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4/11/30

주성치 신작 "쿵푸허슬" 예고편!

예고편
내년 1월 개봉이군요. 주성치가 미국시장 본격 진출의 야심을 품고 2000만불을 들였다는 전설적 화제작... 너무 기대됩니다!
미국 전국 개봉이 사실인 듯 세계 배급 자체가 컬럼비아 트라이스타네요.
"소림족구"는 파괴력이 약했지만 이 영화는 미국에서 대박나서 성룡에 이은 또다른 탑스타가 되길 바랍니다. (윤발이 형과 연걸이는 좀 약했죠...)
예고편만 봐도 흥미진진합니다. 퀵타임 사이트에서 제대로 된 화질로 다시 감상해 봐야겠습니다.

2004/11/28

지름신 강림까지는 아니지만...^^

벌써 5년째 쓰고 있는 가방이 많이 낡아서 요사이 가방을 관심있게 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는 와중에 걸린 제품은 바로 요거!
NAVA Design의 EGO 숄더백입니다. 펀샵에서 발견했죠.

제일 먼저 디자인이 깔끔하니 심플해서 마음에 들었고 제 업무 성격상 A4파일과 서류를 가지고 다닐 경우도 많은데 이 정도면 크기도 적당하고 캐쥬얼과 정장 다 어울릴 것 같습니다. 좀 더 작은 사이즈로 좀 더 싸게 팔기는 하지만 A4보다 작으므로 일단 패스!

원하는 스타일을 파악 했지만 가격이 부담되므로 좀 더 싸고 괜찮은 제품을 계속 찾아볼까 합니다. 사실 가방값에 10만원 넘게 지불하는 것도 좀 부담되더군요.

이래 저래 연말에 관심가는 제품만 눈에 많이 들어오니 큰일입니다. 내년에는 연봉이 좀 오르려나... 하아...

실화극장 죄와 벌 - 주병진 강간치상 사건 -

2000년 11월,(주)좋은사람들의 대표이사 겸 개그맨으로 유명한 주병진이 여대생을 강간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팬들은 물론 동료 연예인들로부터 존경과 부러움을 받았던 그는 이 사건으로 그 동안 쌓아왔던 명예를 하루아침에 잃고 말았다.


#여대생,개그맨 주병진에게 강간당해 경찰 신고
2000년 11월 19일 새벽,한 여대생이 개그맨 주병진에게 자신이 강간을 당했다는 신고를 했다. 경찰 진술서에서 강민지(당시 26세,실명)는 눈물로 호소를 했다.
H호텔 가라오케에서 평소 서로 알고 지내던 언니 김자영(예명),후배 신희수(예명)와 술자리를 갖던 중 민지는 호텔에서 나와 집에 가려는 자신을 주병진이 데려다주겠다며 호텔 주차장의 차로 끌고 가 뒷자석에 강제로 밀어 넣어 저항하는 자신을 폭행한 후 강간을 했다고 주장했다.

#벤츠 승용차 안에서의 진실
강간을 당했다는 강민지의 주장에 주병진 측은 다음과 같이 맞섰다. 자신의 차가 주차된 위치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호텔 현관 앞이었고, 또 강민지는 스스로 차 뒷자석에 탔으며 서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대립되면서 사건은 법정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강민지는 재판 중에 진술을 여러 번 번복하고 주병진에게 합의금까지 받았음을 폭로한다. 그녀는 주병진이 2억으로 합의를 요구, 강간이 아니었다는 진술을 하기로 했으나 무고죄가 두려워 모든 사실을 밝힌다고 말했다

#합의금으로 강간사실 무마,주병진 징영선고
사건의 쟁점이 강민지가 스스로 조수석에 타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느냐는 것, 또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갖고 주병진이 그저 뺨을 두드려서 생긴 상처인가 폭행을 한 후 강간을 한 것인가를 두고 법정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병진이 강민지에게 합의금을 준 사실은 결정적으로 불리한 작용을 했다. 실제 정액이 채취되지 않은 사실과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호텔 벨맨 등의 증언이 있었다.그러나 재판부는 강간치상에 대한 합의금 사실을 인정하며 주병진에게 징역2년6개월, 집행유예4년을 선고한다.

#순진한 여대생이 술집 여 종업원? 강민지 꽃뱀의 의혹
그러나 1심 판결 후 강민지에 대한 소문과 제보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날 변호사 앞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강민지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녀는 순진한 여대생이 아닌 술집 종업원이고, 현재 술집에 종사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에 주병진의 동료,선,후배인 이휘재,이성미,김자옥은 강민지를 잠복 추적하며 진실을 밝히려 한다. 결국 강민지는 룸살롱에서 이휘재와 마주치게 된다.

#강민지의 정체는 무엇인가?
주병진은 함소심을 준비하던 중 변호사로부터 강민지가 학생이 아닌 룸살롱 여직원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변호인 측은 자긴의 신원에 대해 거짓 진술 한 것은 신빙성이 없음을 주장하며 강민지가 소속되어 있다는 룸살롱을 찾아가 주인을 증인으로 신청한다. 이에 검사 측은 강민지가 학교에서 제적당한 것을 몰랐기 때문에 학생인 줄 알았고, 피해자가 술집에 나가는 것은 개인 사생활일 뿐이고 프라이버시임을 주장하며 첨예한 대립을 한다.

#궁지에 몰린 강민지,자신의 동생과 비슷한 수법 사용
변호인 측은 당시 사건 현장을 재현하며 상황을 예로 들며 차 뒷좌석에서는 강간을 당하기가 힘들다는 점, 그리고 강제로 강간을 당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옷이 찢어지지도 않은채 멀쩡했음을 증거로 들었다. 이에 검사 측은 피해자가 주병진과 동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면 가방을 맨 채로 있었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양측의 팽팽한 주장 가운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증인으로 출석한 한 룸살롱 주인 최범수(가명)의 증언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강민지의 동생(예명)에게 이와 같은 방법에 의해 강간범으로 몰렸다가 무명을 벗었다며 증언대에 섰다.

#재판정을 뒤흔든 충격적 폭로, 그리고 증거 조작
뿐만 아니라, 1심에서 증언을 했던 강민지 친구들의 증언 번복은 관계자를 놀라게 했다. 이들은 1심에서의 증언과는 달리, 피해자 강민지가 친구 신희수(예명)를 시켜 자신의 얼굴을 때리게 해 상처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강민지가 이 대가로 친구에게 이천만원의 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또한 강민지가 위장 자살을 계획했다는 새로운 증언까지 내놓았다. 게다가 강민지는 처음 주병진으로부터 받은 합의금 2억을 법정 증인으로 출석한 친구들과 분배,이태리 명품 여행에 모두 탕진한 사실이 드러난다. 결국 주병진은 무죄 판결을 받고 강민지는 해외 불법 체류로 행방이 묘연한 상태에서 지명 수배중이다.


집에서 주말에 뒹굴거리다가 우연히 케이블 TV를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2003년에 방송한 것이니 상당히 옛날 방송이군요.

1심과 항소심을 1, 2부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는데 상당히 드라마로서 긴박감이 있었고 실존 인물들이 실명으로 (물론 대역이지만) 등장하고 당시 자료화면을 많이 써서 사실감을 높인 것도 좋았습니다.

궁금했던 사건이었는데 결말을 잘 몰랐었기때문에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1차적으로 주병진이 거액으로 합의하려한 사실때문에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게 되었는데 항소심에서 여자측의 치밀한 작전이 서서히 드러나며 결국 무죄로 판명되게 되었습니다. 완전범죄(?)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여자측이 별로 득될것이 없었던 재판까지 끌고간 행동과 여자측의 숨겨진 과거가 밝혀진 것이 불리했고 결정적으로 친구들의 배신(?)이 치명타가 되어 버렸네요.

주병진의 문란한 사생활과 돈으로 해결하려한 처음의 행위는 분명! 잘못한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상황을 몰고가면 멀쩡한 사람 강간범 되는게 정말 순식간일 것 같습니다. 어쨌건 꽃뱀한테 잘못 걸린 주병진씨는 앞으로 액땜한 셈 치고 열심히 사시길 바랄 뿐입니다.

PS : 옛 듀스의 김성재 사건도 재 조명 되면 좋겠는데 말이죠... 전 아직도 그 애인이었던 여자의 범행이라 믿고 있습니다.

2004/11/26

치사량

간만에 근처사는 친구 만나서 생일파티 겸 해서 술을 먹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술이 달고 잘 받길래 좋았는데 이래저래 먹다보니 치사량을 넘어 버렸네요. 2병 먹은것 까지는 기억나는데.......

필름이 2년만에 끊겨봅니다. 확실히 나이드니 예전과 다르더군요. 덕분에 오늘은 저녁때까지 회사에서 정말 죽는줄 알았습니다. ㅠ.ㅠ

안경도 잃어버리고 속도 쓰리고 이래저래 속상하군요. 물론 술은 잘 먹긴 했지만 이제 좀 자제해야 겠습니다. 내일은 안경이나 새로 맞추러 가야 겠군요.

지하인간 - 로스 맥도널드 / 강영길 : 별점 3점

지하인간 - 8점 로스 맥도날드 지음, 강영길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루 아처는 우연히 6살짜리 소년 로니를 알게 된다. 로니의 부모는 이혼 직전으로 로니의 아버지 스탠리 브로더스트는 아들과 미인 여대생 수전 크란돌을 대리고 어머니 엘리자베스 브로더스트의 산장으로 여행을 떠난다.
산장 근처에서 산불이 나자, 로니의 어머니 진은 루 아처에게 로니를 데려와 줄 것을 의뢰하지만 산장 근처에서 스탠리의 시체가 발견된다. 스탠리가 평소 15년전에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간 아버지 리오의 행방을 쫓고 있었다는 것과 이 아버지의 행방이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됨을 깨달은 아처는 로니와 함께 사라진 수전의 행방을 뒤쫓으며 사건의 과거를 파고들어 진상을 알게 된다.


국내에 출간된 루 아처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말년인 1971년에 발표된 작품. 발표 당시의 평도 무척 좋았죠. 그동안 계속 벼르다가 형이 생일선물로 구입해 주어서 이제야 읽게 되었네요. 아래와 같은 전형적인 패턴의 루 아처 시리즈입니다.

루 아처 패턴 :
1. 우연히 루 아처가 사소해 보이는 사건을 의뢰받는다.
2. 루 아처가 사건 조사 중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3. 관계자들을 조사하니 서로 복잡한 과거의 사건에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4. 결국 진실이 밝혀지며 관계자 반 정도는 죽거나 다친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약하고 보호를 원할 뿐더러 원치않는 사건에 휩쓸려 자신을 잃게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연민을 표현하는 특유의 여성관과 정신 분석에 대한 깊이 있는 묘사 역시도 시리즈 다른 작품들과 유사했고요.
또 루 아처 시리즈의 장점인 인간의 야비하고 무서운 속성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스릴과 서스펜스 속에 잘 녹이고, 사건 자체에 대한 진상과 맥락을 치밀하게 정리하여 나름의 추리적인 만족감을 전해주는 점도 잘 살아 있습니다. 얼핏 보면 아무 관계없어 보이는 살인사건과 등장 인물들간의 연관성이 과거의 '한 사건'에 맞춰지며 그에 따라 모든 등장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를 통해 복선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죠. 항상 가정은 파탄나고 결딴다는 루 아처 시리즈 중에서는 유별나게도 나름의 안정(?)을 찾는 크란돌 가족이 그려지는 것은 좀 이색적이었습니다만...

그러나 아미스테드 부부와 제리 킬패트릭 같이 이야기 전개에 별 도움 안되는 불필요한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혼란스럽다는 점과 단서보다 정황에 의한 추리가 많다는 약점까지 전작과 비슷한 것은 좀 아쉽네요. 보다 단순화해도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미국 사회에 있는 일종의 정신적 공황과 부도덕, 범죄를 추리소설로 묘사하며 나름의 문학적 수준까지 끌어올린 루 아처 시리즈는 평균 이상의 재미를 항상 보장하는, 언제 읽어도 볼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PS : 비슷한 풍의 제임스 옐로이의 하드보일드와 비교하면 이 당시만 해도 참 순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무서워지기까지 합니다.......

2004/11/24

죽음의 사냥개 - 애거서 크리스티 / 정성희 : 별점 2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해문출판사
드디어! 크리스티 여사의 단편집 전권을 완독했습니다.
이 작품집은 11편의 단편이 수록된 작품집인데 코난 도일경처럼 말년에 심령현상에 심취했던 여사의 취향을 반영하듯 대부분 심령 호러물로 채워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목차와 쟝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죽음의 사냥개 - 심령 호러 (?)
  2. 집시 - 심령 호러(?)
  3. 등불 - 심령 호러
  4. 아서 카마이클 경의 기묘한 사건 - 심령 서스펜스 (?)
  5. 목련꽃 - 심리 드라마
  6. 개 다음에 - 드라마
  7. 이중 범죄 - 추리
  8. 말벌 둥지 - 추리
  9. 의상 디자이너의 인형 - 심리 서스펜스
  10. 이중단서 - 추리
  11. 성역 - 추리

그런데 호러와 서스펜스를 표방한 대부분의 작품이 21세기 독자의 시각으로는 참 심심하더군요.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해주지도 않으면서 공포의 실체조차 두리뭉실 표현해 버리는 점이 역시 빅토리아 여왕 시대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썰렁했어요.
포함되어 있는 4편의 추리물 역시 단편집 전체의 성격을 반영하듯 전체적으로 시시한건 마찬가지입니다. 포와로가 활약하는 "이중범죄"와 "말벌 둥지", "이중단서" 3편 모두 대단한 사건다운 사건없는 영국 시골에서 벌어지는 촌극 느낌이고, 마플양의 "성역" 역시 추리물적인 성격도 적을 뿐더러 마플양 작품 같지도 않거든요.
트릭적으로 본다면 그나마 "이중범죄" 쪽이 제일 추리 성향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닥 신선하지도, 흥미롭지도 않으며 "이중 단서"는 로사코프 백작부인이 처음 등장하여 포와로와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줄 만 하지만 그냥 그뿐이었고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전체적으로 크리스티 여사의 단편집으로 보기에는 기대 이하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차라리 심령 미스터리 쪽으로 가려면 더 화끈하고 더 무섭게 가는 것이 좋았을텐데 말이죠. 단편집을 완독했다는 성취감은 크지만 그 이상의 즐거움을 찾아보기는 어렵군요.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번째 작품인 표제작 "죽음의 사냥개"는 한 수녀의 고대로부터 전해진 일종의 초능력과 그 비밀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정직하게 흘러가다가 끝나는 것 같아 별다른 반전의 묘미가 느껴지지 않아 아쉽네요.

두번째 작품 "집시"는 사람의 운명을 예견하는 집시에 대한 이야기로 내용이 별로 설득력이 없을 뿐더러, 갑작스러운 마지막 해피엔딩이 당황스러운 작품입니다.

세번째 작품 "등불"은 저택에 살고있는 굶어죽은 아이의 유령과 새로 이사온 가족의 이야기인데 결국 새로 이사온 가족의 아이가 죽은 다음 유령이 2명이 된다..는 어떻게 보면 섬뜩한 이야기로 그나마 제일 무서울 만 한 작품입니다. (물론 현대 독자의 시각으로는 많이 썰렁합니다만)

네번째 작품 "아서 카마이클 경의 기묘한 사건"은 꽤 유명한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산 때문에 의붓아들 아서 카마이클 경에게 고양이를 대입시키는 묘한 최면을 거는 계모의 이야기죠.
줄거리 자체는 상당히 참신하고 결말 또한 제법 설득력 있지만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다섯번째 작품 "목련꽃"은 일종의 심리 드라마입니다. 한 여자가 남편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사랑했지만 남편때문에 배신한 다른 남자에게 찾아가 남편의 죄를 증명하는 서류를 받아오는 순간 자신이 남편에게도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는 내용으로 상당히 공감가는 이야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여섯번째 작품 "개 다음에"는 애견때문에 오히려 불행해져가는 한 여성이 개의 자살과도 같은 죽음 직후에 새로운 인생을 되찾게 된다는 드라마인데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심리 묘사는 탁월하지만 글쎄요....

일곱번째 작품 "이중 범죄"는 포와로 단편입니다. 포와로가 헤이스팅스와 같이 버스 여행 중 만난 아가씨의 귀중품 도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소품입니다. 사건이 소박한 만큼 내용도 그다지 멋진 트릭이나 전개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이 작품집중에서는 트리물 적인 요소가 강했다고 보여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멍청한 (?) 헤이스팅스를 잘 보여주는 부분만 재미있었습니다.

여덟번째 작품 "말벌 둥지"는 케이블 TV에서 이미 영상 버젼으로 감상한 작품으로 어떤 단편인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보게 되었네요. 한 남자의 자살-살인을 병행하려는 계획을 포와로가 미연에 방지하는 내용으로 영상 버젼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은 극적인 요소가 별로 없이 무미건조하게, 평이하게 흘러갑니다.

아홉번째 작품 "의상 디자이너의 인형"은 의상 디자이너들이 한 벨벳 인형에게 어느날 문득 공포를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그냥 그뿐입니다. "사랑받고 싶었다"라는 결론은 허무할 뿐이고요.

열번째 작품 "이중 단서"는 포와로가 보석 도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용의자도 4명뿐이고, 트릭도 러시아어와 영어의 알파벳을 이용한 트릭이라 대단치 않습니다. 그나마 포와로 작품에서 라이벌로 등장하는 백작부인의 첫 등장이라는 점에서만 점수를 줄 만 합니다.

마지막 작품 "성역"은 미스 마플이 깜짝 찬조 출연하는 작품인데 추리적 요소는 거의 전무합니다. 살인사건이 등장하지만 내용 자체는 도난 당한 보석에 관한 이야기로 소품이기도 하고요. 단서도 의뢰인이 다 찾은 것으로 마플양은 경찰을 부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어드바이저 정도의 역할 뿐입니다. 마플양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처져보인다는 것은 제 생각 뿐일까요? 

2004/11/23

바이센테니얼맨 - 아이작 아시모프 / 로버트 실버버그 : 별점 2.5점

바이센테니얼 맨 - 6점 아이작 아시모프 외 지음, 이영 옮김/좋은벗

인구가 점차 감소하며 로봇의 노동력이 부각되기 시작한 21세기, 우스름(USRMM)사의 양전자 두뇌 로봇 NDR-113이 과학 기술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실력자 마틴씨의 집으로 인도된다. 그는 앤드류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며 가정의 대소사와 아이를 돌보는 일에 주력하다가 어느날 미적 감수성을 깨닫게 되며 그날 이후 앤드류는 서서히 인간다움, 인간성에 대해 고민하며 연구를 통해 자기의 몸을 개조하고 인간에 가까워지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200년을 산 사나이, 아니 로봇 앤드류 마틴의 일대기입니다. 대작가 아시모프의 유작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로빈 윌리엄스의 영화로도 친숙한 작품이죠. 원래 영화로 먼저 알려졌는데 저는 영화는 좀 보다가 말아서 결국 소설로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모프의 그 유명한 로봇 3원칙을 바탕으로 하여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로봇의 이야기로 어떻게 보면 조금 낡은 소재일 수도 있는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을 던지는 책이죠. 

사실 지금 보면 조금 낡아 보일 수도 있는 주제라 생각되지만 나름의 감동과 재미는 충분히 전해줍니다. 특히 200년을 살아오며 가까운 인물들을 하나씩 떠나보내며 스스로를 개량하고 개조하여 점차 인간에 가까워지는 앤드류의 모습은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의 이야기에 더해 "불사의 존재"와 "평범한 인간"사이를 줄타기하는 내용까지 겹쳐져 흥미롭습니다. ( 다른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불사의 존재와 떠나가는 주변인들간의 애잔한 느낌은 별로 없이 건조하게 쓰여지긴 했지만 뭐 이건 아시모프 스타일이니 그렇다 치고요.) 

아시모프의 대부분의 작품이 그러하듯 소설적으로 썩 재미는 없었지만 과연 미래 세계에 인간이란 존재가 어떻게 정의될지에 대한 노작가 나름의 해답이라 생각되며 그 해답은 결말부분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앤드류의 모습에 겹쳐진다고 할 수 있겠네요. 별점은 2.5점. 영화도 마저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조국 (Father land) - 로버트 해리스 : 별점 3점


그들의 조국 - 6점 로버트 해리스/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1964년 독일이 유럽에 천년제국을 건설한 시대, 총통 히틀러의 75회째 생일을 1주일 앞두고 베를린 외곽 하벨 호수에서 발견된 신원미상의 시체에 대해 사법경찰 살인 담당 수사관 사비에르 마르크가 조사를 착수한다. 
시체의 정체는 폴란드 총독부의 고위 관료이자 SS 여단장 출신인 요제프 뷜러 박사로 밝혀지고 그의 수첩에 적혀있던 인물 중 빌헬름 스튜칼트 (내무성 장관 출신) 역시 살해되며 또다른 인물인 마틴 루터 (외무성 차관 출신)는 실종된다. 

 잇달은 과거 고위 관료들의 죽음과 실종 뒤에 모종의 흑막이 있음을 눈치챈 마르크는 살로트 맥과이어라는 미국 여기자와 함께 그들의 과거를 집요하게 추적하며 스튜칼트의 아파트 비밀금고에서 발견된 스위스 비밀은행 금고의 열쇠로 그 비밀을 알아내려 애쓴다. 
결국 어떤 비밀에 관련된 서류를 가지고 루터가 미국으로 망명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나 루터는 마르크의 눈 앞에서 저격당하고 마르크는 쫓기는 신세가 되어 버리는데... 

2차대전 관련 저술로 유명한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Fatherland" 입니다. 2차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승전하고 난 뒤 20여년이 지난 1960년대를 다룬 일종의 대체 역사물이죠.  
영국은 일종의 독일 속국이 되고, 처칠과 여왕은 캐나다로 망명가고, 러시아는 남부지방을 잃었지만 계속 동부전선을 유지하여 국지전을 벌이며 미국의 대통령 조셉 케네디는 독일과 일종의 "동맹"(데탕트)을 맺은 1964년이 무대입니다. 
실제 역사물을 보는 듯한 1960년대 승전국 나찌 독일에 대한 리얼한 묘사가 정말 대단하네요. 여객기는 보잉과 융커스 제트기가 함께 쓰이며 경찰도 군인편제로 제편된 군국주의 전체주의 국가. 비밀경찰 게쉬타포가 은밀히 지배하며 절친한 친구가 배신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배신하는 비인간적인 독재국가.

하지만 일반적인 대체 역사물이 아니라 작품 안에서 실존인물들과 2차대전 당시의 유태인 학살, 그리고 당시 주독대사였던 조셉 케네디 (존의 아버지죠)의 언행 등에서 유추하여 상상한, 거대한 국제적 음모가 등장하는 전형적 추리 스릴러의 포맷으로 진행됩니다. 특히나 수사 방법에 있어서 경찰 조직 자체가 재편되어 재구성된 사회에서 어떻게 수사를 진행하는 지 꽤 설득력있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부정축재에 대한 묘사의 상상력도 눈여겨 볼 만 했고요. 
읽고나니 일전에 소개해드렸던 러시아 형사 아르카디 렌코 시리즈의 러시아와 흡사함도 느껴지네요. 전체주의 사회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 하는 여러 인물들 및 설정, 특히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겉도는 주인공 (형사라는 직업까지 같은)에 대한 점은 정말 비슷하니까요. (아울러 번역이 좀 엉망인 점도 비슷...) 하지만 나름대로의 해피엔딩이나 후속작에 대한 여운을 계속 남기는 렌코 시리즈와는 달리 한편으로 완결된 구조라는 점은 큰 차이점이겠죠. 

불만이 있다면 흥행을 염두에 둔 듯한 미국인 여기자와의 로맨스는 사족인 듯 싶다는 점, 그리고 거대한 음모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단서인 서류를 너무 쉽게 찾아내는 등 디테일한 수사 과정에서 쉽게 지나간 듯한 부분이 눈에 띄는 점입니다. 아울러 번역이 조금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 역시 크고요. 

그래도 사소한 불만을 감안하더라도 상상력으로보나 완성도로 보나 대체역사 추리물이라는 흔치 않은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이 작품에 비한다면 아카가와 지로의 "프로메테우스의 딸"이나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그야말로 쓰레기죠. 아 이들은 SF던가?) 별점은 3점입니다. 

 조사해 보니 TV용 영화로 제작되어 국내에 "어둠속의 미스테리"라는 제목으로 비디오로 출시되었네요. 하하하! (다른건 몰라도 룻거 하우어는 정말 적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 헬싱 - 스티브 소머즈 (2004) : 별점 3점



로마 교황청 소속의 특수 요원 "반 헬싱"은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여 싸움에 뛰어든 전사로 그의 새로운 임무는 트랜실배니아의 드라큘라 백작을 해치우고 정통 왕위 계승자들을 보호하는 것.
하지만 이미 왕자는 늑대인간에게 습격당해 늑대인간이 되어 버린 상태이며 안나 공주의 목숨도 계속 위협받고 있었다. 늑대인간이 된 오빠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공주가 위험에 처하게 되고 반 헬싱의 활약으로 겨우겨우 탈출에 겨우 성공하지만 지하에서 우연히 프랑켄슈타인의 몬스터와 만나게 되고 드라큘라가 자신의 새끼들을 부화시키기 위해 몬스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결국 납치된 프랑켄슈타인의 몬스터를 구하고 드라큘라의 야망을 저지하기 위해 드라큘라 성의 비밀입구를 찾아내어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되는데.... 

올 여름을 강타했던 블록버스터 화제작. 드라큘라 소설의 설정만 살짝 가져와서 헐리우드 식으로 각색하여 액션영화를 만들어 내었다는 것에 보고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의외로 보고나니 흥행에 성공할 만 하더군요. 

일단 느낌은 그야말로 "블레이드+007"이라는 생각입니다. 주인공이 뱀파이어에서 늑대인간으로 설정이 바뀌었고, 007의 영국 첩보부가 로마 교황청으로 바뀌었을 뿐 두 영화에서 이미 친숙한 모든 요소들을 동원하여 영화를 끌어나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흥행에서 이미 검증된 요소들만 모아 놨달까요? 더군다나 원래 특수효과가 짬뽕된 과장된 액션을 잘 뽑아내는 감독의 영화답게 액션 장면은 과장되었지만 유쾌하고 흥미진진하게 연출되어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각종 고딕 호러의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초반에 잠깐 등장한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하이드를 비롯하여 프랑켄슈타인의 몬스터, 드라큘라와 그의 3미녀등의 캐릭터들은 설정도 확실하고 원작을 잘 구현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특히 프랑켄슈타인의 몬스터가 잘 표현되어 있더군요. 반 헬싱역의 휴 잭맨이나 수도사 칼 역의 데이빗 웬험, 공주역의 케이트 베킨세일, 그리고 드라큘라 역의 리처드 록스버그 모두 캐릭터에 딱 맞는 호연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의 최강 보스격인 드라큘라 백작과의 사투가 생각보다 무척 시시하다는 점과 몇몇 사소한 점의 의문을 제외한다면 킬링타임용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액션물로는 합격점을 충분히 줄 만 합니다. 그야말로 단순화끈 액션물로는 더말할나위 없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PS : 의문점이 몇개 생겼습니다. 중요하진 않지만..... 
  1. 늑대인간만이 드라큘라를 처치할 수 있다고 하는데 다른 늑대인간들은 맘대로 조종할 수 있는 드라큘라가 왜 반 헬싱만 조종할 수 없었을까요? 
  2. 마지막 사투에서 드라큘라는 그냥 밖으로 날아서 도망가 버리면 되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새끼들을 전부 부르던지... 
  3. 그럼 반 헬싱이 원래 대천사 가브리엘이었다는 이야기인가요?
  4. 마지막에 그 드라큘라의 소굴에서 어떻게 빠져나왔을까요?

2004/11/21

바람의 파이터 - 양윤호 (2004) : 별점 1점


솔직히 개봉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던 최배달의 일대기 "바람의 파이터"이지만 개봉 후 알게된 줄거리 때문에 보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이제야 보게 되었네요.
방학기의 만화 "바람의 파이터" 원작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화 초반의 큰 얼개 "최배달의 도일 - 항공학교 입학 - 종전 직후 미군을 혼내주는 의적활동 - 입산수도 - 가라데 도장 평정 - 승부에서 죽인 상대방 가족을 위한 봉사 - 무사시노의 대혈투"라는 줄거리의 요지만 가지고 온 완전히 다른 작품이거든요.

그러나 원작 대비 좋은 방향으로 각색되지 않아서 실망이 큽니다. 영화적 각색을 위해 친구나 애인을 가져다 붙인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요. 허나 차별받는 조센진 운운하며 극 초 중반까지 민족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고수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이해가 안되더군요. 21세기에 이런 주제로 흥행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니었을까요? 오히려 이 설정 때문에 이야기의 중심이 흔들리며 최배달의 캐릭터 -진정한 강함을 추구하는- 가 상당히 많이 묻혀져 버렸습니다. 최배달이 아무리 진정한 무술인이 되기 전이라지만 길거리 깡패들에게 협박받아 오줌을 싸다니 나원참...
더군다나 억지로 각색하며 캐릭터를 끼워맞춘 탓에 최고 라이벌로 등장하는 가토 7단을 비롯한 여러 무술인들의 캐릭터가 너무 만화적으로 그려지게 된 것 또한 황당합니다. 전쟁때에도 고위 장교였다가 전후에 일본 무술계를 통합하며 언제나 깔끔한 정장만 입고다닌다는 가토 7단의 인물 설정은 정말 왠만한 만화에도 등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치했어요. 한쪽 눈을 가리는 긴머리의 소유자 검객 료마의 캐릭터는 보기만 해도 우스울 정도였으니 할말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문XX군의 코즈프레인가 했습니다)

물론 양동근이 연기한 최배달의 연기는 좋았고 다른 조연들도 기본 이상은 해 주며 음악도 좋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무술"영화 답게 액션 장면에서의 연출과 편집, 효과 역시 뛰어나고요. 위의 결점만 보완했더라면, 즉 원작 그대로 단순명료하게 강함을 추구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생기는 대립만 가지고 이야기를 끌어나갔더라면, 걸출한 영화가 나왔을 것 같기만 해서 아쉬움이 더 하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점. 장점이 없지는 않지만 원작의 팬으로 2시간 가까운 실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최배달이라는 캐릭터를 "민족을 위한 영웅"과 "강함을 추구하기만 한 사나이"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엔딩 나레이션에서 몇마디 말로 끝내버리는 이 영화는 저 개인적으로는 최배달 일대기라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최배달 선생이 살아 있었다면 이 영화 각본가에게 정권지르기를 날려버렸으리라 단정할 수 있습니다. (즉, 죽여버렸을 거다... 이런 말입니다^^)

PS :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역도산"도 우려가 됩니다....

G.I. Joe: Valor Vs. Venom (2004) : 별점 2점

세계 각지에서 미궁의 실종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동물원이 갑자기 습격당하는 등 알 수 없는 위기가 서서히 닥쳐온다. 하지만 G.I Joe 대원들은 눈치 채지 못하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사령관 호크 장군이 납치당하게 된다. 이 모든 사건은 코브라 군단의 계획적인 사건으로 야생 동물의 DNA를 납치한 인간들에게 주입하여 "야수병사"를 만들어 세계를 정복하려는 작전이었던 것. 코브라 사령관은 야수군단의 사령관으로 G.I Joe의 대장 호크 장군을 최강의 야수병사로 만들어 이용하려 한다.
코브라 사령관과 그 심복들, 납치당한 호크 장군

또한 G.I Joe의 이동 미사일 기지를 장악하여 DNA 약물을 전 세계에 살포하려 하는 작전에 돌입하여 미사일 기지를 강탈하는데 성공한다.

가자!!!!! Joe!!!!!!!

이 모든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 듀크 이하 전 대원은 야수 병사를 인간으로 되돌리는 해독제를 개발하여 호크 장군의 구출과 지구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이동 미사일 기지로 돌격하여 코브라 군단과의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되는데....

유명 시리즈 G.I Joe의 최신 버젼 3D 애니메이션 입니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봤는데 의외로 아동용으로 깔끔하게 잘 만든 작품이더군요. 악당과 정의의 편 사이의 선악 배분이 확실하고 유머나 조크도 꽤 잘 살아 있으며 이야기도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과 전투, 결투로 이루어져 있어서 별달리 지루한 맛을 느낄 수 없습니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별 스토리도 없다는 것이 결점이겠지만요^^ 그래도 이런 아동물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재미는 전부 전해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는데 그다지 큰 제작비를 들이지는 않았는지 1대1의 격투 장면 같은 부분은 그다지 효과적으로 제작되지는 않았고 많은 인물이나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이 없어서 범 지구적인 위기를 다루는 크나큰 음모이지만 스펙터클한 맛이 떨어지는 게 조금 아쉽네요.그래도 잔재미가 상당히 살아 있어서 꽤 즐겁게 감상할 수 있던 소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G.I Joe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캐릭터들의 특징이나 이름 같은것이 잘 와 닿지 않았는데 팬이라면 더욱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아동용이라는 전재 하에서 봤을 때 말입니다만....) 물론, 소장가치는 없습니다만. 별점은 2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상당히 멋지다고 생각했던 닌자 캐릭터 카마쿠라의 액션씬을 소개해드립니다. 코브라 군단의 전투기와 맨몸으로 맞붙는 장면인데 편집이나 구도 같은 것이 상당히 괜찮았어요.

2004/11/20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 - 에릭 두르슈미트 : 별점 4점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 에릭 두르슈미트 지음, 강미경 옮김/세종서적

종군기자 출신의 에릭 두르슈미트가 저술한 전쟁 관련 역사서. 목차는

  1.  「하틴의 뿔」전투, 1187년7월4일 - 원칙에 대한 무관심
  2. 아쟁쿠르 전투, 1415년10월25일 - 승리에 대한 집착
  3. 카란세베스 전투, 1788년9월20일 - 콤플렉스와 자신감 부재
  4. 워털루 전투, 1815년6월18일 - 열정과 책임감의 상실
  5. 발라클라바 전투, 1854년10월25일 -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부재
  6. 쾨니히그래츠 전투, 1866년7월3일 - 실패에 대한 감정적 대응
  7. 스피온 콥 전투, 1900년1월24일 - 기술 발전에 대한 무지
  8. 타넨베르크 전투, 1914년8월28일 - 사적 감정에 대한 집착
  9. 탕가 전투, 1914년11월5일 - 정보에 대한 긴장감의 결여
  10. 아라스 전투, 1940년5월21일 - 시대 흐름에 대한 무관심 

입니다. 이 10개의 전투를 서술하고 그 내용 및 승, 패에 대한 요인을 분석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승전보다는 패전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거의 예외없이 전쟁을 수행하는 "리더"의 아집과 무책임 때문에 패했음을 지적하고 있죠.
각 단락마다 그다지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각종 정보를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저널리스트다운 능력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글로 드라마도 잘 살아 있어서 보는 동안 흥미진진하게, 쉬지 않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독일은 예상대로 이긴 내용이 많고 러시아는 1승 1패지만 영국군은 1승 3패 (연합군을 구성했던 전투를 뺀다면), 그나마 근대에 들어와서는 전패군요. 역사에 남는 강대국이라고 보기에는 뜻밖의 전과네요. 어쨌건 개인적으로 가장 웃기는 실패담은 역시 영국군의 "발라클라바 전투" 였습니다.^^ 

여튼, 전쟁 역사라는 쟝르를 좋아하고 상당히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렇게 실패한, 그것도 희대의 실패담만 모아놓은 전투 역사서는 처음 접해보네요. 실패에서 교훈을 얻자는 취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인것 같아요. 일단 "재미" 하나는 확실히 보장해주니까요. 서양 중심의 시각이라는 점으로 약간 감점하지만 재미는 물론이요 자료적인 가치도 충분하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각 전투별 간략한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번째의 십자군 전쟁에서 살라딘이 결정적 승리를 거둔 "하틴의 뿔" 전투는 그나마 유능했던 트리폴리의 레몽 백작의 조언을 정적들의 비판으로 채택하지 않은 "무늬만 왕"이었던 기 왕의 무능력과 무책임, 특히 식수가 없음에도 과감하게(!) 사막을 가로지르는 그 무모함을 냉철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두번째의 "아쟁쿠르" 전투는 100년 전쟁 초기에 헨리왕이 엄청난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수만명의 프랑스 군사를 무찌른 유명한 전투죠. 역시 병력 우위만을 믿고 상대편에게 유리한 진형을 내준 프랑스 지휘관들, 그리고 비 때문에 진흙탕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승리에 도취되어 무모한 돌격작전을 펼친 프랑스 기사들에게 전투 패배의 거의 모든 책임이 있다고 기술합니다. 물론 헨리에게는 기사를 제압하는 거의 유일한 무기였던 영국의 "장궁" 이 있었고 기사도에 위반하는 과감한 작전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패배 요인은 먼저 기술했던 요인에 있다고 보고 있네요.

세번째의 "카란세베스 전투"는 투르크와 오스트리아가 대치중이던 당시, 술 한 통을 둘러싸고 오스트리아군 병사끼리 말다툼 도중 한 보병이 "적군이 온다"고 외친 것 때문에 오스트리아군이 실제 전투도 없이 1만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거나 다쳐 패배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우연이 겹쳐져 일어난 어떻게 보면 불우한 사태이지만 근본적으로 지휘 역량이 없던 황제 요셉에게 모든 잘못이 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네번째의 "워털루 전투"는 사실 나폴레옹이라는 걸출한 천재의 패전의 이야기라 조금 아쉬웠습니다.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나폴레옹이 그다지 잘못한 것은 없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 즉각적 판단이 늦었다는 점, 그리고 휘하의 지휘관들이 무능했다는 점 정도가 나폴레옹의 실책이랄까요....

다섯번째의 "발라클라바 전투"는 위에 언급한 오스트리아 못지 않게 무능했던 러시아군을 상대로 더욱 무능했던 영국 지휘관 이야기입니다. 전설로만 남겨진 기병으로 포병을 향해 정면 돌격한 용감한(!) 영국 기병의 신화를 보여줍니다. 무능할 뿐만 하니라 근본적으로 멍청한 지휘관들때문에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전형적인 이야기인데 그 과정이 너무 황당하고 기막혀서 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여섯번째의 "쾨니히그래츠 전투"는 오스트리아가 패권을 잃게되는 기점이 되는 프러시아와의 전투를 다룹니다. 오스트리아의 장군 베네테크는 비록 용감하고 현실적인, 이 이야기에서 다루어진 지휘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능력이 있기는 했지만 (나폴레옹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대 병력을 통솔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야전 지휘관이었고 전방 부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할하지 못해 결국 숫적으로 열세였던 프러시아 군에게 전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하게 됩니다.

일곱번째의 "스피온콥 전투"는 전사에 길이 남은 유명한 전투는 아니지만 남아프리카 보어인들과 영국인의 보어 전쟁때의 이야기입니다. 역시나 용감한 영국군은 무모하고도 멍청한 작전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만 무식하고도 멍청한 지휘관이 거의 모은 승기를 스스로 포기하며 전투에서 결국 패하고 마는 역시나 전형적인 과정을 보여주네요.

여덟번째의 "타넨베르크 전투"는 1차대전때의 러시아 주력군이 무너지는 전투를 보여줍니다. 이 전투의 패인은 러시아 1, 2군의 지휘관이 서로 앙숙이라는 것, 그래서 1군이 무너질때 2군이 응원을 오지 않았다는 이유이고 지휘관들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하여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결과는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결국 이 전투는 1차대전에서의 참호전으로 인한 독일의 패배 (러시아 군을 막기 위해 프랑스에 진출한 병력을 이동시켰기 때문에 단기전으로 끝날 수 있었던 전투가 장기화 되며 결국 패배로 이어진 결과)를 불러왔고 러시아에는 혁명을 불러오게 된 세계사의 전환점이 된 전투라 할 수 있겠네요.

아홉번째의 "탕가 전투"는 동아프리카 탕가에서 1차대전 당시에 영국-인도 병사 8천명이 탁월한 독일 지휘관 파울 폰 레토브-포르베크 대령이 조련한 원주민 부대 250명(!) 에게 농락당하며 패배한 전투입니다. 총검으로 하는 전투는 끝났다는 사실을 보여준 전투이기도 하고 결정적 순간에 벌떼가 영국군에게 달려들어서 전황이 뒤바뀌는 세계 전사에 길이 남을 희극적인 상황까지 보여주기도 합니다.

마지막 "아라스 전투"는 2차대전때의 독일과 프랑스의 전투입니다. 프랑스가 무너지는 와중에 소수의 탱크로 반격하여 독일군 기갑부대에게 피해를 입힌 아라스 전투가 결국 총통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영국군이 덩케르크에서 무사히 잔존병력을 이끌고 탈출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 바로 그 전투죠. 일선 지휘관이었던 롬멜 등이 만약 명령에 계속 불복종하고 진격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역시 프랑스 지휘부의 무능함을 지적하고는 있지만 나름의 반격은 높이 평가하며 오히려 히틀러와 괴링 등의 무능함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2004/11/19

허어... 가문의 영광이네요.

이런데도 소개되다니 참 신기하네요. 여러분들이 자주 찾아주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요새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는데 이런 이벤트가 생기니 신선하고 기분전환이 되기도 합니다.

하여간, 금주에 있던 일 중에서는 제일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2004/11/17

꿈의 사도 - Riichi Ueshiba

"가면속의 수수께끼"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작가의 작품.

전작 "가면속의 수수께끼"는 주위의 매니아도 많고 볼 기회도 많았지만 저는 제대로 보기가 상당히 힘든 만화였습니다. 독특한 설정과 묘사들은 눈여겨 봐둘만 했지만 스토리와 주제 의식에서 공감을 느끼기는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 "꿈의 사도"도 특유의 성적인 상상력은 여전합니다. (장점이 될 수도 있겠고 단점이 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일단은 전작보다 유쾌한 액션물적인 성격을 많이 취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만 보면 여러명 있는 (9명이 있다고 묘사됩니다) "꿈의 사도"라는 "꿈의 힘을 다루는 자"들이 의뢰받은 괴사건을 해결한다는 흔한 전대 액션물의 설정으로 각 사도들이 각각의 특수 능력으로 악당들과 맞서 싸운다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평범한 내용입니다.

허나 흔한 액션물로 생각하고 본다면 대략 낭패! 이 작품은 오히려 야릇하고 이색적인 러브스토리(첫번째 편은 중학생 소녀들의 레즈비언 경향의 러브 스토리를, 두번째 편은 기계와 인간의 사랑)로 보는게 타당한 작품이에요.
사실 저는 첫번째 이야기부터 이 만화에 반해버렸습니다. 명문 사립 여자 중학교인 "하나비라자카 여학원"에서 발생한 24명의 소녀들의 상상임신 사건... 그 아이들은 이전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의 백합반 동창생들로 사건은 2년전 여자로 꾸미고 학교를 다녔지만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 남자아이 "요코"와 관련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좀 뻔한 이야기가 아닌가 했는데 일본의 "만엽집", "고사기"의 히루코 전설까지 엮어서 보여주는 이야기 전개가 정말로 탁월해요. 모든 이들이 영생하고 모든 이들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이 성취되는 "히루코의 나라"라는 큰 배경을 깔고 작가 자신이 추구하던 소년 소녀에 대한 야한 상상력 + 액션물의 성격까지 짬뽕하여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만든 능력에는 감탄밖에는 할게 없더군요. 특히 마지막에 밝혀지는 "히루코의 나라"의 정체가 돋보입니다.
위와 같이 특유의 지나칠정도로 집요한 디테일의 그림도 여전하고요.

두번째 작품 "광물의 성모"편은 "긴쥬"라는 주인공 소년이 아버지가 만들어 준 인형인 "루루"와 사랑을 엮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루루"에게 생명을 넣기 위한 "돌의 심장", 즉 "현자의 돌"을 노리는 집단인 "헤르메스 교단"이 등장하고 이들에게 "루루"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 "꿈의 사도"들의 도움으로 그들과 맞서던 긴쥬는 결국 아버지가 "루루"를 자신에게 만들어 준 이유를 알게 된다는 내용이죠. 요새 유행인(?) "현자의 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이지만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차용한 설정이나 무한의 사랑을 반복해 나가는 과정의 이야기가 좋습니다.

물론 아직 5편까지 밖에 나오지 않은 듯 해서 전반적인 품평을 하기는 아직 어렵긴 합니다.
또 앞서 장점만 언급했지만 딱! 한가지 지적하자면 탁월한 스토리텔링에 비하면 오히려 너무 만화적이고 작위적인 설정들로 이루어진 "꿈의 사도"들의 존재감이 희박해 보여 아쉽더군요. 심리학 이론에 근거한 여러 디테일하고 자잘한 설정들("상자 정원" 요법 등)이 등장하지만 이야기에 잘 섞이지가 않고 오히려 "만화 캐릭터나 완구의 무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라는 설정의 액션장면만 눈에 띄게 과장되게 묘사되어 겉도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그래도 작가 특유의 일러스트에 가까운 디테일한 묘사와 성적 상상력 (훗^^)에 덧붙여진 독특한, 재미있는 이야기 전개로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울러 보다 귀여워지고 다듬어진 캐릭터까지 있으니 흐뭇하네요. 별점을 주기는 아직이기는 하지면 여태까지는 3.5점입니다.

2004/11/16

If Only - 길 정거 : 별점 2.5점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사랑스런 로맨티스트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와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성공한 젊은 비즈니스 맨 이안(폴 니콜스). 둘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사만다는 일만 생각하고 자신은 자신은 뒷전인 이안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고, 이안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만다가 답답하다. 여러 우여곡절끝에 사만다의 졸업 연주회에 가는 길.. 이안은 '그녀가 있음을 감사하고 계산 없이 사랑하라'는 택시기사의 충고를 들으며 문득 그녀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졸업연주회가 끝나고 식사를 하던 두 사람은 그 동안의 쌓인 감정들 때문에 말다툼을 하고, 레스토랑에서 뛰쳐나와 혼자 택시를 타고 가던 사만다는 이안이 보는 앞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그는 믿지 못할 상황과 마주한다. 자신의 곁에는 그녀가 있고, 그녀가 떠나간 어제가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 이안은 어제의 일들이 단순한 꿈이길 바라며 그녀의 운명을 바꾸려 노력한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보며 그는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안에게 다시 주어진 사만다와의 마지막 하루. 이제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뿐! 그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사랑을 담은 최고의 하루를 선물하기로 하는데...

제니퍼 러브 휴잇 제작 주연의 멜로 영화입니다. 홍보가 부족한지 별다른 광고조차 보이지 않는 곧 잊혀질 영화 같지만 왠지 겨울에 잘 어울리기도 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내용은 왠지 예전에 보았었던 "사랑의 블랙홀"이 조금 연상되기도 하는 전개더군요. 하지만 "사랑의 블랙홀" 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오늘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 이라는 설정이 가장 큰 차이겠죠. 일단 새롭게 시작하는 하루의 일들이 "평행 우주론" 처럼 아주 약간의 오차가 있지만 결국 동일하게 반복된다는 설정은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가장 큰 약점이 드러납니다. 바로 시계가 깨진다던가 사만다가 손을 데는 부분 같은 사소한 일들보다 중요했던 실패한 계약을 새로운 하루에서는 성공한다는 큰 차이점이 생기는거죠. 이러한 큰 변화에 대해 주인공 이안이 전혀 의문시 하지 않고, 단지 사소한 일들의 반복으로 사만다의 죽음이라는 운명을 너무 쉽게 체념하듯 받아들인다는건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달라진 일과를 체크하면서 어떻게든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차라리 아예 같은 내용이 어쨌건 반복되게 되게끔 영화를 이끌어 나가서 이런 모순을 없애고 마지막의 죽음까지 일관되게 처리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 납득하기 쉬운 전개였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면 엔딩 부분의 감동이 훨씬 덜 했겠지만 말이죠. 

뭐 그래도 영화는 멜로물로는 손색없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무작정 울리는 것 보다는 이런 색다른 요소들이 있는 것이 더 재밌었달까요? 최루성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색다른 설정과 드문드문 등장하는 코믹한 장면, 그리고 제니퍼 러브 휴잇 자신이 직접 부른 엔딩 부분의 주제곡 장면 같은 멋진 장면들이 계속 나와주어서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았고요. 무엇보다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 "현재"의 중요성, "하루"의 중요성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몇몇 설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있었지만 멜로물로서 갖춰야 할 미덕에 색다른 설정이 주는 독특한 재미까지 갖춘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PS : 그런데 한때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재림"으로까지 일컳어졌던 제니퍼 러브 휴잇이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요? 영화에서 너무 후지게 나와서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PS 2 : 제니퍼 러브 휴잇이 범상치 않은 가창력으로 직접 부르기는 하지만 주제곡도 연출에 비하면 그닥 좋은 편이 아니어서 좀 아쉽더군요. 뭐 이건 제 개인 취향입니다만....

2004/11/15

야구만화 단상

"H2"의 히데오의 삼진 장면과 "메이저"의 시게노 고로의 명대사

몇번 글을 올렸지만 저는 야구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야구 만화도 무척 좋아하는 편이지요.

그동안 수많은 야구 만화를 봤습니다. 그동안 봐 왔던 만화에서 그래도 뭔가 열기가 느껴지는 것은 역시 고교야구 만화더군요. 아무래도 3년이라는 시간 제한과 하나하나의 승부에 귀중함을 부여하는 토너먼트 제도의 특성 탓이겠죠? 

하지만 간만에 아다치의 "Touch"와 "H2"를 보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청춘 고교 야구 만화의 히트작으로 수많은 팬이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진정한 승부는 빠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Touch의 라이벌 니타 아키오는 중요한 지구대회 결승 시합에서 타석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서 우에스기 타츠야가 아닌 우에스기 카츠야의 볼을 기다린다며 볼을 흘려보내고 H2의 히데오 역시 사랑과 명예가 걸린 중요한 시합에서조차 히로의 볼을 직구만 노리고 변화구를 헛스윙합니다.
야구 시합이 1대1의 격투도 아니고 이런 팀과 동료들을 무시하는 행동이 어떻게 용납될 수 있습니까? 삼진당한 주제에 "진짜 너의 볼이 아니야" 어쩌구 하는 대사나 주워 섬기다니..... 그래서인지 "Touch"와 "H2" 두 작품 모두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진정한 고교 야구 만화로 보이진 않네요.

이런 무책임한 녀석들 보다는 다리가 부러지고 어깨가 작살나더라도 전력을 다하는 "메이저"의 시게노 고로나 "그래! 하자"의 에자키, 진통제를 맞아가면서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루키즈"의 아니야, 그리고 차리킴과의 승부를 위해 새로운 변화구를 계속 개발하는 "달려라 꼴찌"의 독고탁 쪽이 훨씬 멋있습니다. 지더라도 후회없는 승부를 해야죠. 상대가 어찌되었건 전력으로 상대해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스포츠 맨 정신이 아닐까요?

2004/11/14

두산은 내년 시즌의 진정한 "패거리들"이 될 것인가?

병풍연루 선수 신체검사 '공익'…주전공백 '비상'

흠 드디어 발표되었군요. 프로야구 병풍으로 타격받은 각 구단의 대략의 현황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주전 투수들 대부분이 군 입대하게 된 두산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됩니다. 이재영은 이미 구속중이지만 이재우, 이경필, 이혜천, 구자운, 노경은 등 올 시즌 1군 투수의 거의 반수가 군 입대를 하게 되는 군요. 정성훈선수까지 걸렸을줄은 몰랐습니다. 우려했던 박명환 선수는 어쨌건 재검 판정으로 전반기는 소화할 수 있게 되었지만 어떻게 될지... 차라리 빨리 입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체 1군 투수중에 누가 남는지를 세는게 빠르겠네요. 권명철 선수 정도?

SK도 만만치 않은 피해로 이미 구속된 조진호를 비롯 올시즌 타점왕 이호준과 건실한 내야 요원 강혁 선수가 입대합니다. 그나마 이름이 오르내렸던 히팅머신 이진영선수가 빠진 것이 다행이랄까요? 다음에 타격을 입은 팀은 한화, 주전 내야수 황우구가 일신상의 이유로 은퇴를 선언한 중에 주력 타자 이영우와 올시즌 투수진에서 짭짤한 활약을 해준 박정진 선수가 입대하게 되었군요.

그 외에 롯데는 사실상의 유일한 1군 주전 포수 최기문의 재검 여부에 내년 판도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삼성은 시즌 중 덜미가 잡혔던 선수들 이외에 별다른 추가사항이 없고 현대와 LG, 기아도 주력 선수의 이탈은 일단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상 1군의 와해로 인해 내년 시즌은 정말 신인들로 경기를 치루어야 하는 두산, 이상무의 "달려라 꼴찌"에 나왔던 고졸 선수들로만 이루어진 프로팀 "패거리들"이 되어 버렸네요. 11억을 쏟아부은 초고교급 투수 거물 신인 서동환과 김명제에게 독고탁급의 기대를 걸어야 할 듯.... 그나마 타선은 유격수 손시헌 선수를 빼면 그나마 거의 올 시즌 전력을 유지하니 다행입니다. 물론 김동주 선수의 빠른 복귀가 관건이겠죠.

내년 시즌 어쨌거나 꽤 기대가 됩니다. 팀 리빌딩을 위해서라면 타자쪽이 많이 빠져나갔어야 할 것 같지만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그래도 투수진의 피치못할 리빌딩으로 병풍 선수들이 복귀하는 2년 뒤에는 제발 막강 투수력을 갖추길 바랍니다.

아울러 서동환, 김명제 선수의 활약 또한 지켜 보겠습니다.

2004/11/09

병속의 미녀 - 정태원 엮음 : 별점 1.5점

병속의 미녀 - 4점 정원태/이성

다시 접한 정태원씨가 엮은 단편 앤솔러지. 헌책방에서 몇권 구입한 시리즈 중 마지막입니다. 목차는

  • 존 콜리어: 병속의 미녀 / 무서운 교배 / 잠자는 미녀
  • 클라이브 바커 : 수의의 고백 / 섹스와 죽음과 별빛 / 재클린 에스 / 마돈나
  • 아토다 다카시 : 여난 / 이상한 벌레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명의 작가, 9편의 작품의 구성이죠.

그런데 부제가 "미스터리 에로티카"고 책 소개도 에로틱한 미스터리 단편을 모아놓았다고 하는데 선정기준은 의심스럽습니다. 존 콜리어의 작품들은 그닥 에로틱하지도 않고 미스터리도 아니었고 클라이브 바커는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취향의 작품만 실려 있습니다. 그나마 아토다 다카시 작품들이 비교적 괜찮은데 너무 짧은 그야말로 꽁트 길이밖에 안되는 소품이라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더군요. 무언가 좀 부족하고 모호하달까요? 여튼 제 판단으로는 절대로(!) 미스터리는 아니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헌책방에서 구하는 앤솔러지 형식의 단편집은 보통 평균 이상 수준은 되지만 가끔 이런 괴이한 물건이 얻어 걸리곤 하죠.
클라이브 바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에 들었겠지만 저에게는 많이 아쉬운 단편집이었습니다. 그나마 "잠자는 미녀"와 "이상한 벌레"는 독특한 반전과 결말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비교적 추천할만 하지만 나머지 작품은 별로 언급할 필요를 못 느끼겠네요.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병속의 미녀"는 한 남자가 지니가 들어있다는 마법의 병을 사게 된 후 지니를 이용하여 온갖 향락을 즐기다가 병에 자신이 갇히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뻔한 동화의 뻔한 패러디죠...
"무서운 교배"는 한 농부가 시체를 묻은 밭에서 기괴한 호박을 캐내는 이야기입니다. 약간 섬찟하긴 한데 무섭지도 않고 그냥 기묘하기만 했던 작품입니다.

"잠자는 미녀"는 한 부자가 서커스에서 우연히 만난 몇년째 잠을 자는 여인이라는 존재에 마음을 빼앗겨 자신의 거의 전 재산을 동원하여 그녀를 소유하려 하고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잠에서 결국 깨어나게 만들지만 그녀가 깨어난 직후 바로 실망하게 되는 내용으로 외모 지상주의의 현대 사회에 비판을 가하는 듯한 탄탄한 줄거리와 이색적인 반전이 마음에 듭니다.

"수의의 고백"은 한 회계사가 포르노 사업가의 속임수에 빠져 가족과 생활을 잃고 복수를 꾀하다가 살해된 직후 자신의 수의에 빙의하여 마지막 복수를 완성하는 내용인데 클라이브 바커 특유의 디테일한 묘사는 빛을 발하지만 얄팍한 줄거리와 허무한 결말로 그냥저냥한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섹스와 죽음과 별빛"은 클라이브 바커의 다른 단편집 "피의 책"에서 이미 읽은 내용으로 연기에의 정열을 불태우는 일종의 좀비물입니다. 평작수준이라 보여집니다.

"재클린 에스"는 이 단편집에서 가장 특이한 작품입니다. 섹스에 대한 치밀하고도 기괴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기이한 초능력을 가진 마녀와 같은 여인 제클린 에스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잔인하고도 엽기적인, 변태적인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밖에 보이지는 않지만 최소한 그 상상력에는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제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더군요.

"마돈나"도 위의 작품만큼은 못하지만 특이한 작품입니다. 클라이브 바커의 "한밤의 지하철"이 연상되는 "초자연적인 절대자"와 "운명에 휩쓸린 평범한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보면 종교적으로, 하지만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뭐 이것도 그닥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여난"은 평생 여자에게 눌려살던 한 소시민이 자살 직전에 군중들의 이목을 끌고 잠시 다른 세상을 꿈꾸지만 군중들은 바로 미인 여성 자살자에게 이목을 돌리게 된다는 줄거리로 뭔가 공감이 가는 내용이더군요.^^ 짧지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상한 벌레"는 20페이지도 안되는 꽁트입니다. 플라스틱을 갉아먹는 벌레를 발견한 사나이의 이야기인데 짧지만 성형수술에 대한 비판을 담고있는 반전까지 괜찮은 완벽한(!) 작품입니다. 역시 단편의 제왕 아토다 다카시다운 면모를 보인달까요?

옥수수밭의 아이들 - 스티븐 킹 : 별점 2.5점

옥수수밭의 아이들 - 6점 스티븐 킹 지음/영웅

스티븐 킹은 작품성은 그닥 인정하지 않지만 재미랄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재주 하나는 탁월하다 여기는 작가입니다. 다른 책도 몇 권 구입했었는데 이번에 전집이 새로 출판되었더군요. 하지만 집에 이런 저런 스티븐 킹 단편집이 3권이나 있어서 이번에 새로 나온 정식 번역본은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 역시 번역 출판된 책이 아닌 예전에 해적 출판했던 스티븐 킹 단편집입니다. 그래도 정식 번역본의 목차를 조사해 보니 제가 가지고 있는 단편집 3권의 내용이 거의 그대로 들어 있어서 별로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헌책방 만세!

여튼, 간만에 꺼내 읽은 이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작가 서문 : 광기와 공포에 관하여"
  • "그들은 때때로 다시 돌아온다"
  • "부기맨"
  • "악의 다리미"
  • "가짜봄"
  • "예루살렘의 땅"
  • "벼랑 끝에 선 사나이"
  • "옥수수밭의 아이들"

정식 번역본이 아닌 티를 내듯이 번역이 그다지 매끄럽지 않은 것이 조금 거슬리며, 특히 인명이나 지명이 일어 중역의 티를 팍팍 내 주고 있다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뭐 새책 산것은 아니니 불평은 여기까지!)

전체적으로는 스티븐 킹의 전형적인 룰을 따르기보다는 드라마에 신경쓴 단편들이 실려 있습니다. 스티븐 킹 특유의 잔인한 묘사가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는 않는 점 역시 그러한 점을 뒷받침하고요. 덕분에 호러 소설 초심자가 읽기에 적당한 수준의 작품들입니다. "금연 주식회사" 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요.
개인적인 베스트는 "악의 다리미"와 "벼랑끝에 선 사나이" 입니다. "악의 다리미"는 설정과 스티븐 킹의 전형을 잘 따르고 있는 점에서, "벼랑끝에 선 사나이"는 드라마에 굉장히 포커스를 맞춘 심리 단편이라는 점에서 추천할만 합니다. "옥수수밭의 아이들"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결국 등장해서 빼기는 했지만 좋아하는 작품이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그야말로 무난한 단편집입니다. 공포가 조금 약한 편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읽을만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무난한 만큼 호러, 장르소설 입문자분들께 권해드립니다.

작품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들은 때때로 돌아온다>
영화화된 작품이 30여편에 이르는 헐리우드가 사랑하는 작가 답게 90년대 초 영화로 만들어졌던 단편. 어린시절 형을 살해했던 건달들이 20여년이 지나서 자신이 부임한 고등학교에 한명씩 전학와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내용인데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평이한 편입니다. 마지막에 "주술"을 써서 그 건달들을 퇴치하는 결말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고요. 그래도 스티븐 킹 입문으로 적당한 수준의 공포와 재미는 전해 줍니다.

<부기맨>
정신과 의사를 찾아온 한 남자의 독백으로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약간은 특이한 작품. 집 벽장에 숨어있다가 아이들을 전부 죽인 "부기맨"이라는 악령에 대한 공포를 토로하다가 마지막에 그 공포와 대면하게 된다는 내용인데 TV시리즈 "환상특급" 류의 반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상으로 만들어지면 더욱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악의 다리미>
악마가 깃들게 된 세탁기계에 대한 내용인데 특이하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기계에 악마가 깃들게 된다는 상상력도 대단하지만 그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결국 다리미 기계가 정말 괴물이 된다는 마지막 결론이 약간 어처구니 없긴 하지만 스토리텔러로서의 스티븐 킹의 능력이 정말이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죠.

<가짜봄>
"딸기봄 (스트로베리 스프링)"이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작품. "스트로베리 스프링"이라는 지방 특유의 날씨와 맞물리며 주인공에게 대학 학창 시절 벌어졌던 연쇄살인에 대한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는 이야기로 줄거리는 주로 회상 장면을 토대로 진행되는데 "괴물"이나 "악마"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스티븐 킹 작품 치고는 조금 특이했지만 마지막의 반전은 좀 약했습니다. 그냥저냥한 평작이에요.

<예루살렘의 땅>
악마주의 광신자들 교주의 피를 물려받은 가문의 후계자가 광신자들이 거주하던 잊혀진 도시 근처 저택에 살게되며 가문의 과거를 탐색해 간다는 내용. 악마와 광기를 다루는 묘사라던가 조용하게 보여주는 공포가 인상적입니다. 내용의 대부분이 친구에게 보내는 서신 형태로 되어있는 것도 재미있고 간단한 암호트릭이 등장하는 것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단, 대표작으로 알려져있지만 그 정도 작품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네요.

<벼랑 끝에 선 사나이">
공포보다는 심리묘사에 주력한 독특한 작품. 재벌의 아내와 불륜 관계에 빠진 주인공이 재벌의 덫에 걸려 무모한 내기를 하게되는 이야기인데 짧은 시간동안에 벌어지는 복잡한 상황과 심리묘사를 효과적으로 묘사해 내고 있습니다. 스티븐 킹 소설치고는 이례적이지만 "금연 주식회사"같은 시니컬한 맛이 있어서 마음에 들더군요. (물론 "금연 주식회사"같은 멋진 반전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옥수수밭의 아이들>
표제작이죠. 꽤 괜찮은 단편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여러 설정이 상당히 공포를 잘 이끌어내는 편이거든요. 특히 "옥수수밭"이라는 존재를 공포의 토대로 묘사한다던가 아이들만 살고 있는 도시라는 설정 등이 좋습니다. 마지막에 초자연적인 "옥수수밭 신"이 등장하지 않고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말을 이끌어내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생각되지만, 뭐 작가 취향이니까요. 영화화도 되었는데 조사해봤더니 원작 소설의 "설정"만 빌려온 전혀 다른 스토리의 작품이더군요.

2004/11/08

나도 제로의 영역에 가고 싶다!

제목은 좀 거창하지만...제가 운전을 하기 싫어하는 이유를 오늘 생각해 봤습니다.

일단... 저는 면허도 있고 차도 있습니다. 하지만 차를 안 가지고 다닌지 벌써 1년이 넘어가네요.

왜 안가지고 다니느냐?

1. 시간적 메리트가 거의 없다!
집에서 회사까지 지하철 및 도보 합쳐서 55분. 하지만 차를 가지고 오면 빨리 오면 35분, 오래 걸리면 1시간 이상 걸립니다. 결국 시간적 메리트는 평균치를 따져 보았을 때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죠.

2. 무시할 수 없는 교통비!
기름값을 무시할 수 없겠죠? 집에서 회사까지 약 20Km니까 왕복 40Km... 주 5일 타고 다녀도 약 800Km... 제 차가 구형 아반떼 오토이니 리터당 10Km (파격적이지만) 간다고 가정하면 한달에 약 80리터.... 실시간 국제 유가에 따르면 현재 리터당 약 1,400원입니다. 80리터라면 112,000원... 거기에 보험료와 세금 합치면 아찔합니다. 하지만 지하철이라면 최근 이명박 시장의 음모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요금 다 합쳐서 한달에 6만원이면 충분하죠.

3. 책을 읽어야겠다!
전 취미가 많은 편입니다. 남들 보는 영화도 봐야 하고 스포츠 중계와 게임 중계도 봐야 하며 가끔 술도 친구들과 마셔줘야 하고 게임도 틈틈히 해 줘야 합니다. 인터넷 서핑은 물론 기본이고요. 책은 주로 지하철 출 퇴근시에 읽는데 이마저도 못 읽게 되면 문화적 생활이 상당히 암울해 지겠죠?

4. 몸이 피곤하고 운전 못할때도 많다!
일단... 운전하면 별로 편하진 않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한번 막히기 시작하면 짜증만 나죠. 옆/뒷자리에 앉으면 모를까 운전하면 신경쓸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밤새 작업하고 운전해서 퇴근하는데 차가 막히면 정말 다 날려버리고 싶더군요. 거기에 가끔 있는 술자리에라도 나가면 2번 항목에 "대리운전"비가 포함되니 역시 장난 아니죠....

5. 서울 시내에서 차는 짐이다!
솔직히 서울 시내에 주차하기 정말 힘들지 않나요? 유료 주차장이나마 많이 있지도 않고 업무때문에 거래처 주차장에 주차해도 별다른 혜택없이 주차비는 정말 어마어마 합니다. 특히 강남쪽에서는 차는 그야말로 짐일 뿐이죠. 어떨때는 버리고 가고 싶어지기까지 하거든요.

....라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 보았지만 결국 내가 운전을 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인가.... 사실 엄청난 방향치라 어디로 가야할지 구분을 잘 못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가끔 여자친구를 태우고 운전하는 날이면 꼭 싸웠습니다. 제가 운전 못한다고 난리더군요^^ (사실이지만) GPS를 달면 좀 나아지려나... 근데 이것도 돈이잖아?

팔묘촌 (八つ墓村) - 긴다이치 코오스케 시리즈 : 별점 2점


팔묘촌이라고 불리우는 마을은 이전 한 사무라이가 부하 7명과 함께 황금 삼천량을 가지고 정착하였지만 돈에 흑심을 품은 마을 사람들에게 몰살당하며 저주를 내린 전설이 전해지는 마을이다.

마을사람들에게 금화를 하사하는 사무라이... 이것때문에 몰살당하지만...

마을 유지인 타지미 가문의 장주 "요우조"가 애첩의 도망 후 폭주하여 마을 사람 32명을 살상한 사건이 8월 8일의 사건이 있은 24년 후, 유우지와 애첩의 아들로 알려진 "타츠야"를 가문의 후계자로 하려고 그를 마을로 불러오게 된다.

하지만 타츠야의 외할아버지, 병약한 이복형, 스님 등이 차례로 독살당하며 이른바 "제비뽑기"식 살인 (공통 분모가 있는 2명 중 한명만 살해하는 것)이라는 것이 알려진 후 저주의 원흉이라 타츠야가 마을 사람 모두에게 의심받기 시작한다.

제비뽑기의 정체 - 같은 직업이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인물 중 한명만 살해

긴다이치는 외할아버지의 독살 사건의 조사를 의뢰 받은 후 차례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의 조사를 계속하여 모든 사건의 원인을 알아내고 타츠야의 출생의 비밀까지 밝혀낸 후, 운명의 8월 8일 마을사람들이 폭동을 일으켜 타츠야를 죽이려다가 타지미 가문 지하의 종유동에서 몰살당한 후 밝혀진 진범에게 모든 사건의 진실을 폭로하게 된다.

3부작 드라마 스페셜입니다. 원작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요코미조의 긴다이치 시리즈 대표작 중 한편이라고 해서 무척 기대하고 시청하였습니다.

조사해보니 일본의 촌마을에서 누군가가 마을 사람들을 학살한 사건은 실화라고 하더군요. 이런 실제 상황을 가지고 작가가 "과거의 저주" 때문이라는 이유를 상상해내고, 여기에 광기어린 일본의 전형적인 지역 유지 가문을 - 가문의 핏줄을 중시하며 약간 변태적이고 괴기스러운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전형 - 더하여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일단 "제비뽑기 살인"이라는 살인의 아이디어가 좋네요. 색다른 맛이 있거든요. "보물찾기"까지 이야기 중에 삽입하는 설정도 제법 괜찮고요. 무엇보다도 이런 류의 작품에서 찾아보기 힘든 헤피엔딩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만화 김전일 시리즈의 "참수무사"와 "백발귀"가 연상되는 내용이라 더 반가왔던 것 같아요. 오리지널인 할아버지의 시리즈에서 많은 모티브를 얻었다는 분명한 증거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손자 김전일군처럼 주요 등장인물이 거의 모두 죽어나간 상황에서 범인을 알아내는 결말,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 (범인의 손가락!)는 최후의 장면에서야 결국 확보한다는 점에서 본격 추리물로서 가치가 높아 보이지는 않네요. 범인의 트릭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고요. 이래저래 추리물보다 모험물로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타지미 가에서의 킨다이치와 경찰 서장

그래도 기본적인 재미는 충분히 전해줄 뿐더러 상당히 큰 규모의 세트와 CG를 동원하고 2차대전 직후의 분위기를 잘 재현한 영상은 마음에 들었고 긴다이치 역의 이나가키 고로도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서 완성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이미 전작인 "이누가미 일족"이 있는 모양인데 이것도 한번 구해봐야 겠네요.

2004/11/07

식인 달팽이 - 정태원 엮음 : 별점 3점

추리소설 매니아이자 번역가로 잘 알려진 정태원 선생이 직접 엮은, 도서출판 동숭동에서 발간한 정체불명의 환상문학 단편 앤솔러지. 어느 앤솔로지를 번역한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꽤 괜찮은 작품들과 작가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구입은 꽤 오래전에 했는데 이제야 독파하게 되었네요.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프레데릭 브라운 -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 뮤직
  2. 오거스트 덜레스 - 또 하나의 아이
  3. 로버트 블록 - 변심
  4. 레슬리 폴스 하트레이 - 주말의 손님
  5. 레이 브레드버리 - 장의사
  6. 헨리 슬레사 - 신의 은총
  7. 존 콜리어 - 특별 배달
  8. 패트리시아 하이스미스 - 식인 달팽이
  9. 잭 요네 - 암코양이 미나
  10. 재럴드 커슈 - 바다로 가는 슬픈 길
  11. 브랫리 스트릭랜드 - 묘비명
  12. 찰즈 보몬트 - 자장가
  13. 리차드 마티슨 - 나의 꿈꾸는 여자

제법 상당한 수준의 작품들로 이루어져 만족도가 상당했어요. 전체 평균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여, 개인적인 베스트 5는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 뮤직", "변심", "신의 은총", "바다로 가는 슬픈 길", "나의 꿈꾸는 여자"를 꼽고 싶네요. "식인 달팽이"는 스릴과 서스펜스 면에서는 괜찮긴 했지만 좀 뻔한 내용이었고 "장의사"는 공포와 기발함에서는 다른 작품에 뒤지지 않지만 결말이 약간 시시한 것 같아 아쉽게 뺐습니다. 작품별 간단 리뷰는 아래를 참고하시길.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 뮤직>
거장 프레데릭 브라운 작품입니다. 한 기묘한 피리 ("오보아"라고 하더군요)를 둘러싼 한 음악인의 집요함에 대한 묘사와 특히 "하메룬의 사나이"까지 인용한 반전이 무척 괜찮은 소품입니다.

<또 한명의 아이>
한 그림속에서 환상을 본 노인이 결국 그림속으로 들어간다는 이야기인데 TV시리즈 같은 곳에서 보아왔던 소재라 그런지 신선함이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동화적인 분위기는 괜찮았어요.

<변심>
이런저런 앤솔로지에 가끔 소개되는 로버트 블록의 작품으로 한 청년과 시계수리공 노인, 그리고 노인의 병약한 딸을 둘러싼 이야기인데 마지막 결말이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공포소설로도 읽힐 수 있지만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인상적이에요. 상당한 수준의 작품입니다.

<주말의 손님>
유명 작가가 자신이 창조한 극중 인물에게 위협받는다는 내용으로 두번째 작품처럼 다른 작품들에서 이미 보아왔던 약간은 흔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그닥 참신한 느낌은 없었습니다.

<장의사>
역시나 거장인 레이 브레드버리의 단편입니다. 열등감에 시달리는 장의사와 그에게 놀아난 시체(?)들의 복수극으로 기괴하고 섬뜩하긴 한데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뭔가 조금 아쉬웠달까요. 클라이브 바커가 연상되기도 했는데 바커 스타일의 적나라한 고어 호러가 더 어울렸을 것 같습니다.

<신의 은총>
꽤 유명한 작가 헨리 슬레사의 단편으로 한 신부와 경마 도박꾼의 약간 기묘한 관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기도하면 승부에서 이긴다!"라는 이유로 성당에 계속 헌금하는 도박꾼과, 그것을 말리면서도 결국 세속적인 감정에 흔들리는 신부의 아이러니컬 하면서도 유머스러운 묘사가 상당히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특별배달>
영화 "마네킹"의 원안쯤 되는 작픔입니다. 마네킹에 연정을 느끼는 한 청년에 대한 집요한 묘사는 돋보이지만 그닥 재미도 없고 튀는 부분도 없는 작품이네요.

<식인 달팽이>
패트리시아 하이스미스 여사의 작품이긴 하지만 스티븐 킹 작품이라고 해도 통할만큼 여사 작품치고는 굉장히 파격적인 작품입니다. 식인 달팽이와 한 과학자의 사투를 그리고 있는데 "괴물"과 미약한 투쟁을 벌이는 인간에 대한 묘사는 스티븐 킹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바로 그것이더군요. 거장의 작품답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재미도 상당하고요.

<암코양이 미나>
이 작품집 중에서 가장 처지는, 워스트 작품입니다. 뻔한 소재에 뻔한 결말.... 반전도 그닥 없고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로 보여집니다.

<바다로 가는 슬픈 길>
현대판 "죄와 벌". 삶에 지친 한 남자가 수금원의 독촉에 시달리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후 항상 꿈꿔왔던 바다로의 도피를 시도한다는 내용인데 주인공의 심리와 상황을 다루는 묘사가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문학적 수준도 상당한 편이고요. 왠지 다른 순문학 단편선에 실려야 할 작품이 잘못 온 것처럼 약간 쟝르가 맞지 않는 느낌도 주지만 완성도는 굉장히 뛰어난 작품입니다.

<묘비명>
남북전쟁 후 전쟁에서 살아돌아온 한 청년이 느끼는 한 묘비에 대한 의문과 공포를 그리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잘 마무리 한 소품으로 그다지 언급할 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자장가>
한 어머니의 광기를 극단적으로 묘사한 소품입니다. 역시 다른 곳에서 많이 인용된 소재라 그런지 좀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나의 꿈꾸는 여자>
필립 K 딕과 쌍벽을 이룬다는 (하지만 들어본 적은 없는) 리차드 마티슨의 SF적인 단편입니다. 예지능력을 가진 여자를 이용한 협박자가 협박에 실패한 분노로 여자를 죽이는데 여자가 죽어가며 그 협박자가 죽게되는 상황을 예언한다는 내용으로 짧지만 인상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였습니다.

2004/11/04

화성 여대생 실종 사건

요새 매스컴에서 많이 인용되는 화성 여대생 실종 사건에 대한 현재까지의 개요입니다. 주변분들 정말 걱정 많으시겠습니다. 꼭 범인을 검거했으면 좋겠네요. 제가 "구석의 노인"은 아니지만 어떤 단서라도 찾을 수 있으면.. 하고 검토해 보았는데 어렵군요. "강남에서 목격된 납치 여성"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 지고 있지 않는게 좀 이상합니다. 중점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은데 말이죠....
이젠 공개수사로 전환하였고 경찰도 노력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 있기를 기원합니다.

2004년 10월 27일 :
K대 2년 N양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이 PM 08:30, 에서 3Km 떨어진 경기도 화성의 한 스포츠 센터 (화성 복지관) 에서 1시간 동안 초급반 수영 강습을 받은 후, 집에 들어가겠다는 휴대 전화 메시지를 남긴 후 연락 두절. 어머니가 PM 11:00경 화성서 태안 지구대에 신고.

2004년 10월 28일 :
AM 07:30 경 화성 복지관과 반대편으로 4.2Km 떨어진 모 아파트 식당 앞길에서 휴대 전화 발견. 이어 N씨의 집과 휴대 전화가 발견된 식당 앞 사이 도로변에서 검정색 가디건, 보라색 티셔츠, 청바지,브래지어,운동화(왼쪽),운동화(오른쪽) 등 N씨의 유류품이 100 ∼700m간격을 두고 발견.

N씨의 귀가길과 유류품이 발견된 도로는 43번 국도로 향하는 편도 1차선 도로로 보통리 저수지를 둘러싸고 카페와 식당 등이 연이어 있어 일반인이나 아베크족 차량 의 왕래가 적지 않은 곳.

경찰은 최소 2명이상이 차량을 이용해 N씨를 납치한 것으로 보고 N씨 주변인물과 동네 우범자 등을 상대로 수사중. 특히 화성 연쇄 살인 사건 피살체가 발견된 곳과 반경 5Km 내의 사건 집중 발생 지역인 점을 중시, 화성사건과의 관련여부에도 주목하고 있음.

한편 같은날 AM 08:30 경 서울 강남의 한 주유소에서 검은색 뉴 그랜저 한대가 3만원 어치 주유를 하는 과정에서 뒷 좌석에 납치된 듯한 여성이 타고 있는 것이 목격되었으나 차량은 차적 조회 결과 등록되지 않은 대포차로 판명되었고 목격된 여성이 N모양과 같은 긴 머리라는 것과 실종 사건 발생 바로 다음날 목격되었다는 점을 중시하여 연관성 집중 조사 중.

2004년 10월 29일 :
경찰은 경진여객 소속 34번 시내버스에 설치된 CCTV를 통해 27일 PM 08:25 N씨가 태안읍 화성복지관 정류장에서 승차하는 장면이 찍혀있음을 확인. N씨가 청바지에 셔츠, 점퍼 차림에 가방을 메고 있었으며 탑승 10분 뒤인 오후 8시35분께 하차하는 모습도 확인됨.

경찰은 화성복지관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정거장이 융.건 릉 정류장(4분15∼37초)을 한 정류장 지난 와우리공단정류장(5분20여초)인 것으로 실측을 통해 확인.

경찰은 N씨 가족의 진술을 통해 N씨가 평소 수영을 마치고 버스를 탈 경우에는 와우리공단 정류장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집에 온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

이에 따라 경찰은 N씨가 와우리공단에서 집에 오는 사이 또는 집근처에 도착해서 납치 등 범죄피해를 당했을 것으로 추정, 태안과 봉담 등 납치 의심 장소 일대를 운행하는 화성 지역 택시를 상대로 사건 당일 N씨의 승차여부 조사 중.

2004년 10월 30일 :
경찰은 집 근처 도로에서 발견된 A씨의 청바지에서 혈흔 및 모발이 발견됐고 엉덩이 부분에 흙이 많이 묻어 있으며 상의에는 발견지점 에서 자라지 않는 풀이 묻어 있는 점으로 미뤄 범인이 제3의 장 소에서 범행을 한 뒤 옷가지를 나중에 버린것으로 추정 중. 혈흔 및 발견된 모발 8점의 정밀 감식 의뢰.

유류품 감식 결과 옷에 붙어 있던 풀은 음지에서 자라는 주름 조개풀임을 확인. 발견된 풀을 근거로 실종 직후 인근 야산을 거쳐갔을 것으로 보고 집중 수색.

또한 속옷 등이 집에서 2Km 떨어진 보통리 저수지 밑 둑에서 추가 발견. 저수지 수색 작업 병행 진행.

2004년 10월 31일 :
30일 속옷 등이 발견된 정남면 보통리 저수지에서 보통리 마을 방향으로 1.2 Km 떨어진 도로변에서 N양의 수영복과 수영모, 물안경 등 추가 유류품 발견. 이에 따라 범인들이 차량으로 이동하며 유류품을 유기한 것으로 추정.

이후 발견 장소에서 1Km 떨어진 곳에서 쇼핑백 추가 발견.

2004년 11월 1일 :
N양의 최후 목격자로 보이는 여성의 CCTV확보. N양이 하차한 정류장에서 함께 버스에서 내린 것으로 확인된 여성이 수원 영통 그랜드 백화점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것을 확인. 목격자 신원 확인에 주력.

2004년 11월 2일 :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시내버스 CC(폐쇄회로)TV를 정밀분석한 결과 여대생이 하차할 당시 형상이 뚜렷하지 않은 남자 1명이 와우리공단 정류장에서 여성 1명과 함께 내려 여대생과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는 것을 확인. 경찰은 최초 경기경찰청에서 분석할 당시에는 CCTV 화질이 좋지 않아 남자의 형상을 잘 분간할 수 없었다고 설명. 이어 남자의 신원을 밝히는데 수사력 집중.

경찰은 이와 함께 속옷 등 유류품 발견지점 인근인 화성시 봉담읍 보통리저수지 물을 빼 수색작업을 벌이기로 하고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수문을 열고 물빼기 작업에 착수.

2004년 11월 3일 :
N양과 함께 내린 여성 신원 확인. 이 여성이 교통카드 (신용카드 겸용)로 버스 요금을 지불했다는 사실을 CCTV 정밀 분석을 통해 밝혀낸 후 교통 카드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카드 사용자 신원 확인.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이 30대 여성은 함께 내린 여대생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

2004년 11월 4일 :
국립 과학 수사 연구소에서 목격 여성 상대로 최면 수사 진행.

2004/11/03

"외로운 늑대" 백종호 선수 은퇴!

호소노 후지히코의 "타로"를 배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실제로 국내에 존재하는 은행원 레슬러를 모델로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표절 의혹을 벗은 영화 "반칙왕"

영화의 실제 모델이시라는 은행원 레슬러 백종호선수가 은퇴하시는군요. 링네임이 "외로운 늑대"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네요. 55세라는 나이도 놀랍지만(릭 플레어?) 사진에서 보이듯 카리스마와 몸은 장난이 아니십니다.... 은행강도가 들어와도 특기시라는 드롭킥으로 한방에 날려버리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왕표 관장님께 배우셨다는 새로운 필살기도 궁금해 지는군요.

언젠가 박철순 선수의 은퇴식을 TV에서 지켜볼때 "저렇게 은퇴한다면 정말 야구선수도 할 만 하겠다"라고 했었습니다. 당시 잘나가던 김종필 총재까지 참석했던 큰 행사였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은퇴식은 본인의 영광을 대변하는 만큼 화려함보다는 그 형식이 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보여지네요. 비록 백종호 선수의 은퇴식은 현재 한국 레슬링계의 현실을 볼때 상대적으로 초라하겠지만 본인에게는 정말 멋진, 그 누구의 은퇴식 부럽지 않은 장면 되리라 확신합니다.

정말 멋진 인생 보내신 것 같아 부럽습니다. 명예로운 은퇴 축하드리며 111전 55승56패의 성적이니 은퇴전을 꼭 승리로 장식하셔서 승률 50%를 채우셨으면 합니다.

파이팅!!!!

2004/11/02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 아민 말루프 : 별점 4점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아민 말루프 지음, 김미선 옮김/아침이슬

몇권 읽어왔던 십자군 관련 역사서의 대미를 장식한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아랍계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 (레바논 출신이라고 하더군요)가 당대의 역사서를 인용하며 그야말로 아랍인의 시각으로 십자군 전쟁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당대의 십자군을 국적 불문하고 모두 "프랑크 인"으로 묘사하는 것에서부터, 초반의 십자군의 승승장구를 십자군의 당시 무적과도 같았던 기마병 때문만이 아니라 이슬람 세계의 분열이 큰 원인을 차지하는 것으로 묘사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초반부의 이슬람 세계의 혼돈기에서부터 장기, 누르 알 딘을 거쳐 이후 살라딘의 아유이브 왕조, 그리고 마지막의 이집트의 맘루크 왕조까지의 이슬람 세계 통일사에 내용의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기도 하고요.

일견 아랍식으로 쓰여져 이름도 외우기 힘든 여러 제후들과 왕, 영웅들이 등장하는 딱딱한 역사서 같지만 하여 이슬람 세계의 패권을 놓고 싸우는 내용과 당대의 큰 전투들이 여러 전략, 암투와 어우러지는 내용은 "삼국지"와 비교할 만큼 큰 재미를 안겨다 줍니다. 다른 십자군 역사서들은 전체적으로 조금 딱딱하고 지루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책은 아무래도 전문 "작가"가 쓴 만큼 소설적인 재미가 보다 뛰어난 듯 싶어요. 무엇보다 소설가 적인 상상력 보다 고증에 의거하면서도 이만큼의 재미를 끌어내는 것이 대단하다 할 수 있겠죠.

또 그간 알고 있었던 상식을 깨는 이야기도 많고, 전형적인 서양 중심의 시각으로 알고 있다가 색다른 시각과 상황으로 해석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는 내용도 다수 있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아랍인들도 인정했던 티베리아스의 레몽 이야기나 독일의 프리드리히 왕이 이슬람 세계에 경도되어 서로 우애를 주고 받은 사이까지 발전했다거나, 몽고제국의 침략 시 프랑크 왕국들과 몽고 제국이 동맹을 맺어 이슬람 왕국을 위협했다는 내용 같은 것은 처음 접한 내용이라 무척 신선했어요.

아울러 아랍인의 시선으로 보았기에 당연하겠지만 유명한 이슬람의 제후들과 영웅들, 의외로 그들이 유일하게 인정했다는 로마제국의 황제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에게도 유명한 "말리크 알 인키타르 - 사자왕"리처드등의 유럽 십자군 인물들의 묘사가 거의 없는데 이런 종류의 역사서로는 약간 특이하기도 하네요.(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린스 아르나크" 르노 샤티옹의 묘사가 약했다는 점 정도는 약간 아쉬웠습니다만...)

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치밀한 고증과 조사를 바탕으로 한 역사서이긴 하지만 딱딱하지 않고 재미와 지적 흥분을 동시에 가져다 주는 보기드문 책입니다. 유럽인의 시각에서만 십자군 전쟁을 보아 왔다면 한번쯤 읽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2004/11/01

고행의 순례자 - 엘리스 피터스 / 김훈 : 별점 2점


고행의 순례자 - 4점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북하우스

성 위니프레드의 유골을 시루즈베리 수도원으로 옮겨온 지 4년이 지난 1141년 5월, 유골 이장을 기념하는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많은 순례자들이 수도원으로 모여드는데 그 중에서 거대한 쇠 십자가를 목에 걸고 맨발로 여행하는 청년 시어렌과 동행인 매튜는 캐드펠 수사의 주의를 끌게 된다. 한편 왕후와 왕의 권력 투쟁 와중에 한 젊은 기사의 살인 사건 소식이 들려오며 기사의 후계자를 찾기 위해 왕후의 사절이 수도원에 방문하게 된다. 
드디어 축제의 날, 다리가 불구였던 소년 룬의 다리가 치유되는 기적이 일어나며 혼란의 와중에 시어렌과 매튜가 수도원을 떠나며 이윽고 그들의 여정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는데....

캐드펠 시리즈 10번째 작품. 제가 역사물도 좋아하고 추리 소설도 좋아해서 역사 추리물은 발간되면 보통 사서 보는 편인데 이 시리즈는 명성에 비하면 그닥 추리물로서의 재미는 없어서 그간 제대로 구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헌책방 순례하다가 싼맛에 구입하게 되었네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추리적으로 너무 별로였습니다. 원래 정통 추리물 성격이 옅은 시리즈이기는 하지만 제가 본 시리즈 중에서도 이 작품은 가장 추리물 같지 않군요. 고행에 대한 비밀과 수도원의 순례자를 윈체스터의 살인사건과 연결짓는 전개는 괜찮았지만 "역사"적인 사건의 비중에 비해 "추리"로서의 비중은 굉장히 작게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사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시어렌의 고행과 그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이 단순히 "엿들은"것에 의한 증언으로 밝혀지는 장면은 더더욱 이 작품을 추리물로 보기 어렵게 만듭니다.
등장인물의 성격도 시리즈 내내 반복되어 왔던 캐릭터들을 재탕한 듯 모든 인물들이 굉장히 평면적이고 단순하고, 역사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더욱 지루했습니다. 영국에서야 굉장히 잘 알려진 사건일 수 있겠지만 영국 역사에 별 관심없는 대한민국의 일개 독자인 저는 전혀 모르는 사건이니...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전체적으로 캐드펠 시리즈 중에서도 후반부에 속하는 작품인데. 뒤로 갈수록 추리적인 성격이 약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는 분명해서 보다 고전적이면서도 지적인 추리를 선보일 수도 있을텐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