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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9

세계 야채 여행기 - 다마무라 도요오 / 정수윤 옮김 : 별점 3점

세계 야채 여행기 - 6점
다마무라 도요오 지음, 정수윤 옮김/정은문고

몇몇 야채들에 대해 그 역사와 주요 레시피에 대해 다루고 있는 독특한 요리, 미시사문화사 서적입니다. 모두 6개의 야채 - 양배추, 감자, 고추, 가지, 토란, 사탕수수 - 에 대해 원산지와 유래, 전래된 국가별로 사용되는 다양한 레시피, 문화적인 측면에서 두드러지는 점 등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여 소개해 줍니다. 
읽으면서 식견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던 <<레시피가 없어도, 그럴싸하지 않습니까>>의 저자 다마무라 도요오 여사의 책이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본인의 경험과 다양한 자료를 통해 얻은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능력만큼은 역시나 일품이네요. 그 중에서도 가장 대단한 건 글 솜씨입니다. 등장하는 야채들과 여러가지 음식, 재료 관련 이야기는 다른 관련 도서에서 분명 많이 접했던 것들인데 이를 통합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펼쳐내면서 거기에 자신의 경험을 담아내는게 감탄스러워요. 또 분명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을 깊이와 내공을 잘난척하지 않고 써 내려간 것도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최소한 저 같은 속물은 흉내내기도 어려울 정도에요. 
대표적인 예는 후추가 왜 중요하게 취급되었는지에 대한 고찰입니다. 고대로부터 신에게 공물을 바칠 때 육류를 최대한 깨끗이 해야 했으며, 이를 위해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식물이나 동물성 향료 및 각종 향신료를 대량으로 사용한게 시초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향유 등 향기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가지 신화나 전설을 통해 많이 접해온 건 사실인데, 이를 후추에 대한 이야기와 연결시키는 발상은 실로 놀랍네요.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후추만큼 자극적이고 독특한 향신료는 달리 찾아보기 힘드니까요.
<<대구>>에서 방대한 분량으로 소개했던 뉴펀들랜드와 서인도 제도, 아프리카를 잇는 삼각무역을 사탕수수를 통해 간단하게 요약해서 설명하는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지식까지 곁들여 이야기를 확장하고 있거든요.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인 당밀을 뉴잉글랜드 (뉴펀들랜드)로 대량으로 가져온 탓에 럼주 공장이 생겨 큰 이익을 불러왔다는 식으로 말이죠. 노예와 럼주라니, 뭔가 지옥의 악순환으로 보이는군요.

또 본고장의 요리법같이 쉽게 알기 힘든 이야기를 경험 기반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캐비아처럼 맛있다는 중동의 '가지 캐비아'는 꼭 한 번 해 먹어보고 싶네요. 구워서 으깬 가지에 올리브 오일, 요구르트나 레몬즙만 섞으면 된다니까요.
요리 전문가답게 저자가 창조한 독특한 레시피들도 인상적으로 그 중에서는 "삼단 냄비 요리"가 가장 땡깁니다. 우선 질냄비에 다시마를 깔고 두부와 파, 배추 등의 야채와 버섯, 어패류를 끓인 후 폰즈 소스에 찍어 먹은 뒤, 양배추와 양파를 넣고 우유를 듬뿍 부어 서양식 크림 스튜 스타일 치킨 냄비 요리를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카레 가루와 같은 향신료를 넣어 카레를 만드는 건데 <<술 한잔 인생 한입>>에서 소다츠가 선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육수를 차례로 우려내면서 만들어 먹으면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겠죠!
그 외에도 사소하지만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음식 관련 상식도 별 것 아닌 듯 툭툭 던져지는데 이 역시 재미를 더합니다. 박하는 엷을 박薄에 짐 하荷를 써서 박하를 수증기 증류하여 기름을 추출하고 캔에 담으면 양이 줄어서 옮기기 편하기에 '박하'라고 했다는 이야기 등이 그러합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인용한 서적의 소개라던가, 진위 여부를 따질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점과 부실한 도판입니다. 너무 두서없이 이야기를 펼치는 탓에 조금은 정리해 주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재미와 현학적인 즐거움 모두를 충족시켜주는 좋은 책입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이런 류의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깊이있는 미시사, 문화사 서적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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