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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8

2018년 내 이글루 결산

이글루스와 함께 한 2018년, 무슨 일이 있었나요?

  • 2018년 hansang님은 이글루스에서 480번째로 글을 많이 쓰셨네요!
  • 포스팅을 가장 많이 한 달은 2, 4, 7, 8, 12월 이예요!
  • 내 이글루 댓글 상위 랭커는 홍차도둑 님이였어요!
더 자세한 이글루결산이 궁금하다면? GO

2019/05/26

80일간의 칵테일 세계일주 - 채드 파크힐, 앨리스 오 / 성중용 : 별점 2점

80일간의 칵테일 세계일주 - 4점
채드 파크힐 지음, 앨리스 오 그림, 성중용 옮김/아카데미북

제목처럼 80개의 세계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칵테일의 유래와 대표 레시피를 화려한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는 책.
무려 80개나 되는 칵테일이 소개되기 때문에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리시 커피'는 아일랜드 서쪽 포이니스가 교통 요지였는데, 1943년 당시 이곳을 방문하는 부유층을 위해 (당시 공항 이용 여행객은 부자였으므로) 제공되던 칵테일이었다고 하네요. 공항이 추워서 몸을 데우라는 의미로 뜨거운 커피에 약간의 아이리시 커피를 넣은게 원래 레시피입니다. 
'트웬티스 센츄리'는 진과 레몬 주스, 아페르티프 와인과 초콜릿 리큐어의 혼합물로 극진한 서비스로 유명했던 철도 회사 '트웬티스 센츄리' 노선에서 이름을 빌려왔다고 합니다. 트웬티스 센츄리 노선은 이른바 '레드 카펫'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정도로 고급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라네요. 지금 우리나라로 따지면 '호텔 신라' 라는 칵테일을 만든 정도겠죠?
그 외에, 클래식 칵테일 레시피들이 굉장히 오래되었다는 것에 조금 놀랐습니다. 칵테일은 비교적 현대적인 음료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어요. 예를 들어 '다이키리'는 헤밍웨이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미 19세기 후반에 쿠바 산티아고 외곽 다이키리 마을에서 시작되었다던가, 피시 하우스 펀치는 조지 워싱턴이 18세기에 이미 마셔보았던 오래된 술이라는 등이 그러합니다. 

집에서 쉽게 만듬직한 레시피도 눈에 띕니다. '키르'는 책에서도 간단하기 그지 없다는, 단 2가지 재료만 필요한 칵테일이에요. 추가 얼음이나 가니쉬도 필요없고요. 그러나 매우 세련되고 프랑스 특유의 우아함을 풍기며, 파리의 카페 테라스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니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화이트 와인 150ml에 크림 드 카시스 30ml를 와인 글라스에 넣고 조금만 저으면 된다니, 바로 재료를 구입해 봐야겠네요!
레시피에서 처음 보는 독특한 스피리츠들을 사용하는 칵테일들도 몇 개 있습니다. 브라질의 사탕수수 증류주 카샤사, 볼리비아의 특산주로 숙성하지 않은 투명한 포도 증류주라는 싱가니, 노르웨이의 린냐케비트, 폴란드 보드카 즈브로카가 그러한데 이들로 만든 칵테일들 모두 한 번 맛보고 싶어집니다. 세상에 왜 이렇게 술이 많은건지, 진심으로 기쁘군요.

그러나 전체적인 책의 퀄리티, 완성도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합니다. 글이 이상하게 읽기가 힘든 탓이 큽니다. 칵테일의 유래 등 에피소드를 소개하기에는 딱딱한 문체가 와 닿지 않고, 전문가적인 영역으로 보자면 딱히 깊이도 없고요. 한 페이지에 모든 내용을 넣으려고 압축한 탓인지, 번역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도저도 아닌듯 싶더라고요. 이럴 바에야 실제 여행하면서 맛본 칵테일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소개하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또 80개의 지역 대표 칵테일이 무슨 기준인지 애매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정말로 책 기획 컨셉에 맞는 칵테일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고작해야 싱가폴 래플스 호텔하면 떠오르는 싱가폴 슬링 정도? 그 외에는 특정 지역에 억지로 끼워맞추는 시도가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술을 좋아하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정도를 기대했고, 그 기대에는 값하지만 아주 좋은 책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림보다는 글 쪽 문제가 커요. 구태여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9/05/25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 최형국 : 별점 2점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 4점
최형국 지음/인물과사상사

무예사, 전쟁사 전문가인 저자가 각종 드라마와 영화 속 무인과 무기, 전술 등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를 분석한 미시사무예사전쟁사 서적.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오류 분석 부분은 흥미롭습니다. 조선 시대의 기본 무기는 환도이며 이를 보관할 때에는 띠돈을 활용하여 벽이나 기둥에 걸어놓았다는 첫 단락부터 새롭더라고요. 저 역시 각종 사극에서 양날검을 좌대에 가로로 올려놓는 거치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형적인 일본도 거치 방식이라는군요. 잠깐 훝어보고 구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이 도입부였습니다.
그 외에도 잘 몰랐던, 착각해왔던 내용이 많은데, 몇가지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조총 관련 이야기가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조총을 재장전 동작 없이 연발 사격하는 장면은 당연히 말도 안되며, 조총 사격 시 화승에 불을 붙인 후 기다렸다가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도 엉터리라는군요. 조총은 조준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기면 불이 붙은 화승이 바로 위 쪽 화약접시 속으로 들어가 불을 붙여 탄환을 발사하는 구조였으니까요. 조선 시대 화포가 불을 뿜을 때 포탄이 떨어져 폭발하는 장면도 역시나 고증 오류입니다. 당시 포탄은 폭발물이 아니었거든요. 
흔히 우리가 접해왔던 대장끼리의 일기토가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를 알려주는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KBS <<정도전>>에서 이성계와 최영이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사진을 예로 들며, 육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이 서로 총을 들고 1:1로 대치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하는 식인데 엄청 와 닿더라고요.
이런 내용 중 최고는 기병 전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을 타고 전선으로 달려온 후 말에서 내려 칼을 뽑고 적을 향해 돌격하는 드라마를 예로 들며, 기갑부대 병사들이 탱크를 타고 전선으로 돌진한 뒤 탱크에서 내려 소총을 들고 백병전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는데 아주 그럴듯하죠?

이러한 분석과 함께 실제 고증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아주 상세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투구, 갑옷, 군장은 물론 기본 무장에 대한 소개가 인상적이었어요. 분명 다른 책에서도 본 내용이지만 투구 끈을 매는 방법이라던가 군장 속 내용물과 같은 디테일이 잘 살아있는 덕분입니다. 주요 무기에 대한 소개도 상세하긴 마찬가지에요. 활과 칼의 패용 방법이라던가 화살 깃의 수가 몇개인지 등 그 범위와 항목도 다양하며 깊이 역시 상당한 편입니다. 심지어는 각종 전술까지 소개되고 있을 정도니까요. 도판도 저자의 서술에 적합하도록 잘 짜여져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활 쏘는 방식이 양궁 방식이라던가, 사극 속 말 안장은 모두 현대화된 서양 안장이라는 등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의 분량이 많다는건 좀 아쉬웠습니다. 실제로 고증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 제시도 아주 확실한 편은 아니고요. 그냥 재미삼아 보는 글이라면 나쁘지 않은데 역사서로 보기에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이야기에서 천편일률적인 저자의 글 솜씨도 문제입니다. 사극의 문제를 지적하는 톤 자체가 일관되어 지루한데 이왕지사 고증 오류 가득한 사극 드라마를 비난할 거라면 훨씬 신랄하고 맛깔나게 풀어내는게 재미 면에서는 훨씬 나았을거에요. 지금 문체와 문장은 이도저도 아닌 듯 하여 실망스러웠습니다. 책 보다는 영상 다큐멘터리로 풀어낸다면 훨씬 매력적인 컨텐츠가 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딱히 권해드릴 만한 책은 아닙니다.

2019/05/19

세계 야채 여행기 - 다마무라 도요오 / 정수윤 옮김 : 별점 3점

세계 야채 여행기 - 6점
다마무라 도요오 지음, 정수윤 옮김/정은문고

몇몇 야채들에 대해 그 역사와 주요 레시피에 대해 다루고 있는 독특한 요리, 미시사문화사 서적입니다. 모두 6개의 야채 - 양배추, 감자, 고추, 가지, 토란, 사탕수수 - 에 대해 원산지와 유래, 전래된 국가별로 사용되는 다양한 레시피, 문화적인 측면에서 두드러지는 점 등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여 소개해 줍니다. 
읽으면서 식견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던 <<레시피가 없어도, 그럴싸하지 않습니까>>의 저자 다마무라 도요오 여사의 책이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본인의 경험과 다양한 자료를 통해 얻은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능력만큼은 역시나 일품이네요. 그 중에서도 가장 대단한 건 글 솜씨입니다. 등장하는 야채들과 여러가지 음식, 재료 관련 이야기는 다른 관련 도서에서 분명 많이 접했던 것들인데 이를 통합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펼쳐내면서 거기에 자신의 경험을 담아내는게 감탄스러워요. 또 분명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을 깊이와 내공을 잘난척하지 않고 써 내려간 것도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최소한 저 같은 속물은 흉내내기도 어려울 정도에요. 
대표적인 예는 후추가 왜 중요하게 취급되었는지에 대한 고찰입니다. 고대로부터 신에게 공물을 바칠 때 육류를 최대한 깨끗이 해야 했으며, 이를 위해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식물이나 동물성 향료 및 각종 향신료를 대량으로 사용한게 시초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향유 등 향기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가지 신화나 전설을 통해 많이 접해온 건 사실인데, 이를 후추에 대한 이야기와 연결시키는 발상은 실로 놀랍네요.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후추만큼 자극적이고 독특한 향신료는 달리 찾아보기 힘드니까요.
<<대구>>에서 방대한 분량으로 소개했던 뉴펀들랜드와 서인도 제도, 아프리카를 잇는 삼각무역을 사탕수수를 통해 간단하게 요약해서 설명하는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지식까지 곁들여 이야기를 확장하고 있거든요.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인 당밀을 뉴잉글랜드 (뉴펀들랜드)로 대량으로 가져온 탓에 럼주 공장이 생겨 큰 이익을 불러왔다는 식으로 말이죠. 노예와 럼주라니, 뭔가 지옥의 악순환으로 보이는군요.

또 본고장의 요리법같이 쉽게 알기 힘든 이야기를 경험 기반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캐비아처럼 맛있다는 중동의 '가지 캐비아'는 꼭 한 번 해 먹어보고 싶네요. 구워서 으깬 가지에 올리브 오일, 요구르트나 레몬즙만 섞으면 된다니까요.
요리 전문가답게 저자가 창조한 독특한 레시피들도 인상적으로 그 중에서는 "삼단 냄비 요리"가 가장 땡깁니다. 우선 질냄비에 다시마를 깔고 두부와 파, 배추 등의 야채와 버섯, 어패류를 끓인 후 폰즈 소스에 찍어 먹은 뒤, 양배추와 양파를 넣고 우유를 듬뿍 부어 서양식 크림 스튜 스타일 치킨 냄비 요리를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카레 가루와 같은 향신료를 넣어 카레를 만드는 건데 <<술 한잔 인생 한입>>에서 소다츠가 선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육수를 차례로 우려내면서 만들어 먹으면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겠죠!
그 외에도 사소하지만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음식 관련 상식도 별 것 아닌 듯 툭툭 던져지는데 이 역시 재미를 더합니다. 박하는 엷을 박薄에 짐 하荷를 써서 박하를 수증기 증류하여 기름을 추출하고 캔에 담으면 양이 줄어서 옮기기 편하기에 '박하'라고 했다는 이야기 등이 그러합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인용한 서적의 소개라던가, 진위 여부를 따질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점과 부실한 도판입니다. 너무 두서없이 이야기를 펼치는 탓에 조금은 정리해 주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재미와 현학적인 즐거움 모두를 충족시켜주는 좋은 책입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이런 류의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깊이있는 미시사, 문화사 서적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9/05/18

지적 생산의 기술 - 우메사오 다다오 / 김욱 : 별점 2점

지적 생산의 기술 - 4점
우메사오 다다오 지음, 김욱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의 이와나미 문고 시리즈 제 23권. 1920년 태어난 노 학자가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어떻게 잘 정리하여 체계화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어떻게 글을 쓰는지에 대한 비법을 전수해 주는 책. 몇가지 기억에 남는 비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발견의 수첩>>
- 수첩이나 노트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기록할 때에도 제대로 된 문장으로 적었다.
- 발견은 갑자기 찾아오므로 그 자리에서 포착하고 즉시 기록하는 것이 우선이다. 따라서 기록의 장치인 수첩은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한다.
- 한 페이지에 한 항목만 기록한다. 
- 한 권을 다 쓰게 되면 반드시 색인을 붙인다.

<<노트에서 카드로>>
- 카드의 크기는 커야 한다. B6 정도가 괜찮다.
- 활용을 위해 어느 정도 두께가 있고 튼튼해야 한다.
- 늘 가지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
- 카드를 활용하는 까닭은 쓰고 잊어버리기 위함임을 명심하자.
- 1장에 1 항목, 그리고 날짜를 반드시 적고 이어지는 내용은 일련 번호를 정해야 한다.
- 카드는 지적 생산의 도구일 뿐 분류를 위함은 아니다. 카드 시스템의 핵심은 지식과 지식 사이의 재구성이다. 분류에 집착하지 말자.

<<독서>>
- 정독은 필수, 한 번 읽고 나서는 얼마 뒤 밑줄 친 부분 중심으로 다시 읽어보자. 
- 중요한 부분에 밑줄 치기야말로 저자 입장에서 책을 읽는 독서법이다.
- 저자의 의도와 내가 흥미를 느낀 부분을 구분하여, 이중으로 읽어보자.
- 독서 노트는 나에게 흥미로왔던 부분 중심으로 적어야 한다.

<<문장>>
- 문장을 쓰기 전 생각을 정리하는 단계가 더 중요하다.
- 단편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하거나 문장을 구축하는 방법 :
. B8판 정도 사이즈의 종이 준비 : 여기에 지금 생각하는 주제와 관련이 있는 단어, 구절 또는 짧은 문장 등을 한 장에 한 항목 씩 적는다. 
. 늘어놓은 종이를 한 장씩 주우면서 관련된 종이가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면 묶음으로 포갠다. (분류가 아님!)
. 논리적으로 연관성 있다고 생각된 종이 묶음이 완성되면 논리적으로 이치에 맞는 순서로 묶음을 재 배열한다.
. 묶음들 간의 관계성을 고려하여 논리적 연관성이 있는 묶음들끼리 다시 묶거나, 해체하고 재결합한다.
. 논리적으로 정리된 한 무리의 묶음이 만들어지면 제목을 붙이고 전체적인 구성을 생각해본다.
. 묶음 배열대로 문장을 써 나간다.

문제는 대부분 현 시점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방법들이라는 것이죠. 특히 정보를 정리하여 체계화하는 방법을 다룬 앞 부분 내용이 그러합니다. 노트던 카드건 요새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의 어플리케이션으로 바로 작성하고, 클라우드를 통해 모든 단말에서 동기화하고, 이를 서로 묶거나 태그를 추가하여 이후 검색 등으로 활용하는게 기본 상식이니까요. 종이 뭉치를 들고다닐 이유도, 특별히 종이 뭉치를 관리하거나 입력하는 방법을 익힐 필요는 없습니다.
그나마 뒷부분, 독서의 방법이나 문장을 쓰는 기술 정도만 읽을만 했습니다. 독서 방법론은 확실히 지금 시점에도 충분히 통용될 이야기였거든요. 저자가 글을 쓴 의도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던가, 정독은 필수이며 밑줄도 잘 쳐야한다는 등의 이야기에서는 저 역시 많이 반성하게 되었고요.

아울러 문장을 쓰는 방법론 소개 자체는 아주 새롭거나 신선하지는 않았는데, 방법론 자체가 현재 UX 등에서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포스트 잇을 이용한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방법론과 동일하다는게 좀 놀라왔습니다. 저자 스스로 자신의 방법론보다 도쿄 공과대학 교수 가와키다 지로의 KJ 법이 더 수준이 높은 방법이라고 소개하는데 가와키다 지로가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의 창시자이니 비슷한건 당연한 이치겠지만요. 하여튼,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으로 한 권의 책을 쓰도록 정보를 체계화하고 연결하는게 가능하다는건 생각도 못했네요. UX 전문가(?) 로서 좀 창피한데, 다음에 저도 한 번 시도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건질게 없지는 않지만 지금 시점에서 읽기에는 시대에 많이 뒤쳐진건 사실입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딱히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9/05/12

메이지의 도쿄 - 호즈미 가즈오 / 이용화 : 별점 2.5점

메이지의 도쿄 - 6점
호즈미 가즈오 지음, 이용화 옮김/논형

저는 우리나라 구한말일제 강점기 시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일본의 메이지 시대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많고요. 마침 일본 메이지 시기 도쿄에 대해 방대한 그림 자료와 함께 소개한 책이 출간되었기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총 8개의 대주제하에 365페이지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메이지 시기의 개막에서부터 도쿄가 어떻게 발전되어 나갔는지를 그림과 함께 차분하게 서술해 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지 그 형태, 구성이 궁금했던 각종 건축물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특히 인상적으로 쓰키지 호텔관, 긴자 벽돌거리, 서양 요리점 세이요켄, 정부 주도의 각종 공장과 관공서, 은행, 학교, 기차역, 로쿠메이칸, 민간 사진관, 각종 다리, 료운가쿠 등 그 종류도 방대합니다. 도쿄 도심을 일러스트로 지도처럼 표기한 삽화도 이해를 돕고요.
단지 새로운 건물과 새로운 직업군의 출현 뿐 아니라 실제 서민들의 삶과 문화도 쉽게 알 수 있게 도와줍니다. 서민들이 살던 곳은 심지어 슬럼가까지 소개되고 있으며, 당시 유행하던 옷과 헤어스타일, 여가를 위한 여러가지 문화와 풍물, 아이들의 놀이까지 소개되거든요. 깔끔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삽화가 포함된 것은 물론입니다. 그림은 정말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할 정도로 괜찮네요. 단지 잘 그렸을 뿐 아니라 정보 전달 역할에도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가지 램프에 대한 상세한 일러스트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정보죠. 

당연히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아요. 료운가쿠와 더불어 아사쿠사에 파노라마가 설치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던가 유명 가부키 레퍼토리, 당대 아이돌이었다는 무스메 기다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메이지 10년에 요코하마에서 프랑스 자전거를 수입해서 팔았는데 가격이 200엔으로 엄청난 고가였다는 것 (당시 순사 첫 급여는 8엔), 도쿠가와 요시노부도 시즈오카에 은거하며 자전거에 푹 빠졌다는 등의 소소하면서도 신기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조금 특이한건 당시 일어났던 여러가지 유명 범죄에 대해 알려주는 부분입니다. 유명한 여성 살인범 오키누와 오덴, 하나이 오우메 사건 등에서 어딘가에서 읽었던 노구치 오사부로의 엉덩이 살 사건 등으로 이어지는데 조금 더 자세하게 소개되어도 좋겠다 싶었어요. 지금 읽어도 흥미로운 내용이 제법 있더라고요. 

단점이라면, 당시의 문화를 전해주는 것에만 치중하여 실제 역사의 흐름을 알기는 힘들다는 점입니다. 비슷비슷한 건축물 그림이 많다는 것도 사람에 따라서는 조금 단점이 될 수도 있을테고요. 무엇보다도 분량에 비하면 가격이 너무 과하다는 단점은 큽니다. 아무리 일러스트가 괜찮다 하더라도 전부 흑백인데 17,000원이나 할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메이지 시대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내용이 많다는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림만 일람해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정도니까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도쿄를 중심으로 메이지 시대를 보여주는 도감이랄까요? 이 정도면 별점 2.5점은 충분합니다.

2019/05/11

모래톱의 수수께끼 - 어스킨 칠더스 / 사주영 : 별점 1.5점

모래톱의 수수께끼 2 - 4점
어스킨 칠더스 지음, 사주영 옮김/바른번역(왓북)

외무부 직원 커러더스는 옛 친구 데이비스의 초대로 늦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함부르크로 향한다. 그는 젠틀맨에게 어울리는 우아한 요트 여행을 기대했지만 데이비스 요트 덜시벨라호는 선원 한 명 없는 작디 작은 요트였다. 독일 인근 북해 연안을 무모하게 누비는 몇일간의 요트 여행 후, 무엇을 위해서인지 커러더스가 궁금해하자 데이비스가 놀라운 사실을 고백한다. 얼마전 만났던 대형 요트 선장 돌만이 자신을 죽이려 했고 그는 독일의 스파이라는 것. 이유는 데이비스가 북해 인근 모래톱을 항해했기 때문으로, 데이비스는 모래톱의 수로는 초계정과 얼마전 들이 충분히 지나갈 수 있어서 군사적 가치가 높다고 주장한다.
데이비스의 주장에 공감한 커러더스는 수로들을 조사하고, 돌만의 음모를 박살내자는 데이비스의 부탁을 받아들여 함께 모험에 나서는데...


<<블러디 머더>>에서 스파이 소설의 원점이자 정점이라고 소개했던 작품. 이렇게까지 소개하면 읽어 보지 않을 방법이 없죠. 셜록 홈즈를 읽어보지 않고 추리 소설을 논한다는게 말도 안되는 것과 같으니까요.

하지만 읽어보니 스파이 소설로는 합격점을 주기 힘듭니다. 우선 돌만이 '스파이' 이며 그의 음모는 이러저러하다! 는 두 청년의 확신은 아무런 증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커러더스가 돌만과 폰 브뤼닝, 헤르 뵈메와 그림이 참석했던 회의를 몰래 염탐했을 때의 느낌처럼 그들은 정말 멤메르트 섬에서 오래전 난파선을 인양하려는 목적으로 뭉친 사람들일 수도 있어요. 진상은 결국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으니까요. 돌만이 과거 영국 해군 소속이었다는걸 숨겼다는게 과연 그리 대단한 비밀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또 둘이 밝혀낸 (것 처럼 보이는) 독일의 음모, 즉 독일이 자국 앞바다 수로를 영국과 최단거리로 이어지는 항로로 개척하여 병력을 태운 바지선을 영국 해안에 상륙시키려 한다는게 사실이라고 칩시다. 그러나 자국 앞바다에서 항로를 개척하는건 당연한 군사 훈련이자 작전입니다. 오히려 두 청년이 하는 짓이야말로 염탐이자 스파이 행위에요! 이러한 스파이 행위를 배신자 돌만을 처단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로 포장하는 행위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돌만이 배신자이건 아니건간에 둘의 스파이 행위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잖아요?
게다가 이 음모 역시 둘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일 뿐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이기는 하지만 둘의 모험담에서도 잘 알 수 있듯 아주 날씨가 좋고 물 때가 맞아야만 겨우 지나갈 수 있고, 주위에서 보는 사람도 많은데 무슨 효용이 있을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멤메르트 섬에서 인양 회사를 가장하여 잠수함 기지를 만들고 있다는 처음의 가설 쪽이 더 설득력이 높아 보이네요.

이렇게 스파이 소설로는 여러모로 함량미달이라면 다른 재미라도 주었어야 하는데 건질게 없는건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요트에 의지해서 위험한 바다를 항해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라면 최소한 해양 모험 소설로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거든요. 두 청년의 모험이 너무나 보잘 것 없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인 위험이라곤 데이비스가 좌초할 뻔 했던 무모한 항해 뿐이며, 이는 돌만의 입을 통해 안전할 줄 알았다는 식으로 부정됩니다. 그 외에는 안개 속에서 적의 본거지로 노를 저어 간다던가, 몰래 창 뒤에서 대화를 엿듣는게 전부에요. 스파이 소설에서 기대해 봄직한 서스펜스와 스릴은 커녕 모험 소설로 최소한의 액션도 등장하지 않아서 무척이나 지루합니다.

애송이에 불과한 두 청년이 활약을 해 봤자 이 정도에 불과할 거라는건 동의합니다. 현실적이기야 하겠죠. 그러나 <<킹스맨>> 등이 날아다니는 시대에 읽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따분했습니다. 읽다가 졸 정도로 말이죠. 따분한데에는 번역 문제도 조금은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항해와 배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가 너무 많은 것도 지루함을 가중시킵니다. 디테일을 살리며 설득력을 높여주는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재미와는 영 거리가 멀더군요.

이렇게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기에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이후 발표된 다양한 스파이, 모험 소설의 원조라는 점에서는 높은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읽어 볼 필요는 없습니다.

2019/05/05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익사체 - 가브리엘 마르케스 외 / 김훈 : 별점 2.5점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 6점
가브리엘 마르케스 외 지음, 김훈 옮김/푸른숲

플레이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성인잡지 중 하나죠. (비록 지금은 폐간되었지만) 단지 여성들의 누드 사진뿐 아니라 양질의 기사들, 특히 수록되었던 단편 소설들이 유명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이 소개되었을 정도니까요. 이 책은 1954년부터 1993년까지 플레이보이지에 수록되었던 수백편의 단편들 가운데 최고의 작품만 가려 모았다는 책입니다.
모두 열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명성만큼이나 작가들의 이름도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아는 작가만해도 가브리엘 G 마르케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리처드 매드슨, 존 업다이크 4명이나 되며, 다른 작가들도 소개만 보면 대단하기 짝이 없어요.

하지만 재미있는 작품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문학적인 측면이 강해서 어렵기도 했지만, 한 편의 이야기로 성립되지 않는 작품들도 많은 탓으로 표제작과 보르헤스의 <<타인>>이 대표적입니다. 
또 미국 성인 잡지에 수록된 작품인 탓인지 남자와 여자의 사랑, 불륜, 섹스를 다룬 이야기들이 많은데 왠지 모르게 비슷해서 지루하더군요. 로리 콜윈의 <<정부>>, 필립 로스의 <<이웃집 남자>>, 선 오페일런의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가 그러합니다. 물론 가려 뽑힌 작품들 답게 건질게 없지는 않아요. <<이웃집 남자>>는 이웃집 남자가 벌거벗은 몸을 자신의 아내에게 보여 주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남자의 이야기인데, 남자 시점의 복잡한 심리를 수상한 아내의 행동 묘사와 결합시켜 흥미롭게 전개하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작가의 대표작이라는 <<굿바이 콜럼버스>>도 꼭 한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는 신학생도인 남자가 한 여자와 만나 사랑에 빠진 후 신을 버리지만, 이후 권태기가 찾아오고 아내가 된 그녀와 술집에서 남과 같은 만남을 가진다는 다소 독특한 설정으로 재미를 전해 주고요.
마지막 수록작인 존 업다이크의 <<혼란스러운 여행>>은 제목 그대로 혼란스러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빼어난 묘사가 돋보였습니다.

수백편 중에서 가려 뽑은 작품답게 완성도도 높고 마음에 드는 작품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폴 테로의 <<하얀 거짓말>>을 최고로 꼽고 싶네요. 사기꾼을 응징하는 곤충학자의 행동이 적절한 공포, 서스펜스 분위기로 잘 그려진 수작으로, 한편의 좋은 범죄물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냥 입어도 되는 옷까지 다림질하는 사소한 행동과, 그 뒤 셔츠 선물을 통해 진상을 이끌어내는 전개가 아주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장르 문학의 거장인 리처드 매드슨의 <<매춘부 전성시대>>는 점점 정도를 더해가는 매춘부들의 방문이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매춘부들이 사라지고 매춘남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는 극적 반전이 아주 감탄스러웠어요. 반전만큼은 확실히 명불허전입니다.
<<안전한 사랑>>은 안전 섹스에 대한 블랙 코미디로 결국 무좀 때문에 헤어지고 만다는 결말까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발표 당시 상당히 유명했다는데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 외의 수록작들도 대부분 한번 읽어볼 만했습니다. 당시 미국 현대문학의 최전선에 선 작품들이 어떤 것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제 별점은 2.5 점입니다. 지금은 절판 되었지만 혹시 한번 구해 보실 수 있으면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 싶네요.

2019/05/03

학교사로 읽는 일본근현대사 - 역사교육자협의회 / 김한종 외 : 별점 2.5점

학교사로 읽는 일본근현대사 - 6점
역사교육자협의회 엮음, 김한종 외 옮김/책과함께

제목 그대로 일본 근현대대의 학교 역사를 다루고 있는 미시사 서적입니다. 이전 다른 책 리뷰에서도 소개했었지만 에도 시대에서부터 메이지 시대까지의 일본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이 좀 있어서 어쩌다보니 구입하게 되었네요.

책의 특징이라면 상세하고 자세하다는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점입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이 1872년 오사카부에서는 큰 북이었고 1874년 치쿠마현에서는 종소리였으며 1887년 미야기현에서는 딱따기 였다는 등등, 수업 시작 할 때의 인사는 1874년에 이미 교사가 리쓰레이 - 하나로 기립 - 둘로 인사 - 셋으로 다시 기립 (차렷) - 넷에 앉는다고 정해졌다던가, 군대식 훈련과 체조가 이미 1886년에 도입되었다던가, 교재와 학용품은 어떤 것이었는가, 학교 의식과 행사는 언제 어떤 것들이 시작되었는가 등이 각종 자료와 함께 설명되고 있거든요. 이외에도 학교 급식이라던가 운동회, 입학식과 졸업식, 수학 여행과 소풍, 교복, 시험 등 학교 제도에 대한 역사도 상세합니다. 심지어는 보건실과 청소당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까지 알려주니 말 다했죠. 참고로 청소당번은 1897년 문부성 훈령으로 도입되었다네요. 
이러한 학교에 대한 시시콜콜한 역사가 실제 일본 당시 역사와 어떤 식으로 관련되어 시작되고 발전해갔는지에 대한 내용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정식 학교사 외에도 아이누 학교,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젠쇼 학교, 야간 중학 등 이외 학교에 대한 역사도 수록되어 있는 등 그야말로 학교사 전반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대표적으로 '란도셀'의 보급과 역사를 소개해드립니다. 막부 말기 일본에 서양식 군사 훈련이 도입되었을 때 함께 도입된 천으로 된 배낭이 유래라고 합니다. 어원은 네덜란드어 'ransel' 을 일본어로 발음하기 쉽도록 의도적으로 '도'를 넣은 것이고요. 학교에서 사용하기 시작한건 1885년 황족, 화족학교인 가쿠슈인에서 쓰이고 부터입니다. 가쿠슈인은 학생들의 유약함을 바로잡기 위해 등교할 때 학교까지 마차나 인력거를 타고오는 걸 금지하고 교과서나 학용품도 시종에게 맡기지 말고 직접 가져오라고 지시했으며, 그래서 교과서나 학용품을 챙겨오기 위한 용구로 배낭이 쓰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군국주의로 치닫던 시대를 반영한 결과물인 것이죠. 그리고 1890년 7월 가쿠슈인이 '배낭은 검은 가죽으로 한다' 는 규칙을 발표하여 현재의 란도셀이 시작되었습니다. 참고로, 1887년 이토 히로부미가 다이쇼 천황이 된 황태자 입학 축하를 위한 특별 주문품에서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다네요.

특정 아이템 뿐 아니라 청일, 러일 전쟁이라던가 조선 병합, 메이지 천황의 죽음 (붕어), 간토 대지진, 2차 대전과 종전 때 학교가 어떠했는지를 당대 사료와 인터뷰, 기사들로 설명해주는 부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간토 대지진 때 도쿄 메구로구 소학교 교사 자이젠 유타카의 수기가 그러해요. '불령선인'이 난동을 일으켰다는 소문을 진짜로 받아들인 내용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교가를 분석하여 시대를 분석한 항목도 인상적입니다. 전후 평화를 주제로 교가 가사가 바뀌었다는 사례를 들고 있는데, 당연한 내용과는 별개로 엄청나게 꼼꼼한 조사와 정리가 대단하다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논문처럼 서술되고 있는 점은 문제네요. 위의 내용들이 딱딱한 문체로 여러가지 조사 자료, 도표 들이 함께 소개되고 있는데, 당연하게도 큰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거든요. 이 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나 연구자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정보일 테지만 저같은 일반인에게는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었어요.
또 번역도 여러모로 아쉬우며 책의 구성도 정리된 느낌이 들지않고 도판 역시 썩 좋은 수준이 아닙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우리와도 관련이 있는 여러가지 몰랐던 학교 관련 역사를 알게된 건 수확이지만 책의 완성도가 높은 편은 아니라 감점합니다. 수준과 완성도에 비하면 가격도 엄청나게 높은 편이고요. 학교에 대해 연구하시는 연구자, 학생이 아니라면 구태여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