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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7

작전 (2009) - 이호재 : 별점 3점

 


연극영화과 출신의 개미 강현수 (박용하)는 수년전 선배에게 당한 주식사기를 교훈삼아 5년에 걸쳐 개인투자자 인생을 살고 있는 인물. 그러던 중 조폭 출신의 사업가 황종구 (박희순)이 작전 중인 주식을 건드린 그는 황종구에게 오히려 스카웃 된 뒤 무려 600억짜리 주식 작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작전 프로젝트는 부실 건설회사 대산토건이 환경벤처 "한결"을 인수 합병하는 정보를 먼저 입수하여 대산토건 주식을 매수하여 주가를 올린 뒤 처분하려는 작전!

이번 주말에 와이프와 같이 감상한 영화입니다. 국내 최초의 주식 작전을 다룬, "스팅"과 같은 일종의 "범죄 - 사기"영화로 넓게 보면 추리영화로 볼 수도 있는 작품이죠.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어쨌건 쟝르는 추리 / 호러 + 영화!)

영화를 보면서 제일 놀랐던 점은 영화가 기본적으로 "코미디"라는 점입니다. 때문에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흡사 유쾌하고 경쾌하면서도 치밀한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느낌마저 드는데 (앞서 말한 "스팅", 혹은 "오션스 일레븐" 등) 이러한 작품의 매력은 주식을 가지고 벌이는 "작전"과 그에 얽힌 세력들의 다툼을 상당히 잘 그리고 있으면서도 주인공의 동생이 미생물학과 출신이라는 등의 여러 설정들과 나름 잘 짜여진 복선의 삽입, 그리고 코믹한 에피소드와 대사들의 유효적절한 사용 등의 디테일도 치밀하게 구성한 각본의 승리로 보여집니다. 그만큼 각본이 아주 괜찮았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비호감이었던 박용하씨 연기가 상당히 괜찮아서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극장에서 안 본 이유는 박용하씨 존재 이유가 가장 컸는데, 그러한 저의 생각이 미안해질 정도로 마스크나 그간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별볼일없는 개미 연기를 능청스럽게 잘 소화하고 있거든요. 그 외의 조연들, 특히 김무열씨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놈은 꼭 처절하게 망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 정도였어요^^ (박희순씨의 조폭출신 사업가 연기도 좋았습니다만 이 캐릭터는 누가 했어도 비슷한 수준은 뽑아줬을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김민정씨 연기는 불만스럽더군요. 결국 악역도 아니고 조연이라고 하기에도 캐릭터의 비중이 애매한 캐릭터이긴 한데 그나마 있는 매력도 잘 살리지 못했어요. 한창 유행한 "팜므파탈" 캐릭터를 삽입하려다 실패한 케이스랄까요? 뭐 애시당초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유명 정치인들의 비자금을 독점 관리한다는 설정자체가 에러죠. 고두심씨 정도가 등장했더라면 모를까.

그리고 실제 "작전"이라는 측면만 놓고 본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주식을 한지 5년이 넘어가기는 하지만 주구장창 손해만 본 개미라 그다지 주식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600억이라는 돈을 들여서 주식 시장에서 작전을 한다면 짧은 기간동안 승부를 보고 나오기에는 불가능하지 않나 싶더군요. 2만원짜리 주식이라면 총 300만주를 매집한건데 하루 거래량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한달에 걸쳐 서서히 팔아야 하는 물량으로 보이거든요. 팔다가 지칠거 같아요....
그리고 "한결"이라는 유망한 바이오벤처를 합병하는 것이 호재인데 이 "한결" 합병 이전에 대산토건이라는 회사가 오래갈것 같지 않은 부실기업으로 소개되고 있어서 설득력이 상당히 약했습니다. 대주주인 사장이 나중에 주식을 모두 정리하고 도망가는 묘사까지 나오는 부실기업이라서 결국 모회사의 부도로 인해 같이 나자빠질 가능성이 높아보였거든요. 국책 과제로 선정되어 다른 곳에서 투자를 받아 투자금 반환하고 자력갱생하여 유망한 회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영화에서처럼 대산토건 주식에 올인한 박용하는 결국 쪽박이었을테고 말이죠. 하여간 이 "한결"과 "대산토건"이라는 회사의 관계는 그다지 명쾌하게 설명되지 못한 측면이 강합니다.
덧붙여, 박용하 캐릭터가 연극영화과 출신이라는 복선을 좀 더 잘 활용했더라면 어떨까 싶은데 그것까지는 좀 무리였겠죠?

그래도 주식 작전에 대해 복잡하지 않게 잘 설명하면서도 재미있고 유쾌해서 주말 한나절을 보내기에는 충분했던 영화라 별점은 3점입니다. 선량한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지는 엔딩도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제가 아주 좋아하는 끝마무리이기도 하죠. 제발 영화에서처럼 선량한 사람들이 돈버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각본과 감독을 모두 소화한 이호재 감독의 데뷰작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의 작품이라 차기작도 기대가 됩니다. 차기작도 유쾌하고 선량한 작품을 찍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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