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인간 - 로스 맥도날드 지음, 강영길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
산장 근처에서 산불이 나자, 로니의 어머니 진은 루 아처에게 로니를 데려와 줄 것을 의뢰하지만 산장 근처에서 스탠리의 시체가 발견된다. 스탠리가 평소 15년전에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간 아버지 리오의 행방을 쫓고 있었다는 것과 이 아버지의 행방이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됨을 깨달은 아처는 로니와 함께 사라진 수전의 행방을 뒤쫓으며 사건의 과거를 파고들어 진상을 알게 된다.
국내에 출간된 루 아처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말년인 1971년에 발표된 작품. 발표 당시의 평도 무척 좋았죠. 그동안 계속 벼르다가 형이 생일선물로 구입해 주어서 이제야 읽게 되었네요. 아래와 같은 전형적인 패턴의 루 아처 시리즈입니다.
루 아처 패턴 :
1. 우연히 루 아처가 사소해 보이는 사건을 의뢰받는다.
2. 루 아처가 사건 조사 중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3. 관계자들을 조사하니 서로 복잡한 과거의 사건에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4. 결국 진실이 밝혀지며 관계자 반 정도는 죽거나 다친다.
또 루 아처 시리즈의 장점인 인간의 야비하고 무서운 속성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스릴과 서스펜스 속에 잘 녹이고, 사건 자체에 대한 진상과 맥락을 치밀하게 정리하여 나름의 추리적인 만족감을 전해주는 점도 잘 살아 있습니다. 얼핏 보면 아무 관계없어 보이는 살인사건과 등장 인물들간의 연관성이 과거의 '한 사건'에 맞춰지며 그에 따라 모든 등장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를 통해 복선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죠. 항상 가정은 파탄나고 결딴다는 루 아처 시리즈 중에서는 유별나게도 나름의 안정(?)을 찾는 크란돌 가족이 그려지는 것은 좀 이색적이었습니다만...
그러나 아미스테드 부부와 제리 킬패트릭 같이 이야기 전개에 별 도움 안되는 불필요한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혼란스럽다는 점과 단서보다 정황에 의한 추리가 많다는 약점까지 전작과 비슷한 것은 좀 아쉽네요. 보다 단순화해도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미국 사회에 있는 일종의 정신적 공황과 부도덕, 범죄를 추리소설로 묘사하며 나름의 문학적 수준까지 끌어올린 루 아처 시리즈는 평균 이상의 재미를 항상 보장하는, 언제 읽어도 볼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PS : 비슷한 풍의 제임스 옐로이의 하드보일드와 비교하면 이 당시만 해도 참 순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무서워지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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