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련의 화인 - 김성종/해난터 |
잘나가는 상사맨 홍상파와 아내 송묘임의 초등학교 1학년 딸 홍청미가 유괴된다. 형사 허걸과 조태가 전담반으로 편성되어 수사에 나서지만, 범인은 홍상파에게서 몸값 1억을 교묘하게 탈취하는데 성공하고 결국 청미는 시체로 발견된다. 허걸과 조태는 끈질긴 수사 끝에 유력한 용의자로 과거 송묘임의 연인이었던 장만두를 검거하지만 의외의 사실이 밝혀진 뒤 진범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데....
80년대 한국 추리소설로 김성종 선생님의 대표작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추리소설에 대한 저 자신의 내공이 너무 부족한 듯 싶던 차에 우연찮게 구하게 되어 읽은 작품입니다.
제목이 뜻하는 바를 잘 모르고 읽었는데, 작품은 상당한 "정통" 유괴극이어서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당시 (80년대) 유명했던 몇몇 유괴사건 (영화 "그놈 목소리"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었죠?)를 의식한 듯한 설정인데, 전체적으로 상당히 탄탄하고 범인과 경찰과의 두뇌싸움도 치밀하게 그려져서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김성종 선생님의 막강한 필력으로 써내려간 유괴당한 아이 부모의 심리묘사도 작품에 몰입시키게 만들어 주고요. 몸값 1억원은 당시 금액으로는 어마어마한, 지금 가치로 한 10억은 되는 돈 같아서 더욱 흥미진진했습니다.
추리적으로도 괜찮습니다. 크게 두가지 트릭이 등장합니다. 가장 중요한 트릭은 유괴범이 돈가방을 바꿔치는 트릭인데 잘 고안되어 있더군요. 약간 어설퍼 보이지만 나중에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며, 당시 시대상도 충실히 반영하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알리바이 트릭도 좋았어요. 트릭 자체는 별거 아니긴 한데 트릭을 밝혀내는 과정이 참신했고 치밀하지 못해서 좀 순진해 보이는, 어설퍼 보이는 트릭이라는 것이 외려 관련된 캐릭터와 잘 어울리고 현실적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경찰의 수사 과정 등도 잘 묘사하고 있어서 "추리물"로 보기에 충분한 수준을 갖추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사회파, 특히 모리무라 세이이치 작품 ("한낮의 유괴" 등) 분위기와 유사하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재미가 절반정도 분량이었다는 겁니다. 결국 청미가 시체로 발견되고 난 뒤부터는 이야기가 뜬금없이, 한마디로 막 나가기 시작해 버리거든요. 쓰면서 이거저거 이야기를 억지로 추가한 티가 팍팍납니다.
예를 들면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점과 범인의 동기에 대해서는 상당히 설득력있게 설명하고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동기"에 있어서 이야기 중반에나 등장하는 인물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건 공정하지가 못하죠. 아무리 생각해도 페어플레이가 아니에요.
그리고 혈액형 관련 설명은 장황하기는 한데 지금 시점에는 상식이라 지루했으며, 진범의 행동이 "오버" 였다는 점은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냥 이혼을 하면 깔끔했을 것을 왜 이런 거창한 연극을 하는지가 도저히 설명되지 않거든요.
무엇보다도 결국 경찰이 어떤 증거를 포착하지 못하고 잠복을 통해 검거한다는 결말은 너무 쉽게 간 느낌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범인들이 서로 만날 이유가 사실상 전무한데도 불구하고 설명없이 그냥 대충대충 넘어가고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고요. 검거 후 결국은 범인의 "자백"을 통해서 사건이 해결되는 결말 역시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결말이기도 해서 당쵀 마음에 들지 않네요.
그 외에도 청미가 죽은 과정이 어처구니가 없고 불필요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 등도 감점 요소였습니다. 조금만 더 치밀하게 전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군요.
국내 추리소설계의 거장이신 선생님의 작품이라 제가 이런 말을 드리는 것도 죄송스럽기는 하지만,
1.초반부터 장만두 캐릭터를 드러냈어야 함.
2. 강치수의 다이잉메시지인 "243"에 대해서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했어야 함.
3. 2번과 연관하여 범인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를 보여줬어야 함
4. 송태하 같은 불필요한 캐릭터 (송묘임의 동생들)는 싸그리 정리했어야 함.
5. 홍청미가 죽어야 하는 다른 결정적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음
으로 완성되었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김성종 선생님의 인기와 명성이 허언이 아니라는 증명이 될 만한 작품이었으니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의 80년대 추리소설을 계속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 초등학생 1학년으로 나오는 피해자 홍청미양이 저보다 단지 2살이 어릴뿐이라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지금은 한국 나이로 35살......^^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재미가 절반정도 분량이었다는 겁니다. 결국 청미가 시체로 발견되고 난 뒤부터는 이야기가 뜬금없이, 한마디로 막 나가기 시작해 버리거든요. 쓰면서 이거저거 이야기를 억지로 추가한 티가 팍팍납니다.
예를 들면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점과 범인의 동기에 대해서는 상당히 설득력있게 설명하고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동기"에 있어서 이야기 중반에나 등장하는 인물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건 공정하지가 못하죠. 아무리 생각해도 페어플레이가 아니에요.
그리고 혈액형 관련 설명은 장황하기는 한데 지금 시점에는 상식이라 지루했으며, 진범의 행동이 "오버" 였다는 점은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냥 이혼을 하면 깔끔했을 것을 왜 이런 거창한 연극을 하는지가 도저히 설명되지 않거든요.
무엇보다도 결국 경찰이 어떤 증거를 포착하지 못하고 잠복을 통해 검거한다는 결말은 너무 쉽게 간 느낌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범인들이 서로 만날 이유가 사실상 전무한데도 불구하고 설명없이 그냥 대충대충 넘어가고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고요. 검거 후 결국은 범인의 "자백"을 통해서 사건이 해결되는 결말 역시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결말이기도 해서 당쵀 마음에 들지 않네요.
그 외에도 청미가 죽은 과정이 어처구니가 없고 불필요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 등도 감점 요소였습니다. 조금만 더 치밀하게 전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군요.
국내 추리소설계의 거장이신 선생님의 작품이라 제가 이런 말을 드리는 것도 죄송스럽기는 하지만,
1.초반부터 장만두 캐릭터를 드러냈어야 함.
2. 강치수의 다이잉메시지인 "243"에 대해서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했어야 함.
3. 2번과 연관하여 범인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를 보여줬어야 함
4. 송태하 같은 불필요한 캐릭터 (송묘임의 동생들)는 싸그리 정리했어야 함.
5. 홍청미가 죽어야 하는 다른 결정적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음
으로 완성되었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김성종 선생님의 인기와 명성이 허언이 아니라는 증명이 될 만한 작품이었으니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의 80년대 추리소설을 계속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 초등학생 1학년으로 나오는 피해자 홍청미양이 저보다 단지 2살이 어릴뿐이라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지금은 한국 나이로 35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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