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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5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익사체 - 가브리엘 마르케스 외 / 김훈 : 별점 2.5점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 6점
가브리엘 마르케스 외 지음, 김훈 옮김/푸른숲

플레이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성인잡지 중 하나죠. (비록 지금은 폐간되었지만) 단지 여성들의 누드 사진뿐 아니라 양질의 기사들, 특히 수록되었던 단편 소설들이 유명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이 소개되었을 정도니까요. 이 책은 1954년부터 1993년까지 플레이보이지에 수록되었던 수백편의 단편들 가운데 최고의 작품만 가려 모았다는 책입니다.
모두 열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명성만큼이나 작가들의 이름도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아는 작가만해도 가브리엘 G 마르케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리처드 매드슨, 존 업다이크 4명이나 되며, 다른 작가들도 소개만 보면 대단하기 짝이 없어요.

하지만 재미있는 작품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문학적인 측면이 강해서 어렵기도 했지만, 한 편의 이야기로 성립되지 않는 작품들도 많은 탓으로 표제작과 보르헤스의 <<타인>>이 대표적입니다. 
또 미국 성인 잡지에 수록된 작품인 탓인지 남자와 여자의 사랑, 불륜, 섹스를 다룬 이야기들이 많은데 왠지 모르게 비슷해서 지루하더군요. 로리 콜윈의 <<정부>>, 필립 로스의 <<이웃집 남자>>, 선 오페일런의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가 그러합니다. 물론 가려 뽑힌 작품들 답게 건질게 없지는 않아요. <<이웃집 남자>>는 이웃집 남자가 벌거벗은 몸을 자신의 아내에게 보여 주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남자의 이야기인데, 남자 시점의 복잡한 심리를 수상한 아내의 행동 묘사와 결합시켜 흥미롭게 전개하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작가의 대표작이라는 <<굿바이 콜럼버스>>도 꼭 한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는 신학생도인 남자가 한 여자와 만나 사랑에 빠진 후 신을 버리지만, 이후 권태기가 찾아오고 아내가 된 그녀와 술집에서 남과 같은 만남을 가진다는 다소 독특한 설정으로 재미를 전해 주고요.
마지막 수록작인 존 업다이크의 <<혼란스러운 여행>>은 제목 그대로 혼란스러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빼어난 묘사가 돋보였습니다.

수백편 중에서 가려 뽑은 작품답게 완성도도 높고 마음에 드는 작품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폴 테로의 <<하얀 거짓말>>을 최고로 꼽고 싶네요. 사기꾼을 응징하는 곤충학자의 행동이 적절한 공포, 서스펜스 분위기로 잘 그려진 수작으로, 한편의 좋은 범죄물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냥 입어도 되는 옷까지 다림질하는 사소한 행동과, 그 뒤 셔츠 선물을 통해 진상을 이끌어내는 전개가 아주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장르 문학의 거장인 리처드 매드슨의 <<매춘부 전성시대>>는 점점 정도를 더해가는 매춘부들의 방문이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매춘부들이 사라지고 매춘남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는 극적 반전이 아주 감탄스러웠어요. 반전만큼은 확실히 명불허전입니다.
<<안전한 사랑>>은 안전 섹스에 대한 블랙 코미디로 결국 무좀 때문에 헤어지고 만다는 결말까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발표 당시 상당히 유명했다는데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 외의 수록작들도 대부분 한번 읽어볼 만했습니다. 당시 미국 현대문학의 최전선에 선 작품들이 어떤 것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제 별점은 2.5 점입니다. 지금은 절판 되었지만 혹시 한번 구해 보실 수 있으면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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