의 별장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친구인 에이토 대학 조교수이자 임상범죄학자인 히무라 히데오와 함께 초대받는다. 파티에 참석한 인물은 마카베 세이치의 가족을 제외하면 모두 추리소설작가와 편집자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카베 세이치는 이번에 발표할 46번째 밀실작품을 끝으로 밀실 추리소설을 그만둘 것을 선언하는데 그날 밤 그는 밀실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일본 신본격 추리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다섯번째 장편으로 그의 명탐정 캐릭터 중 1인인 임상범죄학자 히무라 히데오와 추리소설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 컴비의 데뷰작입니다. 이 컴비의 시리즈는 제 블로그에서도 여러번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절규성 살인사건" , "러시아 홍차의 비밀" ) 소개했었지만 장편은 저도 처음 읽어 보네요.

일단 장점과 단점이 확연한데, 장점이라면 제목에서부터 독자에게 도전하는 듯한 밀실 트릭이 괜찮다는 것, 그리고 사건의 전개와 결말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보다는 매끄럽게 흘러간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트릭"에 집착해서 이야기 전개에 설득력을 잃어버리던 다른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이 작품에서의 "트릭"은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내용과 잘 결합되고 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추리소설이라면 당연하지만 의외로 내용과 트릭이 잘 결합된 작품을 최근에 찾아보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니까요. 아울러 가장 중요한 단서가 초반부터 설명되고 있는 등 추리적으로 공정하게 독자와 승부하려는 작가의 모습도 마음에 듭니다. 일본의 "엘러리 퀸" 다운 모습이랄까요?

또한 단편에서는 느끼기 힘들었던 히무라 히데오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과거 및 심리 묘사, 작가의 추리관을 엿볼 수 있었던 추리소설가들의 대화라던가 밀실 트릭에 대한 소개 등 작품 외적으로 즐길거리도 많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네요. 예를 들자면 작가가 소개한 "Locked Room Murders"라는 책, 그리고 그 책을 통해 소개하는 미국 추리소설 작가 댈리 킹의 트레비스 타란트 시리즈 "트멘트 4세호 에피소드"는 정말이지 읽고싶어지게 만들더군요.

그러나 작가 특유의 단점, 예를 들어 추리소설작가들과 편집자들의 크리스마스 파티가 벌어진 눈 덮인 고원 별장에서의 밀실 살인사건이라는 작위적인 무대 설정이라던가, 사건의 실질적인 동기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 등의 단점도 여전합니다. 특히나 동기 측면에서는 아직도 이해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살인"이라는 범행을 시도하기 전에 진실을 고백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밑져야 본전일텐데 말이죠.
그리고 서재를 밀실로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설명되고 있지 못한 것은 확실히 옥의 티입니다. 범인이 기상천외한 범행을 저지른 목적은 자기 자신의 알리바이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는데 결과론적으로는 이 의도와 서재를 밀실로 만든 이유는 별로 관련이 없어보입니다. 차라리 목격자인 아리스가와 아리스를 살해하는 것이 더 설득력 넘치는 상황이죠. 어차피 두명죽이나 세명죽이나 별반 차이도 없잖아요. 그리고 아리스를 만약 살해했더라면 범인이 결국 빠져나갈 수 있었던 상황이라는 점 (가장 중요한 발자국에 대해 넘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에서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 불필요한 암호 트릭 등은 사족으로 느껴졌고요. (차라리 손빈처럼 "여기서 방연이 죽다" 정도가 어땠을까요?)

때문에 별점은 2.5점.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골고루라서요^^ 그래도 국내 출간된 히무라 히데오 시리즈 중에서는 베스트라 생각되며 일본의 엘러리 퀸 다운 모습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작품이니만큼, 일본 신본격 작품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저는 최고 걸작이라는 "쌍두의 악마"나 차분하게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덧붙여, 학산의 "북홀릭"에서 출간되었는데 표지, 편집 모두 마음에 듭니다. "경성탐정록"도 다음에는 조금 더 신경써 주시길~^^

2009/07/27

삼성 e-book 단말 출시!

 


Kindle 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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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교보와 손잡고 e-Book 단말기를 출시했습니다. 이전에 진행하던 "파피루스"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겠죠.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스펙은 최신예기 치고는 단촐한 편이라 5인치의 600*800 / 8 glay Display를 탑재하고있습니다. 4glay였던 Kindle 첫 모델과 거의 유사한 스펙이네요. 게다가 메모리도 512MB밖에 지원하지 않는 등 좀 의아한 스펙으로 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터치스크린을 붙여놓았는데 터치스크린 자체가 반응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e-Book에는 적합치 않아 보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좀 애매한 기계가 아닌가 싶군요. 스케쥴러 기능을 내세우는 것으로 보아 이걸로 다이어리를 대신하라는 이야기 같은데 현실적으로는 무리죠. 게다가 PDF뷰어도 없어?

어쨌건 드러난 스펙만 놓고 본다면 가격이 30만원대 이상일경우 국내에서는 먹히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추후 확인결과로는 가격은 33만 9천원이라고 합니다) 공동판매를 병행하는 교보문고의 이벤트도 "경성탐정록"을 증정하는 것 이외에는 별볼일 없어 보이고요. ^^ 국내 e-Book 시장이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최신예 치고는 빈약한 스펙에다가 다른 자질구레한 무언가를 붙여서 출시할거라면 차라리 다른 부가기능을 모두 제외하고 보다 저렴하게 내 놓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합니다.

결론적으로, 20만원대라면 구입을 고려해 볼 듯 싶고 30만원을 넘긴다면 아마 안 사게 될 듯.

작전 (2009) - 이호재 : 별점 3점

 


연극영화과 출신의 개미 강현수 (박용하)는 수년전 선배에게 당한 주식사기를 교훈삼아 5년에 걸쳐 개인투자자 인생을 살고 있는 인물. 그러던 중 조폭 출신의 사업가 황종구 (박희순)이 작전 중인 주식을 건드린 그는 황종구에게 오히려 스카웃 된 뒤 무려 600억짜리 주식 작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작전 프로젝트는 부실 건설회사 대산토건이 환경벤처 "한결"을 인수 합병하는 정보를 먼저 입수하여 대산토건 주식을 매수하여 주가를 올린 뒤 처분하려는 작전!

이번 주말에 와이프와 같이 감상한 영화입니다. 국내 최초의 주식 작전을 다룬, "스팅"과 같은 일종의 "범죄 - 사기"영화로 넓게 보면 추리영화로 볼 수도 있는 작품이죠.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어쨌건 쟝르는 추리 / 호러 + 영화!)

영화를 보면서 제일 놀랐던 점은 영화가 기본적으로 "코미디"라는 점입니다. 때문에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흡사 유쾌하고 경쾌하면서도 치밀한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느낌마저 드는데 (앞서 말한 "스팅", 혹은 "오션스 일레븐" 등) 이러한 작품의 매력은 주식을 가지고 벌이는 "작전"과 그에 얽힌 세력들의 다툼을 상당히 잘 그리고 있으면서도 주인공의 동생이 미생물학과 출신이라는 등의 여러 설정들과 나름 잘 짜여진 복선의 삽입, 그리고 코믹한 에피소드와 대사들의 유효적절한 사용 등의 디테일도 치밀하게 구성한 각본의 승리로 보여집니다. 그만큼 각본이 아주 괜찮았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비호감이었던 박용하씨 연기가 상당히 괜찮아서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극장에서 안 본 이유는 박용하씨 존재 이유가 가장 컸는데, 그러한 저의 생각이 미안해질 정도로 마스크나 그간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별볼일없는 개미 연기를 능청스럽게 잘 소화하고 있거든요. 그 외의 조연들, 특히 김무열씨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놈은 꼭 처절하게 망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 정도였어요^^ (박희순씨의 조폭출신 사업가 연기도 좋았습니다만 이 캐릭터는 누가 했어도 비슷한 수준은 뽑아줬을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김민정씨 연기는 불만스럽더군요. 결국 악역도 아니고 조연이라고 하기에도 캐릭터의 비중이 애매한 캐릭터이긴 한데 그나마 있는 매력도 잘 살리지 못했어요. 한창 유행한 "팜므파탈" 캐릭터를 삽입하려다 실패한 케이스랄까요? 뭐 애시당초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유명 정치인들의 비자금을 독점 관리한다는 설정자체가 에러죠. 고두심씨 정도가 등장했더라면 모를까.

그리고 실제 "작전"이라는 측면만 놓고 본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주식을 한지 5년이 넘어가기는 하지만 주구장창 손해만 본 개미라 그다지 주식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600억이라는 돈을 들여서 주식 시장에서 작전을 한다면 짧은 기간동안 승부를 보고 나오기에는 불가능하지 않나 싶더군요. 2만원짜리 주식이라면 총 300만주를 매집한건데 하루 거래량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한달에 걸쳐 서서히 팔아야 하는 물량으로 보이거든요. 팔다가 지칠거 같아요....
그리고 "한결"이라는 유망한 바이오벤처를 합병하는 것이 호재인데 이 "한결" 합병 이전에 대산토건이라는 회사가 오래갈것 같지 않은 부실기업으로 소개되고 있어서 설득력이 상당히 약했습니다. 대주주인 사장이 나중에 주식을 모두 정리하고 도망가는 묘사까지 나오는 부실기업이라서 결국 모회사의 부도로 인해 같이 나자빠질 가능성이 높아보였거든요. 국책 과제로 선정되어 다른 곳에서 투자를 받아 투자금 반환하고 자력갱생하여 유망한 회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영화에서처럼 대산토건 주식에 올인한 박용하는 결국 쪽박이었을테고 말이죠. 하여간 이 "한결"과 "대산토건"이라는 회사의 관계는 그다지 명쾌하게 설명되지 못한 측면이 강합니다.
덧붙여, 박용하 캐릭터가 연극영화과 출신이라는 복선을 좀 더 잘 활용했더라면 어떨까 싶은데 그것까지는 좀 무리였겠죠?

그래도 주식 작전에 대해 복잡하지 않게 잘 설명하면서도 재미있고 유쾌해서 주말 한나절을 보내기에는 충분했던 영화라 별점은 3점입니다. 선량한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지는 엔딩도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제가 아주 좋아하는 끝마무리이기도 하죠. 제발 영화에서처럼 선량한 사람들이 돈버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각본과 감독을 모두 소화한 이호재 감독의 데뷰작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의 작품이라 차기작도 기대가 됩니다. 차기작도 유쾌하고 선량한 작품을 찍어주시기를 바랍니다^^

2009/07/24

김시광의 공포영화관 - 김시광 : 별점 3점

김시광의 공포 영화관 - 6점
김시광 지음/장서가

이글루스에서 arborday라는 아이디로 영화에 대한, 특히 공포영화에 대한 다양한 리뷰를 남겼던 김시광님의 공포영화 리뷰 모음집입니다. (지금은 이사가셨지만요) 리뷰만 있는 것은 아니고 간단한 공포영화의 역사 등 여러가지 정보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요. 이번 렛츠리뷰를 통해 운좋게 당첨되어 읽을 수 있게 된 책입니다. 관계자 여러분들께 리뷰에 앞서 먼저 감사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은 김시광님과 그의 공포영화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풀어나간 Part 1, 그리고 주제별로 11개의 목차로 나눠 각 목차별 주요 공포영화를 소개하는 Part 2, 그리고 그 외의 간략한 정보를 다룬 Horror Tip 파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이 책의 핵심은 흡혈귀, 좀비, 몬스터, 오컬트, 망령, 귀신들린 집, 로맨스, 가족, 정체성, 이성의 한계, 기타의 목차로 나누어 41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 Part 2입니다. 이 41편의 소개된 영화 중에서 제가 본 영화는 "드라큘라", "울프", "엔젤하트", "스크림", "식스센스", "신체강탈자의 침입" 의 달랑 6편 뿐이네요. 나름 영화를 많이보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유명작품을 이렇게까지 놓치고 보지 않은 이유는 언젠가 제 블로그에 쓴 적도 있지만 "공포영화"라는 쟝르 자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포"라는 감정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의사체험할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기때문이 크고, "고어"라는 표현 방식을 극도로 혐오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정말로 감탄했습니다.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저같은 사람이 여기 등장하는 여러 영화들을 "보고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장르와 그 영화에 대한 애정이 페이지마다 묻어나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거든요. 교묘하게 스포일러가 될만한 부분을 피해가며 줄거리와 영화의 핵심에 대해 설명하는 글솜씨 역시 보통이 아니고 말이죠. 하여간 어떤 분야에 그야말로 "일가를 이룬" 사람의 전문가적 식견이 돋보이는 책은 그 책이 어떤 주제를 다루건 (심지어는 꽃꽃이를 다루고 있더라도!) 항상 볼만한 법이죠. 이 책 역시 도착하자마자 하루만에 후딱 읽어버릴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또한 단순히 특정 하위 장르의 인기작들만 훝어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사 전반에 걸쳐 다양한 국가에서 제작된 영화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취미가 아니라 "학술적인" 깊이까지 느껴지기에 정말 대단하다고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네요. 개인적으로 저 역시도 "추리"라는 특정 장르에 많이 치우쳐진 애호가인 탓에 김시광님의 이러한 노력과 열정이 어떠한 것인지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기에 읽으면서 눈물이 앞을 가리기도 했습니다 ㅠ.ㅠ 대한민국은 아직 이러한 쟝르에 대한 홀대가 여전하기에 저 역시도 추리문학을 좋아한다는 이유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에게서 오타쿠 취급을 받기 일쑤였으니까요. 난 오타쿠가 아니라 추리를 좋아하는 애호가일 뿐인데...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제가 재미있게 본 몇 안되는 공포영화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이벤트 호라이즌" 등등등) 과 얼마전 읽고 실망했던 김종일 씨의 소설에 대해 극찬을 하는 부분 등 저와는 취향이 맞지 않는 점도 눈에 뜨이긴 하지만, 이만큼의 전문가가 특별히 아는척이나 잘난척하지 않고 일반 독자들을 위하여 자신의 지식을 쉽게, 알기쉽게 전달해 주는 국내에 보기드문 "호러영화 입문서"를 만들어 내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앞으로 이러한 장르문화에 대한 다양한 도서들이 많이 출간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죽기전에 꼭 봐야할 영화"나 "클래식 명반 100선" 같은 책이나 이 책이나 전문가가 해설하는 해당 문화에 대한 입문서라는 점에서는 다를게 하나 없잖아요?

별점은 평이하고 무난하기에 3점입니다. 최근 대한민국의 현실이 더 호러이고 무섭기에 책으로 접하는 호러무비의 충격이 약한 점이 조금 아쉬운 점이었지만 재미있는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걸작이라고 단언하시면서 소개하신 "악마의 씨"와 "오디션", "큐어" 등은 아무리 취향이 아니더라도 꼭 챙겨봐야겠어요.

덧붙여, 추리소설에 대한 리뷰 - 입문서 출간을 원하시는 출판사가 있으시다면 저에게도 연락 한번 주시기 바랍니다^^ 워낙 인터넷 상에 거물들이 많으셔서 저한테까지 차례가 오지는 않겠지만요...

2009/07/22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중)- 마쓰모토 세이초, 미야베 미유키 엮음 / 이규원 : 별점 3점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중 - 6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 마쓰모토 세이초, 미야베 미유키 엮음 / 이규원

간만에 읽어보는 신간입니다. 어차피 고전작품이니 신간이라 하기도 좀 어렵지만... 어쨌건 올 4월에 읽었던 마쓰모토 세이초 선생 (이후 "선생" 생략) 의 계승자이자 애호가로도 유명한 추리소설가 미야베 미유키 여사 (이후 "여사" 생략) 가 직접 선정한 마쓰모토 세이초의 걸작 단편 컬렉션 중권입니다. 3개월만에 출간되었네요.

중권은 무려 4개의 큰 주제로 구성되어있던 상권과는 다르게 딱 2개의 주제로만 구분되어있습니다. 여자"와 "남자"라는 단순하면서도 쌍을 이루는 주제로 말이죠. 두 주제 모두 앞에 미야베 미유키의 해설이 붙어있다는 것은 상권과 동일한데 해설이 너무 멋드러지게, 감칠맛나게 쓰여있어서 작품 본편 내용보다도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일단 짤막하게 작품별로 소개하자면
제 5장 "쓸쓸한 여인들의 초상" 에는 4편의 중단편이 실려있습니다.
첫번째 작품인 "멀리서 부르는 소리"는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된 여성의 감정을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일종의 순애보와 같은 가슴 먹먹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사건이 없이 단지 숨겨진 감정의 단편만을 엿보는 구조라 굉장히 의외였던 작품이었습니다. 솔직히 언니를 살해하는 전개로 진행될줄 알았거든요.^^

두번째 작품 "권두시를 쓰는 여자"는 일상계 + 본격 미스터리가 결합된 좋은 추리단편입니다. 하이쿠 동인지에 열성적으로 시를 보내던 한 동호인의 시가 몇달동안 오지 않게되자 동인지 관계자들이 그 이유를 탐문하다가 뒤에 숨겨진 살인사건을 밝혀낸다는 전개로 쉽게 지나칠법한 단순한 소재에서 극적인 드라마를 이끌어내는 거장의 노련함이 느껴진 작품이죠. 하이쿠 동인들이 오지랍이 너무 넓다 싶기는 한데, 이 정도야 허용범위 이내일 테니까요^^ 어쨌건 시대를 떠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세번째 작품 "서예강습"은 중편이상 길이의, 이 책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기나긴 작품입니다. 그만큼 일단 길이로 다른 작품들을 압도하며 세부 묘사도 굉장히 치밀해서 디테일이 잘 살아있더군요. 그러나 치밀한 디테일 묘사를 제외하고는 중편으로서 기능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 남자가 불륜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대방을 살해한다는 단순하면서도 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정, 특히 "서예 강습" 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로 포장한 것은 좋았지만 지나치게 장황한 감이 있거든요. 나름 기발한 아이디어가 뒷받침 되기는 하지만 "사체 유기"에 대한 이야기도 썩 설득력이 있다고 보이기는 좀 어렵기도 해서 재미는 있지만 전체적인 수준을 평가하자면 범작 정도로 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남자이며 이야기도 여자에 대한 것 보다는 수렁에 빠지는 남자에 대한 내용이기에 왜 "쓸쓸한 여인들의 초상"에 속해야 하는지가 의문이었어요.

네번째 작품 "결혼식장의 미소"는 짤막한 소품입니다. 기모노 입히기 자격증 (별게 다 있네요)를 소재로 하여 인간사에 있음직한 에피소드를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한 작품으로 유사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던 "사원 시마"의 한 에피소드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추리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냥 드라마성 짙은 꽁트로 보는게 적합하겠네요. 그런데 이 작품 역시 주제와 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저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별로 쓸쓸하다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제 6장 "불쾌한 남자들의 초상" 도 역시 5장과 대칭을 이루듯 4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첫번째 작품 "공범"은 아주 기발한 작품이더군요. 공범과 함께 은행을 턴 뒤 그 돈으로 사업에 성공한 사업가가 공범이 혹시나 생계가 어려워져 자신을 협박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는 설정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노숙자로 전락한 공범자가 서서히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는 묘사는 미야베 미유키 말대로 "호러" 그 자체였고 말이죠. 그러나 후반부의 급반전이 너무나 깜짝쇼 수준이라 차라리 반전없이 서서히 다가오는 공포 부분에서 끝내는 것이 더 좋았을것 같았습니다. 아르바이트에 불과한 다카오카가 왜 사건에 집착하며 진상을 밝혀내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전혀 등장하고 있지 않는 것도 설득력을 너무 떨어트렸고요. 때문에 좋은 작품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뒷끝이 개운치는 못했습니다.

두번째 작품 "카르네아데스의 판자"는 대학교수 구무라의 치밀한 완전범죄를 다루고 있습니다...만, 대학교수의 심리 묘사를 제외하고는 공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제목의 "카르네아데스의 판자", 즉 형법상의 긴급피난과 같은 항목이 적용되는 사건도 아니고 말이죠. 결국 주인공의 복수조차 자신의 파멸을 담보로 한 것인데 이것이 과연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 작품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역사학계를 무대로 한 학자들의 출세욕에 대한 이야기이지 결코 범죄이야기가 아니었기에 아쉽더군요.

세번째 작품 "공백의 디자인"은 추리소설은 아니고 한 소규모 지방지의 광고부장의 눈물겨운 광고주 접대가 전편에 펼쳐지는 최루성 샐러리맨 드라마(?) 입니다. 직장인으로 정말이지 공감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더라고요. 저도 슈퍼갑이라 불리우는 업체들의 횡포를 잘 알기에...ㅠ.ㅠ 단, 여기의 우에키 부장처럼 최후의 순간이 닥치면 한번 뒤집어 엎을 것 같은데, 그러한 마무리 없이 끝나버려 허무했습니다. 샐러리맨의 고충만 그려졌을 뿐 거기서 표출할 수 있는 분노, 그리고 카타르시스가 없어서 드라마가 맥이 빠져버렸어요.

네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인 "산"은 굉장히 특이한 범죄 스릴러물입니다. 뭐가 특이하냐 하면 피해자, 즉 협박을 받는 당사자의 심리가 전혀 묘사되지 않는다는 것과 협박의 실질적인 과정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때문에 독자는 현재의 상황을 미루어 판단할 뿐입니다. 이색적일 뿐더러 탐정역을 맡고있는 작가 오카모토의 시선과 독자를 동일하게 위치시키는, 효과적이면서도 공들인 설정이라 생각되네요. 하지만 이외의 내용은 평이한 협박물 수준이며 탐정역이 사건을 밝혀내는 과정이 그다지 매끄럽지 않고 우연 (피해자 동생의 편지)에 기대고 있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운 평작 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기대했던 추리적인 요소가 그닥 녹아있지 않아 조금은 실망스러운 독서였습니다. 추리적인 요소로 만족스러웠던 작품은 개인적인 베스트이기도 한 "권두시를 쓰는 여자"가 거의 유일했거든요. 다른 작품들은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탐탁지 않은 요소들이 많아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대만큼" 이 아니었다는 것이지 결코 재미없거나 수준 미달의 작품들이 아닙니다! 재미있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기에는 충분한, 거장의 노련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집임에는 분명하죠. 별점은 3점입니다.

아울러 부록 형식으로 미야베 미유키가 독자들에게 묻는 최고의 마츠모토 세이초 작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가 실려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점과 선", "모래그릇", "제로의 촛점" 순이더군요. 제 마음 속 순위도 동일합니다.^^

Kindle DX

 


지난주 e-Book 솔루션 관련하여 모 업체와의 미팅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 제품의 실물을 볼 수 있었죠.

보자마자 든 생각은 "갖고싶다"
하루가 지나도 "갖고싶다"
일주일이 되어가는 지금도 "갖고싶은" 기기입니다.....

한국 판매가가 70만원이 넘어가니 사실상 그림의 떡이긴 하지만 그만큼 실물이 완전 폭풍간지였어요. 정말 얇더라고요!

국내에서도 저렴하고 디자인 괜찮은 e-Book 리더가 빨리 보급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활성화를 위한 컨텐츠의 확보 역시 필수겠죠?^^

2009/07/20

자칼의 날 - 프레데릭 포사이드 / 석인해 : 별점 4점

자칼의 날 - 8점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석인해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알제리 용병 출신의 우익 테러단체 OAS는 드골 암살이라는 궁극의 목적이 계속 실패하고, 조직의 핵심인물이 체포되는 등 시간이 갈수록 와해 위기에 처한다. 이에 OAS는 최후의 수단으로 조직 외의 인물인 프로 암살자를 고용할 것을 결정한다. 그리고 선택된 영국인 암살자 "자칼"은 거금을 받고 곧바로 행동을 개시한다. 한편 프랑스 정부 역시 OAS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채고 OAS의 핵심인물인 코와르스키를 납치 고문하여 그들의 계획을 알아낸다. 그리고 최고의 수사관이라 할 수 있는 르베르 총경에게 자칼 수사를 맡긴다...

프레드릭 포사이스 (프레데릭 포사이드?)의 대표작이자 암살물의 최고 걸작인 고전중의 고전으로 드디어 읽게 되었네요. 오래전 본 영화 탓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제가 기억하는 영화는 브루스 윌리스가 어울리지도 않는 자칼로 나온 영화가 아닌 1973년 영화입니다) 소설을 읽기가 꺼려져서 손대지 않고 있었는데 부산으로 여행갈 일이 생겨 집어들었다가 완전 몰입해서 읽어버렸습니다.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네요.

일단 영화와의 차이점이라면, 영화에서는 자세히 언급되지 않는 드골 암살의 배경을 굉장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더군요. 용병 출신으로 이루어진 우익 무장 테러조직 OAS와 당시 프랑스 정치상황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동기가 보다 잘 드러나고 있을 뿐 아니라, 잘 몰랐던 부분에 대한 현학적인 욕구도 충족시켜 줄 정도로 상세한 자료조사가 바탕이 되었기에 디테일하면서도 설득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저에게는 선악이 모호한 프랑스 경찰과 OAS의 대립 구도가 특히 신선했어요. 양쪽 모두 행하는 방식에 있어 "선"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집단들이더라고요.

또한 자칼이라 불리우는 암살자의 암살 계획 및 행동 역시 더말할나위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칼이 계획을 위해 오랜 기간동안 서서히 준비를 갖추어 나가는 장면에서의 묘사는 그야말로 이런 장르문학의 바이블이라 해도 될 정도로 잘 짜여져 있습니다. 급작스럽지 않으면서도 모든 일에 대비하는 프로의 자세가 문장 하나하나에 묻어날 정도이니까요. 예를 들자면 가장 중요한 "총기"의 반입방법이라던가 (지금은 전미 (응?)가 다 알 정도의 유명한 장치이지만 처음 영화로 볼때 기발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은 알루미늄 원통!) 다양한 위장신분의 확보, 기타 상세한 계획에 대한 모든 것이 정밀한 설계도처럼 그려집니다.

이러한 뛰어난 킬러에 대적하는 프랑스 경찰 르베르 총경의 활약 역시 만만치 않기에 작품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아 떨어지는 것 역시 높은 점수를 줘야 하는 부분이죠. 얼마 안되는 단서만 가지고 비밀리에 수사를 해야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서서히 자칼을 궁지에 몰아넣는 과정의 흡입력이 대단하거든요. 추리소설사에 길이 남을법한 뛰어난 경찰이자 암살범의 호적수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뒷부분의 정보가 새는 루트를 밝혀내는 부분에서의 포스가 인상적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물론 지금 읽기에는 조금 아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제일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자칼이라 불리우는 암살범의 신원을 조사하는 과정인데, OAS의 "돈", 즉 "착수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이 가장 빠르지 않았을까요? OAS 핵심인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안에서 훤히 감시하는 프랑스 경찰조직인데 왜 이러한 돈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의문이었습니다. 또한 자칼을 서서히 궁지에 몰아넣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운"이 개입된다는 것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초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영국 경찰의 활약이 결국은 소문에 의지한 "감(感)수사" 일 정도였으니까요. 아울러 자칼의 "최종 목표"를 거의 파악한 단계에서는 아무리 자칼의 운이 좋다고 하더라도 빠져나가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에 공정한 승부로 보이지는 않더군요.

무엇보다도 프로로서의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인 "자칼"이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서 그의 성공을 기원했기에 (역사를 바꿀 수 없기에 당연한 결말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의 허무한 최후는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자칼이 성공하는 작전이 등장하는 외전이나 속편이 나오면 좋겠는데 말이죠. 쩝.

그래도 서스펜스와 스릴이 각 문장, 페이지마다 살아서 숨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빠져들어 버렸습니다. 그야말로 부산까지의 거리가 짧을 정도였어요. 이후 등장했던 "피닉스" 등과 같은 아류작, 또는 암살물의 범작에 비해 수준이 다른 내공의 깊이와 재미를 뽐내는 그야말로 고전명작이죠. 21세기인 지금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아날로그적인 향취를 가득 내 뿜으면서 그 당시에서 뽑아낼 수 있는 모든 재미를 뽑아서 담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별점은 4점.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들은 작품이기에 저의 별점따위야 중요하지도 않은 작품이긴 하죠. 5점을 줘도 충분하지만 위에 적은 몇몇 안타까운 요소들 더하기 동서출판사의 엉망인 번역으로 1점 감점했습니다. 좋은 번역이었더라면 아마도 만점을 받았을지도? 동서판 번역으로 읽은게 후회가 되네요...

2009/07/19

세계의 불가사의한 건축이야기 - 스즈키 히로유키 외 / 유인경

 

세계의 불가사의한 건축 이야기 - 6점
구마 겐고 외 지음, 유인경 옮김/까치글방

일본인 건축가와 건축사가들이 세계 각지에 있는 여러가지 독특하거나 희한한, 또는 건축사적으로 의미가 있거나 예술적인 가치를 인정받는 77개의 건축물에 대해 짤막하게 사진을 곁들여 설명하는 내용의 책입니다. 제가 이런 짤막한 사진 중심의 아트북스러운 책을 좋아라 하기도 하지만 재미도 있어서 아주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일본-프랑스에 많이 치우쳐져 있다는 것과 각 건축물에 대한 설명이 너무 짧고 사진도 몇장 없어서 이 책만으로 그 건축물에 대한 내용을 알기 힘들다는 것은 단점이지만 해당 건축물에 대한 자세한 웹사이트를 소개하는 등으로 보충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각 웹사이트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너무 자세하게 써서 학술논문처럼 지루하게 읽히는 것 보다 더 저에게는 어울렸고 말이죠.

제목에 어울리는 아주 독특하고 희한한, 불가사의한 건축물은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건축물 몇개만 뽑아서 소개하자면

바위 위에 우뚝 솟은, 드루이드교의 전통 샤머니즘과 기독교 사상이 결합한 르 퓌-앙-벌레이의 교회 : www.ot-lepuyenvelay.fr

오키나와 섬 북부의 독특하고 자연스러운 건축물인 나고 시청사 : www.zoz.co.jp (건축사무소) / http://www.arch-hiroshima.net/a-map/okinawa/nago.html

중국 농촌에 1920년대부터 건축된 농민들의 마천루 도시 다올로 : http://www.kaipingdiaolou.com/ (요기는 특히 재미있는게, 마천루 형태로 지어진 이유가 산적들의 습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산적 습격시 1층을 걸어 잠그고 위로 올라가 총격전을 벌였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말리의 진흙 대 모스크 : http://www.ovpm.org/en/rep_of_mali/djenne (사진만 보면 촉수괴물들이 사는곳 같습니다)

시민케인의 모델인 미국 신문재벌 허스트의 대저택 허스트 성 : http://www.hearstcastle.com/ (그래! 이 정도는 되야 부자죠!)

Q.E.D의 한 에피소드에도 등장했던 나선형 경사를 오르내리는 아이즈 사자에 불당 : http://www.geocities.jp/aizu_sazaedo/ 

등이 있습니다. 이외의 건축물들 이야기 모두 재미있었고요. 가격이 좀 쎄긴 한데 풀컬러이고 하니 어쩔 수 없었겠죠? 별점은 3점입니다.

2009/07/15

내가 심판한다 - 미키 스필레인 / 박선주 : 별점 2점

 

내가 심판한다 - 4점
미키 스필레인 지음, 박선주 옮김/황금가지

친구이자 전우인 잭 윌리엄스의 죽음을 접한 마이크 해머는 경찰들 앞에서 스스로 범인을 잡아 똑같은 방법으로 심판할 것을 맹세한다. 그리고 잭이 마지막으로 조사하던 한 여자의 사건에 눈을 돌린 마이크 해머는 잭이 암흑가 매춘조직 사건의 핵심 인물의 정체를 알아낸 것을 알게되지만 모든 관련자들이 마이크 해머와 경찰 앞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한편 마이크 해머는 잭의 약혼자 마너의 담당의사이기도 한 미모의 정신과의사 샬롯과 사랑에 빠지는데....

미키 스필레인의 사립탐정 마이크 해머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미국 하드보일드 역사상 기념비적인 히트작이기도 하죠. 아주 예전에 읽었었는데 이번의 알라딘 할인행사 덕에 새로운 번역의 판본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읽은 감상평은 요약하자면 "솔직히 이건 추리소설이 아니다"는 것입니다. 추리소설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이야기 구성이 없이 모든 사건이 전부 우연과 "운" 에 의지해서 벌어지고,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범인이 연쇄살인을 저지른 대부분의 상황에서 단지 "운" 하나 때문에 위기를 벗어나니 이건 뭐 두뇌게임이고 트릭이고 뭐고 존재할 수가 없죠. 범인이 럭키가이라 완전범죄를 저지를 수 었다? 지금 장난쳐? 또한 범인의 범행 동기도 설득력이 약하고 실제로 그러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며, 탐정이라는 마이크 해머조차도 장황한 설명끝에 결국 마지막에 범인에게 이야기하는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것이니 이건 뭐 최소한의 개연성도 확보하지 못한 실패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충격적인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약간의 반전과 여운 - 거기서 권총이 등장하다니! - 은 좋았지만 단지 그뿐입니다. 때문에 이건 추리소설이라고 하기보다는 "하드보일드 느와르 범죄 수사 소설" 정도의 정의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그야말로 마쵸 중의 마쵸이자 법보다 우선하는 정의관의 사나이 마이크 해머라는 캐릭터는 상당히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기에 당대의 인기가 단지 허언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은 들게 만듭니다. 경찰도 어쩌지 못하는, 왠만한 불량배는 가볍게 요리하는 완력과 사격솜씨에 처음만난 여자 모두가 자기에게 반하게 만드는 매력을 풀풀 발산하는 그야말로 남자들의 꿈, 드림 그 자체인 캐릭터거든요. 하드보일드 탐정의 필수요소이기도 한 말발 역시 대단해서 지금 읽기에는 캐릭터가 너무 환상적이라 외려 웃음마저 자아낼 정도였어요. 한마디로 만화 주인공이죠.^^

그런데 후대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는 "반영웅" 적인 모습은 다른 하드보일드 탐정들에 비하면 약한 편이라 의아했습니다. 마이크 해머는 공권력과도 친하고 서로 협력하며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거든요. 단지 말과 행동이 좀 거칠뿐이죠. 어차피 죽이는 놈들도 다 악질 범죄자들이고 말이죠. 이정도가 반영웅이라면 다른 하드보일드 탐정들은 거의 빨치산이게요? ^^ 때문에 안티 히어로적인 모습을 기대한 저로서는 실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막 쓴 듯한 펄프픽션이 대히트작이 되어 수많은 아류작을 낳았다는 것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인기"는 실력과 완성도 보다는 시대의 흐름을 잘 타야 한다는 증명과도 같은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캐릭터의 매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웅변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어쨌건 내용도 실망스럽지만 지금 읽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낡은 작품이라 별점은 2점입니다. 구태여 찾아볼 필요는 없어보이는군요.

하숙인 (the Lodger / 2009) - 데이빗 온다치 : 별점 3점

 

하숙인 - 6점
알프레드 몰리나, 데이빗 온다치/소니픽쳐스

별채에 하숙을 운영하는 엘렌에게 말콤이라는 하숙인이 나타난다. 그리고 시내에서는 7년전과 동일한 잔혹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7년전에 범인을 체포했던 매닝형사는 범인이 아닌 사람을 사형대로 보냈다는 것 등으로 궁지에 몰리게 된다. 다시 수사를 책임진 매닝은 범인이 영국의 전설적 연쇄살인마 "잭더리퍼"의 수법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지만 외려 그런 그의 수사를 통해 경찰 수뇌진은 매닝을 범인으로 의심하게 된다. 한편 엘렌은 하숙인이 연쇄살인마일지도 모른다는 여러가지 증거를 잡지만 하숙인에게 마음이 끌려 주저하게 되는데...

히치콕 감독의 1944년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원작은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네요.

어쨌건 좋은점 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스릴러 영화의 정해진 길을 잘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범인이 과연 누굴까? 라는 긴장감과 더불어 주인공에게 닥치는 위기를 잘 그려내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상당한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또한 시각적으로 잔인한 묘사가 많은 요사이 영화들에 비해서 살해 장면들은 그다지 잔인하지 않게 표현하고 있지만 섬뜩한 앵글과 효과로 분위기를 잡아가는 것도 마음에 들더군요. 그래, 이런게 히치콕 스타일이야! 마지막으로 반전 영화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2번의 반전이 연속적으로 등장합니다. 어떻게 보면 좀 예상대로 흘러가는 반전이고 반전 두개 중 한개는 확실히 수비범위 안이긴 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반전이라 마음에 듭니다.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니라 이야기에 아주아주 잘 어울리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첫번째 반전에서 엘렌의 마지막 대사는 정말 인상적이었고요.

하지만 또 아주 뛰어나다고는 볼 수 없는게 단점도 많이 있습니다. 일단 "잭더리퍼"까지 끌어들인 각본이 좀 혼란스럽습니다. 그냥 잔인한 연쇄살인마라고 하면 돼지 구태여 이런 도시괴담스러운 이야기를 꼭 집어넣을 필요가 있었나 싶거든요. 범인을 특정하거나 잡는것과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특색있는 살인마 캐릭터를 위한 곁가지 이야기일 뿐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이야기의 중요한 축의 하나인 매닝형사가 궁지에 몰리는 과정도 그다지 매끄럽지 못한 등 뒤로 가면 갈수록 극의 밀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쉽네요. 반전은 괜찮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에서의 설득력이 빈약해진달까요? 마지막 타겟이 매닝형사 딸로 설정된건 그야말로 코미디고요.

무엇보다도 감독이 10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인데 흡사 대학을 갓 졸업한 영화학도가 만든 작품이라 생각될 정도로 불필요한 기교가 난무합니다. 아무런 의미없는 쓰잘데 없는 줌인트랙아웃이나 스텝프린팅, 필름 빨리 감기 등 기교의 과잉으로 외려 영화가 더 정신없어졌어요. 앞서 말한 좋은 점 중 하나인 "살해 장면" 정도로만 기교를 부렸다면 딱 좋았을텐데 말이죠. 촬영감독이 "쏘우" 시리즈 감독이라는데 좀...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았어요.

그래도 주말 한때 시간을 보내기에는 적절한 수준의 서스펜스와 재미는 전해주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그야말로 기대한 만큼의, 딱 그 수준에 맞춰진 영화였어요. 요새같은 장마철 비오는날 보면 딱 어울릴 것 같네요.

2009/07/13

빈볼시비를 없애는 방법

빈볼시비를 없애는 방법.


타자가 맞으면 투수와 타자 위치 교대.

타자가 실려나가면 투수는 타자 위치로, 마운드에는 맞은팀 선수 아무나 등장. (예를 들면 이용찬 - 토마스 - 한기주....)

* 당연하겠지만 유머입니다.

2009/07/12

본의 아닌 낚시글.... 일단 다시 정리해서 올립니다.

빈볼 관련 단상

제 표현의 실수로 어떤 선수가 잘 했냐 아니냐... 그런 논쟁으로 흘러가기에 다시 정리해서 올립니다.

1. 프로야구 투수라면 몸쪽 공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그것도 위협적으로.
동감입니다. 하지만 그러다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야구 역사에는 몸에 맞는 공으로 죽은 선수도 있습니다. 선수생명이 위협받은 선수는 부지기수고요.

2. 투수의 제구력은 완벽하지 않다.
동감입니다. 어떤 투수가 100% 원하는 코스로 원하는 공을 꽂아넣겠습니까? 기계도 아니고... 매번 등판 시, 이닝 마다, 심지어 공 하나하나마다 다른 것이 제구력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몸쪽 공을 위협적으로 꽂아 넣을 때라면 보다 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이러한 몸쪽 공은 투수 본인 스스로 공을 던지는데에 있어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몸쪽 공 제구도 못하는 또라이라고 표현한 것은 분명 실수이며 해당 선수와 구단 팬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몸쪽 공 제구를 완벽하게 하는 투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위의 이유는 모든 투수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겠죠. 올 시즌 유별나게 빈볼 시비가 심하며 크게 다치는 선수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괜찮다 괜찮다 하지만 정말로 누군가, 어떤 선수가 실수건 고의건간에 불행히도 크게 다쳐서 선수 생명이 위협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전에라도 공감대를 형성해서 되도록 신중한 투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덧붙여, 이러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승부의 장이기에 "보복" 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되고요. 댓글을 남겨주신 nonface님의 말씀대로 피의 크보가 될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지금 당장 필요한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래야 서로의 피해의식도 줄고 동업자 정신이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21:00 수정 - 키세님 말씀대로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리그라면 사구가 좀 더 줄지도 모르겠네요. 타자 봉중근 - 김광현 선수도 보고 싶고 말이죠. 뭐 미국이나 일본리그 보면 별 차이는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요....

7월 3일 아침 추가 수정 - 이 글과 이전 글 모두 다른 그 어떤 부상이나 플레이 중의 사고와 관계없이 "빈볼"과 "사구"에 대해서만 주제를 잡고 쓴 글입니다. 아울러 제 응원팀과도 상관이 없습니다. 전 해결책으로 "보복"이라는 것을 생각한 것 뿐이거든요. 제 응원팀이라고 해서 피해갈 수는 없는.. 그러한 방안으로 말이죠. 제 생각에 대한 링크하나만 첨부할께요. 최훈 카툰입니다.

빈볼 관련 단상

어제 SK 송은범 선수가 던진 공을 맞은 진갑용 선수가 아쉽게도 거의 시즌 아웃이라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최근 이런 경기가 잦은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전에도 썼지만 미국식 해결책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죠. 우리팀 손시헌이 머리에 공을 맞는다면 나주환에게 헤드샷. 뭐 이런거요. 이런 전략이 모든 팀에게 공통적으로 통했다면 이런 논쟁 자체가 아마 사라졌을거에요.


* 생각과는 전혀 다른 본의 아닌 낚시글이 되어 글을 이동합니다. 이글루스라는 열린 공간에 올리기에는 너무 개인적인 표현이 많았네요. 삭제할까 했지만 댓글도 소중한 의견들이고 공감되는 것도 많아 삭제하지는 않겠습니다. 아울러 경박한 표현으로 실례를 끼친 특정 구단과 선수분께는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 덧글 금지 설정이 적용이 안되네요.... 이후의 덧글은 윗글에 달아주세요.


프로야구 투수가 몸쪽 던지다가 공좀 맞출 수 있다! 뭐 이런 글도 봤는데 그건 동감입니다. 리오스가 두산 있을때 사구가 많았던 기억이 나는군요. 하지만 리오스 선수 사구 맞고 심각한 부상으로 결장한 선수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네요. 리오스 선수는 약빨이다 뭐다 말은 많지만 제구는 좋았거든요. 
그런 논리라면 제구가 개판인데 주구장창 몸쪽으로 찔러 넣는, 그것도 머리쪽으로 찔러 넣는 또라이가 프로야구 투수를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죠. 그러고 머리에 정통으로 때려먹이고 미안하다면 단가? 이런 또라이짓이 계속된다면 어쩔 수 없이 보복가야지 별 수 있겠습니까.
150km 넘는 광속구 이원재를 빨리 콜업해서 이럴때 써먹는게 좋지 않을가 싶기도 하네요. 제구력 안좋은 투수이기도 하니 변명하기도 좋을것 같습니다.

덧붙여, 두산 용덕한이 삼성선수 헤드샷 한건 사과안함? 뭐 이런 글도 어디서 봤는데 그건 삼성과 두산 문제지 두산과 SK 문제는 아닌데 왜 끌고 들어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잘못한 플레이라 생각하며 앞서 말한 논리대로 당시 용덕한 선수가 공을 몸에 맞던가 했더라도 할 말 없는 그런 상황이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글을 쓴 이유는 진갑용 선수의 안타까운 부상때문이지만 애시당초 손시헌 선수 사구에대해 불만이 많았던 지라 글을 적게 된 것이니 만큼 오해하지 말아주시길...)

작금의 상황에 대해 SK팬이라고 해서 무작정 피해의식 느끼지말고 이런 사건이 유독 SK와의 경기에서 최근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많이 나오는 점에 대해서 이유를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할겁니다.

2009/07/11

홈즈 시리즈의 parody와 pastiche의 역사

일본 추리관련 사이트에서 읽고 느껴지는 것이 있어 번역해 올립니다. 수많은 의역이 있지만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참고로, 글을 올리는 요지는 "경성탐정록"은 결코 parody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섭니다.^^ 차라리 pastiche나 오마주에 가깝죠. 과연 설홍주와 왕도손 이름이 달랐다면, 홍진호와 광수였더라도 패러디라는 말을 들었을까요? 홈즈 형태의 추리물 (명탐정과 화자이자 조수가 등장하는 형태의 본격추리 장 / 단편) 자체가 하나의 장르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유사품이나 팬픽으로 평가절하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일본 미스터리 / 추리소설 데이터베이스 aga-search로 부터>

아서 코난 도일이 탄생시킨 셜록 홈즈 작품은 성전이라고도 하는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이 있지만, 이외에 여러 작가들이 홈즈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크게 나누어 parody와 pastiche로 구분됩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parody는 특정 작품과 명탐정을 희화화하고 풍자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린 것을 가르키며, pastiche는 원작 자체를 충실하게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홈즈의 첫번째 parody가 등장한 것은 단편 "보헤미아의 스캔들"이 발표된 이듬해인 1892 년, <아이들러 매거진> 5 월호에서였습니다. 발표한 사람은 영국 최초의 외국인 탐정 유진 발몽의 창조자이자 도일의 친구이기도 했던 "로버트 바" 로, ""Detective Stories Gone Wrong : The Adventures of Sheroaw Kombs (세로우 콤즈의 모험, 훗날 베그럼의 괴사건으로 제목 변경) "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도일의 사후 50년이 지나 저작권이 소멸된 지금에도 이러한 parody와 pastiche가 계속 출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는 것은 홈즈의 인기를 말해 준다고도 할 수있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작품 중에서 특히 중요한 3편의 작품이 있습니다.

제일 먼저 소개할 작품은, 도일이 1927년 5월에 "쇼스콤 올드 플레이스"를 발표한 뒤 홈즈 시리즈의 집필을 중단했던 이듬해, 1928년에 발표된 미국 작가 오거스트 덜레이의 작품으로, 홈즈를 꼭 닮게 묘사한 캐릭터 "솔라 폰즈" 가 활약하는 시리즈입니다. 현재 장단편 합쳐 전부 70편의 작품이 남아 있습니다.

그 다음 작품은 1952년부터 "코리어즈" 지에 연재되었던 12편으로, 도일의 아들인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과 본격황금기 시대의 거장 존 딕슨 카가 합작한 단편집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1954년)입니다. 이 작품들은 홈즈의 작품 중에서 이름만 등장했던, 소위 "언급되지 않은 사건" 12편을 그리고 있습니다.
딕슨 카는 이전에 유족들이 공인한 코난 도일의 전기인 "코난 도일"을 발표했었는데 이 때의 인연으로 도일의 아들 에이드리언과 알게되어 함께 이 작품을 발표하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 작품은 현대 추리소설계에서 단편의 명수로 알려져 있는 미국 작가 로버트 L 피쉬 Robert L. Fish)가 창조한 "슈록 홈즈" 시리즈를 들 수 있습니다. 그의 사후 미국 탐정작가 클럽 (MWA)에서 그 해에 발표된 최우수 처녀 단편을 선정하여 수여하는 "피쉬 상"이 창설될 정도로 뛰어난 단편작가였던 피쉬가 쓴 이 parody 시리즈는 1960년에 "EQMM (엘러리 퀸즈 미스테리 매거진)"에 "애스콧 타이 사건 (The Adventure of the Ascot Tie)"이 발표된 이래, 사망하는 1981년까지 전부 32편이 발표되었습니다.

그 외에 장편으로는 홈즈가 은퇴한 뒤의 사건을 그린 H.F 하드 (H F Heard)의 "꿀맛 (A Taste for Honey)"과 홈즈 parody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니콜라스 메이어의 "7퍼센트 용액 (The Seven-Per-Cent Solution)"이 유명합니다.

단편으로는 열렬한 셜록키언으로 알려진 추리 작가이자 평론가인 빈센트 스타렛트의 "진본 <햄릿> 사건"과 발표 당시에는 코난 도일 명의로 발표되었던 "지명수배남" , 그리고 미국 본격 황금 시대의 거장 엘러리 퀸이 편찬한 선집 "셜록 홈즈의 재난 "에 수록된 단편들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단편집에는 모리스 르블랑, 애거서 크리스티, 엘러리 퀸, 안토니 버클리, 스튜어트 파머, 안토니 바우처 등 쟁쟁한 멤버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본격 작가로 유명한 여류 작가 쥰 톰슨 (June Thomson)이 발표한 일련의 pastiche들이 셜록키언들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현재 4편의 단편집이 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홈즈 parody와 pastiche 외에도 홈즈의 형인 마이크로포트가 활약하는 작품들, 홈즈의 숙적 천재범죄자 모리어티교수가 활역하는 존 가드너의 "범죄왕 모리어티의 생환", "범죄왕 모리어티의 복수", 심지어 홈즈의 자손이 활약하는 작품들까지 있기에 이 모든 작품들을 통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홈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진심어린 열의가 전해져 오기 때문에 손에 잡히는대로 읽고 싶어지는 것이 바로 셜록키언이라는 것이겠죠.^^

2009.7.10 두산베어스 대 기아 타이거즈 광주경기 요약 - 임태훈 비 비 임태훈 비 임태훈....

2009.7.8 두산베어스 대 SK 와이번스 잠실경기 요약 - 허세뇨의 재발견!

<두산베어스의 여신 한채영! 파울볼 유저 Epilogue님의 사진>

아... 3-2 로 졌습니다. 아깝게 졌어요. 어제 경기는 정말 두산 잔루스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뭐할 할말이 없네요. 승부처는 7회초 1사 1-3루 상황에서의 대타 최준석 타석이었죠. 여기서 희생플라이라도 하나 쳐줬으면 게임이 달라졌을텐데.... 부상에서 갓 돌아온 선수니 탓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안타까왔습니다.

지긴 했지만 수훈갑은 역시 우리의 요정 루키 홍상삼 선수겠죠. 5와 2/3 이닝을 탈삼진 7개에 2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두산선발진 중 유일한 3점대 평균 자책점을 이어가는 멋진 투구를 보여줬습니다. 바깥쪽 공 죽이더군요. 김상현 선수 상대에 실패해서 홈런을 맞긴 했지만 충분히 1이닝은 더 던질 수 있었다고 생각되요. 타격에서는간만에 멀티히트를 기록한 이원석 - 고영민 선수도 좋았고요.

하지만 감독님. 초조하신가요? 비기고 있는 상황에서의 고창성 - 임태훈 선수의 투입은 그동안은 위력적이었지만 임태훈 선수가 최근 몇경기에 몇이닝 투구했다고 생각하세요? 또 상대는 최강 투수진의 기아로 운좋게 동점까지 따라가긴 했지만 유동훈 선수 상대로 두산 타자들이 짧은 이닝내에 역전 점수를 뽑아낼 수 있을것으로 판단하셨어요? 솔직히 어제 경기는 7회 찬스를 놓친 다음에는 경기에 미련을 버리고 오현택 선수나 박정배 선수를 돌리는 것이 맞는 경기였습니다. 한마디로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 죠.

하여간 유동훈 선수가 조금 소모되긴 했지만 진 경기에 고창성 - 임태훈 선수를 모두 써버린 두산이 더 타격이 크네요. 오늘은 제발 광주에 비가 왔으면 합니다. 아울러 임태훈 선수는 오늘 그냥 서울 보내서 쉬라고 하세요. 연패해서 3위가 되도 좋습니다. 3년차밖에 안되는 어린애를 잡아서야 쓰겠습니까. 태훈이는 두산의 미래니까 그냥 2군 보내서 선발 전환을 시키시던가요. 제발요!!!!

2009/07/10

비련의 화인 - 김성종 : 별점 3점

비련의 화인 - 6점
김성종/해난터

잘나가는 상사맨 홍상파와 아내 송묘임의 초등학교 1학년 딸 홍청미가 유괴된다. 형사 허걸과 조태가 전담반으로 편성되어 수사에 나서지만, 범인은 홍상파에게서 몸값 1억을 교묘하게 탈취하는데 성공하고 결국 청미는 시체로 발견된다. 허걸과 조태는 끈질긴 수사 끝에 유력한 용의자로 과거 송묘임의 연인이었던 장만두를 검거하지만 의외의 사실이 밝혀진 뒤 진범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데....

80년대 한국 추리소설로 김성종 선생님의 대표작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추리소설에 대한 저 자신의 내공이 너무 부족한 듯 싶던 차에 우연찮게 구하게 되어 읽은 작품입니다.

제목이 뜻하는 바를 잘 모르고 읽었는데, 작품은 상당한 "정통" 유괴극이어서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당시 (80년대) 유명했던 몇몇 유괴사건 (영화 "그놈 목소리"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었죠?)를 의식한 듯한 설정이긴 하지만 작품 전체적으로 상당히 탄탄하고 범인과 경찰과의 두뇌싸움도 치밀하게 그려지고 있어서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김성종 선생님의 막강한 필력으로 써내려간 유괴당한 아이 부모의 심리묘사가 탁월해서 작품에 몰입시키는 맛이 잘 살아있거든요. 몸값 1억원은 당시 금액으로는 어마어마한, 지금 가치로 한 10억은 되는 돈 같아서 더욱 흥미진진했고요.

추리적으로도 괜찮습니다. 크게 두가지 트릭이 등장합니다. 가장 중요한 트릭은 유괴범이 돈가방을 바꿔치는 트릭인데 잘 고안되어 있더군요. 약간 어설퍼 보이지만 나중에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며, 당시 시대상도 충실히 반영하고 있어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알리바이 트릭도 깔끔했습니다. 트릭 자체는 별거 아니긴 한데 트릭을 밝혀내는 과정이 참신했을뿐 아니라 너무나도 치밀하지 못해서 좀 순진해 보이는, 어설퍼 보이는 트릭이라는 것이 외려 관련된 캐릭터와 잘 어울리고 현실적으로 보였거든요. 그 외에 경찰의 수사 과정 등도 잘 묘사하고 있어서 "추리물"로 보기에 충분한 수준을 갖추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사회파, 특히 모리무라 세이이치 작품 ("한낮의 유괴" 등) 분위기와 유사하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재미가 절반정도 분량이었다는 겁니다. 결국 청미가 시체로 발견되고 난 뒤부터는 이야기가 뜬금없이, 한마디로 막 나가기 시작해 버리거든요. 쓰면서 이거저거 이야기를 가져다 붙힌 티가 팍팍납니다.
예를 들면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점과 범인의 동기에 대해서는 상당히 설득력있게 설명하고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동기"에 있어서 이야기 중반에나 등장하는 인물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은 것은 공정하지가 못하죠. 아무리 생각해도 페어플레이가 아니에요.
그리고 혈액형 관련 설명은 장황하기는 한데 지금 시점에는 상식이라 지루할 뿐이었으며 진범의 행동이 "오버" 였다는 점은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냥 이혼을 하면 깔끔했을 것을 왜 이런 거창한 연극을 하는지가 도저히 설명되지 않거든요.
무엇보다도 결국 경찰이 어떤 증거를 포착하지 못하고 잠복을 통해 검거한다는 결말은 너무 쉽게 간 느낌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범인들이 서로 만날 이유가 사실상 전무한데도 불구하고 설명없이 그냥 대충대충 넘어가고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고요. 검거 후 결국은 범인의 "자백"을 통해서 사건이 해결되는 결말 역시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결말이기도 해서 당쵀 마음에 들지 않네요.
그 외에도 청미가 죽은 과정이 어처구니가 없고 불필요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 등도 감점 요소였습니다. 조금만 더 치밀하게 전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군요.

국내 추리소설계의 거장이신 선생님의 작품이라 제가 이런 말을 드리는 것도 죄송스럽기는 하지만,
1.초반부터 장만두 캐릭터를 드러냈어야 함.
2. 강치수의 다이잉메시지인 "243"에 대해서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했어야 함.
3. 2번과 연관하여 범인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를 보여줬어야 함
4. 송태하 같은 불필요한 캐릭터 (송묘임의 동생들)는 싸그리 정리했어야 함.
5. 홍청미가 죽어야 하는 다른 결정적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음

으로 완성되었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김성종 선생님의 인기와 명성이 허언이 아니라는 증명이 될 만한 작품이었으니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의 80년대 추리소설을 계속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 초등학생 1학년으로 나오는 피해자 홍청미양이 저보다 단지 2살이 어릴뿐이라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지금은 한국 나이로 35살......^^

2009/07/08

2009.7.8 두산베어스 대 SK 와이번스 잠실경기 요약 - 허세뇨의 재발견!

2009.7.7 두산베어스 대 SK 와이번스 잠실경기 요약 - 오늘은 제발 비가 내리길!

<두산베어스의 여신 한채영! 파울볼 유저 Epilogue님의 사진>

또 이겼습니다. 거참.... 요미우리 출신이자 2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글로버 대 듣보잡 미국 더블A 출신이자 6점대 방어율을 기록중인 세데뇨의 맞대결. 필승조는 어제 전부 나왔고... 아무리 생각해도 두산이 밀리는 게임인데, 정말 야구 몰라요.

뭐 수훈갑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5이닝 무실점의 세데뇨 선수와 결정적인 투런포를 친 최승환 선수를 꼽고 싶습니다. 물론 8점이나 낸 만큼 타자들 모두 고루고루 잘 했어요. 사실 세데뇨 선수는 결코 잘 던졌다라고 하기는 좀 애매한 투구이긴 했지만 어쨌건 볼넷이 두개밖에 없다는 것은 고무적이었습니다. 두목은 오늘 좀 부진했는데, 뭐 잘 쳐 주겠죠. 언제나 기대치는 해 주니까 큰 걱정은 안합니다. 아울러 폭투와 6개나 되는 사사구로 자멸한 글로버 선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홈런 판독은 제가 시청하면서는 처음 봤는데 신기했어요. 그런데 고젯 타구도 홈런 맞지 않나요? 그 관중 없었으면 넘어가는 볼일텐데. 덕분에 투런포가 나왔으니 더 좋았지만.

그러나 고창성 - 임태훈 선수를 또 소모했다는 것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1군 투수가 11명으로 알고 있는데 오늘 던지는 것을 보니 유희관 - 오현택 선수 모두 일단 제구는 된다는 점에서 4 ~ 5점 이상 차이나는 경기에서는 중간을 좀 믿고 맡기는게 어떨까 싶어요. 오늘 오현택 선수 전혀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안정된 제구력으로 3연속 삼진을 뽑아내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거든요.

마지막으로....두산킬러 김광현 선수가 선발로 내정된 내일은 정말정말 비가 오기를 간절히 빕니다. 두산팬님들 모두의 소원이 하늘에 닿으면 아마, 소원이 이루어질거에요....^^;;

어쨌건 육성형 용병 허세뇨의 성공신화가 계속되길 바라며, 위닝시리즈가 계속되길 바라며! 파이팅 허슬!두!

파리의 밤은 깊어 - 노엘 칼레프 / 김두남 : 별점 2점

 

파리의 밤은 깊어 - 4점
노엘 칼레프 지음, 김두남 옮김/해문출판사

간만에 본업(?)인 추리소설의 포스팅인 것 같네요. 이번에 읽은 작품은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로 이미 접한 프랑스 작가 노엘 칼레프의 데뷰작인 "파리의 밤은 깊어" 입니다. 제 고전 선호 취향 탓에 집어든 작품이죠.

사건은 마약 운반책으로 일하며 사랑하는 약혼녀와의 행복을 위해 조직 탈출을 꿈꾸는 바스티앙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아르메니아인" 조직의 라이벌인 조직을 찾아가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자신의 탈출을 보장해 줄 것을 의뢰하죠. 그래서 라이벌 조직은 바스티앙의 축구공 대신 안에 "폭탄"이 들은 축구공을 주고 폭탄을 아르메니아인에게 가져다 주라고 합니다. 하지만 바스티앙의 실수로 동네 꼬마들 축구공과 공이 바뀌어 버린뒤 파리 경찰, 범죄조직, 꼬마들, 병원 등 다양한 사람들과 얽히고 섥힌 하룻밤의 대 소동이 시작됩니다!

일단 읽으면서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줄거리 요약만 봐도 비슷하지요? 마약을 운반하는 운반책과 범죄조직, 그리고 시한폭탄을 동네 꼬마들과 바람난 남편, 이탈리아인 떠벌이 트럭 운전사, 꼬장꼬장한 병원장과 간호사들을 한데 묶어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소해 보이는 일에서 시작되어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리는 사건들, 복잡한 이야기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에 대한 묘사 등 기본 뼈대가 그야말로 형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똑같습니다. 또한 마약을 숨겨 운반하는 축구공에 대한 아이디어 말고는 추리소설이라고 부를만한 요소가 거의 없는 범죄-서스펜스-스릴러 물이기 때문에 추리적인 요소가 거의 없다는 것, 그리고 추리적 요소가 없는 대신 폭탄을 찾고자 하는 경찰과 방송의 노력을 한발자국씩 빗겨나가는 폭탄 주인의 모습 같은 서스펜스 요소가 굉장히 강력하다는 것도 역시 동일하고 말이죠. 

그러나 이러한 서스펜스들이 대부분 우연에 의지하고 있으며,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에 비한다면 아무래도 범죄조직이 등장하고 살인 청부나 총격전 같은 묘사가 많기때문에 블랙코미디적인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유쾌함이 떨어질 뿐 아니라 마지막에는 결국 무고한 형사가 사망하는 등 뒷맛까지 찝찝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더군요. 무엇보다도 반전같지 않은 반전이 포함된 결말이 가장 큰 감점요소입니다. 지금 읽기에는 너무 뻔하고 낡은 결말이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50년대 프랑스 추리소설에 대해 관심이 없으시다면 챙겨보실 필요는 딱히 없을 것 같네요. 차라리 영화에 더욱 더 잘 어울렸을 것으로 보이기에 영화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혹 온다면 그때 챙겨보시는 것이 더 나을테고 말이죠. (그런데 영화가 나오려나...)

2009.7.7 두산베어스 대 SK 와이번스 잠실경기 요약 - 오늘은 제발 비가 내리길!

아악~!!! 비가 안와!!!!

<두산베어스의 여신 한채영! 파울볼 유저 Epilogue님의 사진>



저의 걱정을 비웃듯이 4-2로 이겼습니다. 겨우겨우 이긴 경기긴 하지만요^^;;

수훈갑은 SK타선을 2점으로 틀어막은 투수진 모두와 김현수 - 김동주 선수겠죠. 투수진은 강력한 SK 타선을 잘 봉쇄했고 김현수 - 김동주 선수는 모든 타점을 합작했으니까요. 아울러, SK의 거의 모든 찬스를 끊어먹은 이호준 선수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좋았던 점은 정수빈 선수의 부활과 실패를 딛은 이용찬 선수의 깔끔 마무리를 들고 싶습니다. 아쉬점이라면 5번 이원석 - 지명 민병헌 선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인데 최준석 선수가 정상 기용이 여전히 어렵다면 차라리 3번 민병헌 - 4번 김동주 - 5번 김현수 라인업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도 어쨌건 5연패를 끊어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임태훈 선수의 투구이닝과 투구수가 심각해 보이기에 오늘은 선발이 세데뇨 선수이니만큼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아예 지려면 시원하게 지던가, 아니면 제발 비가 좀 왔으면 하네요.

아! 그리고 손시헌 선수도 쾌차했으면 합니다. 덧붙여 전 사실 이재우 선수가 보복성 빈볼을 던져줬으면 했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고의가 아니라 실수더라도 팀의 센터라인 모두가 몸에 공을 맞고, 그중에 한명은 실려나갔더라면 팀의 의지는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요?

어쨌건 파이팅 허슬!두!

2009/07/07

아악~!!! 비가 안와!!!!

만세! 내일부터 장마가 시작된답니다! 주중 내~내!!!


하늘도 무심하시지!!!!!!

DMC역!

"디지털 미디어시티 역"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7 - 10점
와카스기 키미노리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응? 한국에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역이?
어쨌건 한번 가보고 싶네요. 여기서 열차를 타고 지옥으로! 크라우저 전하에게로 고고씽!

2009/07/06

만세! 내일부터 장마가 시작된답니다! 주중 내~내!!!

이게 왜 스포츠-야구 카테고리인지는 두산 팬들이시라면 다들 아시겠죵^^


한주동안 잘 추스려서 투타 모두 정상 전력으로 주말을 임했으면 합니당!

2009/07/03

에이트리 전자사전 신제품 출시

신제품 2종이 한꺼번에 오늘 출시되었습니다.

두 제품의 특징으로는 동영상 재생능력이 강화된 점(avi 기준 최대 800*600 해상도)과 3개국어 원어민 발음이 지원된다는 점 등이고 무엇보다도 풀 터치 스크린에 펜타그래프 키보드를 탑재한 고사양 스펙임에도 가격이 착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싶네요. (각각 268,000원 (L-20) / 288,000원 (S-20))

비록 시장이 비수기이고 경쟁사 제품도 출시된 상황이기도 하지만 스펙과 가격만 놓고 볼때 시장에서의 반응을 기대해 봅니다.

에이트리 퐈이팅!

2009/07/02

인사동스캔들 (2009) - 박희곤 : 별점 2.5점


400년전 사라졌던, "몽유도원도"에 화답한다는 의미의 전설적 그림인 안견의 "벽안도"가 일본에서 발견되고, 벽안도를 손에 넣은 미술계의 큰 손 갤러리 '비문'의 배태진 회장은 복원전문가 이강준을 꼬드겨 벽안도 복원에 착수한다. 벽안도를 국가에 기증한다고 발표하지만 사실은 복제하여 일본에 팔아넘길 속셈이었다. 벽안도 복원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단 1년! 하지만 갤러리 비문과 벽안도를 노리는 의문의 사고가 하나둘씩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올 상반기에 개봉해서 100만명을 약간 넘기는 흥행을 기록한 영화죠.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사기"를 다룬 영화, 특히 "그림"과 "복원"에 관련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극장가서 볼 마음까지는 들지 않았었는데 마침 모 채널을 통해 유료로 볼 수 있게 되어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좋은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진작부터 관심이 있었던 미술품과 복원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잘 그려지고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림이 자연스럽게 살아난다는 "회음수"에 대한 묘사는 완전 구라였지만 다른 묘사는 아주 괜찮았어요. 이러한 "복원" 관련 묘사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니 잘 표현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당연한걸 잘 못하는 작품도 많았으니까요^^ 또한 미술품 사기에 대한 묘사들도 여러가지 장치들을 사용하여 설득력있게 표현되고 있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과거 고 박봉성 선생님의 동양화 사기극을 다룬 만화를 연상케 하기도 해서 더욱 반가운 부분이 있었고요.

그러나 그 이외에는 좋은 점수를 주기가 힘드네요...
먼저 캐릭터들. 너무나 정형화된 엄정화의 배태진 회장과 김래원의 이강준 캐릭터 묘사는 굉장히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카리스마넘치는 여성 보스와 능글능글하며 뒷통수를 칠 준비를 하는 휘하의 전문가.... "타짜"하고 뭐가 다르죠? 게다가 엄정화는 김혜수가 겹쳐보일 정도의 화장과 의상같은 비쥬얼과 연기를 영화 내내 보여줌으로 인해서 코즈프레 모방작 같다는 느낌을 영화 내내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냥 봐도 이대나온 여자 같더라고요. 그래도 엄정화는 캐릭터 자체는 소화를 잘 했는데 김래원은 정말이지 전혀 이강준역에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국내 최고의 복원전문가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 연령대와 외모의 비쥬얼이라 - 복원한다는 놈이 작업복도 거의 안입고 양복입은채로 복원을 하는 등 - 설득력이 정말이지 제로였어요. 김래원이라는 배우가 흥행 파괴력을 가진 배우는 아닌데 구태여 이렇게 젊은 배우를 이강준 역에 꼭 썼어야 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최소한 40대 이상의 배우였어야 이러한 전문가적 식견이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되더군요.

또한 이야기 구조도 불필요하게 사건을 벌이는 탓에 혼란스럽습니다. 물론 영화에서는 빠른 호흡으로 여러가지 사건들을 숨가쁘게 전개하기에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얼렁뚱땅 넘기기는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예를 들면 왜 이강준이 중간 시점에서부터 배태진 회장의 돈을 훔치고 그림을 훔치는 등의 일을 벌이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계획한 대형 사기를 벌이는데 이러한 곁가지 사건들은 괜히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마이너스로만 작용할 뿐인데 말이죠. 마지막의 반전 역시 효과적이고 통쾌한 맛은 있긴 합니다만... 애시당초 배태진이 이강준에게 복원을 의뢰하는 당위성이 전혀 표현되어 있지 않아서 역시나 어설퍼보였습니다. 아울러 곁가지 사건들 때문에 불필요한 등장인물들이 많은 것 역시 감점 요소로 상당히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전 아나운서 최송현 캐릭터가 대표적인데, 몇몇 사건에서 양아치 짓거리 하는거 말고는 도무지 이야기에 도움이 안되는 존재라 왜 나왔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습니다...

때문에 감독의 욕심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러한 쓰잘데 없는 이야기와 캐릭터는 날려버리고 복원과 미술품에 신경 쓴, "갤러리 페이크" 같이 이야기의 또다른 주인공인 "작품"에 보다 집중하는 내용이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강준에 대한 설명을 좀 더 앞부분에서 강화하여 이강준이 국내 최고의 복원 전문가라는 것을 보여주고 불필요한 이야기 없이 복원의 어려움, 복제에 대한 긴장감을 좀 더 잘 드러내며 진행하다가 막판에 다른 동료는 없이 권마담만의 도움으로 그림을 바꿔친다는 식으로 갔더라면 훨씬 깔끔하고 극의 몰입도도 높아졌을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주연배우도 좀 더 연륜있는 배우로 교체하고 말이죠.

그래도 사기극을 다룬 작품으로 보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각본에, 앞서 말했듯 빠른 호흡으로 숨가쁘게 끝까지 달리는 맛은 잘 살아있고 마지막 반전도 그런대로 효과적이라 무료한 주말 후를 보내는데에는 적합했던 수준이었다 생각은 됩니다. 동양화와 미술계를 무대로 한 설정도 신선했고요. 장황한 감점요소를 전부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평균은 되는만큼, 별점은 2.5점입니다.

2009/07/01

2009.7.1 두산베어스 대 히어로스 목동경기 요약 - 전 선발투수 2명이 말아 잡쉈수

2009.6.24 두산베어스 대 롯데자이언츠 사직경기 요약 - 눈물과 감동의 승리 ㅠ.ㅠ

<두산베어스의 여신 한채영! 파울볼 유저 Epilogue님의 사진>

제목 그대로입니다. 전 선발투수 2명이 아주 자~알 말아 잡순 경기되겠습니다.

어차피 선발 김성배 선수에게는 큰 기대는 없었어요. 한 4이닝 3실점 정도? 생각보다 일찍 내려가긴 했지만 여기까지는 예상 범위 안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에 나온 김상현 선수가 일반 션~하게 한번 털어주셨죠. 0.1이닝 2실점! (분식회계로 1실점은 김성배 선수에게 얹어주긴 했지만) 낮은쪽으로 너무 제구가 안되니 연신 쳐맞을 수 밖에 없죠. 그렇잖아도 무서운 영웅네 타선인데.... 그래도 두산 타선은 꾸준히, 그리고 상대 실책 등으로 점수를 추가해서 결국 5-4 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합니다. 여기에는 3.1이닝을 1실점으로 꾸역꾸역 잘 막아준 오현택 선수 공이 컸죠. 그닥 빠르거나 위력이 있어보이지는 않았지만 완급조절과 위기관리가 돋보였습니다. 그러나 운명의 7회말. 두산의 4번째 투수는 전 선발투수 김명제! 느껴지는 뜨거운 불의 기운! 역시나 올라오자마자 최근 드럽게 안맞고 있던 브룸바에게 2루타! 또 2루타! 또 2루타!! 모든 안타를 장타로 쳐맞으며 퐈이아!!!! 그리고 사실상 게임은 끝났습니다. 이거 니코스키 영입이 투수진에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활약들이라 뭐라 할 말도 없네요....

타선은 그 이후 9회초에 3점을 추가하여 7점이나 내 줬으니 할만큼 한거고, 김상현 - 김명제 전직 선발투수 2인의 사실상 실점인 5실점만 덜어냈더라도 해볼만한 경기였을텐데 아쉽네요. 그나마 수확이라면 이보근 - 오재영 - 신철인 선수라는 나름 영웅네의 중간계투를 끌어내 많은 공을 던지게 하며 득점에 성공했다는 정도겠죠.

덧붙여 감독님! 제발 김상현 - 김명제 선수는 아마추어인 제가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2군으로 좀 내려서 컨디션 조절을 하게 해 주면 좋겠습니다. 이제 두 선수가 나오면 솔직히 전혀 기대가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오늘 잘 던진 오현택 선수 등을 잘 써먹는게 나을것 같아요. 그리고 이대수 선수가 대체 왜 안나오는 겁니까? 이성렬 선수대신 우익수에 집어넣어도 이대수 선수가 7만배는 잘할 것 같습니다... 제발요~!!!

일본살인여행 - 니시무라 교타로 : 별점 2점


아오모리와 아키다현에 걸쳐있는 토와도 호의 오피스텔에서 한 여성이 경찰에 신고를 한다. 여성의 이름은 이세키 유키로 스스로가 자신의 언니를 사고사로 위장하여 살해한 뒤 보험금을 타내 달아난 후루끼 야스오를 살해했다는 것. 그러나 후루끼 야스오는 유키의 칼에 맞기 전 이미 교살당한 상태였다는 것이 부검결과 밝혀진 뒤 진범을 찾기위한 수사가 시작되고, 경시청 수사 1과의 토츠가와 경감은 대학시절 친구인 변호사 이세키 유키의 변호사인 나까무라의 부탁으로 후루끼의 보험 사기에 대한 재수사 및 후루끼 살인사건에 본격적으로 몸담게 된다.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였던 후루끼의 옛 친구이자 보험사기의 공범자였던 시로이와 오까베 역시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사건은 점차 미궁에 빠지는데...

바로 직전에 읽었던 "히다다까야마에서 사라진 여인"의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의 다른 작품입니다. 관련한 자료를 찾다가 우연찮게 웹상에서 발견하게되어 읽게 된 작품입니다. 개인이 번역한 것을 올려놓은 것 같은데 저작권에 문제는 물론 있겠지만 그래도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작품이고 출간될 일도 별로 없을 것 같아 염치불구하고 읽어버렸네요.

이 작품은 "히다다까야마에서 사라진 여인"과 유사한 "여정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원제는 제목에서부터 "토와다 지방"에 대한 것을 강조하고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해운대로의 살인 여행" 정도 될려나요?) 그만큼 토와다를 중심으로 아오모리와 아키타 지방의 다양한 명승지에 대한 이야기가 사건의 주요 장소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워낙 중요한 장소들과 도로에서 사건이 벌어지기에 이 지방 사람들은 아주 좋아했을것 같기도 합니다. (아, 이걸 노린건가?)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실망스럽네요. 제일 첫 사건인 후루끼 살인 사건에서 시작된 사건은 그 뒤로 무려 4명이나 더 살해당하는 엄청난 연쇄살인극이긴 하지만 곳곳에 헛점 투성이라 이야기의 짜임새가 굉장히 부실합니다. 예를 들자면 제일 먼저 후루끼 살인 사건을 들 수 있는데, 범인은 이 사건을 다른 용의자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서 약간의 공작을 펼치지만, 곧바로 용의자가 될법한 후루끼의 옛 친구를 두명모두 차례로 살해해 버립니다. 한명이라도 실종상태로 시체를 유기했거나 했더라면 사건이 미궁에 빠졌을텐데도 그런 당연한 발상 자체는 아예 등장하지를 않더군요. 또한 후루끼의 유서를 조작했다라는 것 역시 범인이 자기한테만 유리하게 꾸민 뒤 자연스럽게 유서가 발견되도록 했더라면 뒤의 사건들은 벌어질 이유조차 없었다라는 측면에서 상식을 벗어난 말도 안되는 전개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애시당초 유서 조작부터가 말도 안되고요.

그리고 사건 전개, 추리의 흐름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대충 넘기는 것도 여전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어떻게 시로이에게 한적한 곳에서 청산이 든 음료수를 마시게 했나? 라는 것 (도저히 사람이 그냥 지나가기 어려운 오지였으므로), 그리고 후루끼 그림의 가치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무한 것 등입니다.

그나마 기대했던 시리즈 캐릭터 토츠가와 경부의 모습도 이 작품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자기 자신만의 추리를 통해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그 뒤에 단서를 모아 범인을 옭아매는 모습은 여전한데... 이 작품에서는 범인을 체포할 단서가 없습니다!! 오히려 범인에게 뒤통수를 맞고 친구이자 대학동창인 나까무라 변호사마저 자살하게 되는 등 제대로 체면만 구깁니다. 결국 끝까지 범인은 체포하지도 못하고 훗날을 기약하니 이거참... 독특한 엔딩이기는 한데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이야기를 읽다보니 정말이지 범인을 체포할 방도가 없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제가 읽었던 니시무라 교타로 작품 중에서도 최악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불법(?) 컨텐츠로 읽었기에 처음에는 찜찜한 기분이었지만 다 읽고나니 미안하게도 돈주고 사보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갈 정도였거든요. 범인이 결국 승리하는 독특한 엔딩이 기억에 남는달까요? 문제는 이 독특함조차 작가의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겠죠..... 별점은 2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