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 ![]() 가브리엘 마르케스 외 지음, 김훈 옮김/푸른숲 |
플레이보이는 비록 지금은 폐간되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성인잡지 중 하나입니다. 여성들의 누드 사진뿐 아니라 양질의 기사들, 특히 수록되었던 단편 소설들도 유명했지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이 소개되었을 정도니까요.
이 책은 1954년부터 1993년까지 플레이보이지에 수록되었던 수백편의 단편들 가운데 최고의 작품만 가려 모았다는 책입니다.
모두 열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명성만큼이나 작가들의 이름도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아는 작가만해도 가브리엘 G 마르케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리처드 매드슨, 존 업다이크 4명이나 되며, 다른 작가들도 소개만 보면 대단하기 짝이 없어요.
하지만 재미있는 작품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문학적인 측면이 강해서 어렵기도 했지만, 한 편의 이야기로 성립되지 않는 작품들도 많은 탓입니다. 표제작, 그리고 보르헤스의 "타인"이 대표적입니다.
또 미국 성인 잡지에 수록된 작품인 탓인지 남자와 여자의 사랑, 불륜, 섹스를 다룬 이야기들이 많은데 왠지 모르게 비슷해서 지루했습니다. 로리 콜윈의 "정부", 필립 로스의 "이웃집 남자", 선 오페일런의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가 그러합니다.
물론 가려 뽑힌 작품들 답게 건질게 없지는 않아요. 몇 편 소개해 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웃집 남자"는 이웃집 남자가 벌거벗은 몸을 자신의 아내에게 보여 주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남자의 이야기인데, 남자 시점의 복잡한 심리를 수상한 아내의 행동 묘사와 결합시켜 흥미롭게 전개하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작가의 대표작이라는 "굿바이 콜럼버스"도 꼭 한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는 신학생도인 남자가 한 여자와 만나 사랑에 빠진 후 신을 버리지만, 이후 권태기가 찾아오고 아내가 된 그녀와 술집에서 남과 같은 만남을 가진다는 다소 독특한 설정으로 재미를 전해 주고요.
마지막 수록작인 존 업다이크의 "혼란스러운 여행"은 제목 그대로 혼란스러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빼어난 묘사가 돋보였습니다.
장르 문학의 거장인 리처드 매드슨의 "매춘부 전성시대"는 점점 정도를 더해가는 매춘부들의 방문이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매춘부들이 사라지고 매춘남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는 극적 반전이 아주 감탄스러웠어요. 반전만큼은 확실히 명불허전입니다.
"안전한 사랑"은 안전 섹스에 대한 블랙 코미디로 결국 무좀 때문에 헤어지고 만다는 결말까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발표 당시 상당히 유명했다는데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수록작 중에서는 폴 테로의 "하얀 거짓말"을 최고로 꼽습니다. 사기꾼을 응징하는 곤충학자의 행동이 적절한 공포, 서스펜스 분위기로 잘 그려진 수작으로, 한편의 좋은 범죄물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냥 입어도 되는 옷까지 다림질하는 사소한 행동과, 그 뒤 셔츠 선물을 통해 진상을 이끌어내는 전개가 아주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그 외의 수록작들도 대부분 한번 읽어볼 만은 합니다. 당시 미국 현대문학의 최전선에 선 작품들이 어떤 것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제 별점은 2.5 점입니다. 지금은 절판 되었지만 혹시 한번 구해 보실 수 있으면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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