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의 순례자 -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북하우스 |
성 위니프레드의 유골을 시루즈베리 수도원으로 옮겨온 지 4년이 지난 1141년 5월, 유골 이장을 기념하는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많은 순례자들이 수도원으로 모여드는데 그 중에서 거대한 쇠 십자가를 목에 걸고 맨발로 여행하는 청년 시어렌과 동행인 매튜는 캐드펠 수사의 주의를 끌게 된다. 한편 왕후와 왕의 권력 투쟁 와중에 한 젊은 기사의 살인 사건 소식이 들려오며 기사의 후계자를 찾기 위해 왕후의 사절이 수도원에 방문하게 된다.
드디어 축제의 날, 다리가 불구였던 소년 룬의 다리가 치유되는 기적이 일어나며 혼란의 와중에 시어렌과 매튜가 수도원을 떠나며 이윽고 그들의 여정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는데....
캐드펠 시리즈 10번째 작품. 제가 역사물도 좋아하고 추리 소설도 좋아해서 역사 추리물은 발간되면 보통 사서 보는 편인데 이 시리즈는 명성에 비하면 그닥 추리물로서의 재미는 없어서 그간 제대로 구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헌책방 순례하다가 싼맛에 구입하게 되었네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추리적으로 너무 별로였습니다. 원래 정통 추리물 성격이 옅은 시리즈이기는 하지만 제가 본 시리즈 중에서도 이 작품은 가장 추리물 같지 않군요. 고행에 대한 비밀과 수도원의 순례자를 윈체스터의 살인사건과 연결짓는 전개는 괜찮았지만 "역사"적인 사건의 비중에 비해 "추리"로서의 비중은 굉장히 작게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사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시어렌의 고행과 그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이 단순히 "엿들은"것에 의한 증언으로 밝혀지는 장면은 더더욱 이 작품을 추리물로 보기 어렵게 만듭니다.
등장인물의 성격도 시리즈 내내 반복되어 왔던 캐릭터들을 재탕한 듯 모든 인물들이 굉장히 평면적이고 단순하고, 역사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더욱 지루했습니다. 영국에서야 굉장히 잘 알려진 사건일 수 있겠지만 영국 역사에 별 관심없는 대한민국의 일개 독자인 저는 전혀 모르는 사건이니...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전체적으로 캐드펠 시리즈 중에서도 후반부에 속하는 작품인데. 뒤로 갈수록 추리적인 성격이 약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는 분명해서 보다 고전적이면서도 지적인 추리를 선보일 수도 있을텐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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