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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0

자칼의 날 - 프레데릭 포사이드 / 석인해 : 별점 4점

자칼의 날 - 8점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석인해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알제리 용병 출신의 우익 테러단체 OAS는 드골 암살이라는 궁극의 목적이 계속 실패하고, 조직의 핵심인물이 체포되는 등 시간이 갈수록 와해 위기에 처한다. 이에 OAS는 최후의 수단으로 조직 외의 인물인 프로 암살자를 고용할 것을 결정한다. 그리고 선택된 영국인 암살자 "자칼"은 거금을 받고 곧바로 행동을 개시한다. 한편 프랑스 정부 역시 OAS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채고 OAS의 핵심인물인 코와르스키를 납치 고문하여 그들의 계획을 알아낸다. 그리고 최고의 수사관이라 할 수 있는 르베르 총경에게 자칼 수사를 맡긴다...

프레드릭 포사이스 (프레데릭 포사이드?)의 대표작이자 암살물의 최고 걸작인 고전중의 고전으로 드디어 읽게 되었네요. 오래전 본 영화 탓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제가 기억하는 영화는 브루스 윌리스가 어울리지도 않는 자칼로 나온 영화가 아닌 1973년 영화입니다) 소설을 읽기가 꺼려져서 손대지 않고 있었는데 부산으로 여행갈 일이 생겨 집어들었다가 완전 몰입해서 읽어버렸습니다.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네요.

일단 영화와의 차이점이라면, 영화에서는 자세히 언급되지 않는 드골 암살의 배경을 굉장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더군요. 용병 출신으로 이루어진 우익 무장 테러조직 OAS와 당시 프랑스 정치상황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동기가 보다 잘 드러나고 있을 뿐 아니라, 잘 몰랐던 부분에 대한 현학적인 욕구도 충족시켜 줄 정도로 상세한 자료조사가 바탕이 되었기에 디테일하면서도 설득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저에게는 선악이 모호한 프랑스 경찰과 OAS의 대립 구도가 특히 신선했어요. 양쪽 모두 행하는 방식에 있어 "선"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집단들이더라고요.

또한 자칼이라 불리우는 암살자의 암살 계획 및 행동 역시 더말할나위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칼이 계획을 위해 오랜 기간동안 서서히 준비를 갖추어 나가는 장면에서의 묘사는 그야말로 이런 장르문학의 바이블이라 해도 될 정도로 잘 짜여져 있습니다. 급작스럽지 않으면서도 모든 일에 대비하는 프로의 자세가 문장 하나하나에 묻어날 정도이니까요. 예를 들자면 가장 중요한 "총기"의 반입방법이라던가 (지금은 전미 (응?)가 다 알 정도의 유명한 장치이지만 처음 영화로 볼때 기발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은 알루미늄 원통!) 다양한 위장신분의 확보, 기타 상세한 계획에 대한 모든 것이 정밀한 설계도처럼 그려집니다.

이러한 뛰어난 킬러에 대적하는 프랑스 경찰 르베르 총경의 활약 역시 만만치 않기에 작품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아 떨어지는 것 역시 높은 점수를 줘야 하는 부분이죠. 얼마 안되는 단서만 가지고 비밀리에 수사를 해야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서서히 자칼을 궁지에 몰아넣는 과정의 흡입력이 대단하거든요. 추리소설사에 길이 남을법한 뛰어난 경찰이자 암살범의 호적수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뒷부분의 정보가 새는 루트를 밝혀내는 부분에서의 포스가 인상적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물론 지금 읽기에는 조금 아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제일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자칼이라 불리우는 암살범의 신원을 조사하는 과정인데, OAS의 "돈", 즉 "착수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이 가장 빠르지 않았을까요? OAS 핵심인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안에서 훤히 감시하는 프랑스 경찰조직인데 왜 이러한 돈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의문이었습니다. 또한 자칼을 서서히 궁지에 몰아넣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운"이 개입된다는 것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초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영국 경찰의 활약이 결국은 소문에 의지한 "감(感)수사" 일 정도였으니까요. 아울러 자칼의 "최종 목표"를 거의 파악한 단계에서는 아무리 자칼의 운이 좋다고 하더라도 빠져나가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에 공정한 승부로 보이지는 않더군요.

무엇보다도 프로로서의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인 "자칼"이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서 그의 성공을 기원했기에 (역사를 바꿀 수 없기에 당연한 결말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의 허무한 최후는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자칼이 성공하는 작전이 등장하는 외전이나 속편이 나오면 좋겠는데 말이죠. 쩝.

그래도 서스펜스와 스릴이 각 문장, 페이지마다 살아서 숨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빠져들어 버렸습니다. 그야말로 부산까지의 거리가 짧을 정도였어요. 이후 등장했던 "피닉스" 등과 같은 아류작, 또는 암살물의 범작에 비해 수준이 다른 내공의 깊이와 재미를 뽐내는 그야말로 고전명작이죠. 21세기인 지금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아날로그적인 향취를 가득 내 뿜으면서 그 당시에서 뽑아낼 수 있는 모든 재미를 뽑아서 담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별점은 4점.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들은 작품이기에 저의 별점따위야 중요하지도 않은 작품이긴 하죠. 5점을 줘도 충분하지만 위에 적은 몇몇 안타까운 요소들 더하기 동서출판사의 엉망인 번역으로 1점 감점했습니다. 좋은 번역이었더라면 아마도 만점을 받았을지도? 동서판 번역으로 읽은게 후회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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