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 최형국 지음/인물과사상사 |
무예사, 전쟁사 전문가인 저자가 각종 드라마와 영화 속 무인과 무기, 전술 등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를 분석한 미시사, 무예사, 전쟁사 서적.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오류 분석 부분은 흥미롭습니다. 조선 시대의 기본 무기는 환도이며 이를 보관할 때에는 띠돈을 활용하여 벽이나 기둥에 걸어놓았다는 첫 단락부터 새롭더라고요. 저 역시 각종 사극에서 양날검을 좌대에 가로로 올려놓는 거치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형적인 일본도 거치 방식이라는군요. 잠깐 훝어보고 구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이 도입부였습니다.
그 외에도 잘 몰랐던, 착각해왔던 내용이 많은데, 몇가지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조총 관련 이야기가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조총을 재장전 동작 없이 연발 사격하는 장면은 당연히 말도 안되며, 조총 사격 시 화승에 불을 붙인 후 기다렸다가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도 엉터리라는군요. 조총은 조준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기면 불이 붙은 화승이 바로 위 쪽 화약접시 속으로 들어가 불을 붙여 탄환을 발사하는 구조였으니까요. 조선 시대 화포가 불을 뿜을 때 포탄이 떨어져 폭발하는 장면도 역시나 고증 오류입니다. 당시 포탄은 폭발물이 아니었거든요.
흔히 우리가 접해왔던 대장끼리의 일기토가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를 알려주는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KBS <<정도전>>에서 이성계와 최영이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사진을 예로 들며, 육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이 서로 총을 들고 1:1로 대치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하는 식인데 엄청 와 닿더라고요.
이런 내용 중 최고는 기병 전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을 타고 전선으로 달려온 후 말에서 내려 칼을 뽑고 적을 향해 돌격하는 드라마를 예로 들며, 기갑부대 병사들이 탱크를 타고 전선으로 돌진한 뒤 탱크에서 내려 소총을 들고 백병전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는데 아주 그럴듯하죠?
이러한 분석과 함께 실제 고증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아주 상세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투구, 갑옷, 군장은 물론 기본 무장에 대한 소개가 인상적이었어요. 분명 다른 책에서도 본 내용이지만 투구 끈을 매는 방법이라던가 군장 속 내용물과 같은 디테일이 잘 살아있는 덕분입니다. 주요 무기에 대한 소개도 상세하긴 마찬가지에요. 활과 칼의 패용 방법이라던가 화살 깃의 수가 몇개인지 등 그 범위와 항목도 다양하며 깊이 역시 상당한 편입니다. 심지어는 각종 전술까지 소개되고 있을 정도니까요. 도판도 저자의 서술에 적합하도록 잘 짜여져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활 쏘는 방식이 양궁 방식이라던가, 사극 속 말 안장은 모두 현대화된 서양 안장이라는 등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의 분량이 많다는건 좀 아쉬웠습니다. 실제로 고증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 제시도 아주 확실한 편은 아니고요. 그냥 재미삼아 보는 글이라면 나쁘지 않은데 역사서로 보기에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이야기에서 천편일률적인 저자의 글 솜씨도 문제입니다. 사극의 문제를 지적하는 톤 자체가 일관되어 지루한데 이왕지사 고증 오류 가득한 사극 드라마를 비난할 거라면 훨씬 신랄하고 맛깔나게 풀어내는게 재미 면에서는 훨씬 나았을거에요. 지금 문체와 문장은 이도저도 아닌 듯 하여 실망스러웠습니다. 책 보다는 영상 다큐멘터리로 풀어낸다면 훨씬 매력적인 컨텐츠가 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딱히 권해드릴 만한 책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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